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武俠小說

第二章 숙구미료(宿仇未了) 본문

무협소설(武俠小說)/거검회룡(巨劍回龍) - 蕭瑟

第二章 숙구미료(宿仇未了)

少秋 2024. 8. 7. 12:00

 

第二章 宿仇未了

 

 

두 사람은 마음이 불같이 급해 당장 총단으로 달려가 응원하고 싶었지만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등평도수의 상승 경공 절기를 펼쳐 소호를 가로지르는 것은 너무 눈에 띄어 세상을 놀라게 할까 봐 꺼려졌고, 또 뜻밖의 시비를 일으킬까 봐 철장소풍이 특별히 쌍범쾌선(雙帆快船) 한 척을 보내 곧장 남쪽 호수의 기슭으로 내달렸다.

 

수십 리 물길을 가는 것은 그리 큰일이 아니어서 불과 몇 시진 만에 남쪽 호수의 기슭이 보였다.

 

이때는 이미 자정이 다 된 시각으로 청량한 바람이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달빛이 푸른 물결 사이로 일렁여 참으로 마음을 기쁘게 하고 눈을 즐겁게 하는 깊은 맛이 있다.

 

왜방삭 동초는 평생을 풍진 속에서 놀며 닥치는 대로 살아왔기에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육검평은 마음속에 근심이 가득하여 아무리 해도 잠을 이룰 수 없었고 눈앞에 펼쳐진 멋진 풍경도 아예 보지 못한 듯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비록 고집이 세고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었지만 근래에 잇따른 살육과 끊임없이 일어나는 지엽적인 일들에 한없이 곤혹스러워 했다.

 

이번에 소호를 지나다가 우연히 진흉(真兇)을 잡지 못했다면 이 미궁에 빠진 사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랐을 것이다.

 

이 일은 일단락되었지만 다른 뜻밖의 음모가 암중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었다.

 

가장 절박한 걱정은 뭐니 뭐니 해도 총단의 안위였다. 지금 한빙냉마가 무리를 규합해 얼마나 요란을 떨고 있을지 알 수 없었고 노마두의 '현빙음살'이라는 악독한 음공(陰功)에 맞설만한 적수가 총단에는 아직 없었다.

 

노마두는 패배한 이후 소호를 남하하며 이미 평생의 명예를 걸고 최후의 승부를 걸었고 그의 비할 데 없이 음독한 성격으로 보아 손을 쓸 때 결코 사정을 두지 않을 것이니 귀운장은 지금쯤 아마도––

 

그는 생각하면 할수록 더 받아들이기 힘들어져 이런 음독하고 흉악한 무리들은 결국 죽이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가 마음을 정했을 때 배는 이미 호수의 기슭에 닿았다.

 

즉시 왜방삭 동초를 깨워 다급하게 소리쳤다.

"우리 가시지요!"

 

말소리와 함께 사람은 한 줄기 담박한 연기처럼 가볍게 호수의 기슭에 내려섰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의 그림자는 호반의 밀림 속으로 사라졌다.

 

시간이 흘러 하늘이 이미 새벽을 알리자 두 사람은 성가교(盛家橋)란 소도시에서 간단히 음식을 먹은 후 곧장 대호(大湖)의 동쪽 기슭을 따라 계속해서 남쪽으로 내려갔다. 두 사람은 황산숭령(荒山崇嶺), 총림첩경(叢林捷徑)을 샅샅이 훑으며 강릉(鋼陵), 적계(積溪)를 지나 절강(浙江)성 순안현(淳安縣) 경내로 들어섰다.

 

며칠 동안 밤낮없이 쉬지 않고 급하게 달린 두 사람은 내공이 아무리 높아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그들은 순안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겸사겸사 본 방에 관한 소식을 조금 알아보았다.

 

원래 육검평이 풍뢰방을 재정비할 때 절강성 경내의 크고 작은 현과 진에는 모두 방우의 인원수에 따라 전담자를 파견해 책임지고 관리하게 했다. 그래서 방의 업무가 날로 번창하고 명성이 날로 높아졌다.

 

육검평이 약속대로 북상할 때쯤에는 방의 업무가 이미 성 전체 각지로 확대되어 향촌의 작은 진 할 것 없이 풍뢰방을 이야기하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좋다고 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순안진은 그리 크지 않지만 교통의 요지이자 상인들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니 풍뢰방에도 이곳에 작은 역참 같은 조직이 있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육검평 일행이 풍뢰방의 사정을 물었을 때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벙어리라도 된 듯 고개를 돌리고 가버렸고 곳곳의 그늘진 곳을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본당에서 정한 암호의 흔적은 조금도 없었다.

 

두 사람은 변고가 생긴 것을 알고 대강대강 한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은 후 객잔으로 돌아와 잠시 운기조식을 하고는 삼경이 지나자 왜방삭 동초가 은자 한 덩이를 내려놓고 육검평의 뒤를 따랐고 두 사람은 나란히 내달렸다.

 

두 사람은 서남쪽으로 미친 듯이 질주하며 경공을 극한까지 펼쳐 신형이 마치 두 줄길의 하얀 비단과도 같이 번개처럼 앞으로 날아갔다.

 

그 날렵하고 빠른 몸놀림은 육안으로는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두 시진이 지나자 그들은 이미 백 리 밖으로 날아가 금화(金華)에 도착했다.

 

이때는 날이 밝아오고 있었고 금화가 부성(府城) 지구라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상업이 번성하여 아침 시장으로 가는 상인과 여행객들이 시내로 몰려들고 있었다.

 

두 사람은 행색을 감추기 위해 다시 경공 절기를 펼치기가 불편하여 발끝만 약간 빠르게 놀려 성의 동쪽 황산벽지로 돌아서 갔는데 이마저도 보통 사람보다 몇 배는 빨랐다.

 

산간 지대로 들어서자마자 두 사람은 다시 경공을 펼쳐 숲을 뚫고 나무를 넘어가며 나뭇가지와 잎을 밟았는데 더욱 가볍고 날쌨다.

 

해질녘이 되자 그들은 이미 청전(青田) 경내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급히 진상을 파악하고자 성내에 잠시 머물렀다.

 

풍뢰방의 암호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여기저기 찾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어둠 속에서 경장질복(勁裝疾服) 차림의 청년 하나가 나타나더니 교묘하게 육검평에게 상견례를 올리는 손짓을 하고는 곧바로 사라졌다.

 

육검평은 속으로 알아차리고 왜방삭 동초에게 눈짓을 했고 두 사람은 곧바로 어둠 속으로 따라갔다.

 

몇 걸음 가지 않아 앞서가던 건장한 청년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육검평을 향해 무릎을 꿇더니 처량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인 왕상(王祥)이 인풍당(仁風堂) 당주의 명을 받들어 여기서 방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육검평은 상황을 보고 방내에 틀림없이 변고가 있음을 알고 다급하게 물었다:

"예의 차릴 것 없이 빨리 할 말이나 하시오!"

 

왕상은 한 걸음 물러서며 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방주께서 북상하신 이후 총단은 여러 당주님의 지휘 아래 줄곧 평온했는데 며칠 전 갑자기 흑백 양도의 고수 수십 명이 나타나 본 방을 궤멸시키겠다고 소리치며 말 한마디 없이 총단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다행히 여러 당주님께서 힘껏 저항하셔서 그들이 어려움을 알고 물러갔는데 그때 방의 제자들이 방주님께 보고드리기 위해 말을 타고 전속력으로 북상하였습니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습니까. 사흘 후 한빙궁과 남해 나부도(羅浮島)의 고수들이 오면서 형세가 점점 긴박해졌습니다. 동시에 본 성 각지에 설치된 연락소들이 모두 그들의 계획적인 공격을 받아 흉흉한 소식이 전해지자 간담이 모두 찢어질 지경이었습니다. 게다가 한빙과 나부는 모두 원한을 품고 온 터라 손속이 매우 독랄하여 총단의 실력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이것저것 돌보다 보니 일부 건물들이 파괴되고 양측 모두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들은 대략 책임자를 기다리기 위해 하루 밤낮동안 격전을 치른 후 갑자기 장원 밖으로 물러나며 사흘 안에 총단을 밟아 평평하게 해버리고 닭과 개 한 마리 남기지 않겠다고 소리쳤는데 그 기세가 흉흉하여 마치 먹잇감을 찾는 맹수 같았습니다.

 

여러 당주님들은 노마두가 도착하면 다시는 힘으로 대적하기 어려울까 두려워 위험을 무릅쓰고 방우들을 사방으로 파견하여 방주를 기다렸고 제자가 요행히 오늘 소원을 이루었지만 지금쯤 약속한 기한이 다 되어 총단은 이미 싸움이 시작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육검평은 이야기를 다 듣고 두 눈을 부릅뜨며 눈초리가 찢어질 듯하더니 냉랭하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죽여도 시원치 않을 미친놈들이로구나. 우리 빨리 갑시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는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왜방삭 동초가 어찌 감히 태만할 수 있겠는가. 두 발로 땅을 찍으며 종종걸음으로 나란히 귀운장을 향해 달려갔다.

 

잠깐 사이에 귀운장이 희미하게 보였지만 함성과 살육의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육검평은 응상구전(鷹翔九轉)의 경공을 극한까지 펼치며 몇 번 맴돌다가 가장 먼저 호장교(護莊橋)를 뛰어넘어 전광석화처럼 현장으로 쏘아갔다.

 

이때 장원 문 앞은 온통 혼란스러웠고 바닥에는 시체가 널려 있었다.

 

참혹한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고 피가 흘러 땅을 뒤덮었다.

 

육검평이 내공을 모아 폭갈을 터뜨리며 말했다:

"멈춰라!"

 

그의 내공이 심오하여 이 '사자후(獅子吼)'는 마치 청천벽력처럼 장내의 모든 사람들의 귀에서 윙윙 울리는 소리를 냈고 과연 손을 멈추었다.

 

풍뢰방의 사람들은 육검평이 마치 천신처럼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자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소리쳤다.

 

"방주님."

 

우레와 같은 환호성과 함께 사람들이 마치 조수처럼 밀려들었다.

 

금시대붕은 급히 두 손을 내저어 잠시 방우들의 격동된 정서를 막은 뒤 빠른 걸음으로 육검평 앞으로 다가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육검평은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

"알고 있으니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오늘 반드시 그들을 정의의 심판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것이니 우선 사상자를 돌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금시대붕은 허리를 굽히고 물러났다. 이때 습격한 적들도 한쪽으로 물러났는데 육검평이 흘깃 쳐다보니 새까맣게 큰 무리를 이루고 있어 족히 백십여 명은 되어 보여 순간 이런 기세에 저도 모르게 경악하었다.

 

하지만 그는 총명함이 절정에 달하고 담력이 남달랐으며 기예가 출중하여 이제껏 남에게 굴복한 적이 없었다. 일시적으로 이런 기세에 압도되었지만 곧바로 회복했다.

 

그는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가 한빙냉마 앞으로 다가갔다.

 

육검평이 가까이 다가가 자신도 모르게 분노가 극에 달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각하의 솜씨가 이렇게 빠를 줄은 생각지도 못했소이다. 먼저 도착했으니 이 두 분 어르신의 성함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가르쳐 주시오."

 

한빙냉마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지난번에는 네놈이 요행히 승리했지만 오늘은 네놈을 정의의 심판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겠다. 우리 사이의 묵은 원한과 혈채는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

 

말을 하면서 왼쪽에 있는 눈썹이 짙고 머리가 하얀 뚱뚱한 노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이 바로 남해를 통솔하는 나부도주(羅浮島主) 나부신군(羅浮神君)이시다!"

이어서 오른쪽에 있는 얼굴이 바싹 야위고 구두철괴(鳩頭鐵拐)를 든 사나운 얼굴의 노부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은 나부신군의 사매이자 사람들이 효면신파(梟面神婆)라고 불리는 분이니 네 녀석도 견식을 넓히도록 해라!"

 

육검평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실례했소, 실례했소이다! 이렇게 말씀하시니 각하 등은 필시 목적이 있어 오신 것 같은데 육 모가 남행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실로 우연의 일치구려. 오늘의 성대한 모임은 더 이상 없을 테니 우리 양측의 모든 묵은 원한을 철저히 청산하는 것이 어떻겠소? 신군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나부신군은 두 눈을 반쯤 뜨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늙은이들이 이번에 행차한 이유다! 어린놈, 사람이 많다고 겁이 난다면 먼저 공격을 해라. 늙은이가 이어서 상대해 주마!"

 

육검평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손님은 주인의 뜻을 따르는 법이니 육모는 결코 먼저 나서지 않겠소. 하지만 손을 섞기 전에 분명히 밝히지 못한 것이 몇 가지 있으니 한빙궁에 분명히 물어보겠소이다!"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한빙냉마에게 물었다:

"자고로 은혜는 은혜로 갚고, 혈채는 피로 갚는 법이며 강호에서는 묵은 원한과 복수는 더더욱 진실한 무공으로 강존약망(強存弱亡)을 결정하는 법인데 우리 두 파 사이의 묵은 원한은 하루 이틀이 아니니 날짜를 정해 공개적으로 결판을 내는 것이 좋을 것이오. 그런데 어찌하여 귀파의 제자인 청삼표객의 동생을 위장시켜 본 방의 이름을 사칭하고 회룡장법으로 오대문파의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죄를 뒤집어씌워 무림에 끝없는 재앙을 불러일으켰으니 한빙궁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위엄과 명망은 참으로 무림의 멸시를 받게 되었소이다!"

 

한빙냉마는 이 말을 듣고 속으로 깜짝 놀라 생각했다:

"청삼표객의 동생은 평생 강호에 발을 들인 적이 없어 이번에 갑자기 나타난 것은 더더욱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설마 무언가 실수를 하여 상대방에게 붙잡혀 내부의 비밀을 털어놓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어찌 이토록 자세히 안단 말인가!'

 

이런 생각이 미치자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렸지만 그는 기지가 깊고 침착하여 순식간에 회복하고는 일부러 큰 소리로 하하 웃으며 말했다:

"청삼표객은 노부의 마지막 제자로 몇 년 전 네놈의 일장에 맞아 죽었으니 노부의 원한은 끝이 없다. 그 동생이란 자로 말하면 본궁의 문하가 아니다. 어린놈아, 만약 또 헛소리를 지껄이면 본궁의 출수가 무정하다고 탓하지 마라!"

 

육검평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참으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극에 달했소이다. 분명히 화를 전가시켜 놓고 이제 와서 시치미를 떼다니 지금 알려주겠는데 오대문파 제자들을 살해하고 본 방의 이름을 사칭한 악도(惡徒)는 이미 붙잡혀 숭산으로 보내져 오대문파의 처분에 맡겼으니 노마두 당신도 이제는 벗어날 수 없을 것이오!"

 

한빙냉마는 노련하고 교활한 자였지만 이때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고 살기를 드러내며 크게 소리쳤다:

"어린놈아, 입 닥쳐라. 다시 허튼소리를 지껄인다면 본궁을 탓하지 마라––"

 

"탓하지 말라니 무슨 뜻이오?"

 

"귀운장을 평지로 만들어 버리겠다."

 

"당신에게 그럴 자신이 있소?"

 

육검평이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방은 창립 이래로 각 문파와 아무런 갈등 없이 줄곧 화목하게 지내왔소. 이번에 청삼표객의 동생이 본 방의 회룡장법을 몰래 훔쳐 배워 앞의 삼 초식으로 오대문파의 사람들을 살해하고 본 방을 모함한 것은 실로 무림이 통탄할 일이오. 현재 진흉(真兇)은 이미 붙잡혀 숭산 소림사로 보내져 백료선사 등의 공정한 처분에 맡겨졌으니 지금쯤 귀파에도 이미 통보가 되었을 것이오. 여러분은 명령을 받고 왔으니 진상을 밝히고 싶다면 잠시 기다리는 것이 어떻겠소?"

 

이 말은 과연 효과가 있었다. 공동, 화산 두 파는 서로 앞장서서 물러났고 무당파도 형세가 불리함을 보고 자신의 실력이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으며 게다가 흑도와 의기투합할 수도 없어 서둘러 떠났다.

 

장내에 남은 사람은 한빙궁과 나부도, 두 파의 고수들로 대략 삼사십여 명이나 되었다.

 

이때 육검평은 몸을 돌려 자신의 편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았는데 현장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은 고작 십여 명에 불과해 인원수가 매우 현격하게 차이가 나자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집단으로 싸우게 되면 우리 쪽은 절대 이길 승산이 없으니 만약 장소를 나누어 겨루게 되면 우리 쪽에 훨씬 유리하겠지만 노마두는 심기가 깊고 노련하여 쉽게 속일 수 없으니––"

 

갑자기 한빙냉마가 크게 호통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어린놈의 심보가 악랄하고 손속이 매서우며 비할 데 없이 음독하니 한빙궁은 너와 양립할 수 없음을 맹세한다. 우리 모두 함께 공격하자."

 

말을 마치고는 미처 손 쓸 새도 없는 수법으로 아주 재빠르게 먼저 육검평을 향해 일장을 발출했다.

 

그의 공력은 심오하여 거의 이 갑자에 달하는 수위로 전력을 다해 장으로 공격하였는데 현재 무림의 절정 고수 중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손꼽을 정도였다.

 

두 손에 배산도해(排山倒海)의 힘을 담아 광풍 같은 장풍이 밀려왔다.

 

이 갑작스러운 공격에 육검평의 공력이 아무리 높아도 일시간에 공격을 받고 반격하기 어려웠기에 급히 발을 굴러 능허보법으로 몸을 날려 일 장 밖으로 피했다.

 

육검평은 발끝으로 땅을 찍고 두 손을 한 바퀴 휘두르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도 일장을 받아 보시오!"

 

그는 노마두가 암중으로 기습한 것에 분노하여 쌍장에 이미 전신의 공력을 쏟아 부어 파도 같은 경력이 한빙냉마를 향해 뿜어져 갔다.

 

경풍이 살짝 소성을 내니 기세가 실로 무서웠다.

 

노마두는 수많은 교전 경험이 있어 소리를 듣자마자 힘을 모으고 준비하여 급히 전신의 공력을 운용하여 쌍장을 휘둘러 맹렬히 다가오는 기세를 부딪쳐 갔다.

 

쌍방의 경력이 맞닿자 '우르릉' 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갑자기 거대한 기둥이 용솟음치며 하늘을 향해 곧장 치솟았다.

 

삼 장 범위 이내의 공기가 마치 연주포(連珠炮)처럼 '팍팍' 대며 연속해서 울렸다.

 

육검평은 몸이 약간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한빙냉마는 반보 뒤로 밀려났다.

 

그의 이 갑자에 달하는 수위와 수십 년 동안 무림에서 명성을 떨친 것을 감안하면 젊은 사람에게 밀렸다는 사실이 죽는 것보다 더 견디기 어려웠기에 어떻게든 이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들이 손을 쓰자 나머지 장내에 있던 사람들도 여유롭지 않았다.

 

나부신군은 막 걸음을 떼자마자 왜방삭 동초가 앞을 가로막고 하하 웃으며 말했다:

"서로 잘 아는 사이인데 서두르지 마시오. 여기도 마찬가지요!"

 

말이 떨어지자마자 상대방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두 팔을 수평으로 들고 쌍장을 떨쳤다.

 

한줄기 광풍이 갑자기 정면으로 몰아쳤다.

 

나부신군은 무림에서 한쪽을 대표하는 지도자로서 무공에 독보적인 면이 있어 공력이 심후해 당대에 보기 드문 고수로 자신이 창시한 '부광략영보(浮光掠影步)'와 '나부삼십육식(羅浮三十六式)'은 무림쌍절이라 불리웠다.

 

경풍이 몸에 닿기도 전에 나부신군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발을 살짝 움직여 오른쪽으로 미끄러지더니 두 팔을 한 바퀴 돌려 맹렬히 다가오는 기세를 향해 장을 뻗었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왜방삭 동초의 이 일장은 원래 유인하는 초식이었다. 장력이 막 뻗어나가자 독특하고 기오한 경공 신법을 펼쳐 몸을 한번 번쩍이더니 사라졌다.

 

나부신군은 눈앞이 번쩍 하더니 상대방의 그림자가 갑자기 사라진 것을 느끼고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사이 왼쪽에서 경풍이 또 몸을 짓눌러왔다.

 

그는 폭갈을 터뜨리며 '부광략영보(浮光掠影步)'를 밟고 신형을 번개처럼 쏘아갔다.

 

이번에는 두 사람 모두 기오한 경공 신법으로 서로 번득이고, 펼치고, 뛰고, 움직이며 오로지 빠른 공격으로만 일관해 몸놀림이 바람처럼 표홀했다.

 

두 줄기의 하얀 실이 빙빙 돌며 신법이 합해졌다가 갑자기 나뉘면서 경풍과 장 그림자 사이를 누볐다.

 

두 사람이 이렇게 솜씨를 펼치자 장내의 모든 사람들은 무림에서 보기 드문 멋진 대결에 잠시 넋을 잃었다.

 

효면신파는 사형이 한 순간에 승리를 취하기 어려울 것 같자 성질이 급한 그녀는 틈을 타 끼어들려고 했다. 표정에는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역력했다.

 

금시대붕 공손각(公孫玨)은 동생이 현빙음살에 의한 상처가 아직 치유되지 않아 진작부터 보복할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 이제 장내에서 이미 싸움이 시작된 것을 보고 어찌 뒷전에 있을 수 있겠는가.

 

그는 상대방에게 말을 걸 틈도 없이 크게 소리쳤다:

"받아라!"

쌍장에서 금빛 불꽃이 번쩍이더니 경풍이 장에서 발출되며 맹렬히 효면신파의 몸 앞을 때려갔다.

 

효면신파는 한창 손이 근질거리는데 손쓸 기회가 없던 차에 갑자기 광풍이 몸을 짓누르는 것을 느끼고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왔다!"

 

신형을 날려 정면의 경력을 피한 그녀는 손에 든 구두괴(鳩頭拐)를 곧추세우고 '교룡출수(蛟龍出水)' 일초로 금시대붕의 오른쪽 '견정혈(肩井穴)'을 곧장 찔렀는데 괴가 가볍게 소리를 내는데 그 위세가 사람을 놀라게 했다.

 

금시대붕은 소리를 듣고 경계하며 쌍장의 초식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곧 공력을 거두고 몸을 날려 공중으로 뛰어오르더니 특수한 비응신법(飛鷹身法)을 펼쳐 몸을 공중에 평평하게 누이고 마치 대붕처럼 덮쳐갔다.

 

금빛 무지개가 번쩍이더니 경풍이 또 다시 머리를 덮쳤다.

 

효면신파도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상대방의 신법이 기괴한 것을 보고 감히 태만하지 못하고 급히 정신을 수습하여 돌연 괴의 방향을 거두고 '조롱천탑(鳥籠穿塔)' 일초로 괴두를 공중으로 뻗어 금시대붕의 오른쪽 장을 내리쳤다.

 

금시대붕은 몸을 마치 유룡(游龍)처럼 비틀더니 두 다리를 살짝 튕겨 몸을 공중에서 한 바퀴 돌리고는 지팡이 머리를 피해 효면신파의 몸 뒤로 돌아가더니 두 손에 뇌정만균의 힘을 싣고 공중에서 내리쳤다.

 

신법이 괴이하고 재빨랐다.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빨랐다.

 

이 일격으로 효면신파는 한순간에 대처하기가 다소 어려워졌다. 철괴는 무게가 80근이 넘어 운용하는 동안 원래부터 엄청난 힘에 의존해야 했는데 초식을 바꾸고 전개하는 사이에 지체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오래전부터 명성을 쌓아온 인물이었기에 쉽사리 실수하지 않았다. 초식이 출수되고 경풍이 뒤에서 습격해 오는 찰나에 그녀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지팡이를 갑자기 멈추고 억지로 몸을 오른쪽으로 피했다.

 

그러자 머리 위의 쪽머리가 경풍에 날려 풀어헤쳐져 어깨와 등을 덮었고 모양이 마치 무파(巫婆)와 같았으며 몸도 경풍의 여력에 충격을 받아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더니 겨우 멈췄다.

 

한바탕 혼이 난 그녀는 재빨리 평생의 성명절기인 구십일 식의 나공괴법(羅公拐法)을 펼쳤고 비바람도 뚫지 못할 정도로 춤을 추며 오로지 수비만 하고 공격하지는 않았다.

 

일순간, 오히려 패배하여 물러난 흔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