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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八章 양패구상(兩敗俱傷) 본문

무협소설(武俠小說)/거검회룡(巨劍回龍) - 蕭瑟

第八章 양패구상(兩敗俱傷)

少秋 2023. 10. 24. 21:33

 

第八章 兩敗俱傷

 
그 늙은 도인이 손을 가슴에 얹고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보는 것을 보고 그는 저도 모르게 크게 분노하여 화난 소리를 지르며 몸을 솟구쳐 뛰어오르며 일장으로 쪼개어갔다――

그런데 청석도인이 대갈일성을 터뜨렸다:
"손을 멈추시오!"

동시에 그는 손을 들어 올려 한 줄기 장풍을 쏟아내며 평아의 장세(掌勢)를 막으려 했다.

평아는 허공에 몸을 띄운 채 그의 장세를 보자 얼른 좌장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그 자세에서 몸을 뒤집어 땅으로 내려왔다.

청석도인은 손을 흔들며 고개를 돌려 말했다:
"백석! 너는 물러서라!"

동시에 평아를 향해 손을 뻗어 멈추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소협은 잠시만 기다려 주시고, 빈도의 한 마디를 들어보시오!"

원래 청석도인은 백석도인이 앞으로 나와 평아를 향해 일을 날리는 것을 보고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려서 그는 수수방관을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두 사람의 장세가 격돌하자 백석동인은 뒤로 물러나야 했다. 만약 그가 손을 뻗어 붙잡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 쓰러졌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모래와 돌멩이가 땅바닥에 가라앉자 그는 상대 젊은이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평온하게 서 있는 것이 아무런 상처가 없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크게 놀라 눈썹을 찌푸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젊은이의 출신내력은 모르겠지만, 내력이 이렇게 강하니 오늘은 아침부터 곤란하구나!"

그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뒤돌아보았다. 그 석벽에 있는 암동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는 긴 눈썹을 추켜세우며 평아가 다시 출수하는 것을 보고 멈추라고 외쳤다.

평아는 그 말을 듣고 검미를 찌푸리며 말했다:
"노도, 왜 이리 수다스러운 거요. 만약 당신이 차륜전(車輪戰)을 원한다 해도, 난 두렵지 않으니. 얼마든지 오시오!"

청석도인이 얼굴색이 변하며 말했다:
"소협, 사람을 너무 업신여기지 마시오."

본래 청석도인이 이렇게 비굴하게 타협하는 것은 단지 이때가 사숙들이 출관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가 무당의 장문지존으로서 강호 초출인 후배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겠는가? 하지만 이 젊은이가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자 실제로 그는 참기 어려워 거의 온몸을 떨 정도로 화가 났다.

평아는 그 말을 듣고 얼굴색이 변하며 사납게 말했다:
"그렇지 않다면 어쩔 거요!"

그는 잠시 멈추고 다시 말했다:
"오늘 당신이 사람을 내놓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들의 본거지를 뒤집어 놓겠소."

청석도인의 변색된 얼굴은 더욱 보기 흉해졌다. 그의 입술은 떠듬거리며 막 말을 하려고 했다――

갑자기――

그의 뒤에 있던 백석도인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수염과 머리카락을 세우고 평아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노갈을 터뜨렸다:
"이런 무식한 짐승 새끼, 내 쌍장을 이겨내고나 말해라!"

말을 마치자 마자 쌍장을 들어 공격해 들었다.

별안간―― 엄청난 위엄이 담긴 목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손을 멈춰라!"

평아는 백석도인이 손을 올리는 것을 보고 바로 뒷걸음질 치며 몸을 낮추고 그의 일초를 받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백석, 너 물러서. 다시 입을 열지 마라!" 라고 질타하는 청석도인의 말에 일순 당황하여 그를 바라보았다.

백석도인은 머리를 들어 청석도인의 위엄이 가득 담긴 눈빛을 접하고 안색에 경련을 일으키며 입가를 씰룩씰룩 하더니 고개를 숙였다.

본래 그들 사형제 가운데 청석도인을 제외하고 가장 온화한 그였지만 오늘 이 젊은이가 안하문인에 허튼 소리를 늘어놓는 것을 보고는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동시에 평소 엄격한 장문인이 오늘 너무나 약하게 보이자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교훈을 내리려 출수하려고 했다. 그러나 장문인이 자신을 이해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를 난처하게 하자 그는 저도 모르게 상심과 실망을 앉고 물러섰다.

청석도인은 백석도인을 바라보며 얼굴색이 어두워졌지만 곧 눈썹을 추켜세우며 평아에게 말했다:
"소협, 빈도의 십초를 받아낼 자신이 있으시오?"

한 마디가 나오자 장중에서는 감탄의 소리가 터져 나왔고 평아도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지만 곧바로 말하였다:
"어떻게?"

그 말을 하며 그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청석도인을 훑어보았다. 왜냐하면 이때 청석도인의 얼굴은 이상하게도 매우 평온하였고 말투도 매우 침착하였다. 이전의 태도와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그는 무당 장문인이 무슨 꿍꿍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청석도인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을 가다듬고 말했다:
"만약 소협이 빈도의 10초를 견뎌낼 수 있다면, 그 이후에는 소협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오……"

말을 하다 그는 멈추고 눈을 들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훑어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소협께서는 여기 머물러, 우리 무당의 부상당한 제자들에게 보상해주어야겠소."

이때 백석도인이 또 일보 나서며 얼굴에 불안한 표정을 짓고 청석도인을 향해 말했다:
"장문인…… 당신……"

정석도인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하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 알고 있으니…… 너는 물러나라……"

말을 마치고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장엄한 표정으로 평아를 주시했다.

그러자 평아는 한바탕 낭랑장소를 터뜨리며 호기롭게 말했다:
"좋소! 모든 것은 당신의 지시에 따르겠소. 내가 이런 말에 눈썹 하나 까딱할 것 같소."

청석도인은 한 걸음 내딛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협 후회하지 않겠소?"

평아는 늠름하게 말했다:
"대장부가 한 번 입 밖에 낸 말은 사두마차로도 따라잡을 수 없소."

청석도인은 그의 기개에 꽤나 탄복하여 잠시 멈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소!"

그렇게 말을 하며 양다리를 모으고 한 손은 가슴에 대고 다른 한 손은 코앞에 수직으로 내밀었다. 마치 계수(稽首)와 같은 자세로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눈앞의 젊은이를 응시했다. 일파명가(一派名家)의 풍모를 남김없이 드러냈다.

평아는 청석도인의 엄숙한 표정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경외심이 우러나자 정식으로 손을 모았다――

이때 백석도인이 다시 나서며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로 청석도인을 향해 말했다:
"장문인, 당신의 책임이 막중하니…… 더 더욱 소제에게 맡기셔야 합니다!"

청석도인은 그를 무시하고 평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빈도의 제 일초는 '도장마소(道長魔消)'라 불리며, 이것은 본문의 '복마장(伏魔掌)' 제 일초이니 존가(尊駕)께서는 조심스럽게 받으시기 바라오"

말을 마치고 쌍장을 들어 가슴 앞에서 서로 교차시키고 동시에 앞쪽을 향해 일단의 능려위맹(凌厲威猛)한 경풍이 평아의 가슴을 향해 엄습해왔다――

원래 청석도인은 스스로가 무당 장문인의 몸으로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상대하고 있는 이름 모를 젊은이의 무공이 고절하여 옆에 있는 사제도 그에게 맞설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백석도인의 간청을 무시하고 부득불 출수를 해야만 했다. 그에게 있어서, 무당 장문인이 일개 강호초출의 후배를 상대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에 그는 공정함을 나타내기 위해 초식을 불러주었다.

평아는 그가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보고 부러움을 느끼고 또 그가 초식을 명확히 알려주는 것을 듣고 저도 모르게 깊이 감탄하며 이 장문인에게 깊이 탄복했다.

바로 이때, 그는 매우 패도적인 경풍이 얼굴에 덮치는 것을 느끼고 황급히――

그는 좌로 반보를 밟고 양 소매를 모으고 급하게 밖으로 휘둘렀다. 마찬가지로 매우 강렬한 힘이 그의 쌍장에서 격출되어 청석도인의 장풍을 향해 맞이해 갔다!

"팟"―― 두 줄기 맹렬한 힘이 한 곳에 모여 공기를 격동시켜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평아는 몸이 떨리는 것을 느끼는 동시에 단전에서 한 줄기 열류가 솟아나 빠르게 전신을 운행했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버텼지만 엄습해 오는 힘이 그에게 충격을 주었고 결국 그는 반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눈을 번쩍 뜨니 청석도인이 약간 창백한 얼굴로 서 있었고 그의 발도 뒤로 약간 움직였다.

원래 청석도인이 평아를 향해 일장으로 공격하였을 때, 평아도 장을 운용해 맞서 대항하려 했고 서로의 장세가 접촉할 때 그는 상대방의 장력이 매우 웅후함을 느꼈으며 동시에 한 줄기 매우 웅맹한 내력이 반격해와 그는 어쩔 수 없이 반보 물러섰다. 그래서 그는 저도 모르게 놀라 눈앞의 젊은이를 바라보았다. 그가 알지 못하는 이 젊은이가 얼마나 대단한 공력을 가졌는지 수십 년간 수련으로 쌓아온 그의 일장을 받아낸 것이었다.

이때 평아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술에 취한 것처럼 눈을 뜨고 얼굴색이 계속 변하는 청석도인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그는 흉부(胸腑) 사이에서 한 줄기 열류가 계속해서 뒤집히는 것을 느껴 몹시 괴로웠다. 그는 청석도인의 이 일장이 어떻게 이렇게 강한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 역시 놀라워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청석도인의 대갈일성이 들렸다.

"제 이초, '마염렴형(魔焰斂形)'."

동시에 한 발을 앞으로 내디디고 앞으로 굽혀서 뒤어 뛰어 올라가며 쌍장을 들어 평아의 머리 옆, '태양(太陽)', '태음(太陰)' 두 경혈을 향해 공격했다.

평아는 상대의 기세를 보자마자 몸을 길게 늘려 머리를 뒤로 젖히며 곧장 벗어나려 했다――

갑자기 청석도인이 미친 듯 소리 질렀다.

"제 삼초, '구마참요(驅魔斬妖)'."

곧 한줄기 장풍이 곧장 평아의 가슴과 배 사이를 향해 찍어 들어오자. 황망한 가운데――

평아는 아랫배로 숨을 들이마시고 뒤로 물러나려던 기세를 거두며 이어서 몸을 솟구쳐 뒤집고 왼쪽으로 회전함과 동시에――

그러나 그는 휙하는 소리는 듣고 몸을 비틀어 허리를 꺾고 몸을 띄우며 허공에서 양 소매를 뒤로 휘둘렀다. 팍! 팍! 팍! 그러자 허공에 한 조각의 장영(掌影)이 솟아오르며 뒤로 후퇴하던 청석도인을 뒤덮었다.

청석도인은 미친 듯 소리를 지르며 통 넓은 옷소매를 휘둘러 강맹하기 이를 데 없는 경풍(勁風)으로 그를 덮어오는 장막(掌幕)을 마주해 갔다.

광표(狂飆) 속에 그도 몸을 띄우고――

순간, 양단(兩團)의 인영이 한 곳에서 만나자 누가 청석도인이고 누가 젊은이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강력한 바람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가 모래와 돌멩이가 날렸다.

장외의 사람들, 계피학발의 늙은 도인, 순홍치백(唇紅齒白)의 소동(小童), 등에 장검을 멘 장사(壯士) 그리고 상처를 입은 적석도인까지 이때는 모두가 눈을 크게 장중(場中)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를 잊은 것 같았고, 그들의 감각과 영민함을 잃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마도 태어나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즉 그들의 장문인과 일개 젊은이가 벌이는 대결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은 장중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했다.

바로 이때, 그들 뒤에 있는 석벽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암동(巖洞)을 막고 있던 거석이 급격하게 흔들리자 주변의 황토와 푸른 이끼가 곧 우수수 땅으로 떨어졌다.

갑자기 계곡에서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왔다.

순식간에 온통 황사가 일었다.

황사는 곡풍을 타고 먼 산간의 낮은 곳까지 날아갔다.

그러나 한 폭의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원래 암동을 막고 있던 거대한 바위는 이미 사라지고 그 시커먼 동굴 입구에는 얼굴이 붉고 머리는 산발인 중년인이 걸어 나왔다.

하지만 그의 붉은 얼굴에 웃음이 번지며 양손을 서로 비비면서 횃불같은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더니 갑자기 눈쌀을 찌푸렸다. 그가 그 격투 장면을 본 것이었다.

이때 장외의 중인들은 여전히 긴장하며 장중을 응시하고 있었다.

장중에는 양단의 인영이 위아래로 번갈아 뒤집어지고 있었다; 매서운 경풍이 때때로 장외로 향하면서――

별안간――

힘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제 구초."

이어서――

"펑" 하는 놀라운 소리와 함께 일진의 광풍이 휘몰아쳤고, 광풍 속에 무겁고 답답한 신음소리가 섞여 있었다.

갑자기 인영 하나가 땅에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청석도인은 도관이 비뚤어진 채로 서 있었고 쌍수는 아직도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얼굴에는 극도로 경이롭고 난감한 표정이 드러나 있었다.

이때 평아는 숨을 헐떡이며 얼굴은 뻘게져 반쯤 뜬 눈으로 일종의 괴이한 눈빛을 쏘아대고 있었다. 그의 몸도 흔들리며 불안정하게 서 있는 것이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보였다.

그의 이런 표정을 바라보며 청석도인은 얼굴색이 여러 번 변하더니 갑자기――

폭갈을 터뜨리고 한 걸음 내딛고 쌍장을 들어 머리 위를 지나 비할 데 없이 빠르게 평아의 얼굴을 향해 내리치며 동시에 입으로 소리쳤다:
"제 십초. 받아라!"

하지만, 이때 평아의 얼굴은 경련이 멈추지 않았고 양 미간도 잔뜩 찌푸려져 부상을 입은 듯 청석도인의 동작을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청석도인은 일장을 격출하고 문득 평아의 거동을 보고 마음이 움직여 황급히 장세를 거두려 하였지만――

눈 깜짝할 순간!

평아의 두 눈이 활짝 열리고 목구멍 깊숙이에서 외침이 터져 나오며 왼발을 뒤로 반보 이동하고 쌍장을 가슴 앞에 편 채로 빠르게 들어 올렸다. 순간 일단의 날카롭고 강력한 경풍이 청석도인을 향해 곧장 맞이해 갔다.

청석도인은 이미 장세를 거두었는데 갑자기 일진의 매우 웅후하고 맹렬한 장풍이 정면으로 몰려왔다. 이 힘은 평아가 이전에 했던 어떤 공격보다도 더 강하고 날카로웠다. 이에 크게 놀라 바로 장을 운용해 대항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몸 전체가 떨리는 것을 느꼈고 한 줄기 뜨거운 피가 단전에서 목구멍으로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그는 귀에 한바탕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고 동시에 일단의 지극히 뜨거운 광풍이 자신의 몸 뒤에서 일어나는 것을 느끼고 갑자기 눈을 떠보았다.

그러나 평아의 두 눈은 붉게 물들었고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 찬 채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는 고집스럽게 버티며 몸이 흔들렸지만 넘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선혈을 한 모금 토해냈다!

평아의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청석도인은 어리둥절하여 저도 모르게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입을 다물었다. 갑자기 그의 몸이 떨리며 비틀거렸다. 그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이때, 백석도인이 옆에서 그의 귀에 대고 떨리는 소리로 물었다:
"장문인! 다치셨습니까?"

청석도인은 망연자실 고개를 가로젓고 평아를 바라보며 손을 내밀며 힘겹게 불렀다:
"소협!"

평아는 갑자기 머리를 흔들고 눈을 크게 뜨며 사나운 눈빛을 내뿜으며 청석도인의 뒤를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다. 이어 이를 악물고 이를 갈며 분노의 목소리로 말했다:
"내게 숨이 남아 있는 한, 내 반드시 다시 와서 무당의 절기를 가르침 받겠소!"

말을 마치고 발을 한 번 구르며 당당히 가슴을 펴고 몸을 돌려 큰 보폭으로 걸어 나갔다.

청석도인은 그의 뒷 모습을 바라보다가 멍하니 내민 손을 거두며 더욱 망연자실하였다.

별안간 한 가지 생각이 전광석화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가자 그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등 뒤에 머리는 산발을 하고 만면에 붉은 빛을 발하는 중년인이 서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그는 얼굴에 의아한 표정이 떠올랐고 눈에는 혼란스러운 표정이 가득했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는 중얼거렸지만 소리가 낮아서 들을 수가 없었다……

청석도인은 얼굴에 한바탕 경련이 일었고 입가 연신 실룩거렸지만 말을 내뱉지 못했다. 잠시후 그는 한 발짝 앞으로 뛰어가며 "사숙!" 하고 말하고는 이어서 "쿵" 하고 땅에 쓰러졌다.
 
               ※                                  

하늘은 마치 변덕스러운 여인과 같다.

시시각각 멈추지 않고 계속 변하고 있다; 갑자기 맑았다가, 갑자기 비가 오고, 갑자기 흐려지고, 갑자기 어두워지고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떠오른 태양은 미소 지으며 대지를 맞이하고 있다.

하늘의 저편에서 한 조각 먹구름이 떠올랐다.

납과 같은 먹구름은 떠오르는 해의 눈부신 빛을 가렸다.

떠오르는 태양은 마치 처음 나타난 우담화처럼 또 미소를 거두었다.

그러자 대지도 어둡게 변해갔다.

어두컴컴한 가운데 몸이 굽은 인영 하나가 울퉁불퉁한 산길을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마치 술에 취한 것 같았다.

확실히 그의 모습은 술 취한 사람 같았다. 왜냐하면 어둠 속에서도 그의 얼굴이 붉게 보였기 때문이다.

가끔――

그가 발 밑의 돌에 걸렸을 때, 그의 신형은 휘청거리며 거의 땅바닥에 엎어질 뻔 했다.

하지만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때 그는 여전히 깨어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눈을 뜨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갑자기――

일진의 냉풍이 정면으로 불어오자 그는 숨이 막혀 자기도 모르게 한기에 몸을 떨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고 의연하게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비록 그가 걷는 것이 이미 이처럼 어렵고 언제든 넘어질 수 있는 상태였지만.

서늘한 산바람이 쓸쓸한 기운을 머금고 그의 고독한 뒷모습을 스쳐 지나갔다.

마찬가지로 안개 낀 산봉우리와 산 허리에 있는 한 채의 초가집도 스쳐 지나갔다.

두 명의 젊은 도인이 초가집 옆의 바위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고 그들 옆에는 각각 번쩍이는 금검이 놓여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이따금 초가를 스치며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를 냈다; 그 휘파람 소리는 단조롭고 귀에 거슬렸다.

왼쪽의 도인이 몸을 움직여 일어서려고 했지만 결국 움직이지 않고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사형! 보세요!"

그의 등 뒤에 있는 도인은 움직이지도 않고 그에게 응대하지도 않았다.

그는 다시 팔을 흔들며 소리쳤다:
"사형! 사형!"

그의 배후에 있는 도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고 입에서는 마치 귀찮다는 듯이 모호하게 "어" 하는 소리만 냈다.

이 젊은 도인은 화가 나서 몸을 일으켜 세우고 앉았지만 그의 사형은 마치 진흙더미처럼 그의 품에 쓰러졌다.

알고 보니 이 소중한 사형은 마침 좋은 시간을 잡아 '아침잠'에 빠져들은 것인가!

주위의 변화가 그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았고, '사제'의 품속에서 그는 편하게 꿈틀거리며 더욱 달콤하게 잠을 잤다.

'사형'의 '춘수도(春睡圖)'를 바라보며 '사제'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손을 내밀어 '진흙더미'를 밀어내며 외쳤다:
"사형! 사형!"

그 도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고 심지어 "어"라는 대답조차 귀찮아해서 "어"도 하지 않았다.

젊은 도인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계속해서 웃으며 '사형'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외쳤다:
"사형! 보세요! 저쪽에 '여인'이 옵니다!“

그는 '여인' 두 글자를 특별히 강조했다.

깊이 잠든 사형은 입속으로 "어"하고 얼버무리더니, 갑자기――

그는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뭐? 어디 있어?"

젊은 도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신비롭게 웃으며 왼쪽 산 아래쪽을 가리켰다

'사형'은 눈을 크게 뜨고 시력을 다해 살펴봤다; 하지만 공허한 풍경만이 보였고 찬바람에 휩쓸린 마른 잎과 잿빛 모래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의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그의 사제를 보더니 노기 어린 얼굴로 입을 삐죽 내밀었다.

젊은 도인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사형을 반나절 동안 불렀는데, 누가 무시하래요, 벌써 떠났어요!"

'사형'이 몸을 돌려 바로 뛰쳐나가려 하자, 당황한 사제가 손을 뻗어 잡으며 말했다:
"뭐 하시는 거예요!"

'사형'은 고개를 돌려 그를 한 눈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뒤쫓아 가려는 거야!"

젊은 도인은 힐끗 웃고 혀를 내밀며 말했다:
"거짓말이에요―― 사형 꼴 좀 봐! 마치――“

그러면서 그는 코를 찡그리며 허공에다 코를 킁킁 대며 말했다.

"'게걸스러운 고양이가 물고기 냄새를 맡은 것'처럼."

그 '사형'은 말을 듣고 눈을 부릅뜨며 손을 뻗어 때리려고 하자 당황한 젊은 도인은 고개를 움츠리고 다급하게 말했다:
"천천히 하세요! 천천히!"

이어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거짓말 아니에요! 저는 정말 한 사람이 '지살곡(地煞谷)'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지만, 여자는 아니었어요!"

그 '사형'은 여인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흥취가 식어서 눈을 감고 누워 더 이상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젊은 도인이 그의 몸을 흔들며 말했다:
"사형! 장문인께 보고하러 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건 장난이 아니에요! 누가 모르겠어요. '지살곡' 안에 있는 '독고자(獨孤子)'의 엄격한 규칙을! 한번 들어가면 나오는 게 불가능하잖아요!"

사형은 눈을 감고 입속으로 흐리멍덩하게 중얼거렸다:
"오늘 아침에 깨달음을 얻었다면 오늘 아침에 잠을 자. 그 사람이 네 아버지도 아닌데, 넌 왜 그렇게 신경 쓰는 거야!"

말을 마치고 몸을 뒤척거리다 다시 잠이 들었다. 젊은 도인은 어깨를 으쓱하고 입을 벌려 하품을 하더니 곧 자리에 누워 꿈속에서 그의 '요망(瞭望)' 임무를 집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