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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五章 철조금편(鐵爪金鞭) 본문

무협소설(武俠小說)/거검회룡(巨劍回龍) - 蕭瑟

第五章 철조금편(鐵爪金鞭)

少秋 2023. 12. 3. 21:49

 

第五章 鐵爪金鞭

 

숨도 못 쉴 정도로 얼굴에 찬바람이 불었다. 알고 보니 앞서는 집 안에 있어 밖에 여전히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는 긴 소매를 털고 옷자락을 꽉 조여매고 마음을 움직여 다시 손을 품속에 넣어 매 발톱 모양의 암기를 꺼내들고 달빛에 비추며 그는 반복해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끝내 강호상에서 누가 이런 종류의 암기를 사용하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솔직히 말해서 그는 강호상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확실히 고루과문(孤陋寡聞)했기 때문이었다!

 

평아는 한숨을 쉬며 뒤로 걸어가 천정을 지나 다시 후원에 다다랐다. 후원에는 몇 그루의 늙은 매화나무가 여전히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차가운 초승달은 이미 기울어 서쪽에 걸려 있었다.

 

"폭풍우의 밤이 또 지나갔구나. 내일! 내일도 여전히 폭풍우가 불까?"

 

그는 말을 하며 한숨을 내쉬고 다시 침실 쪽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소리가 났다:

"공자님! 걸음을 멈추시지요!"

 

그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그 객실 입구에서 그 누런 얼굴의 시골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그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었다.

 

평아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에게로 갔다. 그 시골 노인은 몸을 돌려 물러서서 평아가 문 안으로 들어가게 하고는 손을 뒤로 하여 방문을 닫았다.

 

방에 들어가니 이상하게 따뜻했다. 평아는 둘러보고는 이 방은 자기 방과 조금 큰 거 말고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가운데에 둥그런 팔선탁자가 놓여 있었고, 탁자 옆에는 숯 난로가 하나 있었고 벽에는 많은 명가의 서화가 걸려 있었다.

 

"공자님 앉으시지요!"

 

그 노인은 미소를 짓고 공수를 하며 앉으라고 권했다. 평아는 약간 겸손해하면서 화로 가장자리에 앉았다.

 

그는 바로 탐문의 눈빛이 충만한 채 그 누런 얼굴의 노인을 바라보자 노인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공자님! 당신은 제가 무슨 일로 청했는지 아시겠소?"

 

평아는 그 말을 듣고 놀라서 속으로 생각했다:

"당신이 이런 말을 하다니 정말 기가 막히는군! 당신과 나는 일면식도 없는데 어찌 당신의 마음속의 뜻을 알겠는가!"

 

그러나 그는 여전히 예의 바른 모습으로 허리를 굽히며 대답했다:

"이 후배는 모릅니다. 부디 노백(老伯)께서 알려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누런 얼굴의 노인은 입술 위에 난 팔자수염을 꼬아대며 하하 웃으며 말했다:

"어찌 감히! 잘은 모르지만, 공자님 근데 성이 육(陸) 씨입니까?"

 

평아는 또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에는 그 노인이 어리둥절해하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럼 공자님께 여쭙겠습니다. 존성대명(尊姓大名)이?"

 

평아는 한눈에 이 시골 노인이 분명 풍진이인(風塵異人)임을 눈치챘다. 나중에 큰 방에서 연달아 조우(遭遇)하면서 그는 더욱 그 노인이 드러나지 않은 고수라고 단정하였으므로 그가 질문한다면 반드시 원인이 있을 것이나 잠깐 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이런 상황을 여러 차례 겪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름을 아무거나 말하려 했으나 눈을 들어 바라보니 그 노인의 기대에 가득찬 눈을 보고서 저도 모르게 부끄러워 머리를 흔들었다.

 

그 노인은 그가 한동안 머뭇거리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다만 그가 대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실망하여 장탄식을 내뱉으며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공자님! 솔직히 말씀드려 먼저 낙양 거리에서 저는 한눈에 당신이 일신에 상승절정공부를 갖추고 계신 것을 눈치챘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추운 날씨에 당신은 얇은 옷 한 벌을 입었습니다. 이것은 닭 잡을 힘도 없는 책벌레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두 눈으로 당신을 한 번 더 쳐다봤지만 몸을 비껴지나 간 뒤였지요. 당신의 얼굴 모습이 매우 익숙한 것이 노부가 옛날 육씨 성을 가진 옛 친구와 몹시 닮은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외람되이 여쭈어본 것입니다. 뜻밖에……"

 

말을 하면서 또 다시 긴 한숨을 내쉬자, 평아는 그 말을 듣고 놀라 급히 말했다:

"어르신 오해하지 마십시오. 후배는 사실 말 못 할 사정이 있어서지 어르신께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사실을 말씀드리면 후배는 아직 명확히 저의 신세내력을 모릅니다……"

 

얼굴이 누런 노인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아' 하며 말했다:

"이렇게 말해 주시니 노부가 공연한 걱정을 했군요. 공자께서는 개의치 마시오!"

 

말을 하며 한숨을 길게 내쉬며 정신이 나간 채로 화로 속의 숯불을 바라보았다. 화로의 작열하는 숯불이 적홍색의 불꽃을 내뿜으며 그의 얼굴도 벌겋게 비추었다.

 

그는 화로 주변에 있는 쇠집게를 집어 들어 화로 속의 숯불을 건드렸다. '삐빅――' 거리며 화탄 하나가 현란한 불꽃을 일으키며 한바탕 재를 날렸다.

 

숯은 더욱 뜨거워져 그의 얼굴도 더욱 붉어졌다!

 

그 붉게 타오르는 숯불 속에서 그는 마치 예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그때도 이 숯불처럼 그의 명성은 해가 중천에 떠 있는 것처럼 권세가 대단하였으나 찬란한 불꽃처럼 단지 순간일 뿐……

 

"세월은 화살과 같고!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네! 아~! 영웅은 흰머리를 보여선 안되는데! 염파(廉頗)는 늙었다! 아직 밥은 먹을 수 있겠는가?"

 

누런 얼굴의 노인은 마치 과거를 회고하는 듯 했고 또 다시 세월의 흐름에 한숨을 쉬며 저도 모르게 감상에 젖어 한숨을 내쉬었다:

"30여 년 전, 노부가 강호에 초출하여 수중에 '구전금편(九轉金鞭)'을 쥐고 '이혼조(離魂爪)'라는 한 수로 '철조금편(鐵爪金鞭)'이라는 명호를 얻었는데, 당시 대강 이남에서 '철조금편(鐵爪金鞭)' 손명지(孫鳴志)를 언급할 때는 좋지 않게 지칭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그는 지난 일의 소용돌이에 깊이 빠져들어 혼잣말을 하는 것 같았다. 다시 그는 평아에게 알려주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당시 대강이북은 '일조룡(一條龍)'이라 불리는 무철(武鐵)이란 사람이 군림하고 있었는데 듣건대 그는 나이가 매우 젊다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한 자루의 담뱃대를 신출귀몰(神出鬼沒)하게 사용하여 주저 없이 북도의 호걸들은 찬양을 했습니다. 노부는 화가 나서 단신으로 북상하여 일조룡을 찾아가서 도전하였지요. 당시, 피차 나이가 매우 젊었기 때문에 젊은이의 호기로 말도 하기 전에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호적수를 만났다고 할 수 있는데 장장 삼백여 초수를 교환했지만 승패가 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삼백이십일 초에 저의 '이혼조(離魂爪)'가 그의 앞가슴 옷에 다섯 개의 지인(指印)을 남겼지만 그의 담뱃대도 나의 머리에 담뱃재를 뿌렸습니다."

 

"우리는 피차 모두 서로를 아끼는 점이 있었기에 손을 쓸 때도 살짝살짝 하자는 마음이 있었지요. 우리는 싸움 끝에 정이 붙는다고 오히려 이 일전을 통해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누런 얼굴의 노인은 시종 시선을 붉게 타오르는 숯불에 머물러 있었지만 그 형형한 눈동자에는 흥분된 광채가 넘쳐흘러 평아는 상황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노인은 나이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지만, 방금 전에는 염파를 자처하다가 지금은 또 완전히 과거를 회고하는데 완전히 심취해 있으니 그는 분명 당시에 눈부신 명성이 있었던 것 같구나. 하지만 그가 나를 들어오라고 한 것이 설마 내게 그의 과거를 서술하기 위해서 일까? 그리고 또 그가 말한 그 얼굴 생김새가 나와 비슷한 육씨 성을 가진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그는 또 왜 내게 성이 육씨냐고 물었을까?"

 

"이때부터 우리는 대강남북을 같이 왕래하며 저의 금편과 그의 담뱃대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 '철조금편(鐵爪金鞭)' 손지명은 옆에 있는 평아를 잊은 듯 천천히 이야기를 서술했으나 목소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었으며 분명히 그 시기가 그의 평생에서 가장 득의양양했던 때였다; 그래서 그의 심정도 흥분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나는 '일조룡(一條龍)'무철과 함께 황산에 가서 무림 성회에 참가했는데, 당신 그 자리에는 명성 높은 무림인사들이 모두 모여 있었지만, 그중에는 '선풍일검(旋風一劍)'육화룡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저와 일조룡은 깊이 찬탄해 마지않았지요. 당시 그의 손에는 삼척짜리 검 한 자루가 있었는데 유룡(游龍)처럼 늠름하게 '곤륜삼검(崑崙三劍)'과 백산파의 십이연환검 등 고수를 연파하여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로부터 일치된 찬양을 얻었으며 동시에 그의 온화하고 유려한 풍모도 사람들에게 호감을 갖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성회 후 나와 일조룡은 그를 찾아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 모두 서로 늦게 만났다는 아쉬움을 느꼈지요. 그래서 그날 밤, 우리는 향을 피우고 도원결의의 뜻을 본받아 삽혈하며 결맹을 맺었습니다……"

 

'철조금편(鐵爪金鞭)'은 말을 할수록 더욱 흥분하여 고개를 들어 평아를 바라보았는데 평아의 눈에는 한 가닥 미망이 떠올라 마치 그의 이야기를 듣는 듯하자 다시 마른 기침을 하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세 사람 가운데 제가 가장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제가 큰 형으로 추대되었지요. 그 '선풍일검(旋風一劍)'은 이십대 초반에 불과했기에 셋째가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우리는 호랑이에 날개를 단 것처럼 득의양양한 강호행도를……"

 

평아는 그가 '선풍일검(旋風一劍)'육화룡을 말하는 것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맘이 움직여 속으로 생각했다:

"이 육화룡이 누구야? 설마 그가 아까 내게 육씨 성이 아니냐고 물어봤던 것이 이 사람하고 관련이 있나? 육화룡? 육화룡?"

 

그러나 그는 비록 그의 생각이 이미 억제할 수 없을 만큼 들끓었지만 '철조금편(鐵爪金鞭)'의 말을 끊고 싶지 않아서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대략 오 년이 지난 뒤 저의 육노제는 결혼을 하였지요. 제 계수씨는 당시 무림의 명숙인 '뇌동만리(雷動萬里)' 문언(文言), 백문노야의 천금(千金) 문혜란(文蕙蘭)이었습니다. 그 혼례는 당시 강호를 뒤흔들었다고 할 수 있었지요. 왜냐하면 남자는 젊고 영준한 '선풍일검(旋風一劍)'이었고 여자는 또한 타고난 미모와 빙기옥골이었기 때문에 받은 갈채는 당연하게도 전대미문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기억나는 것은 혼례식 날 밤에 나와 무철 두 사람은 몰래 육노제를 삼십 리 밖에 있는 작은 술집으로 끌고 가서 취하게 했지요. 왜냐하면 그는 그이후로 우리들 홀아비 진용에서 벗어날 것이기 때문이었지요. 아! 제가 당신한테 얘기하는 걸 잊었군요. 그 당시 저와 일조룡 모두 아내를 얻지 못했거든요. 제 육노제는 이미 술에 취해 눈빛이 흐릿해졌지만 그는 여전히 술독을 껴안고 눈물을 흘리며 장가가고 싶지 않다고…… 하하!"

 

누런 얼굴의 노인은 마치 혼례식 저녁의 술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그의 눈에는 흥분된 빛이 떠올랐다:

"제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것은 그 흥분된 밤에 육노제는 동방화촉(洞房花燭)의 밤을 근본적으로 잊었다는 것이지요. 우리들도 사적으로 그를 놓아주지 않고 끌고 다녔던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이미 얼마나 많은 술을 마셨는지 모르지만 우리 모두는 여전히 술항아리를 껴안고 마시고 있었습니다. 타는 듯이 화끈한 고량주는 우리의 혀끝을 마치 반이나 자를 듯이 자극했지만 우리들은 마치 이후에는 말할 기회가 다시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 앞을 다투며 멈추지 않고 얘기를 했으며, 우리가 예전에 자랑스러워했던 일들에 관해 얘기를 나누었고, 계속 이야기를 나누며……얼마나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모르지만 육노제가 그해 홀로 점창일괴(點蒼一怪)를 꺾었던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저의 머리를 일장으로 내리쳤습니다."

 

"저는 그해 흑수신교(黑水神蛟)를 주먹으로 때려눕힌 일을 흥분해 얘기하던 가운데 일거에 그의 뱃가죽을 때렸지요. 하룻밤이 지난 밥과 반찬 그리고 여전히 소화되지 않은 술이 연동되어 육노제가 내 머리와 얼굴에 토해내었던 바로 이때는 일조룡도 그가 설산쌍괴(雪山雙怪)가 굴복할 때까지 불어서 쌍두를 제압했다고 의기양양해 할 때였습니다."

 

"그래서 저와 육노제는 머리를 부딪혀 넘어졌고 일조룡(一條龍)도 일조강룡(一條僵龍)으로 변하며 우리들 옆에 쓰러졌지요. 만약 점원이 저를 흔들어 깨우지 않았더라면 저는 언제까지 자야 할지 몰랐을 겁니다. 하지만 일어난 시간은 이미 다음날 오후였습니다……"

 

그는 아무리 해도 잊을 수가 없었다. 그가 깨어났을 때, 일조룡은 여전히 자고 있었는데 그는 머리 전체를 탁자 위에 있는 국그릇에 넣어서 남은 국물이 그의 호흡에 따라 그의 콧구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 마치 '천룡이 물을 마시는' 것 같았고, 신랑인 육노제는 오히려 다반(茶盤)에 단단히 박혀 입 안에 있던 한 마리의 닭 엉덩이 살을 먹고 있었다. 그가 그를 깨웠을 때, 그는 우물쭈물 '칭칭'대며 뻔뻔스럽게도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런 재미있는 일들은 그를 웃게 하여 배가 아프게 했으나……

 

맞은 편에 앉아 있는 평아는, 앞서 세월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에 슬픈 탄식을 흘렸지만 이때는 다시 젊은 시절의 호방한 감정과 재미있는 일을 마음껏 이야기하며 의기양양해 하고 있고 얼굴에는 청춘의 광채가 흘러넘치는 이 누런 얼굴의 노인 손명지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노인의 감정은 아무래도 젊은이들에 비해 더 우울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세월을 거쳐왔기에 당연하게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욱 진한 기억은 돌이켜 볼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슬픈 것을 막론하고! 혹은 기쁜 것이든……"

 

그는 이 노인에게 무한한 동정을 느꼈을 뿐 노인이 들어오라고 한 원인을 근본적으로 망각했다:

"그때 이후로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노인의 눈에는 흥분의 눈물이 고여있었으나 말투는 오히려 슬프고 목이 잠기었다:

"왜냐하면, 관외에서 가죽 장사를 하던 먼 친척 형님께서 마적 떼에게 살해를 당했기 때문에 나는 편지를 받고 달려가서 그쪽의 일을 해결한 때는 이미 삼 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친척 형님의 자녀, 즉 당신이 먼저 봤던 두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관내로 돌아왔지요……"

 

평아는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그 변발을 한 아가씨와 남동생이 이 노인의 조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철조금편(鐵爪金鞭)'는 계속 목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선풍일검(旋風一劍)'과 연락이 끊겼다. 그 '일조룡(一條龍)' 무철은 내가 산서성에 있다는 것을 한 친구에게 들었지요. 내가 관외에 도착할 때쯤 그는 새외에서 온 마두와 비무를 하여 한 초 차이로 패하고 서약한 대로 무예를 포기하였고 당시 저는 다시 이곳에 왔습니다. 그는 이 집 '영웅거(英雄居)'를 열었더군요. 과연 그는 무(武)를 버리고 상(商)을 취했습니다. 우리는 헤어진 이후에 대한 감상적인 얘기를 하였고 다시 '선풍일검(旋風一劍)'에 대한 물었지만 그는 소식을 알지 못한다고만 얘기했습니다. 제가 관외로 나간 뒤로는 일 년에 한 번 만난다고 했을 뿐인데, 그때 육노제는 정신이 십분 처졌고 말 가운데 규방이 별로 즐겁지 않다는 것을 은근히 내비쳤다고 하는데 나머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노인은 과거의 일을 애절하게 말하고 있었다. 평아는 저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 올라 당시 그들이 나란히 강호를 달리던 때를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그들은 또 이렇게 고독하게 되었으니 천하의 일이란 왕왕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의 마음속에는 이 '영웅거(英雄居)'의 주인 '일조룡(一條龍)'에 대해 더할 나위 없이 경모(敬慕)하고 있으며 그의 처지를 마음 깊게 동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는 이 어린 조카 둘을 데리고 제 고향인 호남성으로 돌아와 조용한 곳을 찾아 정착했습니다……

누런 얼굴의 노인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왜냐하면, 이전의 침통한 일이 나를 너무 상심케 했고 동시에 먼 친척 형님도 무공을 익혀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낙담하여 나는 무림의 일에 대해서는 함구를 하고 절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두 아이들에게도 무공을 배우지 못하게 하고 그저 몇 묘(畝)의 밭을 일구며 처음에는 이것으로 평생을 마무리하고 두 아이도 평범한 사람이 되게 하려고 했는데……"

 

말을 하며 노인을 손을 뻗어 화로에 불을 쬐고 또 불집게를 집어 들어 숯불 아래를 쑤시자 '휘익' 하고 숯불이 불꽃을 튀기며 그의 얼굴을 더욱 붉게 하였다. 그는 약간 격동하였지만 그는 잠깐 우물쭈물하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고 고개를 들어 평아를 주시하였다.

 

이때 노인의 심정에 대해 평아는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무공을 연마한 사람에게 무공을 포기하라고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인데 하물며 왕년에 그가 위세를 떨친 역사가 있었으니 그가 스스로를 염파에 비유해 한숨짓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노인은 다시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숯불을 바라보며 눈에 기이한 광채를 띠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았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강호에서 이미 '화운문(火雲門)'이 '화운령(火雲令)'을 전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모든 화운문의 사람들에게 '선풍일검(旋風一劍)' 육화룡陸化龍을 찾도록 하는 명령이었지요. 왜냐하면 육화룡이 화운문의 장문인 '화운존자(火雲尊者)'의 아들 '표묘검객(縹緲劍客)' 냉배걸(冷培傑)을 죽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다시는 안정될 수 없어 황급히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하고 다시 일조룡을 찾아 달려왔지만 그도 지난 과정의 정황을 분명하게 알지 못했다……"

 

평아는 '화운문(火雲門)'이라는 세 자를 듣고 마음이 움직여 속으로 생각했다:

"먼저 그 팽이릉자가 '화령문'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 같았는데?"

 

그러나 그는 그 '철조금편(鐵爪金鞭)'이 여전히 계속해서 말하는 것을 보고는 끼어들지 않았다.

 

"제가 여러 방면으로 알아봤지만 모두가 그렇게 된 까닭을 알지 못했습니다. 동시에 말하는 바에 따르면 '화운문(火雲門)'도 '선풍일검(旋風一劍)'을 찾지 못했고 육화룡이 어디로 숨었는지도 몰랐다고 합니다. 저는 집에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호남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그 이후 다시는 육노제의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작년 겨울 날 오후였습니다.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위해 제가 장사성에 있는 점포에 가서 물건을 사려고 했습니다. 대로에서 한 명의 남루한 의상을 입은 한쪽 팔이 없는 부인이 실성한 듯이 걷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동시에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아이들이 뒤를 따라오는 것을 보고 저는 호기심으로 인해, 앞으로 가서 보니 그 부인이 바로 나의 아무런 소식이 없는 육노제의 처인 문혜란이었습니다……"

 

평아는 그가 외팔이 부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기혈이 용솟음치고 머리칼이 솟는 것을 느끼고 '철조금편(鐵爪金鞭)'의 손을 덥석 잡으며 다급하게 말했다:

"그 부인은 오른쪽 팔만 남았고 얼굴에는 한 쌍의 보조개가 있으며 대략 사십여 세 되었지요?"

 

'철조금편(鐵爪金鞭)'은 눈을 반짝였다. 평아의 한 쌍의 호목이 크게 확대되어 영롱한 눈물방울을 흘리며 기대에 차 그를 바라보자 저도 모르게 멍해져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의아한 듯 물었다

"당신…… 당신이 어떻게 아십니까? 당신은 그녀를 어디서 보았습니까?"

 

평아는 이때 눈물을 비오듯 흘리며 자기도 모르게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 누런 얼굴의 노인이 거듭 재촉하자, 그는 애처롭게 슬픔을 억누르며 붉게 타오르는 숯불을 바라보며 자신이 어떻게 어릴 때부터 '귀운장(歸雲莊)'에 수용되었는지 또 어떻게 자신의 신세를 의심했는지 그리고 '분면검객(粉面劍客)' 지천민에게 학대받고 도망친 경위를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기 시작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어떻게 강남에 떠돌아다녔는지, 어떻게 주점의 점원으로 전락했는지, 어떻게 그 괴인을 만났는지…… 어떻게 삼 초의 '회룡장(回龍掌)'을 배우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그는 모든 것을 설명하였다. 왜냐하면 그 모든 일은 모두 그의 마음을 오랫동안 억눌렀기 때문이었다. 그는 털어놓고 싶었지만 결코 기회가 없었다……

 

마침내 그는 무당산에서 만났던 팔이 절단된 부인의 일을 이야기했고 그 부인의 임종의 말에서 그는 그 부인을 그의 모친으로 단정했다. 왜냐하면 그는 그 온옥을 몸에 지니고 있었고, 또 모든 것이 그렇게 전부 일치하였기 때문이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만장의 산골짜기 깊은 연못으로 흘러 들어가고, 한 줄기 맑고 청아한 피리 소리처럼, 마지막 한 마디의 울림을 흩뿌리듯, 평아는 마지막 한 방울의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붉게 타오르는 숯불에 떨어지자 '쉬익――' 하며 약간의 재를 날리고 그는 마침내 그의 서술을 끝냈다……

 

이때, 오랫동안 그의 가슴 속을 짓눌렀던 우울함은 이미 전부다 쏟아낸 것 같았고 그는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평온함을 느꼈다. 그래서 두 눈은 활활 타오르는 숯불을 응시하며 넋을 잃고……

 

"하늘의 뜻이야! 하늘의 뜻! 이것은 하늘의 뜻이야! 내 가련한 화룡제여! 혜란누이! 당신들도 이젠 편안히 눈을 감아야 해! 세상에!"

 

얼굴이 누런 노인은 평아의 서술을 줄곧 경청하며 때로는 그가 불행에 맞닥트린 것 때문에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고, 또 때로는 서글퍼하며 한숨을 내쉬고, 평아가 모든 것을 다 서술할 때까지, 그는 길게 탄식하고 숯불을 응시하며 온갖 근심과 걱정에 시달려 스스로 억누르기 힘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숯불은 천천히 재가 되어가고……

 

어두운 하늘의 끝자락에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집안에는 생각에 잠긴 한 쌍이 잔불이 가득한 화롯가에 기대어 앉아 몸 밖의 모든 것을 잊은 채……

 

멀리서 웅장한 닭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가까이서 한 편의 부드러운 말이 울려퍼졌다……

 

생각에 빠진 두 사람은 동시에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가네! 날이 또 밝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