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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龍 孤星傳 / 第一章 幪面殺手 본문

무협소설(武俠小說)/고성전(孤星傳) - 古龍

古龍 孤星傳 / 第一章 幪面殺手

少秋 2019. 11. 29. 17:23

古龍의 孤星傳 표지

붉은 노을이 사방을 뒤덮고 삭풍이 울부짖어 댄다!

연말, 보정성(保定城)은 유난히 추워 성 밖의 강물마저도 두껍게 얼어붙어 큰 마차도 별 어려움 없이 지날 수 있었다.

눈이 그쳤지만 황혼이 물러가자 대지는 더욱 추워졌고 하늘에는 별도 뜨지 않았고 물론 달도 뜨지 않았다.

이로 인해 대지는 더욱 어두워 보였고 눈마저도 뿌연 회흑색으로 보였다.

보정성내에는 귀인들의 호화가마를 제외하고 행인이 평소보다 훨씬 적었다. 누가 이런 큰 추위에 거리를 걷겠는가. 그래서 거리엔 마차뿐이었다. 마차의 천막도 단단히 내려 놓아 마차를 모는 마부만이 살을 에는 듯이 추운 북서풍에 머리를 움츠리고 추운 날씨를 원망하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남쪽 성으로 통하는 남쪽 대로상에 돌연 전신이 흑색인 말 한 필이 나타났다. 마상엔 짧은 콧수염을 기른 중년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머리엔 관외에서나 보이고 이곳에서는 보기 힘든 가죽 모자를 귀까지 덮어쓰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불빛 아래에서는 그의 얼굴을 근본적으로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를 별로 개의치 않는 듯, 이러한 추위 속에서도 여전히 꼿꼿하게 말 위에 앉아 있는 모습만 보였다.

길가에 별로 크지 않은 주점이 있는데 지금은 손님이 꽉 들어차 있었다. 작고 민첩해 보이는 사내가 갑자기 안에서 걸어 나와 문 밖의 바람이 불어오자 몸서리를 치며 원망하듯 말했다.

“열라 춥네!”

하고는 문 안쪽으로 두어 걸음 물러나 머리만 밖으로 내밀며 “퉤” 소리를 내며 가래침을 뱉었다.

때마침 고개를 들어 마상의 괴한을 바라보며 눈썹을 살짝 찌푸리더니 혼자 조용히 뇌까렸다.

“이상하네. 그가 어떻게 이곳에 왔을까?”

하고는 고개를 숙이며 문 안으로 들어갔다.

마상의 사내는 느릿느릿 말을 몰며 마치 이 사람을 보지 못한 듯 손으로 모자를 더욱 눌러썼다.

술 냄새가 두꺼운 문을 뚫고 나와 이런 냄새를 잘 알고 있는 마상의 인물은 입을 오므리며 안으로 들어가 한 두 잔 들이키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는 듯 했다.

말발굽이 이미 결빙이 된 눈 위를 두드려 듣기 좋은 소리를 내는데 금속 기구가 서로 부딪쳐 그런 특별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말은 준마로 사람과 잘 어울려 보여 웅장한 느낌을 갖게 했다.

귀를 즐겁게 하는 소리를 내며 끝내 한 쌍의 인마는 점차 멀어져 갔다.

문묘(文廟)를 지나 남문으로 다가갔다. 성문을 지키는 병졸은 성내의 바람을 피해 그림자 속에 서서 홍영창(紅纓槍)에 기댄 채 일인일마(一人一馬)가 천천히 성을 나가기 위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며 마상의 앉은 자의 영웅적 자태를 보고는 찬탄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이 친구는 정말 건장하구나!"

말이 성문을 빠져나가 속도를 조금 높이기는 했으나 이런 날씨 속에 길을 재촉하는 사람의 적당한 속도는 여전히 아니었다. 보정대로를 따라 가다 멈추더니 말라 죽은 백양나무 아래에서 발을 툭툭 찼다.

말을 탄 사람은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얼굴색이 아주 어두웠다.

그는 마치 시간이 자기에게만 특별히 느리게 흘러간다는 듯 어두운 얼굴에 초조함을 드러냈다. 그는 말채찍 손잡이 뒷부분으로 손바닥을 가볍게 툭툭 치면서 혼잣말을 하였다.

“왜 안 오는 거야?”

다시 시간이 흐르고 그는 더 기다릴 수 없는지 앞으로 갈까 생각해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주위엔 인적이 없어 생각 끝에 말고삐를 잡고 떠나갈 생각을 접었다.

무서울 정도로 조용한 밤으로 나뭇가지만 바람에 날려 '쉭쉭'하는 바람소리만 이따금 들려왔는데 별도 달도 뜨지 않은 추운 밤에 유일하게 들리는 소리였다.

마상의 장한은 더는 참을 수 없는지 말에서 뛰어 내리더니 땅바닥에 엎드려 눈이 얼어붙은 지면에 귀를 대고 한참 동안 소리를 탐지했다. 갑자기 얼굴에 희색이 돌며 일어서는데 얼굴에 눈얼음이 묻어 있었지만 춥지도 않은지 그냥 손으로 털어내었다.

그는 그의 의복과는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흰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가려 한 쌍의 눈만 형형하게 빛을 냈다. 가죽모자와 손수건의 틈 새 사이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                                  ※                                  ※

 

잠시 후, 과연 대로상에 일진의 급박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경험이 풍부한 그로서는 이 말발굽 소리만 들어도 바로 이는 누군가 급한 일이 생겨 최대한 속도를 내서 달리고 있으며 길을 재촉하는 이가 한 사람이 아님을 판단할 수 있었다.

말발굽 소리가 점차 가까워지자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사내는 최대한 민첩한 신법으로 말에서 뛰어내려 왼쪽으로 말고삐를 살짝 쥐고 말로 길을 가로막았다.

길 저편에서 두 필의 말이 나는 듯이 달려와 이렇게 추운 날 머리 위에서 김이 끊임없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말에 탄 사람은 청포단오(青布短襖)에 외투를 입고 있었다. 이 차림은 당시 흔히 볼 수 있는 나그네의 일상적인 차림이었다. 그런 차림은 남의 이목을 끌지 않는다. 단지 마상의 두 사람은 정명한 얼굴에 두 눈이 맑아 형형한 빛을 나타내고 있어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듯이 달려온 마상의 두 사람은 멀리서 한 마리의 말이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을 보고 나이가 더 많은 짧은 수염의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앞에 있는 게 말했던 건가?”

하남지방의 말투였다.

이래서 두 필의 말은 몽면인과 멀지 않은 곳에 멈추게 되었다.

나이가 많은 장한이 몽면인을 보고 얼굴 표정이 갑자기 변하며 가슴이 뛰었다. 그러나 그는 오랜 강호 경험과 여러 차례 칼날 위에서 뒹군 경험으로 놀라기는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노형, 미안합니다만 우리가 지나가도록 길을 비켜 주시지요.”

아주 점잖게 말했다.

두 장한은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놀라며 그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몽면인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더니 웃음기 없는 음성으로 바꾸며 차갑게 말했다.

“두 분이 그 유명한 ‘창검무적(槍劍無敵)’ 배씨쌍걸(裴氏雙傑)이요?”

말하는 태도 속에 도발의 의미가 가득했다.

그 나이 많은 장한이 한참 생각하더니 대답할까 하는데 젊은 장한이 말했다.

“친구는 눈빛이 매섭구료. 맞소. 소생이 호형검(弧形劍) 배원(裴元)이고 저분이 가형 구겸창(鉤鐮槍) 배양(裴揚)이오.”

몽면인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나는 배이협(裴二俠)의 성격이 호방하고 시원시원하다 들었는데 지금 보니 과연 시원시원하오.”

그는 웃음을 멈추고 바로 싸늘한 표정을 드러냈다. 비록 얼굴의 변화가 손수건에 가려져 있어 뚫어 볼 수는 없었지만 그의 눈빛에서 여전히 무서운 한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이어 말했다.

“기왕 내가 대협들 앞에 섰으니 긴말이 필요 없을 듯 하오. 오늘 여기 온 것은 별 뜻은 없고 단지 두 분께 한가지 물건을 얻고 싶어서 이오.”

“우리 형제가 갖고 있는 물건을 내놓으라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오.”

호형검 배원이 냉소하며 말했다.

“친구는 이름을 밝혀야 할 차례요. 알다시피 우리 형제의 물건은 마음대로 내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오.”

그의 말은 정중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몽면인이 자기를 대함에 있어 호의가 없고 나쁜 일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참으로 그는 무례한 태도를 보였지만 몽면인의 분노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그는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별다른 것이 아니오."

그는 손으로 얼굴의 수건을 더 끌어올리며 말했다.

"바로 귀 형제의 머리에 있는 뇌대(腦袋) 와 두 분의 가슴속에 있는 물건이요."

호형검 배원은 매우 분노해 웃었다. 웃음소리가 구름을 뚫고 울려 퍼져 내공의 화후가 높음을 드러내 보였다. 이미 등당입실(登堂入室)의 경지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몽면인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차갑게 말헀다.

"배이협은 뭐가 그리 좋아 웃는 것이오?"

호형검 배원은 웃음소리를 멈추고 말했다.

"우리 배씨 형제가 강호에 나온 십여 년 이래 우리 앞에서 감히 듣기 거북한 말을 한 사람이 없었소. 친구, 당신이 뭘 믿고 우리 형제 앞에서 이런 미친 짓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살기가 귀찮아진 것이오?"

구겸창 배양은 비록 고심한 무공을 갖추고 있지만 이때는 자기도 모르게 약간 격분해서 엄하게 큰소리로 말했다.

“친구! 우리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손을 섞어봅시다.”

몽면인은 앙천대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좋소, 좋아. 배씨쌍걸은 과연 대장부요. 오늘 당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이후 무림에서 나란 인물은 바로 사라지게 될 것이오.”

호형검 배원은 냉소를 터뜨렸다.

“흥! 귀하처럼 머리는 감추고 꼬리만 내보이는 쥐새끼 같은 무리가 인물이라 칭한다면 무림엔 인물이 너무나 많을 것이오!”

당신이란 사람은 근본적으로 인물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또 무슨 말을 하겠는가!

몽면인은 눈에서 갑자기 흉광을 쏟아내고는 한마디 말도 없이 두 다리로 말을 살짝 조이더니 길가의 공터로 말을 천천히 몰았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차갑게 말했다.

“두 분은 조용한 이곳으로 오시오. 두 분의 무덤을 만들기엔 안성맞춤인 곳이오.”

그는 이런 말투다. 즉 중원의 유명한 창검쌍절이 한 푼의 가치도 없으며 그들이 이길 가능성은 그야말로 한 오라기도 없다는 자기의 바램을 말했다.

오랜 동안 강호를 누벼온 배씨쌍걸은 이때 분노가 달아올랐지만 이 사람의 초인적 자신감을 보고는 내심 자기도 모르게 살짝 불안해했다. 분명 이 사람이 선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았지만 일이 이미 이 지경까지 벌어졌으니 스스로 어찌 계산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들은 경각심을 끌어올려 주위를 둘러보고 그 공터로 갔다.

사방이 뻥 뚫려있어 그들은 피차간에 상대방의 안색을 살필 수가 없었다. 세필의 말은 한기의 침입으로 몸이 어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발로 땅을 차며 낮게 울어댔다.

몽면인은 가볍고 민첩하게 몸을 홱 뒤집어 말에서 뛰어 내렸다. 배씨쌍걸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자아냈다.

“뛰어나구만!”

그들은 그가 본래 말 위에서 앉아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땅바닥으로 내려섰기 때문에 뛰어내릴 때 사용한 신법을 똑똑히 보지 못했다.

구겸창은 돌연 말을 꺼냈다.

“친구 과연 좋은 몸놀림이오. 우리 배씨 형제가 대강남북을 누비고 다녔는데 친구의 몸놀림은 정말 대단하오. 우리의 소견으론 친구도 필시 무림에서 이름을 떨치는 사내대장부로 생각되는데 우리가 이번에 호송하는 표물은 친구도 이미 알고 있듯이 우리 책임이 막중하니 친구가 우리를 중시여긴다면 이름을 밝히고 손을 떼시면 청산이 변하지 않고 녹수가 흐르는 한 차후 우리가 친구에게 보답하겠소.”

그의 말투엔 분명 적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노출되었는데 이것이 그가 겁쟁이라는 것은 아니다. 확실치도 않은 상황에서 남과의 비무에 목숨을 걸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무림의 관례로는 어쨌든 쌍방이 손을 섞기 전에 이름을 밝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몽면인은 마치 누가 흔들어도 끄떡없을 것 같은 부정불팔(不丁不八)의 자세로 기를 모으며 눈밭 위에 서서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그의 이런 오만한 태도는 본래 성정이 비교적 급한 호형검 배원이 참지 못하고 폭갈을 터뜨렸다. “형님, 이런 쥐새끼 같은 놈과 쓸데없이 무슨 말을 하시오?” 안장에서 다리를 빼며 몸을 날려 말에서 내려서며 손을 휘젓자 그 말은 천천히 걸어 멀찍이 물러나 멈추었다. 분명 훈련 받은 좋은 말임에 틀림없었다.

구겸창 배양은 암암리에 탄식을 터뜨렸다. 이 싸움에서 승리를 한다면 자신과 아우의 목숨을 보존할 수 있지만 상대방의 이름도 모른 채 패배를 한다면 자기 형제의 목숨은 이 보정도상에 묻히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건 완전히 불공평한 것이지만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알았다. 배씨쌍걸의 신분으로 도망갈 수도 없고 더군다나 반드시 도망갈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어쩔 수 없이 그는 말에서 내려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때 세 사람은 삼각지세로 버티고 서서 누구도 소홀함 없이 정신을 집중해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배양은 강호를 돌아다니며 평생 조심한데다 그들 형제들은 손발도 잘 맞아 먼저 곤란한 일을 절대로 만들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도 그들은 강호도의를 돌볼 겨를도 없이 상대방이 발동만 하면 연수를 펼쳐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몽면인은 눈알을 굴리며 차갑게 내뱉었다.

“내가 일일이 손쓰기 귀찮으니 귀 형제들은 같이 덤비는 것이 좋겠소.”

호형검 배원이 냉소를 치며 말했다.

“당연하지. 우리 형제가 쥐새끼와 손을 섞으며 종래의 강호관례를 따른다는 것이 가당키나 하더냐.”

몽면인은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

“맞소, 맞아 가당치 않지!”

웃음을 멈추지 않고 갑자기 신형을 움직여 휙 소리와 함께 호형검 배원을 급습했다.

호형검 배원이 발을 교차해 몸을 돌리자 몽면인은 돌연 방향을 바꾸어 신형을 섬전같이 날리며 배양을 향해 일격을 가했다.

이같이 빠른 신법은 과연 사람을 놀라게 하니 이때쯤 각자 무공의 깊이를 가히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구겸창 배양은 과연 북방무림의 강자다웠다. 도채칠성보(倒踩七星步)를 펼쳐 행운유수(行雲流水)와 같이 신형을 빼내서는 손목을 한 번 뒤집어 번쩍번쩍 빛나는 구겸창을 손에 쥐었다.

바로 이순간, 호형검 배원이 검을 꺼내들어 입벽화옥(立劈華嶽)을 펼쳐 차가운 빛이 번쩍하며 몽면인의 뒤를 향해 그어댔다.

몽면인은 쌍장을 교차하며 지면에서 몸을 빙글 돌려 배원의 호형검이 허공을 휘두르게 하고는 우수로 막고 좌지로 검처럼 하여 일초이식을 섬전처럼 펼쳐 사람을 놀라게 했다.

구겸창 배양은 손을 흔들어 장중의 구겸창을 대창처럼 사용해 악가창법(岳家槍法)을 시전하여 커다란 창화를 일으키며 몽면인의 허리 아래 소요혈(笑腰穴)을 찔러갔다.

몽면인은 암중 고개를 끄덕이며 창검무적 배씨쌍걸의 무공이 확실히 약하지 않음을 인정했다.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구겸창이 대창에 비해 짧음에도 커다란 창화를 펼쳐내는 것은 배양의 무공이 깊기 때문인데 그 몽면인은 그 이치를 알아차렸다.

그는 적을 감히 가볍게 보지 못하고 가벼운 휘파람소리를 내며 돌연 권을 장으로, 조(爪)를 권으로 하여 장풍을 일으켜 주먹을 날렸는데 뜻밖에도 소림의 나한권(羅漢拳), 무당의 칠십이식금나수(七十二式擒拿手)와 공수입백인(空手入白刃), 그리고 아미(峨嵋)의 신학장(神鶴掌)을 동시에 운용한 것이다.

이 초식들은 강호에서 익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초식들을 하나로 융합하는 것은 강호에서 유래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는 들어본 일도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몽면인은 몇 개의 초식을 하나의 초식으로 녹여낼 수 있었는데 그 새로운 초식은 절묘한 배합으로 더더욱 신묘하였다. 배씨쌍걸은 다년간 양하에서 군림하였고 손에 병기를 쥐고 무림에서 보기 드문 초식들을 펼쳤지만 이 몽면인의 맨손아래 절반의 승세도 얻지 못하고 수비에만 급급해 지쳐만 갔다.

몽면인의 장풍은 강력하여 매 일초마다 상대방을 죽음의 위기로 몰아갔고 어둠 속에서도 정확히 혈을 알아내 우물쭈물하지 않으며 대적 경험이 풍부해 실로 소름끼치는 것이었다. 배양은 속으로 곰곰이 생각했다.

‘무림에 언제 이런 고수가 출현했었나?’

배양이 강호를 주유하며 꽤 폭넓은 교류를 통해 무림의 고수들을 대부분 알고 있어 형제표국(兄弟鏢局)의 그 형제들은 십여 년 동안 표물을 운송하며 지금까지 실수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배양은 몽면인의 내력을 알아내고자 깊이 생각했으나 추측할 수 없었다.

저 몽면인의 사투리로 봐서는 하북일대의 인물임이 분명한데 몽면인의 무공 수위를 보면 중원무림 가운데 어느 대종파의 장문인 신분 같았다.

배씨쌍걸은 양하에서 명성을 떨쳐서 양안의 무림고수들은 그들 형제와 다를 바 없었는데 이 몽면인이 누구인지는 도저히 추측을 할 수 없었다.

그 두 사람은 심중으로 애써 추측해봤으나 몽면인의 무공이 높아 두 사람의 무공으로 연수를 펼쳐도 안되는, 조금도 소홀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이 몽면인의 연령과 무공으로 봐서 무림에서 명성을 얻고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배씨쌍걸이 그 사람의 내력을 추측할 수는 없었다. 어째 좀 이상하지 않은가?

밤은 더욱 깊어가고 눈보라치며 눈발이 날리자 세 필의 말은 멀리 가지도 못하고 떨고 있었다.

세 사람이 발출하는 진력으로 눈발이 크게 흩날렸다. 호형검 배원이 손에 쥐고 있는 검의 길이는 3척에 불과해 모든 초식이 손을 뻗어야 했는데 바로 이런 경우가 병가에서 얘기하는 ‘일촌이 짧으면 일촌이 위험하다’라는 것이다. 호형검 배원은 내심 화가 치밀어 매초식마다 몸을 돌보지 않고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달려들었다.

비록 몽면인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한 순간에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자 돌연 맑은 소성과 함께 신형을 뽑아올렸다.

배씨쌍걸이 깜짝 놀라고 몽면인은 공중에서 신형을 바꾸며 약간 방향을 전환하여 무시무시한 바람소리와 함께 맹렬한 쌍장으로 호형검 배원의 머리를 쪼개어 왔다.

이 같은 신법이 발휘되자 배씨쌍걸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소리를 질렀다.

“당신이었군!“

호형검 배원은 수중의 검을 아래에서 위로 쳐올려 ‘패왕거정(霸王舉鼎)’의 초식을 펼치며 신형을 비스듬이 돌렸다.

몽면인은 돌연 공중에서 허리를 꺽었다가 갑자기 상체를 떠올리며 왼쪽 다리로 쓸어와 구겸창 배양의 등을 모질게 걷어찼다.

기이하게 변하는 이 일초는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것으로 천근의 힘이 실려 있는 이 발차기에 구겸창 배양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비릿한 선혈을 내뿜고 이내 절명했다.

몽면인의 신형이 신묘한 절기를 마치고 살포시 내려서자 호형검 배원의 두 눈이 씨뻘겋게 충혈되어 맹렬하게 소리쳤다.

“우리 형제가 당신과 무슨 원한이 있단 말이오? 결국 당신이 이렇게 악랄하게 손을 쓰다니!”

호형검 배원은 미친 호랑이처럼 신형을 날려 몽면인에게 달려들었다.

몽면인은 미미하게 냉소를 날렸다. 이미 하나가 되어버린 배씨쌍걸이다. 그에게 더욱 더 승산이 있는 것이다. 비록 호형검 배원이 목숨을 아끼지 않고 맹공을 펼쳤지만 그는 한 수 높은 무공으로 여유있게 막아냈다.

호형검 배원의 목숨을 등한시한 초식에 진력을 다 쏟아 부어 십여 초 만에 벌써 진력이 소진되었다.

차분하고 느긋한 몽면인은 돌연 쌍수를 가슴 앞으로 크게 펼쳐 호형검 배원이 생각지도 못하게 하고 갑자기 허점을 크게 노출시키며 신법을 펼쳤다.

아마도 당사자가 깨닫지 못한 듯, 호형검으로 몽면인의 가슴을 가르기 위해 배원은 앞으로 몸을 날렸다.

몽면인은 길게 웃으며 숨을 깊게 들이 쉬더니 갑자기 가슴을 움추렸다. 등봉조극(登峰造極)에 이른 내공이었다. 공교롭게도 호형검 배원의 검은 목표 부위에 다다르지 못했다.

그는 오랜 대적 경험으로 이번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음을 바로 알고 신형을 맹렬히 뒤로 물렸으나 몽면인은 이때 그에게 숨 돌릴 기회를 주지 않았다. 좌우 쌍장을 섬전같이 내뻗어 배원의 어깨위를 강타하였다. 이 쌍장의 위력이 얼마나 쎈지 배원의 양 어깨가 비명과 함께 전부 박살났다. 이 일격으로 배원의 양 다리가 눈 덮인 땅을 반척이나 뚫고 들어갔다. 그런 곳에선 살아날 희망이 없는 것이다.

대지는 여전히 눈이 깔려 있어 회백색이었고.....

창검무적(槍劍無敵) 배씨형제의 시체는 눈 덮인 대지에 조용히 누워있었다. 배씨형제의 두 마리 말은 마치 주인의 상황을 알고 있다는 듯 추위를 견딜 수 없자 머리를 들어 길게 울어대고는 결국 어디론가 달려갔다.

몽면인은 움직이지 않고 서서 배씨형제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배양의 시신에 다가가서 천천히 허리를 구부려 한참동안 배양의 시신을 수색했으나 별 소득이 없자 배원의 시신으로 가서 잠시 수색했다. 안중에 희색을 띠며 배원의 가슴속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냈다. 아주 조심스럽게 물건을 거두고 일어섰다.

연후 그는 몸에 묻은 눈꽃을 털어내며 재차 주위를 둘러보고 사방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천천히 말에 다가가서 올라타고 채찍을 휘둘러 떠났다.

황무지 위에는 발자국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배씨쌍걸의 시신은 어지럽게 흩어진 발자국 위에 누워있었다.

 

                            ※                                  ※                                  ※

 

배씨쌍걸이 죽고 그들이 소지하고 있던 보물 벽옥섬여는 자취를 감추자 그 소식은 순식간에 강호무림에 퍼졌다. 그러나 배씨쌍걸를 죽인 흉수는 누구란 말인가? 강호상의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들 흉수가 양하무림(兩河武林)의 유명 고수인 배씨쌍걸을 혼자의 힘으로 죽인 것을 알기에 내심 불안에 떨었다. 그렇다면 그 흉수의 공력은 불가사의하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양하의 모든 표국마다 경계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는 표국간의 경쟁이 아주 격렬했기 때문에 누구도 다른 표국과 연합하여 경계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신비한 몽면인에게 이후 허다한 기회가 더 주어졌다.

삼 개월이 넘지 않아서 양하의 십육개 표국(鏢局)의 열여섯 명 총표두 가운데 열세 명이 신비의 몽면인에 의해 피살되었다.

몽면인에게 피살된 열세 명의 무림고수들은 어떤 이는 표행중 노상에서 어떤이는 집에 있다가 밖으로 유인되어 중수법에 의해 피살된 것이다.

몽면인은 무기도 휴대하지 않고 조력자도 없이 계속 혼자 움직였지만 어떤 일개인도 그의 손아래에서 살아 도망치지 못했다.

그리하여 양하 무림을 크게 흔들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전체 중원무림조차도 이 일로 크게 출렁거렸다. 무림인들은 그 몽면인의 내력을 분분히 추측했으나 세상에 살아있는 사람가운데 신비한 몽면인의 진면목을 본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총표두가 죽고 표국의 군웅들은 우두머리가 없는 오합지졸이 되었지만 이 일을 담당해줄 사람이 더 이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표국은 자연 문을 닫게 되고 남아 있는 네 개 표국 가운데 하북의 홍원표국과 하남의 은편표국의 총표두는 팔괘도 이표와 은편 사도명이었는데 나이도 많고 무공도 약하여 이런 정황하에서 겁에 질려 재빨리 손을 씻어 이제 더 이상 도두첨혈(돈이 된다면 칼에 묻은 피라도 핥을 수 있어야 한다)의 짓거리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그 거대한 양하지방에 하남의 웅풍표국(雄風鏢局)과 하북 경성의 비룡표국(飛龍鏢局)만이 남게 되었다.

원래 양하지방 최대의 양대표국은 웅풍표국과 비룡표국이었다.

웅풍표국의 총표두인 중주일검 구양평의 나이는 이미 칠십 세가 되었다. 허나 생강은 늙을수록 더 매워지듯 손에 검을 들고 스스로 점창심법을 터득하기 위해 수십년간 침음해 사람을 놀라게 할 공력을 쌓았다. 이때의 양하무림은 비록 풍성학려가 되었지만 여기 이 노총표두는 품성이 굴강하여 손에 검을 들고 몽면인과 싸우겠다고 공언했다.

비룡표국의 총표두가 오히려 더욱 명성이 높다. 나이 이십여 세에 강호초출한 용형팔장 단명은 한 쌍의 육장으로 군웅들에겐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무공이 높지만 남을 난감하게 만든 적이 없었다. 서로 싸우기 일보직전에 멈추었고 상대방과 무공고하를 논하지 않았으며 싸움은 언제나 무승부로 끝냈다.

무림인들의 안목은 탁월해 속을 다 꿰뚫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은 고수를 더욱 흠모한다. 십년래 용형팔장 단명은 양하무림인들로부터 가장 신망을 얻고 있다.

게다가 무림인들은 아무도 그의 무공이 어떠한지 알지 못했다. 불복인의 성격을 가진 중주일검 조차도 단명과 얘기할 때는 엄지를 치켜들었다.

용형팔장 단명이 큰 일을 하였는데 그것은 이번에 피살된 열세 개의 양하표국 열네 명 총표두의 남겨진 자식들을 전부 입양한 것이었다.

이런 무림의 사내대장부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대부분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사내들이어서 평소 돈을 벌면 바로 써버리니 무슨 저축한 돈이 있겠는가.

그래서 그들의 남겨진 자식들의 생활은 자연스레 문제가 생겨났는데 특히 어린 아이들은 더욱 가련한 것이다. 용형팔장의 이러한 의거는 가히 공덕무량이라고 불릴만한 것이다. 양하무림인들은 용형팔장을 언급하며 더욱 탄복하게 되었다.

용형팔장은 전혀 교만한 기색이 없었으나 삼 개월간 늘상 아파서 표행도 하지 못해 그 신비한 몽면인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도 하지 않았다. 그의 면전에서 몽면인을 언급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는 단지 미소만 지으며 일언반구하지 않았다.

그래서 모두들 그의 무공에 더욱 큰 믿음이 생겼다. 모두들 그가 몽면인을 무림에서 제거해 주기를 바랬다. 이래서 침묵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때로는 말 하지 않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더 효과가 큰 경우가 종종 있다.

 

                            ※                                  ※                                  ※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자 북경성에도 생기를 회복했다. 문루 앞의 다관에 돌연 두 사람이 나타났다.

이 두 사람이 다관에 들어서자 차를 마시던 열 명 가운데 아홉 명이 벌떡 일어서서 몸을 굽히며 인사를 했다. 이 두 사람이 매우 존경받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이 두 사람 가운데 비교적 나이가 많은 한 사람은 칠십 정도지만 정신은 여전히 매우 건강해서 두 개의 철담을 손에 쥐고서 땡땡 소리를 내며 큰 걸음으로 걸어 들어와 조금도 늙은 티를 내지 않았다.

젊은 한 사람은 대략 삼십여 세 정도로 두 눈이 부리부리하고 매부리코에 커다란 입을 가져 신태가 아주 위맹해 보였다. 다관에서 차를 마시던 사람들은 두 사람에게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었다. 이 사람에게도.

모르는 사람도 있는지 속으로 이상하게 생각했다.

‘이 사람이 누구지?’

그러나 이들의 풍채를 보고는 속으로 탄복했다.

그 노인이 먼저 탁자에 자리를 잡고는 위맹하게 생긴 사내를 향해 말했다.

“과연 북경성은 인걸지령(人傑地靈)이군. 이 늙은이가 오늘에야 비로소 눈을 떴구먼.”

말할 때 소리가 큰 종을 울리는 듯 했는데 천검지방의 사투리를 구사했다. 그 사내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구양 선배님은 잠깐 쉬고 계시지요. 이 후배가 다른 곳을 둘러보고 다시 모시겠습니다.”

노인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단노제가 벌써 이런 호칭을 쓰다니 정말 나는 곧 죽겠구먼.”

비록 이렇게 말하긴 했으나 마음속으론 상대방의 공경하는 태도에 기쁘기 한이 없었다.“

사내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노선배님께서 멀리까지 오셨으니 후배가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본래 후배가 먼저 선배님을 찾아뵀어야 하는데....”

노인이 손을 내저으며 그의 말을 막고 말했다.

“아니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나야 싸돌아다니는 김에 북경성에 온 것이거늘. 그 녀석이 요 몇 개월간 이곳 북경성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이 노인네가 하남지방을 헤집고 다니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지.”

다관에 있는 사람들은 귀를 기울여 듣고 있었다. 익히 알고 있는 무림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노인네가 하남 웅풍표국의 중주일검(中州一劍) 구양평(歐陽平)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그는 하남의 호걸이면서 왜 이 같은 사투리를 쓴단 말인가? 그가 아니란 말인가?’

하면서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허나 이 노인이 바로 중주일검 구양평이다. 그는 어려서 운남지방에서 자라며 점창에서 검을 배웠다. 장년이 되어 하남지방으로 이주를 했기 때문에 말을 할 때 자연스레 천검지방의 사투리를 쓰는 것이다.

다른 한 명의 중년 사내는 말하나마나 하북지방에서 위세를 떨치는 용형팔장 단명이다.

원래 중주일검 구양평은 북경에서 용형팔장과 대응방법을 논의하고 신비의 몽면인을 쫓으려 했었다. 다만 그는 천성이 강직해서 입이 떨어지지 않아 억지로 북경성을 둘러보고 있는 것이다.

그 두 사람은 이미 오랫동안 교분이 있었던 터라 만나서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용형팔장은 주인으로서의 예를 갖춰 노인인 중주일검 구양평과 북경성 시내 나들이에 나섰었다.

중주일검 구양평의 흥취가 꽤 고조되어 이틀 동안 계속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음에도 여전히 여운이 남았다.

그러나 이튿날 저녁 그 신비의 몽면인이 오히려 비룡표국에 나타난 것이다.

구양평이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지라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피곤해 숙면에 빠졌다. 그러나 수십 년간 강호를 누빈 그는 여전히 보통 사람과는 비교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지붕위에 있는 야행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수면 중에 벌떡 깼다.

그는 매우 신속히 옷을 입었다. 그는 수십 년의 훈련으로 일반인이 상상할 수도 없는 빠른 속도로 옷을 걸치고 조용히 창문을 열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약간 의아해했다. 누가 겁 없이 비룡표국에 뛰어 들어 말썽을 일으킨단 말인가. 하지만 그는 성격상 이런 일이 닥치면 절대 팔짱을 끼고 수수방관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살쾡이처럼 창문 밖으로 훌쩍 몸을 날려 사방을 둘러보더니 과연 지붕에 한 명의 인영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검을 내려놓았으니 이것이 바로 그의 신중한 점이다. 강호에서 다년간 명성을 누린 만한 자연스레 펼쳐진 신중한 행동이었다.

연후 그는 신형을 세워 지붕위로 휙 올라갔지만 극쾌의 속도로 집 뒤쪽으로 사라지는 야행인의 미미한 냉소 소리를 들었다.

그러자 그는 주저하지 않고 쫓아가며 한편 단명을 비웃었다.

도대체 나이도 젊은 녀석이 사람이 오는 것도 모르고 자다가 죽다니 의외로군.”

정원 안은 다시 고요해지고 한참을 지나 십여 세의 사내아이 하나가 정원으로 나와 담 구석에 서서 소변을 보는데 갑자기 인영이 보이자 깜짝 놀라 벌벌 떨고 있었다. 하마터면 오줌도 바지에 쌀 뻔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비교적 담력이 큰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담 구석에 숨어서 그 인영이 지극히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이 아이는 비록 몸이 크지 않지만 머리가 지극히 영민하였다. 아직 명사가 없어서 그렇지 어려서부터 무공을 배웠다. 이때는 비록 그 인영이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그는 이 인영이 단명인 것 같다는 것을 이미 알아차리고는 괴이함을 금치 못했다.

‘단 대숙이 왜 이런 한밤중에 돌아오는 것일까?‘

그 인영이 지극히 빠른 순간 몸을 드러내 매우 놀라운 속도로 지붕을 돌아다녀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 근본적으로 알아볼 수 없었다.

이 아이는 방금 전의 자신의 판단에 대해 그다지 확정적이지 못해 속으로 뇌까렸다.

‘아마 단 대숙이 아닐 거야. 어떻게 나가자마자 돌아오신단 말인가?’

그가 한밤중에 꿈을 꿨는지 머리가 몽롱해져 깊이 생각할 수 없어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이튿날 북경성은 들끓었다.

원래 친히 하남에서 올라온 명표두 중주일검 구양평이 늑골 가운데에 상대방의 일장을 맞고 갈비뼈 모두가 완전히 부서져 황량한 교외에서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러나 이 노표두는 필경 초인이었다. 무림의 해를 제거하려다 죽음에 이르렀던 것이다. 원래 상대는 그의 주먹에 얼굴을 가격당해 머리가 깨졌던 것이다. 그의 상대는 오히려 무림인들이 신비한 몽면객을 주살하고자 하는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옷과 맞아서 부숴진 몸에서 나온 것은 분명 그 몽면인의 것이 확실한 수건 쪼가리였다.

그의 생김새까지는 알아볼 방법이 전혀 없었다.

몽면인이 죽더라도 그의 신분과 내력을 모르니 강호인들이 몽면인이 도대체 누구인지 부단히 추측하더라도 영원히 알지 못할 것 같다.

중주일검이 이렇게 죽자 용형팔장은 끊임없이 자책하며 중주일검의 장례식을 아주 성대하게 준비했다. 이 장례식에 참가하기 위해 수천 명의 사람들이 북경성으로 왔으며 더 놀라운 것은 많은 수의 무림호걸들이 멀리서 왔다는 것이다.

한 평생 강호를 질타한 중주일검은 사후에도 지극한 영예를 얻었는데 그는 비록 자손을 두지는 않았지만 양하무림의 지존인 용형팔장이 천하호걸들을 감당한 것이었다. 그는 효성스런 자식이 되어 상주로서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중주일검이 죽고 그의 명성은 강호인들이 일제히 칭송한 용형팔장의 이 같은 태도로 생전보다 더 유명해졌다.

그래서 용형팔장의 무림에서의 지위는 더욱 숭고해져서 비룡표국이 호송하는 표물은

남쪽에서 북쪽까지 비룡표기만 달면 이제 더는 감히 쳐다보는 자는 없었다. 무림의 기타지역의 다툼에서조차 비룡표기가 보이면 바로 해결됐다.

양하무림에서 열네 명의 고수가 몽면인의 손에 고혼이 되자 몽면인이 표국과 무슨 원한관계가 있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표국인들을 제외하고 미증유의 독수를 입은 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렇게 죽은 표두들의 후인들은 남녀가 다르고 나이도 차이가 있지만 용형팔장은 그들 전부를 신변에 받아들였다. 또한 온 마음으로 그들에게 무공을 가르쳤다. 무림인들은 입을 모아 칭송했고 용형팔장이 인의를 우선시하는 아주 훌륭한 사내라고 모두들 얘기했다.

 

(第一章 幪面殺手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