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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五章 어검비행(馭劍飛行) 본문

무협소설(武俠小說)/거검회룡(巨劍回龍) - 蕭瑟

第五章 어검비행(馭劍飛行)

少秋 2024. 7. 4. 13:29

 

第五章 馭劍飛行

 

 

장승은 막 달려들어 다시 한 번 장을 가하려 했다.

 

갑자기 용과 같은 장소성이 들리더니 육검평의 신영이 마치 비천신룡(飛天神龍)처럼 번개처럼 빠르게 쏘아져 나와 파금대불의 앞을 가로막았다.

 

원래 육검평은 전신의 공력을 운용하여 '응회구전(鷹迴九轉)'이라는 경공절기를 펼쳤고 묘산사살의 연수비도와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그가 권외로 나오며 싸우는 방식을 채택한 이후 묘산사살은 과연 공세가 꺾여 출수가 혼란스러워졌고 오히려 공격을 받는 국면으로 바뀌었다.

 

육검평은 한 번 공격에 성공하자 속전속결을 위해 체내의 진력을 소모하며 공세가 더욱 맹렬해졌고 열일검으로 '열일염염(烈日炎炎)'이라는 초식을 전개하여 양풍의 머리를 내리쳤다.

 

하나의 둥근 붉은 해가 양풍의 두 눈을 아찔하게 만들었고 뜨거운 화염이 가슴을 태울 듯하여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몸이 아래로 엎어졌다. 원래는 몸을 뒤집어 굴러 피할 생각이었다.

 

육검평은 갑자기 철비금도의 긴 비명소리를 듣고 그가 부상이 심하다는 것을 알았고 저도 모르게 두 눈썹을 찌푸리며 살기가 치솟아 도중에 초식을 '석양서락(夕陽西落)'으로 바꾸어 수만 갈래의 금빛 광채로 변해 양풍의 허리를 가로로 베어갔다.

 

너무나 빠른 공격이었으며 또 철비금도 진건태의 부상을 염려하는 마음이 간절하여 양풍의 몸이 아직 엎어지기 전에 검끝이 이미 정강이를 베었고 고통에 찬 양풍의 신음소리가 온 땅에 어지럽게 울려 퍼졌다.

 

나머지 삼살은 형제의 마음으로 일제히 손을 들어 올리고 세 방향에서 비도를 발사했다.

 

육검평은 살펴볼 틈도 없이 몸을 솟구쳐 삼장 높이까지 올라가 공세를 피하더니 공중에서 힘을 운용하여 파금대불의 앞에 내려섰다.

 

육검평은 두 눈을 크게 뜨고 파금대불을 향해 냉랭하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대사께서는 무림에서의 지위가 높은 데도 이토록 죽이려 하시니 너무하신 것 아니오! 원한다면 내가 다시 몇 초식을 상대해도 되겠소?"

 

파금대불은 화가 나면서도 부끄러워 웃으며 말했다:

"자고로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망하는 법, 강호에는 원래 시비도리(是非道理)라는 것이 없고 오직 실력만이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법이다. 나는 명령을 받들어 적을 사로잡아야 하니 자연히 수단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어린 녀석아, 너도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육검평은 낭랑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한 대머리로구나. 육근(六根:眼、耳、鼻、舌、身、意)이 부정하니 소녀를 약탈하고 왕부를 이용해 신분을 감추고 소문을 혼란스럽게 하여 사실을 왜곡하다니, 강호의 불량배요, 불문에서도 모두 너 때문에 부끄러워하고 있다. 지금 진실과 업보가 이미 드러났는데도 여전히 부끄러움을 모르고 큰소리를 치다니, 일단 왕부로 돌아가면 국법이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파금대불은 욕을 먹자 흉악한 얼굴이 붉게 부어올라 더욱 꼴사나워졌다.

 

이때 일자검 관용이 한 손으로 철비금도 진건태를 부축했는데 그의 안색이 창백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마에서는 비오듯 땀을 흘리고 있었다.

 

육검평은 상황을 파악하고 진건태의 부상이 매우 심하다는 것을 알고 재빨리 품속에서 설련 한 알을 꺼내 손을 털며 입으로 불렀다:

"관 형당께서 받으셔서 먼저 진 당주께 복용시키고 운공요상을 하게 하시면 괜찮을 것입니다!"

 

일자검 관용은 급히 손을 내밀어 설련을 받아들고 재빨리 철비금도 진건태의 입에 넣어주며 그를 부축하여 앉힌 뒤 세심하게 운공할 것을 당부하고 자신이 잠시 호법을 맡았다.

 

육검평은 마음이 조금 놓였는데 갑자기 파금대불이 큰 소리로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다:

"받아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력이 이미 다가와 산을 밀어내는 듯한 한 줄기 장력이 바람을 일으키며 몰려왔다.

 

알고 보니 그는 장을 펼친 후에야 소리를 질러 호통 친 것이 분명했다.

 

육검평이 막 손을 돌려 반격하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 급히 '금강부동신공'을 운용하여 몸을 비스듬히 비끼고서야 정면의 장력을 피할 수 있었다.

 

그는 신공이 몸을 보호하여 장승의 전력이 담긴 이 일장을 억지로 받아내긴 했지만 몸이 두 걸음이나 물러나는 것은 면치 못했는데 다행히 몸을 빠르게 날려 정봉을 피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적어도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는 약간의 운공을 하여 내상을 입지 않았음을 알고 크게 호통을 쳤다:

"나의 일장도 받아라!"

 

장은 소리와 함께 발출되었고 경력이 장에서 발생되었다. 그는 분노한 가운데 이 일장에 이미 전력을 다했다.

 

일단의 산사태와 같은 광풍이 마치 폭풍우처럼 몰아쳐와 삼장 범위 이내의 공기가 허공에서 들끓었다.

 

파금대불은 다가오는 기세가 맹렬하기 짝이 없음을 보고 상대방이 이미 전력을 다했다는 것을 알았으니 어찌 감히 태만할 수 있겠는가. 급히 정신을 집중하고 어깨를 낮춰 기마자세를 갖추며 전신 공력을 일으켜 기를 내뱉고 소리를 내며 두 손으로 맹렬히 부딪쳐 갔다.

 

양측의 경강이 한차례 부딪히자 마치 천둥소리와 같은 굉음이 울리며 한 줄기 기주(氣柱)가 곧장 하늘을 찌르고 주위의 공기가 폭발하듯 쉭쉭거리는 소리가 연거푸 울렸다.

 

장승은 몸이 일곱 걸음이나 연달아 물러났고 가슴이 울렁거리며 기혈이 약간 끓어올랐지만 공력이 심오하여 억지로 한 모금의 선혈을 참고 있었지만 원래 입었던 내상이 점점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육검평도 이 반탄력에 밀려 두 걸음이나 물러났고 가슴이 조금 답답해졌다.

 

파금대불은 일파의 종사로서 어찌 이와 같은 좌절을 맛본 적이 있었겠는가. 자신의 한 갑자 이상의 수련이 이 젊은이의 손에 의해 무너지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으니 이는 그를 죽게 하는 것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니 어찌 상대방을 한입에 삼켜버리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는 분노로 두 눈을 부릅뜨고 이마에 푸른 힘줄이 부풀어 오르더니 입을 크게 벌리고 두 팔을 쭉 뻗으며 앞으로 한 걸음 나서는데 마치 싸움에 진 사자가 누구를 물어뜯을지 고르는 것처럼 그 모습이 매우 무서웠다.

 

갑자기 오른손을 들자 일단의 섬광이 손에서 나오더니 육검평의 몸 앞으로 빠르게 덮쳐왔다.

 

육검평은 파금대불이 이미 혈적자(血滴子) 절기를 전개했다는 것을 알고 발에 힘을 주며 전신을 급히 회전시켜 일장 밖으로 피했는데 섬광이 중도에 공중에서 땅 위로 떨어질 줄을 어찌 알았겠는가.

 

알고 보니 장승은 상처가 심해 내공이 이어지지 않아 혈적자를 시전해도 마음먹은 대로 조종할 수 없었고 그래서 중도에 마치 바람 빠진 공처럼 급히 밑으로 떨어졌지만 그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다행히 이와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육검평이 아무리 몸이 빨라도 이 겁난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육검평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파금대불의 공력이 심오막측(深奧莫測)하여 실로 다루기 어려운 인물이며 평생에 보기 드문 고수임을 깨달았다. 그가 몸에 내상을 입고도 궁지에 몰린 짐승처럼 발악을 하는 것을 보고 어찌 감히 마음을 놓고 소홀히 대할 수 있었겠는가. 급히 마음을 수습하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이때 갑자기 어둠 속에서 경장차림의 중년인 두 명이 튀어나와 기회를 틈타 조용히 땅바닥에 앉아 운공요상을 하고 있는 철비금도 진건태에게 달려들었다.

 

다가오는 공세가 신속하고 손놀림이 제법이었다.

 

일자검 관용은 냉랭하게 콧방귀를 뀌며 장검을 휘둘러 몸으로 가로 막고 필사적으로 싸웠다.

 

평소였다면 이 두 명의 중년인을 일자검 관용이 마음에 두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자신의 왼쪽 팔이 부상을 입어 초식을 전개하고 운용하는 것이 영활(靈活)하지 못해 곳곳에서 오히려 제약을 받아 공격보다 수비가 많았다.

 

일자검 관용은 왼쪽 팔의 부상이 심해 운신할 수 없어 맹렬한 초식을 전혀 전개하지 못했고 종종 초식을 전개하다 중도에 멈추었으며 몸을 돌리고 걸음을 옮기는 동안 더욱 굼뜬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이십 초가 지나자 모두 수비 자세를 취하며 공격받는 국면으로 변했다.

 

왜방삭 동초는 기묘한 신법으로 서방맹수와 싸우며 몸이 마치 한 덩어리의 공처럼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있는 힘껏 초식을 펼쳤지만 실제로 맞히지 못하고 맹수에게 손을 늦출 기회를 주지 않았다.

 

공력을 논하자면 두 사람은 백중지간이었지만 서방 맹수가 내공 면에서 다소 충실한 것 같았고 왜방삭 동초는 신법이 기이하고 예측하기 어려워 서로 장점이 있었다.

 

서방 맹수는 내부에 아직 미세한 상처가 남아 있어 공력에 약간의 제약을 받았고 막상막하로 싸우다 보니 오히려 곳곳에서 상대방에게 제압당해 독특한 혼원기공을 운용할 수 없었다.

 

삼십 초쯤 지나자 왜방삭 동초의 신법이 더욱 빨라졌고 입으로는 끊임없이 조롱했다:

"분명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오관(五官)이 온전치 못한 척하며 이런 세발고양이 같은 무공으로 중원 무림을 독패하려 하다니, 어서 꼬리를 말고 서역으로 돌아가 여생을 편안히 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목전에서 좋은 꼴을 보기 어려울 것이다!"

 

"벋아라, 이 '쌍추장(雙推掌)' 일초는 제법 영활하게 운용했지만 앞으로 세 치는 더 나아가야 비로소 화후(火候)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짜 장님아, 일찌감치 돌아가서 다시 수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맹수는 원래부터 가슴 가득한 울분을 참고 있었는데 이때 왜방삭이 계속해서 조롱하고 비꼬자 아무리 수양이 깊다 해도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는 폭갈을 터뜨리며 쌍장에 진력을 암암리에 운용하여 폭우처럼 왜방삭의 온몸의 주요 혈도를 향해 쳐갔다.

 

왜방삭 동초는 격장지계가 이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뻐하며 아예 수비만 하고 공격하지 않으며 사방을 날듯이 돌아다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또다시 오십 초가 지나갔다.

 

서방 맹수는 너무 힘을 많이 쓴 나머지 내상이 점차 도져 이마에 땀이 맺히고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왜방삭 동초는 싸움 경험이 풍부하여 기회가 왔음을 알고도 이대로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신형을 번쩍이며 피하는 사이 암암리에 원앙탄을 손에 쥐었다.

 

이때 서방 맹수는 숨을 헐떡이며 손발이 살짝 둔해졌다.

 

왜방삭은 이를 똑똑히 보고 몸을 돌리는 틈을 타 갑자기 오른손을 들어 올리니 한 줄기 오광(烏光)이 날듯이 서방 맹수의 가슴 앞 '화개혈(華蓋穴)'을 향해 쏘아졌다.

 

맹수는 바람 소리를 듣고 경계하며 급히 몸을 날려 공세를 피하고 왼쪽 발을 한 걸음 뒤로 물리며 오른쪽 팔을 뻗어 오광을 향해 내리쳤다.

 

하지만 이 원앙탄은 마치 눈이 달린 것처럼 살아 있어 서방 맹수의 오른쪽 팔이 막 들려지자 오광이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여전히 가슴을 향해 부딪쳐왔다.

 

맹수는 깜짝 놀라 식은땀이 났고 다행히 공력이 심오하여 오른쪽 팔의 힘을 빼고 어깨를 한 바퀴 돌리는 기세를 이용하여 풍차처럼 몸을 날려 피했다.

 

그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릴 때 갑자기 왜방삭 동초가 또다시 큰 소리로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이거 받아 봐라!"

 

소성(嘯聲)과 함께 또 다른 오광 한 줄기가 오른쪽에서 갑자기 공격해 왔고 앞서 날아온 탄환은 잠시 주춤하더니 다시 몸 뒤쪽에서 역습해 왔다.

 

이번에는 두 개의 탄환이 동시에 공격해 와서 서방 맹수는 새로 입은 상처와 피로 때문에 완전히 피하기는 불가능했다.

 

다행히 그의 공력이 고절하여 오른쪽에서 공격해 오는 탄환을 옆으로 피하고 몸을 날려 공중으로 뛰어오르려 했는데 그때 등 뒤에서 공격해 온 탄환이 마침 왼쪽 팔에 명중했다.

 

'뚝' 하는 소리와 함께 왼쪽 팔뼈가 산산조각 나고 원앙탄은 팔을 관통하여 지나갔고 양쪽 면에 살가죽만 부드럽게 걸쳐져 있었다.

 

서방 맹수는 처참한 비명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가 매우 처절하여 듣는 이의 마음을 섬뜩하게 했다.

 

그는 목숨이 위급한데 어찌 다른 것을 돌볼 겨를이 있겠는가. 재빨리 몸을 날려 장외로 빠져나갔고 두 번의 도약으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왜방삭 동초는 쌍수로 일초를 전개해 원앙탄을 회수하고 곧바로 뒤쫓으려 했다.

 

갑자기 세 줄기의 백광이 육검평을 향해 쏘아져왔다.

 

원래 묘산삼살은 양풍이 부상을 입고 쓰러지는 것을 확인한 후 세 사람이 동시에 노갈(怒喝)을 터뜨리며 번개처럼 육검평에게 나는 듯이 달려들었고 몸이 아직 도달하기도 전에 비도를 던졌다. 세 사람은 분노가 극에 달해 손을 썼고 기세는 번개와 같았다.

 

육검평은 이때 파금대불과 내공을 겨루며 사투를 벌이고 있던 터라 도저히 몸을 빼내 피할 수 없었고 급히 금강부동신공을 극한까지 펼쳐 그들의 세 자루 비도를 억지로 받아내려 했다.

 

왜방삭은 육검평이 위기에 처한 것을 보고 어찌 수수방관 할 수 있겠는가. 상대방의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쌍탄을 돌려 두 줄기 오광이 곧장 가운데와 오른쪽 두 자루의 비도를 향해 부딪쳐 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

"방주님 놀라지 마시고 왼쪽에 있는 비도를 빨리 피하시오. 나머지는 이 늙은이가 수습하겠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땅땅' 하는 소리가 두 번 들리더니 두 줄기의 백도(白刀)가 이미 땅에 떨어졌다.

 

육검평은 고함 소리를 듣고 본능적으로 왼쪽으로 한 걸음 비켜섰고 칼끝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는데 그야말로 위험천만 했다.

 

왜방삭 동초는 일초가 성공하자 더욱 호기가 생겨 묘산삼살이 재차 출도(出刀)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쌍탄을 뒤집어 돌려 대살(大煞)과 삼살을 향해 쏘았다.

 

그는 묘산삼살이 위기에 처한 틈을 타고 연수하여 비도를 날리는 것이 염치없고 음독함에 분노하여 쌍탄에 내공을 실어 탄환이 바람처럼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묘산 삼살은 상대방의 원앙탄이 내공으로 조종되어 자유자재로 움직이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해 잠시 멍한 사이에 첫째 양룡의 오른쪽 팔이 손목에서 부러져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이 휘청하며 쓰러질 것 같았고 양운은 다행히 빠르게 피해 화를 면했지만 이미 혼비백산한 상태였다.

 

왜방삭 동초는 두 손을 한 번은 거두고 한 번은 보내며 양룡을 공격하던 탄환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커다란 호(弧)를 그리며 번개처럼 빠르게 사살 양운을 향해 날아갔다.

 

천리독행은 섬전장법으로 구찬과 필사적으로 싸웠는데 양측 모두 빠른 공격으로 일관했고 몸놀림이 바람처럼 표홀했다. 허공에는 무수한 장영(掌影)이 휙휙거리는 소리와 함께 처참하게 싸우고 있었다.

 

오십 초가 지나자 천리독행은 명성을 떨치게 해 준 경공 특기를 더욱 가볍고 민첩하게 펼쳤고 몸을 순식간에 앞뒤로 움직여 사람의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구찬은 내공이 비록 깊고 두터웠지만 풍뢰판(風雷判)을 전개해 뛰어난 능력과 강력한 기세로 엄청난 힘을 발휘하여 풍뢰지성(風雷之聲)을 일으키는 데에 의존했기 때문에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힘에 부친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심계가 깊어 천리독행의 이런 반객위주(反客為主)의 수법을 한눈에 알아보고 한차례 맹렬히 공격한 후 이미 싸움에서 크게 꺼리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마음을 가라앉히며 초식의 변화를 점점 늦추기 시작했다.

 

천리독행이 얼마나 기민한데 어찌 그가 공격을 늦추도록 내버려 두겠는가. 그가 초식을 거두고 멈추는 것을 보고 오히려 줄곧 맹렬히 공격해 왔고 섬전장법은 본래 빠른 것으로 이름을 날렸는데 그가 전개하자 장영(掌影)이 빗방울처럼 빠르게 공격해 왔다.

 

활염라 구찬은 원래 조금 기세를 늦춘 후 다시 기회를 잡아 절초로 승리를 취하려 했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손을 늦추는 사이에 천리 독행에게 선수를 빼앗겨 오히려 대응할 틈도 없이 위험한 초식을 연이어 만나게 되었다.

 

팔십 초쯤 되자 호흡이 가빠지고 분주하게 움직이느라 지쳤다.

 

천리 독행은 기회가 거의 무르익었음을 보고 왼손으로 암암리에 철련자 두 알을 쥐고 오른손으로 '비운추전(飛雲追電)'이라는 초식을 펼쳐 활염라 구찬의 왼쪽 견정혈을 공격했다.

 

구찬은 왼쪽 발을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장풍을 피하고 몸을 돌려 반격하려 했는데 천리독행이 왼손을 살짝 들어 올리자 한줄기 섬광이 곧장 구찬의 명치 아래 '유근혈(乳根穴)'을 향했다.

 

구찬은 손에 든 염왕판을 곧추세워 내리치려 했지만 또 다른 한줄기의 섬광이 뒤늦게 출발하여 먼저 도착했고 이것이 바로 천리독행의 성명절기인 '전도음양(顛倒陰陽)'으로 평생 거의 사용한 적이 없으며 출수에 절대 허탕이 없었다.

 

활염라 구찬은 본능적으로 오른쪽으로 피했지만 '빡' 하는 소리와 함께 왼쪽 어깨에 탄환 한 발이 명중하여 살 속 깊이 박혔다.

 

그는 처참하게 비명을 지르며 몸이 충격으로 비틀거리며 세 걸음 뒤로 물러났고 손에 든 염왕판을 집어던지자 한 줄기 섬광이 곧장 천리독행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는데 기세가 맹렬하고 빠른 것이 분명 모든 것을 걸고 던진 일격이었다.

 

천리독행은 상대방이 뜻밖에도 이런 한수를 쓸 줄은 생각지도 못해 잠시 멍한 사이에 섬광이 이미 몸 앞 일척도 안 되는 곳까지 다가와 다시 걸음을 옮겨 몸을 날리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급한 중에 기지를 발휘하여 몸을 뒤로 젖히며 '금리도천파(金鯉倒穿波)'라는 초식을 펼쳐 삼 장여를 쏘아져 나가고 나서야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그의 임기응변이 빠르고 절묘하긴 했지만 염왕판이 이미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 머리에 두른 두건이 한 조각 잘려 나갔고 자신도 모르게 놀라 식은땀이 흘렀다. 그가 몸을 일으켜 살펴보니 활염라 구찬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구찬은 병기로 공격을 가하고 천리독행이 초식을 피하는 틈을 타 이미 몸을 빼내 달아난 것이 분명했다.

 

천리독행이 정신을 집중하여 탐색하고 있는 사이 갑자기 담 밖에서 한바탕 휘파람 소리가 들렸는데 그 소리는 10장쯤 되는 곳에서 나더니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며 이 공터를 한 바퀴 돌았고 이어서 10여 개의 검은 그림자가 어지럽게 담을 넘어 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구찬이 데려온 사람들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풍뢰방의 군호들이 뒤이어 쫓아가 막 담에 올라 신형을 똑바로 잡으려는 데 갑자기 방자(梆子) 소리가 울리더니 사방에서 무수한 화살이 잇달아 날아왔다. 이에 놀란 중인들은 급히 지면에 떨어져내려 담 모퉁이로 물러났다.

 

군호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을 때 갑자기 구찬의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은 이제 모두 독 안에 든 자라와 같으니 일찌감치 손에 든 병기를 내려놓고 노부를 따라 왕부로 가자. 그렇지 않으면 잠시 후 관군이 도착해 모두 죽을 것이다."

 

육검평은 낭랑한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패군의 장수와 그 수하들이여, 입으로만 위세를 부리지 말고 실력이 있으면 어디 한번 발휘해 보거라!"

 

"그렇다면 어디 한번 지켜보고 있거라!"

 

쌍방은 한동안 침묵이 흘렀고 그 고요함에 사람들은 조금 놀랐다.

 

풍뢰방의 사람들은 이렇게 시간을 끌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먼저 이독공독(以毒攻毒)의 방법을 쓰기로 결정했다. 왜방삭 동초와 천리독행이 두 팀으로 나뉘어 앞장서서 철련자와 원앙탄으로 화살 진을 뚫고 육검평과 은시대붕이 뒤를 끊어 중인들을 보호하기로 했다.

 

천리독행은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양손에 철련자 두 개를 쥐고 먼저 동쪽으로 담을 넘었다.

 

또다시 방자 소리가 울리며 긴 화살이 마치 메뚜기 떼처럼 빽빽하게 날아왔다.

 

천리독행은 양팔에 공력을 운용해 손바닥에 힘을 모아 '만천화우(滿天花雨)'라는 암기 수법으로 철련자 두 개를 뿌렸다.

 

한바탕 금철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나더니 불꽃이 튀면서 화살과 철탄이 어지럽게 땅바닥에 떨어졌다.

 

천리독행은 급히 경공 신법을 펼쳐 한바탕 바람처럼 앞으로 돌진했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발로 땅을 찍고 몸이 삼 척 높이로 떠올랐을 때 마치 폭우처럼 쏟아지는 상대방의 쇠뇌가 다시 빠르게 쏘아져 왔다.

 

그는 두 손을 떨치자 또다시 불꽃이 터지며 몇 번 '땅땅' 소리가 나더니 다시 조용해졌다.

 

공격을 피해 몸이 떨어졌다가 다시 담을 올랐지만 담장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더더욱 공중으로 뛰어오를 수 없었다. 천리독행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몸을 날려 땅으로 내려왔다.

 

왜방삭 동초가 앞장서서 담장을 뛰어올라 양손을 들어 올리자 원앙탄이 이미 화살비 속으로 날아갔고 한차례 빙빙 돌더니 몸 앞 삼 척 주변에 있는 화살을 모두 떨어뜨렸다.

 

이삼 척 범위 밖은 막을 힘이 없었고 쇠뇌가 담을 넘어 어지럽게 공터에 떨어졌다.

 

그가 상황을 꼼꼼히 살펴보니 자신의 원앙탄 두 개만으로 분명 상대방의 화살 진을 막을 수는 있지만 내공을 운용하여 원앙탄을 조종해야 하기 때문에 동시에 경공을 펼쳐 돌진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사람이 돌진한다 해도 주변 삼 척 밖에는 틈이 없었다.

 

생각을 마치고 그 역시 힘없이 땅에 내려왔다.

 

육검평은 하늘을 바라보며 이때가 사경(새벽 1시~3시)이 다 되어 감을 알았고 조금만 더 지체하면 곧 날이 밝아져 성을 나가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발을 구르며 입속으로 희미한 신음 소리를 냈다:

"현재 상황이 매우 위급하니 모두가 힘을 합쳐 싸워야 합니다!"

 

이때 그는 연이은 싸움으로 인해 내상이 점차 악화되고 있었고 최고의 경공 신법인 '어검 비행(馭劍飛行)'을 펼치려면 정수한 내공이 필요했는데 그렇지 않으면 중기가 탁해져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도 없었다.

 

그는 고심 끝에 품속에서 설련 한 알을 꺼내 급히 복용하고 한편으로는 땅에 앉아 내공을 운용하여 상처를 치료했다.

 

설련은 상처를 치료하는 성약으로 입에 들어가면 진액이 생겼는데 그는 의술에 조예가 깊어 약력에 의지하여 '청맥법(清脈法)'을 운용하여 순식간에 온몸의 주요 혈도를 운행했다.

 

차 반 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그는 운공을 끝내 내상을 완치했을 뿐만 아니라 몸속에 숨어 있던 '구엽란지(九葉蘭芝)'도 설련의 도움으로 완전히 녹았다.

 

그는 벌떡 일어났다. 얼굴의 혈색이 좋고 눈동자에서는 신광이 반짝반짝 빛나며 사람들에게 살짝 속삭이고는 길게 팔을 뻗어 쉬려신검을 칼집에서 뽑아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

"내가 먼저 돌진하겠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이미 왜방삭 동초와 천리독행 두 사람의 뒤에 바짝 붙어 있었다.

 

왜방삭 동초는 몸을 날려 담 꼭대기로 올라가더니 원앙탄을 즉시 출수하여 상대방의 화살 진 속을 오가며 빙빙 돌며 사 척 이내의 화살비를 어지럽게 떨어뜨렸다.

 

극소수의 장궁이 빗나가 날아오더라도 천리독행의 철련자에 맞아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는 민가의 지붕을 따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고 육검평 등 여러 사람들도 걸음을 재촉하여 그의 뒤를 바짝 따랐다.

 

활을 쏘는 곳까지 약 육칠 장 정도의 거리가 남자, 쇠뇌의 기세가 점차 강해져 더 이상 나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육검평은 상황을 파악하고 하늘을 향해 소성(嘯聲)을 냈는데 그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져 귀청이 떨어질 것 같았다.

 

갑자기 두 발로 땅에 찍더니 그는 이미 칠 장 높이로 날아올라 공중에서 번개처럼 한 바퀴 돌며 몸이 마치 유룡(游龍)처럼 화살 진 속으로 쏘아져 들어갔고 쉬려검을 휘두르자 검망(劍芒)이 삼 척이나 길게 뻗치며 눈부시게 빛났다.

 

한 줄기 섬광이 공중에서 빙빙 도는 것이 보였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몇 장이나 움직였는지 육검평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갑자기 화살 진 속에서 연달아 처참한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피가 분수처럼 사방으로 튀었다.

 

간혹 몇 자루의 긴 화살이 그림자를 향해 쏘아졌지만 그저 맹목적인 발사에 불과했다.

 

육검평이 한 바퀴 돌자 처참한 비명 소리가 계속해서 일어났고 몇 번 휘두르지도 않았는데 이미 땅에는 잘린 팔다리와 귀신이 곡하고 신이 슬퍼할 지경이었다.

 

그들은 이런 경천동지하고 귀신도 울고 갈 검식을 들어본 적도 없었기에 눈앞에 널린 잘린 팔다리와 시체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감히 꾸물거릴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한바탕 바람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육검평은 공중에서 아홉 바퀴를 돌고 숨을 고르려 할 때 신형이 빠르게 아래로 떨어졌다.

 

이때 중인들은 화살 진에서 이미 백 장 정도 떨어져 있어 모두들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일자검 관용과 철비금도 진건태 두 사람은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아 경공을 펼칠 수 없었기 때문에 일행은 지름길로 서둘러 달려갔다. 육검평은 쉬려신검을 손에 쥐고 뒤를 지켰다.

 

갑자기 뒤쪽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말발굽 소리는 콩을 볶는 것처럼 멀리서 점점 가까워졌는데 알고 보니 뒤에서 급하게 쫓아오는 것이었다.

 

육검평은 뒤로 돌아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당신들은 빨리 가시오. 뒤에서 추격해 오는 인마는 내가 잠시 막아보겠소!"

말을 마치고는 검을 가로로 들고 그 자리에 섰다.

 

말발굽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소리로 보아 십여 기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가까이 다가오더니 선두에 있던 네 필의 말이 모두 사람이 일어서듯 일어나더니 갑자기 기세를 꺾었다.

 

육검평은 그제야 앞에 있는 네 필의 말 위에 우뚝 앉아 있는 네 명의 칼을 든 호위를 알아볼 수 있었는데 나이는 모두 사십 대쯤이었고 두 눈에 신광이 반짝반짝 빛나고 태양혈이 높이 솟아 있어 한눈에 내외공이 모두 깊은 기초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운데 왼쪽에 있던 호위가 두 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협께서는 잠시 멈추시오. 이번에 가친왕부에서 사람을 잘못 고용하여 왕부의 명예를 훼손시킨 일에 대해 각하 등에게 심심한 동정을 표하는 바입니다. 오늘 밤 여러 사람을 규합하여 포위 공격한 것에 대해서는 이미 사건의 당사자를 체포하여 심문을 기다리고 있소. 다만 인명은 하늘에 달려 있고 경기(京畿)의 중지에서 어찌 이렇게 경솔하게 광폭할 수 있겠소. 그래서 특별히 저희를 보내 소협과 상의하고자 하는 일이 있소."

 

육검평도 사태가 엄중함을 느끼고 정색을 하며 말했다:

"저희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손을 썼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으니 왕야께서는 어떤 분부를 내리실 지 고명하신 의견을 청합니다."

 

오른쪽에 있던 한 명이 말했다:

"이 일은 왕야께서도 모두 알고 계시며 동시에 소협등 여러분께 전혀 악의가 없소. 황성의 중지라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방관이 조사를 시작하면 왕부조차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소협께서 뒷수습을 해주시기를 청하는 것이오."

 

이는 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그를 남겨 관부에서 처리하도록 하려는 것이 분명했고 이렇게 되면 풍뢰방은 즉시 와해되어 끝없는 화란(禍亂)을 초래할 것이 뻔했다.

 

하지만 왕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사실 불가능했고 구찬 등에게 죄를 추궁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주모자로 사실 응당한 벌을 받아야 할 자들이었고 자신이 이때 연루되면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길까 두려웠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문득 몸에 지니고 있던 옥패를 떠올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제가 왕야를 한 번 만나 뵙고 작은 마음을 아뢰고 싶으나 때가 이미 늦어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두 눈으로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갑자기 군중 속에서 한 필의 말이 튀어나왔고, 그 말 위에는 용모가 온화하고 점잖으며 귀한 티가 나는 노인이 앉아 있었다. 그는 낭랑하게 웃으며 말했다:

"본작(本爵)이 여기 있으니 협객은 할 말이 있으면 모두 말해 보시오."

 

육검평은 눈앞의 노인이 대략 가친왕(嘉親王) 본인임을 짐작하고 급히 몸을 숙여 예를 올리며 말했다:

"좌우를 물리쳐 주시면 제가 한 말씀 아뢰겠습니다!"

뜻이 매우 간곡했다.

 

노인은 손을 들어 뒤에 있는 사람들을 제지했다.

 

육검평은 즉시 품속에서 옥패를 꺼내 두 손을 높이 들며 말했다:

"왕야께서는 이 물건을 알아보시겠습니까!"

 

가친왕은 옥패를 보자마자 그것이 지금의 황제가 일상적으로 패용하는 물건임을 알았지만 이 패가 어떻게 상대방 소년의 손에 들어갔는지는 알지 못해 한동안 멍해졌다.

 

육검평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그동안의 경위를 대략 설명하고 왕패를 건넸다.

 

가친왕은 옥패를 받아들고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 일은 본작이 너무 의심했던 것 같으니 조회 때 스스로 사정을 아뢰면 무방할 것이오. 소협의 재능이 세상을 덮을 만하니 꺼리지 않는다면 부중으로 와서 한번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육검평은 몸을 숙여 절을 하며 말했다:

"제가 무슨 덕과 능력이 있다고 왕야께 이렇게 중히 여겨지겠습니까? 훗날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부중을 찾아뵈올 것입니다. 지금은 급한 일이 있어 먼저 가보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포권하며 읍을 한 후 몸을 돌려 서쪽으로 달려갔다.

 

육검평은 가친왕과 작별하고 능허보를 펼쳐 서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순식간에 서편문을 지나 몸을 돌려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때는 오경이 이미 지났고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으며 교외에서 아침 시장을 보러 가는 행상들이 어깨에 짐을 메고 속속 성 안으로 몰려들어오고 있어 길도 점점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경공을 펼치면 행인들이 주목하고 세상을 놀라게 할까 봐 즉시 걸음을 늦추었지만 수하들의 안위가 걱정되었기에 마음이 급해 걸음걸이도 보통 사람보다 훨씬 빨랐다.

 

인시(寅時)가 막 지났을 때 그는 대불사로 돌아왔다.

 

인원수는 세어보니 일자검 관용과 진건태 두 사람이 부상을 입은 것 외에 네 명의 향주가 현장에서 전사하여 손실은 그리 크지 않았다.

 

육검평은 본래 천성이 솔직한 사람으로 방파의 수하들을 모두 평등하게 대하였으므로 모든 방파 상하의 존경을 받았다. 지금 사상자가 생긴 것을 보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어 안색이 무거워졌다.

 

그래도 역시 나이가 많고 경험이 풍부한 왜방삭 동초가 먼저 이 무거운 분위기를 깨고 하하 웃으며 말했다:

"맹수등 여러 사람들이 이번에 전력을 다해 우리를 암습하였으나 결과적으로 패가망신하였으니 그들이 다시는 감히 우리에게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