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武俠小說
第五章 민산오호(岷山五虎) 본문
第五章 岷山五虎
군호들은 모두 강호의 호한들로 무림협사들이다. 비록 처음 만났지만 조금 더 겸허하다가 자리에 앉은 후에는 다시 호쾌한 본성을 회복했다. 모든 번잡한 절차와 규칙은 깨끗이 사라지고 모두가 진심으로 서로를 대하고 호방한 기개가 하늘을 찔렀다. 손님과 주인 사이에서는 정성스럽게 술을 권하니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연회석에서 육검평은 굉창표국이 한빙궁과 원한을 맺게 된 경위를 물었다.
노표두 철지금환 서천수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노부가 굉창표국을 창설하고 무림 친구들의 보살핌을 받고 표국에 있는 형제들의 도움으로 사업은 그런대로 괜찮았지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이 친구들의 도움으로 큰 문제는 작게, 작은 문제는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수십 년 전 강남 일대에서 약간의 명성을 얻었지만 한빙궁과는 여태껏 연루된 적이 없었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사고는 정말 노부를 오리무중에 빠뜨린 것 같습니다."
철비금도는 갑자기 깨달은 바가 있어 이어서 말했다:
"조복이 비밀리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빙궁이 이번에 병력을 총동원해 남하한 것은 커다란 음모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본 표국의 표은을 강탈한 것은 단지 경고에 불과한 것이고 그 목적은 강남의 흑백양도를 복종시키고 중원을 독패하려는 것이오. 그리고 동시에 과거 '구천신룡(九天神龍)' 노선배님의 일장에 대한 원한을 풀려고 전력으로 풍뢰문과 맞서는 것이오."
육검평도 사태가 그리 단순하지 않음을 느꼈지만 그의 고집스러운 성격으로 두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쩐지 유령염라와 화운칠섬이 동시에 옥당포 분타에 나타났다 했는데 아마도 한빙궁에 매수되어 휘하에 들었을 겁니다. 한통속입니다. 저는 제가 배운 것을 믿고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어조가 격앙되어 정기가 충만하였고 말과 표정에 나타났다.
주인인 노표두 철지금환 서천수는 이때 모두에게 건배하며 말했다:
"이번 굉창표국의 일은 노부가 무능해서 벌어진 일로 표국의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었습니다. 마음이 매우 불안하고 더 이상 강호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어 고향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미 여러분의 동의를 얻었고 모두가 장문인을 따라 영원히 풍뢰문에 헌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도움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함입니다."
말을 마치고 눈에 눈물을 머금고 무한한 성의를 표시했다.
철비금도 진건태가 제일 먼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저희는 충심으로 장문인을 따르며 우선 조금이나마 은덕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장문인께서 중인들의 기대에 부응하시어 소청을 들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표사 벽력장(霹靂掌) 주개(周凱)와 초상비(草上飛) 여조웅(余兆雄)도 함성을 지르며 호응했다.
육검평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여러분이 본파에 가맹하시어 저에게 힘을 보태주신다면 본파는 당연히 진심으로 환영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일이 중대하고 각자 가정이 있으니 다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철비금도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무모한 무리들로 모처럼 장문인의 총애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진모(陳某)는 반평생동안 강호를 떠돌아다녔습니다. 장문인처럼 젊은 나이에 기묘한 절학을 지닌 분은 처음 보았습니다. 앞으로 좌우에서 따를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로 무궁한 희망입니다."
벽력장 주개가 잔을 들고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제부터 우리 모두는 풍뢰문의 일원으로 이 잔의 술로 장문인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며 본문이 더욱 번창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말을 끝내고 먼저 잔을 비웠다.
모두가 잔을 부딪치며 한동안 대청 안은 열정이 넘쳤고 호기로 가득찼다.
육검평은 이때 갑자기 박수를 치며 중인들에게 말했다:
"이번에 여러분이 가맹해주신 것은 본문의 행운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아직 정식으로 제단에 절하고 향을 꽂기 전까지는 저를 형제로 서로 부르시기를 청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정말 감당할 수 없습니다!"
모두가 이 말을 듣고 여전히 권했지만 육검평은 고집을 꺾지 않았고 모두가 그만 두었다.
그들은 삼경까지 줄곧 술을 마시고서야 비로소 흩어졌다.
※※※
다음 날 아침 모두 짐을 챙겨 길을 떠났다. 사마능공은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모친을 만나고 싶어 급히 낙양으로 가고 싶어 했다. 잠시 중인들과 헤어져 혼자 북상했다.
육검평은 비록 함께한 시간이 겨우 두 달여였지만 사마능공의 순수하고 소박한 성격은 이미 그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지금 갑자기 또 헤어져야 한다는 것에 아무래도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았다.
노표두 철지금환 서천수는 더욱 노안에 눈물을 머금고 두 손을 사마능공의 어깨를 얹으며 말했다:
"너희 모자가 함께 만나 즐겁기 바란다. 이후 육장문인의 보살핌 아래에서 너의 원대한 미래가 시작되기 바라며 기회가 있으면 산동(山東)의 고양(高陽)에 며칠 머물기 바란다. 노부는 이미 만족한다."
말을 마쳤는데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사실 예전에 노표두가 사마능공을 받아들였을 때 슬하에 자식이 없는 탓에 그를 의자(義子)로 삼고자 했으며 그래서 표국에 있을 때 그에게 특별히 다른 눈길로 봤더니 자기가 낳은 것보다 나았지만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번에 갑자기 만나고 또 헤어지니 과연 노인의 마음이 더욱 슬픈 것도 당연한 것이다!
철비금도는 인생 경험이 풍부해 많은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고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것을 보고 갑자기 하하 웃으며 말했다:
"사마형제는 슬퍼할 필요가 없다. 집에 어머니 혼자 계셔 외로우실 테니 차라리 노표두와 함께 고양에 잠시 머무시면 모두가 친밀해질 수 있다. 그러면 사마노제도 뒷걱정 없이 풍뢰문을 위해 전념할 수 있으니 정말 일거삼득이다!"
육검평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을 적극 표시했고 사마능공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의사를 표시했다.
노표두는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하며 미소로 그의 마음의 기쁨을 표시했다.
사마능공은 급히 노표두를 향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이렇게 소질(小侄)이 많은 폐를 끼칩니다. 어머니를 대신해 먼저 감사드립니다!"
모두가 서로 공수하고 진중한 말을 하며 헤어졌다.
육검평은 사마능공의 신영이 멀어질 때까지 보다가 비로소 말머리를 돌려 손에 든 채찍을 휘두르며 남창(南昌)으로 질주했다.
이날 정오무렵 중인들이 표국에서 행장을 풀고 있을 때 갑자기 호송꾼이 뛰어 들어와 허둥대며 노표두의 귀에 대고 몇 마디 속삭였다. 그의 얼굴빛이 갑자기 변하며 만면에 노기를 띠며 중인들을 향해 말했다:
"방금 호송꾼의 보고에 따르면 뜻밖에도 누군가 공공연히 나를 만나자고 했다 하니 서모는 갔다 오겠다!"
자리에 있던 모두가 듣고 저도 모르게 모두 화난 기색을 띠었다. 벽력장 주개는 성정이 불과 같아 그가 맨 먼저 크게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어떤 눈 먼 놈이 감히 표국에 와서 난동을 부리려고 하는 거야. 가자. 우리 나가서 보자."
말을 마치고 먼저 일어나 노표두를 따라갔고 중인들도 줄지어 뒤따라갔다.
일행이 문앞에 도착했을 때 광장 한가운데에 다섯 명의 키가 다른 괴인들이 한 줄로 서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나이가 오순 정도 되었고 매부리코에 비둘기 얼굴을 하고 있었다. 턱에는 염소수염이 있었고 무릎까지 오는 마포장삼을 입고 허리에는 담뱃대가 꽂혀 있었으며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노려보고 있었다.
서천수는 다섯 사람의 생김새를 보자 마음속으로 멍해져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 흉포한 습성이 몸에 밴 민산오호(岷山五虎)가 왜 여기에 갑자기 나타난 거지?"
그는 자신과 그들이 무슨 해결되지 않은 일이 있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번개같이 생각이 돌자 세 걸음 앞으로 내디디며 두 손으로 공수를 하며 말했다:
"민산오우께서 오늘 저희 폐국에 왕림해 주셨군요. 제게 어떤 가르침이 있으신지요?"
다섯 사람은 그의 말을 듣고 흉측한 얼굴에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차갑기만 했다. 가운데 서 있는 비둘기 얼굴에 매부리코를 가진 노인이 콧구멍으로 차갑게 '흥' 하며 말했다:
"서노표두는 모르는 체 하지 마라.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너는 이렇게 해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가?"
서천수를 그 말을 듣고 눈썹을 찌푸리고 정색하며 말했다:
"완환정(阮煥庭)! 더 이상 남을 헐뜯지 마라. 서모는 강호를 행도하면서 항상 은원을 분명히 해왔고 절대 양심을 속이는 일을 하지 않았소. 만약 여러분이 일부러 말썽을 부리려고 왔다면 얼마든지 방법을 정하시오. 노부가 다 받아주겠소."
말이 끝나자 왼쪽에 서 있던 키가 작은 괴인이 껄껄대고 날카롭게 웃으며 말했다:
"노귀, 너무 방자하구나. 내가 너를 제대로 죽게 해주겠다. 두 달 전 장사로 가는 길에서 너의 손에 상처를 입은 소년을 설마 잊었단 말이냐? 오늘 너는 피로서 핏빚을 갚아야 한다!"
이때, 서천수는 비로소 두 달 전 장사로 가는 길에 한 경장대한이 소상인을 구타하는 것을 보고 좋은 말로 설득하려 했으나 오히려 욕을 먹어 화가 나 손을 써서 그 사내가 다쳤던 일이 뜻밖에도 민산오호와 어떤 관계가 있는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상대방이 거친 말을 연발하며 압박하자 바로 발작하려 했지만 갑자기 옆에서 차갑게 웃으며 말하는 것이 들렸다:
"민산오호. 너무 잘난 체하지 마라. 서노표두가 단지 강호의 예의를 존중하기 위해 너희들에게 실례를 하지 않은 것뿐이다. 설마 우리가 진짜 너희를 두려워한다고 생각하는가?"
말을 한 이는 바로 부총표두 철비금도 진건태였다.
이 민산오호는 성이 다른 형제지만 녹림출신으로 각자 일신에 심오한 무공을 갖추고 있으며 각자가 속이 검고 손이 악랄하여 조그마한 원한이라도 반드시 갚는 자들로 그들의 손에 떨어지면 쉽게 끝나지 않는 것으로 까다롭기로 소문이 난 인물들이었다.
민산오호 가운데 첫째인 비천호(飛天虎) 완환정이 그 말에 힐끗 보고는 하하 웃으며 말했다:
"누구신가 했는데 알고 보니 부총표두로군요. 진노사의 육십사로팔괘 만승도법이 무림을 진동시켰음을 오래전부터 들어왔소. 완모는 재주가 없지만 몇 수 가르침을 받고 싶소! 진노사께서 가르쳐 주실 의향이 있으신지요?"
진건태는 강호에서도 유명한 인물인데 어찌 이런 식의 지명을 참아 내겠는가. 상대가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출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을 듣고 한바탕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완노사가 가르침을 주시겠다니 제가 바로 매우 열망하던 것입니다!"
말을 마치자 이미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수중의 팔괘금도(八卦金刀)를 흔들며 발밑은 부정불팔(不丁不八)의 자세로 서서 싸울 준비를 하고 정신을 집중하며 조용히 기다렸다.
이때 오른쪽에 서 있던 왜각호(矮腳虎) 사량(謝亮)이 첫째인 비천호 완환정을 향해 말했다:
"닭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쓴단 말입니까. 이번 싸움은 제가 먼저 나서서 눈도 뜨지 못하는 미친놈에게 교훈을 내리겠소이다!"
말을 마치고 한 걸음 나아가 손을 허리에 가져다 대고 돌리자 전체가 새까만 사골편(蛇骨鞭)을 휘두르자 채찍이 곧게 펴서 진건태의 앞가슴을 향해 번개 같은 기세로 쉭쉭 하고 바람소리를 내며 찌를 듯이 공격했다.
철비금도 진건태는 빠르게 공격해 오는 것을 보고 감히 무리하게 맞부딪치지 못하고 몸을 돌려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서며 피했다. 오른손으로 '봉황점두(鳳凰點頭)' 일초를 펼쳐 칼 끝으로 상대방의 채찍을 든 오른 팔목을 베어내려 했다.
왜각호 사량은 가볍게 웃으며 오른손을 뒤로 빼고 한번 몸을 돌리자 이미 철비금도 진건태의 오른쪽에 서 있었고 채찍을 휘둘러 상대방의 허리를 감아왔다.
철비금도 진건태는 즉시 팔괘만승도법을 전개하며 침착하게 대응하였다. 순식간에 칼이 마치 무지개처럼 빛나고 한기가 무성하였다. 눈 깜짝할 순간에 두 사람은 이미 이십 초를 교환했다.
왜각호 사량은 싸움이 길어지며 성과를 내지 못하자 저도 모르게 노기가 충천하여 초식을 바꿔 독문수법인 삼십육로영사편법(三十六路靈蛇鞭法)을 펼쳤다. 채찍은 마치 한 마리의 묵룡(墨龍)처럼 금빛이 번쩍이는 가운데 날아올랐다.
이때 철비금도 진건태는 바로 '횡소천군(橫掃千軍)' 일초를 사용하여 상대방의 하반신을 베어갔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왜각호 사량은 비록 뒤룩뒤룩 살이 찌었지만 경공이 매우 뛰어나 도풍이 미처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이미 팔 척 높이까지 몸을 날려 허공에서 허리를 비틀어 오른손에 쥔 사골편으로 아래를 향해 맹렬하게 내리쳤다.
진건태는 이미 초식을 끝까지 사용했고 채찍이 머리에 정면으로 부딪쳐 오고 있어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바로 그때――
갑자기 한줄기 경풍이 화살처럼 자신의 측면에서 '쉭' 하는 소리를 내며 쏘아져 와 사골편을 위로 튕겨냈다. 왜각호 사량의 밑으로 떨어지는 신형도 한줄기 무형의 힘에 의해 비스듬히 밀려나가자 저도 모르게 놀라서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
진건태는 상대방의 채찍이 내리치는 것을 봤는데 갑자기 뒤로 비켜서지자 즉시 누군가 암중으로 도움을 주고 있음을 알았다. 마음속으로 호기가 일어 앞으로 나아가 일도로 왜각호의 허리를 향해 베어갔다.
뒤로 젖혀졌던 왜각호 사량은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오른쪽에서 공격해오는 쇠붙이의 파공지성을 듣고 몸을 비틀어 옆으로 피하고자 하였으나 이미 반 보가 늦어 참혹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오른손의 세 손가락이 뿌리째 잘려나가며 피가 쏟아졌다. 그는 고통에 온몸을 떨며 얼굴빛이 창백해졌고 사골편도 일 장 밖으로 날아갔다.
첫째인 비천호 완환정은 앞으로 달려와 금창약(金創藥)을 꺼내 둘째인 삽시호(插翅虎) 진찬(陳燦)에게 대신해서 바르라고 명령하고 장중으로 몸을 돌려 걸어갔다.
민산오호는 강호를 횡행하며 이처럼 참패를 겪은 적이 거의 없었다. 더구나 첫째인 비천호 완환정은 강호 경험이 풍부해 일이 이상함을 이미 알아차렸다. 하지만 암중에서 출수한 사람의 공력이 너무 높아 감히 공공연히 싸움을 걸지는 못했다.
그는 노표두 서천수를 향해 처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귀 표국은 모두 몇 명의 고수를 불러 암중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오? 어찌 모두 나와서 얼굴을 보이지 않는 것이오?"
어조는 이미 다소 겸손해졌지만 겉으로는 강하지만 속으로는 부드러워 보였다.
표국 사람들은 모두 철비금도가 방금 전의 채찍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며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왜각호가 오히려 칼에 부상을 당하자 어찌 그들이 눈을 크게 뜨고 말문이 막히며 놀라지 않을 수 있으리오.
노표두 철지금환 서천수는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어리둥절해져서 잠깐 망설이다 곧 하하 웃으며 말했다:
"완노사부는 안심하십시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노부와 과명지교(過命之交)를 맺은 분들로 암중에서 도와주는 친구는 없소이다!"
비천호 완환정은 그 말을 듣고 암중으로 한시름 놨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체면을 고려해 냉랭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좋소. 하지만 우리 민산오호는 남들이 머릿수가 많다고 해서 두려워하지 않소! 노표두, 차라리 우리 두 사람이 끝장내는 것은 어떻소?"
그는 밤이 길면 꿈이 많아지는 것을 두려워해 속전속결을 희망했다.
노표두 철지금환은 두 눈썹을 찌푸리며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사양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노부가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쌍장을 들어 자세를 갖추었다.
비천호 완환정은 상대방이 주먹을 내민 것을 보고 강호에서의 명성을 생각해 자신은 당연히 병기를 꺼내지 않기로 했다. 단지 자신의 명성이 떨어질까 두려워하며 말했다:
"실례하오!"
쌍장을 한 바퀴 돌리며 흔들어 한줄기 강맹한 경풍을 철지금환의 가슴을 향해 공격해왔다. 위세가 매우 놀라웠다.
노표두는 중상에서 갓 나아서 신체가 아직 회복되지 않아 남과 억지로 맞서는 것은 불편하여 얼른 몸을 옆으로 비키며 다섯 걸음 옆으로 움직이며 날카로운 장풍을 피하고 평생의 절학인 삼십육로금나수(三十六路擒拿手)를 펼쳐 신속하게 육장(六掌)을 반격하고서야 비로소 상대방의 공세를 막아냈다.
비천호 완환정은 민산오호의 우두머리로 공력이 남보다 뛰어난 데가 있어 상대방의 금나수법(擒拿手法)이 노화순청(爐火純青)에 이르렀음을 보고 감히 태만할 수 없어 몸을 솟구쳐 공중에서 한 바퀴 돌며 다섯 손가락을 펼쳐 내리쳤다. 분명히 그는 이미 비응장법(飛鷹掌法)을 펼쳤다.
이 장법은 장백파의 독문 비기로 쉽사리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출수하는 모든 초식이 모두 공격 일변도라 경공이 극히 심후한 자라면 한 번 솟구쳐 일곱 차례나 연속으로 공격할 수 있어 상대방에게 반격할 기회를 주지 않는 정말 지극히 패도적인 수법이다.
금나수법은 진력이 가장 많이 소모되는 것이라 이처럼 공중으로 솟구쳐 내려치는 기세는 실로 대응하기가 어렵다. 하물며 노표두는 부상에서 갓 나아서 공력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공격을 받아내기가 더욱 힘들어 보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쌍방은 이미 이십 초가 넘게 손을 섞었다. 노표두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고 계속해서 숨을 헐떡이며 이미 불리한 처지가 분명했다.
비천호 완환정은 유리한 상황을 놓치지 않고 공세를 더욱 맹렬하게 높였다.
이때 철지금환은 바로 허리를 굽혀 위험한 공격을 피하려고 했지만 신형을 미처 뒤집어 돌리기도 전에 비천호의 '비응박토(飛鷹搏兔)' 일 초가 뇌정만균(雷霆萬鈞)의 기세로 내리쳐 왔다.
이제 막 왼쪽 어깨를 잡으려는 데――
별안간 폭갈이 터져 나왔다:
"도적놈이 감히!"
하나의 백색 신영이 한줄기 비할 데 없는 강력한 힘을 뿜어내며 섬전같이 장중으로 날아왔다.
비천호 완환정은 곧 승리를 쟁취할 것에 속으로 기뻐하며 더욱 전력을 다해 내리치는데 눈앞이 환해지며 오른팔이 마비되고 전신의 공력이 풀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장중에는 영준한 청년이 백삼을 휘날리며 꼼짝 않고 서서 우뚝 솟은 산처럼 고인 심연처럼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천호는 깜짝 놀랐다. 어찌 예사로운 일이던가. 상대방이 어떻게 손을 썼는지 어떤 초식을 사용했는지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자신이 강제로 떨어지자 한동안 경악하며 멍하니 서 있었다.
육검평이 얼굴빛을 바로하고 말했다:
"너희 다섯 명의 어설픈 실력으로 감히 공공연히 원한을 품고 말썽을 일으키다니, 노표두가 인정을 갖고 너희 문인에게 출수하여 가벼운 징벌을 내렸으니 마땅히 얼른 돌아가 문하를 엄금해야 한다. 더 이상 강함을 믿고 약한 자를 괴롭히거나 생트집을 잡지 말아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오늘 너희들은 정의의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천호 완환정은 상대방이 이처럼 젊은데 말투 또한 이처럼 거만하고 방금 전에 드러낸 한 수의 현묘한 무공을 보니 그야말로 보통사람은 생각해 낼 수 없는 것이었다. 먼저 상대방의 내력을 알아본 후 다시 상대하기로 생각하며 얼른 정신을 가다듬고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친구는 나이도 어린데 무공이 대단하구나. 사문과 이름을 알려줄 수 있는가?"
"너는 아직 물을 자격이 없다!"
"어린놈이 너무 오만하구나!"
"오만한지 안 오만한지는 곧 알게 될 것이다!"
이때 한쪽에 서 있던 둘째 삽시호(插翅虎) 진찬(陳燦)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
"소귀, 너는 간덩이가 부었구나. 감히 우리와 적이 되려 하다니. 너는 민산오호가 그렇게 만만한 사람들인지 알아보지도 않았느냐!"
말에 깔린 의도는 바로 다수로 이기겠다는 것이었다.
그의 생각은 다섯 사람이 연수하여 힘을 합치면 어린 녀석이 아무리 무공이 높아도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먼저 말로 상대방을 붙잡은 것이었다.
육검평은 총명이 절정에 이르렀으니 어찌 그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겠는가. 그러나 그는 무예가 높고 성격이 담대하니 고의로 무시하는 얼굴로 하하 웃으며 말했다:
"별것도 아니군. 너희 같이 강호에 해악을 끼치는 쓰레기들은 도련님이 일찍이 수습하려 했으니 차라리 너희 다섯 명이 한꺼번에 나서서 도련님이 손발을 애쓰지 않도록 해라."
민산오호는 강호상에서도 쟁쟁한 인물들로 이 같이 면전에서 멸시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 말을 듣고 거의 폭발할 지경이었다.
이런 정세 아래에서 첫째인 비천호가 아무리 노련하고 교활해도 까닭없이 노화를 삼킬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는 대갈일성(大喝一聲) 하였다:
"받아랏!"
그는 허리춤에서 담뱃대를 뽑아 육검평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그는 분노에 차 출수를 하여 담뱃대를 따라 경풍이 일었다.
나머지 삼호도 두 자루의 장검과 하 자루의 발풍도(潑風刀)를 동시에 뽑아 들어 순간 금철(金鐵)이 부딪히는 소리와 차가운 빛이 번쩍였다.
왜각호는 오른손에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한 손만 남아 공격할 틈을 보고 있었다.
육검평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여유로운 태도로 지금의 긴장된 정세에 조금도 동요되지 않았다.
네 가지 병기가 그의 몸에서 삼 촌 떨어진 곳에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능허보법을 펼쳐 마치 귀신처럼 몸을 무기가 미치는 곳을 벗어났다.
오호는 눈앞에서 번쩍하는 것을 보았을 뿐 상대방의 신형은 이미 사라졌다.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별안간 밖에서 들려오는 가벼운 웃음소리를 듣고 소리를 따라 바라보고 저도 모르게 간담이 써늘해졌다.
알고 보니 육검평은 이미 이 장 밖에 서서 그들을 무시하며 노려보고 있었다.
다섯 사라은 서로를 바라보며 재차 겹겹이 둘러싸려고 생각했다.
육검평이 대갈일성하며 말했다:
"이번에는 너희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양팔을 한 바퀴 돌려 흔들자 '용칩심연(龍蟄深淵)' 일초로 이미 반격했다.
회룡 비학은 고금의 비전으로 한번 펼쳐지면 어찌 오호와 같은 사람들이 막을 수 있겠는가?
장영(掌影)이 날아다니는 가운데 몇 번의 비명이 울리고 인영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둘째와 셋째가 가장 먼저 공격을 받았고 몸이 오 장 밖으로 날아가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두 줄기의 피 화살이 온통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넷째와 다섯째는 조금 더 멀리 있어서 측면 공격을 받아 몸이 일 장 밖으로 물러났다. 얼굴빛이 창백하고 가슴에서 피가 솟구치는 것이 분명히 이미 중상을 입은 것이었다.
비천호 완환정은 무공이 비교적 높고 피하는 것도 빨랐지만 그래도 다섯 걸음을 물러나서야 비로소 겨우 자세를 잡고 서 있었다.
육검평은 얼굴에 살기를 머금고 말했다:
"초범임을 고려해 본인은 적당한 선에서 멈추었다.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되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친구들은 그만 가라!"
비천호는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죽거나 부상을 당한 네 명의 아우들을 보고 마음을 칼로 도려내는 듯 아파서 늑대처럼 울부짖으며 말했다:
"사람을 죽여 봤자 머리만 땅에 떨어질 뿐이다. 오늘 민산오호는 패배했으니 베든 찢든 네 마음대로 해라. 완모가 살아있는 한 오늘의 원한은 갚을 것이다!"
"너의 이런 당당함에 나는 결코 쫓아가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용기가 있다면 언제든 풍뢰문으로 찾아와 너희들의 숙원을 풀어라."
풍뢰문! 그는 저도 모르게 갑자기 한 사람을 떠올리며 놀라 소리쳤다:
"네가 바로 '팔비금룡(八臂金龍)'이구나!"
"어찌 감히, 내가 맞소!"
"오늘 오호는 풍뢰문의 장문인의 손에 패배한 것은 그럴 만 했구나. 청산은 변하지 않고 녹수는 멈추지 않는다."
말을 마치고 부상당하 두 사람을 부축하고 온 길로 떠났다.
장외에 있던 표국 사람들은 일찍이 이런 식의 싸움을 본적이 없어 어리벙벙해 있다가 이때 적들이 이미 물러간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노표두는 연신 머리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바로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는 것이었다. 자신은 이미 나이가 들었고 이제는 빨리 이런 칼날 같은 삶에서 벗어날 결심을 더욱 굳혔다.
둘째 날 그는 큰 연회를 열어 무림의 명숙들과 친구들을 초청하여 금반세수를 선포하여 은퇴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연회에는 곤륜파 장로인 면장(綿掌) 구양덕부(歐陽德敷), 소림의 속가 명수인 공임평(龔任平), 진원표국(鎮遠鏢局)의 노표두 천강수(天罡手) 증자성(曾子誠) 등이 앉아 있었다. 모두 무림에서 명성이 높은 사람들이었다.
연회 중간에 노표두 철지금환 서천수는 모두에게 한 잔의 술을 주고 이어서 말했다:
"저는 여러 친구분들의 사랑으로 굉장표국을 개설하고 밥을 벌어먹으며 삼십 년간 다행스럽게도 실수 없이 무사히 오늘까지 오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나이가 많아져 오늘부터 은퇴하여 집으로 돌아가 손을 씻고 칼을 봉인하고 다시는 무림의 일을 언급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표국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업무는 진원표국의 증노표두께 맡겼습니다. 오늘 술잔을 들어 여러 친구분들의 변함없는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말을 마치고는 자주 술을 권하며 주인과 손님은 즐겁게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갑자기 곤륜파의 장로인 면장 구양덕부는 철지금환의 귀에 대고 속삭이자 노표두은 얼굴에 난색을 표했고 소림의 속가 명수인 공임평이 옆에서 설득한 끝에야 비로소 일어서서 육검평을 향해 살짝 웃으며 말했다:
"구양노선배님이 천하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장문인의 개세적인 무공을 흠모하여 아우와 한번 겨루고 싶어하네. 노부가 대신해서 의향을 전달하고 노제의 의견을 구하고자 하네!"
육검평은 대응에 고민하고 있었다.
소림의 속가 명가인 공임평이 먼저 말했다:
"오늘의 성회는 만나기 어려운데 장문인께서는 귀중한 것을 아끼지 마시고 몇 수 절학을 보여주시어 우리의 안계를 넓혀 주시고 연회에 앞서 더욱 빛을 발하게 해주시오."
본래 자라에 있던 사람들은 육검평의 실력에 대해 대부분 소문만 들었을 뿐 도대체 어느 정도의 경지인지 직접 고증하여 이 기회에 견식을 넓히고자 했다. 이런 상황에 공임평이 이 같이 바람을 잡자 저도 모르게 만장일치로 박수를 치며 찬성했다.
육검평은 중인들의 뜻을 거절하기 어려웠고 게다가 옆에 앉아 있는 구양덕부는 줄곧 눈을 감고 꼼짝도 않고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소년의 호승지심을 자극하였다. 이내 두 손으로 포권을 하고 인사를 하며 말했다:
"차마 눈에 차지 않을 보잘 것 없는 기술인데 구양선배님께 기꺼이 가르침을 주시려 하니 제가 힘써 모시겠습니다. 다만 실력을 확인하는 것은 괜찮지만 실제로 대결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노표두 철지금환 서천수는 하하 웃으며 말했다:
"노제의 말은 구양선배의 뜻과 일치하니 잠깐 노부를 따라 뒷마당으로 가서 시험해 봅시다! 자! 우리 먼저 두 분의 만남을 축하하며 건배합시다!"
말을 마치고 한 모금에 술잔을 비웠다.
모두가 따라서 건배를 하고, 시끄럽게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는 등 열정이 넘치며, 대청 전체가 떠들썩한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잔치가 끝난 뒤, 일행은 뒤쪽에 있는 연무장으로 옮겨갔다.
구양덕부(歐陽德敷)의 나이는 팔십여 세로 곤륜파에서 유일하게 남은 장로였다. 긴 눈썹에 도를 닦은 눈 그리고 서리처럼 하얀 수염과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외모는 위엄있으면서도 청량함이 비치는 무공이 초범입성(超凡入聖)에 이르러 심오막측(深奧莫測)하며 오십 년 전부터 무림에 명성을 떨쳤지만 사람 됨됨이가 바르고 곧으며 성격이 지극히 고집이 세고 오만하며 철지금환의 사부와는 금란지계(金蘭之契)를 맺어서 노표두는 스승의 예를 갖추어 모셨다.
후원의 사방에는 회화나무가 드문드문 심어져 있었고 나무 몸체는 모두 껴안아야 할 만큼 굵고 수 장 높이에 달해 멀리서 보니 마치 푸른 병풍과도 같았다.
이때 태양이 높이 떠서 눈 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비록 봄바람이 화창했지만 후텁지근하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나무 아래에는 벌써 탁자와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다.
중인들이 회화나무 그늘 아래로 오자 구양덕부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노부는 소협의 개세신공을 앙모해 일부러 무리한 부탁을 했소. 당돌하게 굴어 실례했소이다. 소협이 어떤 방법과 범위로 증명하실 것인지 제시해주겠소?"
육검평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선배님께서는 덕이 높고 명망이 높아 무림에서 명성이 높습니다. 저는 감히 넘보지 못합니다. 방법은 선배님께서 내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구양덕부는 마음속으로 콧방귀를 뀌며 생각했다:
"잠시 후에 네가 얼마나 더 건방을 떨 수 있는지 보자!"
하지만 그는 그 말을 듣고는 여전히 하하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우리 이 회화나무로 장공(掌功)을 인증하는 것이 어떻겠소?"
육검평은 이 노인의 면장(綿掌)의 화후(火候)가 분명 등봉조극(登峰造極)에 이르렀으며 분명 독보적인 점이 있을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방법이 이미 제시되었으니 어찌 됐든 자신은 번복할 수는 없어 즉시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시했다.
구양덕부는 육검평의 무공에 대해 이미 들어본 바 있으며, 이번에 수십 년간의 무림에서의 명성으로 공력을 인증하려고 했다. 겉으로는 마치 태연자약한 것처럼 보였지만 속으로는 매우 긴장하고 있었으며 그는 전력을 다해야 했다.
그는 양 소매를 걷고 나무에서 반 장쯤 떨어진 곳에서 쌍장을 천천히 가슴 앞까지 들어 올렸다. 우장은 가볍게 나무쪽으로 밀어내며 쉭쉭 대는 한줄기 경풍이 나아갔다.
펑 소리와 함께 커다란 나무가 한바탕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좌장도 앞으로 밀어내자 나무가 다시 한번 흔들렸는데 앞선 일장보다 더 강력했다.
힘이 빠질 무렵 오른손을 다시 돌려 밀어내며 이처럼 교차해서 밀어내고 내려치니 나무 전체가 끊임없이 바스락 소리를 내며 마른 가지와 낙엽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연속으로 칠 장을 번갈아 밀어낸 뒤 갑자기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이얍' 하는 소리와 함께 쌍장을 평행하게 밀어내자 한줄기 비할 데 없는 광풍이 곧장 나무를 향해 맹렬하게 부딪쳐 갔다.
'우지끈' 하고 거대한 소리가 울린 곳에는 대략 지름이 일 척 정도 되는 나무가 부러졌다.
이를 본 모든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구양덕부는 여전히 침착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원래 자리로 돌아왔으나 얼굴에는 의기양양한 기색을 드러냈다.
육검평도 지식이 풍부하여 면장(綿掌)이 한 번의 호흡으로 오 장을 교차해 발출할 수 있음을 알았는데 이 노인은 뜻밖에도 연속 칠 장을 밀어냈다. 그의 공력이 이미 등봉조극의 경지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었다.
감히 소홀히 할 수 없어 뒤로 다섯 걸음을 물러나 살짝 진기를 들이마시고 양 팔에 공력을 모아 나무를 향해 일장을 밀어냈다.
한줄기 추산전해(推山填海)의 강력한 기운이 광풍처럼 나무를 향해 밀어붙였다. 나무의 윗부분이 부러질 듯 뒤로 휘어져 부러지려 할 때 육검평은 쌍장을 거두었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는 다시 곧게 펴지더니 천천히 앞으로 기울어져 곧바로 땅에 닿았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전체가 뿌리째 뽑혔다.
나무 그늘에 앉아 있던 군호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하며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문이 막혀 한동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구양덕부는 성격이 솔직 담백하여 하하 웃으며 말했다:
"소협이 허공섭물(虛空摄物) 솜씨로 노부의 안계를 열어주었소! 보통 허공섭물의 장력은 최대로 삼 장 이내에서만 도달할 수 있는데 소협은 오 장 밖에서도 자유자재로 운용하여 수발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오! 이 늙은이가 무리한 부탁이 있는데 소협이 이 늙은이를 노형님이라 불러줄 수 있겠소?"
이 노인은 서로 아끼는 마음이 이미 생긴 것 같았다.
육검평은 매우 총명하여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으니 급히 몸을 돌려 땅에 엎드리며 입으로 소리쳤다.
"노형님, 조금 전 소제의 실태를 개의치 말아 주십시오."
구양덕부는 낭랑한 목소리로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소형제, 절대 그렇게 말하지 말게나. 노형이 평생 굴복한 사람은 자네가 유일하네!"
육검평은 마음이 급해 온주 귀운장에 새롭게 세워진 풍뢰문 총단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어 즉시 떠나려 했지만, 면장 구양덕부와 노표두가 거듭 간곡히 만류하자 후의를 거절하기 어려워 잠시 머물다가 삼 일째 되는 날에야 비로소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노표두 철지금환 서천수는 표국의 아직 처리되지 않은 업무를 진원표국(鎮遠鏢局)에 넘기고 모든 행랑(行囊)을 싸서 산동성 고양(高陽)으로 가족을 데리고 속히 돌아갔다.
'무협소설(武俠小說) > 거검회룡(巨劍回龍) - 蕭瑟'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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