中國武俠小說
第六章 격정난억(激情難抑) 본문
第六章 激情難抑
한편 육검평 일행은 남창부(南昌府)를 떠나 관도를 따라 밤낮으로 길을 재촉해 온주 귀운장 총단을 향해 달렸다. 이때는 이미 사흘 밤낮을 쉬지 않고 달려서 사람은 물론 애써 더욱 달릴 수 있지만 말들은 사람이 내려도 이미 견딜 수 없었다.
한 마디 부름에 모두 해문구(海門口)의 작은 마을로 들어가 깨끗한 작은 주점을 골라 쉬면서 요기를 하기로 했다.
해문구는 비록 작은 곳이지만 역로의 요충지에 있어 여행객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거리는 꽤 붐볐고 이때는 바로 한창 바쁠 때라 주루에는 빈 자리가 없었고 시끌벅적했다.
점소이가 바쁘게 움직이며 입으로 끊임없이 응대하느라 땀을 닦을 틈도 거의 없었다.
육검평 일행은 자리를 잡고 밥을 먹고 있을 때였다.
문득 오른쪽 벽 구석에 혼자 앉아 있던 젊은이가 보였다. 농사꾼 차림에 넓은 죽립(竹笠)을 눌러쓰고 말 없이 밥을 먹다가 가끔 고개를 들어 육검평 쪽을 쳐다보았고, 야릇하게 눈살을 찌푸리며 또 밥을 계속 먹고 있었다.
강호에서 반평생을 전전한 철비금도는 경험과 안목이 모두 뛰어나 외롭고 의심스러운 청년을 보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왜냐하면 청년의 눈빛에는 악의가 없었기 때문에 따지지 않았다.
중인들은 밥을 먹은 뒤 술값을 치르고 또 계속해서 역로를 따라 말을 몰아 앞으로 나아갔다.
방금 작은 언덕을 돌아섰을 때, 뒤에서 사람이 탄 말 한마리가 소나기처럼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고 눈 깜짝할 순간에 이미 가까이 다가왔다.
중인들은 고개를 돌려 보고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뒤에서 달려온 사람이 바로 방금 전에 주루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던 머리에 넓은 죽립을 쓴 농사꾼이었다.
망설이는 사이 온 사람은 이미 삼장까지 다가왔다. 그가 고삐를 당기자 말이 뒷발로 일어서며 순식간에 멈춰 섰다.
농사꾼 소년은 두 손으로 공수를 하고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잠시만 멈추어 주십시오. 혹시 온주(溫州)로 가십니까?"
육검평은 얼굴빛을 바로 하고 말했다:
"각하는 누구신지. 온 까닭을 알려주실 수 있으시오?"
소년은 잠시 자세히 살펴보더니 말을 꺼냈다:
"당신은 장(掌)……"
주위에 사람이 없자 목소리를 낮추어 다시 말했다:
"장문인, 저희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우호법 은시대붕의 명을 받들어 여기서 장문인을 특별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육검평은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알고 급히 물었다:
"우호법은 어떻게 되었소? 그는 지금 어디에 있소?"
"여기서는 말씀드릴 곳이 아니니 저를 따라오십시오!"
소년은 말을 하고 말머리를 돌려 비스듬한 오솔길로 들어갔다.
육검평은 자신의 사람임을 알고 바로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고 중인들은 뒤따라갔다.
중인들은 울창한 숲속에 도착했고 소년은 말에서 내려 육검평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저는 장평(張平)입니다. 장문인을 뵙습니다."
육검평은 한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일어나시오. 얼른 본문의 대략적인 상황을 말해 보시오!"
"장문인과 좌호법이 잇달아 장원을 떠나신 후 한 달도 못돼서 한빙노마가 동령과 화운문 제자들과 함께 갑자기 저희들을 공격했습니다. 우호법과 덩치 큰 거령신이 전력을 다해 저항했지만 적의 세력이 너무 강했고 저희들의 인원이 너무 적어 우호법이 비록 몇 명의 적을 처치했지만 노마에게 일장을 맞고 부상당한 소봉(小鳳)낭자와 거령신 상위(桑偉)를 데리고 급히 십리 밖에 있는 산신묘로 물러났습니다……"
"무엇이, 소봉낭자도 부상을 당했다고?"
"그렇습니다! 한빙장(寒冰掌)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상세가 아직 매우 위중합니다. 지금 온주에서 백리 범위 안에는 그들 수하들의 눈이 쫙 깔려 있습니다. 장문인이 그들의 함정에 빠질까봐 두려워 저는 변장을 하고 암중에서 장문인을 기다리며 잠복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늦었으니 급히 돌아가도 등불을 켤 때가 될 것입니다!"
말을 마치고 말머리를 돌려 숲속으로 달려갔다.
그들 일행은 숲속을 한 끼 식사할 시간 정도 뚫고 가자 지세가 확 트이면서 폭이 일장 정도 되는 계류가 가로지르고 있었다. 계류를 따라 걸으니 온통 모래와 자갈지대에 잡초가 우거진 숲으로 근본적으로 길이 아니었다. 만약 누군가 길을 안내하지 않았다면 이런 황량한 곳으로는 결코 오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들은 약 두 시진 동안 이리저리 뛰어서야 비로소 맞은편 깊은 산의 우거진 숲에 자리한 작은 사당을 발견했다.
이때 옥토(玉兔:달)가 이미 동쪽에 떠오르고 있었다. 나무 그늘이 아른거리고 야수가 울부짖어 특히 음산하고 공포스러웠다.
산신묘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일행은 산신묘 뒤로 돌아갔다. 장평은 작은 돌멩이 세 개를 던졌고 중인들은 솟구쳐 뒷담을 넘어 묘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정전 한 칸을 제외하고 뒤쪽에 두 개의 작은 방이 있었다. 이때 왼쪽 방에서 두 명의 경장 청년이 뛰어나와 갑자기 육검평 일행을 보고 놀라서 멍하니 서 있다가 비로소 기쁨에 겨워 흐느끼며 말했다:
"장문인, 당신은 마침내 돌아오셨군요!"
말이 끝나고 사람들은 이미 무릎을 꿇었다.
육검평은 두 손으로 부축하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방 안으로 걸어갔다.
은시대붕은 침상에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두 눈을 꼭 감고 가슴은 불규칙적으로 오르내렸고 수척한 얼굴에 미약한 신음 소리를 내는 것이 분명 지극히 엄중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였다. 다행히 그의 내력이 심후해 몸 전체의 중요혈도를 강제로 막아 상세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하여 심맥을 보호하였다. 비록 이미 버틸 수 없다는 것을 느꼈지만 정신은 여전히 맑았다.
이때 밖에서 나는 고함소리를 듣고 갑자기 눈을 떴다. 눈빛이 육검평의 얼굴에 닿자 저도 모르게 온몸을 떨며 날카롭게 외쳤다:
"장문인……"
하고는 쓰러져 콩알만 한 눈물이 쏟아졌다.
알고 보니 은시대붕은 일장을 맞은 상처가 매우 심각해 한 줌의 진기로 겨우 버티고 있었다. 지금 갑자기 나타난 육검평을 보고 잠시 지나치게 기뻐한 나머지 진기가 흩어지며 쓰러졌다.
육검평은 침상 앞으로 달려가 급히 은시대붕의 마른 두 손을 잡고 눈물을 머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호법, 어떻게 된 것입니까? 슬퍼하지 마세요. 모두 제가 부주의해서 총단이 비어버렸고 그로 인해 당신과 여러분께 누를 끼쳤습니다!"
한편으로는 두 손으로 멈추지 않고 은시대붕의 온몸을 아래위로 밀고 두드렸다. 향 한 자루를 태울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은시대붕은 천천히 깨어나 눈물 젖은 눈으로 육검평을 응시하며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본좌가 재주가 없어 총단이 적에게 무너졌으니 본문의 모든 이들에게 부끄럽습니다……"
말을 마치고 또 깊은 잠에 빠졌다.
이때 덩치 큰 상위가 대전 안으로 들어오더니 잠이 덜 깬 눈으로 방안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다가 육검평을 발견하고는 무엇을 발견한 듯 침상 앞으로 한 걸음에 달려와 두 손으로 육검평의 어깨를 껴안고 큰소리로 외쳤다:
"꼬마야, 내가 너를 찾았구나. 자, 어서 내게 밥을 다오. 요즘 배가 너무 고프다!"
말을 마치고 육검평을 당겨 밖으로 나가려 했다.
육검평은 이 어수룩한 큰 덩치에 대해 정말 어떠한 대책이 없었다. 조사해보니 그들 몇 명은 이곳으로 이동한 이후 행적을 지극히 비밀스럽게 지키고 있었다. 장평이 농부로 변장하여 해문구의 작은 마을에 숨어 육검평 일행의 행적을 살피는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는 한 발짝도 떠나지 않았다. 배가 고플 때는 산 속에서 야생과일을 따고 날짐승과 뛰는 짐승을 사냥하여 배를 채워왔다. 그야말로 원시인의 생활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육검평은 말을 들은 뒤 마음이 더욱 아파 얼른 큰 덩치를 위로하고 몸을 돌려 두 알의 설련을 꺼내 은시대붕과 소봉에게 나누어서 먹였다.
육검평은 은시대붕을 침상에서 뒤집어 엎드리게 하고 단전의 진기를 운용해 양 손에 공력을 모으고 비할 데 없이 빠르게 바람처럼 손을 휘둘러 은시대붕의 온몸에 있는 대혈을 두드렸다.
그가 갑자기 진기를 맹렬하게 들이마시며 정신을 집중하고 두 손을 은시대붕의 명문혈에 대고 말없이 신공을 운용하여 한줄기 순양진기(純陽真氣)를 장심에서 은시대붕의 체내로 끊임없이 주입했다.
대략 한 끼 식사할 시간이 지나자 은시대붕의 얼굴빛이 점차 흰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하고 호흡이 거세지며 입에서는 계속 신음 소리가 나왔다.
육검평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미간에 땀방울이 맺힌 채 살짝 운공조식을 하고는 두 눈을 뜨고 몸을 돌려 소봉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눈빛이 소봉의 몸에 접촉될 때 저도 모르게 마음 속으로 떨며 침상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철비금도가 급히 물었다:
"어떻습니까, 장문인, 소봉 아가씨는 어떻습니까? 구할 수 있습니까?"
육검평이 처량하게 말했다:
"그는 원래 상처가 중하지 않았는데 운공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것을 몰라 시간이 오래 걸려 한독이 이미 내부(內腑)로 침투하여 설련이 비록 기사회생의 효과가 있지만 한독에 막혀 약력(藥力)이 아직 퍼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외부의 공력을 빌려 한독을 몰아내고 설련의 약력을 퍼뜨려야 비로소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까지 이야기하더니 뜻밖에도 말을 더듬기 시작하더니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철비금도 진건태는 인생 경험이 얼마나 노련한지 그가 암시하는 말을 듣고 심중으로 이미 태반을 알아들었다. 육검평을 향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우리들은 강호를 행도하며 모든 일은 순리에 맞고 규정에 따르기만 할 뿐이니 마음 편히 처리해야 합니다. 지금은 사라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니 장문인께서는 일반적인 겉치레와 쓸데없는 예의범절에 얽매이실 필요가 없습니다!"
말을 마치고 중인들을 따라 몸을 돌려 문 밖으로 나갔다.
육검평은 잠시 생각하고는 마음을 굳히고 소봉의 가녀린 몸을 가볍게 들어 침상에 눕히고 가슴 앞에 손을 뻗고는 저도 모르게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급히 마음을 안정시키고 잠시 호흡을 조절하였다. 마음이 비로소 안정되었지만 그의 두 손이 소봉의 가슴에 닿자 마음이 다시 불안해졌다.
이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는 출도한 이래 이성과 살갗이 접촉한 일이 없었고 소봉이 비록 그의 어릴 시절 유일한 지기(知己)이지만 그는 항상 그녀를 동생으로 대했고 완전한 일종의 순수한 사랑이었기에 결코 분수에 맞지 않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부득이하게 그는 그녀를 위해 그녀의 온몸 혈도를 두드리고 공력을 전해 상처를 치료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소봉의 생명을 장담할 수 없었다! 소봉의 어린 시절 장면을 떠올리자 갑자기 특별히 짙은 정감이 솟구쳤다. 그는 정신을 강제로 진정시키고 서서히 그녀의 상의 단추를 풀었다.
이때 그의 마음은 다시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고 두 손도 점점 움츠러들어 그는 이를 악물고 신속하게 소봉의 상의를 벗기자 그 안에 내의가 드러났다.
그는 이때 더 이상 많은 것을 돌볼 겨를이 없어 손으로 들추어 속옷을 열어 젖혔다.
새하얀 피부 위로 우뚝 솟은 두 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었고 처녀 특유의 향긋한 내음이 사람을 취하게 했다.
그는 두 손을 양지옥(羊脂玉)과도 같은 부드러운 그녀의 몸을 미끄러져 가며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특수한 냄새를 맡아 그의 마음은 더욱 아파왔다.
육검평은 이를 꽉 물고 정신을 집중해 단전의 진기를 두 팔에 모아 소봉의 전신 삼십육대혈(三十六大穴)을 한바탕 추나(推拿)해 갔다.
쌍장이 빨라질수록 소봉의 몸도 따라서 떨리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검은 기운이 소봉의 일곱 구멍에서 서서히 뿜어져 나왔고 아름다운 보조개도 푸른색에서 하얗게 바뀌었다.
이것은 육검평이 어린 시절의 친구를 위해 자신의 내가(內家) 진원을 소모하며 그녀의 전신 기경백맥(奇經百脈)을 뚫고 혈액순환을 해 준 것이었다.
소봉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로 불행 중 다행으로 설련의 도움을 받아 뜻밖에도 적지 않은 공력이 증진되었다.
대략 한 시진이 지나자 소봉은 이미 깨어났다.
그녀는 온몸이 차갑게 느껴지고 상반신의 옷이 이미 벗겨져 있고 가슴 위로 한 쌍의 손이 쓰다듬고 있어 저도 모르게 속으로 놀라 두 눈을 떴다.
순간, 수치심과 분노가 교차하여 온몸이 저도 모르게 떨렸다. 그녀는 앞에 앉아 있는 청년서생을 보고 바로 그녀가 매일 밤낮으로 그리워하던 마음속의 사람임을 알고는 마치 조그만 사슴이 속에서 마구 들이받는 것처럼 마음이 쿵쾅쿵쾅 빠르게 뛰며 얼굴이 온통 빨개졌고 한없이 수줍은 듯 육검평을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육검평은 이때 운공을 하며 최후의 긴급한 고비를 맞고 있었는데 마음이 분산되어 성공하지 못할까 두려워 더욱 힘을 주어 급하게 숨을 몰아쉬고 머리에서는 백무가 피어올라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때 소봉은 체내의 한기가 이미 사라지고 전신이 비할 데 없이 상쾌하고 정신도 맑아졌다.
그녀는 마음속의 사람이 자신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진원지기로 자기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내력을 아끼지 않고 소모하며 온몸의 경맥을 뚫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의 이런 흐뭇함은 정말 달콤하기가 극에 달했다.
하지만 그녀는 육검평의 창백하고 초췌한 얼굴과 둥글고 큰 두 눈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콩알만 한 눈물방울 흘리며 감동하여 울었다.
이때 육검평은 쌍장을 회수하고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잠깐 조식을 하자 다시 회복되었다.
소봉은 슬픈 목소리로 외쳤다:
"평오빠!"
그녀는 육검평의 품으로 쓰러지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청백한 처녀의 몸이 남김없이 마음속의 사람에게 어루만져져 이번 생에서 절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을 것임을 알았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쌓여있던 감정이 전부 폭발하듯 그녀는 육검평을 꼭 껴안고 사과처럼 예쁜 얼굴을 육검평의 품에 깊이 묻었다.
이때 육검평의 마음속에도 열정이 솟구쳐 자신의 감정을 억제할 수 없어 그녀의 볼과 머리카락에 입맞춤을 했다. 점차 네 개의 입술이 서로 빨아들이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이미 서로 마음이 통해 깊이 빠져 들었다.
갑자기 육검평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소봉, 지금은 많이 좋아진 것 같으냐?"
그녀는 봉안(鳳眼)을 살짝 뜨고 무한히 수줍어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서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평오빠, 한 번 가더니 그렇게 오래 걸렸어요. 소매는 진짜 애타 죽는 줄 알았어요! 귀운장은 이미 악마들에게 점거되었고 소매는 이젠 돌아갈 집이 없어요. 평오빠, 이후로는 천애해각(天涯海角)이라도 당신 곁을 따를 거예요……"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녀는 처량한 신세를 떠올리며 다시 훌쩍이기 시작했다.
육검평이 비록 일생을 호기가 하늘을 찌를 듯 살아왔지만 눈앞의 가녀린 소봉을 보니 저도 모르게 비할 데 없는 동정심이 일었다. 정말 가련하게 보여 순간 참지 못하고 교구(嬌軀)를 안고 한바탕 입맞춤을 퍼붓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말하자면 길어. 나중에 다시 얘기해 줄게. 하지만 너는 부상에서 이제 회복하고 있으니 너무 충동적인 것은 정신을 해칠 수 있으니 좋지 않아. 너는 안심해라. 나는……"
하려던 말을 뜻밖에도 말하지 못했다.
그는 이때 심정이 매우 복잡하였다. 그는 일찍이 여문(黎雯)과 영원한 사랑을 굳게 맹세했는데 어찌 다시 배신자가 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상황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고, 소봉 또한 이처럼 순결하고 천진한데 혈혈단신이 되니 그가 어떻게 안배를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어떠한 영웅호걸도 돌파할 수 없는 정(情)의 관문이었다.
육검평은 잠시 괴로워하다가 할 수 없이 결심을 했다. 이 일은 잠시 여기까지 하고 이후의 상황을 보고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 부드럽운 말로 위로를 건네자 소봉은 비로소 눈물을 거두고 웃었다.
이때 방 밖에서 한바탕 발자국 소리가 들려도자 그녀는 급히 육검평을 밀어내고 옷을 여몄다.
두 사람이 신형을 번쩍이며 천천히 방 밖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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