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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九章 파휼운궤(波譎雲詭) 본문

무협소설(武俠小說)/거검회룡(巨劍回龍) - 蕭瑟

第九章 파휼운궤(波譎雲詭)

少秋 2024. 3. 15. 20:56

 

第九章 波譎雲詭

 

 

닭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날이 곧 밝아질 것이니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자!"

 

삭풍(朔風)은 살을 에는 듯 춥고 한매(寒梅)는 아름다움을 다투는구나.

 

바로 한겨울이다.

 

귀주와 운남을 연결하는 관도를 따라 한 명의 기수가 말을 재촉하며 달리고 있었다. 그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대리(大理)를 향해 곧장 나는 듯이 달려가고 있었다.

 

말 위에는 백삼을 입은 소년이 있었다. 생기 넘치는 눈매와 영준한 모습이지만 미간이 살짝 찌푸려져 마치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하다.

 

그는 바로 팔비금룡 육검평으로 '오독성지(五毒聖地)'를 찾기 위해 서쪽으로 서둘러 가고 있었다.

 

이때 산길은 험한 산비탈로 접어 들어 지세가 점점 가팔라지고 말의 발걸음이 느려졌고 그는 하늘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무공이 아직 화경에 이르지 못해 동령의 흑살독장을 대적하기 어려우니 어찌 사문의 원한을 풀고 문파의 위세를 떨칠 수 있는가!

 

신승(神僧)은 임종 시에 공력과 무공 전수하며 유명을 남겼지만 아직 완수하지 못했다!

 

홍건십팔기가 참혹하게 죽고 본문의 인재가 쇠퇴하였다. 비록 금시대붕이 출관하여 본문의 은거한 장로를 초빙하고 무림의 호걸들을 회유하겠지만 언제 완수될지 알 수 없다.

 

혈룡보옥과 오독성지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

 

이번에 운남에 들어가 '오독성지(五毒聖地)'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있을까? 이번 여행에서 과연 숙원을 이룰 수 있을까?

 

혈룡보옥을 얻기 위해 유령염라가 모든 것을 쏟아부어 추적을 마다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것이 무림과 중대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고, 순간적으로 정신이 흔들렸다.

 

갑자기 오른쪽 능선 위로 한줄기 인영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얼핏 보았던 것이다.

 

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진짜 누가 추적하고 있나! 또 '혈룡령(血龍令)' 때문에 왔나?"

급히 말을 달려 산을 돌아서자, 갑자기 전방 협곡에서 한바탕 쾌활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 두 손으로 가볍게 안장을 짚고 말에서 내리며 '잠룡승천(潛龍升天)' 일식을 펼쳐 하늘 높이 날아올라 공중에서 등을 구부리고 허리를 틀어 회전하며 날렵하고 민첩하게 오 장 밖으로 날아가 협곡의 암벽에 바싹 달라붙었다.

 

몸을 암벽에 기대자 창로한 음성이 들려왔다:

"하하, 그래도 내가 서역에서 중원으로 온 것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곧 내년 가을엔 내가 네 명의 늙은 놈들을 물리치고 무림에 군림하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이 웃으며 응답했다:

"노선배님의 무공이 조화지경에 달했으니 내년 황산대회에서 천하무림을 뒤흔들 수 있을 것입니다. 방금 저에게 주신 것이 설련(雪蓮)입니까?"

 

창로한 음성은 분명히 살짝 화가 나 있어 차갑고 준엄하게 말했다:

"나 서방맹성(西方盲聖)은 무림에 이름을 날린 이래 남에게 신용을 잃은 적이 없다. 너는 단지 미약 몇 알만 제조하기만 하면 이 설련 한 상자로 평생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자, 나는 이만 산으로 돌아갈 것이다. 오! 그 녀석 이름이 뭐랬지?"

 

다른 사람이 말했다:

"그는 사마능공(司馬凌空)이라 부릅니다. 제가 이미 영지(靈智)를 봉쇄했으니 선배님께서는 그의 머리에 있는 약을 제거하기만 하면 의식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육검평은 '사마능공(司馬凌空)'이란 이름을 듣자마자 마음속으로 살짝 떨며 생각했다:

"이름이 익숙하구나!"

 

'흥' 하고 창로한 음성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오부자(梧桴子), 너는 계곡 입구에 누군가를 남겨 놓았느냐? 설마 너는 아직도 나 서방맹성을 믿지 못하는구나!"

 

육검평은 속으로 놀랐다. 자신이 몸을 살짝 움직였을 뿐인데 '서방맹성(西方盲聖)'에게 발각된 것이었다. 상대방의 공력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었다!

 

"더욱 생각지도 못한 것은 오부자가 한 상자의 설련 때문에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기재를 상실케 하여 무림에 화를 입히는 것이었다. 특히 이러한 기재가 뜻밖에도 사마능공이라는 것이었다."

 

그가 예전에 방랑하던 시절에 알게 된 의모가 부탁했던 것을 기억했는데, 그녀의 잃어버린 아들이 바로 사마능공이고 남편이 사마양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증오했다. 이런 비열한 흑도인물을 증오했다.

 

그가 무림의 정의를 펼치려 한다면 죽이고, 죽이고, 죽여서 화를 막아야 한다. 악을 없애고 선을 도와야만 한다!

 

그가 깜짝 놀라고 있을 때 오부자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선배님, 잠시 노여움을 가라앉히십시오. 저는 누군가 갑자기 계곡에 멋대로 들어올 까봐 계곡 입구에 몇 명의 정탐꾼을 배치했습니다."

 

서방맹성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쓸모없는 놈들 몇 명 있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만약 남절이 오려고 한다면 오고 가는 것이 자유스럽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제 사람이 이미 손에 들어왔으니 칠절서생이 온다 한들 나를 어쩔 수 있겠는가! 하하."

 

육검평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있는데 갑자기 서방맹성이 계곡 반대편에서 한줄기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설련은 너무 오래 방치해선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효과가 없어진다!"

이미 가버린 것이 분명했다.

 

오부자는 내력을 돋워 큰 소리로 대답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후에 또 뵙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바탕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런 지원군이 생겼으니 이제 더 이상 동령이 두렵지 않아!"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뒤에서 차가운 콧방귀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후에 볼 일이 없을 것이다!"

 

그는 깜짝 놀라 진짜 남절이 온 것이라 여기고 급하게 돌아섰다.

 

그 앞에는 백삼의 유생복을 입은 소년 서생이 서서 심연처럼 깊고 산처럼 높은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며 미소를 머금고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는 잠시 어리둥절 했다가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

"꼬마야, 누구의 제자냐? 여기서 뭘 하고 있느냐?"

 

그는 상대방의 나이가 너무 어려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사실 그는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았다. 자신의 수십 년 공력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자신의 뒤까지 다가왔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이 경공만으로도 이미 지극히 놀라운 것이었다.

 

"늙은 티를 내지 마라. 내가 어디 출신인지는 곧 알게 될 것이다. 만약 내가 묻는 두 개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면 오늘 전례를 깨고 한번 봐주마!"

 

"노부는 해남의 오부자다. 강호에 출도한지 수십 년이 되었는데 이처럼 면전에서 멸시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꼬마야, 너는 정말 미쳤구나!"

 

이어서 그는 육검평의 등에 세 개의 검이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

 

'앗' 하고 외쳤다:

"풍뢰문 삼검! 너는 팔비금룡이구나!"

 

"어찌 감히, 강호 소졸이라 언급할 가치도 없소! "

 

잠시 후, 오부자는 양 눈썹을 찌푸리고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꼬마야, 왔으니 좋다. 얼른 몸에 있는 혈룡보옥을 바쳐라. 노부가 너를 죽이지 않겠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

 

"죽을 준비를 해야지!"

 

"너는 그렇게 자신이 있느냐?"

 

"애송이 녀석. 하늘 높고 땅이 두터운 줄 모르는구나. 받아라."

 

두 팔을 돌리자 한줄기 세찬 장풍이 광풍처럼 터져 나왔다.

 

육검평은 차갑게 코웃음 치며 단전에 기를 모아 공력을 끌어올려 두 손으로 덮쳐오는 경풍을 맞이해 쏜살같이 뻗어냈다.

 

천둥같은 폭음이 터지며 그의 몸이 살짝 흔들렸지만 오부자는 연이어 다섯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고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하며 혈기가 솟구쳤다.

 

그는 분노가 솟구쳐 연달아 수차례 장풍을 날렸는데 위력이 대단해 어쩔 수 없이 오부자는 계속 뒤로 물러섰다.

 

그는 앞으로 한걸음 나아가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사마능공이 지금 어디 있느냐?"

 

"건너편 산의 동굴에 있다. 이미 서방맹성이 데리고 갔을 것이다."

 

"옛날 장검금령을 포위 공격한 것은 누가 주동한 것이냐?"

 

"그것은—— 노부가 알려드릴 수 없소."

 

"가증스런 필부. 오늘 너를 용서할 수 없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육검평은 얼굴에 살기를 드러내며 격노한 가운데 손을 뻗어 열일검 뽑아 쉭 소리와 함께 한줄기 검홍을 번개처럼 번쩍이며 상대방의 앞가슴에 있는 '칠감(七坎)', '상곡(商曲)' 두 대혈을 곧장 찔렀다.

 

오부자는 겁에 질려 재빨리 세 걸음 뒤로 물러서며 수중의 지팡이를 쳐들고 비할 데 없이 빠르게 상대방의 검막(劍幕)을 향해 찍어갔다.

 

육검평의 신형이 살짝 미끄러지며 손에 힘을 가해 한쪽 팔을 치켜 들자 검풍이 쉭쉭 거리며 광망이 폭사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가 이미 '열일검법(烈日劍法)' 가운데 '일륜초승(日輪初升)' 일식을 펼친 것이었다.

 

오부자는 갑자기 눈앞에 태양이 솟아올라 눈이 부셔서 속으로 좋지 않다고 외쳤다.

 

몸을 돌려 재빨리 피하며 '유운괴법(流雲拐法)'의 구명절초(救命絕招)를 사용하여 검막을 향해 찔러가며 반격했다.

 

'유운괴법(流雲拐法)'은 오부자가 수십 년 동안 각 문파의 절기를 연구하고 융합하여 만들 것으로 위력이 웅맹하고 공격으로 공격을 막는데 중점을 둔 것이다. 일단 펼치면 방원 일 장의 범위가 괴영(拐影)에 뒤덮이고 기세 또한 대단하였다.

 

그는 괴법이 묵직해 비록 육검평의 검식이 매섭지만 어떠한 장검이라도 한 번의 타격을 버텨내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강하게 찔러왔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지팡이가 아직 검막을 뚫지 못한 사이에 뜨거운 열류가 몸을 압박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코끝이 질식됨을 느꼈고 눈앞이 밝아지며 가슴이 마음이 오싹하고 간담이 서늘해 상체를 뒤로 젖히고 발 끝에 경력을 운기해 몸을 거의 땅에 붙여 돌리고 오른손에 든 괴장(拐杖)으로 비할 데 없이 기묘하게 팔초를 공격했다.

 

이 팔초는 연환일식(連環一式)으로 앞의 칠초는 허초(虛招)이고 최후의 일초가 실초(實招)로 초식이 시작되면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장영(杖影)이 허공을 가득 메우고 번개처럼 검막을 향해 부딪쳤다. 결과적으로 뜨거운 검기를 적지 않게 막아냈지만 일곱 번의 허초로 인해 초식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검망이 휘둘러지며 어깨를 긋고 지나가면서 한줄기 핏자국이 생겼다.

 

그는 신음소리를 내며 괴장의 기세가 잠시 주춤하며 마지막 일식의 실초가 상대방의 검신을 정면으로 맞이했다.

 

'탕' 소리와 함께 검날이 이 촌의 높이로 진동했다.

 

육검평은 대갈일성하며 몸을 솟구쳐 올라 좌장을 한 번 휘두르고 누르며 '용칩심연(龍蟄深淵)'을 펼쳐 한줄기 경풍을 뇌정만균(雷霆萬鈞)의 기세로 머리 위로 내려쳤다.

 

오부자는 신형을 잠시 멈추고 비스듬히 뚫고 일어서려다 상대방의 내려치는 장력에 바로 맞부딪쳤다.

 

그는 맹렬하게 코웃음 치며 쌍장에 필생지력(畢生之力)을 다하여 위로 들어 올렸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천둥소리가 지나간 자리는 눈 덮인 땅이 일척 정도 깊이로 함몰되었고 격렬하게 눈과 얼음이 흩날리며 진흙이 사방으로 튀었다.

 

오부자는 과하게 힘을 써서 이 반발력에 바닥에 쓰러졌고 급하게 몸을 뒤집어 일장 밖으로 미끄러져 나가 비로소 이 맹렬한 일격을 피해냈다.

 

정신을 차리고는 크게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상대방이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웅후한 공력을 지녔으며 심지어 검식을 펼친 뒤 왼손으로 또 다른 기이한 초식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 이런 분심발초(分心發招)는 더 더욱 놀라웠다.

 

육검평이 천부적인 재능이 있으며 기연을 여러 번 만났고 게다기 임독이맥이 이어져 공력이 이미 일 갑자 이상이라는 것을 그가 어찌 알겠는가. 방금 부서진 얼음에 미끄러져서야 비로소 위험한 일초를 피했을 뿐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바닥은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고 그의 온몸이 진흙으로 뒤덮여 형상이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

 

육검평은 계곡 입구에서 몇 명의 인영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힐끗 보았다. 오는 기세가 민첩하여 그는 오부자의 수하가 응원하러 오는 줄로 생각했다. 이때 만약 그가 벗어난다면 앞으로 더욱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함을 생각하고 빠르게 해결하려 하였다——

 

그는 오른팔에 기를 운용해 검신에 힘을 싣고 폭갈을 터뜨리며 말했다:

"피는 피로 갚는다. 노귀(老鬼), 목숨을 바쳐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석양서락(夕陽西落)' 일초를 펼치자 검끝에서 무수한 섬광이 뿜어져 나오며 '윙윙' 거리는 소리가 귀를 찢을 듯 울렸고 검망이 오부자의 앞가슴에 있는 각 대혈(大穴)을 덮어갔다.

 

오부자는 일찍이 이런 산 같은 검식을 본 적이 없어 당황하여 몸을 낮추며 괴장(拐杖)을 걷어 올리며 힘을 다해 연속해 십이괴(十二拐)를 펼쳤다.

 

'쉭쉭' 대는 소리에서 광화가 날리고 공기가 요동치며 격렬하게 회전하여 사람을 질식시켰다.

 

오부자는 참혹한 비명을 지르며 오른손이 팔꿈치 높이에서 절단되고 괴장은 수 장 밖으로 날아가고 피를 흘리며 고통 속에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온몸을 떨며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갑자기 사방에서 경풍이 불어오고 십여 줄기의 금빛 날이 파공지성(破空之聲)과 함께 육검평을 향해 덮쳐들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일갈했다

"수하들이 감히!"

 

신형을 솟구쳐 신속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용비구천(龍飛九天)'을 펼쳤다.

 

연속 삼십육 장을 발출하여 거센 파도처럼 미친 듯이 몰아치자 이어서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알고 보니 그들은 오부자가 해남에서 데리고 온 제자들로 힘을 합쳐 기습적으로 포위 공격을 하였기에 상대방의 공력이 아무리 높아도 일격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육검평이 노기를 머금고 출수를 하여 위력은 더욱 놀라웠다. 장력이 발출되자 십여 명의 인영이 비명을 터뜨리며 일 장 밖으로 날아가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이때 오부자는 겨우 정신을 깨어났고 얼굴빛이 창백해 더욱 무섭고 흉측해졌다. 온통 바닥에 시체가 널린 것을 보고 눈이 찢어질 듯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다.

 

육검평은 장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시 너희들 육인은 장검금령을 포위 공격했을 때 오늘과 같은 일을 생각이나 해봤느냐? 그 일은 누가 주동한 것이냐?"

 

오부자는 가볍게 코웃음치고 몸을 돌려 일부러 소리쳤다:

"노선배님 어서 오십시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왼손으로 일초를 펼치자 한 무더기의 광우(光雨)가 육검평를 향해 곧장 쏘아져 왔다.

 

육검평은 그의 외침에 어리둥절해 있다가 갑자기 경풍이 덮쳐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금강부동신공(金剛不動神功)'을 운기하여 온몸을 보호하였다.

 

대갈일성하며 말했다:

"간악한 놈이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석양서락(夕陽西落)' 일초를 펼치자 검 끝이 상대의 앞가슴을 빠르게 찔렀다.

 

오부자는 남은 진력을 빌려 한 번의 공격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상대방의 검망이 번쩍이는 것을 보고 좋지 않음을 알았다. 픽 소리와 함께 검 끝이 가슴을 뚫었다.

 

육검평이 검을 거두고 몸을 빼는데 갑자기 오부자의 시체 앞으로 황색 천의 작은 꾸러미가 떨어졌다. 서방맹성이 준 설련이라는 것을 알고 급히 거둬 품속에 넣고 대리성을 향해 말을 타고 달려갔다.

 

  ※※※

 

황혼 무렵 그는 '열래객잔(悅來客棧)'에 발걸음을 멈춰 섰다.

 

장거리 여행과 하루 종일의 격투로 체력적으로도 피로감을 느꼈다.

 

저녁 식사 후 불을 끄고 운기조식을 하고 잠자리에 들려고 했는데 갑자기 지붕에서 옷깃 스치는 소리가 들려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급히 침상 아래로 몸을 뒤집고 일어나 창문을 열어 발끝을 찍고 창문 밖으로 나가 허공에서 허리를 비틀어 다시 몇 장을 올라가 한 번 회전해 가볍게 지붕 위에 내려서니 몇 장 밖에서 차가운 웃음소리가 들리며 흑영이 번쩍하고 사라졌다.

 

누군가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의도적으로 조롱하자 그는 분기를 참지 못하고 위로 뛰어올라 경공을 전개하며 재빨리 추격해갔다.

 

상대방은 공력이 뛰어나고 지형에 익숙해 최대한 어둠을 이용해 몸을 숨기며 서쪽 성곽에서 빙 돌아 남쪽 교외로 향했다.

 

육검평은 극한으로 경공을 펼쳤음에도 지형이 생소해 항상 거리가 십 장 정도 유지되었다.

 

갑자기 흑영이 숲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노기가 충만해 낮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느 방면의 고인이시오. 청하건대 모습을 드러내서 서로 얼굴을 봅시다. 그렇지 않으면 저를 탓하지 마시오——"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바탕 웃음소리가 숲속에서 들려왔다.

 

"꼬마야, 먼저 이것을 보아라!"

 

일단의 하얀 그림자가 빠르게 그의 면전을 향해 날아왔다.

 

그는 손을 뻗어 그것을 움켜 쥐었다. 알고 보니 그것은 중이 뭉치였고 상서(上書)였다:

 

"삼일 후 달이 중천에 떴을 때 성의 서쪽 토지묘에 오셔서 가르침을 주시오."

밑에 공동삼검(崆峒三劍)의 서명이 있었다.

 

그는 벽산객을 위해 찾아왔다는 것을 알고는 어찌 약한 모습을 보일까 싶어 그는 하하 웃으며 말했다:

"육모는 정확한 시간에 약속한 장소에 갈 것이며 절대로 오랜 친구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오."

 

그는 서둘러 객잔으로 돌아왔고 이미 새벽닭이 세 번이나 울었으니 하늘은 곧 밝아질 것이다.

 

바로 정신을 집중해 가침(假寢)에 들었을 때 갑자기 맞은편 창에서 한 마디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셋째야 일어나라. 얼른 마차를 준비해라. 표파자(瓢把子)가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등천(鄧川)에 도착해야 한다고 분부하셨는데 넌 어떻게 잊은 거냐? 만약 죽지도 못하는 늙은이 네 명이 쫓아오면 그 무엇도 감당할 수가 없다!"

 

말소리는 낮았지만 육검평의 귀에는 여전히 선명하게 들려왔다. 마음속으로 저도 모르게 불안해하며 생각했다:

"죽지 않는 네 명의 노인들? 혹시 마차 안에……"

 

얼마 되지 않아 한바탕 짐 옮기는 소리가 들려오고 무거운 발걸음이 문 앞을 지나갔다. 그는 속으로 살짝 웃었다.

 

마차 소리가 객잔에서 멀어지자 그는 급히 정산을 마친 뒤 말을 타고 뒤따라갔다.

 

새까만 지붕이 달린 마차는 사방을 흑포로 덮어서 통풍이 되지 않았다.

 

마차 위에는 두 명의 마부가 앉아 있었다. 모두 우람하고 건장한 사내들로 흉악한 표정에 일신에 경장을 입고 모자를 낮게 눌러쓰고 있어 매우 눈에 거슬렸다.

 

마차는 매우 빠른 속도로 사내들은 험난한 산길도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째찍을 휘두르며 북쪽을 향해 필사적으로 질주했다.

 

정오 무렵 마차가 하나의 산골짜기를 달리고 있을 때 갑자기 마차 뒤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기다려라! 마차에 안에는 누가 타고 있느냐!"

 

마부들은 한바탕의 바람이 마차 옆으로 스쳐 지나는 것을 느꼈고 갑자기 한 명의 준미한 소년이 마차 앞에 임풍옥수(臨風玉樹)처럼 서 있는 것을 보고 급히 한시름 놓으며 '흐흐' 하고 차갑게 웃었다:

"관당대도(官塘大道)에서 마차 안에 누가 타고 있든 귀하가 관여할 일이 아니오."

 

말을 마치고 수중의 채찍을 연속 휘두르며 마차를 옆으로 돌리려 했다.

 

육검평은 더욱 의심이 들어 양손을 치켜들자 한줄기 위맹한 경풍이 뿜어져 나와 마치 길 한가운데에 무형의 강철 벽을 배치한 것 같았다.

 

말이 길게 울부짖으며 일어서자 마차 바퀴가 앞으로 돌진해 말의 엉덩이에 부딪혀 마차가 바닥에 뒤집혔고 두 명의 마부도 일 장 밖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들은 평범한 무리가 아니었다. 몸이 땅에 닿자 '이어타정(鯉魚打挺)'으로 바로 일어나 그 자리에 서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리벙벙하게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이때 마차가 뒤집히면서 마차 안에서 긴 포대 자루가 굴러 나와 끊임없이 꿈틀거렸다.

 

육검평은 두 눈썹을 치켜올리고 손을 뻗어 포대를 찢어 열어보니 놀랍게도 한 명의 청수한 청년이 나타났는데 양 팔이 잘리고 두 눈은 허연 것이 생기가 없었다.

 

그는 노기가 치밀어 신형을 움직이며 비할 데 없이 빠르게 번쩍이며 오른손의 다섯 손가락으로 이미 한 사람의 비파골(琵琶骨)을 움켜쥐었다.

 

"말하라. 너는 누구의 지시를 받았기에 이런 천리에 어긋나는 짓을 하느냐?"

 

"개새끼야, 어르신이 오늘 네 암산에 걸렸으니 얼마든지 손을 써라!"

 

육검평은 더욱 분노하여 손에 힘을 가하자 다섯 손가락이 이미 살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고통으로 마부는 비 오듯 땀을 흘리며 끊임없이 비명을 질렀다.

 

또 다른 사내는 갑자기 쌍장을 교차하여 측면에서 경풍을 일으키며 덮쳐왔다.

 

그는 살기가 솟구쳐 장경을 뿜어내자 참혹한 비명 속에 비파골 전체가 부서진 시체가 되어 일 장 밖으로 날아가 떨어졌다.

 

이어서 습격을 한 사내는 세가 불리하다 여기고 급히 몸을 뒤집어 굴러서 암반을 따라 깊은 계곡으로 굴러 떨어져 '풍덩' 소리와 함께 물을 따라 도망쳤다.

 

육검평은 사람 구하는 것이 긴급함을 알고 급히 청년의 머리 위에 있는 약 뭉치를 풀어내자 청년이 천천히 깨어났다. 그들은 마차를 끄는 말을 풀어 함께 말을 타고 대리성 안으로 돌아갔다.

 

알고 보니 이 소년이 바로 사마능공(司馬凌空)이었다. 어릴 때부터 부친이 외출해 돌아오지 않자 부친을 찾아 천 리 먼길을 떠나기로 결정하고 남창부(南昌府)를 유랑하던 중 굉창표국(宏昌鏢局) 국주인 철지금화 서천수(徐天壽)에게 거두어졌다.

 

그는 매우 총명해 표국의 표사와 쟁자수(趟子手)들이 무공을 익힐 때마다 반드시 짬을 내서 옆에서 곁눈질하며 오랫동안 속으로 생각하며 깨달았다. 게다가 사람들과의 관계가 매우 좋아 표사들이 모두 가르쳐 주길 원했다. 몇 년이 지나자 그는 이미 무공의 기초를 다졌다.

 

한 달 전에 오부자가 우연히 마주쳐 그의 재능에 놀라 암중으로 마혈(麻穴)을 점혈해서 운남으로 보내와 서방맹성에게 넘길 준비를 했던 것이다.

 

육검평도 자신의 경력을 이야기 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형제로 서로 칭하기로 했다.

 

  ※※※

 

눈 깜짝할 사이에 삼일이 지나갔다.

 

유시가 지나기 전에 물과도 같은 달빛이 대지를 온통 은백색으로 비추고 있다.

 

갑자기 성에서 하나의 신영이 날아올라 가볍게 디디며 민첩하게 움직여 달빛 아래에서 잘 훈련된 한 필의 말처럼 곧장 성의 서쪽을 향해 질주해갔다.

 

신법이 매우 빨라 땅에 닿자마자 뛰어오는 것이 보통 사람이 보면 아무래도 사람이라고 믿지 않을 것이다.

 

순식간에 성을 넘어 곧장 서쪽 외곽으로 향했다.

 

약 반 잔의 차를 마실 동안 신영은 작은 언덕을 올라 높은 곳에 올라 보니 서쪽 숲의 끝에 시커먼 건물 하나가 가물가물 나타나는 것이 어렴풋이 보이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마도 저것이 마귀 새끼가 약속한 토지묘(土地廟)인가 보구나!"

 

한 줄기 장소성이 터트리며 백색 신형이 마치 번개처럼 하늘을 가르며 날아갔다. 허공에서 오른발로 왼발을 디디며 다시 몇 장을 날아갔다.

 

겨우 몇 번 오르락내리락 하더니 그 사람은 묘 앞에 섰다.

 

바로 정신을 집중해 살펴보는데 별안간 숲속에서 음산한 냉소가 들려왔다:

"녀석 과연 믿음이 있어 약속대로 왔구나. 하지만 애석하게도 올 때는 길이 있지만 갈 때는 길이 없다!

 

말이 떨어지자 토지묘 옆 숲에서 괴이한 옷을 입을 세 명의 노인들이 등에 장검을 메고 흉악한 표정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들은 육검평과 약 일 장의 떨어진 곳까지 걸어와 멈추었다.

 

육검평은 보자마자 구역질이 일어 그들이 선량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즉시 발작을 일으키지 않고 여전히 강호의 예절을 지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귀하들은 누구를 기다리셨소? 도대체 무슨 일로 저와 약속하신 겁니까?"

 

노부들은 공동삼검(崆峒三劍)이다. 너도 들어봤을 것이다. 무슨 일로 약속했는지는 모른 척하지 마라. 녀석아. 벽산객(劈山客) 정홍(鄭虹)이 너희 풍뢰문 수하들에게 상처를 입은 것 아니냐!"

 

"그렇게 말할 수도 있소. 제가 다음을 맡겠소!"

 

"그가 너와 무슨 원한이 있다고 감히 독수를 썼단 말이냐!"

 

"손을 쓰게 되면 죽지 않으면 다치게 되는 것이오. 누가 그보고 악마에게 영혼을 팔라했소. 죽어 마땅한 것이오!"

 

"죽어 마땅하다니 좋다. 네놈은 강호에서는 혈채는 마땅히 피로 갚는다는 것을 아느냐?"

 

"당신들은 오늘 이곳을 찾아왔지만 당년 귀파의 장문인인 장검금령을 포위공격한 것에 대해서는 또 어떻게 애기할 것이오!"

 

육검평은 사문의 원한을 기억하고는 마음속에 노화가 치솟아 양 눈썹이 올라간 것이 살기가 서려 있었다.

 

"이놈아 입으로만 잘난 체하지 말고 진짜 실력을 보여라!"

 

"수고를 덜게 세분이 함께 나오시오!"

 

서북에서 이름을 날린 공동삼검은 일찍이 이렇게 면전에서 멸시를 당해본 적이 없었기에 그 말을 듣고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삼인은 서로 눈짓을 하고 대갈일성하며 말했다:

"어린놈이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쨍하는 소리와 함께 세 줄기의 검광이 육검평을 향해 질풍같이 찔러갔다.

 

그는 번개처럼 뒤로 세 걸음 물러나 오른손을 살짝 들어 열일검(烈日劍)을 이미 손에 뽑아 들었다.

 

신형을 번개처럼 한 바퀴 돌리며 오른팔을 들자 검광이 삼인을 향해 반격해갔다. 그의 기세는 빠르고 강력하고 비할 데 없이 날카로워 검풍이 쉭쉬 하는 소리를 냈다.

 

일시에 검기가 자욱하게 퍼지고 검 빛이 찬란하게 빛났다. 네 자루의 검은 노해교룡과 같이 미친 듯이 꿈틀대며 날아다녔다.

 

삼십 초가 지나고 육검평의 검식은 위력이 더욱 강력해져 세 사람을 위기에 빠트려 몸을 돌 볼 새도 없게 하였다. 세 사람은 덮쳐오는 강력한 공격을 보고 급히 마음을 다잡고 암호를 외치며 삼재검진(三才劍陣)을 전개하였다.

 

'삼재검법(三才劍法)'은 공동파의 부전지비(不傳之秘)로 공수가 서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며 초식이 괴이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머리와 꼬리를 돌볼 수 없게 하는 것이 매우 날카롭다.

 

육검평은 갑자기 산과 같은 검기가 온몸을 짓누르며 사방에서 밀려오는 것을 느꼈고 초식을 펼치는 속도도 점점 느려졌다.

 

장소성과 함께 단전에서 기를 발산하여 사방 들판을 뒤흔들며 솟구쳐 올라 '일륜초승(日輪初升)' 일초를 상대방의 머리 위로 내려찍으며 동시에 왼손으로 '용칩심연(龍蟄深淵)' 일식을 왼쪽에 있는 사람을 향해 질풍같이 머리 위로 내려쳤다.

 

'창'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자루의 장검이 날아가고 노대(老大)는 일장 밖으로 굴러갔다. 오른손의 세 손가락이 절단되어 피를 흘리며 고통에 이를 악물고 살짝 신음을 냈다.

 

같은 시간에.

 

'펑' 하고 큰 소리가 나며 참혹한 비명 속에 노삼(老三)은 바닥에 쓰러진 것이 분명 내부에 중상을 입은 것이었다.

 

노이(老二)는 넋을 잃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대방을 멍하니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육검평은 검을 가슴에 안고 위엄있는 얼굴로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자 그는 온몸이 떨리는 것을 금치 못했다. 금세 얼굴빛이 일그러지며 육검평을 향해 처량하게 웃으며 말했다:

"청산이 변치 않는 한 오늘의 일검일장(一劍一掌)의 은혜에 대해 본파는 반드시 갚겠다."

 

말을 끝내고 셋째를 일으켜 세우고 첫째와 함께 아득한 달빛 아래로 사라졌다.

 

육검평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언제든 귀운장으로 찾아오시오. 공동괴객에게 전하시오. 잠시 목 위에 머리를 놔두겠지만 만약 겁을 먹고 도망친다면 내년 가을에는 내가 직접 공동으로 올라가 과거의 포위공격에 대한 보답을 하겠다고 말이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하늘로 솟아올라 그의 목소리는 육칠 장 밖에서 들려왔다.

 

그는 원래의 길을 따라 돌아가 장문을 통해 방으로 들어갔다.

 

잠깐 조식을 하자 하늘이 밝아왔다. 사마능공이 여전히 깊이 잠든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공제(空弟)의 골격이 아주 뛰어나 다듬지 않은 박옥(璞玉)과도 같으니 더욱 연마한다면 장래의 조예는 헤아릴 수 없겠구나."

 

"강호는 물결이나 구름처럼 변화무쌍하니 걸음마다 위기가 있고 은원이 서로 뒤엉켜서 분명하지 않으니 원한으로 인한 살육은 영원히 편할 날이 없구나."

 

"오직 살육을 해야만 비로소 살육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