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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三章 흑사려인(黑紗麗人) 본문

무협소설(武俠小說)/거검회룡(巨劍回龍) - 蕭瑟

第三章 흑사려인(黑紗麗人)

少秋 2024. 1. 5. 14:23

 

第三章 黑紗麗人

 

 

겨울날 잔잔한 석양이 대지를 비추고, 서늘한 찬바람이 계곡 바닥에서 불어오니, 공기 중의 한줄기 따뜻함도 찬바람에 실려 공중으로 날아가 소실된다.

 

마른 나뭇가지가 찬바람에 흔들리며 처량하고 쓸쓸한 정경을 나타내고 있다……

 

육검평은 건조하고 갈라진 황토 길을 날아올랐다. 그의 머릿속에는 줄곧 '성수도룡(聖手屠龍)'의 임종 시에 했던 그 말이 떠돌고 있었다. 그는 주먹을 힘껏 쥐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를 만나게 되면, 반드시 다시는 달아나지 못하게 할 거야. 흥! 청삼표객! 두고 봐!"

 

그의 말은 겨울의 찬바람을 타고 공중으로 흩날릴 때, 그의 신형은 이미 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지상에 한 점 잔잔한 그림자를 그리며 멀리멀리 사라졌다.

 

"그 나화상의 몇 가지 괴이한 초식은 마치 그 사람처럼 진짜 절묘하구나. 하지만 위력이 예상외로구나!"

 

그는 진심으로 그 실성한 나화상에게 탄복했다. 비록 히죽거리긴 했지만 그에게 전수된 몇 가지 초식은 지극히 심오한 무학으로 전하지 않는 비밀 절기였다.

 

그는 그것이 어느 문파의 무공인지 모르지만, 천류장 대청에서 시전 했을 때, 사람들의 경악하는 눈빛에서, 그는 그것의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단수경천(單手擎天)'과 같은 고수도 단 일 초 만에 바로 턱 밑 수염이 꼬여졌던 것이다.

 

"'묘수시천(妙手時遷)'은 어디서 그런 금은호법과 십팔홍건을 찾아왔을까? 아! 그는 분명 '풍뢰문(風雷門)'의 본거지로 돌아갔나 보구나. 어쩐지 앞서 대청 안에서는 그를 볼 수 없었던 거야!"

 

그는 또 대청을 나올 때 마주쳤던 한 무리의 인마(人馬)를 떠올렸다. 그 '묘수시천(妙手時遷)'은 장갈색(醬褐色)의 얼룩말을 타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두 명의 붉은 얼굴에 은발(銀髮)의 노인들이 따라온 것 같았다. 백마에 탄 한 무리는 일신에 남포를 입었고 머리에는 홍건을 묶은 사내들이었다. 그러나 당시 그는 이미 자세히 물어볼 겨를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간절히 '청삼표객(青衫飄客)'을 찾아서 '회룡비급(回龍秘笈)'을 회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찬바람이 그의 귀밑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그는 옷자락을 끌어올리며 광활한 길을 질주했다……

 

한 갈림길에서 그는 발을 멈추고 지세(地勢)를 보며 망설였다. 땅 위에는 허다한 말발굽 자국이 보였다. 그는 그것이 앞서 '천류장(千柳莊)'으로 간 하객들이 남긴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성수도룡(聖手屠龍)'이 왔던 방향은 판별할 수 없었다. 그는 반드시 즉각 정확한 판단을 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다시 한 번 기회를 놓칠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의 검미가 찌푸려지고 분의 불꽃이 그의 눈에서 쏘아져 나왔다. 그는 한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청삼표객! 나는 너를 찾고 말 거야, 난 반드시――"

 

그는 가볍게 '아' 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왜냐하면 천두만서(千頭萬緒: 천 갈래 만 갈래) 속에서 갑자기 한 가닥 단서를 획득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한 방울의 피. 한 방울의 새빨간, 조약돌 위에 떨어진 피였다!

 

그의 눈에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떠올랐고, 입가에는 한 가닥 웃음기를 머금었다. 떨어진 피를 쫓아서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한 방울! 두 방울……세 방울……

 

'아――' 하고 그는 주먹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휘두르며 길기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찾아온 한 줄기 호기(豪氣)에 그는 앙천장소(仰天長嘯)를 터뜨리려고 하였다――

 

갑자기――

 

몇 번의 호된 꾸짖음이, 차갑지만 그에게 매우 익숙한 음성이 찬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어! 누구세요. 음성이 아주 익숙한데요!"

 

잠깐 멈칫하더니 그는 주저하지 않고 옷자락을 휘날리며 지면에서 이장(二丈)을 뽑아 올려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쫓아서 나는 듯이 달려갔다.

 

길옆의 한 무더기의 흙더미를 넘어 그는 한 줄로 늘어선 숲의 가장자리에 이르렀다……

 

숲이라기 보다는 몇 개의 긴 팔을 가진 말뚝으로 묘사하는 것이 오히려 합당했다. 왜냐하면 이런 혹한의 겨울날, 그 몇 그루의 나무에 가지와 잎 모두 이미 다 떨어져 몇 개의 비교적 굵은 마른 가지만 남아 있을 뿐이어서 마치 사람의 팔처럼 허공을 높이 솟아 춤을 추며 날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네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겨울날의 찬바람이 그것을 춤추며 날아오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람은 결코 맹렬하지 않다. 그것을 요동치게 하는 것은 두 사람이었다. 두 사람의 장풍이……

 

수목 사이로 육검평은 아주 똑똑하게 볼 수 있었는데, 이때 바로 두 사람은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날면서 같이 싸우고 있었다. 뛰어난 장풍은 가끔 사방을 향해 그어져 갔고, 그들의 옆에는 사발 굵기의 수목들이 허다하게 쓰러져 있었다.

 

그도 더 이상 마음속의 격동을 억누를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흑포를 입고 얼굴을 두꺼운 천으로 가린, 한 자루의 기형 백옥장소(白玉長簫)를 손에 들고 있는 흑의인, 바로 '지살곡(地煞谷)'의 '독고자(獨孤子)'였다. 그리고 그녀의 상대는 세상 끝까지 다니며 만리를 추적하게 한 '청삼표객(青衫飄客)'이었다.

 

이때, 청삼표객은 폭갈을 터뜨리며 손에서 한줄기의 은빛 무지개를 걷어 올려 머리 위에서 곧장 '독고자(獨孤子)'가 손에 든 그 백옥장소를 향해 잘라 버리고, 동시에 왼손을 들어 한줄기 장풍을 직접 '독고자(獨孤子)'의 오른쪽 옆구리를 눌렀다――

 

육검평은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청삼표객이 수중에 쥐고 있는 한 자루의 눈부신 광채가 나는 예리한 검을 똑똑히 보았지만 눈에 들어왔을 때는 또 보통의 보검과는 다른 것 같았다.

 

그 검의 검신(劍身)은 일반 보검에 비해 가늘지만 또 많이 길고, 동시에 검신에 한 줄기 눈부신 한망이 솟아올라 휘두를 때, 한줄기 날카로운 검풍(劍風)이 더욱 휘날렸다.

 

"오! 이것이 그 '성수도룡(聖手屠龍)'이 말한 무슨 거검(巨劍)인가 하는 거구나! 독고자, 그는……

 

생각하고 있는 사이, 독고자는 차가운 콧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어 그 넓은 혹포가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든 옥소가 화살처럼 빠르게 드나들며 괴이 절륜하게 청삼표객의 손에든 예리한 검을 피해내고 왼손 소매를 휘둘러 청삼표객의 손목을 직접 쓸어가고 오른 손의 옥소를 비스듬히 움직여 상대방의 앞가슴에 있는 '신봉(神封)', '유문(幽門)', '상곡(商曲)', '영허(靈虛)', '신장(神藏)' 등의 요혈을 찍어갔다.

 

청삼표객의 신형이 멈칫했다. 독고자의 초식이 이처럼 신랄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 지금 어색하게 몸을 이 척 정도 수평으로 움직이고 이어서 수중에 든 검 끝이 반원을 그리며 앞을 봉쇄하고, 왼손의 손가락을 구부렸다 튕겨내자 용이 소리를 지르는 것 같은 맑은 소리가 울렸고 그는 숨을 들이쉬고 대갈일성하며 몸을 돌려 수중의 장검을 맹렬하게 떨쳐냈다.

 

'쨍――' 하는 소리와 함께 한바탕 급속한 진동이 은빛 무지개를 휘날리며 한망이 만장을 뻗치고 검광이 천 갈래가 되어 송이송이 검화가 직접 독고자의 얼굴을 덮어갔다――

 

독고자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소매를 휘두르며 반걸음 물러나 오른손의 옥소를 내밀자 피리의 끝이 가늘게 떨리며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를 내어 곧장 청삼표객의 검막(劍幕)을 꿰뚫었다――

 

급한 가운데 청삼표객은 검 끝을 한바탕 어지럽게 빙글 돌려 곧장 독고자의 오른 손목을 휩쓴 후 그는 '쏴쏴쏴' 하는 소리와 함께 연속 삼검을 휘두르고는 다섯 걸음을 비스듬히 뛰어 겨우 한숨을 돌렸다.

 

푸른 사건 밖으로 드러난 그녀의 두 눈동자가 치켜 올라가자 두 줄기의 한망이 쏘아졌다. 그것은 비할 데 없는 분노의 표시였다. 그는 가볍게 한 숨을 쉬고 막 입을 열려고 했지만 얼굴에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독고자가 넓은 신형을 이미 허공으로 뽑아 올려 마치 하늘 높이 올라간 거조처럼, 마치 천둥과 번개와 같은 기세로, 옥소가 어지럽게 하나의 하얀 무지개로 변하여 그를 향해 머리 위에서 덮어왔다――

 

그가 고개를 들자 빛이 눈부시게 빛났다. 알고 보니 이때가 해가 떨어지는 석양이었고 대지를 비스듬히 비치고 있었다. 그의 눈도 비치고 있었다.

 

한 가지 생각이 섬전처럼 그의 노리를 스쳐갔고, 사실상 정세도 더 이상 그에게 어떠한 선택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비할 데 없이 빠르게 수중의 장검을 흔들며 곧게 가슴 앞에 세우고 왼손으로 검결을 집으며 늠름한 표정으로 우뚝 서서 독고자가 바닥에 떨어지며 신형이 멈칫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그는 소리를 지르며 수중의 장검을 빠르게 휘둘러 검 끝이 천 갈래의 금빛 무지개로 변해 곧장 독고자의 얼굴을 향해 찔러 갔다. 검이 반 정도 갔을 때 그는 손목을 또 한 번 떨자 매우 빠르게 작은 금빛으로 변해 상대방의 전신 요혈을 덮었다.

 

독고자는 일초로 손쉽게 잡을 것으로 보았지만 눈앞에 한망이 높이 솟구치고 눈부시게 꽃이 피자 깜짝 놀랐다. 이미 눈앞에 금빛이 연속해서 번쩍이고 청삼표객이 손에 든 그 예리한 검이 이미 자기의 콧 끝을 비스듬히 가리키고 있음을 보았다.

 

그녀는 뜻밖에도 일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을 전혀 생각지 못했다. 바쁜 가운데 그녀는 차가운 콧방귀를 뀌며 왼손을 휘둘러 얼굴을 감싸고 신형을 여러 걸음 뒤로 급히 물러섰다.

 

하지만 '찍――' 하며 그녀는 어깨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눈앞에 광망이 연속해서 번쩍이며 청삼표객의 예리한 검은 이미 그녀의 왼쪽 어깨의 옷자락을 찢고 왼쪽 어깨를 지나 그녀의 머리에 쓴 흑사건을 날려버렸다.

 

"아!"

 

청삼표객은 눈앞이 밝아졌다. 그는 지금 눈앞에 펼쳐진 것이 뜻밖에도 자기가 예상했던 학발계피(鶴髮雞皮)가 아니라 기쁠 때나 화낼 때나 아름다운 절세의 얼굴이었다.

 

맑은 가을 물속에서 번쩍하고 나타난 한줄기 깜짝 놀란 표정은 예쁜 눈썹은 살짝 잠기고, 붉은 입술은 살짝 가려져 그 수려한 얼굴은 청춘의 빛을 반짝이며 곧장 그의 마음속 깊이 스며들었다.

 

그는 경호성(驚呼聲)을 내뱉으며 온몸을 떨었다. 멍청하게 그 주홍빛의 앵두 같은 입술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매우 아름다운 용모에 겁먹고 정신이 흐리멍덩해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 가닥의 선명한 피가 그녀의 어깨 위에서 스며 나오자, 그녀도 마치 멍해진 듯, 교갈(嬌喝)을 터뜨리며 몸을 일으켜 달려들었다. 옥소가 한 줄기 백광을 그려내며 가벼운 피리 소리를 울리며 상대의 목에 있는 '천돌혈(天突穴)'을 짚어가며 상대방을 사지(死地)로 몰아넣으려 했다.

 

그녀의 몸이 갑자기 튀어나오자, 뼈에 깊숙이 찔려 왼쪽 어깨의 통증이 그녀의 몸이 떨리게 했고 뜻밖에도 힘을 줄 수가 없음을 어찌 알았겠는가.

 

그는 '아야' 하고 소리를 지르고 어깨 위 상처에서 피가 솟구치며 터졌다.

 

청삼표객은 원래 상대방의 아름다움에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으나, 이번에 상대가 이러하니 그는 수중의 이 보검이 비할 데 없이 예리하여 이미 상대방의 비파골에 상처를 입혔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웃으며 말했다:

"미안합니다. 선배님――"

그는 어투를 더욱 무겁게 하여 야유하며 말했다:

"나는 실재로 당신의 설옥(雪玉)같은 어깨에 상처를 입힐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는 말을 하며 독고자에게 걸어갔다. 누가 알았으랴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배후에서 폭갈이 터져 나오며 한 줄기 침중하기 이를 데 없는 경기(勁氣)가 그의 등에 부딪쳐 왔다. 그것의 경도(勁道)는 공기마저 괴상한 소리를 내도록 했다.

 

그는 깜짝 놀라 얼굴빛이 갑자기 변하며 급히 몸을 오른쪽으로 삼 척 비켜서 강맹하기 이를 데 없는 장풍을 피했다.

 

그는 발이 땅에 닿자 급히 몸을 돌려 손바닥을 돌렸고, 오른손의 보검을 한줄기 밝은 광망을 그리며 앞가슴을 보호했다. 눈빛은 자신의 검영(劍影) 속을 바라봤다.

 

그는 의기양양하고, 검미가 위로 비스듬히 뻗은, 얼굴에 노한 기색이 가득한 젊은 남자가 독고자 옆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이를 보자, 그는 마음속으로 크게 놀라 소리쳤다:

"너로구나! 팔비금룡!"

 

그는 여러 번 자신을 난처하게 했던 육검평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처럼 강력하고 위맹한 장력을 무형 중에 회수할 수 있는 경지는 사실 자신이 도달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공의 길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기를 단련하고, 정신을 기로 바꾸어, 장력은 저절로 발출할 수 있지만 천근의 힘을 발출하는 자는 왕왕 백근을 회수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는 기를 단련하는 길이 아직 노화순청(爐火純青)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력 수련자의 상승무공은 발출 능력과 회수 능력에 있다. 힘을 빌려 그 힘을 사용해 장세를 발출하고 반드시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경을 운공하여 단전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무공 경지는 수천 수백 명의 수련자 가운데서 이곳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 거의 없다.

 

그래서 청삼표객은 갑작스럽게 보고 저도 모르게 놀라서 속으로 생각했다:

"그를 짧은 시간 동안 못 본 것인데 어떻게 무공이 그렇게 고강해졌지?"

그는 마음속으로 실망해서 수중의 보검을 바라보며 한 줄기 호기가 다시 자신의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 그는 생각했다:

"그가 나를 귀찮게 하는데, 나도 그에게 '일륜초승(日輪初升)' 일초를 줘야겠군."

 

육검평은 또 한 번 그를 뒤흔든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흔들흔들 떨어질 것 같은 몸매를 보고 그렇게 아름답고 부드러움에 마음속에서 한줄기 연민의 감정이 솟아올랐고 이내 다시 한줄기 분노가 머리 위로 솟구쳤다. 그는 검을 쥐고 서 있는 청삼표객을 바라보며 성난 콧방귀를 뀌었다.

 

이때 독고자가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내자, 육검평은 그 소리를 듣고 재빨리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얼굴을 보자 알알이 땀방울이 솟아나고, 어깨의 피가 옷에 스며 나왔다.

 

그는 '어' 하며 아는 체를 하였다:

"당신……당신은 어떠시오……"

 

독고자가 입술을 달싹이며 처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가 쥔 검에 화독(火毒)이 있어요. 저는 지금 온 몸에서 열이 나고 상처가 마치 불에 탄 거 같아요."

 

육검평은 황급히 자신의 품속에서 옥함을 꺼내 안에 든 환약을 전부 꺼내며 말했다:

"당신, 당신 복용하시오!“

그는 환약을 그녀의 손에 전달하고, 고개를 돌려 대갈일성을 터뜨리며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청삼표객은 줄곧 묵묵히 옆에 서 있었고, 그도 자신의 행동에 미안하게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그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탐내는 것인지, 두 눈은 줄곧 그녀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육검평이 고개를 돌리자, 밝은 별처럼 두 줄기 차가운 빛이 그의 마음속 깊이 뚫고 파고들자, 그는 한바탕 소름이 끼치며 깊은 생각에서 깨어났다.

 

그가 정신을 차리자 외마디 폭갈이 들리며 눈앞이 온통 흐려지며 무수한 장영(掌影)이 이미 자신의 얼굴을 덮어왔다. 그 강한 장풍이 그의 주변 공기 모두를 소용돌이치도록 바꾸어 사람을 숨 막히게 하였다.

 

그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재빠르게 미끄러지듯, 오른손을 비스듬히 들고 검신을 조각조각 은빛을 흩뿌리며 저절로 상대방의 장영(掌影) 사이로 뚫고 들어갔다. 가늘고 긴 검신은 한 자루의 송곳 같아서 마치 상대방의 기문(期門), 상곡(商曲), 시지(矢池) 등 삼혈(三穴)을 찌를 것 같았다. 쾌속 절륜하고 음독(陰毒)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육검평은 상대의 검신이 떨리는 것을 보고, 뜻밖에도 한바탕 '윙윙' 대는 괴상한 소리가 나자, 그는 '갈(喝)' 하고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손바닥을 되돌리고 방향을 틀었다. 연속 두 방위를 틀고 쌍장을 돌려 '용칩심연(龍蟄深淵)'을 펼쳤다. 무수한 철장으로 변해 상대방의 옆구리를 두드려 갔다.

 

청삼표객은 옷자락을 나부끼며 일식이 무산되자 즉각 검을 거두어 자신을 보호하며 변초를 사용해 적을 이기려 했지만 이미 상대방의 장세(掌勢)에 막혀 검초가 발출되지 못하고 그의 검은 아직 빼내지도 못했음을 누가 알겠는가.

 

그는 상대방의 출초가 이처럼 빠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황망간에 왼손을 뒤로 당겨 몸을 반쯤 돌려 온 몸의 힘을 장심에 모아 '현빙장(玄冰掌)'을 펼쳤다.

 

공기 중에 차가운 살기가 순간적으로 가득 차서, 한줄기 차갑기 그지없는 한염(寒焰)이 육검평의 몸을 향해 솟아올랐다.

 

"치익!"

 

두 줄기 기경이 허공에서 부딪치자, 차가운 살기로 얼어붙은 공기는 즉각 흩어졌고 그 무적의 장경(掌勁)으로 청삼표객은 답답한 신음소리를 내며 몸은 곧장 여섯 걸음 뒤로 물러섰다.

 

육검평은 대갈일성을 터뜨리며 몸을 공중으로 뛰어올라 삼 장 높이 날아가 상대에게 다시 손이 쉴 틈을 주지 않았다.

 

그는 허공에서 연속으로 두 걸음을 걸으며, 쌍장을 교차시켜, 연환 동작으로 이십일 장을 격출 했다. 강렬한 장풍이 조수(潮水)처럼 기의 파도를 일으키며 청삼표객을 향해 몰아쳤다.

 

청삼표객의 옷자락이 펄럭이는 소리가 나더니 '찌-익' 하고 소리를 내며 경풍에 한 조각이 찢어졌다.

 

그는 지금 마치 천군만마(千軍萬馬) 속에 몸을 두고 있는 것처럼, 점점 더 강한 힘이 그의 몸을 향해 공격해 왔다. 그렇지만 그는 단지 한 초식만으로 육검평이 공중에서 쏟아내는 개산열석(開山裂石)의 힘을 막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의 두 발로 땅바닥에 우뚝 서서, 검 끝을 비스듬히 허공을 가리키며 상대방의 공격에 따라 장검을 휘두르고, 검날이 눈부신 빛을 번득이며, 검 끝이 떨리면서 튀어나와 그 큼지막한 손바닥의 장심을 향해 공격해 갔다.

 

이 일초는 바로 극북(極北)의 '북명파(北溟派)'에 있는 '팔각한성(八角寒星)' 일 초식이었다. 초식이 비할 데 없이 기묘하며 천근의 힘을 파해(破解) 하는데 공능(功能)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의 본신 공력은 경공(輕功)과 장공(掌功)에 정통한데, 이번에 그가 가장 못하는 검술과 상대방이 정통한 옛날의 절학인 '회룡장(回龍掌)'이 비교되었으니 당연히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때 기선을 놓치게 되면, 이 무도한 기세에 눌려, 몸을 바로 세워 상대의 공세에 혼신의 대처만 할 수 있을 뿐 머리 위로 쏟아지는 천균(千鈞)의 압력을 줄이기 위해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육검평은 천신처럼 허공으로 높이 솟구치고 내려오며 호통을 칠 때마다 침중하기 이를 데 없는 일장을 휘둘렀다. 그는 장심(掌心)에서 발생하는 장경(掌勁)은 청삼표객의 몸 전체를 떨리게 했다.

 

그의 장세가 내리 꽂히며 '푹' 소리가 나는 가운데 청삼표객의 두 발이 땅 속으로 몇 푼 파고 들었다. 그의 수준에 든 보검은 '웅웅' 소리를 울리며 검 끝이 구부러져 떨리고 있었다.

 

"푹! 푹――"

 

육검평은 연거푸 삼십 장을 퍼부어 청삼표객의 몸은 땅속으로 몇 촌의 깊이로 더더욱 박히고 말았다.

 

청삼표객의 얼굴에서 콩알만한 땀방울이 끊임없이 솟아났고, 방울방울 아래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그의 눈빛에서 공포의 빛이 더욱 뚜렷해졌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까지 이렇게 사신(死神)에 근접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속에서 기혈(氣血)이 계속해서 소용돌이치고, 모든 경맥(經脈)이 요동치며, 혈관이 거의 파열되어, 가슴속에서 한 모금의 선혈이 이미 목구멍 사이로 솟아나왔다.

 

마침내 육검평 서른 번째 장 아래에, 그는 '왁' 하는 소리와 함께 한 모금의 선혈을 토했다. 하지만 바로 이때, 육검평은 진기가 혼탁해지며, 탁기를 한 모금 내뱉고, 몸을 허공에서 멈칫하며 길게 숨을 들이쉬며 막 초식을 전개해 청사표객을 쳐 죽이려 했다.

 

바로 이 찰나에 청삼표객은 압력이 늦춰지는 것을 느끼고 미친 듯 소리를 지르며 지면에 한쪽 무릎을 꿇고 평생의 힘을 모두 사용한 일초를 공격했다. 그의 손목이 미세하게 떨렸고 마치 천근의 거석을 밀어 올리는 것처럼 얼굴 전체가 벌겋게 상기되었다.

 

육검평의 몸은 허공에서 막 뛰어내리려 할 때였다. 눈에 은빛이 번쩍하고 상대방의 검신이 기묘하게 가르며 저절로 검신에서 시뻘건 태양이 나타날 줄 누가 알았으랴.

 

그 번쩍이는 빛은 그의 눈 전체를 한 조각의 붉은 색으로 가득 채웠고, 상대방의 신형은 둥근 태양 뒤에 가려져 장삼의 한 오라기도 나풀거리는 것을 볼 수 없었다.

 

그는 이때가 석양이 서쪽으로 떨어지는 황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눈앞에 이렇게 밝은 태양이 절대로 나타날 수 없다는 알았다. 그 시뻘건 빛에 자극받은 그의 눈은 저도 모르게 저절로 감기었다.

 

바로 이 찰나, 그의 목에 있는 '천돌혈(天突穴)'에 소리 없이 내민 한 자락 검 끝이 그의 피부에서 겨우 몇 촌의 거리에 이르렀다.

 

그는 눈앞의 이사한 광경에 놀라, 그 탐지한 검 끝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악! 어서 피하세요!"

하나의 뾰족한 여인의 목소리가 울렸고, 그 목소리 속엔 초조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진동하며,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미친 듯 소리를 지르고 상반신을 허공에 뉘인 채 삼 촌(三寸)을 뒤로 옮기며 왼 손바닥을 땅에 치고 오른손의 다섯 손가락을 벌려 비스듬히 위로 잡아갔다.

 

그의 이 일식이 바로 '회룡장(回龍掌)' 가운데 제삼초인 '용조경천(龍爪擎天)'이었다.

 

청삼표객은 자기가 검자루를 쥐고 여태까지 연습해온 초식인 '일륜초승(日輪初升)'을 선보였는데 검에 나타난 그 '(열일)烈日' 신주(神珠)가 눈부신 빛을 번쩍이며 상대방의 두 눈을 사로잡고 검식을 운행하여 쏜살같이 검광이 곧장 상대방 목구멍의 요혈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그는 번개와 같은 기세로 상대를 죽일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옆에 있는 독고자가 놀라 소리 질러 상대방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는 숨을 들이 쉬고, 전신을 앞으로 숙이며 여전히 원식 그대로 변함없이 상대의 목 부위를 점혈해 갔지만 눈앞이 캄캄해지며 쏜살같이 다섯 개의 지풍이 일제히 자신의 손목에 있는 '양계(陽雞)', '편력(偏歷)', '온유(溫溜)',' 대릉(大陵)', '노궁(勞宮)' 등 다섯 개의 혈을 점혈해 올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그는 온몸이 일변(一變)하며 손을 떼자 장검은 이미 상대방에게 빼앗겼다.

 

육검평이 밑으로 내려쳤던 좌장은 이때 반호를 그리며 신묘하기 그지없게 쳐왔다.

 

"펑――"

 

그의 좌장은 바로 청삼표객의 오른 어깨를 쳤고, 청영이 번쩍하는 것이 보이고 그는 마치 한 마리의 실이 끊어진 연처럼 거꾸로 날아가 '털퍼덕' 소리와 함께 삼 장 떨어진 지면에 떨어졌다.

 

육검평은 마음을 가다듬고 비로소 눈의 시력을 회복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청삼표객을 바라보며 거듭 콧방귀를 뀌였다.

 

근육을 움직이며 그는 자기의 목 부위가 매우 아픔을 느껴 손을 뻗어 짚어보니 손에 피가 묻어났다. 알고 보니 방금 상대방의 검 끝이 이미 그의 표피를 뚫고 가른 것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잠시 멍하니 있다가 정신이 혼미한 청삼표객을 바라보더니, 그는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독고자에게 걸어갔다.

 

그녀는 나무 옆에 아름답게 기대어 있었고, 비록 얼굴빛이 창백했지만 한줄기 성결한 빛이 그녀의 활짝 웃는 얼굴에서 내비쳐 그녀를 더욱 고귀하게 보이게 했다.

 

이때는 저녁노을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금빛 구름이 점점 희미해져, 해가 떨어지기 전의 순간에, 돌아가는 기러기 떼와 가늘게 이어지는 연기로 대지는 그렇게 화목해 보였고 한 줄기 청량한 저녁 바람이 그녀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육검평은 살짝 위로 비틀린 앵두 같은 입술을 보고, 자기의 마음이 뜻밖에도 아주 심하게 뛰고 있음을 느꼈다. 이때 그의 눈앞에는 얼굴을 천으로 가린 무림선배가 아니라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다.

 

그는 아랫입술을 딸싹거리자 그제야 한마디가 나왔다.

"당신…… 당신 상처는 어떠시오?"

 

그녀는 그 말을 듣고 감격하여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준 약이 효과가 좋아서, 상처는 벌써 딱지가 앉았어요."

그녀는 이마로 늘어진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는데, 그 모습이 아주 아름다웠다.

 

육검평은 옥과 같은 손목을 보자, 서쪽 하늘의 저녁노을이 유달리 감동스럽게 보여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것은 소림파의 영약이오. 나도 매우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 당신에게 준 것이오. 나는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요――"

다시 웃으며 말했다:

"방금 그의 그 초식은 매우 무서웠어요. 뜻밖에도 빛나는 태양처럼 빨간 빛을 발생시킬 수 있어서 나는 눈을 뜰 수가 없었소. 당신이 소리를 질러서 다행이었소.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다시 고개를 흔들더니 입을 삐죽거렸다.

 

그녀는 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내심 웃음이 나왔지만 그녀는 그저 고개만 끄덕거리며 말했다:

"저도 그 괴이한 초식에 당해서 눈을 뜰 수가 없었어요――"

그녀는 그의 수중에 쥐고 있는 가느다랗고 긴 보검을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이 검에는 세 초식의 검결이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무림 각파의 절기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사부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을 하고 자기가 실언했음을 깨닫고 놀라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자기가 오늘 뜻밖에도 이런 실례를 했다는 것에 당혹스러워 했다. 과거 십 수 년 동안 지살곡에서 보낸 평온한 생활은 그가 쳐들어 온 이후 그녀의 모든 마음을 변화시켰다. 과거 그녀는 오만하고 냉혹했었으나 지금은……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자신이 사부의 임종 시 부탁을 받고 세 자루의 보검을 잘 지키겠다고 대답했지만, 이 준수하고 굴강한 젊은이의 모습은 원래 그녀의 닫힌 마음에 깊숙이 파고 들어왔다……

 

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어, 그는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에서 한 가닥의 그리움이 점점 선명해져 갔다. 지금 그는 이미 그녀의 모습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