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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三章 야찬왕부(夜竄王府) 본문

무협소설(武俠小說)/거검회룡(巨劍回龍) - 蕭瑟

第三章 야찬왕부(夜竄王府)

少秋 2024. 6. 3. 16:31

 

第三章 夜竄王府

 

 

왜방삭 동초는 서쪽의 밀림에서 빠르게 날아왔다. 이곳은 온통 하늘을 찌를 듯한 고목들이 우거져 있어 환경이 조용했고 그의 경공은 이미 화경에 이르러 나뭇가지와 잎을 밟으면서도 발끝이 닿기만 하면 바로 솟구칠 수 있어 순식간에 이미 숲을 건넜다.

 

맞은편에는 넓은 연못이 가로놓여 있었고 연못 중앙에는 정자 하나가 있었는데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불빛 하나 없이 컴컴한 것이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듯했다.

 

연못은 사방으로 통하고 있었고 몇 척의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아마도 평소에 드나들 때 사용하는 것 같았다.

 

왜방삭은 지세를 살펴보더니 연못을 가로지르는 것이 가장 가깝다고 판단하고 막 그렇게 할까 생각하던 참에 갑자기 숲속에서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모두 구노총(仇老總)의 무공이 출신입화(出神入化)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칭찬하지만 일을 처리할 때는 쥐새끼처럼 겁이 많아서 귀신도 오고 싶어 하지 않는 이런 곳에 우리 두 사람이 한밤중까지 기다려야 하다니, 아! 정말 기분이 더럽구나!"

 

또 다른 낭랑한 목소리가 웃으며 말했다:

"누가 아니래! 우리가 예전에 남북을 종횡하며 중원을 누비던 시절에도 작은 명성을 떨쳤는데. 비록 왼쪽 팔 하나를 잃었지만 어디 눈썹 한번 찌푸린 적 있나? 낮에는 팔비금룡이 북경에 온다는 소식만 듣고도 온 부중의 상하 모든 교관과 호원들이 창을 베고 아침을 기다리며 허둥댔는데, 이보게 이노제, 내가 보기엔 이건 너무 작은 일을 크게 벌인 것 같네!"

 

쉰 목소리가 말했다:

"칠(七) 형님, 우리 두 사람의 운이 나쁜 탓이에요. 하필이면 이런 재수 없는 곳에 보내다니——"

 

왜방삭 동초는 그들이 바로 부중에서 보낸 매복이라는 것을 속으로 알아차렸다. 이곳은 너무 외지고 황량한 곳이라 그들은 같은 소리로 툴툴거리고 있었다.

 

그는 기를 끌어올려 발소리를 죽이며 소리가 난 곳으로 다가갔다. 그의 공력은 이미 화경에 이르러 어둠 속에서도 마치 대낮처럼 사물을 볼 수 있어 멀리 숲속 빈터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아 끊임없이 투덜대는 경장질복(勁裝疾服) 차림을 한 두 명의 사내를 보았다.

 

왜방삭의 경공은 정순한 화후를 가지고 있어 나뭇잎의 흔들리는 그림자와 물결 같은 바람소리를 틈타 번개처럼 두 사람의 뒤로 다가가 두 손에 힘을 모아 그들의 등을 때렸다.

 

그러자 두 줄기 산 같은 기운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왼쪽에 있던 사람이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오른쪽의 외팔이 사내는 내공이 비교적 깊었는지 소리를 듣고 급히 바닥으로 굴러 다행히 치명적인 일격을 피했다.

 

그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입을 오므려 휘파람을 불었다. 고요한 밤에 휘파람 소리가 길게 울려 퍼지자 즉시 숲속에서 메아리가 치면서 여러 개의 인영이 동시에 튀어나와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덮쳐왔다.

 

왜방삭은 재주가 뛰어나고 담이 커서 적들의 기세에 조금도 겁먹지 않고 여전히 계속해서 손을 놀리며 초절정의 경공을 펼쳐 마치 귀신같은 신형으로 덮쳤다.

 

신형이 도착하기도 전에 장력이 먼저 이르자 외팔이 사내는 그제야 몸을 일으켰지만 아직 상대방의 신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이에 경풍이 몸을 짓누르며 다가왔고 황급히 한 손을 휘두르자 그저 들리는 소리는——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 팔이 손목에서 부러졌고 몸도 오 척 밖으로 쓸려났고 그는 고통스럽게 신음 소리를 내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때 몇 개의 인영이 차례로 다가와 왜방삭 동초를 포위했다.

 

그들은 바닥에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부상당한 것을 보고 상대방의 공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눈치 채고 섣불리 손을 쓰지 못하고 조용히 눈을 부릅뜨며 상대방을 노려보았다.

 

순간 장내가 너무 조용해져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였고 마치 비바람이 몰아치기 직전처럼 말이다. 순식간에 참혹하고 처절한 사투가 벌어졌다.

 

나타난 사람들 중 키가 중간 정도이고 얼굴이 희고 수염이 약간 난 중년인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호통을 쳤다:

"보아하니 그대의 솜씨가 무명인은 아니군. 이미 부중(府中)에 왔다면 왜 그렇게 귀신처럼 숨어 다니는가! 무공이 평범한 사람들만 골라서 기습을 하다니 무림의 비웃음을 두렵지 않다는 말인가!"

 

왜방삭 동초는 그 말을 듣고 하하 웃으며 말했다:

"너희 호서지배(狐鼠之輩)들과 손을 섞는데 무슨 무림의 규칙을 운운하느냐!"

 

중년 사내는 흐흐 하고 웃으며 말했다:

"친구, 자네는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구먼, 오늘 밤은 자네가 날개를 달았더라도 왕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거야! 여러분, 우리 함께 공격합시다!"

 

말을 하면서 수중의 장검을 곧추세우고 '백사토신(白蛇吐信)' 일초로 곧바로 왜방삭 동초의 오른쪽 '견정혈(肩井穴)'을 찔렀다.

 

나머지 다섯 명도 우르르 달려들어 한순간에 도광검영(刀光劍影)이 비처럼 왜방삭 동초의 온몸의 주요 혈도를 뒤덮었다.

 

왜방삭 동초는 나지막하게 신음 소리를 내며 말했다:

"감히 너희 따위가!"

그리고는 오묘하고 표홀한 보법을 전개하며 몸을 귀신처럼 번쩍여 병기의 포위망에서 벗어났다.

 

그는 두 손에 힘을 모으고 끊임없이 휘두르자 '펑펑' 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고, 일장 이내에 흙먼지가 흩날렸고 흑의가 나부껴 도대체 어떤 신법을 사용하는지 알아볼 수 없었다.

 

아마도 이곳이 너무 외진 곳이라 파견 나온 사람들은 모두 부중의 삼류나 사류 인물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되지 않아 두 명의 비적(匪賊)이 처참하게 소리를 질렀다. 이미 두 명이 장에 맞아 쓰러져 죽었다.

 

나머지 네 명은 놀라 오한이 치솟아 몸을 빼내 달아나려 했지만 기회를 얻지 못하고 손발이 잠시 주저하는 사이 또 한 명이 이장 밖으로 튕겨져 나가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남은 세 명은 더 이상 진형을 갖추지 못했다.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고 모두 두들겨 맞는 형국이라 연달아 숨을 헐떡이며 땀을 비 오듯 흘렸다.

 

왜방삭 동초는 자신이 호랑이 굴에 있다는 것을 알고 육검평과 천리독행 두 사람을 제때에 지원하러 가서 연수하여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어떻게 시간을 끌며 싸울 수 있겠는가. 손에 힘을 더하자 그의 장 아래 곧바로 한 명이 죽고 한 명이 중상을 입어 쓰러졌다.

 

이때 중년의 수염이 적은 사내는 맞을수록 더욱 겁이 나서 왜방삭 동초가 두 사람을 장으로 치는 틈을 타 발바닥에 기름을 바른 듯 소리 없이 숲속으로 달아났다. 왜방삭이 이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쫓아가기에 늦었고 그렇다고 그가 도망쳐 돌아가 보고하는 것을 용납할 수도 없어 급히 손을 휘둘러 원앙쌍탄(鴛鴦雙彈)을 꺼내 오른손에 내공을 모아 한 번 손을 떨쳐 중년 사내의 등 뒤로 던졌다.

 

원앙탄은 그의 평생 절기로서 헛되이 발사한 적이 없었는데 그 사내는 오로지 목숨을 부지할 생각만 하느라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등짝을 정통으로 맞았고 동초가 전력으로 공격했기 때문에 위력이 매우 강하여 철탄(鐵彈)이 가슴을 뚫고 지나가 중년 사내는 처참한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고 일어나지 못했다.

 

왜방삭 동초가 오른손을 한 번 휘두르자 원앙탄은 이미 손에 회수되었다.

 

그는 잠시 응시하고는 즉시 연못가로 다가가 민첩하게 배로 뛰어내려 뱃머리를 바라보며 앉아서 두 손으로 배 뒤쪽 수면을 끊임없이 휘두르자 작은 배는 장력의 반탄력에 힘입어 배가 화살처럼 맞은편을 향해 갔다.

 

약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왜방삭 동초는 이미 배를 버리고 맞은편에 올라 중앙을 향해 계속 달려갔다.

 

  ※※※

 

한편 육검평은 두 사람과 헤어진 뒤 능허보법을 전개하여 빠르고 신속하게 정중앙을 향해 날아갔다.

 

이 일대는 모두 높은 건물과 가옥이 구름처럼 이어져 있어 공중을 날아다니면 신형이 쉽게 드러날 수 있었지만 그는 사람을 구하려는 마음이 급해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저 살짝 훑어보고 계속 앞으로 날아갔다.

 

한 줄기 가벼운 연기가 번개처럼 빠르게 날아오르고 옷자락이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와 함께 번쩍이며 사라지니 보통 사람이 본다면 어찌 사람이 날아다닌다고 의심을 하겠는가?

 

한창 기세 좋게 앞으로 날아가던 중 갑자기 비스듬히 찔러 들어오며 가벼운 호각 소리가 들리더니 한 줄기 하얀빛이 빠르게 몸 앞으로 날아왔다.

 

그는 재빨리 두 팔을 떨치며 달리던 기세를 멈추고 몸을 돌려 피했는데, 신법이 가볍고 영묘하기 그지없었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은환 한 알이 기와 위에 떨어졌다.

 

이어서 어둠 속에서 폭갈이 터져 나왔다:

"훌륭한 실력이구나!"

나이가 거의 오십에 가까운 두 명의 노인이 튀어나와 앞을 가로막고 눈을 부릅뜨며 차갑게 말했다:

"친구의 솜씨가 대단하구먼, 밤에 왕부를 숨어들다니, 간웅이 아니면 도둑인데 먼저 명호를 밝혀라! 그렇지 않으면……"

 

육검평은 나지막하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쩔 텐가!"

 

"흐흐! 그렇다면 이 늙은이 두 사람이 그대를 잡아둘 수밖에!"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삼 초식 안에 나를 이길 수 있다면 마땅히 모든 것을 따르겠네!"

 

두 사람은 그 말을 듣고 화가 극에 달해 폭갈을 터뜨리며 말했다:

"도둑놈이 미쳤구나!"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네 손바닥을 일제히 들어 좌우에서 육검평의 몸에 있는 대혈을 향해 내리쳤다.

 

네 줄기의 웅후한 장력이 육검평을 가운데에 둘러싸고 있었는데 그 기세가 매우 놀라웠다.

 

육검평은 재주가 높고 담이 커서 두 사람이 연합하여 공격할 때에도 여전히 산악처럼 고요했고 장력이 막 쓸어 덮치려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능허보법을 전개하여 신형을 번쩍이며 이미 장경 밖으로 벗어났다.

 

이때는 신형이 이미 드러났으니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오른쪽 팔을 한 바퀴 휘두르며 '용칩심연(龍蟄深淵)' 일초식을 비할 바 없는 경강과 함께 내뿜었다.

 

회룡장법은 광고절학(曠古絕學)으로 상대방은 본 적이 없었기에 강풍이 몸을 덮쳤을 때는 이미 피하기에 조금 늦었다. 나지막한 신음 소리와 함께 그중 한 사람이 이미 일장을 맞고 옆으로 쓰러졌다.

 

또 다른 한 사람은 다행히 빠르게 피해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막 싸움터 밖으로 뛰어나가려고 발끝에 힘을 주려는데—

 

육검평이 그를 도망가게 내버려 둘리 없었다. 두 손을 번쩍 들어 제 이초식인 "용조경천(龍爪擎天)"으로 번개처럼 다시 공격해 들어갔다. 그 노인의 몸은 발끝을 차는 기세에 따라 마침 조금 높아졌는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배 아래쪽의 단전혈(丹田穴)이 정통으로 눌렸고 긴 몸이 일 장여 높이로 던져지더니 처절한 비명과 함께 지붕에서 유성처럼 아래로 떨어졌다.

 

육검평은 두 초식으로 적을 물리친 후 더욱 방심하지 않고 능허보법을 극한까지 펼쳐 몸을 솜털처럼 가볍게 하여 빠르게 날려갔다.

 

아래쪽에서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릴 때쯤 그는 이미 백여 장 정도를 날아갔다.

 

이때 부내는 불빛이 번쩍이고 그림자가 흔들리며 경비가 더욱 삼엄해졌고 처마와 지붕에는 수시로 무림 인물들이 종횡무진 날아다니며 순찰을 돌았다.

 

그들은 모두 그 노인이 떨어진 곳으로 몰려갔을 것이다.

 

육검평은 냉소를 지으며 두 팔을 움츠렸다가 낙엽처럼 가볍게 땅에 내려앉더니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는 으슥하게 그늘진 곳을 따라 우회하고 꺾으며 음봉각(吟鳳閣)의 방향을 이미 분명히 파악했으니 이렇게 은밀하게 잠행하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었다.

 

그가 큰 나무 밑을 돌아섰을 때 갑자기 옆쪽 모퉁이에서 커다란 흑영이 튀어나와 쌍조(雙爪)가 닿기도 전에 경풍이 먼저 닥쳐왔다.

 

육검평은 바람 소리를 듣고 경계하며 옆으로 껑충 뛰어 몸을 피한 후 고개를 돌려 힐끗 보니 그제야 거대한 서장 맹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땅바닥에 엎드린 것이 몸길이가 족히 여덟 척이 넘었고 등불처럼 큰 두 눈을 부릅뜨고 그를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천리독행에게 이런 맹견은 튼튼하고 힘이 좋으며 기교가 뛰어나고 이빨과 발톱에 모두 기독(奇毒)이 있어 상대방이 어떤 수를 쓰든 끝까지 쫓아가며 공격해 무림의 일류 고수라 해도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특히 눈앞의 이 개는 특수한 선발과 훈련을 거쳐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제거하려면 꽤 손이 많이 갈 것 같았다.

 

개는 방금 공격에 허탕을 쳐서 화가 난 듯 나지막하게 으르렁거리며 거리를 배회했다.

 

이 한 수는 확실히 대단했다. 겉으로는 돌진하는 척하면서 암중에 기세를 숨기고 기다렸다가 사람이 좌우로 피하면 바로 쫓아와 덮치는 것이었다.

 

다행히 육검평은 이런 훈련된 맹견을 다룬 적이 있었고 그들의 교활하고 악독한 성향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맹견이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보자 강력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고 급히 정신을 집중하여 주시하며 다가오는 기세에 조금도 현혹되지 않았다.

 

맹견은 적을 유인하지 못하자 더욱 분노하여 짐승의 본성이 폭발했고 뒷발에 힘을 주어 박차더니 몸을 공중으로 날려 육검평의 머리를 향해 덮쳤다. 이번에는 전력을 다해 덮쳤기 때문에 파도 같은 바람 소리를 내는 것이 위세가 정말 대단했다.

 

육검평은 이렇게 나올 줄 알고 있었는데 맹견이 과연 분노하며 덮쳐오자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중얼거렸다:

"짐승이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쌍조가 머리에 닿기 일보 직전에 갑자기 몸을 날려 오른쪽으로 껑충 뛰며 두 발로 땅을 찍자 몸이 공중으로 높이 팔 척이나 뛰어오르더니 공중에서 허리를 비틀며 한 바퀴 돌자 이미 개의 정수리 위에서 회전하며 쌍장으로 개의 머리를 내리쳤다.

 

이 맹견은 정말 기교도 대단했다. 쌍조(雙爪)가 다시 허공을 할퀴고 육검평의 몸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 반격 당한다는 것을 알고 즉시 왼쪽으로 굴렀고 거대한 몸은 이미 다섯 척 밖으로 굴러갔다.

 

육검평의 쌍장이 부딪히자 '펑' 하는 거대한 소리가 들리며 땅이 반 척 넘게 움푹 꺼졌다. 그는 이 맹견이 이렇게 영활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심중으로 잠시 망설이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쌍장을 칠 때 생긴 반탄력을 이용해 두 다리를 차며 다시 몸을 날려 쫓아가며 두 팔을 움츠리고 떨치자 산을 흔들고 바위를 가를 수 있는 두 가닥의 강력한 기운을 손바닥에 담아 내려쳤다.

 

이번에는 맹견이 구르고 있던 중이라 네 다리가 하늘을 향하고 있어 미처 몸을 뒤집기도 전에 가슴과 배에 쌍장이 제대로 찍혔고 '쿵' 하는 소리가 두 번 들리더니 온 몸이 뻣뻣하게 땅바닥에 납작하게 눌렸고 신음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일어나지 못하다가 네 다리를 쭉 뻗더니 순식간에 숨이 끊어졌다.

 

육검평은 맹견을 장법으로 죽인 후 마음속으로 '정말 대단하다'며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한편으로 경쾌한 보법을 펼치며 계속 안쪽으로 숨어들었다.

 

왜방삭 동초는 신형을 날려 맞은편에 오르자마자 경쾌하고 빠른 신법을 펼치며 중앙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나뭇가지를 밟고 나뭇잎을 밟으며 한 번에 칠 장 정도를 도약하였는데 정말 빠르고 놀라웠다. 비록 때로는 순찰대의 매복에 걸리기도 했지만 신법이 워낙 빨라 보통 무공이 평범한 사람들은 형체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우연히 힐끗 보더라도 자신의 눈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뿐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겠는가?

 

그는 번개처럼 급하게 달리다가 눈앞의 지형이 점점 넓어지고 조용해지니 어찌 내택의 소재지와 가까운 곳이라 생각할 수 있겠는가. 자신이 이미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앞으로 내달리던 기세를 멈추고 나무 꼭대기에 서서 앞을 응시했다.

 

주변을 살펴보고 그는 정말 놀라 멍해졌다. 과연 천리독행이 말한 지형과는 너무 차이가 났다. 자신이 숲에서 나오자마자 이미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일까? 맹목적으로 한바탕 급하게 달려와 목적지와는 더 멀어졌으니 이렇게 큰 왕부에서 한순간에 어디를 찾아야 할까?

 

별자리의 방위를 올려다보니 이때는 이미 사경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육검평과 천리독행 두 사람은 대략 음봉각에 도착했을 텐데 자신이 너무 늦게 대응하여 일을 크게 그르친 것 같았다. 한 시진 더 지나면 왕부 안에서 조찬을 준비하려는 하인들이 일어날 테니 일을 처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져 정말 한바탕 난동을 부리고 싶었지만 방금 전 한바탕 맹목적으로 내달려 방향을 모두 망쳐 놓았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주저하게 되었다!

 

갑자기 멀리서 징소리가 점점 다가오는 것이 들리자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에게 길을 물어봐야겠구나!'

마음이 움직이자 표연(飄然)히 떨어져 큰 나무 뒤에 숨었다.

 

그 순간 어슴푸레한 등불 하나가 숲 속 오솔길에서 흔들리며 다가왔다.

 

왜방삭 동초는 유심히 지켜보다 몸을 날려 가까이 다가간 후 오른손을 들어 벼락치듯 상대방의 오른손 맥문을 잡았다.

 

'땅' 하는 소리와 함께 대나무 딱따기가 땅에 떨어졌고 등불도 꺼졌다.

 

상대방은 야행인을 만났다는 것을 알고 급히 애원했다:

"나으리, 제발 손 좀 놓아주세요. 아파 죽겠어요!"

 

"음봉각이 어디에 있는지 빨리 말해라!"

 

"그곳은 라마대사(喇嘛大師)가 거주하는 곳으로 동남쪽에 있습니다. 저 작은 뜰을 건너면 외롭게 서 있는 높은 건물이 바로 그곳인데 안은 매우 위험해서 밤에는 부중 사람들도 거의 가까이 가지 않습니다."

말을 마치고 왼손으로 남쪽을 가리켰다.

 

"말은 순순히 잘 하는구나. 하지만 잠시 불편을 참아야 할 것이다."

왜방삭이 말하고는 손을 뻗어 그 사람의 마혈을 점하여 큰 나무 옆으로 옮겨 놓았다.

 

이때는 날이 밝기 한 시진 전이었는데 그의 마음은 불에 타는 것처럼 조급했고 발에 힘을 더해 화살처럼 빠르게 과원(跨院) 담 꼭대기로 뛰어올랐다.

 

원래 이 과원은 무술 사범들이 묵는 곳이었는데 이때는 모든 무사들이 파견되어 나갔고, 방 안에는 두 명만이 남아 술을 마시며 지루함을 달래고 있었다.

 

날카로운 목소리가 웃으며 말했다:

"그 계집애는 확실히 예뻐. 정말 누구나 좋아할 만한 귀여운 아이야. 다만 애석하게도 장승(藏僧)의 우락부락한 생김새를 봤으니 필사적 따르지 않는 것 아닌가? 만약 나 소갈자(小蠍子)가 손을 댄다면 사흘도 안 돼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게 될 텐데!"

 

다른 사람이 이어서 물었다:

"강제로 해도 마찬가지로 즐길 수 있는데 장승은 굳이 그녀가 기꺼이 순종하기를 바라다니, 오! 칠 형님! 형님은 이 방면의 고수인데 도대체 자발적인 것과 비자발적인 것이 뭐가 다르죠?"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 맛은 전혀 달라. 아쉽게도 그 계집애는 아직 어려서 그렇지, 그렇지 않다면 헤헤, 정말 죽이지!"

 

"적련사에는 또 어떤 술이 어울린다고 알려져 있나요? 몇 방울만 쓰면 성질이 아무리 강한 사람도 양처럼 고분고분하게 복종한다고 하던데."

 

동방삭 동초는 그들이 약주를 이용해 소봉을 유혹하려 한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쿵쿵 뛰며 튀어나올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는 아직 초상비 여조웅이 이미 약주를 바꿔치기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이때 또다시 날카로운 목소리가 냉소하며 말했다:

"무슨 술이야! 구(仇) 총당가(總當家) 앞에서 재주를 부리려는 것뿐이지. 오늘 밤 써 봤는데 효과가 전혀 없었다고 하더군. 화가 난 장승(藏僧)이 적련사를 한 대 때려 일찌감치 저승에 갔다고 하더라!"

 

그는 소봉이 여전히 무사하다는 말을 듣고서야 마음이 안정되었고 급히 담 꼭대기를 따라 동남쪽으로 달려갔다.

 

과연 과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층짜리 높은 누각이 우뚝 솟아 있었고 누각 위에는 등불이 밝게 켜져 있었으며 가끔 창문 사이로 안쪽에서 흔들리는 사람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보였다. 하지만 높은 누각 주변은 너무 조용하여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였다.

 

왜방삭 동초는 육검평 등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먼저 섣불리 손을 쓸 수 없어 조용히 부근으로 다가가 그늘에 엎드려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