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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三章 서영웅거(棲英雄居) 본문

무협소설(武俠小說)/거검회룡(巨劍回龍) - 蕭瑟

第三章 서영웅거(棲英雄居)

少秋 2023. 11. 25. 12:00

 

 

第三章 棲英雄居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거리 양쪽에 있는 가게와 민가들도 줄줄이 불을 켜기 시작했다……

 

매서운 서북풍이 그 위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듯 더욱 거세게 불고 있었다!

 

평아는 '앗' 하고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 하늘빛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시간이 늦었구나! 내가 왜 이렇게 걷고 있지!"

 

속으로 말하며 몸을 돌려 왔던 길로 걸어갔다.

 

갑자기, 한산한 거리에서 '두두――두두' 하고 낭랑한 말발굽 소리와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평아가 얼른 고개를 들어 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마주오던 마차가 이미 지나가고 있었다.

 

비록 얼핏 보았지만, 평아는 이미 방금 지나간 것이 세 마리의 노새가 끄는 수레임을 똑똑히 보았고 수레에는 융(絨)막이 아래로 늘어뜨려져 있어 어떤 물건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없었으나 그는 수레를 몰고 가는 평범한 농사꾼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그의 마음이 흔들렸다. 왜냐하면 단지 몸이 엇갈리는 사이에 그 수레를 몰고 가던 이가 마치 고개를 들고 그를 한 번 주시했던 것 같았다. 그는 분명히 그 노인의 눈빛이 마치 한 줄기 형형한 정광을 내뿜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평아는 급히 몸을 돌려 보니, 그 노새 수레는 이미 저녁 안개 속으로 사라졌고 그 눈밭에는 두 줄기 긴 바퀴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는 멍해져서 머리를 흔들며 의심스럽게 객점을 향해 왔던 길을 갔다……

 

냉풍이 그의 얼굴을 스치면서 그는 또 그 '지살곡(地煞谷)'에서의 하룻밤을 떠올렸다.

 

"그 괴벽(怪癖)한 '독고자(獨孤子)'는 정말 이해할 수 없지만 나는 그에게 매우 감사해야지. 그의 그 차가운 옥 침상에 잠깐 누워있었더니, 나의 내공이 의외로 많이 정진 된 것 같다!"

 

생각하면서,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눈을 들어 바라보니 주위에 행인이 없어 다리에 힘을 더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 신형은 마치 활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일사천리로 달빛 아래의 눈밭에 희미한 그림자를 그리며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반각 후, 그는 이미 거리에 있는 '영웅거(英雄居)'에 도착했다.

 

그는 기세를 거두고 소매를 가볍게 털고 멋지게 팔자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이때는 바로 등불을 켤 무렵이라 문 앞에서 한 점원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등불을 통해 그 점원이 바로 소동(小冬)이란 것을 알고는 미소를 지으며 지나갔다.

 

그 소동은 아마도 정신이 없었는지 고개를 들어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정신없이 앞으로 나가 속사포처럼 말했다:

"나으리! 묵으실 건가요? 저희 영웅거는 자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깨끗한 상방(上房), 넓은 대청, 위생적인 시설, 입맛에 맞는 요리, 편안한…… 앗! 나으리! 나으리시군요!"

 

당연하게 그는 입으로 속사포처럼 단숨에 한편의 장사 대사를 쏟아냈는데, 어찌 눈여겨보니 눈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낮에 객점에 묵은 손님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말없이 그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으나 평아가 웃으며 말하는 것을 들었다:

"어때, 술은 충분히 마셨지!"

 

그 소동은 말을 듣고 얼굴을 붉히며 우물쭈물 말했다:

"나으리! 나으리…… 저…… 그……"

 

"어! 자네 방금 그 재주는? 어디로 가버렸냐!"

 

평아는 그가 '음아' 하는 것을 한참 보았는데도 말을 하지 못하자 참지 못하고 그를 놀렸다.

 

소동은 엉뚱한 말을 했다:

"나으리! 나으리의 말은…… 먹었습니다. 배불리 먹었어요!"

 

한참 만에 그는 마침내 이런 말을 꺼냈고 이어서 또 말했다:

"저…… 저는 다섯 근이나 먹였어요…… 아니! 밀 열 근이에요."

 

평아는 듣고는 웃으며 말했다:
"아! 고맙구나. 자! 이거 네게 주는 거다! 또 가서 노주 몇 근을 사서 더 마셔라!"

말을 하며 또 품에 손을 넣어 은 한 덩이를 꺼내 넘겨주고는 지나갔다.

 

그 소동은 말을 듣고 좋아서 더듬거리며 말했다:

"이……이거 어째서…… 또…… 또 나으리께…… 돈을 쓰게 해서……"

 

말을 하며 크게 침을 삼키며 두 눈으로 평아의 수준에 있는 새하얀 은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은자를 쥔 손은 그의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오른쪽에 옮겨져 있었다. 그의 두 눈도 얼이 빠진 상태로 그 새하얀 은자를 따라 오른쪽으로 옮겨졌다. 그의 기름때 묻은 손은 찢어진 솜저고리에 몇 번 문지르고 또 '꿀꺽' 하며 크게 침을 삼켰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그는 눈앞의 그 젊은 나으리가 팔을 높이 들고 문밖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의 시선을 따라 밖을 내다보았다! 헉!

 

세 마리의 노새가 끄는 수레 한 대가 유유히 문 앞에 멈춰 서 있는데, 마차 바퀴에는 아직 눈이 많이 묻어 있고 노새도 땀투성이여서 말할 것도 없이 먼 길을 달려온 듯했다.

 

소동은 눈을 깜박거리더니, 헤헤 또 재신이 와서 급히 옷자락을 가다듬고 마중 나갈 준비를 하였으나 생각해 보더니 눈앞의 손님 손에 있는 은자를 곁눈질로 보았다. 입에 닿은 고기를 어떻게 미끄러지게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는 혀를 내밀고 한 걸음을 내딛으며 왼손의 새끼손가락을 손님의 손을 찌르고 오른손은 아래로 뻗었다. 헉! 새하얀 은자 덩어리가 수중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입으로 "감사합니다 나으리" 하고 외치고는 세 걸음에 갈 거리를 두 걸음에 가며 또 재신(財神)을 맞이하러 갔다.

 

뜻밖에도 눈앞이 번쩍하더니 그 젊은 손님은 몸을 돌려 이미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들어보니 수레 위에는 융막이 이미 들려있었고 안에는 모피를 두른 어린 남녀 둘이 있었고 용모를 보니 오누이 같았다. 사내아이는 시골아이 차림으로 외모가 얌전했지만 계집아이는 예쁘게 생겼으며 일신에 묵록색의 나삼에 밑에는 같은 색의 주름치마를 입고 있었다. 두 가닥으로 크게 땋은 윤기 나는 머리가 어깨를 지나 가슴 앞까지 늘어져 있었다. 이때, 그녀는 머리를 숙이고 머리끝에 붉은 융을 매고 있었다.

 

그 수레를 몰던 사람은 오십 전후의 농사꾼으로 누런 얼굴에 팔자수염을 하고 있었으며 낡은 면포를 걸쳤는데 기름때가 광택이 났다. 이때 그는 긴 채찍을 끌채에 꽂고 큰 걸음으로 걸어 들어왔다.

 

소동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허리를 굽혀 웃으며 말했다:

"나으리들! 묵어가세요! 부탁드립니다!"

 

그는 거절당할까 두려워 감히 다시 속사포처럼 쏘아대지 못했다.

 

"주인장 계시느냐?"

 

그 시골노인은 먼저 대답은 않고 그에게 되물었다.

 

소동은 이 말을 듣고 뜻밖에도 이 사람들이 주인장의 친구라는 것을 알고는 황급히 다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으리! 둘째 어른께서는 일이 있으셔서 외출하셨습니다! 손님께서는 쉬시며 요기를 하실 건지, 아니면 묵으실 건지. 저희는 깨끗한 상방이 있고, 넓은 대청, 바람이 잘 통하는……"

 

기회를 틈타 또 한편의 장사 대사를 늘어놓았다.

 

그 노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는 멈추지 않을 거다. 날이 너무 늦은 것도 아니니 아직은 갈 수 있다!"

 

소동은 그 말을 듣고는 급해서 큰 소리로 외쳤다:

"나으리! 뭘 그렇게 서두르세요! 날이 이렇게 늦었고 날씨 또한 안 좋은데. 나으리……네! 계(桂) 선생님!"

 

이때 장방(賬房)이 소리를 듣고 뛰어 나왔다.

 

소동은 급히 말했다:

"계선생님, 이분 어르신은 저희 둘째 어르신의 친구이십니다……"

 

그 시골노인이 이어서 말했다:

"이곳을 지나가는 주요 목적은 주인을 보는 것인데 그가 이미 없으니……"

 

"영감님, 당신은 너무 겸손하시네요. 비록 둘째 어르신이 집에 계시지는 않지만 점원은 절대 영감님을 소홀히 대할 수 없습니다! 만약 영감님께서 들어오지 않으시고 둘째 어르신이 돌아오시면 우리들 같은 하인들이 실례를 범한 것을 탓하지 않겠습니까?"

 

그 장방선생은 콧등의 돋보기안경을 들어 올리고 마른기침을 하고는 이어서 말했다:

"더군다나 날이 이렇게 추운데 가축도 견딜 수 없어요!"

 

분명히 그는 돋보기안경을 여전히 쓰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밖에 있는 노새가 끄는 수레를 보았다.

 

그 노인은 머뭇거리더니 다시 안을 들여다보았다. 소동은 보자마자 그가 이미 약간 맘이 움직이자 급히 밖으로 뛰어나가 노새가 끄는 수레를 끌 준비를 했다.

 

"할아버지, 저희는 그냥 돌아가지요!"

 

분명히 그 소녀도 밖에서 밤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노인네는 눈살을 찌푸리며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눈이 다시 내리면 큰일이다. 게다가 우리는 옷이 두껍지 않아서 감기에 걸릴 것이다!"

 

"그렇고말고요. 눈 내리는 날 서둘러 길을 가는 것은 정말 고생입니다! 영감님! 안심하세요. 빨리! 소동안, 가축을 돌보고 여물을 충분이 먹여라!"

 

그 장방은 정말 똑똑하다. 이렇게 해서 그들 세 사람은 또 객점에 묵었다.

 

"영감님, 안으로 들어오세요. 후원에 넓은 대청이 있습니다!"

 

그 장방은 손님을 공손하게 대하면서 몸을 숙이고 앞장서서 걸어갔다.

 

문턱을 지나자 안은 온통 떠들썩했다. 알고 보니 천정 옆에는 큰 방이 있고 안쪽에는 여전히 떠나지 않은 표사, 객상 그리고 껄렁껄렁한 본바닥 불량배들이 한 탁자에 가득 둘러 싸여 도박을 하고 있었다.

 

소녀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경박하게 괴성을 지르자 그 소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 누런 얼굴의 시골 노인네는 방안을 힐끗 쳐다보더니 줄곤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뒤에 서있던 사내아이는 똑바로 눈을 뜨고 방안을 바라보며 잠시 발을 멈추었다가 눈치를 챈 듯 급히 가버렸다.

 

천정을 돌아 뒤뜰에 이르러 장방은 눈을 들어 평아가 늙은 매화나무 아래에 서서 생각에 잠긴 듯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황급히 안경을 밀면서 웃으며 말하였다:

"공자님! 아직 안 주무셨군요!"

 

평아는 그 소리를 듣고 가볍게 '아' 하고는 시선을 거두고 장방선생을 보자마자 황급히 웃으며 말했다:

"응! 아직!"

 

말을 하며 장방의 뒤를 따라 오는 세 사람을 보고 잠시 어리둥절 했지만 그는 그때 그 누런 얼굴의 시골노인도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몸을 돌려 가지에 눈이 쌓인 늙은 매화나무를 계속 감상했다.

 

그는 장방선생이 그들을 몇 칸의 객실에 나눠 각각 배정하고 사과하며 떠나는 것을 똑똑히 들었다.

 

그는 방으로 돌아가 취침하려 했지만 저녁 바람에 잠이 전혀 오지 않아 뒷짐을 지고 후원에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하늘 귀퉁이에서는 몇 개의 차가운 별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한쪽으로 굽은 하현달이 눈이 쌓인 처마에 비추어져 하얗게 빛났다……

 

몇 그루의 구불구불한 늙은 매화나무가 후원에 우뚝 솟아있었다……

 

담담한 달빛이 눈 쌓인 나뭇가지에 쏟아져 그것을 단단하고 완강하게 보이게 했다……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강호를 유랑해왔고, 나를 둘러싼 것은 거의 곤경과 고난, 그리고 험악한 소인배가 전부였어. 만약 그분 선량한 괴인이 아니었다면 나는 정말 어느 지경까지 떨어졌을지 알지 못할 거야."

 

"그분 괴인은 내게 무공을 전수해 주면서 내가 내 자신을 잡고 굳건히 서서 악의 세력에 도전하기를 바랬던 것이었지만 1년 동안 나는 무엇을 했던가?"

 

"아! 나는 그의 심혈을 크게 저버렸다. 그는 일찍이 나에게 세상의 불평등에 대해 노력하고 위대한 그분 '구천신룡'의 절학에 대해 노력하라고 말했지만, 나는 단지 나의 사적인 원한을 위해 끊임없이 무당산을 향해 도발하여 무수한 시간을 낭비했다.

 

이제부터 나는 시간을 확실히 잡아 일분일초도 허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청삼표객을 찾아 그에게서 회룡비급을 회수하고 다시 적당한 곳을 찾아 잘 수련한 뒤에 나는 한노부자(韓老夫子)를 본받아 천하의 일을 자신의 소임으로 삼고 인간 세상의 불평등을 척결해야 할 것이다.

 

말을 하며 그는 또 한숨을 내쉬고 나뭇가지를 응시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왕왕 눈앞의 어려운 환경에서의 좌절 때문에 넘어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되지만, 이 추운 겨울에도 풍설을 무릅쓰고 굳건하게 서 있는 늙은 매화나무는 다른 나무들이 모두 시들고 누렇게 변해도 여전히 차가운 서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람도 마땅히 이와 같다! 인고의 역경은 아무 것도 아니다. 굳건한 늙은 매화를 배우자. 가슴을 펴고 용감하게 감당하자. 그렇지 않으면 그것을 털어내라. 그것이 너의 몸을 짓누르지 못하게 해라. 어두운 날이 지나가면 반드시 밝은 날이 찾아오는 것이니 노력하라! 늙은 매화여! 우리 서로 축복하자. 추운 겨울이 지나가면 봄이 찾아올 것이니 우리의 앞날이 봄처럼 밝기를 바란다!"

 

그는 멍하니 반각을 응시하다 몸을 돌려 침실로 천천히 걸어갔다.

 

갑자기――

 

왼쪽에 있는 객실의 방문이 '끼익――' 하고 열리며 청수한 얼굴이 내밀어졌다가 힐끗 보고는 다시 들어가 버렸지만 길게 땋은 머리와 두 개의 맑고 깨끗한 눈동자가 평아의 마음속에 새겨졌다.

 

"그녀의 눈은 정말 소봉(小鳳)을 닮았구나! 동글동글한 것이 마치 말을 할 줄 아는 것 같았고 총명함이 충만했지만 소봉의 머리는 그렇게 길지 않았어!"

 

그는 굳게 닫힌 방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잠시 후 재빨리 깨닫고 비웃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남의 집 큰 딸의 방문 앞에 서 있다니, 허!"

 

생각하면서 그는 황급히 자신의 방문을 향해 걸어갔고, 그가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라――

 

그는 눈가에 흑영이 번득이는 것을 발견한 듯 앞뜰을 향해 걸어갔다. 체형에서 그가 그 시골노인의 손자라고 추측했다.

 

그는 문을 닫고 침상 앞으로 걸어가 의심스러운 듯 말했다:

"이 시간에 그는 어디로 가려는 거지? 그 사람들은 모두 좀 이상한데."

 

생각하며 그는 다시 머리 땋은 소녀를 생각했다:

"일 년 동안 소봉(小鳳)은 당연히 많이 컸겠지. 그녀의 변발도 그렇게 길어졌겠지! 아! 내가 시간 내서 돌아가 봐야 하는데. 일 년 동안 이런 사소한 일에 얽매여 생각할 겨를도 없었네!"

 

그는 한숨을 내쉬며 품에 손을 넣어 은 부스러기 한 개를 꺼내 불빛 아래 살펴보면서 저도 모르게 웃었다:

"그 소동은 자신이 총명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가 어찌 생각이나 했겠는가……허허!"

 

말을 하며 그는 은 부스러기를 품에 넣고 파손되어 불완전한 서책 한 권을 꺼냈다. 그렇지만 낭랑한 목소리로 읽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은 항상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야 고칠 수 있으며, 마음이 곤경에 빠지고 사려에 잠기고 나서야 분발하여 일어나게 된다;낯빛에 의지가 드러나고 목소리가 결연하게 된 이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안으로 법가와 불사가 없고 밖으로는 적국과 외환이 없으면 나라는 늘 망하게 된다. 멸망한 이후에야 우환에 살게 되고 안락함에 죽게 됨을 알게 된다."

 

그가 등불을 끄고 읽은 지 반각이 지나 갑자기 한바탕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귀를 기울여 그 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것을 알아차렸는데 마치 앞마당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머리를 한 번 굴리더니 그는 가볍게 '아' 하고 생각했다:

"방금 들어올 때, 천정의 큰 방에서 도박을 하는 것 같았는데 아마도 방금 그 시골노인의 손자도 기회를 틈타 몰래 빠져나간 모양이구나!"

 

생각하며 그는 책을 두고 다시 문을 열고 나왔다.

 

문이 열리고 그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과연 저기 큰 방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따금 웃음소리와 고함소리가 뒤섞여 있어서 아마도 그들이 도박을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평아는 빠른 걸음으로 천정을 지나 큰 방 밖에 도착했다. 아마 안에는 사람이 많고 공기가 너무 탁해서 차가운 날씨에 서북풍이 부는데도 불구하고 몇 개의 큰 문과 창문이 모두 열려 있었다.

 

방 안은 매우 떠들썩했다. 먼저 흩어졌던 사람들이 모두 큰 원을 이루어 모든 사람들이 정신을 집중하여 중간에 있는 둥근 탁자 위의 골패를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아가 방에 들어갔을 때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가장 평아의 주의를 끈 것은 바로 중간에 앉아 패를 돌리는 흑인이었다. 네모난 머리에 국자 얼굴, 미간을 찌푸려 눈썹은 마치 두 마리의 검은 누에처럼 붙어 있고 네모난 턱은 앞으로 치켜들고 있어 누구에겐가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차림새는 매우 단정하다. 견직물로 만든 명주 솜저고리에 허리에는 빨간 비단 요대를 매고 그 비단 끈에는 작은 비단 장식이 오른쪽 사타구니 쪽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골패를 돌리는 상에서 이득을 보지 못했는지 추운 날씨에 머리에서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손에 든 두 개의 주사위를 계속 비비고 있는데, 그 소리는 마치 추운 날씨에 얼음을 갉아 먹는 것 같아서 사람들은 전신에 닭살이 돋았다.

 

탁자 위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었다. 새하얀 은자, 겹겹이 쌓인 장표(莊票: 전장에서 발행한 수표), 둥근 동전들이 있었다. 평아는 사방을 쓸어보니 주위의 도박꾼들을 보니, 객잔에 묵는 표객도 있었고, 상인도 있었으며 그 지역의 건달이나 불량배로 보이는 자들도 있었다. 그가 시선을 서쪽 끝으로 돌렸을 때, 저도 모르게 가슴이 벌떡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