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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四章 도장풍운(賭場風雲) 본문

무협소설(武俠小說)/거검회룡(巨劍回龍) - 蕭瑟

第四章 도장풍운(賭場風雲)

少秋 2023. 11. 29. 12:30

 

第四章 賭場風雲

 

그 큰 키의 흑인 팽이릉자(彭二楞子)가 외쳤다:

"봐라!" 하며 오른손으로 던졌다――

 

순간 주사위 두 개가 탁자 위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고, 이어서 그가 목청껏 지르는 소리만 들리더니 다시 크게 외쳤다:

"다 먹자!"

 

그 말투를 들으니 마치 그는 매우 자신이 있는 것 같았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회전하는 주사위 두 개를 주시하는 것이 마치 눈 깜짝할 사이에 주사위가 날아갈까 봐 몹시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퍽!"

 

갑자기, '천문(天門)' 을 지키던 시골 노인네의 손자가 탁자를 주먹으로 맹렬하게 치자 두 개의 주사위가 번갈아 튀어 올랐다. 분명히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났는데 누구도 그가 이런 수법을 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평아가 눈을 들어 보니, 그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탁자를 쳐다보며 입가에 한 줄기 냉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 팽이릉자가 멍하니 눈살을 찌푸렸지만 곧 다시 누그러졌고 얼굴의 근육이 실룩거리며 콧구멍에서 끙끙 소리를 내며 다시 탁자를 노려보았다.

 

'떼굴떼굴――' 소리와 함께 그 두 개의 회전하던 주사위는 갑자기 멈추었다.

 

수십 개의 머리가 약속이나 한 듯 앞으로 내밀더니 이어서 또 함께 '와' 하는 소리를 냈다. 탁자 위에는 한 쌍의 성홍(猩紅)색 '요(么)'가 정확하게 놓여 있었다.

 

"나가서 패를 돌려라!"

 

선을 잡은 팽이릉자는 옆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불량배 모양의 작고 여윈 사람에게 명령했다!

 

작고 여윈 사람은 차례로 두 장을 내놓고 마지막 하나를 선에게 주었다. 팽이릉자는 패를 집어서 탁자 위에 힘차게 훑어내며 패를 쥐고 은밀하게 쓰다듬었다.

 

그의 굵고 짙은 눈썹은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이 마치 반쯤 죽은 가을누에처럼 보였다. 이어서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주위의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았다.

 

그리고 나서 그는 패를 탁자 위로 힘껏 내던져졌다. 마치 그가 선이 되어서 운이 나쁜 것처럼 네 장의 패는 천지를 보지 못하고 기껏해야 아팔아(蛾八兒) 조합만을 낼 수 있었다.

 

"패를 보여라!"

 

팽이릉자는 징 깨지는 소리를 내며 위엄있게 명령했다.

 

한바탕 탁 탁 탁 탁 소리가 마구 울리며 패들이 모두 열리자 팽이릉자는 제일 먼저 '천문'을 주시했다.

 

그의 이름과 같이 그의 두 눈이 잠시 어리둥절했다.

 

평아가 고개를 내밀고 보니 그 '천문'의 패 하나는 이판등(二板凳); 한 장은 잡오(雜五)――소별구(小鱉九)였다!

 

팽이릉자의 눈은 더욱 커졌고 그 '천문'에 걸린 돈은 완전한 모양의 대원보(大元寶)로 적어도 7,8개 있었고 더 큰 은덩이가 있었다. 그의 머리에서 콩알 만한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사방은 쥐 죽은 듯 조용하고 모든 사람의 눈은 마치 그가 어떻게 물러나는 지를 보려는 듯 팽이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탁자 위에 있는 그의 돈으로는 근본적으로 배상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그 팽이릉자는 과연 강호 생활을 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뺨에 경련이 일어나더니 짙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침착하게 말했다:

"모두 돈을 그만 걸고, 우리 한 판 더 합시다!"

 

그 '천문'에 건 젊은이가 눈을 들어 팽이릉자의 탁자를 살펴보며 차갑게 말했다:

"깨끗이 배상하고 다시 돌리시오!"

 

분명히 그도 팽이릉자의 탁자위의 돈이 부족한 것을 똑똑히 보고 반대하였다.

 

팽이릉자는 깜짝 놀라 얼굴이 어두워지며 보기 흉하게 눈썹을 찌푸리더니 딱딱하게 말했다:

"부족할까봐? 너 낙양대로에 가서 나 팽이릉자가 어떤 인물인지 좀 알아봐라!"

 

하지만 젊은이는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차갑게 말했다:

"당신이 어떤 인물이든 배상하고 나서 다시 얘기하시오!"

 

팽이릉자는 얼굴빛이 다시 변했고, 굵고 짙은 검은 눈썹을 찌푸렸다. 얼굴에는 우는 것보다 더 보기 흉한 웃음이 솟아올랐다!

 

"목숨을 건 녀석! 네게 알려주마! 네가 우리 팽이야(彭二爺)를 업신여기는 것은 바로 '화운문(火雲門)'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그는 옆에 있는 불량배 같은 얼굴의 작고 깡마른 사람이 가슴을 치며 나서서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그러나 팽이릉자는 손을 뻗어 그가 계속 말하려는 것을 막았다.

 

주변 사람들은 작고 깡마른 자가 말한 '화운문(火雲門)'이란 세 자를 듣고 얼굴빛이 변한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귀신이라도 본 것같이 뿔뿔이 흩어졌다.

 

순간 그 열기 넘치던 장소는 차갑게 변했고 대여섯 명의 건달 모양의 사람들만 움지이지 않고 서 있었다. 분명히 그들 모두 팽이릉자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왜냐하면 그들도 모두 일신에 검은 천의 솜저고리를 입고 허리에는 붉은 색의 표사(飄絲)로 만든 요대(腰帶)를 두르고 있었다.

 

팽이릉자는 이때 주위를 쓸어보며 한바탕 대소를 터뜨리고 호방하게 말했다:

"뭘! 천만에! 형제들이 비록 철장(鐵掌) 유오야(劉五爺)에게 밥을 얻어 먹기는 했지만 평생 도박을 한 나 팽가는 지금까지 나쁜 일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말한다. 사철단아(謝鐵蛋兒)야 가서 내 돈 좀 가져다 줘!"

 

말을 하며 다시 광소를 터뜨렸다!

 

부름을 받은 작고 깡마른 사철단아는 쥐눈을 반짝이며 몸을 돌려 나갔다.

 

시골 노인의 손자는 탁자를 응시하고 있었고 마치 시종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 팽이릉자는 이때 한쪽 다리를 의자에 올려놓고 한 손으로는 턱 밑의 짧은 수염을 뽑으며 두 눈을 끊임없이 굴리고 있었다.

 

이전에 뜨겁게 달궈졌던 공기는 말끔히 사라졌다. 문 밖의 찬바람이 휙휙 불어오자 방안은 온통 음침하고 차갑게 변해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누구도 팽이릉자의 머리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평아는 그 손님들이 '화운문(火雲門)'이란 세 자를 듣고 얼굴빛이 변하여 흩어지는 것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지만 생각을 바꿔 일부러 겁먹은 표정으로 탁자 한 쪽으로 물러났다. 이때 그는 차가운 눈으로 방관했는데 몇 사람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손짓 발짓하며 손가락질 하는 것이 마치 젊은이와 팽이릉자에 관한 일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는 또 곁눈질로 흘겨보니 검은 면저고리를 입고 허리에 붉은 요대를 두른 무뢰배들 몇이 모두 두 눈을 빛내며 그 '천문'의 젊은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흥! 보아하니 이 몇 놈들이 이 아이를 모해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구나! 내 그들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잠시 봐야겠구나! 허! 이 아이도! 어린 나이에 좋은 것을 안 배우고 도박을 배우다니!"

 

시간은 이렇게 1분 1초가 지나가고 팽이릉자의 얼굴빛은 다시 몇 번 변하고……

 

갑자기――

 

그는 부채처럼 내뻗은 오른손을 내져으며 팍! 팍! 소리와 함께 탁자를 사이에 두고 손바닥으로 몇 대를 때렸는데 그 '천문'의 젊은이는 갑자기 볼이 부어올랐다.

 

"흥! 뜻밖에도 점수가 큰 것을 보고 몰래 걸다니, 니미럴, 우리 머리위에서 먹을라고……"

 

팽이릉자는 사람을 때리고 나서도 입에서는 여전히 분노에 찬 욕설이 튀어나왔다.

 

"됐어요! 그만하세요! 팽이야!"

 

이때, 옆에 있던 검은 저고리에 붉은 요대를 한 무뢰배 몇 명이 뜻밖에도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였다.

 

"에! 먼 길을 가는 아이야! 너도 너무 못됐다! 도박은 정직해야 돼. '도박에서는 간교하고 교활해도 도박에서는 정직해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 이건 규칙이야. 내 생각에는 너희들이 화해하는 게 좋겠어! 다시 우리가 중재할 테니 너는 술 한 잔 준비해서 팽이야께 사과해라. 팽어르신이 관대하시니 분명 너를 용서해 주실 거야!"

 

평아는 눈여겨보다 차갑게 미소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헉! 과연 꿍꿍이가 있구나! 수법이 제법이네. 저 아이가 언제 돈을 걸었는지 누가 알겠는가?"

 

"난 너를 죽여 버릴 거야!"

 

두 번째 말을 하지 않고 그 팽이릉자를 손을 뻗어 다시 그 젊은이의 얼굴을 일거에 쳤다.

 

갑자기 그는 콧등이 부어올라 눈이 흐릿해진 듯 비틀거리며 일어서더니 쉰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우리 외부에서 온 사람을 업신여기는구나!"

 

"이놈이, 뭐라 그랬어?"

 

팽이릉자는 탁자 위의 돈을 앞으로 끌어당기면서 말했다.

"들었지? 우리가 외부인을 업신여긴다고 말하잖아!"

 

"때려! 이 쌍놈의 새끼 때려!"

 

그 무뢰배들은 마침 구실을 찾지 못하다가 이번에는 정말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순간, 한바탕 탕탕탕탕 하는 소리와 함께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렸다. 탁자가 넘어지고 원보(元寶)와 은 부스러기가 땅에 가득 뿌려지고 동시에 비단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아하니 그 무뢰배들은 다른 이의 재산을 모조리 빼앗으려 했다.

 

평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일어섰으나 눈가로 힐끔 쳐다보니 대문 출입구에서 장방(賬房)이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투숙하고 있는 땋은 머리의 아가씨가 따라오고 있었다.

 

"좋아 됐다! 장방이 왔다! 그가 처리하도록 하자!"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앉았다.

 

"여러분! 할 말이 있으면 말로 하세요! 때리지 마세요!"

 

돋보기를 쓴 장방은 급히 공수를 하며 고함을 질렀지만 아무도 그를 신경쓰지 않았다. 새하얀 은자에 누가 혈안이 되지 않겠는가? 하물며 무뢰배 몇 명이 만났는데!

 

"내 동생을 놓아주세요! 제발요!"

 

크게 머리를 땋은 소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높은 목소리로 애원했다.

 

이것은 무엇보다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그 불량배들이 정말 손을 멈추었다. 소녀는 땅에서 동생을 일으켜 세우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내가 네 방에 가서 너를 보지 못했으니, 어찌 알겠느냐……"

 

그 젊은이는 이미 사람의 형태가 아니었다. 온 몸에 멍이 들고, 얼굴은 피투성이고, 머리 한쪽엔 종기가 있고, 반대쪽엔 혹이 있어 작은 언덕처럼 부어올랐다.

 

"하하! 하하!"

 

승자들의 간사한 웃음소리에 그 팽이릉자는 갑자기 소녀의 옆에 나타나 소녀의 턱을 들어 올리고 음탕한 눈빛을 가득 띄우고 웃으며 말했다:

"귀염둥이야! 네가 한 걸음 빨리 왔으면 아무 일도 없었겠지? 하하!"

 

"친구, 똑바로 하시오! 무이야(武二爺)의 객점에서 말썽을 일으키면 안되오!“

장방이 조급해져서 간판을 들먹일 수밖에 없었다.

 

무이야라는 말을 들은 팽이릉자는 다소 망설이는 듯 잠시 멈추더니 당시 미친 듯 웃으며 말했다:

"좋아! 좋아! 주인장이신 무이야께 용서해주실 것을 삼가 청하옵니다! 귀염둥아! 둘째 어르신과 함께 우리 정원으로 가자! 하하!"

 

말을 하며 그는 또 음탕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자 그 소녀는 놀라서 두 걸음 물러서며 살려달라고 크게 소리쳤다.

 

평아는 검미를 찌푸리고 살기를 얼굴에 가득 띄우고 출수하려는데――

 

갑자기 귓가에 힘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고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각하!"

 

그는 깜짝 놀라 급히 고개를 돌렸고 저도 모르게 다 멍해졌다. 왜냐하면 그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메마르고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러 나으리들!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가 철이 없어 무모하게 여러분에게 덤벼들었으니, 제가 여기서 사죄하겠습니다! 부디 여러 나으리들께서는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평아가 눈을 똑바로 뜨고 보니 앞서 수레를 몰고 객점에 묵은 시골 노인이 이때 허리를 굽혀 모두에게 읍을 하며 사죄를 하고 있었다. 눈에는 눈물이 고인 채 가련한 모습을 보였는데, 분명 손자 손녀가 손해를 봤음에도 그는 감히 강경하게 말을 하지 못했다.

 

평아는 잠시 얼떨떨해 하며 속으로 말했다:

"앞서 그의 눈빛으로 보아, 그는 틀림없이 일신에 상승무공을 지닌 고인이었는데, 그가 지금 무엇 때문에 이러는 것인가, 그 목소리가 그의 것일까?"

 

잠깐 말없이 그가 생각하는 사이, 갑자기 팽이릉자가 한바탕 오만방자하게 대소를 터뜨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하! 하하! 말이 노래보다 좋게 들리지는 않네!"

 

또다시 한바탕 크게 웃었다.

 

비아냥, 모욕, 욕설을 들어도 그 노인은 모두 참아내고, 고개를 숙이고 손주들을 데리고 방을 나가려 했지만 팽이릉자는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가 문을 막고 냉담하게 말했다:

"가려고? 그렇게 쉽게 놔줄 수 없지!"

 

"여러분이 원하는 게……"

 

한 줄기 음영이 그 시골 노인의 얼굴에 스쳐 지나갔다.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손주들을 밀어놓고 동시에 허리띠를 올리니 속에서는 은은하게 금속 소리가 나는 것이 마치 적지 않은 은전이 있는 것 같았으나 그는 잠시 망설이다 끝내 꺼내지 않았다.

 

팽이릉자도 그 소리를 들은 것 같았는데 마치 먹을 것을 탐하는 고양이가 생선 비린내를 맡은 것과 같았다. 그는 짙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돈을 꺼내라! 네 손자의 도박 빚을 갚아야지!"

 

"할아버지, 그들이 억지를 부리는 거예요. 제 돈을 빼앗았어요!"

 

그 손자는 한 손으로 이마를 비비고, 한손으로는 찢어진 옷을 걸치며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왜 말을 안 들어! 집에서 내가 네게 뭐라고 했어!“

시골 노인은 부릅뜨고 호통을 치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손녀를 책망했다.

 

"철없는 계집애야, 이곳이 뭐 하는 곳이냐, 너도 들어올 수 있는 곳이더냐!"

 

"할아버지! 그들…… 그……“

땋은 머리의 아가씨는 얼굴을 가린 채 울음을 터뜨렸다.

 

"울어라! 더 울어! 도박장에 좋은 사람이 몇이나 있느냐?"

 

평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속으로 말했다:

"당신이 문제 일으키는 것을 염려하면서 굳이 이런 얘기를 해. 이건 드러내 놓고 불을 지피려는 것이 아닌가?"

 

과연, 팽이릉자는 눈을 부릅뜨고 한 걸음 나아가 '팍팍' 하고 노인네의 귀싸대기를 때렸다.

 

"누가 좋은 사람이 아닌가! 말해봐! 말하지 않으면 내가 네 냄새나는 입을 찢어놓을 테니까!"

 

노인은 맞아서 입가에 피를 흘리며 동시에 눈물도 흘리고 있었지만 감히 반격하지는 못했다. 굽신거리며 손주들을 끌고 나가려 했다.

 

"멈춰!"

팽이릉자가 사납게 소리쳤다.

 

평아는 눈을 부릅뜨고 살기는 가득 퍼뜨리며 소매를 뿌리치고 일어서려다, 갑자기 그는 맘을 바꿔 고개를 숙이고 보니 탁자 위의 왼손 소매에 무언가 박혀 지그시 누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리둥절해 하다가 뽑아보니 쇠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한 것이 온통 새까만 매 발톱 모양의 암기였다. 길이는 약 한 치 정도로 매 발톱 위에 채찍 모양의 물건이 감겨 있었고 끝에는 '손(孫)'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는 급히 고개를 들어 보니 그 시골 노인네가 중얼거리며 천천히 머리를 흔들며 말하고 있었다:

"도박에, 폭행에, 내 손녀를 모욕하고, 너희들은 내가 너희를 두려워한다고 여기지만, 사실 나는 무이야(武二爺)께 폐를 끼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야, 무이야의 간판을 앞세우는구나!"

 

팽이릉자는 냉혹하게 웃으며 말했다:

"'영웅거(英雄居)'의 금색 글자의 간판이 걸린 지 20년, 누가 '일조룡(一條龍)' 무철(武鐵) 무이야의 명성을 모른단 말이냐. 네가 나서야 지지되는 것이 아니다! 하하!"

 

"네가 어떻게 말하든 상관없어! 어차피 나는 반격을 하지 않을 테니!"

 

그의 흰소리가 터지자 무뢰배 몇 명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팽이릉자는 더욱 득의만만해 한바탕 광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당신은 얼마든지 나으리들께 반격해 봐라! 하하!"

 

말을 하며 한 걸음 앞으로 접근하며 주먹으로 냅다 공격했다. 그 노인은 두 걸음 뒤로 물러서며 옆으로 비켜섰다. 팽이릉자는 까닭 없이 더욱 화가 치솟아 노성을 지르며 큰 손바닥을 들어 양손으로 공격해 갔다.

 

"짝! 짝!"

두 번의 낭랑한 따귀 소리가 나며 외마디 비명 소리가 이어졌다――

 

팽이릉자는 입에서 선혈을 흘리고 뺨이 심하게 부어올라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넘어지는 것이 보였다!

 

누구도 어찌된 일인지 알지 못했다! 그 시골 노인은 비쩍 마른 오른 손을 들어 올리며 천천히 벌리자 피범벅이 된 여덟 개의 손가락이 바닥에 떨어졌다:

"내가 네놈의 사악한 귀조(鬼爪)를 잘라버렸다!"

 

순간, 공기가 갑자기 흐름을 멈춘 것 같아 사람들은 질식할 것 같았다.

 

앞서 사람들을 위협하던 무뢰배들은 창백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며 상갓집 개로 변해 얼굴엔 낙담과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아무도 두 번째 목표가 누가 될지 몰랐다. 왜냐하면 악행은 그들 모두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시골 노인은 이때 손을 품속에 넣어 원보(元寶) 한 뭉치를 꺼내 팽이릉자의 면전에 던지며 말했다:

"가지고 가서 상처나 치료해라! 다음에 다시 나를 만나면 이런 편의는 없을 것이다!"

 

누구도 일이 이렇게 예상을 벗어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모두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또 이렇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들 무뢰배들은 놀라움이 가라앉자 눈을 들어 바라보자 그 시골 노인은 이미 손주들을 데리고 나갔다. 웅성웅성대는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 바닥에 흩어진 새하얀 은가가 그들의 탐욕을 불러일으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자 낭패한 팽이릉자가 은전을 주워들고 가버렸다.

 

그들의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평아는 잠시 미소 지으며 또 주위를 둘러보고 큰 걸음으로 방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