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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九章 지살탈혼(地煞奪魂) 본문

무협소설(武俠小說)/거검회룡(巨劍回龍) - 蕭瑟

第九章 지살탈혼(地煞奪魂)

少秋 2023. 11. 1. 11:06

 

第九章 地煞奪魂

 
차가운 산바람이 여전히 계곡을 스쳐 지나갔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그 외로운 그림자는 여전히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와 가까운 곳에 바위 절벽이 있었으며, 그 바위 절벽 위에는 '지살곡(地煞谷)'이라고 큰 글자가 새겨져 있고, 옆에는 몇 개의 작은 글자가 있었다. 그것은 '내자지보(來人止步=오는 사람은 걸음을 멈추어라)' 라고 네 개의 글자였다.

어둠 속에서 그 글자들은 어둠과 함께 음산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주변의 음침한 공기와 같았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것에 주의 하지 않는 듯 했고 단지 그는 하산하는 길을 찾는데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살곡(地煞谷)'에 있는 그 바위 절벽은 이미 그의 뒤로 멀리 사라져 있었으며, 이때 그는 무당산의 내지로 진입했다. 이것은 그의 목적지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방향이었지만 그는 알지 못했고 계속해서 걸어갔다……

가끔 맞은편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그의 이마를 찡그리게 했고 그의 얼굴은 한순간 경련하였지만 참아내야 했다. 왜냐하면 그는 어쩔 수 없이 참아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차가운 바람이 그의 몸에 닿으면 단지 그의 피부에 한기가 돌 뿐이다. 하지만 그의 몸 안에서는 계속해서 흐르는 열기를 식혀줄 수는 없었다. 그 뜨거운 열기는 그를 계속 태우고 있어 거의 자신을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 현상은 그가 백석동인과 일장을 상대한 뒤에 발생했다. 당시 그는 혈기가 용솟음치고 온 몸이 불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뜨거운 기운이 그의 몸 전체를 빠르게 돌고 있었는데 그는 그것이 부상을 입을 것이라 여겼었다. 그러나 청석도인과 대결을 하며 그는 의외로 자신의 기력이 부단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증가한 기력과 함께 그의 체내에 있는 열기도 계속해서 그를 태워갔으며, 거의 쓰러질 정도였다. 심지어 청석도인의 제 10초에 대응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강한 결의가 그를 지탱하였고, 마침내 그는 그 강력한 일장을 받아냈다!

하지만 그가 낙담한 것은 그도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그는 청석도인의 장경(掌勁)이 갑자기 왜 그렇게 강맹해졌는지 알지 못했다. 결국 그는 피를 토할 정도로 진탕되었다. 그러나 그는 무당 장문인의 뒤에 또 한 명이 서 있는 것을 목격하고 나서야 해답을 얻었다.

그는 무당산에 다시 올라갈 것을 맹세하였다. 따라서 그는 반드시 참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견디어냈고 자신을 괴롭힌 천현곡(天玄谷)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천현곡보다 더 소름끼치는 지살곡에 발을 들여놓을 줄 어찌 알았겠는가?

심지어 강호의 모든 사람들 마음속에서 무당산의 '지살곡'은 그들이 강호에 이름을 떨치고 거부를 누리게 해 줄 수 있는 '천국'이지만 그것은 그들을 매장하기에 충분한 '지옥'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알고 있는 대로 '지살곡'에는 백 년 동안 모르는 사람이 없는 잘 알려진 '비밀(秘密)'이 묻혀 있다고 전해졌다. 전설에 따르면, 그곳에는 세상에 보기 드문 보물들이 무수히 많이 숨겨져 있으며, 각각의 가치가 매우 높아 부(富)는 나라와 견줄 만 했다. 그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얻는다면 평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더욱 탐내는 것은 거세무필(舉世無匹=세상에 필적할 것 없는)의 세 자루 보검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얻는 것은 꿈속에서나 가능하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백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지살곡'을 향해 갔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나온 사람이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어쨌든 좋은 일과 나쁜 일 모두가 강호에서 진행 중이지만 눈앞의 이 젊은이는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 무서운 '지살곡'으로 한 발 한 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늘은 더욱 악화되어 더욱 흐려지고 어두워졌다. 원래 어두웠던 것은 이제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찬 바람이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니 살을 에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왜냐하면 그는 시종 하나의 생각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가 반드시 무당산을 빨리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으며 그도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때 그의 몸 안의 열기가 거의 그를 녹일 지경이었다……

갑자기 그의 발아래가 미끄러지고 비틀거리며 "콰당"하고 넘어져 귀가 울리고 눈이 침침해지며 시야가 흐려졌다.

그는 부딪혀 아픈 이마를 만지며 그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는 멈춰야만 했다. 왜냐하면 눈앞이 깜깜해서 어떤 것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몸을 곧게 펴고 앉아서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운기를 하여 단전에 기를 모으려고 심법에 따라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그는 체내의 진력으로 가슴과 배 사이에 타오르는 열류를 융합시키려 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는 다시 운공을 멈추고 나서 힘없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냐하면 그가 운공을 할 때 체내의 뜨거운 기단이 진기의 운행에 저항하며 이전보다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느꼈을 뿐 그것은 사지백해(四肢百骸)와 전신경맥(全身經脈)을 향해 멈추지 않고 상하로 흘러 다니며 전혀 통제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것이 무슨 연유인지 몰랐다. 갑자기 그는 그 괴인이 그에게 토납심법(吐納心法)을 전수할 때 손바닥으로 그의 머리 위를 눌렀던 상황이 생각나서 하상(遐想) 속에 빠져들었다……

갑자기, 그는 귓가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차가운 것이 그의 얼굴로 떨어졌다. 이어서 그것을 뺨을 따라 입가로 흘러내렸다. 그 차가운 물체는 입 안으로 떨어졌고 약간의 짠 맛이 났다. 그래서 그는 급히 눈을 떴다: 원래 먹구름이 짙게 낀 어두운 하늘이었지만 지금은 빛이 나고 하늘에서는 가늘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차가운 빗방울이 그의 몸에 떨어지자 그는 편안한 느낌이 들어서 몸을 움직였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이때 그는 이마가 이상하게 따끔거려 손을 뻗어 만져보니 뜻밖에도 온통 붉은 선혈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조금 전에 넘어진 것이 가볍지가 않았구나!

그는 놀라서 일어나 망연하실하여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어찌할 바를 몰랐다. 차가운 비가 그를 적시며 조금 정신을 차리게 했지만 정신을 차린 뒤 더욱 놀라운 일이 그의 뒤에 있음을 깨달았다.

원래 비가 한바탕 내린 뒤, 그 낮게 드리운 먹구름은 이미 다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주변의 모든 것들이 선명하게 그의 눈에 들어왔다. 우선 그는 자신이 난석더미에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 난석더미는 그가 산을 오를 때 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의심의 여지없이 방금 체내의 열기로 그의 머리가 혼미하여 자세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된 길을 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바탕 경악한 뒤, 그는 천천히 냉정을 되찾았다. 그는 그가 청석도인등과 싸웠던 곳이 무당의 뒷산에 있었고 부상을 당한 뒤 길을 가리지 않고 급하게 곧장 달려갔음을 분명히 기억해냈다. 그렇다면 지금 그가 있는 곳은 오히려 뒷산의 뒷산에 있는 것이었다.

그는 주변의 경물을 다시 한 번 훑어보니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난석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분명 이곳은 사람이 아무도 없는 죽음의 계곡인 것 같았다.

일진의 처량함이 그의 마음을 덮쳤다. 그는 자신이 세상을 버렸는지 아니면 세상이 그를 버렸는지 알지 못했다. 단지 그는 더욱 외로워진 것만을 느낄 뿐이었다……

갑자기――

멀리서 들려오는 아련한 퉁소소리가 비 온 뒤의 맑은 하늘에 울려 퍼져 흩날리고 있었다……

그 음율 속에서 그는 처량과 고독한 정서를 느꼈다. 마치 현재 그가 처한 상황과 같아서 그래서 자연스럼게 그는 피리 소리의 원천을 찾기 위해 난석더미를 향해 걸어갔다……

그 울음소리와도 같은 음운은 마치 이 무정한 세상에서 잊혀진 사람이 끝없는 창명을 향해 그의 외로움을 고백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한 독수공방하는 젊은 부인이 늦은 밤 꿈을 꾸다 일어나 외로운 이불을 마주하고 있을 때 전쟁터에 나간 남편을 생각하며 눈물이 머리맡의 원앙금침을 적셨다는 것처럼……

피리 소리는 한 가닥 한 가닥 이 끝없는 공간에 울려 퍼졌고, 고독한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일으켰다. 고독한 그는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외롭지 않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그와 마찬가지로 외로운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걸음을 재촉했다……

갑자기――

그 공간에 가물가물 머물던 피리 소리는 "뚝" 하는 소리와 함께 멈추었다. 순간 그의 마음도 날카로운 칼에 빠르게 베어진 것 같았고, 그의 온몸을 떨며 정신이 멍해져다……

그는 마치 그가 다시 얼어붙은 세계로 떨어진 것 같다고 느꼈다. 고독한 영역에는 오직 그 한 사람뿐이며 주변은 어둠과 냉혹함으로 가득 차 있다고 느꼈다……

"안 돼! 안 돼! 안 된다고!"

그의 마음속에서는 격렬한 외침과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는 미친 듯이 소리쳤고 길게 울어 주변의 냉혹함을 참을 수 없었다……

"안 돼! 안 돼! 안 된다고!"

그 광란의 외침은 사방팔면에서 다시 그의 곁으로 몰려왔고 그는 한바탕 쾌감을 느꼈다. 왜냐하면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큰 바위를 강하게 밀쳐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별안간 한 가지 생각이 섬전같이 머릿속을 스쳐갔고 직감적으로 그에게 들려온 소리가 그의 마음속의 외침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놀라서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며 정신을 차리고 현실로 돌아왔다.

그가 주위의 경물을 자세히 살펴보았을 때 그는 입을 벌리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때 그의 주변에는 여전히 울퉁불퉁한 암석들이 가득한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그가 한참 동안 돌아다녔지만 여전히 난석더미 속에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이곳이 어디인지 알지 못했지만, 방금 들은 피리 소리와 눈앞의 배치를 보면 이곳에 누군가가 살고 있을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왜냐하면 눈앞의 이 크고 작은 암석들은 삼장이 넘는 것도 있었고 사람보다 작은 것들도 있으며 보기에는 무질서해 보이지만 자세하게 살펴보면 매우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시에 그는 이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분의 세외고인이 살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는 무엇 때문에 한 분의 고인이라고 숫자를 단정했을까? 왜냐하면 피리소리에서 그는 이 고인의 외로운 심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인은 외롭기 짝이 없으면서도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그는 유감스러운 마음을 품고 물러갈 준비를 했다. 갑자기 눈가에 한 개의 물체가 번쩍였다――

그가 고개를 돌려 보니, 오른편 그와 멀지 않은 곳에 한 개의 바위가 있었다. 바위에는 몇 글자가 새겨져 있어 그가 급히 다가가 보았더니 그 바위에는 용비봉무(龍飛鳳舞)의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내자(來人)는 권고를 듣지 않았으니, 후회해도 늦었다!"

옆에는 '사로일조(死路一條)'라는 네 개의 비교적 큰 글자가 삼 푼의 깊이로 새겨져 있었고 필봉(筆鋒)은 고아하고도 힘이 있었다.

원래 그는 물러나려 했었지만 이 몇 글자를 보자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라 노성을 내뱉었다:
"정말로 미친 말투로군!"

당연히 그는 그가 '지살곡(地煞谷)'에 들어올 때 큰 바위에 경고가 이미 존재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왜냐하면 당시 그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고 오로지 길을 따라 걷기만 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

"흥" 하는 냉소가 그의 뒤에서 울렸고, 그는 놀라서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시선이 닿는 곳에는 텅 비어 있었다. 우뚝 솟은 난석들을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순간, 그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왜냐하면 그의 이런 쾌속한 동작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종적을 찾아볼 수 없어 가히 그 사람의 공력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냉소를 생각하자 그는 또 저도 모르게 온몸을 떨었다. 왜냐하면 그 목소리에는 한줄기 생기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냉혹하고 차가웠기 때문이었다. 마치 고드름이 그의 심장에 바로 꽂히는 것처럼……

그러나 곧 그는 다시 오만하게 가슴을 펴고 콧방귀를 뀌며 호기롭게 소리쳤다:
"하늘아래, 누가 나에게 겁을 먹게 할 수 있겠는가, 흥!"

말을 마치자, 그는 온몸에 뜨거운 피가 끓어올라 용솟음치는 것을 억제할 수 없음을 느끼자 방금 전에 느꼈던 한기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들고 가슴을 펴며 큰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가 몇 걸음 나아가자마자 앞에 난석이 우뚝 솟아 길을 막고 있었고, 좌우 양쪽에 각각 한 개의 통로가 있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왼쪽 통로로 걸음을 내디뎠다.

모퉁이를 돌자, 눈앞이 탁 트이는 것을 느꼈고 그는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왜냐하면 그의 앞에 펼쳐진 것은 온통 거대한 소나무와 높게 자란 대나무여서 짙은 녹색이 하늘을 가리고 고요하고 그윽하게 감도는 경치는 무섭고 음산하여 삼라지옥(森羅地獄)과도 같았던 이전의 난석 더미와는 전혀 다른……

정신을 가다듬고 그는 앞으로 나아갔다. 잠시 후, 그는 연못가에 이르렀다. 연못 속의 푸른 연꽃을 보자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동시에 연못에는 아홉 개의 정자가 있었다; 붉은 기둥, 초록 지붕, 황색 난간, 고색창연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풍기는 곳이었으며 정자와 정자 사이에는 구불구불한 부교가 설치되어 서로 이어주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마주하며 그는 저도 모르게 주인의 취향을 진심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아련한 향기가 풍겨왔다. 순간 그의 마음이 두근거리자 그는 눈을 부릅뜨고 두리번거리는데 눈앞이 밝아졌다. 원래 연못 왼쪽에 화단이 있었고 거기에는 초록색이 짙은 이끼와 요화기초(瑤花琪草)가 가득 펼쳐져 있었다. 그래서 그는 급히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가자 그는 더욱 놀라운 것을 발견하였다. 이 꽃들은 그가 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고; 어떤 것은 넓은 잎과 굵은 가지를 가지고 있으며, 꽃잎에는 산뜻하고 아름다운 물방울이 떨어지려 했으며; 어떤 것은 초록색 잎과 노란 꽃을 가지고 있으며, 우아하게 바람에 춤을 추고 있었다……어떤 것은…… 아련한 향기를 짙게 발산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의 눈이 다시 밝아졌다. 꽃들 사이에서 전체가 서리처럼 희고 나뭇가지가 가늘고 긴 난초와 같은 꽃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주변과 대조되어 그 꽃은 더욱 온화하고 청아해 보였는데 이때 투명하고 영롱한 꽃잎이 사방으로 날리고 동시에 아련하고 상쾌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퍼져나갔다. 순간 그의 마음이 맑아져 저도 모르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손을 뻗어 꺾으려고 하였다――

갑자기――

먼 곳에서 한 줄기 피리 소리가 다시 들리자, 그는 놀라서 손을 빠르게 움츠리고 황급히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 피리 소리는 마치 단 하나의 단음만 가지고 끝없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들렸다. 마치 맑고 깊어서 들여다 볼 수 없는 연못물처럼 그것은 깊고 아득히 먼……

마치 만장의 차가운 빛을 내는 날카로운 청동검처럼 하늘 높이 하늘로 올라가 끝없는 창공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는 것처럼……

그는 그 피리소리가 자신의 오른쪽에서 나는 것이라 느끼고 오른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갑자기 그의 눈앞이 다시 밝아졌다. 원래 그의 앞 여덟 걸음 떨어진 곳에 팔각형의 정자가 서 있었다. 이 정자는 앞 연못의 정자보다 훨씬 더 크며 날개 모양의 처마와 장식이 멋지고 웅장한 것이 장관이었다.

그는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정자 안의 석탁(石桌)과 석고(石鼓)가 모두 갖추어져 있었는데, 뜻밖에도 모두 옥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특히 석고 주위에는 역대 인물들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었고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정자의 가운데에 주먹만한 크기의 둥그런 명주가 박혀 있었다. 희미한 담홍색의 광망을 은은하게 발하고 있었고 동시에 그 명주의 주위에는 벽록색의 투명하고 영롱한 보석이 원을 그리며 끼워져 있었다. 담록색의 광휘를 발산하며 중앙의 명주와 함께 빛을 내고 있었다……

여덟 개의 정자 모퉁이에 걸린 풍령(風鈴) 옆에도 각각 묘안석(貓眼石)이 박혀있었다. 그리고……

이 중 어떤 것 하나라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 하물며 그것들이 동시에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면? 이치대로 말하자면 그는 응당 즉시 손을 뻗어 자신의 것으로 취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때, 그는 일층 난간 기둥에 비스듬히 기대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처마 밑에 있는 백옥으로 조각한 편액 위를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 위에 '이원(怡園)'이라는 두 글자가 크게 쓰여 있는 것을 바라보니. 낙관은 '어계상인제(漁溪上人題)'라 되어있고, 철구은획(鐵鉤銀劃 : 서체가 강하고 부드럽다 라는 뜻)으로 힘차게 쓰여 있었다.

그런데 기괴한 것은 결백무자(潔白無疵)한 그 백옥 위에 검은 글씨 몇 개 외에 대, 중, 소 세 개의 각기 다른 묵옥(墨玉)이 나란히 박혀 있었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돌연――

이미 하늘로 사라졌던 피리 소리가 하늘에서 다시 돌아와, 스멀스멀 그의 머릿속으로 파고들며 그의 명상을 끊었다……

그는 망연히 사방을 둘러보았고 또 정자에서 멀지 않은 곳에 높이 솟은 가산(假山)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괴석이 우뚝 솟아 있고 생김이 오묘하였다. 피리 소리도 마치 가산 뒤에서 새어나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한 걸음 내딛어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그가 두 걸음을 떼기도 전에 그 피리 소리는 갑자기 끊겼다――

이어서 "휙-휙-"하는 두 번의 날카로운 단음(短音)이 들렸다. 순간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 오음팔률(五音八律)이 일제히 울렸고 그 소리에도 살벌한 기운이 가득 차 사방팔면(四方八面)에서 그를 향해 압박해 왔다.

그는 놀라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정신을 집중하여 사방을 둘러보았다. 시종 그는 아무런 사람의 그림자를 발견하지 못했으나 살벌함이 충만한 소리는 계속해서 그에게 밀려왔다.

그는 마치 돌아오지 못할 용사처럼 살기가 충천한 모래판을 향해 용감하게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그는 자기가 이미 백전을 겪은 장군이란 생각을 해서 금빛 장을 휘두르며 철기를 타고 적진을 돌파하여 적을 무너뜨린다고 느꼈다……

살벌한 피리 소리가 그의 주변에 가득 찼고 그의 체내에는 억제할 수 없는 열기가 사지, 백해와 전신의 경맥으로 천천히 확장되고 뻗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그는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때 그는 이미 초고의 경계에 빠져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자세는 언제부터인가 서 있는 것에서 앉아 있는 것으로 변했고 얼굴의 근육도 경련하고…… 뒤틀리고 있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자각하지 못했지만, 다른 누군가가 분명히 보았다. 그는 누구인가? 내가 알려주지! 자!

이 젊은이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그 가산의 돌출된 바위 위에 흑포(黑袍)를 입은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기괴한 것은 흑포를 입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흑색 두건 아래를 두꺼운 흑사(黑紗)로 가리고 있어 남자인지, 여자인지, 혹은 노인인지 아니면 소년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전신이 검은 사람, 아니지! 한 가지 예외는, 그의 입에서 석 자나 되는 고풍스러운 장소를 불고 있는데, 백옥으로 조각된 것이었다.

이때 끊이지 않는 피리 소리가 피리 구멍을 통해 흘러 나왔고 그 젊은이의 얼굴 표정도 피리 소리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고 있었다……

얼굴엔 피로 물들고 팔에 상처를 입은 젊은이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바라보며, 흑의인은 몸을 움직였고, 흑사 뒤에 숨겨진 얼굴도 어느 정도 경련을 일으키는 듯했다!

그는 맞은 편의 젊은이를 애석하게 여겼다. 그는 이 준수한 젊은이가 왜 자신의 면모(面貌)와는 어울리지 않는 더러운 마음을 품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이 젊은이가 비록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원래의 준수함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숨길 수 없는 것은 이 젊은이가 지살곡(地煞谷)에 온 것은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전의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다. 지난 백 년 동안 이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어떤 사람은 무리를 짜서 오고, 어떤 사람은 단독으로 왔다. 그들은 모두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고 경고를 무시하고 이곳에 진입했지만 아무도 뜻대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들은 석진(石陣)에 갇혀 죽은 것이 아니다. 바로 이곳에 들어섰다가 출로(出路)를 찾지 못해 산채로 굶어 죽었거나 그의 피리 소리에 본성(本性)을 잃었다. 결론적으로 이런 사람들은 동정을 받을 가치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마음은 탐욕과 비열함 그리고 부정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그는 흑사를 사이에 두고 젊은이가 이미 땅에 엎드려 양손으로 고통스럽게 옷깃을 찢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피로 얼룩진 얼굴은 온통 적홍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동시에 특이한 표정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고통을 겪는 모습처럼 보였다! 또한 마치……

흑사(黑紗) 뒤에 감춰진 얼굴은 다시 경련을 일으키고, 갑자기――

젊은이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뜻밖에도 똑바로 앉았다.

흑의인은 놀라서 자신이 피리 부는 것을 멈추었고 도 피리를 거꾸로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아차렸다. 그는 왜 그가 줄곧 평온하던 마음속에 오늘 뜻밖에도 변이가 생겼는지, 침입한 사람이 지살곡의 금지구역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도 차마 손을 쓸 수 없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낙담하며 장탄식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이때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젊은이가 운공조식을 위해 정자세로 앉아 있었는데 왜 그의 마음이 피리 소리를 듣고 나서 동요하고 불안해졌는지 그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미 뜨거워진 기운은 더욱 요동치며 휘발(揮發)되고, 승화(昇華)되어, 더욱 빠르게 타올라 그를 녹여버릴 것 같았다……

그는 원망했다! 이 피리부는 사람이 그의 고통을 더욱 증가시킨 것을 원망했다. 외적인 것, 내적인 것 모두……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이와 동시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왜냐하면 그의 다섯 걸음 떨어진 곳에 얼굴에 흑사를 드리운 흑포인이 손에 피리를 쥐고 조용히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장소(長簫)를 보자마자, 그는 자신을 농락한 사람이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을 알고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서고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흑의인의 동작이 그보다 더 빨랐고 어떻게 움직였는지 똑똑히 보지 못했는데 이미 매우 빠르게 그의 눈앞에 날아옴과 동시에 두꺼운 흑사 뒤에서 냉랭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넌 누구냐!"

그 목소리는 매우 차가웠고 한줄기 생기도 없었다. 마치 그의 몸에 걸친 흑의와 같이 음산하고 냉막하였다……

젊은이는 검미를 치켜올리고 두 눈이 붉어지며 노호를 터뜨리고 한 걸음 나아가며 말했다 :
"넌 누구냐!"

흑의인을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했다. 아마도 그는 아직 이렇게 묻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가 어리둥절한 뒤, 그는 차가운 소리를 내며 넓은 소매를 흔들었다――

한 줄기 차갑기 그지없는 경풍(勁風)이 그의 흔들린 소매를 따라 화살처럼 젊은이를 향해 엄습했다.

젊은이는 눈을 번쩍 뜨고, 목구멍 밑에서 나는 소리를 내며 신속하게 쌍장을 모은 다음 빠르게 밀어냈다――

순간, 두 줄기 광폭무비한 힘이 한데 모여 충돌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에 모래와 돌, 마른 가지, 낙엽들이 날아가며 휩쓸렸다……

맹렬한 힘이 몰아치는 가운데――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다:
"멈춰라!"

이어서 한 줄기 흑영이 날아올랐지만 그 젊은이는 오히려 연속해서 몇 걸음 뒤로 물러나서 입으로 선혈을 마구 내뱉었다! 혈화(血花)가 날아오르는 모래와 함께 하늘 높이 날아올라…… 바닥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