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武俠小說
第十章 청삼표객(青衫飄客) 본문
第十章 青衫飄客
밤.
끝없는 어둠.
쓸쓸하고, 고요하며 음침한.
차가운 바람이 쏴쏴하며 어두운 대지를 스친다.
대지는 더욱 처량해 보인다.
꿈같은 밤하늘에 높이 걸려 있는 찌그러진 하현달이 외롭고 차갑구나……
한성(寒星)들이 하늘의 장막에 드문드문 흩어져 희미한 빛을 토하고 있다.
처량한 대지에 담담한 우울함이 엷게 덮이고……
갑자기――
한 조각의 수운(愁雲)이 꿈같은 밤하늘을 떠돌며 쓸쓸한 호월(弧月)을 가렸다.
그래서 대지에는 그 우울함 외에 또 비참함이 더해졌다.
이때, 어둠의 구석에서 꿈결처럼 원망스럽게 한 줄기 피리소리가 흘러나왔다.
피리 소리는 마치 졸졸 흐르는 물처럼 은빛 모래사장을 흘러갔다. 선율은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피리 소리는 또 한 줄기 향기를 풍기듯 모락모락 푸른 하늘로 흩어져 처량하고 애잔하였다……
사람의 말소리도 없고, 벌레 소리도 없다. 모든 것이 그렇게 평온하고 고요했다……
오직 애처로운 피리 소리만이 이 밤의 먼 하늘에서 맴돌다 가물가물해졌다……
가끔 그 피리 소리는 독수공방하는 원녀(怨女)처럼 낮은 소리로 애달파하듯 애절하고 처량하였다…… 때로 피리 소리는 또 흐리고 비 오는 날 백산흑수(白山黑水 : 동북지방)에서 억울하게 죽은 귀신이 곡하는 소리 같았다……
별과 달은 빛도 없고 온통 깜깜한데……
대지도 온통 지독한 안개와 우중충한 구름에 싸여 있다……
피리 소리는 지독한 안개와 우중충한 구름 속에서 맴돌며 희미하게 울리고 있었다……
갑자기――
구슬픈 피리 소리는 다급하게 변하여 마치 만 마리의 말이 내달리는 것처럼 그 안개투성이의 모래사장을 휩쓸었고 시끄럽고 거세게 몰려와 온 대지를 삼켜버렸다……
대지는 한 순간에 팽배(澎湃)한 성난 파도처럼, 구름을 무너지고 기슭이 갈라지듯 항거할 수 없었다……
갑자기――
또 비단이 찢어지는 듯한 긴 울음소리가 들렸다. 마치 급하게 연주되는 은쟁(銀箏) 중에서 한 획을 그은 듯.
팽배한 성난 파도, 내달리는 만마(萬馬), 충돌하는 금석 소리가 순식간에 모두 없어졌다.
그저 한 줄기 가느다란 맑고 아름다운 소리만이 남아 이 조용한 밤하늘에 울리고는 저 어두운 하늘로 떠나갔다…… 흩어져 갔다……
마침내, 저 망망한 하늘 속으로 사라져갔다……
우중충한 구름도 멀리멀리 흩어져 갔다.
냉월은 밤하늘에서 다시 원래의 서늘한 빛깔을 뿜어내고 있었다.
난석(亂石)들이 첩첩히 쌓여 우뚝 솟아 있는 가산(假山)이 고요한 대지 위에 우뚝 솟아 있다.
은백색의 달빛이 높고 험한 괴석을 비추고 있어 더욱 무섭고 신비롭게 보인다……
이때, 돌출된 위험한 바위 위에 흑의를 입은 사람이 앉아 있었다.
마치 꿈같이 어두운 밤처럼 흑의인의 몸에도 한줄기 신비한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달빛을 마주하고 오랜 시간이 흘러도 흑의인은 한 번도 움직이지 않고, 푸른 하늘과 차가운 달을 응시하고 있었다.
달빛 아래 흑사두건으로 반쯤 가린 얼굴은 의외로 섬세하고 영롱하였지만 차갑고 쓸쓸한 모습으로 마치 하늘의 차가한 달빛과 같았다……
갑자기, 가느다란 장탄식이 마치 얼어붙은 심연에서 불어오는 한 줄기 살을 에는 듯한 한풍같았다. 처량하고 쓸쓸하게……
순간, 대지도 서리를 만난 듯 얼어붙었다
인영이 아른거리더니 흑의인은 이미 소리 없이 땅으로 날아 내려서는 작은 발걸음으로 어두운 난석더미로 걸어갔다.
난석더미를 돌자 바로 절벽이 있었다. 흑의인은 걸음을 멈추고 잠시 주춤거리더니 다시 가벼운 탄식과 함께 품 안에서 흑사건을 꺼내고는――
신형을 가볍게 날려 절벽에 있는 거대한 바위 위에 내려섰다. 바위 뒤에는 하나의 컴컴하기 짝이 없는 석동이 하나 있었다.
눈 깜짝할 새에 흑의인은 이미 컴컴한 동굴 속으로 사라졌다……
한바탕 한풍이 스쳐 지나가며 통이 넓은 흑포를 휘날리자 그 흑포 속에 있는 신형은 뜻밖에도 섬세하고 앙상한 모습이었다……
※※※
"똑똑-- 똑똑--"
차가운 물방울이 얼어붙은 공기를 가르고 결빙된 땅에 떨어지며 내는 소리였다――
소리는 사방 일장도 안 되는 작은 석실 안에서 몹시 맑고 차갑게 들려왔다……
장식도 없고 꾸밈도 없는 석실 안에는 차가운 공기와 백옥 침상 하나를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침상 위에는 창백한 얼굴에 두 눈을 굳게 감고 있는 젊은이가 누워 있었다.
"똑똑-- 똑똑--"
차가운 물방울은 여전히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시종 단조롭고 차가워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시간은 영원히 멈추지 않는 똑똑 소리 안에서 경쾌하게 흘러갔지만 주변 공기에 얼어붙은 듯이 멈춘 것 같기도 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 짧은 시간이 흘렀는지, 아무튼 얼마나 흘렀는지 알지 못했다――
그 젊은이는 천천히 눈을 떴지만 그의 눈동자가 돌아가더니 갑자기――
그의 눈빛은 얼음을 만난 것처럼 굳어버렸다.
원래 이 석실의 한가운데에는 용안(龍眼)과 같은 둥그런 명주가 박혀 있어서 이때는 희미한 광채를 내고 있었다. 그 빛은 매우 약하지만 석실 전체를 밝히고 있었다.
평아는 실내를 한 번 훑어보고 저도 모르게 경악하였다. 왜냐하면 석실 전체에 아무런 장식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여기에 있지 않았더라면 정말 사람이 기거하는 곳인지 의심했을 것이다.
석실의 천정과 바닥에는 밑으로 늘어진 종유석과 돌출된 석순이 있고 아래위로 연결된 돌기둥이 있었다.
가끔씩, 차갑고 서늘한 물이 석주를 따라 한 방울 한 방울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이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어째서 그가 이런 음산한 곳에 있는지도 몰랐다.
그는 무당파 장문인과의 대결에서 중상을 입었지만 끝까지 버티며 협곡을 떠났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돌 더미로 들어갔음을 어찌 알겠는가. 당시 그는 물러가려 했지만 바위에 새겨진 경고문에 분기가 탱천해 계속해서 한 화원으로 진입했던 것이다.
그곳에는 많은 고풍스러운 정자, 연못, 연꽃이 있었고 또 특이한 향기가 코를 찌르는 요화경초(瑤花瓊草)가 있었다. 그를 가장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그곳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비첨령각(飛簷翎角)의 정자 가운데에 '이원(怡園)'이라는 두 글자의 백옥편액(白玉匾額)이었다.
그는 어째서 백옥 위에 세 개의 묵옥(墨玉)을 양감(鑲嵌)해 놓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것은 사람들이 보기에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며 동시에 어울리지도 않았다.
그가 이 오묘한 소용돌이에 미혹되고 있을 때 한 줄기 냉엄한 피리소리가 들려왔다. 그 피리소리는 뇌정만균(雷霆萬鈞)처럼 배산도해(排山倒海)의 힘으로 그에게 공격해 왔다. 그는 운공을 하여 저항하려 했지만 그 피리소리의 압력은 그가 막아내기에는 어려웠고 동시에 그의 체내에 잠재되어있던 열기가 서서히 퍼져나갔다.
마침내 그는 그 이중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러나 돌연 그는 외부의 압력이 약해지는 것을 느끼며 한숨 돌리려 했지만 앞에 흑의를 입고 두꺼운 면사로 얼굴을 가린 한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사람의 행동거지와 말은 몸에 걸친 옷처럼 차갑고 엄한 것이었다.
한마디 말도 없이 그들은 손을 썼다. 그가 '회룡비급(回龍秘笈)' 속의 '용칩심연(龍蟄深淵)' 초식을 사용했을 때 흑의인이 공격해온 장풍은 음한(陰寒)하기 짝이 없어 양강(陽剛)의 '회룡장(回龍掌)'과는 판이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물러나려 했지만 힘에 부쳐 장세가 맞부딪치자 그는 전신의 피가 빠르게 역류하는 것을 느꼈다. 마침내 그는 선혈을 한 모금 토하고 혼절하였다……
머리 위로 드리워진 종유석을 바라보며 평아는 이후의 경과를 생각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머릿속은 멍하고 텅 비어 이 석실과도 같았다.
갑자기 그는 온몸이 오싹해지며 저도 모르게 이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서늘한 한기가 그의 체내로 서서히 스며들어와 그는 놀라서 손을 내밀어 만져봤다――
순간, 그의 입은 이미 벌어져 있었지만 더욱 크게 벌어졌다. 왜냐하면 그의 손이 닿은 곳은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웠는데 알고 보니 그의 몸 아래에 있는 침대는 뜻밖에도 전체가 한옥(寒玉)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무의식적으로 그는 심호흡을 한번 하자 혈맥이 상쾌하고 이전에 부상을 입은 적이 없던 것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이전에 흉복(胸腹) 사이에 내재해 있던 불안정 했던 열기가 완전히 사라졌고 반대로 양강(陽剛)의 진기가 중화되어 그의 체내에 천천히 운행되고 있었다……
크게 기뻐하며 그는 몸을 뒤집어 바닥으로 내려와서, 그는 사방을 둘러보고는 저도 모르게 다시 멍해졌다――
원래 그에게서 약 오척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절단된 석순(石筍)위에 한 명의 흑의인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이 흑의인은 흑사의 복면을 쓰고 있고 수중에는 삼척 길이의 하얀 옥소를 쥐고 있었다. 그는 움직이지도 않고 석순 위에 앉아 있었고 두 줄기의 형형한 정광이 두꺼운 흑사를 뚫고 은은하게 쏘아져 나와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평아는 머리를 굴려 앞에 있는 이 흑의인이 바로 그 정원에서 그와 대결을 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 알았지만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해 약간 망설이다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 입을 열려고 했다――
갑자기 그 흑의인이 차갑게 말했다:
"네 이름이 무엇인지 말해봐라!"
평아는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검미를 찌푸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사람은 왜 항상 이렇게 냉엄한 건지, 말하는 것조차 인정머리가 없이 차갑구나!"
하지만 이어서 그는 다시 멍해졌다. 왜냐하면 그는 대답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청석도인이 그에게 물었을 때처럼 멍하니 다시 고개를 저었다.
흑의인은 불평을 하며 외쳤다:
"미친놈아, 벙어리처럼 굴지 말고 말해!"
그 말과 함께 한쪽 팔을 흔들자 한 줄기 음살(陰煞)한 경풍이 평아를 향해 곧장 닥쳐왔다.
평아는 어리둥절하면서 경풍이 얼굴에 닥쳐오는 것을 느끼고 급히 몸을 옆으로 피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장세를 피했다. 동시에 두 팔을 돌려 '용칩심연(龍蟄深淵)' 일초로 엄습한 장풍을 맞이해 가며 입으로는 계속 소리쳤다:
"선배님, 손을 멈추세요!"
흑의인은 그가 여전히 장세를 발출하며 저항하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대노(大怒)하여 갑자기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장소(長簫)를 허리춤에 꽂음과 동시에 쌍장을 휘둘렀다.
평아는 제일장을 양보하였으나 흑의인이 재차 장세를 발출하자 저도 모르게 화를 내며 장을 운용하며 상대를 맞이해 갔다. 갑자기 그는 새로운 경각심이 생겨 황급히 장세를 회수하며 비스듬히 오척을 도약하여 흑의인의 공격하는 장세를 피했다.
흑의인은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일보 뛰어올라 양 소매를 걷어 올렸다――
순간, 일진의 음랭한 광풍이 일어나며 석실 전체가 차가운 광풍으로 뒤덮였다.
평아는 두 걸음 뒤로 물러나며 허리를 구부리고 허공으로 도약함과 동시에 입으로 외쳤다:
" "선배님, 더 이상 이렇게 말도 안되게 행동을 하신다면 저는 욕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
흑의인은 어리둥절해 하더니 과연 손을 멈추고 재차 장세를 발출하지 않았다. 정말 그는 평아가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평아는 흑의인이 이미 손을 멈춘 것을 보고 급히 몸을 뒤집어 땅에 내려 의금(衣襟)을 정리하며 숙연한 얼굴로 말했다:
"선배님께 숨기지 않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갑자기 그 흑의인이 왼손을 들어 그가 계속 말하는 것을 제지하고 동시에 손을 흔들어 그에게 물러가라고 명령하였다.
그리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
"백 년 동안 '지살곡(地煞谷)'과 '구궁오행진(九宮五行陣)'을 통과한 있는 사람은 유일무이하다고 할 수 있소. 각하의 이런 솜씨는 틀림없이 고인일 것이오.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
평아는 그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흑의인의 이 말을 들으니, 분명 방문객이 있다는 것인데 그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방문객의 무공이 확실히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그의 뒤에서 한바탕 대소(大笑)가 들려 그는 황급히 뒤돌아보았다――
하지만 웃음소리가 그치고 이어서 인영이 어른거리더니 한 사람이 떨어져 내렸다.
희미한 빛 속에 청삼차림의 방문객이 표표히 나타났는데 독특하고 뛰어나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청사건(青絲巾)으로 감싸여 있어 형형한 눈동자만 드러났다.
그의 신형이 바닥에 내려서자 또 한바탕 대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좋소! 좋아! 이런 방문말기(旁門末技)는 아직 저를 어렵게 하지는 않습니다. 칭찬에 감사드립니다!"
말 속에 심히 자부심이 강하여 평아는 저도 모르게 검미를 찌푸리고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흑의인은 차가운 콧방귀 소리를 내며 차갑게 말하였다:
"각하는 명문정파 같은데,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나 왜 얼굴을 가린 것이오?"
방문객은 그 말을 듣자 어리둥절하더니 곧 대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보이기를 원치 않소. 하지만 존가(尊駕)께서도 마찬가지겠죠…… 하하…… 하하…… 마찬가지……"
한바탕 광소가 터지며 석실이 윙윙 울리며 진동하고, 오래된 종유석들이 뜻밖에도 진동을 견디지 못하고 와르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웃음소리가 그치기 전에 청삼객이 정색을 하며 말하였다:
"저는 말이 많은 것을 원치 않습니다.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한 가지 일을 상의하기 위함입니다. 존가의 의견은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
말소리는 문의의 뜻이 있지만 어조는 오히려 사람을 핍박하여 승낙을 강요하는 듯 했다.
흑의인은 콧방귀를 뀌며 가부를 말하지 않았다. 옆에 서 있던 평아는 몹시 화가 나서 즉각 출수를 하여 흑의인 대신 이 광망한 청삼객을 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비록 자신은 흑의인과의 계산을 아직 하지는 못하였지만 말이다.
그러나 청삼색을 그를 완전히 무시하고 눈빛을 반짝이며 헛기침을 하고 말하였다:
"'지살곡(地煞谷)'은 강호에서 백년동안 명성을 떨치고, '독고자(獨孤子)' 노선배님의 대명은 더욱 나날이 높아져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음, 미천한 저는…… 지살곡에 희대의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그래서…… 한 번 빌려볼까 생각하고……독고 선배님의 생각은 어떠신지――허……"
독고자는 콧방귀를 뀌며 차갑게 말했다:
"흥! 각하께서 비록 머리를 움츠리고 얼굴을 가렸지만, 도리어 귀도 밝고 눈도 밝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소!"
말을 잠시 멈추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백 년 동안, '지살곡'은 강호의 탐욕스러운 자들에게 가능한 한 편리를 도모하였소. 각하께서 이런 흥취를 가지고 계시다면, 노부는 확실히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오."
말을 마치고 독고자는 또 평아에게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평아는 얼굴색이 변하였지만 이내 속으로 탄식하며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아마도 이 지살곡에 무슨 희대의 보물이 숨겨져 있음을 그는 이미 어렴풋이 알아차렸다. 이로 인해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이 흑의인은 그가 이런 종류의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쩐지 처음 정원에서 보자마자 출수를 하더라니. 사실 그것도 자신이 남의 금지에 침입하고 또 아주 오만하게 행동하였으니 흑의인이 분노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는 한쪽에 서서 남몰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고사하고 청삼객이 흑의인의 이 설법을 듣는 것을 보니 또 한바탕 낭랑한 장소를 터뜨리며 이어서 말했다:
"선배님의 과찬에 소인은 감격해 마지않지만, 선배님은 화를 내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번에 소인이 온 것은 강호의 일반 도둑들과는 크게 다릅니다."
말을 이어가다 잠시 멈추며 평아에게 한번 시선을 돌린 뒤 다시 말했다:
"지살곡엔 매우 많은 보물이 숨겨져 있지만 제가 관심을 갖기에는 미치지 못합니다만 떠도는 소문에 '열구(烈口)', '쉬려(淬厲)', '칠채(七彩)' 삼검도 곡중에 숨겨져 있다고 해서 제가 불원천리 왔으니 선배님께서는 반드시 인색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흑의인은 차가운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흥! 귀객(貴客)은 정말 말을 쉽게 하는구려! 지살곡은 비록 귀객이 관심을 가질 가치가 없지만, 지살곡도 탐욕스러운 자들을 결코 안중에 두지 않았으니, 귀객은 머리를 남겨 두는 것이 좋겠소, 부탁하오!"
그의 어조는 차갑고 날카로워졌지만 그는 방문객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청삼객은 그 말을 듣고 운에 정광이 번득였지만 곧 다시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선배님은 정말 농담을 잘 하시는군요! 하지만, 군자는 말로 하고 손을 쓰지 않습니다! 만약 선배님께서 기꺼이 받아주신다면, 제가 '현빙궁(玄冰宮)'의 삼보(三寶)를 바칠 의향이 있습니다. 피차간에 도움이 되고 예의바르게 주고받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하하! 좋지 않습니까!"
흑의인은 '현빙궁(玄冰宮)'이란 세 자를 듣자 몸이 약간 움직인 것 같았지만 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 각하께서 '현빙궁'의 귀객라니 정말 실례했소이다. 오랫동안 강호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현빙궁'에서 이런 인물이 나왔다니 오히려 그 한심한 노귀를 대신해서 축하해 마지않소!"
평아는 옆에 서서 '현빙궁(玄冰宮)'이란 세 자를 듣자 떨리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매우 익숙한 것 같았지만 어디서 들었는지 생각해 내지 못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망연히 입으로 계속해서 낮게 중얼거렸다:
"현빙궁, 현빙궁"
청삼객이 이 상황을 보고 또 한바탕 앙천장소를 터뜨렸으며 웃음소리는 석실 전체에 울림이 퍼져 우르릉 하는 메아리가 울렸다. 분명 그는 마음속으로 우쭐해 하는 것 같았다.
웃음소리가 잠시 멈추고 그는 긴 소매를 뿌리치고 소탈하게 허리를 굽히며 절을 하고 이어서 말했다: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가사께서는 선배님의 축복을 받아 늘 건강하게 지내오셨습니다. 이번에 출산한 것은 가사께서 반드시 선배님께 문안드리고 복안을 빌어드리라고 일찍이 분부 하셨습니다."
말을 끝내고 다시 허리를 굽혀 아주 우아하게 절을 하였다!
독고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감히 감당할 수 없소. 영사께서 북해선궁(北海仙宮)에 앉아 인간세상의 안락을 누리게 하였는데, 뜻밖에도 옛 친구를 잊지 않으니, 정말 산야의 사람을 부끄럽게 하는군요. 훗날 스승님을 뵈면, 부디 대신 인사해 주시오."
말을 마치고 흑의인은 다시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는데 이때 평아는 허공을 바라보며 기색이 망연해져 입으로 계속 중얼거리고 있자 한바탕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청감객도 이때 곁눈질로 평아의 표정을 보고 저도 모르게 한바탕 광소를 터뜨렸다.
이어서 눈길을 반짝이며 웃으며 말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제가 반드시 진 선배님의 후의를 전하겠습니다. 그러면…… 방금 일도 분명 문제없을 겁니다……하하……"
허! 그의 이런 수법을 '뱀을 때리면 몽둥이를 타고 올라간다(기회를 잘 이용한다)'라고 부른다.
흑의인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허! 자네는 정말 한심냉마(寒心冷魔) 제자가 맞구만! 그 스승에 그 제자로군! 허허!"
청삼객은 계속해서 웃으며 말했다:
"제가 감히! 제가 어찌 감히!"
즉시 표정이 굳어지며 말했다:
"선배님께 숨기지 않겠습니다. 제가 정말 급히 쓸 일이 있어서, 외람되게 협의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선배님께서 하사해 주신다면, 저 뿐만 아니라 가사와 현빙궁의 모든 사람들은 감사해 마지않으며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훗날 도움이 필요하시면, '현빙궁'의 모두가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음, 선배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흑의인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흥, 정말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는군. 늙은이는 늙었지만, 젊은 세대는 무섭구나!"
잠시 멈추었다가 차갑게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지살곡' 사람의 성격은 이미 죽을 날이 가까워 졌지만 조금도 변함이 없다!"
청삼객은 그 말을 듣고 놀라서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이미 인의를 다하였는데, 만약 선배님께서 아직 마음을 움직이지 않으신다면…… 그다지…… 흐흐!"
흑의인은 몸을 움직이며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는 정말 '선례후병先禮後兵: 먼저 예의를 지키고 안 될 때는 무력을 행사한다)'을 잘 사용하는군! 하지만 애석하게도 죽지도 않는 늙은이는 하필 '권하는 술은 마다하고 벌주를 마신다네.'"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평아를 바라보더니 또 차갑게 말했다:
"자! 자! 자! 노귀의 독문 솜씨가 자네에게 몇 수 전해졌다고, 감히 지살곡에 와서 행패를 부리다니! 흥!"
청삼객은 눈빛을 번쩍이며 눈을 굴리더니 다시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
"감히, 제가 어찌 감히! 선배님, 분노를 가라앉히세요. 흐흐! 흐흐! 어찌 미립지광(米粒之光)이 밝은 달과 밝음을 다투겠습니까?"
말은 비록 이런 식으로 말했지만 그의 말 사이에는 오만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특히 그는 말끝마다 선배님 이라고 말하면서도 도 자신을 '구구재하(區區在下: 저 또는 소인이지만 자만스러운 표현)'라고 일컬어 분명 자만심이 매우 컸다.
흑의인이 그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겠는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흥! 자네는 정말 겸손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군자로군! 그러나 오늘은 자네의 혀가 연꽃처럼 찬란해도 이 노인네는 추호도 설득하지 못할 것이네. 자, 자네의 북해절학을 나에게 보여주게나!"
말을 끝내고 눈을 돌리니 평아는 여전히 고개를 들어 응시하면서 망연자실하자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리며 소리 질렀다:
"멍청한 녀석! 너는 죽고 싶어도 못 죽어!"
청삼객도 이 기회를 빌어 몇 수를 보여주려는 듯 흑의인의 이 같은 말을 듣고 낭랑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선배님은 노여워할 필요 없이, 제가 대신 처리해드리면 어떻겠습니까!"
말을 마치고 소매를 휘날리며 쾌속무비하게 멍하니 서 있는 평아를 향해 떨쳐내었다――
갑자기 흑의인인 차갑게 소리쳤다:
"자네가 수고할 필요는 없네!"
손에 추호도 사정을 봐주지 않고 피리를 내밀어 청삼객의 팔꿈치에 위치한 '곡지혈(曲池穴)'을 빠르게 점혈해 갔다.
청삼객은 저도 모르게 놀라서 급히 소매를 이용해 옆으로 긋고 몸을 비틀어 아주 훌륭하게 왼쪽으로 민첩하게 벗어나서야 비로소 점혈하러 오는 옥피리를 피할 수 있었다.
비록 피하기는 했지만, 그는 놀라서 전신에 땀을 흘렸다. 왜냐하면 이 '독고자(獨孤子)'가 이렇게 괴팍한 줄 몰랐기 때문이다. 뜻밖에 그는 이런 감정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갑자기 경풍이 얼굴을 스치자 그는 급히 고개를 뒤로 뒤집어 피하려 했고 동시에 한쪽 소매를 들어 음랭한 한풍을 일으켰다――
그가 바닥에 내래서 보더니 저도 모르게 가볍게 아이쿠 하는 소리를 냈다. 알고보니 방금 '멍청한 녀석'이라고 불리던 젊은이가 뜻밖에도 성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분명 닥쳐왔던 경풍(勁風)도 그가 발출한 것이었다.
그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 젊은이가 한 걸음을 내딛으며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이 '청삼표객(青衫飄客)'이오?"
청삼객은 약간 놀랐으나 곧 낭랑하게 웃으며 말했다:
"흐흐! 저같이 보잘 것 없는 이름이 귀하의 입에 오르내리다니, 참으로 행운이군요!"
말을 마치고 그는 소탈하게 몸을 숙여 읍을 하였다.
평아도 황급히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읍을 하며 말했다: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원래 그는 먼저 청삼객이 말한 '현빙궁(玄冰宮)'이란 세 자를 듣자 익히 알고 있었던 같아서 그와 친밀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느꼈지만 잠시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다. 그래서 잠시 놀라서 일어섰고 머릿속에는 '현빙궁(玄冰宮)'이라는 세 글자만 떠올리며 주변의 모든 것을 잊고 있었다.
갑자기 그는 흑의인의 호통 소리와 함께 한줄기 음랭한 경풍이 불어오자 저도 모르게 마음을 안정시키고 황급히 한 발 물러서며 손바닥을 휘둘러 엄습해 오는 장풍을 막아냈다.
그가 다시 눈여겨볼 때, 맞은편의 그 청삼인이 가볍고 여유롭게 지상으로 내려서는 것을 보고 전광석화와 같은 한 가지 생각이 그의 머리를 번쩍 지나갔다. 그가 무당장문인 청석도인의 물음을 기억해 내고 다시 눈앞의 사람을 한번 훑어보고서는 그런 질문을 한 것이었다.
청삼표객은 그런 그를 보고 계속해서 웃으며 말했다:
"천만에요! 뭘요! 귀하의 장세가 몹시 강하시군요. 하지만 어느 고인의 문하인지 모르니,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원래 그는 방금 흑의인의 장소를 피하기 위해 몸을 솟구쳐서 평아가 무슨 장법을 썼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물었다.
그들 두 사람이 호형호제하며 오랜만에 만난 것을 아쉬워하고 있을 때, 갑자기――
흑의인이 옆에서 끼어들며 차갑게 말했다:
"흥! 정말 난형난제로다! '지살곡'이 다루와 술집이 되었구나, 흥흥!"
평아는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이어서 흑의인을 향해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 왜냐하면 처음 그가 눈앞의 청삼인이 '청삼표객(青衫飄客)'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현빙궁(玄冰宮)'에 관한 알아보고 싶었지만 '청삼표객(青衫飄客)'이 오히려 매우 공손하게 그의 이름을 물어봤기 때문에 그는 잠시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난감하였다. 이렇게 난처할 때, 그 흑의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끼어들어 공교롭게도 그의 위기를 해소시켜주었기 때문에 그는 마음속으로 흑의인에게 매우 감사해 했다.
바로 이때――
청삼표객은 다시 한바탕 대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감히! 감히 어떻게! 다만 '지살곡'에서 좋은 스승과 유익한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것도 또한 기쁜 일이니, 선배님도 어찌 영광스럽게 느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독고자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흥! 노부는 오히려 호의를 모르는 사람이니 긴말하지 말고 우리들 계산을 끝낸 뒤에 너의 '좋은 스승과 유익한 친구(良師益友)'를 사귀러 가던지 해라!"
말을 하며 장소(長簫)를 들어 청삼표객의 가슴의 '신봉혈(神封穴)'을 향해 곧장 점혈해 왔다.
긴 웃음 속에서 청삼표객은 한쪽 소매를 올리고 한 걸음 가로지르며 장소를 피해내며 입으로 외쳐대며 말했다:
"선배님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들게 핍박하시는지, 저는――"
비록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손은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긴 소매를 휘두르고 다시 말면서 직접 독고자의 점혈해 오는 옥소(玉簫)를 향해 휘감아 갔다――
독고자는 한숨을 내쉬며 옥소를 기울여 청삼표객의 우측 젖가슴 아래에 있는 '귀음혈(歸陰穴)'을 점혈해 갔다.
이번 공격은 매우 신랄하여 옆에 서 있던 평아도 전율을 금치 못하며 속으로 말했다:
"이 흑의인은 왜 이렇게 괴팍한 거야. 처음에는 좋게 얘기하더니 어떻게 눈 깜짝할 사이에 손을 쓰니 청삼표객이 막아내기 어렵겠구나!"
다시 눈을 들어 보니, 놀랍게도 청삼표객은 점혈해 오는 피리를 무시하고 다만 몸을 빙글 비틀어 독고자의 장소를 피함과 동시에――
좌장을 내밀어 흑의인의 얼굴위의 흑사를 직접 잡아갔다. 하지만 도중에 다시 좌장을 빼고 아래로 내리면서 독고자의 수중에 있는 삼척짜리 옥소를 잡아갔다. 초식이 기이하고 뛰어나 막아내기 어려웠다!
흑의인은 답답한 소리로 내질렀다:
"흉악한 놈!"
옥소를 휘두르자 계속해서 한 줄기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나며 청삼표객의 왼쪽 옆구리의 '기문혈(期門穴)'을 공격했다.
이어서 청삼표객이 몸을 돌려 초식을 철회하기 전에 다시 피리를 한쪽으로 기울여 앞가슴의 '거궐혈(巨闕穴)'을 공격했다.
청삼표객은 자기의 초식이 기이하고 비범하다고 굳게 믿고 이 기회를 틈타 상대방의 수중에 있는 장소를 빼앗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것이 큰 오산일 줄 어찌 알았으랴. 그가 막 옥소를 손에 넣으려 할 때 뜻밖에도 하얀 빛이 일며 그의 좌측 옆구리로 점혈해 오자 그는 황급히 긴 소매를 휘두르고 반신을 돌려 공격을 피하려했다――
어찌 알았으랴, 눈앞에 하얀 빛이 번쩍하더니 상대의 옥소가 뜻밖에도 그의 앞가슴을 점혈해 오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그는 황급히 숨을 들이마시며 일장을 쏘아냄과 동시에 허리를 꺾고 뒤로 날아갔다――
그가 출도한 이래 일신에 걸출하고 괴이한 무공과 기이한 경공을 믿고 반년도 되지 않아 강호에 이름을 날리고 '청삼표객(青衫飄客)'이란 외호를 획득하였음을 알아야 한다. 물론 자신만의 뛰어난 점도 있었고 그의 경공 실력을 논하자면 더욱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가 '답설이빙(踏雪履冰)'이란 경공을 사용해 뒤쪽으로 날아갈 때 갑자기 경풍이 몸을 짓누르는 것을 알아차렸다.
허공에서 그는 당황하여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시고 양 소매를 동시에 휘둘러 연거푸 두 번을 뒤집고 나서야 비로소 바닥에 내려섰다――
이때 보니 흑의인은 꿈쩍도 하지 않고 여전히 석순 위에 앉아 있었다. 비록 흑사로 가려진 얼굴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움직임에서 냉엄함과 무정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청삼객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사건 밖으로 드러난 두 눈동자가 번뜩이며 속으로 말했다:
이 죽지도 않는 늙은이가 무척이나 성가시구나. 흥!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정말 득의양양 하겠군! 현빙궁의 사람을 만만하게 여기고 있군!
생각하는 사이 그는 눈빛을 곁눈으로 흘겨 평아가 자신을 응시하는 것을 보니 그의 눈빛에 일종의 괴이한 기색을 드러냈는데 부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경악하는 것도 같았다.
그는 마음이 약간 떨려 다시 눈빛을 돌려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과연 독고선배님의 대명은 헛된 것이 아니었군요. 저는 재능도 없고 아직은 고아한 자리에 오르기엔 보잘것없는 솜씨를 가지고 있으니 선배님께 가르침을 청하고 싶습니다."
흑의인은 차갑게 말했다:
"흥! 자네는 진정으로 젊음과 재능을 지니고 있구나! 강호상에서 네가 배운 모든 솜씨에서 뜻밖에도 비전을 남겨 놓았구나. 좋아! 좋아! 한심노귀가 얼마나 많은 비전을 자네에게 전해주었는지 노부에게 보여주게나!"
청삼표객은 가볍게 웃으며 평아를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귀하께서 한 발 양보해 주실 것을 삼가 청합니다. 먼저 제가 추태 부리는 걸 용서하십시오! 흐흐!"
평아는 말을 듣고 황급히 뒤로 몇 걸음 물러서서 청삼교객을 응시했다.
이때 청삼객의 기색은 매우 숙연한 것 같았는데 사건 밖으로 드러난 두 눈이 번쩍거리며 한줄기 냉랭한 한광을 발사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양 소매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소매 밖으로 드러난 손바닥도 이때 새하얗게 변했고, 때때로 약간의 한기를 뿜어냈다!
평아는 깜짝 놀라 눈을 쳐들어 흑의인을 바라보았다. 흑의인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고 석순 위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청삼표객의 동작에 대해 아직 보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갑자기 그는 흑의인을 걱정하게 되었다. 그는 청삼표객의 무공이 어째서 이렇게 기이한지 알지 못했다. 중원 무공의 강직한 정도와는 현저하게 달랐으며 동시에 그는 또 흑의인이 이미 속으로 다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래서 그는 조마조마한 눈빛으로 청삼표객을 바라보았다!
청삼표객은 이때 쌍장을 이미 가슴에 들어 올렸고, 장심(掌心)도 새하얗던 것이 푸르스름하게 변했으며 동시에 가느다란 한기가 가득 차 있었고 공기 중에도 '쉬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독고자는 몸을 움직이며 낮은 소리로 외쳤다:
"현빙장(玄冰掌)!"
소리가 귀에 들리자, 평아는 머릿속에서 '쾅' 하고 한 가지 생각이 쏜살같이 스쳐지나가자, 대갈일성을 터뜨렸다:
"뭐라고? 현빙장?"
청삼표객의 눈에서 한광이 번쩍이고, 그 살기 가득한 쌍장이 약간 떨리며 '쉬익'하는 소리가 나더니 목구멍에서 침음성을 내며 말했다:
"맞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가 쌍장을 빠르게 밀어내자 맹렬한 고함이 터져 나오며 순식간에 한풍(寒風)이 휘몰아쳤다――
한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폭갈과 낮은 울부짖음이 울려 퍼졌다!
큰 소리가 나며 돌멩이들이 날고 사람의 그림자가 흔들렸다.
청삼표객은 연이어 몇 보를 물러나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에는 경악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
평아는 이때 호목(虎目)에 위엄을 품고, 검미를 곤두세우고 청삼표객을 노려보았다!
이때 청삼표객의 눈에는 낙담의 빛이 가득했다. 갑자기 그는 왼손을 들어 평아를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회룡장(回龍掌)?"
말하면서 몸을 떨며 선혈을 마구 토해냈다. 선혈은 그의 얼굴에 두른 청사건에 흠뻑 튀며 흘러내려 옷자락에 묻었다.
갑자기 그는 발을 세게 구르며 몸을 돌려 밖으로 뛰어나갔다!
"도둑놈아! 어딜 가느냐!"
말을 하며 평아는 몸을 솟구쳐 청삼표객 뒤로 맹렬히 쫓아갔다!
이때――
낮고 연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와! 가게 놔둬라!"
평아는 움찔하더니 허공에서 황급히 기세를 거두고 허리를 꺾어 몸을 뒤집어 내려섰다――
이때 바라보니, 흑의인은 여전히 석순 위에 앉아 있었지만 몸은 미미하게 떨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순간, 평아의 가슴 속에 응어리 졌던 모든 것이 사라지고, 대신 애처로운 마음이 일어났다.
그는 앞으로 다가와 손을 뻗어 흑의인을 붙잡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님! 다치셨군요!"
갑자기, 그는 흑의인의 몸이 뜻밖에도 매우 여위고 허약하며 얼음같이 차다는 것을 알았다.
흑의인은 갑자기 몸을 떨며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꺼져! 꺼지라고!"
평아는 경악을 금치 못하여 얼굴색이 계속 변하며 눈을 들어보니 흑의인의 그 면사 뒤에서 두 줄기 형광(炯光)이 그를 응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모욕당한 느낌이 가슴속으로 밀려왔고, 그는 입 꼬리를 실룩이더니 쌍수를 들어 인사를 하고 발을 구르며 몸을 돌려 밖으로 달려 나갔다.
흑의인은 고개를 들자 면사 뒤의 얼굴이 경련을 일으키더니 손을 흔들며 연약하게 말했다:
"너……"
하지만 평아의 신영은 이때 이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흑의인은 미약하게 장탄식을 내뱉으며 애처로운 원망을 담아 말했다:
"아, 하느님!"
오른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 사건을 잡아당겼다――
희미한 빛에 비진 그 얼굴은 뜻밖에도 빼어나게 아름다웠으며, 살짝 찌푸린 눈썹, 추수(秋水) 같은 눈동자는 슬픔과 원망을 가득 담고 있었다. 아름다운 코 밑으로 박씨 같은 치아가 살짝 벌어져 한 가닥의 검붉은 핏방울이 그녀의 입술 끝에서 볼 쪽으로 걸려있었다……
《1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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