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第七章 借花獻佛
왜방삭 동초는 말안장 위에 거꾸로 앉아 꼼꼼히 살펴보더니 급히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방주님 조심하시고 빨리 오른쪽 산벽 위로 올라가 숨으시오."
그의 외침 속에 두 개의 그림자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양쪽 산벽으로 갈라져 갔다.
그들이 신형을 일으키자마자 밀집된 화살들이 이미 눈앞에 날아와 있었고, 왜방삭 동초가 타고 있던 말이 맨 먼저 타격을 입고 길게 울음소리를 내며 맥없이 바닥에 쓰러져 뒹굴었다.
핏물이 도처에 검붉게 흘러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육검평이 타던 말도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앞으로 미친 듯이 내달렸다.
앞으로 십여 장을 달려가다 갑자기 앞발을 헛디뎌 뒷발이 들리며 몸이 뒤집혀 풀숲으로 처박혔는데, 알고 보니 잡풀 아래는 모두 함정이었다.
육검평은 분기탱천(憤氣撐天)해 눈이 찢어질 지경이었다.
왜방삭 동초는 더욱 이를 갈고 증오하였다.
두 사람은 화가 난 나머지 분노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적들의 그림자조차 아직 보지 못했으니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가운데의 도로는 위험해서 통행할 수 없으니 바위벽의 그늘을 따라 노복학행(鷺伏鶴行)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경공은 이미 출신입화(出神入化) 경지에 이르러 조심스럽게 경공을 펼치자 지형의 제약을 받지는 했지만 속도는 매우 놀라웠다.
양쪽 절벽 꼭대기에서 쏟아지는 화살은 여전히 소나기처럼 빠르게 날아왔다.
다행히 절벽 꼭대기와 골짜기는 높이 차이가 많이 나서 화살이 날아와도 이미 목표물을 놓쳤고 어쩌다 몸 앞에 맞아도 두 사람의 손 발짓에 튕겨 바닥에 떨어졌다.
두 사람이 거의 백 장을 뚫고 지나가자, 골짜기는 탁 트이면서 양쪽 절벽도 점점 낮아졌다.
육검평은 지형을 파악하고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라 급히 왜방삭 동초에게 속삭였다:
"장로님은 여기서 돌아다니시며 적을 유인하고, 저는 낮은 절벽 위로 올라가겠습니다."
그는 왜방삭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신형을 움직여 절벽 옆을 따라 빠르게 날아갔다.
그는 방향을 가늠하고 온몸의 공력을 운용하여 기를 단전에 모은 후 두 발로 찍고 비스듬히 위로 솟구쳐 오르자 몸이 칠 척 정도 높이로 떠올랐다.
공중에서 두 팔을 벌리고 허리를 비틀어 몸을 돌리며 두 다리를 튕겨 다시 비스듬히 오 장 이상 올라갔다.
아홉 번을 연달아 돌자 이미 바위 꼭대기에 이르렀다. 그는 잠시 살펴보더니 급히 인영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왜방삭 동초는 육검평이 이미 몸을 움직이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일부러 몸을 드러내고 입으로는 끊임없이 욕설을 퍼부었다:
"도둑놈의 새끼들! 담력이 있다면 내려와서 노부와 이백 번은 싸워야지, 산꼭대기에서 숨어 있는 건 개새끼나 다름없다!"
그가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붓자 과연 산꼭대기의 장노(長弩)들이 모두 그가 소리를 지른 곳을 향해 날아왔다.
이 궁수들은 살성(煞星)이 뒤에서 덮칠 줄은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다.
육검평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폭갈을 터뜨리며 쌍장에 힘을 실어 궁수들의 가슴을 향해 맹렬히 후려쳤다.
그는 분노가 극에 달해 출수할 때 이미 전력을 다했다.
'펑펑' 하는 소리와 함께 처참한 비명소리가 이어졌다.
경풍이 일며 팔다리가 날아가고 도처에 혈우가 쏟아졌다.
궁수들은 혼비백산하여 순식간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부모가 다리를 두 개만 낳아준 것을 한탄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시체가 쌓이고 황량한 산은 또다시 적막해졌다.
육검평은 장소성을 터뜨리며 신형을 유성처럼 빠르게 아래로 내려갔다.
두 사람은 골짜기 입구를 나와 계속해서 앞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이 지체로 인해 유초(酉初)가 되어서야 비로소 사십리보(四十里堡)에 도착했다.
이곳은 작은 시골 마을로 주민은 이백여 호에 불과했고 온 마을에는 간식을 파는 작은 객잔 하나밖에 없었다.
더 가면 양평현(涼平縣) 경내로, 공동파의 소재지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잠시 상의한 끝에 객잔에서 저녁을 먹고 달빛을 이용해 경공을 펼치며 밤새 달려 양평에 도착했다. 몇 십 리 길을 있는 힘을 다해 달려 어느새 성안에 도착했다.
이때는 이미 자시가 지나 거리에는 행인이 드물었고 두 사람은 가게 문을 열고 영안객잔(永安客棧)에서 묵었다.
다음날 날이 막 밝을 무렵, 점원이 문 밖에서 소리쳤다:
"상공(相公), 손님이 찾아 오셨습니다."
육검평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한밤중에 이곳에 온 것을 아는 사람이 없고 서북쪽에는 친척이나 친구가 없는데 어찌 손님이 찾아온다는 말인가?
하지만 찾아온 사람이 있으니 당연히 상의할 일이 있을 것이고 만나본 후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마음을 정하고 즉시 문을 열었다.
나이가 오십쯤 되어 보이는 장삼(長衫)을 입은 노인이 육검평에게 두 손을 맞잡고 웃으며 말했다:
"육방주께서 누추한 곳을 찾아주시니 본파의 영광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명을 받고 파견되어 서찰을 가지고 왔습니다!"
말을 마치고 두 손으로 대홍전첩(大紅全帖)을 건넸다.
육검평은 속으로 놀라며 그들의 소식이 이렇게 빠르다니, 즉시 미소를 지으며 펼쳐보니 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내일 신시(申時)에 저희 장원에서 조촐하게 술잔을 준비하고 기다리겠으니 꼭 왕림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밑에는 공동괴객 성일운이 삼가 드립니다.
육검평은 다 읽고 하하 웃으며 말했다:
"제가 무슨 덕과 능력이 있다고 귀파의 총소(寵召)를 받았으니 수고스럽지만 때가 되면 반드시 장원에 가서 가르침을 받겠다고 전해주시오."
장삼을 입은 노인은 두 손을 살짝 모으고 "또 뵙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
태양이 눈부시게 빛나고 뜨거운 열기가 하늘을 찌르지만, 가벼운 바람이 불어와 더위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변방 북쪽 지역은 이때가 바로 가을 호랑이가 설치는 계절이라 무서울 정도로 덥다.
양평에서 서남쪽으로 삼십 리 떨어진 공동산 기슭에 있는 황엽산장(黃葉山莊)은 이때 산장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대문 양쪽에는 기러기 날개처럼 열여섯 명의 경장대한들이 일렬로 서 있었는데 하나같이 넓은 등과 탄탄한 허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외공이 이미 기초를 다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열여섯 명의 경장대한들은 모두 가슴을 펴고 뒷짐을 진 채로 두 눈은 장원 밖을 응시하며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어 마치 나무를 조각해 놓은 것처럼 서 있었다.
주변은 더욱 고요하여 분위기가 더할 나위 없이 엄숙했다.
정오가 되자 양평대로에서 앞뒤로 두 필의 준마가 번갯불처럼 빠르게 장원 문으로 달려왔다.
앞쪽에는 풍채가 좋고 잘생긴 청년 서생이 백삼을 나부끼며 말 위에 앉아 있었는데 마치 임풍옥수(臨風玉樹)처럼 신색이 매우 뛰어났다.
뒤쪽에는 장삼에 복리(福履)를 신은 노인이 있었는데 나이는 고희를 넘었고 수염과 머리카락이 모두 백발이었으며 얼굴 가득 홍조를 띠고 두 눈을 깜빡일 때마다 눈빛이 반짝반짝하여 내외공이 이미 절정에 달했음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바로 사문의 묵은 원한을 씻기 위해 약속을 하고 천리 길을 온 육검평과 왜방삭 동초였다.
그들은 장원 문 앞 광장에 도착해서야 몸을 날려 말에서 내렸다.
즉시 장원 문에서 빠른 걸음으로 나온 두 명의 나이가 거의 오십에 가깝고 장삼에 짚신을 신은 중년인이 멀리서 육검평 등 두 사람에게 공수하며 말했다:
"육방주님은 정말 신의가 있으십니다. 저희 사숙께서 마침 대청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계시니 특별히 저희 두 사람에게 이곳에서 귀하를 맞이하라 명하셨습니다."
말을 마치고 앞으로 나서며 육검평과 왜방삭 동초의 손에서 고삐를 받아 말을 말뚝에 매어 놓고 살짝 공수하며 말했다:
"두 분께서는 저희를 따라오십시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몸을 돌려 문안으로 들어갔다.
육검평이 두 발로 장원 문을 들어서자 눈앞이 갑자기 환해지며 지세가 탁 트였다.
앞에 있는 화원은 족히 수십 무(畝)나 될 정도로 넓었고 정원에는 정자와 누대가 즐비하게 서 있었으며 고목이 하늘을 찌를 듯하고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와 확실히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일행은 짙은 그늘 속으로 들어갔고 양쪽에는 대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서 있었고 가운데는 폭이 겨우 다섯 척밖에 되지 않는 길이 나 있었는데 길 양쪽에는 스무 명의 경장차림의 젊은 사내들이 서 있었는데 모두 원기가 왕성하고 손에는 후배도(厚背刀)를 쥐고 위풍당당하게 서서 정신을 집중해 주시하고 있었다.
육검평은 현장의 정세를 파악하고 마음속으로 이것이 그들이 두 사람의 담력과 식견을 시험하기 위해 깔아 놓은 강도진도(鋼刀陣道)임을 알아차렸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암중에 금강부동신공을 운용하며 고개를 돌려 왜방삭 동초에게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고개를 들고 활보하며 좁은 길을 걸어 들어갔다.
왜방삭 동초는 이미 그들의 의도를 간파하고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육검평이 그를 향해 미소를 짓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못 본 척하고 따라 들어갔다.
두 사람이 몇 걸음 걷자 갑자기 양쪽에서 큰 함성과 함께 백광이 번쩍이며 강도(鋼刀)가 머리를 향해 내리쳐졌다.
그들은 손놀림이 매우 신중하여 칼날이 머리 위 이 촌 정도까지 도달하자 갑자기 멈추었다.
하지만 육검평의 머리 위에 있는 두 자루의 강철 칼은 상황이 달랐다. 원래 그들이 손을 거두고 멈추었을 때 갑자기 한줄기의 엄청난 잠경이 위로 튕겨 올라와 강도를 한 자 넘게 치켜들었고 하마터면 손에서 날아가 버릴 뻔해서 두 명의 건장한 사내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이것이 불문 최고의 선공인 금강부동신공의 오묘함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도진을 지나자 면전의 형세가 또 달라졌다. 한칸의 넓은 대청이 보였는데 '양심당(養心堂)'이라는 세 개의 전서체 글자가 새겨진 커다란 현판이 걸려 있었다.
그들이 막 대청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대청 안에서 우렁찬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웃음소리가 채 그치기도 전에 몸집이 우람하고 수염과 눈썹이 서리처럼 희며 얼굴에 붉은 윤기가 흐르고 기력이 정정한 약 팔순의 노인이 앞장서서 계단을 내려와 맞이했다. 그의 뒤에는 옷차림이 일률적인 무림인 십여 명이 따르고 있었는데 걸음걸이가 모두 매우 경쾌하여 모두 곤동의 본문 제자들인 것 같았다.
노인은 대청 앞에 이르자 두 손으로 포권을 하고 하하 웃으며 말했다:
"두 분께서 저희 장원을 왕림해주시니 정말 저희 장원이 빛이 납니다. 이 늙은이 성일운(成逸雲)이 마침 손님이 와 계셔서 몸을 나누어 맞이하지 못했으니 소홀히 대접한 점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육검평은 앞에 있는 이 노인이 바로 공동괴객(崆峒怪客) 성일운이라는 말을 듣고 내심 약간 놀랐지만 여전히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답례했다:
"제가 너무 무모하게 왔으니 성(成)노주인께서 굳이 예를 차릴 필요가 없습니다."
공동괴객 성일운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천만의 말씀이오,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곳은 대화를 나누는 곳이 아니니 대청 안에서 차를 기다려 주시오."
말을 마치고 옆으로 비켜섰다.
왜방삭이 오른손을 살짝 흔들자 육검평이 말했다:
"실례합니다."
걸음을 옮겨 대청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대청에는 고작 대여섯 명만이 앉아 있어 지나치게 휑해 보였다.
대청 가운데 왼쪽에는 네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요산쌍괴 형제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나이가 스물 대여섯쯤 되어 보이는 유생 차림의 청년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용모가 수려해 보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두 눈썹에 살기가 어려 있고 두 눈의 눈빛이 일정하지 않아 매우 심계가 깊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한 명은 체구가 우람한 승려로 짙은 눈썹에 고리눈을 하고 있어 생김새가 위엄 있고 사나웠으며 나이는 약 일흔 살쯤 되어 보였다.
그리고 공동의 문하생 두 명이 아랫자리에 서서 손을 늘어뜨리고 공손히 한쪽에 서 있었다.
육검평 일행이 대청 안으로 들어가자 왼쪽에 앉은 네 사람은 여전히 거만하게 자리에 앉아 눈꺼풀조차 한 번 깜빡이지 않는 것이 태도가 매우 오만했다.
공동괴객 성일운은 두 걸음 앞으로 나가 대청 가운데에 서서 육검평 일행 두 사람을 오른쪽에 앉게 하고 한차례 인사를 시켰다.
육검평은 그제야 그 유복(儒服) 차림의 청년이 최근 무림의 후기지수인 도화수사(桃花秀士) 운학(雲鶴)임을 알았다. 무공이 높고 독하기 그지없는 '보리사(菩提沙)'를 한 손에 쥐고 강호에 명성을 떨쳤으며 음흉하고 악랄하고 독자적인 경지에 이르렀으며 범죄를 저지른 후에는 한 송이 꽃을 박아 흑도 백도 사람들에게 골칫거리의 상징이 되었다.
양평객잔(涼平客棧)에서의 살인멸구(殺人滅口)는 아마도 이 사람의 걸작일 것이지만 지금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 체격이 우람한 승려는 예전에 소림사 감사(監寺)였던 법료선사(法了禪師)로, 삼십년 전부터 이미 무림에 명성을 떨쳤으며 소림분파를 따로 창립하고자 하는 욕심에 어쩔 수 없이 소림사를 떠나 강호를 떠돌았다. 성정이 광오하고 사나워 매사에 고집스럽게 혼자 행동하며 극단으로 치달았다.
요산쌍괴는 그제서야 두 사람이 원래 취선주루에서 이미 얼굴을 익힌 사이라는 것을 알고 저도 모르게 약간 놀라며 자신들 두 형제의 수십 년 수련과 경험이 이번에는 오히려 헛걸음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속으로 영 개운치 않아 무심코 콧방귀를 뀌었다.
육검평이 비로소 자리에 앉아 공동괴객 성일운을 향해 두 손을 맞잡고 말했다:
"검평은 나이가 어리고 식견이 얕아 본문의 선배님들의 유명을 받들어 한 가지 모르는 것이 있어 특별히 천리를 무릅쓰고 성노주인께 가르침을 청하고자 하니 부디 허물치 마시고 가르쳐 주십시오."
공동괴객 성일운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육방주께서 일부러 이곳까지 오셨으니 우리 사이의 일은 잠시 접어두면 자연히 분명해질 것이오. 모두 한 시대의 영웅들이니 이런 성대한 모임은 다시 만나기 어려우니 노부가 박주 한 잔을 준비하여 주인 된 도리를 다하고자 하니 모두 통쾌하게 마십시다."
말을 마치고 오른손을 살짝 흔들자 대청 문 입구에서 시중을 드는 제자들이 들어와 탁자와 의자를 놓고 동서 양쪽에 두 자리를 마련하니 순식간에 진수성찬이 탁자에 가득했고 산해진미가 차려졌다.
그들은 모두 호방한 성격의 무림호걸들이라 잠시 겸양의 말을 나눈 뒤 각자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육검평과 왜방삭 동초는 동쪽 자리에 앉게 되었다.
이때 공동괴객 성일운이 은호(銀壺)를 손에 들고 탁자 앞으로 다가와 미소를 지으며 육검평에게 말했다:
"황량하고 궁벽한 곳이라 여러 가지로 촌스럽고 변변치 못하니 노부가 특별히 육방주께 한 잔 올리며 마음의 빚을 갚고자 합니다."
말을 마치고 두 손으로 호리병을 감싸 앞으로 기울였다.
육검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노주인께서는 절대 겸손해하지 마십시오. 제가 감당할 수 없습니다."
잔을 위로 들어 맞이하는데 갑자기 엄청난 잠경이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약간 어리둥절해 하다가 상대방이 암암리에 자신과 내공을 겨루려 한다는 것을 알고 급히 금강부동신공을 운용하여 손가락 끝에 집중시키고 잔을 들어 호리병 입구를 향했다.
금강부동신공은 불문 최고의 절학으로 이때 그는 이미 염두동공생(念頭動功生)의 경지에 이르러 전신의 진력을 손가락 끝에 집중시키면 그야말로 쇠를 뚫고 돌을 자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는 차물전공(借物傳功)의 신기한 공력을 이용하여 진력을 술잔을 통해 끊임없이 호리병 주둥이로 밀어 넣었다.
공동괴객 성일운이 호리병을 잡은 두 손을 약간 위로 띄우고 십성의 경력을 다했지만 조금도 낮추지 못하는 것이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가득 찬 뜨거운 술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당황한 그의 머리 위로는 푸른 힘줄이 불끈 솟았고 얼굴색은 붉게 변했으며 발밑의 청전(青磚)은 계속 밟혀서 이미 부서진 것이 분명했다.
쌍방이 내공을 겨루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당대 무림의 고수였지만 육검평의 이 오묘하고 절묘한 공력에 넋을 잃었다.
술병의 면적이 비교적 넓어 쌍장으로 쉽게 힘을 가할 수 있었고 위에서 아래로 누르기 때문에 힘을 비교적 가볍게 가할 수 있었는데 이때 육검평이 두 손가락 끝의 힘만으로 그를 흔들어 술이 한 방울도 흐르지 않게 하였으니 이 공력은 정말로 놀라운 것이었다.
왜방삭 동초는 이렇게 계속 버티다가는 상대방의 체면이 말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가 싸움을 걸었지만 어쨌든 자신은 손님이었고 정식으로 싸우기 전에는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하하 웃으며 말했다:
"성노주인께서 성심껏 손님을 맞이하셨으니 방주님께서는 그냥 한 잔 받으시지요!"
육검평이 물러나기가 마땅치 않던 차에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더니 손의 힘을 살짝 풀자 술이 호리병 주둥이에서 졸졸 흘러나와 딱 한 잔 가득 찼고 육검평이 두 손을 약간 떨자 술잔이 저절로 거두어졌으며 잔속의 술은 한 방울도 밖으로 넘치지 않았다.
그는 잔을 들어 단숨에 마시고 감사의 말을 한 마디 하고 자리에 앉았다.
공동괴객 성일운은 아무리 처세에 능하다 해도 얼굴에 떠오른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는 못했다.
이때 소림승 법료선사가 벌떡 일어나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육방주께서는 신공이 세상을 덮고 위명이 멀리까지 진동하시니 노납이 고인을 만나게 되어 참으로 다행입니다. 삼가 남의 꽃을 빌려 부처님께 바치는 격이지만 특별히 육방주께 한 잔 올리겠나이다."
말을 마치고 가득 채운 한 잔 술을 육검평을 향해 손을 한 번 휘두르자 술잔이 마치 누군가 떠받들고 있는 것처럼 허공을 날아왔다. 그의 이 허공섭물(虛空攝物)의 기공은 확실히 신화경(神化境)에 도달한 것이었다.
육검평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저는 후배라 감히 노선사님의 이러한 과찬을 받을 수 없으니 공경하는 마음으로 명을 따르겠으나 감히 멀리까지 보내는 수고를 끼칠 수 없으니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왼손을 들어올리자 부드러운 강풍(罡風)이 술잔이 허공에 멈춘 곳으로 용솟음쳐 나오더니 경풍이 중도에 이르자 술잔을 압박했다.
갑자기 오른손 다섯 손가락을 펴더니 가운데를 한 번 누르고 한 번 움켜쥐자 한줄기 술 화살이 잔속에서 솟아오르더니 육검평의 오른손이 움츠러드는 기세를 따라 하얀 명주실처럼 비스듬히 날아왔고 육검평은 입을 크게 벌려 번개처럼 입속으로 받아 넣었다.
한편 왼손을 한 번 휘둘러 빈 잔을 억지로 돌려보냈다.
'무협소설(武俠小說) > 거검회룡(巨劍回龍) - 蕭瑟'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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