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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八章 비수류절(淝水流絕) 본문

무협소설(武俠小說)/변황전설(邊荒傳說) - 黃易

第八章 비수류절(淝水流絕)

少秋 2024. 10. 30. 00:00

 

第八章 淝水流絕

 

 

연비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길을 걷고 있었다. 그가 속도를 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상이 발작할까 봐 두려워서였다. 어젯밤에만 세 번이나 발작의 조짐이 나타나 그는 기를 운행해 혈기를 순환시키기 위해 멈춰 서야 했다. 임요의 사공은 확실히 음험하고 신랄한 것이 지독했고, 만약 그의 일월려천대법이 이미 선천진기문경(先天真氣門徑)을 엿보고 자연의 도에 부합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영지처럼 일찍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이로써 임요의 다음 살인 목표가 유유일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가 자신도 영지처럼 수명이 길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천심패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귀면괴인 외에는 유유가 유일한데, 그를 제거하면 임요는 영원히 안심할 수 있고, 그가 천심패의 비밀을 안세청 부녀에게 누설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귀면괴인에 대해서는 안세청만 아니라면 상관없다. 천심패가 없으면 물건을 얻어도 소용이 없다.

 

이제는 연비조차도 그 무슨 동극경(洞極經)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도대체 그 안에 어떤 경천동지할 비밀이 담겨 있기에 임요처럼 각 지역을 제패하고 있는 불가일세의 고수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투는지 궁금했다. 현재 우세를 점하고 있는 것은 분명 임요일 것이다.

 

그가 택한 길은 수수(睢水)에 가까워 회수 남안의 우이(盱眙)로 통하는 길로, 우이는 건강의 북쪽에 있는 큰 성이다.

 

이전에는 이 역참길이 매우 번화했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지만, 지금은 잡초가 우거지고 오랫동안 수리되지 않아 울퉁불퉁하다. 그러나 얼마 전에 마차가 지나간 흔적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이 만묘부인의 마차 행렬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녀의 목적지가 설마 건강인가?

 

연비의 마음속으로 회수에 도착하면 건너편으로 헤엄쳐 건너가 회수 남안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길어야 이틀이면 협석에 도착할 수 있고, 충분히 쉬면서 부상도 치료하고 유유를 찾아다니는 청제나 임요를 만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계산이 섰다.

 

설사 두 사람이 그보다 하루나 반나절 먼저 협석에 도착한다 하더라도, 감히 성 안으로 들어가 사방으로 유유를 찾아다닐 수는 없을 것이다. 그곳은 북부병의 요충지이기 때문에 사현을 화나게 하면 고명한 임요라도 곤경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사람은 성 밖에 숨어 기회를 노릴 수밖에 없다.

 

길모퉁이를 돌아서다 연비는 깜짝 놀라 걸음을 멈췄다.

 

전방 멀지 않은 곳에 한 사람이 땅바닥에 엎어져 죽어 있었고, 칼이 두 동강 난 채 시체 옆에 놓여 있었는데, 옷차림을 보아하니 분명 묘부인을 호송하던 소요교의 젊은 무사였다. 시체는 아직 미온이 남아 있었다.

 

연비의 마음속에는 역사가 재연되는 듯한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뇌리에는 노순에게 살해당해 길바닥에 널브러진 태을교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급히 다가가 자세히 사인을 살펴보았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상처도 보이지 않으니 분명 경맥이 끊어진 것이었다.

 

만묘부인의 수레 행렬의 실력은 태을교도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하고, 만묘부인도 대단한 고수이며, 게다가 임요가 근처에 있는데 누가 감히 함부로 건들이겠는가? 누가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연비는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길을 따라 달려가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두 구의 시체를 발견했는데, 그 중 하나는 만묘부인의 초비(俏婢)였다. 흉수는 잔인무도할 뿐만 아니라 여자도 가만두지 않았으니, 분명 체천행도(替天行道)하는 정파인물은 아닐 것이다.

 

그는 비록 소요교의 어떤 인물에게도 호감을 느끼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세 사람의 사인은 똑같았고, 모두 흉수에 의해 절세의 현공으로 심맥이 끊어져 사망했으며, 온몸에 다른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지극히 음유하면서 심맥을 끊을 수 있는 수법은 그가 만난 적이 없는 사악하고 무서움이 극에 달한 것이었다.

 

다시 길모퉁이를 돌아서자 예상대로 그 화려한 마차가 길옆에 기울어져 있었고, 주변에는 시체가 널려 있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연비는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만묘부인을 추격하는 자의 무공은 노순보다 위에 있으며, 이런 인물은 천하에서 찾기도 어려운데, 하필이면 요 며칠 사이에 하나둘씩 마치 지옥에서 변황으로 뚫고 나온 것처럼 인간 세상에서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

 

북부병의 경기병이 세 갈래로 나뉘어 강을 건널 때 강바닥이 움푹 꺼져 있어 저진의 최전선에서 방비하던 방패와 화살을 든 군사들은 강둑에서 백 보 떨어져 있어 적의 투구밖에 보이지 않아 조준하기 어려웠으며, 게다가 북소리가 귀를 울려 한순간 마음이 어지러워졌다. 일부 병사들만이 맹목적으로 화살을 발사했지만 모두 적이 높이 쳐든 방패에 막히고 말았다.

 

부융은 말 위에서 똑똑히 지켜보았고 적군이 거의 육상에서 말을 달리는 것과 같은 속도로 강을 건너는데, 강물이 가장 깊은 곳도 기껏해야 말의 무릎까지 오는 것을 보고 계략에 빠진 것을 알고 좋지 않다며 큰 소리로 외치고 마도(馬刀)를 뽑아들어 전진하라 외쳤으나 북소리에 그의 함성은 완전히 묻혀 버렸다. 방향을 돌려 화살을 발사했을 때 수백 발의 화살은 이미 폭우처럼 강 위에서 날아와 자기 진영으로 떨어졌고 순식간에 수십 명을 쓰러뜨리니 견고했던 전열이 즉시 혼란에 빠졌다.

 

사현이 가장 먼저 말을 타고 강 기슭으로 뛰어올라 큰 소리로 외쳤다:

"부견이 패했다!"

 

앞 선의 진(秦)나라 병사들이 강둑에서 불과 백 보 떨어져 있으니 기병의 속도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진형 안으로 뛰어들 수 있었고, 진나라 병사들은 기껏해야 화살 두 발을 더 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사현의 출현에 모두가 그에게 화살을 발사했지만, 사현이 왼쪽엔 방패를 들고 오른쪽엔 검을 들어 방패로 말을 보호하고 검으로는 사람을 보호하며 화살을 막아내는 위풍당당함이 극에 달했다.

 

세 갈래의 기병이 동시에 비수(淝水)의 서쪽 기슭으로 돌진하여 이리와 호랑이처럼 적진을 향해 쳐들어갔다.

 

후퇴하던 진나라 병사들은 전열이 흐트러졌고, 일부는 말머리를 돌려 맞서 싸우고, 일부는 계속해서 후퇴하며 서로 부딪히고 막아서는 등 형세가 혼란스러워 감당할 수 없었다.

 

부견과 여러 장수들은 상대방이 이렇게 빨리 오는 것을 보고 계략에 빠진 것을 알고 황급히 말머리를 돌려 주위 수하들에게 몸을 돌려 반격하라고 명령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진형은 진형이 되지 못하고 대열은 대열이 되지 못하여 더 큰 혼란이 빚어졌다.

 

이십만 대군이 있었지만 오히려 다수로 소수를 압도하는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가장 전방에 있던 부융은 형세가 불리한 것을 보고 큰 소리로 외쳤다:

"병장기를 뽑아들고 근접전을 펼쳐라."

 

한인이 주를 이루는 보병들은 적들이 기세등등하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분전해야 할지 후퇴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주서가 이때가 기회라고 보고 큰 소리로 외쳤다:

"진군이 패했다!"

 

부하 친위병과 친위장군을 거느리고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자 좌우의 진나라 병사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즉시 뒤따랐고, 진형에 큰 구멍이 뚫리며, 한 올의 머리카락이 당겨지자 온몸이 움직이듯, 전열은 혼란에 혼란을 더했다.

 

부융은 상황을 보고도 어찌 주서가 반도이자 첩자라는 것을 몰랐겠는가. 그는 칼을 뽑아들고 말을 몰아 주서를 쫓아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

"후퇴하는 자는 참수한다!"

 

"쉬익"하는 소리와 함께 적진에서 날아온 강한 화살 하나가 왼쪽 옆구리를 뚫고 들어와 부융의 심장을 찔렀다.

 

부융은 장도(長刀)를 놓치고 죽기 전에 억지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사현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고, 손에 들었던 장궁을 다시 말 옆에 걸었다. 그의 마지막 생각은 이번 싸움에서 졌을 뿐만 아니라 대진도 망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었다.

 

앞 선의 병사들은 주수(主帥)가 말에서 떨어져 바닥에 고꾸라지는 것을 보았고, 주서 등은 계속해서 "부견이 패했다"고 크게 외쳤으며, 적들은 또 이미 가까이 다가와 죽기 직전이라 갑자기 활과 칼을 버리고 서쪽으로 뿔뿔이 흩어져 달아났고, 뒤돌아 반격하려던 기병들을 세차게 밀치면서 뿔뿔이 흩어지며 지리멸렬되어 군대는 궤멸 상태에 이르렀다.

 

사람이 말을 밟고, 말이 사람을 밟으며, 말이 뒤집혀 사람이 떨어지고, 하늘을 진동하는 함성이 들리는 가운데 사현의 세 기병부대는 이미 진형 안으로 파고들어가 전쟁은 더 이상 전쟁이 아니라 일방적인 대학살이 되었다.

 

북부병의 보병 부대는 손무종 등 여러 장수의 지휘 아래 기병을 따라 강을 건넜고, 그들이 건너편 기슭에 오르자 대세는 이미 정해졌고, 강의 서쪽 기슭 전체가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는 대진의 보기병(步騎兵)들로 가득했다.

 

뒤돌아 적을 맞이하려던 부견은 눈이 찢어질 듯 분노하였고, 주위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싸우려 했지만 그의 친병단(親兵團)은 패퇴하여 돌아오는 보병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웠다.

 

걸복국인은 사현의 기병대가 그들의 쓰러진 황독(皇纛 : 황제 깃발)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고 패세가 이미 결정되었음을 알았고 손자(孫子)가 다시 살아나도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죽을힘을 다해 부견의 말고삐를 당기며 소리쳤다:

"천왕께서는 변황집으로 물러나십시오."

 

부견은 여전히 저항하려 했지만 날아온 화살 하나가 그의 왼쪽 어깨에 꽂히자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며 말 위에 쓰러졌다.

 

걸복국인은 그의 상세를 살펴볼 틈도 없이 그의 전마를 끌고 회수 방향으로 달려갔고, 여광 등 여러 대장과 친위병들이 급히 그의 좌우를 호위해 회수로 달아났다.

 

대진군은 결국 전면적으로 궤멸해 패배했다.

 

  ※※※

 

마차를 몰던 대머리 사내가 마차 옆에 쓰러져 있었고, 등 뒤의 옷이 찢어져 자흑색의 장인(掌印)이 드러났다.

 

사내의 왼손과 오른손이 부자연스럽게 뻗어 나와 중지가 굽어 있어 마치 진흙땅에서 무언가를 파헤치려는 것 같았다.

 

연비가 그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자세히 살펴보니 과연 대머리 사내는 죽기 전에 억지로 진흙땅에 '강(江)'이라는 글자를 썼고, 중지가 마지막 획 끝에 박힌 채로 숨을 거두었으며, 근처에는 다른 피해자가 보이지 않았다.

 

그 고수의 성(姓)이 강(江)씨인가?

 

갑자기 마음속에 충격이 일었고, 누구인지 생각났다.

 

살인자는 분명 태을교의 교주인 강릉허(江凌虛)일 것이다. 사실 그도 천지패 때문에 변황으로 왔고 다만 도문(道門)이 어떤 서약 때문에 여음에 나타나지 못하다가 영지 등이 살해된 것을 알고 임요가 손을 쓴 것임을 알자 크게 분노하여 마차의 바퀴 자국을 따라 쫓아와 크게 살계(殺戒)를 열었던 것이다. 임요가 마차 대열을 따라 남행하지 않았으니 이들 소요도들은 당연히 재앙을 만났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남인들 모두가 두려워하는 '천사(天師)' 손은(孫恩)도 변황 어딘가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대머리 사내는 유일하게 분명하게 드러난 치명상을 입은 사람으로 연비는 그의 무공이 동년배들보다 훨씬 뛰어나 혼자서 강릉허를 막아내며 필사적으로 싸워 만묘부인 등이 도망칠 수 있도록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연비는 길 옆 우거진 숲을 둘러보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 숲속에 사람이 뚫고 들어간 듯 가지가 부러지고 잎이 떨어진 흔적을 발견했다.

 

연비가 뛰어올라 숲속으로 들어가니 공기 중에는 청제(青媞)가 던진 연무탄(煙霧彈)의 매운 냄새가 남아 있었다.

 

다른 소요교도가 던진 것이거나 아니면 만묘부인이 던진 것일 수도 있다.

 

요녀 청제에 대해서는 적인지 친구인지 구분하기 어렵지만 전혀 악감정은 없었다. 그녀는 비록 행동이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웠지만 그녀의 순진무구한 꽃 같은 얼굴과 영가촌에서 그에게 도망치라고 재촉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결코 임요처럼 극도로 사악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숲속으로 십여 장쯤 더 들어갔는데 한 구의 여자 시체가 나무 위에 높이 매달려 있었고 긴 머리카락이 흩어져 있었는데 만묘부인의 또 다른 시녀였다.

 

연비가 평생 가장 견디기 힘든 일은 바로 강한 남자가 여자를 능멸하는 것이었고 소요교의 여자 신도는 비록 약한 여자도 아니고 선남선녀도 아니었지만 강릉허의 잔혹한 독수에 여전히 그의 마음속에서 의분(義憤)이 끓어올랐다.

 

원래는 일단 두고 보면서 사교(邪教)들이 서로 학살하는 일에 끼어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그는 결국 모든 것을 버리고 숲속 깊은 곳으로 작은 단서들을 따라 전속력으로 쫓아갔고 자신이 입은 심각한 내상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

 

사현은 회수 남쪽 기슭에 말을 세우고 건너편 숲과 황량한 산을 응시하니 부융이 설치한 회수를 가로지르는 세 개의 부교가 앞쪽에 놓여 있었고, 대진(大晉)의 수군선이 회수를 따라 거슬러 올라오다가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영수로 진입하였다. 깃발을 나부끼며 북상하여 변황집으로 향하였다. 적들의 커다란 후방 거점을 선제공격하여 부견이 재기할 수 있는 유일한 기반을 먼저 파괴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유는 여러 친위병들과 함께 말을 타고 사현의 말 뒤에 있었고 마음속에는 승리의 흥분이 가득했지만 전쟁에서 인명이 초개(草芥)처럼 하찮게 여겨지는 슬픔도 섞여 있었다.

 

비수의 전투는 '진(秦)나라 군대의 대패'로 끝났다. 다만 적들은 '서로 짓밟혀 죽은 자가' 이미 '들판을 덮고 내를 메울' 정도였다. 이제 유뢰지와 하겸이 각각 한 부대를 이끌고 회수 양쪽에서 도망치는 적을 추격하고 사석과 사염은 마지막 형세를 수습하고 수양을 접수하며 적들의 사상자와 적이 남기고 간 전마, 병시, 양곡 및 물자를 수거하는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사현은 이천의 정예 기병을 이끌고 도착하자마자 말을 세우고 생각에 잠겼는데 유유를 포함해 아무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사현이 갑자기 말했다:

"소유야, 이리 오너라!"

 

유유는 말에 박차를 가해 앞으로 달려 그의 곁으로 다가간 뒤 조금 뒤에 서서 온 마음을 다해 공경하며 말했다:

"현수님, 분부 하십시오!"

 

사현은 두 눈에서 처연한 눈빛을 쏘아내며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너는 무슨 느낌이 드느냐?"

 

유유는 크게 놀라 솔직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마음이 흥분되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습니다. 부견의 이번 패배로 북방은 사분오열 될 것이며 우리는 일단 편안한 날을 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기세를 몰아 북벌을 일으켜 천하를 통일할 수도 있으니 유유는 현수님의 뒤만 따르며 북방을 정복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사현은 그를 돌아보지도 않고 세 척의 수군선이 천천히 건너편 진나라가 건설한 임시 도두로 다가가는 것을 바라보며 무관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만약 모든 것이 소유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다면 세상에는 많은 고민거리가 줄어들겠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우리의 바람과는 어긋나니 소유는 '인심은 험악하다(人心險惡)'는 네 글자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유유는 이때 이미 그를 조적(祖逖)보다 뛰어난 영웅으로 여겼기 때문에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충격을 받으며 말했다:

"소유는 현수님의 생각을 잘 모르겠습니다."

 

사현이 말했다:

"결국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전쟁은 무정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기세를 몰아 끝까지 쫓아가 맹렬히 공격하여 모조리 죽이고 최대한 지난 몇 년 동안 잃었던 땅을 수복해야 한다. 아! 예전에 나는 줄곧 변황의 존재를 아주 다행으로 여겼지. 우리가 일시적인 안일과 번영하는 국면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변황은 오히려 가장 큰 장애물이 되었구나."

 

유유는 속으로 동의했다.

 

변황은 무인(無人) 완충지대이기 때문에 도중에 보급 받을 수 있는 도시나 마을이 없어 남북 어느 한 쪽이 상대를 공격하려면 모두 크게 애를 써야 하고 행군 노선과 양초(糧草) 수송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하며 상대방에게도 충분한 시간을 주게 되어 맞서 싸울 준비를 잘 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남진의 천연 장벽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부견이 대패한 상황에서 남진은 북벌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아 기껏해야 양양과 같은 변황 이남에서 저진에게 함락된 대성을 수복할 수 있을 뿐이며 쉽게 승세를 타고 일거에 북방을 정복할 수는 없었다.

 

북방의 여러 민족이 진형을 갖추고 형세가 역전되면 다시금 북벌에 불리해질 것이므로 사현은 이런 탄식을 내뱉은 것이다.

 

그리고 북벌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조정의 뜻에 달려 있는데 사현의 '인심은 험악하다'는 말은 적어도 이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세 척의 수군선에서 끊임없이 말들이 강기슭으로 내려지는 것을 본 유유는 크나큰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 어디서 갑자기 이런 전마들이 나타났는지, 게다가 열에 하나를 고르는 정선(精選)된 우량마였던 것이다.

 

유유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 말들은……"

 

사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유는 설마 낙간(洛澗) 전투를 잊었는가?"

 

유유는 갑자기 크게 깨달았다. 이 우수한 전마들이 양성의 부대를 격퇴하고 얻은 전리품이라는 것을 알고 마음속으로 약간 이해하며 말했다:

"현수님께서 친히 부견을 추격하실 준비를 하고 계십니까?"

 

사현은 얼마 후 그를 힐끗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유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군, 이것이 바로 궁지에 몰린 적을 끝까지 쫓아가서 맹공격하여 모조리 죽이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조정에 보고할 수 있겠는가?"

 

유유는 마음속으로 탄복하며 더욱 감탄했다. 사현은 확실히 빈틈없는 계책을 짜는 것으로 미명을 얻었다. 만약 자신이었다면 분명 이 전마들을 방금 전의 전장에서 사용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적들에게 경계심을 불러일으켜 계략에 쉽게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싱싱한 전마들을 전쟁으로 지친 자신의 말과 바꿔 타고, 다시 지쳐있는 말을 타고 있는 부견을 추살하는 것은 실로 최상의 계책이었다.

 

사현이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고 부견이 멀리 도망갈수록 안심하는 것도 당연했다. 왜야하면 이렇게 힘을 비축하고 양초를 충분히 먹은 말들을 이용하면 지쳐서 힘을 못 쓰는 적을 추격할 때 아주 가볍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승부가 아직 결정도 나기 전에 사현은 이미 부견을 추살하는 전반적인 계획을 세웠으며 이것이 바로 명장이라 불릴 만 한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후 최대한 큰 성과를 거두려 했다.

 

사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부견이 어떤 노선으로 도주할지 맞춰 보겠나?"

 

유유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변황집(邊荒集)!"

 

사현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잘 맞췄네! 부견은 이번 전투의 패배에 대해 틀림없이 매우 의외라고 생각할 것이고, 부융의 죽음에 마음 아파하며 반드시 전속력으로 변황집으로 도망가 변황집의 수십만 병력과 패잔병을 재정비한 후 다시 반격을 도모할 것이다. 나는 그의 이런 심리를 이용하여 그가 영원히 북방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유유는 흥분하며 말했다:

"부견이 아무리 영리하다 해도 모용수와 요장이 그를 배신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두 사람의 전혀 손실이 없는 병력을 믿고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모용수가 당연히 움직이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알 수 있고, 요장도 부견의 패전 소식을 듣고 즉시 부하들을 이끌고 북방으로 철수할 것입니다. 변황집에는 뛰어난 대장이 주도하지 못하고 인심이 흉흉한 상황에서 우리 수군이 공격하면 변황집의 수비병들은 바람소리를 듣고 도망갈 것이니 싸우지도 못하고 궤멸할 것입니다. 현수님의 이 계책은 정말 고명합니다."

 

사현은 묵묵히 잠시 있다가 갑자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모용수를 조심해야 한다. 지금 그의 소원이 이루어졌고, 부견의 저족 병력은 이미 지리멸렬했으니, 그와 우리의 관계는 이미 완전히 바뀌었다. 더 이상 서로 이용할 수 없다."

 

유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또한 마음속으로 감사했다. 사현은 그를 특별히 여기고 그와 마음속 이야기를 나눌 뿐만 아니라 그를 성심껏 지도하며 훌륭한 인재가 되기를 바랐다.

 

사현이 말했다:

"가자!"

 

선두에서 말을 몰아 부교를 달렸다.

 

유유와 여러 기병들이 그 뒤를 따랐고 말발굽이 부교를 밟으며 빽빽하고 맑은 소리를 냈는데, 마치 부견에게 울리는 조종(喪鐘)처럼 강대한 저진제국(氐秦帝國)이 이미 해가 지고 길이 막힌 절망적인 지경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