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武俠小說
第五章 생사현관(生死玄關) 본문
第五章 生死玄關
육검평은 한숨을 내쉬며 탄식하듯 말했다:
"우리는 공무를 중히 여기고 법을 지켜왔는데 뜻밖에도 관군이 포위 공격을 해오다니 이 일이 설마 한빙, 나부와 관련이 있단 말인가!"
금시대붕이 이어서 대답했다:
"그들이 무림에서의 명성과 지위를 생각하면 그렇게 염치없이 진실한 본분을 밝히지 않고 관군을 끌어들여 우리를 제압하려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방삭 동초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일에는 필시 내막이 있을 것이오. 지금 상황이 긴박하니 우리는 서둘러 현장을 정리하고 사상자를 적절히 안치한 후 모두 장원 안으로 물러나서 다시 이야기합시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찬성했고 이에 장정(莊丁)들을 독려하여 시신을 매장하고 부상자를 보호하는 한편 장원 안으로 물러났다.
천리독행은 반평생 강호를 떠돌아 천지사방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전투를 보았지만 오늘 같은 장면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었다. 그의 추측으로는 물론 강호의 은원 관계가 대부분이었지만 도대체 어떻게 관군을 끌어들여 포위 공격을 하게 되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한빙궁과 나부도는 비록 다루기 어려운 흑도이지만 문하 제자들은 지금까지 관부와 내통한 적이 없어 관가의 손을 빌릴 정도는 아니었다.
상황을 보니 한빙궁 고수들과 함께 출발했는데 관군이 조금 늦게 도착한 것 같았다.
게다가 한빙냉마와 나부신군 두 사람이 직접 현장에서 싸우고 있어 승패가 아직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관가의 손을 빌릴 필요는 더더욱 없어 현장에서 추태를 보이지 않았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공동파의 제자들일 것이다. 이 문파의 문하에는 어룡이 섞여 있고 양유불제(良莠不齊)이지만 입신하여 관청에 있는 사람은 많았다.
게다가 육검평이 이번에 북상하여 약속한 모임에 참석하여 수십 년 동안 쌓인 본문의 숙원을 해결하였고 출수할 때 더 이상 사정을 봐주지 않아 새로운 원한과 묵은 원한이 그들로 하여금 전력을 출동하게 하고 관군의 힘을 빌려 본 방을 진압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이 생각에 미치자 서둘러 왜방삭 동초 등에게 말했다.
모두들 심사숙고한 끝에 그들이 이미 관가의 세력을 동원했으니 필시 미리 계획을 세웠을 것이며 당장은 해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가장 시급한 일은 부상자들을 보호하고 부녀자와 어린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며 우선 장원에서 산으로 물러나 잠시 숨고 더불어 중요한 문서와 신물(信物)은 가지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시간을 끌면서 관군을 진정시키는 것이다.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면 잠시 출수하지 않기로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부대의 군사들이 장원 앞까지 다가와 장원을 물샐틈없이 포위했다.
맨 앞에 서 있던 화려한 말 위에는 마흔 살 가까이 된 장군이 앉아 있었고 그의 뒤에는 커다란 '영(榮)'자가 수놓아진 깃발이 걸려 있었는데 알고 보니 바로 본성의 도지휘사사(都指挥使司)인 영상(榮祥)이 직접 부대를 이끌고 온 것이었다.
뒤에는 유격(遊擊), 파총(巴總) 등 장군의 호위병들이 서 있었다.
사실 이들은 풍뢰방의 여러 호걸들과 평소에 모두 교분이 있었다.
이번에는 사전에 통지하지 않고 도지위사사가 직접 출병한 것으로 보아 사태가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풍뢰방의 군웅들은 더욱 놀라고 주저하며 함부로 마중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때 깃발을 든 노병이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들 장주를 불러내어 대답하라는 명령을 받드시오!"
잠시 후 왜방삭 동초가 누각 위에 나타나 대답했다:
"저희 장주께서는 몸이 불편하시어 대인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모두 분부해 주십시오. 노부가 즉시 전달하겠습니다!"
도지휘사사 옆에 서 있던 포두 차림의 노인이 그 말을 듣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아있는 용과 호랑이처럼 싸우던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병이 날 수 있단 말인가?"
이어서 말 위에 앉아 있는 도지휘사사를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
"대인, 일이 어찌 이렇게 공교로울 수 있겠습니까. 그 속에는 반드시 속임수가 있을 것입니다!"
사실 육검평 등은 장원 안으로 물러난 후 연이은 한빙냉마와의 결투로 인해 자신의 공력이 크게 소모되었고 심지어 체내에 한독까지 감염되어 있었다. 비록 한독을 제거하긴 했지만 한살지독(寒煞之毒)이 어찌 하찮은 것이겠는가. 한번 감염되면 죽지 않으면 반드시 상하게 되는 것이다.
육검평은 다행히도 복운이 계속되어 '설련'의 치료를 받아 가까스로 한살지독을 몸 밖으로 몰아냈지만 자신의 공력은 독기로 인해 손상되어 크게 소모되었고 큰 병을 앓고 난 후처럼 온몸이 나른하고 무기력했다.
그래서 장원에는 왜방삭 동초, 금시대붕, 천리독행, 철비금도 진건태, 거령신 상위 등 몇 명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장원 뒤쪽으로 철수했다.
왜방삭 동초의 말은 사실이었지만 그들이 어찌 믿을 수 있었겠는가. 오히려 의심만 더욱 커졌다.
앞서 명령을 전했던 그 병사는 사납게 소리쳤다:
"너희들은 교묘한 말로 속이려 들지 마라, 자진해서 장원 문을 열지 않으면 우리가 한번 수색하기 위해 강제로 쳐들어갈 것이다."
왜방삭 동초는 가볍게 공수하며 말했다:
"대인께 여쭙겠습니다, 저희 장원은 평소에 공무를 중히 여기고 법을 지켜왔으며 법을 어기거나 함부로 행동한 일이 없는데 오늘 갑자기 귀인께서 저희 장원을 방문하셨으니 그 연유를 알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도지휘사사 옆에 서 있던 노인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대장부는 스스로 한 일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는데 굳이 다른 사람이 설명할 필요가 있겠는가? 용기가 있다면 우리를 따라 돌아가서 일을 잘 설명하기만 하면 된다. 결코 너희들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말을 마치고 또 한바탕 하하 웃는 것이 매우 득의양양한 모습이었다.
왜방삭 동초는 얼굴이 굳어지며 공수하며 말했다:
"이분 친구에게 묻겠습니다. 어느 문파를 스승으로 모시는지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그 노인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노부는 왕안전(王安田)으로 관아에서 일하고 있으며 스승으로 모시는 문파는 나중에 자연히 알게 될 것이고 지금은 네가 물을 자격이 없다!"
이때 왜방삭 동초는 방중의 문하 제자로부터 이 노인이 본래 공동파 문하의 왕안전으로 공동괴객 성일운과 동문으로 현재 온주부(溫州府) 총포두(總捕頭)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방삭 동초는 상대방의 정체를 파악하고 나서 하하 웃으며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알고 보니 부아(府衙)의 왕총당가(總當家)셨군요, 오늘 저희 장원을 방문하셨으니 마땅히 길을 쓸고 공손히 맞이해야 하는데 공교롭게도 저희 장주께서 마침 몸이 불편하시어 소홀히 대한 점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동모가 잘 모르는 말이 하나 있으니 총당가께서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무림동도는 평생 칼날 위에서 살아갑니다. 은원과 복수는 피하기 어렵지만 사적으로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것도 아닙니다.
"왕총당가는 공동파 출신으로 무림에서도 명문정파로 알려져 있으며 평소 동도들에게 존경을 받아왔는데 이번에 수단을 가리지 않고 관가의 세력을 사칭하였으니 귀파에서는 결코 취하지 않을 것입니다!"
왕안전은 하하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말은 어디서 나온 것이오? 나는 명령을 받고 파견되어 공적인 일은 내 맘대로 관여할 수 없으니 결코 문파와는 무관하오! 각하는 우리와 함께 돌아가기만 하면 모든 것이 자연히 명백해질 것이니 백신은 결코 여러분을 어렵게 하지 않을 것이오!"
왜방삭 동초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는 노부의 추측일 뿐이며 저희 장원은 평소 법을 준수하고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왔는데 오늘 까닭 없이 갑자기 포위 공격을 당한 것에는 필시 중대한 사유가 있을 것이니 부디 분명하게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총포두 왕안전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일의 원인에 대해서는 우리는 명령을 받고 행동할 뿐이니 정말로 알려드릴 수 없지만 여러분이 더 고려하여 관에 저항하고 체포를 거부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도록 하기 바라며 잘못을 거듭해 후회막급의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오."
왜방삭 동초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예로부터 강도(鋼刀)가 날카롭지만 죄 없는 사람은 베지 않는 법이오. 저희 장원은 분수를 지키는 양민인데 대인 등이 친절하고 분명하게 알려주지 않으니 부득이하게 명령을 따를 수 없음을 용서해 주십시오."
총포두 왕안전은 그 말을 듣고 멍해지더니 도지휘사사에게 살짝 귓속말을 하고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대담한 도적놈들이구나. 관에 저항하고 체포를 거부하다니 그 죄는 멸족에 해당한다!"
말을 마치고는 전체 관군을 향해 소리쳤다:
"도지휘사사의 명을 받들어 장원 안으로 들어가 힘써 공격하여 용서하지 말고 죽여라!"
'쾅'하는 소리와 함께 호포(號炮)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르고 죽이라는 함성 소리가 땅을 뒤덮으며 장원 문을 향해 몰려들었다.
장원 안은 오히려 귀성(鬼城)처럼 조용하여 잠시 동안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관군이 장원 문에 가까이 다가왔을 때였다.
갑자기 공중에서 네 개의 신영이 쏘아져 내려와 관군의 대열 속으로 돌진했다.
하나하나가 우리에서 나온 호랑이처럼 신형이 지나가는 곳마다 끓는 물에 눈이 녹듯 가는 곳마다 휩쓸었지만 그저 점혈하는 것으로 그쳤다.
알고 보니 왜방삭 동초 등은 상황이 이미 급박한 것을 보고 몇 마디 말로 해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서둘러 모든 장정과 방의 사람들에게 먼저 장원의 뒤로 철수하도록 하고 자신과 금시대붕, 천리독행, 금도 진건태 등은 누각 문 위에 몸을 숨기고 동태를 조용히 살폈다.
부득이한 경우에만 손을 써서 막아내야 했지만 목숨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엄격한 제한이 있었다.
본래 태평한 시절에는 관군이 한가한 지 오래되어 평소 훈련도 그저 상황에 응하는 것일 뿐이었고 일이 생기면 완전히 머릿수와 세력에 의존하여 진정한 실력이 전혀 없었다.
네 사람은 모두 무림의 고수로 갑자기 공중에서 내려오니 일반 병졸들이 어찌 반격할 기회가 있겠는가. 다행히 그들의 목적이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이 아니어서 손을 쓰는 데 매우 분별이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점혈을 당한 병졸들이 한 무더기로 쓰러졌다.
워낙 오는 기세가 번개보다 빠르고 우레처럼 맹렬하여 뒤따라온 장군의 호위군관들도 잠시 주춤했다.
네 사람은 목적을 이루자 휘파람을 한 번 불고는 차례로 장원 안으로 사라졌다.
군관들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디에도 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도지휘사사는 놀란 나머지 어쩔 수 없이 잠시 장원을 물샐틈없이 포위하도록 명령하고 한편으로는 말을 빨리 몰아 성중(城中)으로 달려가 보고했다.
※※※
한편 육검평은 한빙냉마와 싸우다 음살한독에 감염되어 비록 한독을 몸 밖으로 몰아내긴 했지만 내공이 크게 소모되어 일시에 회복할 방법이 없었다.
일시에 손을 쓰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풍뢰방의 나머지 부상자들과 함께 우선 장원의 후방에 있는 산으로 물러나 잠시 부상을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소봉은 평 오빠가 이미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속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녀의 사랑의 감정은 이미 열려 있었고 평 오빠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그녀는 어린 시절의 정이 이미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라났다.
육검평이 귀운장으로 돌아와 지천민을 엄징할 때 그녀는 이미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소녀였고 육검평을 유일한 가족으로 여겼습니다.
소봉의 몸에 있는 한빙독장을 육검평이 치료해 주면서 살이 맞닿았고 한 알의 방심은 이미 그가 아니면 안 될 정도로 기울었다.
사문의 쌓인 원한을 씻기 위해 육검평이 동정북토(東征北討)하며 온갖 고생을 하였고 소봉은 오로지 따라가고 싶었지만 상황이 허용하지 않아 할 수 없이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다.
수개월 동안 뼈에 사무치도록 그리워하며 꿈속에서도 맴돌았고 얼마나 많은 상심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이때 마음속의 사람이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설레어 펄쩍펄쩍 뛰며 뒤쪽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방문 앞에 들어서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또 깜짝 놀랐다.
방 안에는 수많은 부상자들이 누워있는 것이었다.
육검평은 안색이 창백한 채 침상에 앉아 운기요상을 하고 있었는데 머리 위에서 땀방울이 끊임없이 뚝뚝 떨어져 매우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쳤다:
"평……"
다음 말이 막 입 밖으로 나오려 할 때 갑자기 등 뒤에서 손이 뻗어 나와 자신의 입을 가리고 조용히 말했다:
"아가씨는 절대 떠들지 마시오. 방주께서 운공하시는 중이니 방해하지 마시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주화입마(走火入魔)하게 됩니다!"
소봉은 갑자기 놀라 고개를 돌려 힐끗 보니 천리독행 임호였다. 그녀는 슬픔이 복받쳐 슬프고 처량하게 훌쩍대기 시작했다.
천리독행이라고 어찌 초조해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외환내우(外患內憂)의 때라 아픔만 더할 뿐이었다. 이에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주께서는 그저 약간의 부상을 입으셨을 뿐이니 조금만 운기조식하시면 곧 회복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본장이 포위되어 있고 관에서는 일시적으로 해명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니 일단 부상당한 사람들을 뒷산으로 호송하여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손을 들어 한 번 휘두르자 즉각 건장한 체구에 경장질복 차림의 젊은 방우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부상자를 업고 성큼성큼 장원 뒤쪽에서 산속으로 달려갔다.
잠깐 사이에 종적이 완전히 사라졌다.
소봉 아가씨는 천리독행의 거듭된 설득에도 불구하고 죽어도 남아 일편단심 육검평을 지키며 함께 있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런 청춘남녀의 정을 천리독행이 어찌 모르겠는가. 설득이 소용없음을 알고 길게 한숨을 내쉬며 아가씨에게 진중(珍重)하라는 말만 남기고 발로 땅을 구르며 앞으로 달려가 왜방삭 동초를 맞이하러 갔다.
육검평은 내공이 심오하여 비록 운공요독(運功療毒)을 하고 있었지만 외부의 일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었다.
이때 본장이 포위되었다는 소식을 어렴풋이 듣고 속으로 어리둥절하여 급히 신속하게 내공을 일주천 한 후 내공이 완전히 회복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즉시 공력을 거두고 일어섰다.
소봉은 영문도 모른 채 육검평이 정말로 운공을 마쳤다고 생각하고 기쁜 마음에 비조(飛鳥)처럼 육검평의 품에 안겼다.
너무 기쁜 나머지 콩알만 한 눈물방울이 흘러나왔고 가볍게 소리쳤다:
"평오빠!"
급기야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수많은 심중의 말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고 서로 마주 보며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육검평은 천성이 고집스럽고 천부적으로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어 평생 수많은 격렬한 전투를 겪었지만 눈앞의 상황에 대해서는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고 한 움큼의 동정 어린 눈물을 흘렸다. 그 역시 어린 시절부터 외롭고 힘들게 자랐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따뜻하게 서로 의지하고 있을 때 갑자기 장원 밖에서 '와' 하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함성이 하늘을 진동시켰다.
육검평은 그들이 이미 손을 썼을지도 모른다고 짐작하고 나가려 했지만 마음속으로 잠시 계산해 보니 나가도 소용이 없고 자신의 공력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잘못하면 낭패를 보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왜방삭 동초 등 네 사람은 마침 관군 한 무리를 쓰러뜨리고 장원 뒤로 물러나 육검평이 얼빠진 듯 서 있는 것을 보고 그의 공력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나가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급히 손짓을 하며 육검평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우리 빨리 가시지요. 할 말은 산에 가서 다시 하도록 하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육검평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끌고 갔고 소봉도 빠른 걸음으로 뒤따랐다.
일행은 장원 뒤쪽으로 나와 지름길을 따라 뒷산로 날아갔다.
커다란 귀운장은 일시에 다시 조용해져 사람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육검평 일행은 장원 뒤쪽에서 지름길을 따라 뒷산으로 출발했는데 지리에 익숙하고 근처의 모든 길은 평소에 장원에 있던 방우들이 수리해 놓았기 때문에 가시덤불이 우거진 사이에서도 여전히 순조롭게 길을 따라갔다.
그들이 황량한 길로 들어선 후 조금만 엄폐(掩蔽)하기만 하면 외부인은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육검평은 공력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경공에 특별한 조예가 있었지만 급하게 쫓아가는 것은 매우 힘겨웠다. 잠시 숨을 고른 뒤에도 계속해서 급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시간을 벌기 위해 이를 악물고 전력을 다해 달렸고 때로는 과도한 힘을 사용하여 몸이 쓰러질 것처럼 흔들리기도 했다.
왜방삭 동초는 행여 놓칠세라 급히 한 걸음 나아가 손을 뻗어 허리를 받쳐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빨리 갑시다."
발에 힘을 더해 화살처럼 육검평을 끼고 앞으로 곧장 달려갔다.
육검평은 경공이 본래 매우 심오했지만 심력이 크게 소모되어 시전을 해도 뜻대로 되지 않을 뿐이었다.
이번에 왜방삭 동초가 힘을 빌려 일으켜 주자 평소와 조금도 손색없이 날듯이 달려갔다.
그들은 거의 두 시진 동안 급하게 달려 예정된 장소에 도착했다.
이곳은 매우 넓은 동굴로 절벽의 오목한 면에 붙어 있는데 반은 인공적으로 뚫었고 지세가 지극히 은밀하여 풍뢰방의 작은 거점이자 방의 전량(錢糧)을 저장하는 곳으로 평소에 전담자를 파견하여 관리하고 있었다.
육검평이 동굴에 도착하니 바닥에 부상당한 풍뢰방 군웅들이 누워 있는 것이 보고 슬픔을 금치 못해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묵묵히 두 눈을 감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탄식했다:
"검평이 무능하여 여러분께 큰 부상을 입히고 총단을 잃었으며 나머지 방우들은 사방으로 뿔뿔이 도망쳤습니다. 관가의 세력이 외부 단의 방우에 대해서도 놓아주려 하지 않을 것이니 이는 예상했던 일입니다. 하지만 검평은 조사님의 자비를 입어 일신에 배운 바를 깊이 탐구하여 내막의 진상을 밝히고 사문의 결백을 증명하며 본 방의 안전을 지키겠습니다. 화를 전가하는 무리와는 절대로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양립하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그는 분노한 나머지 자신의 독상이 아직 치유되지 않아 공력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잊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체내의 진기가 흩어지고 사람은 그대로 쓰러졌다.
이때 풍뢰방 군웅들은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고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빠르게 몰려들었다.
특히 소봉 낭자는 오랫동안의 상사병으로 고통스러웠는데 막상 만나자 자신의 안부를 묻는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갑자기 또 촉박해졌으니 어찌 그녀의 방심이 부서지지 않겠는가!
그녀는 사람들 앞이라는 것도 개의치 않고 몸을 날려 육검평 앞에 엎드린 후 두 손으로 육검평의 양 어깨를 누르고 잠시 흔들었다. 두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흐르고 처량한 소리로 통곡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왜방삭 동초는 경험이 많고 식견이 넓어 가볍게 사람들을 제지하며 한편으로는 육검평의 온몸의 혈맥을 자세히 살폈다.
육검평의 온몸에 상흔(傷痕)이 없고 다만 맥박이 미약할 뿐 과도한 피로로 인해 진력이 크게 소모되었으며 게다가 격노로 의식이 혼미해져 진기가 흩어지고 사람도 혼절했다는 것을 알았다.
금시대붕에게 귓속말을 하고 두 사람은 육검평을 가부좌 자세로 앉힌 후 각자 오른손으로 좌우 해혈(海穴)을 누르고 체내의 진력을 모아 오른손 장심(掌心)으로 천천히 육검평의 체내로 주입했다.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난 뒤 두 사람의 머리 위로 흰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고 진기는 점점 손바닥 중심에서 주입되었다.
두 사람은 내공이 모두 심후하기 때문에 이 융합 운공은 거의 이백 년에 가까운 수위의 내력을 운행하는 것이어서 매우 놀라웠다.
잠시 후 육검평의 체내에 두 줄기의 진기가 갑자기 기해혈에서 뿜어져 나와 단전으로 들어가 음살陰煞의 여독을 억지로 밀어냈다. 두 줄기의 냉온 기체가 단전에서 서로 부딪치는 것을 느꼈다.
그는 공력이 회복되지 않아 자신의 체내 진기가 한살에 가려져 작용을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에 힘을 주어 멈추게 하고 소멸시키지 못한 채 기회를 기다렸다. 갑자기 왜방삭 동초가 나지막한 신음 소리를 내며 내력을 극한까지 운행했다.
금시대붕도 내공을 높이고 동시에 왼손으로 왜방삭 동초의 오른쪽 등을 짚고 천교연수운기심법(天橋聯手運氣心法)을 사용하여 두 줄기의 따뜻한 흐름을 하나로 모았다.
이 방법은 확실히 효과가 있어 육검평은 단전에서 매우 뜨거운 흐름이 용솟음치며 음한의 독을 점점 융합하여 소멸시키는 것을 갑자기 느꼈다.
이때 육검평의 미간에는 이미 땀이 맺히고 안색은 창백하던 것이 점점 홍조를 띠었으며 머리끝에서는 끊임없이 흰 안개 같은 기체가 솟아올랐다. 밥 한 끼 먹을 시간이 지난 뒤 체내의 진기는 이미 점점 운행할 수 있게 되었고 관원(關元), 중극(中極)을 거쳐 생사현관(生死玄關)을 뚫고 일주천(一周天)했다.
다시 왜방삭 동초와 금시대붕 두 사람이 연수하여 내력을 운행하여 밀어 넣고 가속 운행하여 점점 망아지경(忘我之境)에 들어갔다.
약 한 시진쯤 지나자 육검평은 체내의 고통이 사라지고 진기가 자유롭게 운행할 수 있게 되어 공력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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