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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武俠小說)/거검회룡(巨劍回龍) - 蕭瑟

第三章 교입호혈(巧入虎穴)

by 少秋 2024. 5. 4.

 

第三章 巧入虎穴

 

 

이때 동굴 안에는 횃불이 일제히 켜져 방향을 매우 또렷하게 볼 수 있어 경공 신법을 펼칠 수 있었다.

 

그는 마음이 불타는 것처럼 급해 있는 힘을 다해 미친 듯이 달렸고 속도는 놀라우리만치 빨랐다.

 

근 백 장 가까이 날듯이 달리자 발밑이 갑자기 약간 차갑고 축축하게 느껴졌다.

 

몸을 굽혀 살펴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아' 하는 소리가 나왔다. 앞쪽에서 많은 물이 끊임없이 엄청난 속도로 밀려오고 있었다.

 

이 물은 너무 갑작스럽게 들이닥쳤는데, 마침 동굴 입구가 파괴되고 바위가 무너져 막힌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물에 잠겼다. 동굴 벽의 암석을 살펴보니 평소에 물에 젖었던 흔적은 없었다.

 

설마 이것이 사람이 한 짓일까?

 

적들이 동굴 입구를 파괴한 뒤 다시 물을 끌어들여 잠기게 한 것일까?

 

그가 비록 초인적인 지혜를 가졌지만 이때는 그도 속수무책이 되었다.

 

잠시 뒤 졸졸 흐르던 물이 모여 거센 급류를 이루었고 '쏴쏴'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동굴에 메아리쳐 상황이 매우 무서웠다.

 

그는 정신을 집중하여 속으로 생각했다:

"앞쪽에는 물이 이미 잠겼으니 분명히 다른 출구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물살이 세차고 급하니 결코 작은 물줄기가 임시로 모여 이렇게 큰 물줄기를 이룰 수는 없다. 보아하니 앞쪽에 분명히 작지 않은 구멍이 있을 것이다!"

 

생각이 속으로 스쳐 지나자 그는 서둘러 물을 밟으며 앞으로 급히 나아갔다.

 

이때 물은 이미 높이가 일 척 남짓하게 차올라 종아리 윗부분까지 잠겼고 급하게 달리느라 적지 않은 방해를 받았지만 그는 여전히 있는 힘을 다해 앞으로 돌진했다.

 

약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물살이 갑자기 더욱 강해지고 충격도 점차 강해져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도 느려졌다.

 

급류는 점점 사나워져 거대한 파도처럼 솟구쳐 밀려들었고 물보라가 튀며 '콰르릉'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수위가 어깨까지 차올랐을 때 육검평도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고 급히 용기를 내어 계속 앞으로 돌진했다.

 

하지만 물의 힘이 너무 강해 두 다리에 힘을 주기 어려웠고 그가 비록 내공이 화경(化境)에 들었지만 수공에는 아무 것도 몰랐기 때문에 오로지 순수한 내공에만 의지하여 거센 물살을 향해 곧장 헤엄쳐 나아갔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욱 느려졌다.

 

갑자기 거대한 광류가 솟구치며 밀려와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에 그의 몸 전체가 뒤로 일 장 정도 밀렸다.

 

그는 급히 천근추(千斤墜)를 사용하여 두 발로 아래를 향해 찍어갔다. 그러자 '훅'하는 소리와 함께 온몸이 머리까지 물에 잠겼지만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 알고 보니 수위가 이미 그의 머리 위까지 차올랐던 것이었다.

 

그는 기를 일으켜 몸을 가볍게 하여 물의 부력을 이용해 몸을 수면 위로 띄웠지만 또다시 몇 장이나 밀려났다.

 

이때 그의 몸은 아무것도 의지할 것이 없었고 기를 일으켜 몸을 가볍게 하는 내공에 의지해 수면에 떠다니며 물을 따라 동굴 안으로 흘러갔다.

 

물살은 여전히 끊임없이 밀려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온 산동굴이 가득 차 밖의 수원 위치가 동굴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면에서 기를 일으켜 몸을 가볍게 하는 것은 시간상 절대 오래 버틸 수 없었고 동시에 그의 얼굴은 이미 동굴 천장 암벽에 닿았고 귀는 이미 물에 잠겨 상황이 실로 극단적으로 위험했다.

 

그는 온갖 머리를 짜내 위험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았다.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천외진경(天外真經) 가운데 상처를 치료하는 '귀식대법(龜息大法)'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고 전신의 호흡을 멈추고 오로지 심맥만 유지하면 위급한 상처가 번지지 않게 해주는 것이었다.

 

비록 이 방법은 짧은 시간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눈앞의 급한 상황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단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는 급히 단전의 진원지기를 운용하여 먼저 전신의 혈도를 막고 다시 일주천하여 호흡을 멈추고 영대심지(靈臺心智)를 보호하니 이미 혼미한 상태에 빠져들었고 몸도 반쯤 물에 떠 있는 채로 멈추었다.

 

약 반 시진이 지나자 물살은 더 이상 계속해서 밀려오지 않고 거의 정지된 수준이 되었다.

 

잠시 후 물살은 차오르던 동굴 입구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경미하다가 한 척 남짓하게 물러났을 때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하더니 빠르게 아래로 흘러갔다.

 

육검평의 몸은 한바탕 빙글빙글 돌다 빠른 물살에 실려 동굴 밖으로 미끄러져 나와 강둑에 누웠다.

 

그는 크게 숨을 들이쉬어 기를 이끌어 피를 순환시키고 경맥을 뚫어 스스로 온몸의 혈도를 뚫고 일어섰다.

 

눈을 뜨고 눈앞의 상황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앞에는 넓은 강바닥이 보였고 강물은 이미 조수를 따라 낮아져 강의 가운데에 작은 줄기만 졸졸 흐르고 있었다.

 

연이어 강어귀에는 안개가 자욱한 망망대해가 보였다.

 

그가 주변의 지세를 자세히 살펴보니 바로 구강(甌江)의 출구로 귀운장에서 약 백 리 이상 떨어져 있었다.

 

알고 보니 적들은 그가 동굴 안에 갇혀 있는 것을 보고 구강 수로의 한쪽을 막고 밀려오는 조수를 동굴 안으로 이끌어 가득 채워 넣어 육검평의 공력이 아무리 높아도 벗어날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 치밀한 계책 중 한 가지를 소홀히 하여 육검평이 일생 동안 기이한 인연을 만나고 의술이 신통하다는 것을 어찌 알았겠는가. 특히 체내 각 부분을 유지 보호하는 기공에 독특한 조예가 있다는 것을 몰랐으며 조수에는 시한이 있었고 '귀식대법(龜息大法)'은 비록 몇 시진만 연장할 수 있었지만 때마침 유용하게 쓰였으니 그들이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그는 적들이 비열하고 악랄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라 몸에 걸친 옷을 비틀어 말린 후 몸을 날려 강을 건너 인가가 드문 마을과 울창한 숲의 오솔길로 걸어가며 조금이나마 단서를 찾아 일자검 관용이 실종된 방향을 계속 추적하기를 바랐다.

 

석위촌(石衛村)은 작은 어촌이지만 바다로 나가는 중요한 길로 상업이 매우 번성하여 주민이 천 가구 이상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하였으며, 민풍(民風)이 소박하고 평소 안정되고 즐겁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한빙궁이 남하하여 귀운장을 점령한 이후로는 이곳에 분타를 설치하고 옥환도(玉環島) 동령궁이 직접 지휘하였다.

 

이때는 이미 황혼녘이 가까웠고 그는 동굴에 갇혀 거의 하루를 보냈기 때문에 뱃속에서 이미 배고픔을 느껴 거리로 나와 객잔을 찾아 식사를 하고 쉬며 겸사겸사 근처의 상황을 물어보려고 했다.

 

원래 이때는 등을 켤 시간이어서 모든 객잔과 주루의 점소이들은 모두 문 앞에 서서 공손히 손님을 맞이하고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육검평의 옷차림과 풍채를 보자마자 하나같이 안색이 굳어지며 완곡하게 거절하며 이미 손님이 가득 찼으니 다음 집으로 가보라고 말했다.

 

그는 연달아 몇 집을 물어보았지만 대답은 모두 똑같은 말투였다.

 

온 마을에 하나의 거리밖에 없었는데 이때 그는 이미 다 물어보았으니 저도 모르게 마음에 걸리는 바가 있어 속으로 생각했다:

"이곳에 적들이 매복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내 행적이 이미 발각되었을 것이니, 더 분명히 물어보면 결국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이대로 돌아가면 마음이 편치 않고 일자검 관용에게도 더욱 미안하니 차라리 암중에 탐색을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 이곳에 적들의 시선이 있을 테니 종적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한 작은 주점에서 아무렇게나 익은 음식을 사서 마을 밖 밀림으로 걸어갔다.

 

이경(二更)이 지난 후 그는 경공을 펼쳐 마을 안으로 달려갔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서 풍뢰문의 암호를 준비하고 일부러 발걸음을 무겁게 하며 몸을 솟구쳐 뛰어오를 때 약간의 소리를 냈다.

 

반 바퀴를 돌자 등 뒤에서 '삭삭'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틀림없이 누군가 쫓아오고 있음을 알고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뻐하며 신형을 더욱 느리게 했다.

 

'삭삭'하는 소리가 커지며 청각으로 추측하건대 대략 오장(五丈) 이내로 들어오자 재빨리 신형을 날려 화살처럼 처마 밑으로 숨었다.

 

갑자기 자신의 뒤쪽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달려왔는데 그들이 오르내림을 보니 공력이 매우 평범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돌진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몸을 돌려 처마 아래로 돌아와 이구동성으로 '헉' 하고 놀라더니 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

"정말 이상하네, 분명히 앞에 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네. 그의 몸놀림이 빠르지 않았는데 설마 땅속으로 파고 들어갔단 말인가!"

 

"그의 생김새와 옷차림을 보니 위에서 알려온 것과 똑같은데 경공신법과 알려진 적괴의 공력과는 너무 차이가 크니 궁에 보고하는 것이 좋겠어."

 

다른 한 사람이 대답했다:

"그렇게 호들갑 떨지 마. 적괴 본인은 이미 동굴에 빠져 물에 흠뻑 잠겼을 테니 지금쯤이면 이미 해룡왕(海龍王)에게 보고하러 갔을 거야."

 

"그렇게 말할 게 아니라 적괴의 공력은 심오막측하니 만에 하나 동굴에 갇혀 있지 않고 조류를 따라 빠져나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은 항상 신중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으니 우삼(尤三)을 섬에 보내 보고하는 것이 더 안전할 것 같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 그러면 우리가 많은 부담을 덜 수 있겠어."

 

두 사람은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근처를 한 바퀴 순시한 후에야 비로소 마을로 돌아갔다.

 

육검평은 이곳이 적들이 배치한 세력 범위라는 것만 알아냈을 뿐, 도대체 어디인지는 파악하지 못했고 그들이 말한 섬은 또 어디에 있는 것인가? 일자검 관용이 섬으로 잡혀간 것은 아닐까? 그들이 사람을 보내 섬에 보고하러 가는 틈을 타 따라간다면 오히려 편리한 일이 될 것이다.

 

마음속으로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소리 없이 두 사람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

 

얼마쯤 걸어 두 사람은 꽤 넓은 장원으로 들어갔다.

 

육검평은 그늘진 곳에 숨어 기다렸다.

 

과연 잠시 후 대문 안에서 건장한 사내가 빠른 걸음으로 강변으로 달려갔다.

 

이때는 달빛이 희미하고 별이 드문드문 뜬데다 바닷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마음속까지 상쾌하고 세속을 벗어난 느낌이 들었다.

 

그 사내는 작은 봉선(篷船) 앞으로 다가와 닻줄을 풀고 막 배 위로 뛰어오르려고 했다.

 

별안간 이 장(二丈)쯤 떨어진 나무 그늘 아래에서 '푹푹' 하는 커다란 소리가 들리더니 마치 무거운 물체가 강물에 떨어진 것처럼 물보라가 높이 일었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큰 나무 아래로 가서 살펴보니 수면에 잔물결만 일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육검평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 줄기 실처럼 가볍게 배 위로 뛰어내렸다.

 

건장한 사내는 물속을 잠시 들여다보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고서야 자신의 이번 임무를 떠올리고 몸을 돌려 닻줄을 잡고 작은 배 위로 뛰어올라 바다 쪽으로 저어갔다.

 

배는 쏜살같이 달렸고 육검평은 선실에 엎드려 쏴쏴 하는 물소리만 희미하게 들었을 뿐인데 이 장한의 배를 모는 솜씨가 매우 능숙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봉선은 바다 위를 달리면서도 여전히 안정적이었고 가끔 큰 파도를 만나면 배가 약간 흔들리며 물보라가 조금 튀었지만 다시 앞으로 빠르게 나아갔다.

 

대략 한 시진쯤 지나고서야 비로소 배는 점차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는데 수많은 암초와 바위 사이를 구불구불 지나가는 듯 끊임없이 좌우로 회전하며 때로는 물속의 암초에 부딪쳐 '펑펑' 하는 작은 소리를 내기도 했다.

 

갑자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오는 배는 어느 분타의 친구인가, 한밤중에 이곳에는 무슨 일로 왔는가?"

 

건장한 사내는 몸을 빼서 갑판 위로 뛰어올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석위촌 분타에서 긴급한 일이 있어 궁주님께 직접 보고해야 하니 부디 배를 들여보내 주십시오."

 

"따라오시오!"

배는 다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고 몇 번 모퉁이를 돌자 배는 이미 정지하고 모래톱으로 운전해 들어갔다.

 

높은 곳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를 세우고 검사를 기다리시오!"

 

"당주님께 아룁니다. 석위촌 분타에 긴급한 일이 있어 궁주님께 직접 아뢰어야 하니 제가 대담하게 배를 들여보냈사오니 당주님의 처분을 바라옵니다."

말소리가 앞에서 배를 인도하던 배에서 들려왔다.

 

알고 보니 이곳이 바로 입구의 관문이었다.

 

그 우렁찬 목소리가 약간 '어' 하고 말했다:

"배는 씻었는가?"

 

"제가 감히 제멋대로 할 수 없으니 당주님께서 살펴봐 주십시오!"

 

우렁찬 목소리가 또 말했다:

"진귀재(陳貴才), 네가 내려가서 살펴봐라, 간세(奸細)가 섞여 들어오지 않도록!"

 

"네!“

또 다른 목소리가 대답하더니 이어서 '착착착' 하는 발소리가 뱃머리 쪽으로 다가왔다.

 

이때 배를 끌고 들어왔던 초병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진형이 길을 안내해 주시고 저는 또 초소로 돌아가 봐야 합니다."

 

배의 몸체가 흔들리며 쏴쏴 하는 물소리가 뒤따랐다.

 

육검평은 배를 씻는다는 말을 듣고 선실을 검사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재빨리 사지를 움직여 기를 모으고 허리를 비틀자 몸이 평평하게 뜨더니 순식간에 갑판 아래에 닿았다.

 

오른쪽 발끝으로 벽의 판자를 딛고 오른손을 뻗어 갑판 틈새를 잡고 왼쪽 발로 차며 공중제비를 돌아 마치 벽에 붙은 호랑이처럼 갑판 바닥에 찰싹 붙었다.

 

뱃머리가 약간 흔들리더니 갑판이 이미 열렸고 밖에서 불빛이 번쩍이더니 '탁' 소리와 함께 다시 닫혔다.

 

또각또각하는 발소리가 점점 멀어져 가더니 잠시 후 남은 두 사람들도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육검평은 살짝 갑판을 들어 올리고 몸을 솟구쳐 선실로 올라갔고 두 개의 검은 그림자가 등산석도(登山石道)로 빠르게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알고 보니 이곳은 정면은 모래톱 일대이고 큰 돌로 깔린 등산로였는데 왼쪽은 울퉁불퉁하고 험준한 바위지대였다.

 

오른쪽에는 다섯 칸 간격으로 늘어선 긴 건물이 있었는데 창문에서 흔들리는 등불이 끊임없이 새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배를 검사하는 곳인 듯했다.

 

육검평은 앞에 있던 두 사람이 이미 십 장 밖으로 걸어 나간 것을 보고 급히 몸을 날려 등산로로 감히 곧장 올라가지 못하고 신형을 숨기기 위해 왼쪽 바위 사이로 가볍게 올라 교묘하게 몸을 날리며 검은 그림자가 있는 곳으로 곧장 떨어져 내려갔다.

 

앞에 있던 두 신영(身影)이 등산로의 끝에 이르자 호각을 한 번 불었고 또 한 줄기 흑영이 나타나 속삭이더니 진귀재(陳貴才)가 몸을 돌려 되돌아갔고 두 신영은 산기슭 오솔길을 따라 계속 안쪽으로 걸어갔다.

 

육검평은 그제야 그들이 석위촌에서 온 사람을 한 명씩 교대하면서 데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방비는 그야말로 매우 치밀했다.

 

그래서 그는 오는 내내 방심하지 않고 모두 은밀한 곳을 골라 멀리서 따라갔다.

 

이렇게 연이어 네 곳의 암장(暗樁)을 바꾼 끝에 앞에는 키가 작은 숲이 나타났다.

 

두 사람의 모습이 숲속으로 들어가려 할 때에야 비로소 그는 몸을 가볍게 하고 기를 모아 두 발로 힘껏 차올리며 빠르고 민첩하게 따라갔고 몇 번 오르내리더니 이미 번개처럼 두 사람의 뒤에 바짝 붙어 있었다.

 

숲속의 지세는 꽤 넓었고, 이리저리 돌아가는 사이에 때때로 사람의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이 보여 이곳의 경비가 삼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육검평은 기오(奇奧)한 경공 신법을 발휘하여 나뭇가지를 밟고 잎을 걷는 것은 솜털처럼 가볍고, 바람에 나부끼는 것처럼 움직이며, 몸이 닿으면 일어나니, 무림고수가 아니라면 이것이 사람이 나는 것임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너무 빠르게 날아다녀서 때때로 두 사람을 기다리기 위해 숲속에 몸을 숨겨야 했다.

 

숲을 빠져나와 산비탈 계단을 지나니 높은 곳에 우뚝 솟아 섬 전체를 굽어보는 거대한 궁전이 눈앞에 나타났다.

 

두 사람의 신영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육검평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따라 들어갔다.

 

이 궁전은 약 수십 무(畝)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맷돌만한 큰 거석으로 지어졌으며 공정이 매우 크고 궁전 앞에는 팔 척 높이의 현판이 세워져 있는데, '동령궁(東靈宮)'이라는 세 개의 금자가 쓰여 있었다.

 

육검평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기뻐하였다. 잘못 찾아왔는데도 적들의 소굴에 들어오게 된 것을 기뻐하였다. 일자검 관영은 필시 그들에게 이곳으로 잡혀 왔을 것이며 자신은 지금 사람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이니 결코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되며 먼저 확실한 내막을 탐지한 후에 행동해야 하고 암중에 일을 처리하는 것이 더욱 쉬울 수 있지만 허실을 탐지하려면 여전히 이 두 사람에게 달려 있으니 그들을 멀리 보낼 수 없었다.

 

생각을 마친 그는 급히 몸을 날려 담 위로 올라가 두 사람의 발소리를 따라 몸을 날렸다.

 

궁 안의 건축물은 크고 웅장했으며 방들이 즐비했다.

 

두 사람은 몇 번 방향을 바꾸더니 발소리가 사라졌다.

 

육검평은 몸을 낮추고 잠시 귀를 기울여 들어보았지만 여전히 요령을 얻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니 앞뒤가 모두 컴컴한 한 덩어리로 고요하여 조금은 으스스했다.

 

막 몸을 날려 내려가려 할 때 갑자기 가운데 대전에 일시에 등불이 밝아지고 사람의 그림자가 흔들렸다.

 

이어서 '댕댕댕' 세 번 종소리가 울리자 각 방의 인영이 어지럽게 쏜살같이 날아가고 무거운 발소리가 모두 대전으로 향했다.

 

육검평은 감히 태만할 수 없어 급히 경공을 펼쳐 혼란스러운 순간을 틈타 대전 앞 처마 아래에 몸을 숨기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대전 안의 발자국 소리가 겨우 멎자 육검평은 눈을 안으로 돌렸다.

 

이 한 번의 눈길에 그는 정말 놀라면서도 기뻐했는데 알고 보니 귀운장의 한빙궁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앉아 있었고 가운데에는 생소한 유령공자와 낯선 몇 명의 흑삼 노인이 있었다.

 

이때 정중앙에 앉아 있던 금강지(金剛指) 정걸(鄭傑)과 유령염라(幽靈閻羅) 등은 모두 안색이 무겁고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한 번 쳐다보더니 조용히 앉아 있었다.

 

유령염라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조금 전 석위촌(石衛村) 분타의 급보에 따르면 적의 어린놈이 이미 곤경에서 벗어나 이곳으로 왔을지도 모른다고 하니 특별히 야밤에 여러분을 소집하여 대책을 논의하고자 합니다."

 

오른쪽에 앉아 있던 흑의 노인이 말했다:

"이번 귀운장 전투에서 풍뢰문의 인원이 갑자기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고 사전에는 정말 예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지금 모두가 지친 상황에 한빙노인께서 즉시 달려올 수도 없으니 풍뢰문에서 전력으로 공격해 오면 실제로 맞서기 어려우니 위험을 무릅쓰고 항거할 수 있을 뿐입니다."

 

금강지 정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항거하는 것만으로는 방법이 아닌데 하물며 보고에 따르면 어린놈은 단신으로 쫓아왔다고 하니 만약 신속하게 손을 써서 제거할 수 있다면 풍뢰문의 나머지 사람들은 이 늙은이가 안중에도 두지 않소이다!"

 

"어린놈이 위험을 무릅쓰고 혼자서 온 것을 보면 필시 일자검 관영 때문일 것이오."

 

대막일수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맞소, 맞소!"

그리고는 다시 유령염라와 금강지 정걸 두 사람에게 귓속말을 한 후 서로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세 사람의 얼굴에 비로소 표정이 조금 풀렸다.

 

유령염라가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은 잠시 원래 위치로 돌아가 적들이 오는가를 엄중히 감시하고, 경보가 울리면 즉시 신호탄으로 경보를 알리시오. 만약 적들의 기세가 너무 강하면 즉시 태음루(太陰樓) 안으로 후퇴하면 안전할 것이오."

말을 마친 그는 다시 금강지 정걸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함께 일자검 관영을 태음루 꼭대기의 철롱(鐵籠)에 가두고 동정을 살펴보는 것이 어떻겠소?"

 

육검평은 마음속으로 몰래 기뻐하며 일자검 관영이 과연 이곳에 갇혀 있으니 이번에는 헛걸음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관용이 어떻게 정걸의 손에 떨어지게 되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원래 일자검 관영은 단독으로 동북쪽으로 적들의 종적을 쫓다가 오십 장 밖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번쩍하더니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 발밑에 힘을 주어 바짝 뒤쫓았는데, 줄곧 골짜기 아래까지 쫓아가 보니 눈앞의 바윗돌 앞에 있던 황초(荒草)가 모두 땅바닥에 짓눌려 쓰러져 있는 것을 보자 그도 강호의 노장인지라 상황을 보고 자연히 의심이 일지 않을 수 없어 막 동굴 안을 살펴보려 했다.

 

이때 금강지 정걸이 최후로 철수하느라 조금 늦어지는 바람에 동굴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미 뒤쪽에서 누군가 쫓아오는 것을 보았다. 적군과 아군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도망칠 수 없었던 그는 거석을 가리고 풀숲 사이에 몸을 숨겼다.

 

이때 일자검 관영이 혼자서 쫓아오는 것을 보고 풍뢰문의 사람들이 뒤따라올 것임을 짐작한 그가 어찌 감히 태만할 수 있었겠는가. 일자검이 동굴 입구에서 무방비 상태로 살펴보는 틈을 타 금강지공을 펼쳐 갑자기 습격했다.

 

관영은 소리를 듣고 경계하며 재빨리 몸을 날려 앞으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금강지공이 너무나 패도적이어서 그의 몸은 일장이나 앞으로 나아갔지만 지력은 여전히 따라붙어 쏘아져 왔다. 그는 허리가 마비되는 것을 느끼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다행히도 이 한 번의 도약으로 힘이 이미 십중팔구는 사라졌다. 만약 정말로 맞았다면 어디 목숨이나 부지할 수 있었겠는가!

 

일자검 관영은 정신을 잃은 후 이곳으로 끌려와 비동(秘洞)에 갇혀 있었다.

 

금강지 정걸은 유령염라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두 사람은 일어나 먼저 자리를 떴다.

 

이때 대전 안의 나머지 사람들은 일제히 원래 지정된 위치로 달려갔고, 순식간에 한 사람도 남지 않았다.

 

곧이어 등불이 꺼지자 거대한 전당은 또다시 죽음의 성처럼 고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