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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十章 반박귀진(返璞歸真) 본문

무협소설(武俠小說)/거검회룡(巨劍回龍) - 蕭瑟

第十章 반박귀진(返璞歸真)

少秋 2024. 1. 30. 12:58

 

第十章 返璞歸真
 
 
절강성 온주(溫州)
 
성 안은 며칠째 계속된 대설로 많은 여행객들 묶어놓고 있어 거의 모든 객잔이 초만원이었다.
 
이날 정오, 눈발이 날리고 찬바람이 삭삭 불어 성 안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큰 길에는 엄청난 눈이 깔려 있었고 새하얗게 눈 덮인 땅은 매끄러운 것이 마치 유리세계(琉璃世界)처럼 보였다.
 
눈발이 여전히 날리며 하늘하늘 떨어지고 있었다.
 
멀리서 종소리가 울리고 네 필의 건마가 한 대의 마차를 끌며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눈 위에는 희미한 바퀴 자국이 두 줄로 찍혀 있었고 곧 이어 다시 두 필의 빠른 말이 지나갔다.
 
말 위에는 두 명의 노인이 똑같이 은발을 휘날리고, 긴 수염을 휘날리며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같은 남포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고 회색빛 얇은 장화, 유일하게 구별되는 것은 왼쪽 노인은 머리에 금테를 두르고 오른쪽 노인은 은테를 두른 것이었다……
 
은시대붕은 긴 수염을 쓰다듬고 앙천대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 통쾌하구나! 통쾌해!"
그는 고개를 돌려 금시대붕에게 말했다:
"형님! 작년 대설로 산이 막혔던 때가 기억납니다. 우리들이 산에 칩거해 있으면서 재미없는 바둑만 두었는데 올해는 장문인을 만날 수 있어서 수십 년간의 갑갑함을 풀 수 있게 되었으니 어찌 통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금시대붕이 말했다:
"우리 장문인은 정말 염복이 많구나. 그렇게 예쁜 색시를 찾다니 하하! 이렇게 눈이 많이 내려 혼란스러운 날이어도 예전에 비해 훨씬 통쾌하구나."
그는 성벽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말했다:
"둘째야! 우리는 좀 빨리 가서 장문인을 대신해 좋은 객잔을 찾고 묘수시천 그 녀석이 왔는지도 확인해 봐야겠다!"
 
그들은 나는 듯이 말을 타고 눈 깜짝할 사이에 마차를 지나쳐 온주성 안으로 달려갔다.
 
그때 마찬 안에서 육검평은 여문에게 그 자신의 옛날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귀운장(歸雲莊)에 가서 그 분면검객(粉面劍客) 지천민(池天民)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되오. 왜냐하면 나는 이전에 맹세를 했었지요."
 
여문은 눈가의 눈물을 닦아내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세상에는 불평등한 일이 많이 있어요. 저는 예전에 늘 사부님으로부터 강호가 험악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저는 이것이 분명 틀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인성은 모두 이기적이에요. 그는 소봉(小鳳)이 당신을 좋아해서 질투를 했을 거예요. 당연히……"
그녀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지금도 여전히 소봉을 좋아하나요?"
 
육검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때 나는 어려서 아무것도 몰랐지요! 지금 또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누가 알겠소. 이런 일들을 지금 생각해보면 마치 빛이 바랜 꽃처럼 다시 또 속의 향기를 찾을 수 없을 것이오……"
 
여문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만약 소봉이 꽃봉오리처럼 예쁘고 게다가 향기롭다면, 당신이 그녀를 만나도 설마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건가요? 저는 청매죽마(青梅竹馬:소꿉동무) 때의 감정이 이렇게 빨리 잊힐 거라고는 결코 믿지 않아요!"
 
육검평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군요. 무슨 말을 해도 당신은 믿지 않을 거요. 생각해 보시오. 십여 세의 아이가 뭘 알겠소? 더군다나 나는 지금 당신이 있는데 소봉이든 아니든 그녀가 무슨 상관이오?"
 
그녀가 '치' 하면서 말했다:
"치! 제가 당신 거라고 누가 그래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 사부 독고자께서 내게 허락했소. 당신에게 영원히 나를 따라다니라고…… "
 
마부가 외치는 소리에 그는 말을 끊고 가리개를 열고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온주성에 도착했구려. 엄청 많은 눈이 내렸소. 지금도 여전히 멈추지 않는구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전에는 눈이 내릴 때 찬바람이 불면서 제 마음도 차가워져서 겨울이 되면 얼음이 얼기 시작해 줄곧 녹지 않았어요. 그러나 지금 눈을 보니 꽤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육검평이 말했다:
"한 사람의 기분은 그가 사물을 감상하는데 영향을 끼칠 수 있소. 지금 당신은 분명 자신의 마음이 얼어붙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오."
 
마차가 갑자기 멈추고 금시대붕이 창살을 두드리며 말했다:
"장문인, 도착했습니다."
 
육검평이 문을 열자 한줄기 차가운 북풍이 눈과 함께 불어왔다. 그가 마차에서 내려 말했다:
"바로 이 객잔에서요? 좌호법 당신은 그들을 봤소?"
 
금시대붕이 대답했다:
"그들은 이미 귀운장에 묵고 있습니다. 묘수시천, 이 녀석이 장문인을 위해 좋은 방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요 며칠 눈이 많이 내려 객잔이 모두 만원입니다. 그가 장문인을 위해 몇 칸의 방을 며칠 동안 남겨 두었습니다."
 
그가 마차에서 내려 보니 이 객잔도 작지 않았다. 문 앞을 깨끗이 청소가 되어 있었다. 두 명의 점소이가 그를 향해 허리를 굽히고 인사를 하며 말했다:
"공자님! 도착하셨습니다. 저희가 짐을 들겠습니다."
 
육검평이 말했다:
"이건 그럴 필요 없으니 너희들은 먼저 요리를 준비하고 좋은 차를 한 주전자 우려내와라! 아! 말들은 배불리 먹이도록 해라! 건초를 많이 준비해라."
 
이들 두 명의 점소이는 '예예' 하고 물러갔다. 그는 두 사람이 덜덜 떠는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감개무량했다. 그는 자신이 얼마 전까지도 마부 노릇을 하며 사람을 모셨던 기억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인생은 바로 투쟁이다! 좋은 운에 노력까지 더 하면 언제나 출세할 것이야……"
 
그는 여문을 향해 말했다:
"나오시오! 우리 점심 먹고 좀 쉬다가 다시 길을 갑시다."
 
여문은 옥소를 쥐고 마차에서 내려 육검평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약부금풍(弱不禁風: 약해서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 같은)의 여인처럼 보이나 봐요. 금은대붕 두 분 선배님들을 웃게 했네요."
 
은시대붕이 말했다:
"아가씨가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독고자 선배님은 우리 형제가 평소에 존경하던 분이셨습니다. 오십 년 전으로 기억하는데, 저희 형제가 스승님께 가르침을 받고 그녀의 소개로 천축(天竺)에 가서 명타대사(明陀大師)를 찾아가 금사장(金沙掌) 절기를 익혔습니다. 지금 아가씨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정말 늙은이들이 감당할 수 없습니다!"
 
금시대붕이 이어서 말했다:
"아가씨께서는 직접 저희들의 외호나 이름을 부르셔도 됩니다! 제발 노선배라고 부르지 마십시오. 저희는 진짜 곤란합니다."
 
육검평이 말했다:
"당신은 그들을 좌호법, 우호법이라 부르면 되오."
 
그들 일행은 객잔으로 들어가 문 입구에 다다랐다. 그러나 안에서 하하 하며 한바탕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거친 목소리가 말했다:
"내가 오랫동안 강절(江浙) 산천의 뛰어난 인재들을 우러러 왔는데 이곳의 아녀자들도 매우 아름답구만. 요 며칠 동안 예쁜 아낙네들을 한 명도 못 봐서 너무 답답했는데. 하하! 생각지도 못하게 오늘 내 안목을 넓혀 주는구나. 와! 손에 백소를 든 아낙네 당신이 와서 내 대신 노래를 한 곡 불러다오!"
 
육검평의 얼굴빛이 변하자 은시대붕이 이미 큰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안에 어떤 멍청한 놈이냐? 썩 나와 봐라!"
 
안에서 천둥 같은 괴성이 울려 퍼졌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밀려 젖혀지고 하나의 홍색 그림자가 휩쓸려 나오며 털북숭이 손바람도 여문의 얼굴을 향해 달려들었다.
 
여문은 가볍게 호통을 치며 옥소(玉簫)를 들어 점점이 성광(星光)을 뿌려대며 상대방의 '장문(章門)', '거궐(巨闕)', '기문(期門)' 등 세 군데 혈도를 덮쳐갔다.
 
그 사람은 여문이 무공을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번개처럼 엄습해 오는 초식을 보고 몸을 돌려 큰 소매를 날리자 조각조각 홍운(紅雲)이 그녀의 피리에 이르렀다.
 
여문을 옥소를 내리자 뒤이어 한 줄기 날카로운 소음을 내며 '성외비화(城外飛花)' 일식을 펼쳐 바로 그 사람을 방 안으로 되돌려보냈다.
 
홍영이 한 줄로 드리워지며 거대한 라마(喇嘛)승이 여문을 바라보고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아가씨! 너도 몇 수 할 줄 아는구나! 하하! 나, 대불(大佛) 어르신이 너 같은 여자를 제일 좋아하신다……"
 
육검평이 냉랭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
"너 까까중은 북경에서 왔느냐?"
 
그 라마가 말했다:
"맞아! 나 격등(格騰)은 신거대불(身居大佛)의 십대호법 중의 하나로 바로 북경에서 왔다!"
 
방안에서 홍영(紅影)이 번쩍하고 다시 한 명의 중년 라마가 나타났다. 그는 깜짝 놀란 눈으로 격등을 한 번 보고 즉시 눈빛을 여문에게 돌렸다. 그는 얼굴 가득 색욕에 차 있어 침을 흘리고 있는 입을 벌리고 웃으며 말했다:
"흐흐! 나는 격영(格梬)부처이며 파금대불(巴金大佛)의 십대호법이다. 소낭자! 너는 이 부처님과 환희선(歡喜禪)에 참여하겠느냐?"
 
은시대붕은 일찍이 멀리 천축에 이르러 명타대사로부터 무예를 익혀 그는 자연스럽게 환희선이 무엇인지 잘 알기에 듣자마자 화가 나서 그의 두 눈에 불길이 타올랐다.
 
그는 가볍게 꾸짖으며 말했다:
"너희들 두 개자식은 오늘 죽었어!"
 
그의 말이 끝나자 안에서 한 마디 꾸짖는 소리가 있었다:
"어디서 온 무법자길래 감히 우리 부처들께 위협을 가하느냐? 내 보니 네가 목숨을 아끼지 않는구나!"
 
노루 얼굴에 쥐 눈을 한 용모가 추악하고 교활하게 생긴 한 사내가 거만하게 걸어 나와 가슴을 치며 말했다:
"이 나리는 대내이급시위(大內二級侍衛) 백산원(白山猿) 후오(侯五)다. 너희 몇 놈들은 저 계집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죽어 마땅하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은시대붕이 한 걸음 나서며 음산하게 말했다:
"꼬마야! 넌 우리가 누구인지 아느냐? 흐흐! 죽기 전에 똑똑히 알아둬라. 이분은 '풍뢰문(風雷門)' 장문인 팔비금룡이시다. 이분은 옥관음(玉觀音)이시고 이분은 금시대붕이시다!"
그는 자신의 코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은 은시대붕 공손정각(公孫正玨)이시다!"
 
백산원(白山猿)이 말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그는 왼손을 재빨리 흔들자 은빛이 번쩍번쩍하며 괴이한 소리와 함께 후오의 머리를 향해 쪼개어 갔다.
 
후오는 이급시위의 직위에 있으므로 당연히 강호상에 팔비금룡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눈앞에 있는 나이가 겨우 약관에 잘생긴 젊은이가 '풍뢰문(風雷門)'의 장문인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가 놀라고 있을 때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울리고 은빛이 번쩍번쩍 하는 커다란 장영(掌影)이 이미 눈앞에 가득 차자 그는 놀라 소리쳤다:
"은사장(銀沙掌)!"
 
사람을 질식시킬 것 같은 장풍이 면전을 짓누르자 그는 두 무릎을 굽히고 아래로 다리를 날리며 몸을 위로 젖혀 주막을 날려 '삼양개태(三陽開泰)' 일식을 펼쳤다.
 
은시대붕은 흐흐 하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는 장백파(長白派) 출신이구나!"
 
그는 오른손으로 휘젓고 좌장이 밑으로 찍어가면서 일장으로 후오의 어깨를 쪼개버렸다. '우지직' 하는 소리가 나면서 그의 어깨뼈 전체가 바스러졌다.
 
후오가 비명을 지르며 말했다:
"부처님 살려주세요!"
 
은시대붕이 얼굴 가득 살기를 띠며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천왕노자(天王老子)가 와도 안 돼!"
 
그는 앞으로 나서며 장을 회수하고 오른손은 이미 상대방이 내찬 오른발을 잡고 좌장으로 상대방의 앞가슴을 찍으며 소리쳤다:
"가라!"
 
후오는 비명을 지르며 몸이 뒤집어져 나가며 땅에 선혈을 분출하고 격영(格梬)의 손에 부딪쳤다.
 
격등은 괴성을 지르며 말했다:
"너는 목단화상(木檀和尚)과 무슨 관계냐? "
 
은시대붕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나의 사제다. 까까중 너도 죽어야 한다."
 
격영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건 모르는 거다!"
 
그는 몸을 오척 뒤로 솟구쳐 양 팔을 들며 '천룡소우(天龍嘯雨)' 일식을 펼쳤다.
 
은시대붕이 크게 소리쳤다:
"원래 너는 전장(前藏) '천룡파(天龍派)'의 천룡대불(天龍大佛)과 무슨 관계냐? "
 
그는 말을 하면서도 두 손은 결코 한가하게 있지 않았다. 그는 몸을 기울여 왼손으로 반원을 그리며 비스듬히 휘둘러 상대방의 쌍장을 막았다.
 
격영이 말했다:
"천룡대불은 바로 이 부처님의 사부인데 네놈이 어찌 아느냐?"
 
은시대붕은 하하 하고 웃으며 말했다:
"네가 새외타협(塞外駝俠)을 아느냐? 나는 일찍이 그에게 나를 대신해 앞가슴에 혹이 난 중놈을 베어 죽이라고 했는데, 너는 큰 혹이 몸에 있느냐?"
 
격영이 '새외타협(塞外駝俠)'이라는 말을 듣고 놀라 얼굴빛이 변하며 격등을 향해 서장어로 한 마디 하고는 몸을 돌려 도주하려 했다.
 
은시대붕은 금시대붕에게 말했다:
"이 중놈이 바로 그 노인을 습격한 도둑놈이오. 형님께서 내 대신 그를 베어버리시오!"
그는 크게 소리치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금시대붕도 신형을 번쩍하며 격등을 향해 쫓아갔다.
 
'펑――' 하고 창문이 흔들리며 열리자 격영은 쏜살같이 뚫고 나갔다. 지붕에 떨어진 그는 큰 소매를 휘둘러 한 줄기 강맹하기 이를 데 없는 장력을 펼쳐 공중으로 뛰어오른 은시대붕을 억지로 땅에 착지하게 했다.
 
그는 광망하게 대소를 터뜨리며 몸을 솟구쳐 날아가려 했지만 누가 알았으랴 그가 바로 두 걸음을 내딛자 뒤에서 바람소리가 울리며 한줄기 백색 인영이 마치 유성처럼 그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눈앞이 캄캄해지자 쌍장을 미친 듯이 휘둘러 앞을 향해 공격하고는 발걸음을 돌려 도망갔다.
 
얼음처럼 냉혹한 콧방귀 소리는 마치 유형의 물체가 그의 고막에 부딪친 것처럼 그의 마음을 오싹하게 했다. 아직 두 번째 생각을 하기도 전에 눈앞에서 칙칙 대는 소리가 들리며 둥근 화홍(火紅)색의 태양이 만장금광(萬丈金光)을 쏟아내며 번쩍여 그의 두 눈을 뜰 수 없게 했다.
 
무지개 같은 검광이 번쩍이며 검기가 공중에 가득차자 '휙'하는 소리와 함께 육검평은 열일검을 갑자기 아래로 잘라댔다.
 
"아악――"
 
혈육이 사방으로 튀며 팔다리가 사방으로 떨어져 내렸다. 한 줄기 은빛 무지개가 이미 격영을 세 동강으로 베어버려 지붕에는 선혈로 가득 뿌려졌고 시체는 '퍽'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졌다.
 
육검평의 신형은 번개처럼 검식을 바꾸지 않고 번쩍하고 한 번에 육 장을 뛰어 마치 천신(天神)처럼 하늘 높이 날아올라 '일륜초승(日輪初升') 일식을 펼치자 검광이 번쩍거리며 무지개 그림자가 번쩍인 곳엔 이미 격등의 머리가 반이 쪼개져 있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앞가슴에도 동시에 금시대붕의 금사장에 적중되어 뜨거운 피를 쏟아내며 그의 커다란 몸은 이미 천정 안으로 떨어졌다.
 
검붉은 혈화(血花)가 새하얀 땅 위에 펼쳐졌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피의 흔적을 덮어버렸지만 과연 세상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덮을 수 있을까?
 
※※※
 
황혼.
 
십일월의 강남은 벌써 가을의 우울함을 떨쳐버렸고 찬바람이 불며 눈송이를 계속 흩날리고 있었다……
 
눈송이가 천천히 바람을 타고 떨어지고 있었다. 어둠침침한 하늘에는 황혼의 저녁놀이 없었고 두터운 구름이 빽빽이 쌓여 있어 어두침침한 것이 마치 사람의 마음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대지에 떨어진 눈송이는 마치 거위 털로 엮은 양탄자처럼 고요하고 평탄하게 깔리기 시작했다.
 
일망무은(一望無垠)의 설경은 지금은 아무것도 볼 수 없게 했고 대지는 이미 하얗게 묻혔다……
 
하늘을 스쳐가는 찬바람은 여전히 멈출 줄 모르는 눈송이처럼 쉴 생각이 없이 무자비하게 불어댔다. 미친 듯이 불어댔다……
 
설원에 몇 개의 흑영이 생기더니 비쾌(飛快)하게 움직이며 어지러운 자국이 말발굽 자국임을 알려준다……
 
과연 네 필의 거대한 준마가 바람을 타고 나는 듯이 달려왔다.
 
가까이 오자, 맨 앞의 영준표일(英俊飄逸)한 청년이 고함을 지르자 네 필의 말에 탄 사람들이 일제히 멈추었다.
 
그는 설백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이 겨울날 목에 은색의 모피만 걸쳤을 뿐이었다. 찬바람이 그의 옷소매를 흔들어도 그는 추위를 느끼지 않는 것이 마치 그가 눈 덮인 땅에 있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여문, 당신의 기마술이 이처럼 훌륭할 줄은 내 미처 몰랐소."
 
왼쪽의 밤색 말에 앉은 소녀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설마 당신만 탈 줄 알았나요? 내가 탈 줄 모른다고요?"
 
그녀가 이 말을 끝내자 뒤에 있는 두 필의 말에 앉은 사람 가운데 머리에 은테를 두른 백발의 노인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여 아가씨는 독고자 선배님의 애제자이신데 당연히 무엇이든 하실 수 있지요. 이것을 말할 필요가 있나요?"
 
여문은 여전히 흑포를 입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십 수 년의 습관 때문이었다. 일순간에 복식을 바꾸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육검평과의 관계 때문에 그녀는 흑포 위에 자색(紫色)으로 반짝이는 바람막이를 걸치고 있었다.
 
긴 머리카락은 물처럼 흘러내려 어깨 위에 가볍게 늘어뜨려져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몸을 숙이고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했다.
 
과거 찬 서리를 뒤집어썼던 얼굴은 지금 활발한 희열이 입가에 걸려 있고 붉게 물든 두 뺨은 젊음의 산뜻한 아름다움을 상징하고 있다……
 
그녀는 머리를 옆으로 비스듬히 기울여 헌앙(軒昂)한 육검평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지난 십여 년간의 외로운 생활에서 느껴본 적이 없는 행복감을 느꼈다. 설령 서거한 독고자가 그녀에게 자애로운 어머니처럼 애지중지하며 사랑을 주었어도 이렇게 달콤할 수는 없었다.
 
육검평은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보자 한그루의 거대한 소나무가 보였다. 마치 허리가 굽은 노인처럼 삶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고 등은 더욱 굽어졌다……
 
소나무 가지에는 많은 눈이 쌓여 푸른 솔잎들은 모두 눌려서 밑으로 늘어져 있었다. 때때로 찬바람이 스쳐 지나가며 적지 않은 눈을 떨어뜨렸다.
 
그는 이 백송나무를 바라보며 과거 일찍이 소봉과 소나무 아래에서 숨박꼭질 했던 것을 생각했지만 지천민이 귀운장에 온 뒤로 언제나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녀와 함께 놀 수 없었다.
 
그때 그는 맑았던 날을 똑똑히 기억했다. 그는 개천가로 책을 가져가 읽고 있었는데 나중에 소봉이 오고 곧이어 소나기가 내렸다.
 
그들은 이 거대한 소나무 밑으로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달렸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나는 지천민에게 혈도를 점혈당해 진흙탕에 쓰러져 추근단맥(抽筋斷脈)의 고통을 견뎌냈었다……"
그는 이를 갈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그를 토막내버릴 거야!"
 
그는 두 눈으로 눈 덮인 대지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의 고삐를 당기며 가자 지상에는 선명하게 두 줄의 말발굽 자국이 찍혔다. 눈을 돌려보니 다시 어지럽게 변했다. 왜냐하면 그의 옆에 있던 세 마리의 말도 이때 따라갔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거대한 소나무를 지나며 얼음이 언 작은 개울을 보니 개울 옆에 있는 청석이 하나 있었고 돌 위에도 한 겹의 얼음이 얼려 있었다.
 
그는 말에서 내려 천천히 손을 뻗어 돌 위의 얼음을 털어냈다. 그의 손은 얼음의 차가움을 느끼지 못했지만 마음속에는 따뜻한 느낌이 남아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어렸을 때 항상 책을 가지고 이곳 작은 개울 옆에 있는 이 청석 위에 앉아 하늘에 떠다니는 하얀 구름을 올려다보며 자신의 생각에 푸른 날개를 달고 광활한 창궁을 비상(飛翔)하던 것을 기억했다……
 
세월의 흐름은 그에게 더 많은 우울함을 가져다주었을 뿐이었다. 왜냐하면 그가 푸른 하늘의 하얀 구름 속에서 무엇인가 깨달은 것 같지만 또 막연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도 인생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나의 부드러운 손이 그의 뒤에서 뻗쳐와 그의 손을 덮었다. 그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여문이 애정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결한 웃음이 지금 그의 눈에 반짝여 그에게 큰 위안을 얻게 하였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예전에 늘 이곳에서 하늘의 흰 구름을 보면서 괴이한 문제들을 많이 생각했지만 나는 뜻밖에 당신을 만나 오늘 당신을 이곳에 오게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소."
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두 눈으로 그녀의 꽃 같이 예쁜 보조개를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맑고 깨끗한 눈동자 속에서 그의 마음속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만족스럽게 한숨을 내쉬며 날아다니는 눈송이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이 하늘에 떠다니는 눈송이처럼 인생은 운명의 안배에 따라 다양한 환경 속에 떨어지게 되어 두 송이의 눈이 허공에서 서로 접촉하니 그것이 얼마나 기묘한 일입니까. 모든 사람이 그렇듯 사전에는 몰랐지만 어느 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지난날이 뜻밖에도 텅 비어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죠."
 
육검평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진소유(秦少游) 작교선(鵲橋仙)에 나오는 '싸늘한 바람 찬이슬 속 만남이지만, 세상의 무수한 부부들보다 나으리(金風玉露一相逢,便勝卻人間無數)'라는 구절을 속으로 되새겼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늠름한 기개로 가득 찼다. 왜냐하면 그는 마음 전체가 이미 충실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일어서서 전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산비탈 뒤에 귀운장이 있습니다. 오늘 나는 반드시 그곳을 평지로 만들어버릴 것이오!"
 
그는 고개를 돌려 말했다:
"좌호법! 홍건십팔기가 모두 귀운장으로 들어갔는지 확인했습니까?"
 
금시대붕이 말했다:
"귀운장은 최근 강남의 각 성에 있는 흑백양도의 인물들을 초대하여 장 안에 모였습니다. 뭔가 큰 일을 하려는 것 같습니다. 묘수시천은 이미 정오에 장 안에 침투하였으니 반드시 이곳 안의 정황을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육검평이 흐흐 하고 차가운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요 몇 년 동안 나는 지천민의 모습을 언제나 나의 마음속에 기억되어 있소. 비록 그가 천하의 무림동도들을 초청하였더라도 나는 그를 죽일 것이오! 이것은 고려할 만한 것이 없소."
 
그는 마상에서 몸을 날리며 말했다:
"장원으로 들어 갑시다!"
 
말에 탄 일행 네 명은 얼어붙은 작은 개울을 건너 작은 산비탈까지 간 다음 쏜살같이 내달려 산비탈 아래에 있는 귀운장을 향해 갔다.
 
높은 돌담이 솟아 있고, 장원 앞의 출렁다리가 완전히 내려와 있고 눈처럼 밝은 빛이 이 겨울날의 밤을 장식하며 별들이 온 땅을 가득 채운 것 같았다.
 
육검평의 얼굴은 여전히 차가웠고 그는 선두에 서서 돌진해 내려갔다. 출렁다리 앞에 이르러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뛰어 들어갔다.
 
장원 앞에는 손에 장창(長槍)을 쥔 두 명의 장정(莊丁)이 서 있었고 또 다른 중년의 사내는 장원의 총관인 듯 장원 앞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육검평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이 중년 사내는 웃음을 머금고 다가와 말했다:
"이분 소협은――"
 
육검평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은시대붕이 목청을 돋구어 말했다:
"우리는 해남에서 왔소!"
 
이 중년 사내는 즉시 얼굴에 놀는 표정을 짓고 포권을 하며 말했다:
"저는 수산랑(搜山狼) 진웅(秦雄)이라고 본장의 서로 총관입니다. 알고 보니 여러분은 해남 오부자(梧桴子) 노선배님의 소속 문파에서 오셨군요. 멀리 마중 나가지 못했으니 용서하여 주십시오. 제가 바로 장주님께 가서 알리겠습니다……"
 
금시대붕이 말을 막으며 말했다:
"진 대총관, 그럴 필요 없습니다. 나는 청삼표객과 함께 왔습니다. 중도에 그가 일이 있어서 함께 오지는 못했는데 지금 그가 귀장에 이미 도착했는지 혹시 모르시오?"
 
수산랑은 '아' 하며 말했다:
"청삼표객이요? 고도 본장에 옵니까? 허허! 도대체 우리 장주님은……"
 
은시대붕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말이 그리 많냐? 임마! 우리는 배가 고파 죽겠는데 아직도 먹을 찾지 않고 여기서 뭐 굶어 죽으라는 거냐?"
 
진웅이 자신의 머리를 치며 말했다:
"네! 여러분 안으로 드시지요."
 
육검평이 장원 안으로 들어가고 진웅의 안내로 크고 넓은 건물 앞에 왔을 때 그가 고개를 들어서 보자 가로 현판에 '취영루(聚英樓)' 라는 글자가 크게 쓰여 있었다.
 
진웅이 말했다:
"여러분께서는 안에서 쉬고 계십시오. 저녁은 곧 보내오겠습니다. 저는 다른 손님들을 접대하러 장원 앞으로 가야 합니다!"
 
그가 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한 사람이 황급히 안에서 뛰쳐나오다 공교롭게도 그와 부딪친 것이었다.
 
진웅은 몸을 옆으로 틀며 왼손을 재빨리 뻗어 앞가슴을 막으며 그 사람의 오른손을 덥석 잡았다.
 
그의 손이 그 사람의 손목에 닿자 분노의 콧방귀 소리가 들려왔고 상대방의 손등이 뒤집히며 다섯 손가락이 갈고리와 같이 반대로 자신을 잡아당길 줄을 어찌 알았겠는가.
 
그가 마침 힘을 쓰려는데 갑자기 가슴의 단추가 열리며 일단의 차가운 물건이 안으로 스며들어와 갑자기 무슨 물건에 베어 물린 듯 가슴에 통증을 느꼈다.
 
상대방의 손이 느슨해지자 그는 비로소 누구인지 똑똑히 보았고 비명을 지르며 이미 쓰러져 죽었다.
 
홍색의 작은 뱀 한 마리가 그의 옷자락 느슨한 곳을 뚫고 나와 새빨간 혀를 날름거리며 그 사람의 수중에 있는 검은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
 
육검평은 고개를 숙여 수산랑의 전신이 검게 된 것을 보았다. 분명 독에 중독되어 죽은 것이었다. 그는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당신은 이 독물을 어디서 구했소? 또 왜 이 사람을 죽인 것이오?"
 
은시대붕이 하하 하고 웃으며 말했다:
"묘수시천 너 이 녀석 손이 항상 이렇게 많아. 보아하니 네 손을 잘라야겠다. 이 기이한 독물인 적련사(赤練蛇)는 또 어디서 훔쳐 온 것이냐?"
 
알고 보니 그 집 안에서 튀어나온 사람은 바로 묘수시천이었다. 이때 그는 상자를 닫고 육검평을 향해 말했다:
"장문인! 오셨군요. 소인은 이미 지천민이 당신이 말한 소봉 아가씨와 결혼한다는 것을 확인했고 게다가 그의 사부인 독신궁명도 '고적곡(枯寂谷)'에서 '비홍자(飛虹子)'를 파견하여 결혼 축하주를 마시러 여기까지……"
 
육검평이 말했다:
"뭐라고? 그가 독신의 제자라고? 그가 언제 독신의 문하에 들어갔지?"
 
묘수시천이 말했다:
"그는 수 년 전에 비홍자를 만났고, 비홍자를 통해 독신의 문하에 영입되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또 공동괴검의 기명제자(記名弟子)입니다……"
 
육검평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가 누구의 제자든 상관없소. 나는 그를 죽일 것이오. 이제 당신은 그 소봉이 어디에 있는지 내게 알려주시오."
 
묘수시천이 말했다:
"그녀가 저를 본 적이 있지만 저는 그녀에게 장문인께서 이미 여기에 오셨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육검평이 물었다:
"왜 그렇소?"
 
묘수시천이 오물거리며 말했다:
"이……"
그의 시선이 여문에게 돌려지며 말을 꺼내지 못했다.
 
여문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소봉 아가씨가 아직도 그를 그리워하는 가요? 더욱이 당신이 장문인을 찾아가는데 그녀를 데리고 가달라고 했나요?"
 
묘수시천이 난처한 듯 말했다:
"네……맞습니다. 그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육검평이 거리낌 없이 말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그녀를 누이동생처럼 여겼으니 당신은 그녀에게 내가 이미 이곳에 와 있다고 얘기하시오. 오늘 저녁 반드시 그녀를 구해낼 것이오."
 
묘수시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들은 이미 장원 안에 잠입했습니다. 장문인께서 충천포를 쏘시면 바로 학살이 시작될 것입니다."
 
육검평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렇게 처리하시오! 당신은 이 시신을 처리하시오!"
 
묘수시천은 수산랑의 시체를 들고 집 뒤로 달려가 눈 깜짝할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육검평이 말했다:
"두 분 호법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금시대붕이 말했다:
"일절 장문인의 명에 따릅니다."
 
육검평이 말했다:
"그러면 우리는 대청으로 갈 테니 두 분께서는 이곳에서 잠시 기다리고 계십시오."
 
육검평은 백포를 젖히자 그의 양 옆구리에는 각각 긴 보검이 한 자루씩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금시대붕의 손에서 길고 큰 헝겊으로 싸맨 막대기를 받아 들고 웃으며 말했다:
"이 '쉬려(淬厲)' 거검은 아마도 천하에 이것밖에 것이오. 지금 나의 공력으로도 여전히 그것에 적힌 삼대신초를 구사할 수 없소."
 
금시대붕이 말했다:
"쉬려거검(淬厲巨劍)은 일찍이 본문의 제이대 장문인인 '거검회룡(巨劍回龍)'께서 '천외신마(天外神魔)'를 벨 때 사용하신 검으로 검식을 펼쳐 단 일 초만에 상대방을 죽였습니다. 당시 검기가 하늘을 가득 메워 돌출된 절벽의 단단한 돌을 깎아냈지요. 그때 태산(泰山) 장인봉(丈人峰)에는 소림(少林), 곤륜(崑崙), 아미(峨嵋)등 삼대문파의 고수들이 있었습니다만 그들도 이 쉬려검의 신위(神威)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지요. 그러니 장문인께서 그것을 잘 선용(善用)해서 본문이 강호에 이름을 날리도록 잘 이끌어주십시오."
 
육검평이 몸을 굽혀 읍을 하며 말했다:
"검평은 훈시를 받들겠습니다."
 
금시대붕이 황급히 예를 표하며 말했다:
"장문인 이러시면 안 됩니다. 소인이 감당할 수 없습니다."
 
육검평이 말했다:
"내 최선을 다해 검법을 익혀 반드시 본문의 이름을 세상에 떨치겠소."
 
여문이 다정하게 말했다:
"요 며칠 밤 당신은 줄곧 검법을 열심히 수련했으니 나는 당신이 당시 '거검회룡(巨劍回龍)' 노선배님과 같이 반드시 천하제일검협(天下第一劍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육검평이 웃으며 말했다:
"강호의 은거지사(隱居之士)들은 모두 기인괴협(奇人怪俠)들입니다. 내가 어찌 천하제일검협이 될 수 있겠소?"
 
여문이 말했다:
"당신이 처음 지살곡에 왔을 당시 당신의 공력은 저와 비교해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겨우 하루 이틀 사이에 당신은 이미 반박귀진의 경지에 이르렀지요. 이런 빠른 진도로 보면 일 년 내에 세상에 아무도 당신을 대적할 수 없을 거예요."
 
육검평은 그녀의 격려를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반드시 그녀의 소망을 이루어 절대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갑시다! 지천민(池天民)을 보러 대청으로 갑시다."
 
그는 왼손에 검을 들고 허리에 끼고 여문을 데리고 들어갔다.
 
장원 전체는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적지 않은 집이 더 세워졌고 장원 전체에 홍등이 가득 걸려 눈 위에 비쳐지며 찬란한 빛을 내고 있었다. 아름다움이 극치에 이르렀다.
 
천천히 걸어가는데 길에는 많은 경장 차림의 사내들이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고귀한 풍모에 겁을 먹고 있어서 감히 몇 번 더 바라보지 못했다.
 
여문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예전에 이 장원에서 뭘 했어요?"
 
육검평이 말했다:
"겨울에 우리는 항상 불을 쬐거나 눈밭에서 뒹굴곤 했지요. 그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만족스러운 느낌을 갖게 했었지요. 왜냐하면 나는 어릴 때부터 구름더미에서 자고 싶어 했지요. 눈이 마치 구름 같았거든요."
 
여문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이 녀석이 마구 날뛰는 거 보세요. 줄곧 귀찮게 하는데 풀어줄까요?"
 
육검평이 말했다:
"이 괴상한 고양이는 오독괴마가 무슨 '여묘(蜍貓)'라고 부르던데 보물이 숨겨진 장소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코가 이렇게 긴 것을 보니 정말 보물이 숨겨진 장소를 찾을 수 있기는 한가 봐요. 당신이 잘 키워요!"
 
여문은 가죽 주머니를 풀고 그 여묘를 꺼내 손바닥에 놓고 그 부드러운 백모(白毛)를 가볍게 쓰다듬고 웃으며 말했다:
"제가 무슨 보물이 숨겨진 장소를 찾으려는 것은 아니에요. 전 단지 좋아할 뿐이에요."
 
그들은 걸으면서 얘기를 나누며 빠르게 대청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호탕한 웃음소리가 안에서 흘러나왔고 이따금씩 떠들썩한 소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었다.

《3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