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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武俠小說)/거검회룡(巨劍回龍) - 蕭瑟

第四章 혈룡중현(血龍重現)

by 少秋 2023. 9. 15.

 

第四章 血龍重現 

 

어둠은 이미 대지에 내려왔다.

사람들도 이미 꿈나라로 들어갔고……

어두컴컴하고 행인은 하나 없는 쓸쓸한 거리를, 펑아는 천천히 걷고 있었다……

서늘한 밤바람이 몸을 스치며 그의 옷소매를 날리자, 그는 가볍게 숨을 몰아쉬며 가슴 앞의 옷깃을 꽉 조였다.

그의 머릿속은 마치 천수만서(千愁萬緒) 같기도 하고 텅 비어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마음속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 결과 그는 그저 큰길을 따라 목적 없이 걷고 있을 뿐이었다……

하늘 끝에서 홀로 떠 있는 달 하나가 꿈처럼 벌어진 하늘에 떠 있고, 그 옆에 반짝이는 별 하나가 있어, 그 적막함이 차가운 달과 함께……

과거에도 오늘 밤처럼 배회하던 많은 밤들이 있었다……

천천히 걸어가며 달빛이 그의 몸에 담담하게 쏟아지도록 했고, 그는 일찍이 이렇게 생각했었다……

언어나 모든 것이 필요 없고, 모든 세속적인 고민을 배제하고 오직 이 고요함 속에서만 묵묵히 걸음으로써 그는 인간 본성의 진리를 찾을 수 있다고 느꼈다……

그래야만 그의 내심은 약간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고, 상처받은 그의 천진하고 거짓이 없는 마음이 약간의 평정을 찾을 수 있었다……

"방――방--" 하는 청아한 소리가 고요한 밤하늘을 가르고, 그의 고민을 끊었다:

"아! 벌써 삼경이구나!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

"방――방--" 소리는 이미 처량하게 멀어져 갔고, 그는 등불을 들고 멀리 장막 속으로 사라지는 구부정한 그림자를 응시했다……

"아! 어느새 여기까지 왔구나. 시간이 늦었으니 돌아가야겠다!"

그가 몸을 돌려 돌아가려고 할 때, 그는 이미 거리 밖의 황량한 교외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큰길을 벗어났던 것이었다.

약간 망설이다가 그는 몸을 돌려 왔던 길을 향해 걸어갔다. 정면에서 불어오던 찬바람이 이제는 그의 뒤에서 불어왔다. 그는 옷깃을 여미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차가운 달의 맑은 빛이 곱게 부서진 돌길을 온통 은백색으로 덮어버렸다.

그는 먼 곳의 희미한 풍경을 분명하게 볼 수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 검은 그림자가 비틀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지만, 잠시 정신을 차리고는 걸음을 더 빠르게 하여 그림자 쪽으로 다가갔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앞에서 비틀거리던 인영이 갑자기 넘어져 땅에 쓸어졌다. 평아는 놀라서 급히 달려갔다.

그가 빠르게 살펴보고, 저도 모르게 또 멍해졌다. 땅바닥에 피투성이가 된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그는 급히 그를 일으켜 세웠는데, 이 사람의 머리는 엉망이었고 얼굴에도 때가 잔뜩 끼어 있었으며 누더기가 된 흑포를 입고 있었다. 흑포도 피로 잔득 물들어 있었다.  

그 머리는 적어도 말 정도의 크기였는데, 하필이면 작고 가는 쥐눈을 가졌다. 이때 이미 실눈을 떠서 틈이 생겼다. 그의 입가와 뺨에는 검고 무성한 콧수염이 가득 자랐고, 입술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누런 판때기 같은 앞니 한 쌍이 드러났다. 이때 그의 입가에는 한줄기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동시에 그의 온몸도 계속 떨리고 있었다.

평아는 놀라서 그 괴인의 몸을 흔들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영감님! 영감님! 왜 그러세요!"

잠시 후, 그 괴인은 꿈틀거리며 메마르고 가냘픈 소리를 내뱉었다:

"물! 물!……물을 줘……목이 말라……"

평아는 그 말을 듣고 초조하게 손을 비비며 맴돌았다. 날이 이렇게 어두운데다 교외였기 때문에 어디 가서 물을 찾는단 말인가!

그 괴인은 또 꿈틀거리며 몸서리를 치더니 손을 뻗어 한참동안 뒤적거렸는데, 평아는 그 모습을 보고 급히 몸을 숙여 물었다:

"영감님! 뭐가 필요합니까!"

그 괴인은 정신이 좀 든 듯 손을 뻗어 힘없이 품속을 가리켰다. 평아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기 때문에 손을 내밀어 그 괴인의 품속을 더듬었다. 다만 손이 습하고 약간 끈적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 괴인은 뜻밖에도 속옷을 입지 않았으며 그의 손은 딱딱하고 동그란 물건에 닿았다. 흰색 자기병이었다.

그는 이 물건이 맞는지 몰라 고개를 들어 괴인을 쳐다보았는데, 그 괴인의 눈에 한 줄기 빛이 반짝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는 손을 내밀었다.

그 괴인은 몸서리를 치며 떨리는 손을 내밀어 받아들고 병마개를 열어 새까만 환약 두 알을 쏟아내어 삼키더니 힘겹게 일어나 땅바닥에 앉아 그 작은 두 눈을 감았다.

유랑하며 얻은 경험으로 평아는 이 기괴한 차림의 괴인이 지금 운공조식(運功調息)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한숨을 내쉬며 일어섰다.

황량한 교외의 찬바람이 정면으로 불어와 그는 한기를 느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 부상당한 괴인을 걱정하였다. 그래서 고개를 숙여 보니, 그 괴인은 지금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아는 황급히 다시 몸을 숙이며 물었다.

"어르신, 좀 괜찮으십니까?"

그 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소를 지으며 평아에게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젊은이, 자네 이름이 뭔가?"

평아는 멍하니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괴인은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평아는 그의 의문에 가득 찬 눈빛을 보고 황급히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후배에게는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래서 그는 자신이 유랑하게 된 원인과 신세가 불분명한 점을 간략하게 괴인에게 알려주었다. 그가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이장주를 찾으려 했고 그 과정에서 '회룡비급'이 강남에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으며, 이것이 이장주 나명망(羅名望)과 관련이 있다고 언급하자 그 괴인은 안색이 갑자기 변하더니 또 경련을 일으키며 몸서리를 쳤다.

평아는 손을 뻗어 만져보니 그의 몸이 얼음 같이 차갑게 느껴져 그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어르신, 많이 추우세요? 잠시 쉬고 계세요. 제가 마을로 가서 마차를 불러올까요?"

괴인은 고개를 가로젓고 한숨을 위며 말했다:

"하늘 뜻이야! 이건 하늘 뜻이야……"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평아에게 말했다:

"얘야, 너는 내가 누군지 아니?"

갑자기 그가 온몸을 또 한바탕 떨었다. 비록 그가 이를 악물었지만 여전히 계속해서 컥컥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은 채 한숨을 쉬며 말했다:

"허! 이 일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평아는 이 괴인은 한번은 묻고 한번은 탄식을 하는 것을 보고 놀라서 그를 바라보자 그 괴인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노부(老夫)는 이미 세상에 머무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내가 네게 부탁할 일을 반드시 나 대신 해주어야 한다!"

그의 목소리에는 기대와 기다림이 가득했고, 평아는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찡해서 급히 말했다:

"선배님, 제발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자, 제가 어르신을 업고 마을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마을 안에 이(李)의원이 있는데, 그 분은 어떤 병이든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다쳐서 온 많은 표두(鏢頭)들이 모두 그분을 찾았어요……"

그 괴인은 손을 뻗어 그를 저지하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소용없어, 더 이상 말하지 마! 빨리! 약속해! 나 대신 해줘!"

평아는 그의 단호한 말투와, 동시에 얼굴에 고통스러운 기색이 도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차마 거절치 못하고 잠시 망설였지만 의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후배가 할 수만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괴인은 거의 정신이 혼미해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숨을 헐떡이며, 손을 뻗어 가슴에 넣고, 한참을 더듬다가 주름진 사건(絲巾)을 하나 꺼냈다. 그 사건은 이미 낡아서 원래의 주황색은 이미 약간 퇴색되었고, 그 위에 검붉은 반점이 많이 물들었는데, 아마도 그것은 핏자국인 것 같았다.

평아는 괴인을 이상하게 바라보았는데 괴인은 사건을 들어 입가에 대고 계속 중얼거렸다:

"설매! 당신이 왔구료! 나…… 나는 당신을 잊지 않았소……"

갑자기 그의 눈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낙담하여 소리쳤다:

"아! 당신…… 당신은 가버렸어…… 설매……"

그의 눈빛은 천천히 굳어졌고 멍하니 평아를 바라보며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설매, 그녀는…… 설매는 죽었어……"

평아는 이 괴인의 용모가 비록 기괴하게 생겼지만, 사랑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고 절로 숙연함을 금치 못했다. 분명히 이 사건은 설매(雪梅)라는 여인이 소유하고 있었고, 그녀는 이미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이 괴인은 이 물건을 보고 그녀를 그리워하지만, 그는 이 괴인이 그에게 무엇을 하라는 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는 괴인을 흔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님! 선배님!"

그 괴인은 지금 눈에 눈물을 머금고 입속으로 계속 중얼거렸지만 몸은 계속 떨리고 있어 평아는 괴인을 부축하여 그에게 기대게 하면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선배님! 정신 차리세요! 선배님……"

갑자기 그 괴인이 눈을 뜨고 떨림이 멈추었는지 멍하니 평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무공을 할 줄 아느냐?"

평아는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멍해져서 고개를 저었다. 괴인은 그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의아한 모습으로 평아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그는 또 한바탕 몸을 떨며 평아의 품에 쓰러졌다.

그가 평아의 몸에 닿았을 때, 따뜻한 열류가 그의 체내로 천천히 스며드는 것을 단지 느꼈을 뿐인데 체내의 음량(陰涼)한 기세가 이로 인해 억제되는 것을 느끼고 그는 감히 다시 움직이지 못하고 평아의 몸에 기대어 말했다.

"네 몸에 어떤 보물이나 양강지기(陽剛之氣)가 있느냐?"

평아는 처음에 고개를 저으려고 했지만 그 괴인이 자신의 몸에 기대어 추위를 느끼지 않는 것 같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잠시 생각하다가 손을 뻗어 목에 걸린 백옥을 꺼내 괴인의 손에 건네주면서 말했다:

"이 백옥뿐입니다. 후배가 이 백옥을 가지고 놀 때, 조금 따뜻함을 느낄 수 있지만, 나머지는 후배도 알지 못합니다!"

그 괴인은 손을 내밀어 받자 손이 따뜻해지고 그의 몸 안에 있는 음랭한 기운이 깨끗이 제거되어 자기도 몰게 기뻐하며 말했다:

."아! 바로 이 옥이구나, 너는 이것을 어디에서 얻었느냐?"

"이 구슬은 제 어릴 적부터 목에 걸려 있었습니다. 분명히 사악한 힘을 막아주는 벽사지물(辟邪之物)물일 겁니다!"

그때 그 괴인은 손에 든 백옥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더니 갑자기 그의 표정이 굳어지며 놀라 부르짖었다:

"아! '혈룡령(血龍令)', 혈룡령! 너……"

말을 하며 그는 백옥을 높이 들고 숙연한 표정으로 연거푸 절을 하며 입으로 중얼거리며 말하였다:

"조사님, 하늘의 도움으로 혈룡이 재현되고 본문의 부흥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제자가 비록 늙었지만, 반드시 최선을 다해 장문인을 도와 본문의 만세불후(萬世不朽)의 공업(功業)을 재건하겠나이다……"

이어서 그는 연이어 평아를 향해 또 몇 번 고개를 숙이며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장문인께 제팔대 기명 제자 뢰거악(雷去惡)이 배견(拜見)합니다.

"선배님! 이러지 마세요, 이런……이런……"

괴인은 배례를 하고 다시 앉아서 한숨을 돌리고 탄식하며 말했다:

"장문인! 당신이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이 권장(權杖)은 우리 "풍뢰문"의 장문인에게 역대로 전해 내려오는 명령입니다. 석년에 검파(劍派) 조사께서 훈시하셨습니다. '혈룡령'을 가진 사람이 바로 본문 장문인이라는 것입니다. 생각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밤하늘의 그 밝은 달은 이미 서쪽으로 기울어져 내려가고 있었고 몇 개의 한성(寒星)만이 여전히 차가운 빛을 깜빡이고 있었다.

괴인은 또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장문인! 저를 저쪽 외진 곳으로 부축해 주십시오. 노부는 아직 상세히 알려야 할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평아는 그의 신색(神色)이 의중(凝重)한 것을 보고 그를 일으켜 세워 주변을 둘러보니 왼편으로 난석들이 보여 그를 부축하여 그 돌 뒤로 빠르게 걸어갔다.

지금은 추위가 가셨지만 괴인은 몸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어 조금 움직이자 입에서 또 피를 토해내어 겨우 큰 바위 뒤에 이르렀다. 그는 이미 숨이 차서 또 품에서 그 자기 병을 꺼내어 환약 두 알을 쏟아 복용했다.

반각이 지나고 그는 약간 기운을 차렸는지 기침을 한 번 하고 천천히 말했다:

"수백 년 전……“

그가 말할 때, 표정이 매우 엄숙하여, 평아는 자기도 모르게 옷깃을 단정히 하고, 정신을 집중하여 경청하였다:

"본문의 사조 태허상인(太虛上人)은 천남에서 '풍뢰문'을 홀로 세우셨습니다. 그때, 본문의 업적이 혁혁하고 위대하였기 때문에,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천남에 군림하였으며 문하의 제자가 오호사해(五湖四海)와 대강남북(大江南北)에 널리 퍼졌습니다……

"그러한 즉 본문 조사의 명훈에 따르면, 역대 장문의 교체는 반드시 현 장문인이 제자 중에서 몇 명의 우수한 영재를 선발하여, 본문의 신공을 전수해야 하며, 또한 스스로 연공하도록 하여, 3년 후, 기한이 되면 향당을 열어 조사를 배향하고 그 자리에서 기예를 겨루어 깨달에 따라 장문인의 후계를 정하며 하늘의 가호를 빕니다. 우리 '풍뢰문'의 역대 장문인은 영재를 거듭 배출하여 본문을 날로 더 크게 발전시켰으며. 장문옥령인 '혈룡령'이 나타나면 천하가 진동하고 모든 이가 패퇴하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7대 장문인의 교체에 불행한 일이 생겼습니다. 아!그 후로 우리 '풍뢰문'이 점점 쇠약해져 다시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그 괴인은 숨을 헐떡이며 계속 말했다.

"7대 장문인의 교체는 여전히 조사의 명훈에 의거해 우수한 제자들이 대중 앞에서 무예를 겨루었습니다. 당시 두 제자의 무예가 출중하여 전장(全場)을 제압하고 마지막 결승에 올랐습니다. 그래서 장문인이 서로 다시 무예를 겨루어 최후의 승부를 결정하였습니다. 원래 역대 제자들은 모두 조사의 유훈을 따라, 승자는 교만하지 않았으며 패자는 좌절하지 않고 힘을 합쳐 본문의 업적을 빛냈습니다만 당시 두 제자는 치열하게 무예를 겨루었으나 수십 초가 지나도록 승부를 내지 못하자 결국 이백팔십일수 만에 두 사람은 동시에 손을 멈추고 부상당하였음을 알렸습니다……

"당시 장문인은 일어나서 '장검금령(掌劍金鈴)'이라 불리는 제자를 본문의 7대 장문인으로 선언하였는데, 그의 상처가 비교적 가벼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두가 기뻐하며 축하 연회를 열었습니다……"

괴인은 여기까지 말하고 눈살을 찌푸리고 또 말을 이어갔다:

"전혀 몰랐는데, 그날 밤, 그 패배한 제자가 뜻밖에도 본문에 전해 내려오는 '회룡비급'과 장문옥령인 '혈룡령'을 훔쳐갔던 것입니다. 당시 장문인은 노발대발하여 문하의 제자들에게 강호에 통령(通令)을 내리고 반드시 비급과 옥령을 되찾아오라고 했습니다……"

평아는 그가 '회룡비급'을 언급하자 자신도 모르게 놀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원래 이 '회룡비급'도 그들의 장문인에게 전해지는 것이었구나. 뜻밖에도 이 백옥이 그들 장문인의 옥령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군! 그런데 어떻게 또 나한테 왔을까?"

그가 생각하고 있는 사이, 그 괴인은 숨을 헐떡이며 또 말했다:

"그러나 일 년, 이 년이 지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비급과 옥령은 시종 행방을 알 수 없었으며, '풍뢰문(風雷門)'도 나날이 쇠퇴해지고, 칠대 장문인은 우울한 가운데 세상을 떠났고, 임종할 때 장문인은 누군가 '회룡비책'과 '혈룡령'을 되찾아 오면 그에게 본문의 장문인으로 삼겠다고 중얼거렸습니다. 동시에 그는 비급과 옥령을 훔쳐간 그 사제가 다시 천남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가 원한다면 장문인의 자리도 양보하겠다고 했으며 다만 그가 본문을 부흥시키기 위해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종 비급과 옥령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장문인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떤 문하 제자가 장문인의 무덤 앞에 노쇠한 용모의 사람이 배회하며 때때로 탄식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신형은 비급을 훔쳐간 사람과 흡사해서 당시 수십 명의 제자들이 앞으로 나가 포위 공격을 했습니다. 그러나 잠깐 사이에 그 사람의 신형은 번쩍거렸고, 모든 제자들이 일제히 쓰러졌습니다. 떠날 때 그 사람은 백옥을 내보였는데 뜻밖에도 바로 '혈룡령'이었습니다. 그는 서둘러 몇 마디 말을 하고는 몸을 돌려 날아갔습니다……

"그때 그 사람들은 구조된 후 다시 강호를 떠돌아다니며 '혈룡령'과 '회룡비급'을 쫓았지만, 돌이 바다에 가라앉은 것처럼 소식이 막막했습니다……

"어느 해, 강호에 기인이 나타났는데 아마도 7대 장문이 서거한 지 3년째 되는 해였을 겁니다. 이 기인은 매우 기이한 무공으로 강호를 종횡무진했는데 아무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동시에, 그는 성격이 매우 과격해 손을 쓰면 살려두지를 않았지요. 그러나 그는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백양도 가릴 것 없이 모든 무림종파가 그를 극도로 증오했습니다. 왜냐하면 각 파의 제자들 중 그의 손에 상처 입은 사람들은 수 없이 많았지만, 그를 어찌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기인의 행동은 마치 신룡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았으며 무공 역시 극도로 강하였습니다……"

"한번은 남북 녹림도에서 녹림격문을 퍼트리고 팔대종파가 소림사에서 발기하여 공동으로 그 기인을 추포(追捕)하려 한다는 소문이 강호에 돌았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번은 그 기인이 산서(山西)에서 한 분의 대국수와 바둑을 두었고 어찌된 일인지 그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삼일 밤낮의 대격전 끝에 흑도의 고수들은 거의 다 죽었고 팔대종파의 장문인들은 공동으로 연수하여 그 기인은 부상을 입었고 팔대 장문인 가운데 다섯은 죽고 둘은 부상을 입었으며 무당의 장문인만 도주하여 살아남았습니다. 이때 '풍뢰문'의 제자도 소문을 듣고 왔습니다. 왜냐하면 그 기인의 신법이 '회룡비급'의 무공과 흡사하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 기인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그 괴인은 말을 하다가 다시 숨을 헐떡이다 신색이 격동되며 계속 말했다:

"그 기인은 '풍뢰문' 제자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동시에 부상을 입은 상태였기 때문에 도망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상태가 악화되어 쓰러졌습니다. 그때 어떤 젊은 목동이 있었는데, 어릴 적 악덕 지주의 아들에게 연인을 빼앗겨, 그는 슬픔으로 자살하려고 했다가 그 기인을 만났습니다. 그 결과, 그가 생각을 바꾸고 그 기인을 구해주었습니다. 그래서 그 기인은 그를 기명 제자로 삼고 몇 가지 무공을 전수하였으며 얇은 책자 한 권을 주고 표연히 떠나갔습니다……"

"그 목동은 무예을 익힌 후에 악덕 지주의 아들을 죽였지만, 그의 연인은 이미 슬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슬픔에 빠져 사부를 찾기 위해 떠돌았지만, 강남을 두루 돌아다녀도 그 기인을 다시 만날 수 없었습니다…… 아……"

괴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이 독한 도둑놈이 뜻밖에도 독을 쓰다니……아!……"

평아는 그 말을 듣고 놀라서 급히 말했다:

"선배님! 어떻게 중독되신 겁니까……"

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신음하며 말했다:

"저는 사부를 찾기 위해 강호를 떠돌다가……"

평아는 앞서의 이야기에서 그 괴인이 목동임을 짐작했으므로 표정 변화 없이 듣고 있었다:

"제가 '회룡비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어떻게 강호에게 알려지게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허다한 사람들이 저를 찾아왔지만 모두 저에게 얻어맞고 갔습니다…… 아! 제가 너무 순진했었나 봅니다……"

"한 번은 한 객점에서 한 가죽 상인을 만났는데, 우리는 환담을 하며 의기투합했고 그는 또 나에게 술을 사주었습니다. 아! 제가 속았다니…… 제가 알아차렸을 때, 저는 이미 반 항아리쯤 마셨습니다. 그때 저는 그 사람에게 일장을 날렸지만, 문밖에 많은 사람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전…… 저는 도망치면서 싸웠습니다…… 아…"

그는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더니, 힘겹게 계속 이야기했다.

"아…… 저는 독이 발작해 버티지 못하고 마침내 또 다른 사람에게 따라잡혀 복면을 쓴 사람에게 일장을 얻어맞았습니다! 그…… 그것은 북해일맥의 '현빙장'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쓰지지 않았지만 결국 '회룡비급'을 그에게 탈취당했습니다. 그러나 미몽 속에서 저는 또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서 빼앗으려고 하는 것을 보았지만 그 뒤로는 알지 못합니다……"

"제가 깨어보니, 바닥에 많은 시체가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지만, '회룡비급'은 보이지 않았고, 복면을 쓴 사람도 사라져서 저는 여기까지 버티고 온 것입니다……"

라고 말하며 그는 또 한 번 몸서리를 쳤다.

"수십 년 동안 보지 못했던 '혈룡령'이 다시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사부님은 일찍이 '풍뢰문'을 배반하여 줄곧 죄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사부님은 저에게 '회룡장回龍掌'을 전수하실 때, 일찍이 과거의 경과를 알려주셨고, '혈룡령'을 찾아서 천남 '풍뢰문'으로 돌려주라고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팔대 장문과 싸울 당시 '혈룡령'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늘의 뜻! 이것은 하늘의 뜻이었습니다...,"

괴인이 중얼거렸다:

"비록 제 사부님은 일찍이 '풍뢰문'을 배반했지만, 그분이 저에게 '회룡장'을 전수한 것은 '풍뢰문'을 더 크게 발전시키라고 한 것이었습니다…… 아! 이젠 늙었으니……"

갑자기 그는 안색을 가다듬고 말했다:

"조사의 명훈에 따라, 옥령을 가진 자가 바로 장문인입니다. 노부가 불민하지만 힘을 다하여 장문인을 돕겠습니다. 우리 '풍뢰문'의 만세불후의 공업(功業)…… 장문인! 잘 보세요! 이 일초는 '용칩심연(龍蟄深淵)'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그는 연속으로 세 초식을 전수하였다

"꼬끼오――꼬끼오――"

하고 먼 곳에서 닭 울음 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사방에서 닭 울음 소리가 울렸다……

여명의 첫 번째 서광이 어둠을 가르고 날이 밝았다!

어두운 대지가 서서히 밝아오면서, 바위 뒤에 앉은 그 흑영도 점점 분명해졌다……

"살과 뼈가 죽었다 살아나고…… 그리하여 죽음에서 살아나니……삼화취정(三花聚頂), 오악조양(五嶽朝陽)…… 상달황정(上達黃庭) 하행미려(下行尾閭)…… 타!……"

그 괴인의 목소리였는데, 그가 한 손을 치켜들고 앞에 있는 그 소년의 정수리를 두드리는 것이 보였고, 동시에 입에서는 또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때 평아는 두 눈을 굳게 감고 안색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는 무한한 고통을 받은 듯 얼굴의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의 불그스름한 얼굴색은 천천히 창백해져 갔고…… 또 불그스름해지고 점점……

그 괴인의 새까만 얼굴색은 창백하게 변해가고…… 또 누렇게 변해가고…… 갑자기――

"털썩――"

하고 괴인의 몸이 뒤로 넘어가고 이어서 평아는 온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