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武俠小說
第九章 인과순환(因果循環) 본문
第九章 因果循環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왜방삭 동초의 용형팔장은 실로 극상승의 무공으로 위로 몸을 솟구치며 이 속향장 위에서 몸을 허공으로 뽑아 올리고 발끝으로 법료선사의 머리를 향해 걷어찼다. 이 한 수는 매우 오묘하고 위험하여 만약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이 수공(手功)을 사용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에게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법료선사는 상대방이 나한속향장 위에서 감히 이런 무공을 운용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여 몸을 급히 왼쪽으로 돌리고 발밑의 속향장을 옮겨 걸음을 바꾸어 정순한 내공과 정확한 보법 덕분에 왜방삭 동초의 신발 끝이 그의 머리 꼭대기를 스치고 지나갔고 하마터면 속향장에서 떨어질 뻔했다.
이 한 수로 무공에서는 이미 반초를 진 것이지만 그는 고집이 센 성격이니 어디 이대로 가만히 있겠는가. 오히려 그의 흉악하고 악랄한 성질을 더욱 자극했다.
왜방삭 동초는 몸을 솟구쳐 상대방의 머리 위를 뛰어넘었는데 이런 곳에서는 높이 뛰어오르거나 멀리 벗어날 수 없었다. 발밑에 그다지 큰 힘으로 의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완전히 한 모금의 정순한 기를 믿고 연달아 다섯 개의 속향장을 뛰어넘어 아래로 내려갔다.
법료선사는 갑자기 살기가 일으켜 발밑을 돌려 걸음을 옮겨 이미 왜방삭 동초가 발을 디딘 곳으로 재빨리 다가갔고 이번에 그는 살초인 '반선장(般禪掌)'을 사용하여 맹렬히 왜방삭 동초의 등을 때렸다. 장이 발출되는 것이 바람과 같고 매우 신속했다.
하지만 왜방삭 동초가 이 '잠룡승천(潛龍升天)'을 운용할 때 법료선사가 뒤에서 반격해 올 것을 이미 예측하였으므로 발끝으로 속향장 위에 떨어지면서 이미 암암리에 몸을 움직였으니 이런 명가의 솜씨는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마음이 움직이면 양 어깨가 저절로 움직여지니 뒤쫓는 사람이 만약 고수라면 장력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발출되므로 어찌 장 아래에서 도망칠 수 있겠는가. 왜방삭 동초는 이런 곳에서의 수련이 매우 정순하였으므로 법료선사는 조금도 눈치 채지 못했다.
법료선사의 장력이 발출되기를 기다렸다가 왜방삭 동초는 가볍고 민첩하게 왼쪽으로 몸을 돌려 양팔을 한 바퀴 돌리고는 '오룡반주(烏龍盤柱)'를 펼쳐 쌍장으로 법료선사의 왼쪽 늑골을 공격했다.
법료선사의 반선장이 또다시 빗나가고 왜방삭 동초의 두 번째 장이 이르자 자신의 몸이 너무 가까이 있어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음을 알고 그는 급한 상황에서 비로소 연대배불(蓮臺拜佛), 배산운장(排山運掌)의 중수로 맞서며 왜방삭 동초와 함께 동귀어진을 하려고 했다.
그는 상대방의 쌍장이 이미 다다른 것을 보고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실력으로도 상대방의 손에 쓰러지는 것이 너무 억울하여 장이 다다른 것을 보고는 오히려 손바닥의 날을 마주 대고 한 개의 속향장 밀어 넣었는데 이런 진격은 마치 몸으로 왜방삭 동초의 장력을 정면으로 받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법료선사의 이런 속셈도 매우 대단하여 위기일발의 찰나에 쌍장을 위로 합치고 밖으로 보내어 장 끝이 이미 왜방삭 동초의 얼굴에 이르렀고 갑자기 '헉'하는 소리와 함께 소림의 토기개성(吐氣開聲)의 가장 무거운 장력을 사용하여 쌍장을 밖으로 발출했다.
왜방삭 동초는 '창룡권미(蒼龍捲尾)'의 초식을 사용하여 쌍장을 완전히 펼쳤고 장풍이 이미 상대방의 승의에 닿았으며 밖으로 장력을 거두기만 하면 법료선사를 나한속향장 아래에서 힘으로 밀어낼 수 있었는데 뜻밖에도 법료선사가 온몸의 공력을 아끼지 않고 옥석구분(玉石俱焚), 동귀어진(同歸於盡)의 타법을 사용하여 상대방의 초식을 깨뜨리지 않고 자신의 위험을 돌보지 않은 채 갑자기 토기개성하며 중수로 '연대배불(蓮臺拜佛)' 초식을 펼쳐 번개처럼 빠르게 왜방삭 동초의 얼굴을 향해 때렸다. 장에는 강풍이 실려 있었고 이미 십이성의 내력을 운용했다. 왜방삭 동초가 아무리 대적에 익숙하다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먼저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런 격투 장면은 매우 빨라 번개와 같았으며 글로 쓰면 많지만 사실은 한순간에 일어난 변화에 불과했다.
왜방삭 동초는 급히 팔목을 가라앉혀 초식을 거두고 장력을 억지로 해소하며 좌장(左掌)으로 뚫고 나와 그의 쌍장 가운데를 찔렀고 오른손도 따라 위로 뒤집어지며 '운룡삼현(雲龍三現)'으로 그의 '연대배불(蓮臺拜佛)' 초식을 깨뜨렸다.
법료선사는 이미 마음속에 악념을 품고 있었고 자신도 더 이상 승리를 차지할 생각이 없어 이 한 수를 매우 악독하게 사용했는데 뜻밖에도 그의 장세가 막 밖으로 발출되자 왜방삭 동초의 '운용삼현'이 이미 거두어들였다.
그는 갑자기 초식을 거두며 쌍장을 아래로 가라앉혀 '배산운장(排山運掌)'을 펼쳐 완전히 왜방삭 동초의 중앙부를 향해 때렸다.
이 한 수는 특히 대단하여 왜방삭 동초의 쌍장이 이미 위로 뒤집어졌는데 그의 장력이 갑자기 때리니 어떤 사람도 쉽게 벗어나게 할 수 없었고 왜방삭 동초가 속향장 아래로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훌륭한 왜방삭 동초는 공력이 심오하고 정심이 남달라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억지로 몸을 비스듬히 기울여 상대방의 장력을 해소하고 '금룡두갑(金龍抖甲)' 한 수를 펼치며 쌍장에 경풍을 실어 밖을 향해 맞이했다.
초식을 피하고 다시 공격하는 것이 번개처럼 빨랐다.
법료선사는 상대방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초식을 피하고 장을 내미는 것이 이렇게 빠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가 막 승리를 얻으려는 순간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조금 방심하고 있을 때 상대방의 장력이 이르자 이미 늦었음을 깨달았다.
'펑'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왼쪽 어깨에 일장을 맞았다.
그는 속향장 아래로 떨어져 연달아 몇 번 비틀거리며 속향장을 크게 넘어뜨렸다.
그는 억지로 통증을 참으며 노한 목소리로 왜방삭 동초에게 소리쳤다:
"동 노선생의 신공은 세상을 뒤덮을 만하니 노납은 숨이 붙어 있는 한 이 년 후에 반드시 찾아가 가르침을 청하여 오늘 한 수 가르침을 받은 은혜를 갚겠소!"
말을 마치고는 고개를 돌려 공동괴객 성일운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귀장에 와서 귀장을 위해 힘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랐으나 오히려 귀장에 수치를 끼치게 되었으니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없겠습니다. 노납은 먼저 가보겠소."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공동괴객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몸을 일으켜 몇 번의 도약으로 거대한 몸은 장원 밖으로 사라졌다.
법료선사가 떠나자 공동괴객 성일운은 다시 교활하고 간사한 모습을 드러내며 얼굴에 약간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렸지만, 여전히 강호거괴(江湖巨魁)라는 명성에 걸맞게 순식간에 회복하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밝게 웃으며 말했다:
"동 노선생의 신공이 놀랍소이다. 늙은이는 진심으로 경탄하는 바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화수사가 갑자기 앞으로 나서며 가로막고 말했다:
"승패는 병가의 상사이니 이번에는 소제가 한번 해 보겠습니다."
몸을 돌려 다시 왜방삭 동초에게 말했다:
"저에게 재주가 부족한 놀이가 하나 있는데 이 무대 위에서 선배님께 암기술을 몇 수 배우고자 합니다."
말을 하면서 오른손에 녹두만 한 '보리사(菩提沙)'를 쥐고 왜방삭 동초에게 내던졌다.
육검평은 그가 이렇게 비좁은 화단에서 극도로 패도적인 '보리사'를 펼치려 하는 것을 보고 이 사람의 심보가 악독하여 왜방삭 동초를 이곳에서 해치우려는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보통 암기라면 거의 오 장 내에서는 정확한데 삼 장 안에서는 피하고 막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는 행여 실수라도 할까 봐 급히 웃으며 말했다: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보리사'를 수십 년 동안 무림에서 듣고 간담이 서늘해졌는데, 제가 분수를 모르고 원컨대 잠시 고명하신 분께 가르침을 받아 안목을 넓히고자 합니다."
도화수사는 양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냉소하며 말했다.
"육방주님께서는 말씀이 과하시군요. 제 보잘것없는 잔재주는 눈에 차지도 않으실 텐데요. 벽돌을 던져 옥을 끌어들이려던 참인데 방주가 가르침을 내리실 뜻이 있다면 제가 어찌 명을 따르지 않겠습니까."
말을 마치고 육검평에게 두 손을 맞잡아 읍을 하며 말했다.
"방주님, 시작하시지요."
발끝으로 땅을 찍고 두 팔을 벌리며 '일학충천(一鶴沖天)'으로 몸을 오 장이 넘는 높이까지 들어 올리더니 공중에서 곤두박질치며 '요자도번신(鷂子倒翻身)'으로 허리를 비틀어 한 바퀴 돌고는 가볍게 무대 남쪽에 내려앉으며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신형이 우아하고 민첩했으며 경공이 확실히 경지에 올라 있었다.
육검평은 속으로 콧방귀를 뀌며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단전에 힘을 모아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도 모르게 몸이 공중으로 둥실 떠오르더니 칠 장 이상 올라가서야 멈추었다. 그리고 발을 살짝 들어 마치 계단을 오르듯 비스듬히 허공을 밟고 내려와 무대 북쪽에 멈춰 섰다.
이 섭허답공(躡虛踏空) 한 수는 절세의 상승 경공으로 장내에 있는 모든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
도화수사도 내심 흠칫 놀랐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패배를 인정하고 굴복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한바탕 싸워 보기라도 해야 했다. 다행히 '보리사'에 대해 십분 자신이 있었기에 설령 이기지 못하더라도 스스로를 지키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마음을 정하자 담력이 솟아나며 발에 힘을 살짝 주어 신형을 전개해 동남쪽 모서리를 따라 동쪽으로 가볍게 걸어왔다.
육검평은 전혀 개의치 않고 천천히 서북쪽 모서리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걸음걸이는 느려 보였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빨랐다. 그는 그저 내공의 오성만 사용했을 뿐인데 도화수사와 대등한 수준으로 겨루며 무대 동서 양쪽에 마주 보고 섰다.
두 사람은 무대 위를 한 바퀴 돈 후 속도를 점점 높이기 시작했다.
가볍게 발을 놀리며 몸놀림이 더할 나위 없이 우아했다.
걸음걸이가 차분하고 조용하여 행운유수와 같았다.
점점 몸의 형체가 흐릿해지더니 두 줄기 흰빛만이 무대 가장자리를 따라 번쩍이며 날아다녀 누가 누구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이때 두 사람은 모두 대각선 방향에서 돌아섰는데 무대가 한 장 남짓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거리도 점점 가까워졌다.
서로 마주 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도화수사가 발을 구르더니 몸을 반쯤 돌려 오른손을 살짝 들고 가볍게 소리쳤다:
"받아라!"
한 무더기의 흑우(黑雨)가 소리를 따라 발사되어 육검평의 상체 여러 혈도를 향해 쏘아졌다.
사실 그는 '보리사'를 던진 후에야 소리를 지른 것이기 때문에 보리사가 발사되며 소리를 낸 것은 선후가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육검평은 올라오자마자 경계심을 품고 있었는데 이때 그의 몸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상대방이 공격을 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이미 자세를 잡고 대비하고 있었다.
흑사(黑沙)가 몸을 뒤덮으며 다가오자 그는 차갑게 웃으며 발끝에 힘을 실어 화단 가장자리에 걸고 '와간견우(臥看牽牛)'라는 초식으로 몸을 완전히 뒤로 젖혀 '보리사'가 허공을 날게 했다.
육검평은 두 팔을 위로 떨치고 허리를 곧추세운 뒤 두 다리에 살짝 힘을 주자 사람이 마치 팽이처럼 뒤집어졌다.
그가 몸을 뒤집어 눕는 순간 손 가는 대로 꽃가지를 한 줌 꺾더니 몸을 일으켜 세우고 낮게 소리쳤다:
"받아라."
하며 손을 떨치자.
한 줄기 흑영이 화살처럼 도화수사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도화수사는 첫 번째 '보리사'가 빗나가는 것을 보고 육검평의 이 기묘한 회피 기술에 깜짝 놀라 다시 한 번 손을 쓰려는 순간 육검평의 고함 소리가 이미 들려왔고 오광이 빠르게 날아왔다.
그는 암기에 능한 고수였기에 세심하게 들어보았지만 육검평이 던진 것이 어떤 종류의 암기인지 알아내지 못해 더욱 의아해 했다.
그가 잠시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오광이 이미 몸 앞까지 날아왔고 황급히 몸을 옆으로 기울여 손을 뻗어 막았지만 너무 빠르고 무거웠기 때문에 손바닥이 얼얼하게 아파왔다.
손바닥을 더듬어 보니 한 치 길이의 꽃가지임을 알고 마음속으로 더욱 서늘해졌다. 이런 꽃가지는 너무 가늘고 가벼워서 힘을 줄 수도 없는데 상대방이 던질 때 이렇게 무거운 충격이 있었으니 이 내공만으로도 충분히 놀랄 만했다.
다행히 자신은 그와 내공을 겨루는 것이 아니었고 상황을 보니 상대방은 암기에 대해 그다지 무서운 독수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꽃가지로 대신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절초를 쓰지 않으면 오늘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 같구나."
마음을 정하자 나쁜 생각이 갑자기 생겼다.
발끝으로 가볍게 찍으며 몸을 계속 앞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은 다시 무대 가장자리를 따라 날듯이 달리며 서로 무대 절반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는데 누가 누구를 쫓고 있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육검평은 '보리사'가 너무 패도적인 나머지 상대방이 감히 진법을 지목하였기 때문에 당연히 그의 살수 절초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신형을 너무 가까이 하지 않도록 칠성의 공력만 사용하며 암암리에 힘을 비축하여 대비했다.
이때 그는 동남쪽 모서리에서 동쪽으로 달려가며 발끝으로 화단 가장자리를 막 밟으려던 참이었다.
도화수사는 이것을 보고 갑자기 서북쪽에서 가볍게 소리를 지르며 왼손으로 '해저탐월(海底探月)'을 살짝 떨치자 한 무더기의 '보리사'가 무대 윗면을 평평하게 덮고 육검평을 향해 바람을 일으키며 내려왔다. 모래가 도달할 때 소리를 지른 것은 그야말로 악독하기 그지없었다.
육검평은 이미 힘을 비축하며 대비하고 있었기에 '보리사'가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고 발끝으로 살짝 바닥을 찍으며 몸을 오 척 높이로 솟구쳐 아래쪽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몸이 막 떠오르기 시작할 때였다.
도화수사가 오른손을 들자 또 다른 '보리사'가 공중을 향해 날아왔다.
그 기세가 매우 빠르고 이상한 것이 아까 던진 것과는 쌀알 한 톨 정도의 간격밖에 나지 않았다.
변화가 갑작스럽고 신속하여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 한 수에 곤경에 처했을 것이다.
다행히 육검평은 타고난 초인적인 자질에 기연을 거듭 만나 심오막측한 내공을 지니고 있어 당황하지 않고 단전에 힘을 모아 두 팔을 위로 떨치며 막 떨어지려던 몸을 공중으로 오 척이나 끌어올렸다.
한 무더기의 흑우(黑雨)가 기세 좋게 발밑을 스쳐 지나갔는데 그야말로 머리카락 한 올 차이로 위험했다.
도화수사의 이러한 무림의 규칙을 무시하고 끝까지 죽이려는 공격법은 육검평의 분노를 깊이 불러일으켰고 살기를 숨겼다.
그는 암암리에 기를 모아 두 팔을 긋자 몸이 수평으로 날아올랐고 두 다리를 튕겨 마치 용이 공중을 나는 것처럼 무대 북쪽에 내려앉았다.
이 화단은 남북으로 길고 동서로는 좁아서 가장 긴 거리가 삼 장 남짓이었다.
그는 금강부동신공으로 '보리사'를 강하게 막아내는 한편 상대방이 방심한 틈을 타 기습을 가해야만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강부동신공은 이장 밖에서 날아오는 '보리사'만 막을 수 있었고 이장 이내에서는 그다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남북 양쪽이 마주보는 순간 불문 최고의 절학을 펼쳐야겠다고 마음먹고 일부러 좋은 위치를 찾아 몸을 날려 무대 북쪽에 내려섰다.
도화수사는 두 번이나 빗나가자 더욱 당황해 하며 황급히 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아갔다.
이때 그는 마침 남쪽에 발을 디뎠고 육검평은 그가 몸을 일으키기를 기다리지 않고 오른손을 들어 소리를 질렀다:
"받아라!"
한 줄기 가벼운 바람이 도화수사의 몸 앞으로 날아왔다.
도화수사는 소매를 한 번 휘두르더니 '팍'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줌의 꽃가지가 일 장 밖으로 날아갔다.
몸을 채 돌리기도 전에 두 번째 가지가 또 그의 몸 앞으로 날아왔다.
이어서 세 번째, 네 번째 가지가 계속해서 날아왔다.
도화수사는 두 소매를 펄럭이며 '파팍' 하는 소리가 귀에서 끊이지 않았고 가지가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다행히 육검평은 그저 그의 전진을 막으려 했을 뿐 상처를 입힐 마음은 없었기 때문에 모두 그의 몸 앞으로 쏘아 보냈다.
도화수사는 소매를 휘두르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육검평의 출수도 더욱 신속해져서 도화수사는 응대하느라 조금 지쳤다.
눈 깜짝할 사이에 도화수사는 이미 두 눈을 부릅뜨고 얼굴이 온통 시뻘개진 채로 갑자기 폭갈을 터뜨리며 몸을 뒤로 날려 공격받는 위치를 피했다.
오른손을 들자 한 무더기의 흑우가 육검평의 몸 앞으로 곧장 날아갔다.
육검평은 이미 마음속으로 계획을 세워 놓고 금강부동신공을 극한까지 운용하여 몸을 움직이지 않고 정신을 집중하여 바라보았다.
도화수사는 마음속으로 몰래 기뻐하며 오른손의 '보리사'가 중간쯤 도달했을 때를 틈타 왼손을 휘두르자 또 한 무리의 흑우가 뒤이어 몰려왔다.
온 하늘을 뒤덮은 흑우에 시야가 거의 흐려져 보이지 않았다.
'보리사'는 원래 매우 독성이 강한 암기로 한 알만 맞아도 살이 썩기 시작하면 구할 수 없는데 이때 하늘을 가득 메운 검은 안개가 용솟음치며 다가오니 그 기세가 어찌 사람을 놀라게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검은 비가 육검평의 몸 앞 이 척 거리에 이르자 마치 보이지 않는 강철 장벽에 막힌 것처럼 테두리 밖에서 멈추더니 점점 아래로 떨어졌다.
육검평은 이것을 보고 갑자기 두 손을 뻗어 움켜쥐며 점자결 내공으로 '보리사'를 향해 손짓을 하자 막 지면에 떨어지려던 흑우 대부분이 그의 손에 빨려 들어갔다.
도화수사는 이런 신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장력이 부족하거나 '보리사'의 힘이 부족해서 상대방에게 튕겨 나간 줄 알았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또다시 진흙소가 바다에 빠진 것처럼 흔적도 없이 빨려 들어갔다.
아무리 그가 음험하고 교활하다 해도 놀라서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두 손을 늘어뜨린 채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았다.
육검평은 그가 잠시 멈춘 사이 발에 힘을 주고 신형을 바람처럼 일 장 높이로 뛰어올라 질주했다. 발끝이 화단 가장자리에 닿기도 전에 오른손을 살짝 흔들자 한 줄기 흑광이 도화수사의 상체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도화수사가 잠시 정신을 놓고 사이에 상대방이 이렇게 빠르고 신속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사람과 암기가 동시에 도착했고 흑광이 가벼운 파공성을 내며 화살처럼 가슴 앞 '화개혈(華蓋穴)'을 향해 쏘아져왔다.
그는 급히 어깨를 낮추고 기마자세를 잡으니 '휙' 하는 소리와 함께 흑광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그는 바람소리로 병기를 식별할 수 있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자신이 사용하던 '보리사'였기에 어떻게 상대방의 손에서 발사될 수 있는지 의아해 하고 있는데 두 번째 '보리사'가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복결혈(腹結穴)'을 향해 날아왔다.
그는 황급히 왼쪽 발을 들어 올리고 오른쪽 발에 힘을 실어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이자 '보리사'가 왼쪽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가 몸을 살짝 피하는 순간 육검평의 세 번째 '보리사'가 이미 허공을 가르며 도착했는데 앞서 던진 두 알보다 힘이 더욱 강했고 두 번째 것과 동시에 도달했다.
도화수사(桃花秀士)는 육검평의 이 '보리사'가 완전히 정순한 내공을 이용해 발사된 것임을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손만 살짝 흔들면 흑광이 손을 떠났기 때문에 앞뒤의 세 알이 마치 동시에 발사된 것 같았고 방향만 달랐을 뿐이었다.
가벼운 신음 소리가 나면서 도화수사의 안색이 창백해졌고 오른쪽 다리에 이미 한 알을 맞아 살 속으로 삼 푼이나 깊이 박혀서 오른쪽 다리 전체가 점점 마비되기 시작했다.
이때서야 그는 마음속으로 무슨 일인지 깨닫고 재빨리 품속에서 백옥병을 꺼내 알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육검평은 그의 음험하고 독랄함에 이미 매우 분노하고 있던 터라 이때 그가 다시 도망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두 손에 힘을 주고 떨쳐 만천화우(滿天花雨)의 수법으로 두 무더기의 흑우가 광풍처럼 도화수사를 향해 덮쳐왔고 그 기세가 대단했다.
도화수사는 오른쪽 다리가 마비되어 아직 풀리지 않았고 몸을 돌리기가 불편했는데 흑우가 이미 세차게 몰려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생존 본능에 의지하여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몸이 공중에 떠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억지로 몸을 화단 아래로 내던졌다.
'쿵' 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몸이 바닥에 쓰러졌고 그는 고통에 신음 소리를 그치지 않았다.
공동괴객 등이 앞에 도착했을 때에야 비로소 도화수사의 얼굴이 완전히 변한 것을 보았는데 얼굴에는 흑점이 빽빽하게 나 있었고 실낱같은 흑수가 흑점에서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가 몸을 돌려 무대 아래쪽으로 떨어질 때 육검평의 '보리사'가 이미 발사되어 몸은 떨어졌지만 머리 부분은 미처 피하지 못해 얼굴 전체에 정통으로 맞았다.
갑자기 그가 길게 울부짖었는데 그 소리가 처량하였으며 두 발을 뻗더니 이내 숨이 끊어졌다.
이 '보리사'는 너무나 지독하여 살에 들어가면 구할 수 없었고 본문의 해독약이 있다 해도 때를 맞추어야 비로소 회복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때 육검평은 오로지 강호를 위해 해악을 제거하려는 마음뿐이었기에 전력을 다해 펼치다 보니 도화수사의 얼굴 전체가 맞아 독이 깊고 상처가 무거워 자신이 만든 해독약조차 미처 먹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그는 뜻밖에도 자신이 평소 명성을 날리던 극독 암기 아래에서 비참하게 죽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인과순환(因果循環)요, 조금도 어긋남이 없는 보응(報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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