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武俠小說

第二章 초상비웅(草上飛雄) 본문

무협소설(武俠小說)/거검회룡(巨劍回龍) - 蕭瑟

第二章 초상비웅(草上飛雄)

少秋 2024. 5. 22. 16:29

 

第二章 草上飛雄

 

 

다음날 새벽, 세 사람은 두 조로 나뉘어 천교로 출발했고 여전히 초상비 여조웅이 앞장서서 출발했다.

 

천교는 경도(京都)에서 가장 번화하고 시끄러운 곳으로 북쪽에는 연꽃 연못이 하나 있는데, 면적이 매우 넓어 호수라고 부를 만했다. 연못 중앙에는 호수 가운데에 서 있는 모래톱처럼 흙둑이 있고 돌다리가 호수 제방 양안에 걸쳐져 있어 다리 아래로 배를 다닐 수 있었다.

 

이때는 마침 연꽃이 만개한 때였다. 붉은 꽃과 흰 꽃이 어우러져 푸른 잎이 우거진 가운데 서로 어우러져 빛을 발하며 맑은 향기가 사방에 퍼져 사람의 마음을 상쾌하고 기분 좋게 하여 더위를 식히기에 좋은 곳이었다.

 

천교의 동, 남, 서 삼면은 모두 다루와 술집, 극장과 서당으로 밀집되어 있어 진시가 지나면 나들이객들이 몰려들어 징과 북소리가 요란하고 북쪽에는 다섯 개의 작은 거리가 있어 노점상들이 집중된 지역으로 점술사와 점성가, 곡예사 등이 마치 별처럼 빽빽하게 늘어서 있고 인파가 몰려들어 천둥소리처럼 시끄러우니 그야말로 물고기와 용이 뒤섞인 곳이었다.

 

묘시가 되기도 전에 쌍복다루(雙福茶樓)는 이미 빈자리가 없었고 길가 창문 옆 자리에는 남삼을 입은 영준한 청년이 고개를 숙이고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계단 입구에서 한바탕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니 두 명의 경장 사내가 올라와 성난 눈으로 안을 훑어보자 차를 마시던 손님들은 모두 벌벌 떨며 쥐죽은 듯 조용해졌고 모두 일어나 두 사내에게 웃으며 인사를 했고 종업원은 더욱 당황하여 허둥거리며 급히 가운데 가장 좋은 두 개의 탁자를 붙여놓고 웃으며 다가와 말했다:

 

"두 분 어르신 아침 일찍 오셨습니다. 어서 앉으십시오. 소인이 곧 다과를 올리겠습니다."

 

그중 한 사내가 살짝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좋은 향엽(香葉)으로 몇 주전자 더 준비해 둬, 이따가 또 올 사람이 있으니까!"

 

점원은 고개를 숙여 대답만 하고는 몸을 돌려 물러났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계단에서 또 한 번 '쿵쿵'하는 소리가 어지럽게 나더니 다섯 명의 무림인이 연달아 올라왔다. 앞장선 사람은 나이가 약 오십쯤 되어 보이는 노인으로 얼굴이 붉고 체격이 우람하며 노란 비단 반팔 장삼에 얇은 바닥의 쾌화(快靴)를 신고 걸음걸이가 경쾌하고 씩씩했으며 올라오면서 마른기침 소리를 한 번 냈는데 음색이 깊고 웅장하여 내외공이 이미 정순한 화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뒤에 있는 네 사람은 어젯밤 화영주루(華英酒樓)에서 만났던 사람들로 적련사(赤練蛇) 백여해(白如海)도 그 중에 있었다.

 

자리에 있던 두 사람은 기침 소리를 듣자마자 일어나 노인에게 몸을 굽혀 인사를 하고 양쪽으로 물러섰다.

 

우람한 노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두 손을 벌리며 말했다:

"모두들 앉아서 이야기합시다!"

라고 말하며 자신이 먼저 가운데 있는 탁자의 상석에 앉았다. 나머지 사람들도 차례로 자리에 앉았다.

 

초상비 여조웅은 비록 젊지만 어려서부터 표국에서 굴러다니며 강호에서 최근 십 년 동안 이름을 날린 인물들을 대부분 알고 있었는데 이때 이 우람한 노인을 보고는 마음속으로 흠칫 놀라 속으로 생각했다:

"어떻게 이 마음이 독하고 하는 짓이 악랄하고 거칠고 고집이 센 생사장(生死掌) 후광제(侯光霽)가 여기까지 왔지, 보아하니 이곳을 주관하는 인물인 것 같은데!"

 

그는 이 생사장후 광제가 바로 활염라(活閻羅) 구찬(仇燦)의 심복이며 대외의 대소사를 모두 후광제가 혼자 나서서 주관한다는 것을 어찌 알았겠는가.

 

잠시 후 아래층에서 옷차림이 똑같은 노인 네 명이 올라왔다. 이 네 사람이 올라오자 생사장 후광제마저도 모두 일어나 한차례 인사를 나눈 후에야 함께 자리에 앉았다.

 

이로써 초상비 여조웅은 더욱 깜짝 놀랐는데 묘산사살(苗山四煞)까지 한 패거리라니 이 문제는 더욱 간단치가 않았다!

 

이 묘산사살은 어려서부터 묘강(苗疆)에서 자랐고 원래는 양(楊)씨 성을 가진 한인의 아들이었는데 부모가 일찍 죽고 한 이인에게 입양되어 형제 네 명에게 용, 호, 풍, 운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이 배운 모든 것을 전해주었다. 그들은 무공이 높고 초식이 신기하고 괴이했으며 일수비도(一手飛刀)는 더욱 출신입화(出神入化)의 경지에 이르러 매번 싸울 때마다 네 사람이 함께 연수하며 매우 패도적인 비도진식(飛刀陣式)을 익혀서 무림의 일류 고수들도 부딪치면 피하기 어려웠으며 수십 년 동안 적수를 만나는 일이 드물어 그들은 더욱 오만방자한 기개를 키우게 되었다.

 

이때 생사장 후광제가 함께 온 사람들과 잠시 귓속말을 나눈 후 고개를 들어 사살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사걸(四傑)께서 의리를 내세워 경성으로 와서 도와주시고 함께 풍뢰방을 수습하여 무림의 해악을 제거하게 되었으니 구(仇) 당가(當家)께서는 직무상 직접 와서 감사의 말씀을 드리지 못해 특별히 저를 시켜 대신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말을 마치고 두 손으로 공수를 취했다.

 

묘산사살의 맏이인 양룡(楊龍)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우리 무림인들은 의리를 위해 손을 내미는 것이 당연한데 하물며 맹수 노선배님께서 서신을 보내 초청하시는데 이 늙은이의 형제들이 어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 무림의 해악을 제거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후 당가께서는 조금도 개의치 마시되 상대가 정말 담이 크고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대담하여 경성으로 들어와 소란을 피우는 걸 토벌하든지 아니면 우리가 남쪽으로 내려가 토벌해야 하든지 알려만 주시오. 늙은이의 형제들이 모두 명령에 따르겠소!"

말을 마치고 한바탕 미친 듯이 웃으니 그 태도가 매우 오만했다.

 

생사장 후광제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풍뢰방의 여러 사람들은 이미 뿔뿔이 흩어져 북상하고 있으며 일정을 계산해 보면 지금쯤 이미 경성에 도착했을 것입니다."

라고 말한 뒤 적련사 백여해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요 며칠 경성에 새로 나타난 의심스러운 사람이 있었소?"

 

백여해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어제까지 아직 발견된 것은 없습니다만 감시자의 보고에 따르면 어제 오후 타마창 일대에 갑자기 세 명의 유학사가 나타났는데 상당히 눈길을 끌었지만 저희들 같은 무림인 같지는 않았습니다."

라고 말을 이어가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초상비 여조웅과 눈이 마주치자 급히 말을 끊고 그들 몇 사람에게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여조웅이 정신을 집중하여 계책을 강구하고 있을 때 갑자기 상대방이 고개를 들어 올리는 바람에 즉시 경각심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조금 늦었고 여전히 상대방에게 정면으로 들켰다는 것을 알고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동시에 소식을 이미 탐지하였으니 더 이상 머무르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에 종업원을 불러 찻값을 계산하고 가게를 나섰다.

 

그는 육검평이 남긴 암호를 따라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서쪽으로 달려갔다.

 

서직문(西直門)을 나가면 바로 해전(海甸)이 나오는데 호수는 맑고 푸른 물결은 끝이 없었고 호숫가 버드나무 그늘 아래는 모두 차를 파는 노점이었으며 호숫가에는 작은 배들이 많이 묶여 있었다.

 

초상비 여조웅은 차를 파는 노점을 따라 대략 화살이 닿을 거리 정도를 걸어가니 멀리 육검평과 사마능공이 눈을 부릅뜨고 이쪽을 바라보는 것이 보였는데 매우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는 몇 걸음 급히 다가가 육검평 앞에 다가가 즉시 눈짓을 하며 말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두 분께서는 아직 호수에서 유람하지 못하셨는데 제가 늦게 왔으니 벌을 받아야 마땅하니 잠시 조타수를 맡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육검평이 대답하기도 전에 배에 뛰어들어 조타석에 앉았다.

 

육검평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웃으며 사마능공을 끌어당겨 차례로 배에 올랐다.

 

여조웅이 노를 한번 젓자 뱃머리가 돌아가고 손에 약간 힘을 더하자 작은 배는 호수 가운데로 나아갔다.

 

제방 하나를 돌아가자 배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하더니 약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작은 배는 이미 물가에서 몇 리 정도 떨어져 있었다.

 

이 일대는 사람 키만 한 갈대밭으로 유람객이 거의 오지 않았는데 여조웅이 사방을 둘러보니 사람이 없어 쌍노를 한 번 치자 작은 배는 화살처럼 갈대밭 속으로 돌진했고, 두 바퀴를 돌자 이미 갈대밭 속에 묻혀버렸다.

 

초상비 여조웅은 쌍노를 멈추고 육검평에게 쌍복다루의 상황을 자세히 보고했다.

 

육검평은 이야기를 듣고 자기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리며 탄식하며 말했다: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상황을 보아하니 그들은 미리 계획을 세워둔 것 같소. 지금까지 알려진 상대방의 실력만으로도 우리가 대응하기 까다로운데 앞으로 더 독랄한 수단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오!"

 

여조웅이 이어서 말했다:

"방주님, 저의 우견으로는 그들이 이미 왕부의 세력으로 우리를 대적할 준비를 해 놓은 것 같지만 암암리에 각 파의 고수들을 모아 우리를 먼저 포위해 우리를 일망타진하려는 것이니 그 수단이 극히 독랄합니다!"

 

사마능공이 말했다:

"그들이 이미 전력을 다해 우리를 암해하기 시작했으니 틀림없이 치밀한 안배가 있을 것이고 여 형이 조금 전에 말한 쌍복다루의 상황을 보면 우리에 대한 의심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조웅은 문득 깨달은 바가 있어 연속해서 말했다:

"맞습니다. 정말 백 가지 계책 중에 한 가지 실수를 했습니다. 당시 나와 백여해가 두 눈을 마주치자 상대방 탁자에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갑자기 모두 낮아졌는데 아까부터 오면서 뒤에서 누군가가 계속 미행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몸을 돌려 몇 번 탐색해 봐도 여전히 누군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육검평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보아하니 우리는 타마창 일대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을 것 같소.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과는 아직 연락이 닿지 않았는데 어떻게 먼저 떠날 수 있겠소?"

 

초상비 여조웅은 잠시 심사숙고한 끝에 말했다:

"그들의 어투로 보아 아직까지 별다른 매복은 없는 것 같고 모든 고수들의 감시자들은 모두 성 안에 배치되어 있으니 그러니—"

 

바로 말을 이어가려는데 갑자기 희미한 물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육검평은 이목이 영민하여 그 소리를 듣고 놀라며 말했다:

"좋지 않군—"

외발로 뱃전을 찍으며 약간의 힘을 빌리니 몸이 공중으로 오 척이나 솟구쳤고 공중에서 두 팔을 벌리고 허리를 틀어 발을 차니 다시 수평으로 날아갔다.

 

질주해 가는 기세가 번개처럼 신속하고 민첩해 세상에서 보기 드문 것이었다.

 

그는 희미한 물소리를 따라 찾아갔는데 갈대밭 속에서 "찰랑, 찰랑"대는 소리가 점점 더 커졌으니 그 사람은 자신이 잠시 소홀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육검평의 경호성(驚呼聲)에 더욱 당황하여 손발이 어지러워지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육검평이 발로 갈대잎을 밟고 다시 공중으로 솟구쳐 수평으로 날아갈 때 이미 경장 사내 하나가 작은 배를 타고 빠르게 갈 지(之)자 모양으로 갈대숲을 뚫고 도망치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차갑게 콧소리를 내며 갑자기 힘을 더해 능허보법을 펼쳐 신형이 화살처럼 뒤에서 날아왔다. 두 팔을 한 바퀴 돌리고 끌어당기며 '용비구천(龍飛九天)' 일초를 펼치며 곧장 경장사내의 양 어깨를 잡아챘다.

 

그 사내는 갑자기 강한 바람이 어깨에 덮치는 것을 느끼고 상황이 좋지 않음을 알았지만 배 안에 몸을 숨기고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알고 배를 버리고 물을 이용해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양 어깨를 육검평에게 잡혀 통증에 이를 악물고 신음소리를 그치지 않았다.

 

이때 초상비 여조웅이 가볍게 배를 저어 다가왔고 이미 그 사내가 다루에서 생사장 후광제와 함께 왔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아마도 같이 붙어 다닌 것 같아 급히 육검평에게 귓속말을 했다.

 

육검평은 두 손으로 떠받치며 낮게 호통 쳤다:

"너는 누구의 명을 받고 우리 세 사람을 미행했느냐, 빨리 말해라!"

 

그 사내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가끔 호수에서 놀고 있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오? 이곳은 경기의 요지이니 모든 사람이 왕법을 준수해야 하거늘 설마 제가 호수에서 논다고 해서 당신이 강제로 간섭하겠다는 말이오!"

 

육검평은 그 말에 아연실소(啞然失笑)했다. 다시 한 번 그 사내의 용모를 자세히 살펴보니 얼굴이 가로로 넓고 흉악하게 생긴 것이 분명 악당임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큰 호수에서 이렇게 공교롭게도 갈대숲에서 마주치고 다루에서는 또 생사장 후광제와 동행하였으니 어찌 그의 이 임시변통 거짓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육검평은 자기도 모르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호통쳤다:

"네가 만약 양심에 꺼리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왜 우리를 보고 계속 도망쳤느냐?"

 

사내가 두 눈을 뒤집으며 말했다:

"내가 언제 도망쳤단 말이오. 호수에서 배를 모는 것은 모두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인데 어디 정해진 방향이 있겠소. 아까는 그저 당신이 의심이 많아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뿐이오!"

 

육검평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는 변명을 참 잘하는구나. 하지만 우리는 오늘 처지가 차라리 잘못 죽일지언정 가볍게 놓아줄 수 없으니 만약 다시 사실대로 고하지 않는다면 즉각 네게 수음역맥(搜陰逆脈) 수법의 맛을 보여주마!"

 

그 사내는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 그 말을 듣고 안색이 변했지만 그저 듣기만 하고 아직 보지 못한 이런 기절천하(奇絕天下)의 수법에 대해 눈앞의 이 소년에게 그런 공력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여 여전히 눈을 감고 입을 열지 않았다.

 

육검평은 두 눈썹을 찌푸리고 오른손 중지와 식지를 내밀어 그 사내의 상반신 열두 대혈을 빠르게 점혈하며 한편으로는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그 사내는 육검평의 손가락이 자신의 몸에 몇 번 찔렀지만 전혀 느낌이 없다가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떴는데 육검평이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몰래 생각했다:

"이때 도망가지 않으면 늦는다."

 

도망치려는 마음이 일자 몰래 진기를 들이마시고 두 발로 차며 물속으로 뛰어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기를 끌어올리자마자 온몸이 저리고 마비되며 공력을 완전히 잃었고 본래는 뛰어오를 기세였는데 이렇게 되자 오히려 뱀처럼 배 안에서 축 늘어져버렸고 가슴속의 기혈이 점점 역류하는 것을 느꼈다.

 

육검평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은 기혈이 역류하기 전이니 빨리 말해라. 나는 너무 심하게 하지 않을 테지만 아직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 받을 수 있을 때 말해라!"

 

사내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말했다:

"너희들이 이 호수를 떠나기만 하면 내가 반드시 너희들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줄 것이다!"

 

육검평은 두 눈을 부릅뜨고 정광을 내뿜으며 극도로 분노하여 웃으며 말했다:

"너는 아마도 황하를 보기 전에는 단념하지 않을 모양인데 조금 있으면 네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순식간에 그 사내는 온몸의 혈도가 바늘에 찔린 것처럼 쑤시고 혈관이 개미에게 물린 것처럼 아프더니 온몸이 저리고 고통스러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해져 정기가 점점 역류하였고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애처롭게 울부짖었다.

 

여조웅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총명한 사람의 눈에는 모래가 들어가지 않고 호한은 눈앞의 손해를 보지 않는 법인데 너희들이 어젯밤 화영주루(華英酒樓)과 오늘 아침 쌍복다관(雙福茶館)에서 한 말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으니 지금은 단지 확인하는 것 뿐이다! 빨리 말하는 게 좋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고통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 사내는 다시 고집을 부렸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때 초상비 여조웅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급히 소리쳤다:

"먼저……점혈된 것……풀어……주시면……소인이……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육검평은 냉소하며 말했다:

"네놈도 결국 혈육으로 이루어진 몸뚱어리이니 진작 말했으면 좋았잖아!"

말을 마치고는 건장한 사내의 온몸에 점혈된 혈도를 풀어주었다.

 

그 사내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소인은 사실 생사장 후광제의 명을 받고 미행해 온 것으로 목적은 풍뢰방의 여러 사람을 찾는 것입니다."

 

육검평이 호통쳤다:

"이번에 우리 방을 유인하여 경성으로 오게 한 것은 막후에서 누가 주도한 것이며 소봉 낭자는 지금 어디에 갇혀 있느냐?"

 

"모든 계획은 맹수와 활염라 구찬의 손에서 나온 것으로 암중에 많은 변황의 은거한 고수들을 초빙하여 지원을 받고 있으니 필시 일거에 풍뢰방을 궤멸시킬 것입니다. 소봉 낭자는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미 가친왕부로 보내졌다고 하는데 장승이 여러 번 손을 대려 했으나 모두 소봉 낭자가 필사적으로 거절했다고 합니다. 어디에 갇혀 있는지는 소인은 확실히 모릅니다."

 

육검평은 소봉이 유린당하면서도 필사적으로 거부했다는 말을 듣고 마음속에서 피가 끓어올라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 일을 가친왕야(嘉親王爺)께서도 아시는가?"

 

"왕야께서는 삼패륵(三貝勒)과 암중으로 권력 다툼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사적으로 많은 무림 고수들을 초빙하여 보호를 받고 계시며 평소에는 물론 활염라 구찬과 파금대불을 극도로 신임하시지만 이런 사건에 대해서는 절대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를 속이고 있습니다."

 

육검평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고 그의 대답에 만족하며 그를 살려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초상비 여조웅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방주, 지금 우리는 위험한 처지에 놓여 있고 적밖에 없으니 이 자를 절대 살려 보내서는 안 됩니다!"

 

육검평은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달리 좋은 계책이 떠오르지 않자 갑자기 두 눈을 부릅뜨고 손으로 상대방의 명문혈을 누르자 사내는 즉시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초상비 여조웅은 급히 사내의 허리띠를 풀어 시신을 작은 배의 중간에 묶은 뒤 한 손으로 배 밑바닥을 치자 곧바로 큰 구멍이 뚫리며 호수물이 콸콸 솟아올랐고 눈 깜짝할 사이에 작은 배는 호수 밑으로 가라앉았다.

 

세 사람은 배의 방향을 돌려 아까 왔던 방향으로 노를 저어갔다.

 

육검평 등 세 사람은 작은 배를 원래 있던 곳으로 저어가 호숫가에 올라 걸음을 옮기려 하는데 문득 본방의 암호가 남쪽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곳은 호수를 따라 남북으로 하나의 길밖에 없었는데 세 사람은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앞뒤로 의심스러운 사람은 보이지 않자 곧바로 비틀거리며 다점을 따라 남쪽으로 걸어갔다.

 

약 반 잔의 차를 마실 시간이 지났을 때 호수가 굽어지는 곳에 이르니 멀리서 왜방삭 동초의 쾌활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세 사람은 걸음을 재촉하여 가보니 과연 마지막 다관에서 왜방삭 동초와 천리독행 두 사람이 차를 마시며 바둑을 두고 있었다.

 

세 사람이 들어오자 왜방삭은 즉시 일어나 하하 웃으며 말했다:

"여러 공자님께서는 언제 입경하셨소이까? 성하의 호수 유람은 풍류를 즐기는 사람과 학자들이 즐기는 일이지요! 오늘은 정말 운이 좋소이다. 뜻밖에도 여러분을 만나게 될 줄이야. 잠시 후에 이 늙은이가 한턱 낼 테니 여러분께서 받아주실지 모르겠소이다?"

 

여조웅이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소생 등은 어제 도착했는데 어르신께서 후하게 대접해 주시니 어찌 따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만 또 어르신께 폐를 끼치게 되어 마음이 매우 불편합니다!"

말을 마치고 세 사람은 함께 자리에 앉았다.

 

왜방삭은 짐짓 웃으며 말했다:

"공자님께서 무슨 그런 말씀을요. 앞으로 소호(小號)를 좀 더 잘 돌봐주시기만 한다면 소인은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두 분께서는 먼저 한 판 두시지요!"

말하며 바둑판을 육검평과 여조웅 두 사람 사이로 밀었다.

 

천리독행은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살피고 바둑을 두는 사이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의 행적은 이미 적들에게 발각되었소. 성안의 중요한 지점은 모두 그들의 감시 아래 있고 특히 서직문과 타마창 부근에는 사람이 더 많소. 우리는 방금 방주님께서 남기신 암호를 따라 서직문에서부터 왔는데 하마터면 그들에게 발각될 뻔했소!"

 

육검평이 조용히 말했다:

"두 분은 언제 도착하셨으며, 발견한 것이 있습니까?"

 

천리독행이 대답했다:

"어제 저녁에 막 도착했는데 마침 옛 친구 한 분을 만났습니다. 가친왕부에서 일하고 있는데 부중의 상황에 대해 대부분 파악해 놓았습니다!"

 

육검평은 그 말을 듣고 조급한 마음에 물었다:

"소봉은 어디에 갇혀 있답니까?"

 

"듣건대 음봉각(吟鳳閣) 위층에 갇혀 있다고 합니다. 아래층은 장승의 거처인데 밤이 되어 경비를 교체할 때가 되면 커다란 개들이 무리를 지어 나와 끊임없이 주위를 순찰하기 때문에 부중의 교관들도 감히 함부로 접근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들리는 소문에 장승이 조만간 약물을 사용해 독수를 써서 굴욕을 준다고 하기에 제가 급히 방주께 알려드려 좋은 계책을 마련하고 속히 구해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달려온 것입니다."

 

육검평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성으로 돌아가 먼저 준비를 한 뒤 저녁에 가서 사람을 구하도록 합시다!"

 

초상비 여조웅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지금 그들은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우리의 행적을 절대 노출시켜서는 안 됩니다. 성 밖에서 숙소를 찾아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저녁에 부중으로 들어가 탐색을 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행적은 반드시 먼저 엄폐(掩蔽)해야 하며, 이렇게 서로 협력하여 진행하면 임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방주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육검평은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군요. 타초경사(打草驚蛇)할 필요는 없으니 이렇게 수고를 더 하더라도 동시에 상대방에게 호된 맛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물었다:

"그런데 화우당(化雨堂) 당주 등은 이미 도착했는지 모르겠군요. 연락이 되면 좋을 텐데!"

 

천리독행이 대답했다:

"그들은 표기로 엄호(掩護)를 받고 있으니 대놓고 움직여도 적들은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연락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이때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이미 황혼 무렵이 되었다.

 

중인들은 호숫가의 다관을 떠나 성 밖의 대불사(大佛寺)에 도착했다.

 

  ※※※

 

이경이 막 지났을 때 다섯 개의 신영이 얼굴에 흑사를 쓰고 반짝이는 두 눈만 드러내고 사찰에서 빠르게 뛰어나왔다. 신법이 모두 민첩하고 경쾌하여 유성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섯 개의 흑영은 자금성(紫禁城)의 발치에 이르자 갑자기 한 사람을 남겨 두고 나머지 네 사람은 몸을 날려 성 위로 올라간 뒤 계속해서 성 안으로 달려갔다.

 

네 사람은 큰길에 이르러 한 사람을 나누어 타마창(打磨廠) 방향으로 보내고 나머지 세 개의 신영은 갑자기 더욱 빠르게 북쪽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유성이 화살처럼 빠르게 날아갔고 신법은 매우 아름답고 경쾌했다. 가는 길 내내 높이 솟았다가 낮게 숨으며 날쌘 고양이처럼, 가벼운 연기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한 왕부의 문 앞에 도착했다.

 

이때는 이경이었지만 부문(府門) 앞의 경비는 삼엄했고 담장 높이는 삼장 육척에 달했다. 경공이 보통인 사람은 확실히 간담이 서늘해질 만했지만 그들 세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세 사람은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담벼락을 따라 오른쪽으로 백여 장 정도 노복학행(鷺伏鶴行)했다가 갑자기 몸을 날려 가볍게 담 꼭대기에 내려섰다.

 

세 사람은 앞뒤로 나뉘어 거리를 일장 오륙척 정도로 벌리고 초절정 경공을 펼치며 나뭇가지를 뚫고 잎을 밟으며 안으로 잠입했다.

 

왕부는 수십 백무에 달하는 넓은 땅에 건물이 구름처럼 이어져 있었고 누각이 숲처럼 늘어서 있어 평소에도 사람 하나를 찾으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릴 정도였다. 세 사람은 처음으로 부중에 들어와 그것도 어둠 속에서 사람을 구해야 했기에 마치 바다 밑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다행히 천리독행이 미리 방향을 파악해 놓았기에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그다지 힘든 것을 느끼지 못했지만 부중의 경비가 삼엄하고 곳곳에 사람의 그림자와 옷자락이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가 들려와 강호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 들으면 걸음마다 매복과 함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신형이 노출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세 사람의 진행 속도는 다소 더딜 수밖에 없었다.

 

두 개의 정원을 돌아 대략 내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르자 경비가 더욱 삼엄해졌고 때때로 경장차림의 무림인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오가며 순찰을 돌았다.

 

세 사람은 암암리에 상의한 후 즉시 신형을 분산시켜 동, 남, 서 세 방향으로 나뉘어 음봉각으로 돌진했다.

 

천리독행은 오른쪽에서 동쪽으로 날아가 연못을 돌아 가산 위로 올라가려 할 때 가산 오른쪽 동굴에서 한 줄기 흑영이 튀어나와 앞을 가로막았다.

 

나타난 사람은 나이가 약 서른 살 정도에 체격이 우람했고 손에는 두꺼운 손잡이의 감산도(砍山刀)를 들고 있었는데 발걸음을 내딛으며 무거운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어디서 온 쥐새끼가 감히 밤에 왕부에 숨어들다니. 순순히 태야(太爺)를 따라 총교습(總教習)을 만나러 가거라…… 어쩌면 가벼운 처벌로 끝날 수도 있을 게다."

 

천리독행이 어디 한가하게 그와 입씨름할 여유가 있겠는가, 그 말을 듣고 냉랭하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좋소, 좋아. 소인이 밤에 부중에 온 것은 실로 옛 친구를 찾아야 할 일이 있어서인데 각하께서 사정을 봐주신다면 수고스럽겠지만 안내를 좀 해주시오!"

말을 마치고 그의 앞으로 몸을 날려 그 장한이 잠시 당황한 틈을 타 쌍장을 상대의 '기문(期門)'과 '단전(丹田)' 두 혈에 힘껏 내질렀다.

 

그 장한은 자신을 찾아온 사람인 줄 알고 막 인사말을 건네려 하던 참에 갑자기 극강의 경풍이 몸을 압박해 오는 것을 느끼고 가슴이 콱 막히며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헉"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몸집이 삼 장여 밖으로 날아가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했고 피 화살이 솟구치며 땅바닥에 가득 쏟아졌다.

 

천리독행은 재빨리 다가가 그 장한의 시체를 집어들고 몸을 돌려 가산 동굴 입구를 향해 던진 후 발끝으로 가볍게 지면을 찍고 날아가는 새처럼 곧장 산 위로 달아났다.

 

가산 뒤편은 내원과 연결된 부교가 있고, 굽이진 회랑이 있어 인공의 아름다움이 극치에 달했다.

 

막 몸을 날려 부교를 넘어가려는데 갑자기 맞은편에서 희미한 마른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을 살펴보니 깡마른 중년인 하나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것이 보였다.

 

천리독행은 부중의 경비가 삼엄하고 자신들의 임무를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때 절대로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되며, 억지로 뚫고 나가려 했다가는 더욱 힘만 낭비하고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재빨리 지혜롭게 취할 방법을 생각해야 했지만 이곳은 이미 안채와 가까워 매복이 밀집해 있었고 소리를 내어 싸움을 할 수도 없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숙여 작은 돌멩이 하나를 주워 부교 아래로 던졌다.

 

"퍽" 하는 작은 소리가 나자 맞은편에 있던 그 중년인은 과연 그 소리를 듣고 일어나 달려왔다.

 

천리독행은 한 손으로 돌을 던지며 몸을 쭉 펴서 반대 방향인 산꼭대기로 달아났고 일부러 발밑으로 디디며 경미한 소리를 냈다.

 

깡마른 중년인은 몸놀림이 제법 뛰어나 소리를 듣고 방향을 판별한 후 눈 깜짝할 사이에 흑영이 산 위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급히 경공을 펼쳐 뒤쫓아 갔다.

 

그는 재빨리 가산 위로 올라갔다. 사방이 고요할 뿐 흑영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자 그는 저도 모르게 가볍게 "흠" 하고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산 위로 올라가는 걸 분명히 봤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단 말인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오른쪽에서 번개처럼 다가오는 암기의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 누군가가 기습한다는 것을 알고 재빨리 오른쪽 발을 한 걸음 뒤로 물러나고 몸을 기울여 간신히 피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한 줄기 경풍이 뒤늦게 덮쳐와 공교롭게도 허리의 마혈(麻穴)을 가격해 머릿속이 '쾅' 하고 시커멓게 변하면서 그 자리에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