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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十章 황산지회(黃山之會) 본문

무협소설(武俠小說)/거검회룡(巨劍回龍) - 蕭瑟

第十章 황산지회(黃山之會)

少秋 2024. 8. 23. 12:00

 

第十章 黃山之會

 

 

이때는 오경이 막 지난 시각이라 온 세상이 고요했고 산들바람만이 골짜기 안을 맴돌고 있었다.

 

희고 깨끗한 달빛은 마치 요사한 거울처럼 모든 유령과 귀신을 비추며 숨어 버리게 하였고 나무 꼭대기와 벼랑 끝은 온통 은빛으로 반짝였다.

 

육검평은 시간을 벌기 위해 경공을 극한까지 펼쳐 밤새도록 쉬지 않고 달려 전력을 다해 서둘러 갔다.

 

그의 몸은 한바탕 회오리바람처럼 휙 하고 사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장을 날아갔다.

 

주야를 가리지 않고 급히 달린 끝에 사흘째 되는 날 새벽녘에 이미 황산 신시봉(信始峰) 꼭대기에 도착했다.

 

봉우리 정상에서는 칠흑같은 푸른 귀화(鬼火)가 번쩍이며 이리저리 날아다녔고 중간에서는 세차게 용솟음치는 검은 안개가 소용돌이치며 부풀어 올랐다. 육검평은 내공이 깊어 검은 안개가 자욱하고 푸른 귀화가 하늘을 찌를 듯했지만 여전히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었다.

 

여문이 장중에 앉아 눈을 감고 속눈썹을 내리깐 채 몸 주위로 짙은 백색 기체를 내뿜고 있는 것이 보였다. 검은 안개와 푸른 귀화가 백기 가장자리에 닿았지만 즉시 가로막혔다.

 

하지만 검은 안개와 푸른 귀화의 기세는 점점 흉포해졌고 백색 기체는 점점 소멸하는 현상을 보였고 여문의 안색이 창백해지며 몹시 힘들어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육검평은 한눈에 마음에 둔 사람이 장중에 앉아 곤경에 처한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유령린우진(幽靈磷雨陣)!"

 

원래 여문은 칠절서생(七絕書生)을 따라 영남으로 돌아간 후 '감리진기(坎離真氣)'와 '칠절소(七絕簫)'를 열심히 수련했다.

 

다행히 그녀는 생사현관이 이미 뚫려있고 어릴 때부터 독고자에게 옥소를 전문적으로 배워 수련의 경지가 매우 빠르고 신묘하여 백일이 채 되지 않아 '감리진기'를 피리의 소리에 담을 수 있었다.

 

반년의 약속 기한이 다가오자 그녀는 이미 '감리진기'를 자유자재로 운용할 수 있게 되었고 마음먹은 대로 거두고 보낼 수 있었으며 소리의 높낮이와 곡절이 조화로워 소성에 힘을 전달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무형 중에 살인할 수도 있어 참으로 사람을 경악하게 했다.

 

칠절서생은 제자의 공력이 빠르게 진전되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남몰래 기뻐하며 자신이 전수한 제자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약속 기한 사흘 전 칠절서생은 여문에게 행장을 꾸려 북상하여 황산으로 가서 약속대로 회합에 참석하라고 명했다.

 

사제지간인 두 사람은 비록 몇 개월밖에 함께하지 않았지만 이별하게 되자 뜻밖에도 여전히 섭섭한 모습이었다.

 

여문은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고 독고자가 도중에 세상을 떠난 기억을 떠올리며 고독하고 감상적인 성격으로 길러졌다.

 

이번에 갑자기 만나고 갑자기 이별하게 되자 또다시 짧게 만나고 길게 헤어지게 되니 어찌 그녀로 하여금 처연한 감정이 들게 하지 않겠는가!

 

칠절서생은 하하 하고 웃으며 말했다:

"바보 같으니라고, 인생에 헤어짐이 없는 자리는 없는 법이니 때가 되면 스승은 언제든지 귀운장으로 찾아가 너를 만날 수 있다. 네 현재의 공력으로는 이번 황산 회합에 참석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니 마음 놓고 가거라!"

 

여문은 귀운장이라는 말을 듣고 문득 마음에 둔 사람이 떠올랐고 머지않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달콤해지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남절에게 한 번 절한 후 몸을 돌려 고개 너머로 걸어갔다.

 

그녀는 이때 공력이 배로 증가하여 이미 무림의 정상급 고수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었고 마음속의 이 달콤함과 기쁨에 더욱 힘을 내어 달려가니 그야말로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그녀는 지살곡에서 오래 살아 산길이 익숙했기 때문에 가까운 길을 골라 산을 넘고 절벽을 건너며 뛰어오르고 날아오르며 나뭇가지와 잎을 밟으며 평지를 걷듯 했다. 그녀의 몸이 한번 닿자마자 뛰어오르며 한바탕 회오리바람처럼 빠르고 버들개지처럼 가볍게 휘날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백 장 밖으로 멀어져 갔다.

 

이틀 밤낮을 쉬지 않고 미친 듯이 달린 끝에 황산에 도착했을 때는 약속 시간보다 반나절이나 일렀다.

 

연일 뛰느라 그녀의 공력이 아무리 높다 해도 이때는 약간의 피로를 느꼈다.

 

그녀는 조용한 곳을 찾아 잠시 운기조식을 하며 기운을 회복한 후에야 비로소 신시봉 꼭대기로 걸어갔다.

 

이번 삼십 년 만의 황산 회합은 비록 세외사절(世外四絕)의 개인적인 약속이었지만 이미 무림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흑백양도의 명성 있는 인물들은 모두 벌 떼처럼 모여 성대한 모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문이 봉우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때 장내 공터에는 동북 양쪽 바위 위에 두 명의 젊은 남녀가 앉아 있었는데 모두 두 눈을 가늘게 감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여문은 한눈에 동쪽에 앉아 있는 사람이 유령 공자임을 알아보았고 북쪽에 앉아 있는 스무 살 남짓의 소녀는 아직 본 적이 없었지만 그녀의 자리 방향을 보고 당연히 그녀가 북왕 무영객의 전인임을 알았다.

 

그녀는 시간이 이미 늦은 것을 알고 몸을 솟구쳐 육검평이 전수해 준 능허보법을 펼치며 남쪽 자리 앞에 내려섰다.

 

능허보법은 광고절금(曠古絕今)으로 그녀가 한 번에 뛰어올라 자리에 내려서니 신형이 매우 아름다워 구경하던 군웅들 사이에서 한바탕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유령 공자가 먼저 일어나 사방을 향해 가볍게 공수하며 말했다:

"소생은 동령궁 유령 공자로 엄명을 받들어 이번 성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약속한 시간이 이미 지났는데 서방 맹수의 전인께서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응당 그만두어야 할 것 같은데 두 분 아가씨의 뜻은 어떠하신지요?"

 

북쪽에 앉아 있던 무영객의 전인이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녀는 완강설(阮絳雪)이라 하며 스승이신 무영객의 명을 받들어 이곳에 왔습니다. 서방 맹수의 전인께서 아직 이르지 않으신 것은 아마도 길이 멀어 일에 차질이 생긴 것 같습니다. 지금 해가 중천에 떠 있으니 잠시 더 기다렸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의논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여문은 스스로 소개한 것 외에는 당연히 이의 없이 찬성했다.

 

유령공자도 대다수가 수긍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난 후 두 사람은 제비를 뽑아 순서를 정하기 시작했고 첫 번째 대결은 북왕의 전인과 남절의 전인이 맞붙고 승자는 다시 동령의 전인과 대결하기로 했다. 유령 공자는 속으로 깊이 다행으로 여겼다.

 

여문과 완강설 두 사람은 동시에 앞으로 몇 걸음 나아가 장내에 우뚝 서서 서로 마주 보고 섰다.

 

쌍방이 가볍게 목례를 하고 말했다:

"실례하겠습니다."

 

완강설은 한 손을 눈썹 위로 가져가더니 한 줄기 남빛 광채가 번쩍이는 순간 장검이 검집에서 나왔다.

 

강한 적이 눈앞에 있자 여문도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몸을 살짝 움직이는 사이에 백옥소를 손에 쥐었다.

 

두 사람은 신법을 펼쳐 동서 방향으로 순세를 타며 한동안 유람하듯 돌아다니다가 서로 위치를 바꾼 후 잠시 멈추었다가 약속이나 한 듯 중앙으로 나아가 몸을 날렸다.

 

완강설은 검을 비스듬히 휘두르며 "받아라!" 하고 소리치더니 '백사토신(白蛇吐信)' 초식으로 여문의 왼쪽 견정혈(肩井穴)을 곧장 찔렀다.

 

여문은 능허보법을 사용해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여 검날을 피한 후, 오른팔을 한 번 떨치자 백옥소가 곧장 검신을 향해 찍어갔다:

 

완강설은 이 초식이 원래 허초였는데 도중에 백옥소이 찍어오자 급히 검결을 바꾸더니 검을 휘감아 뒤로 거두어들이고 발을 회전하며 검초를 '직녀투사(織女投梭)'로 변화시켜 여문의 오른 손목의 경혈을 곧장 두드렸다.

 

여문은 백옥소가 허탕을 치고 상대방의 검 끝이 다가오자 황급히 어깨를 낮추고 손목을 거두며 몸을 날려 상대방의 오른쪽으로 피한 후 오른손으로 옥소를 잡아 완강설의 오른쪽 태양혈을 찍어갔다.

 

그녀의 신법은 기이했고 옥소의 초식은 가벼운 소성(嘯聲)을 동반하고 있었으니 그녀는 이미 '감리진기'를 옥소에 주입시킨 것이 분명했다.

 

완강설은 검을 회수하지 못했는데 가벼운 소성이 다가오자 즉시 독특한 무영보(無影步)를 펼쳐 몸을 번쩍이며 여덟 척 밖으로 날아가 이 번개처럼 빠른 일초를 피했다.

 

이때 그녀는 약간 분노를 느끼며 전신의 내공을 검신에 주입시켰고 남빛 검광이 별안간 두 치 넘게 길어졌다.

 

그녀가 교성을 지르고 남빛 광채가 번쩍이더니 다시 다가왔다.

 

여문은 경쾌하고 날렵한 몸놀림으로 남빛 검망 사이를 오가며 옥소를 한 번 휘두르자 가벼운 소성이 살짝 일어나며 남빛 검망과 뒤엉켰다. 두 사람은 모두 빠르게 신법을 구사하며 공격하여 서로 선기를 잡으려 했다.

 

극히 빠른 속도에 이르자 누가 누구의 신영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다만 남빛 화염이 위아래로 펄럭이고 하얀 광채가 앞뒤로 번쩍이며 두 마리의 영사(靈蛇)처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오십 초가 지나자 쌍방의 움직임은 더욱 경쾌하고 빨라졌다.

 

공격과 방어가 순식간에 이루어져 빈틈이 허용되지 않았고 공격하고는 반드시 방어해야 했다.

 

그야말로 깃털 하나도 더할 수 없고 파리 한 마리도 덜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했다.

 

백 초 이상이 되자 쌍방의 신법은 더욱 바람처럼 빨라졌다.

 

삼 장 범위 이내에서는 모래와 돌이 흩날려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갑자기 교성이 들리더니 두 개의 그림자가 갑자기 갈라졌다.

 

완강설은 가쁜 숨을 연거푸 몰아쉬었다.

 

여문도 약간 힘에 부친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들 모두 사문의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명예를 지켜야 하는데 승부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어찌 이대로 포기할 수 있겠는가? 적어도 선후는 가려야 했다. 특히 완강설은 내공 면에서 상대방보다 약간 뒤진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만의 독특한 경공과 기오한 검법에 기대어 배수진을 치고 싸우려 했다.

 

그녀는 교태롭게 웃으며 아무런 자세도 취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더니 몸을 살짝 흔드는 사이에 곧장 여덟 척 이상 공중으로 뛰어올라 반공중에서 허리를 한 바퀴 도는 모습은 마치 채봉(彩鳳)이 하늘을 나는 것처럼 더없이 아름답고 우아했다.

 

오른팔을 한 번 떨치자 남빛 광망이 여문의 머리를 덮치며 쏟아졌다. 검은 급박한 소성을 동반하고 있었는데 그 기세는 정말로 무시무시했다.

 

여문은 눈앞이 번쩍 하더니 수백 가닥의 남빛 검망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에서 소나기처럼 갑자기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급히 능허보법에 있는 구명 절초인 '연환요보(連環繞步)'를 펼쳐 몸을 연달아 번쩍이며 이 장 밖으로 피하더니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무슨 검법이지?"

 

잠시 망설이는 사이에 완강설의 몸이 마치 유령처럼 그녀의 뒤로 날아들어 검 끝을 뻗더니 남빛 검망에 경풍을 동반하여 여문의 뒤통수에 있는 '옥침혈(玉枕穴)'을 곧장 찔렀다.

 

여문은 바람 소리를 듣고 병기를 알아채며 속으로 약간 놀랐지만 다행히 위기에 처해서도 당황하지 않았고 발끝이 땅에 닿기 전에 갑자기 기를 끌어올려 두 팔을 뒤로 눌러 하강하던 몸을 앞으로 이 척이나 날라 가까스로 이 일초를 피했다.

 

속으로 약간 놀랐지만 그녀의 호승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녀는 발끝으로 살짝 땅을 찍더니 몸을 허공에 띄워 일장 높이로 올리고 공중에서 한 바퀴 돈 후 몸을 수평으로 눕히자 마치 용이 하늘을 노니는 것 같았고 머리를 돌려 완강설을 향해 덮쳐갔다. 신형의 아름답고 날렵함은 완강설보다 오히려 뛰어났다.

 

무영객의 경공은 독보적이어서 이미 우내에 명성을 떨쳤고 완강설은 그의 적전 제자로 스승이 전수해 준 것을 이미 모두 터득하였기에 이번 황산의 모임에서 무림에서 독보적인 사문의 무영보와 기환검초만으로 사람들 앞에서 빛을 내고 사문을 위해 영광을 쟁취하려 하였는데 막상 비교해 보니 확연히 뒤떨어지자 그녀의 마음은 이미 반은 식어버렸다.

 

망연자실해 하고 있는데 여문의 백옥소가 이미 한 줄기 강력한 기운을 품고 그녀의 왼쪽 어깨를 향해 찍어왔다.

 

'감리진기(坎離真氣)'는 능히 돌을 부술 수 있으며 비석을 가르는 초식이 펼쳐지자 이미 경강이 닥쳐와 완강설은 한 줄기 매서운 찬바람이 몸을 찌르고 살갗을 찢는 것을 느꼈다. 다가오는 기세가 너무도 신속하여 다시 몸을 돌려 피하려 했지만 시간상 이미 늦었기에 황급히 체내의 진력을 모두 검신에 모으고 갑자기 손을 떨며 '분화불류(分花拂柳)' 일초로 백옥소를 향해 쳐냈다.

 

'쨍' 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남빛 검망이 뒤로 일척 넘게 튕겨나갔다.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자가 갑자기 땅에 떨어졌다.

 

원래 완강설은 전신의 공력을 검신에 집중시켜 억지로 백옥소를 향해 휘둘렀지만 '감리진기'는 현문(玄門)의 지고한 신공인데 어찌 보통의 내공으로는 막아낼 수 있겠는가? 다행히 그녀의 공력이 심후했기에 한 번 부딪히는 순간 검신을 일척 남짓 튕겨 나갔을 뿐이었으나 내부의 진기가 순간적으로 소진되며 갑자기 땅에 쓰러졌다.

 

여문은 이 일초에 상대방이 틀림없이 요행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검망이 한 번 번쩍이는 순간 자신의 '감리진기'가 약간 주춤하는 것을 느껴 상대방의 공력에 깊이 감복하며 확실히 비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일초에 이득을 보자 더욱 기세가 올라 몸을 하강시키는 동시에 옥소를 손에서 들고 '감리진기'를 다시 뒤쪽에서 덮쳐 내렸다.

 

이 일초는 번개처럼 빨랐기에 완강설은 힘이 다한 상태에서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되자 하는 수 없이 손에 든 검을 위로 한 번 휘둘렀고 가벼운 신음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장검이 이미 튕겨져 나가고 한 줄기 남빛 화염이 일장 밖으로 쏘아져 나가 돌에 꽂히더니 검신이 계속해서 떨렸다.

 

완강설은 너무 놀라 안색이 흙빛으로 변하더니 두 눈을 질끈 감고 속으로 좋지 않다고 소리쳤다.

 

여문은 본래 찍기만 하고 멈출 생각이었고 이때 상대방의 병기를 튕겨낸 것은 이미 승기를 잡은 것이었기에 강호의 관습에 따라 상대방이 무기를 잃은 상태에서는 마땅히 공격을 멈추어야 했다.

 

여문은 명사에게서 배워 이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었기에 손을 멈추고 초식을 멈추더니 백옥소를 손에 들고 현장에 서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언니의 양보 덕분입니다!"

 

완강설은 이 곤경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알았지만 이때 상대방이 이처럼 관대하게 찍기만 하고 멈춘 것을 보고 실로 명사의 제자답다는 것을 느끼며 마음속에서 감격의 정이 샘솟아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량을 베풀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훗날 인연이 있으면 마땅히 가르침을 청하고 도움을 구하겠습니다. 소매가 먼저 가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한 손으로 인사를 하더니 비연(飛燕)처럼 봉우리 아래를 향해 곧장 날아갔다.

 

여문은 '감리진기'가 공력을 극도로 소모하기 때문에 방금 공격과 방어를 하느라 속으로도 피로를 느꼈다.

 

그녀가 숨을 채 고르기도 전에 유령 공자가 장중으로 걸어오더니 얼굴에는 거짓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불과 몇 개월 보지 못한 사이에 낭자의 공력이 이렇게 정진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소이다. 내가 보기에 피차 지난번 만난 이후로 소형은 줄곧 마음속에 품어와 한순간도 놓지 않았으니 이번 대결은 그만두는 것이 좋겠소. 이후 우리 둘이 강호를 행도하면 그야말로 한 쌍의 풍진협려(風塵俠侶)라 할 수 있으니 무림을 충분히 굽어볼 수 있고 천고에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해질 것이니 누이,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여문은 이 말을 듣고 아미를 곤두세우고 큰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교성을 지르며 말했다:

"말 조심하세요. 누가 당신의 누이란 말이에요. 만약 또다시 허튼소리를 한다면 제가 손을 쓴다고 탓하지 마세요!"

 

유령 공자는 여전히 히죽거리며 말했다:

"누이, 뭐 그리 조급해할 필요가 있소? 솔직히 말해 주겠소! 그대의 그 평 오빠는 이미 경도에서 체포령이 내려져 귀안장에서 압송되었으니 지금쯤은 감옥에 갇혀 있을 것이오. 귀운장도 관군에게 포위 공격을 당해 얼음 녹듯 와해되었고 지금 서맹쇄우(西盲鎩羽), 한빙궁, 나부도 모두 멸망했소. 현재 무림은 바로 우리 동령신궁(東靈神宮)이 이끌어갈 때이니 누이는 잘 생각해 보시오!"

 

여문은 그가 연달아 몇 마디 '누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노기가 치밀어 오르더니 육검평의 소식을 듣고는 더욱 가슴이 아파 모든 분노를 모두 유령공자에게 쏟아냈다.

 

그녀는 교성을 터뜨렸다:

"개자식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받아라!"

 

몸이 소리를 따라 움직이며 오른손의 백옥소를 뻗자 한 줄기 섬광이 유령공자의 가슴 앞 '화개혈(華蓋穴)'을 곧장 찍어갔다.

 

유령공자는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

"손을 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니 본 공자가 그대와 몇 초 놀아주는 것도 좋겠군!"

말을 하며 왼발을 뒤로 한 번 미끄러뜨리더니 몸을 날려 초식을 피했다.

 

그가 몸을 살짝 움직이는 사이에 오른손에는 어느새 면철접선(緬鐵摺扇)이 들려 있었고 '소지천남(笑指天南)' 일초로 여문의 오른손의 완맥혈(腕脈穴)을 향해 날카롭게 내뻗었다.

 

그는 몸을 날리고 부채를 거두고 초식을 펼치는 것이 마치 단숨에 해치우는 것 같아 확실히 명가의 솜씨를 갖추고 있었다.

 

여문은 어깨를 낮추고 손목을 당기더니 가볍게 연화보로 이동하며 유령공자의 바깥쪽으로 돌아 백옥소에서 한바탕 소성을 내며 사방에서 유령공자를 에워쌌다. 수천 겹의 소영(簫影) 가운데 사람을 겁먹게 하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그 기세가 무시무시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분노가 극에 달해 평생토록 명성을 떨치게 해 준 남절의 '칠절소(七絕簫)' 를 펼쳤다.

 

이러한 '칠절소(七絕簫)'는 반드시 초절정의 경공과 '감리진기(坎離真氣)'를 융합시켜야만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초식이 기이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단지 사람을 겁먹게 하는 소성만으로도 공력이 약간 떨어지는 사람은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되지 않아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만다.

 

다행히 유령 공자는 공력이 높고 대적 경험이 풍부하였기에 이것이 내가의 지고한 무공임을 알아차리고 조금도 방심하지 않고 알고 급히 정신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대처했다.

 

동령의 경공은 이미 강호에 명성을 떨치고 있었고 거기에 거의 일 년에 가까운 동안의 굳은 의지와 고된 수련으로 공력이 더욱 정진하였기에 지금 정신을 집중하여 대처하자 공격도 하고 방어도 해내고 있었다.

 

쌍방은 모두 당대의 절정 고수로 오로지 빠른 속도를 장점으로 삼고 있었는데 흰 그림자와 검은 그림자가 마치 교룡처럼 뒤엉켜서 번쩍이며 펼쳐지고 뛰어오르며 움직이는 사이에 서로 선기를 잡으려 하였고 출수하는 초식은 하나같이 기이하고 예측하기 어려웠다. 신형은 붙었다 떨어지고 갑자기 나뉘었다가 합쳐지니 참으로 보기 드문 박투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백 초가 지나자 여문은 마음속으로 정인의 안위를 걱정하며 속전속결하고자 하는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살기가 치솟아 '감리진기(坎離真氣)'에 다시 이 성의 위력을 더했다.

 

이렇게 되자 형세가 또다시 바뀌어 유령공자는 상대방의 기이한 초식이 잇달아 나오고 신법이 마치 바람에 나부끼듯 빨라 흰 그림자가 펄펄 날아다니니 도대체 상대방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아볼 수 없었고 게다가 무시무시한 소성은 더욱더 사람의 심금을 뒤흔들었다.

 

그는 놀라움과 두려움 속에서 더욱 신중하게 대처하며 구명 절초를 있는 힘껏 운용하여 방어에만 집중하고 공격은 하지 않았다.

 

이때 태양이 밝게 빛났고 그들은 이미 이백 초 이상을 싸웠으니 당연히 피로를 느껴야 했다.

 

특히 여문은 하룻밤 내내 사투를 벌였지만 다행히 생사현관이 이미 뚫려있기에 공력이 끊임없이 용솟음쳐 나올 수 있어서 약간 힘에 부치긴 해도 지칠 정도는 아니었다.

 

유령공자는 겨우 이백 초 남짓을 받아냈을 뿐이어서 아직 지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여문의 공세가 워낙 맹렬하였기에 역시 약간 힘이 달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매우 심계가 깊은 사람이었기에 이러한 공격을 받는 국면에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계속해서 싸우면 시간이 오래될수록 내가 중상을 입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절초를 펼치지 않는다면 승리할 가망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도망치기도 어려워진다!'

 

그는 마음을 굳히고 갑자기 몸을 날려 일장 밖으로 벗어나더니 두 팔을 쭉 펴고 크게 한번 소리치자 두 손바닥이 푸르게 변했다가 검게 변하더니 두 줄기 검은 안개가 손바닥에서 점점 뿜어져 나왔다.

 

검은 안개가 점점 짙어지며 진력을 몰래 운용해 앞으로 보내자 여문이 서 있는 곳으로 세차게 밀려왔다.

 

여문은 육검평의 입에서 동령 흑살장의 공력이 지독하기 짝이 없다는 말을 들었지만 직접 시험해 본 적이 없어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었으니 이때 유령공자가 펼친 것이 흑살장 중에서 가장 무서운 '흑살남린공(黑煞藍磷功)'이라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 이 장공에 몸이 닿기만 하면 피부와 살이 점차 썩어 들어가 흑살장공에 비해 오히려 더 무서웠다.

 

여문은 검은 안개가 끊임없이 밀려와 하늘을 뒤덮는 것을 보고 육검평이 말한 것보다 상황이 더욱 흉맹한 것 같으니 천성이 총명한 그녀가 어찌 감히 적을 얕잡아 볼 마음을 품을 수 있겠는가. 급히 전신의 공력을 모아 '감리진기(坎離真氣)'를 운용해 내보내며 온몸을 보호했다.

 

그녀가 미리 대비를 하고 있어서 다행이지 만약 흑살남린공이 몸에 닿았을 때 '감리진기'를 운용하려고 했다면 이미 한발 늦은 것이었다.

 

짙은 검은 안개가 여문의 몸 앞 반 척 정도까지 밀려와 마치 보이지 않는 강철 벽에 부딪힌 것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공기 중으로 사라졌다.

 

그녀는 이 무시무시한 '흑살남린공'을 피했지만 검은 안개가 사방으로 퍼져나가 주위의 많은 관중들이 중독되어 쓰러졌고 순식간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봉우리 아래로 도망쳤다.

 

이때 유령공자는 '흑살남린공'이 여전히 상대방을 중독시키지 못하자 아예 끝장을 보기로 마음먹고 기를 토하며 소리를 지르고 입을 벌려 한차례 불어 보내자 남색의 인염(磷焰)이 내력에 따라 입 밖으로 뿜어져 나와 공중에 날아올라 여문 주위에 비처럼 쏟아졌다.

 

여문은 상대방의 공격이 너무 흉맹한 것을 보고 속으로 깜짝 놀라 얼른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정신을 집중하고 '감리진기(坎離真氣)'를 최대한 운용하며 전개하여 힘껏 막아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이틀 밤낮을 싸웠기 때문에 내공이 아무리 높아도 버티기 어려웠지만 다행히 생사현관이 이미 뚫려있어 가까스로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파도처럼 밀려오는 검은 안개가 점점 그녀를 짓눌러 몸 앞에 이르기까지 불과 2촌이 남지 않았으니 반 시진만 더 지나면 여문은 죽지 않더라도 중상을 입을 것이었다.

 

이때 육검평은 여문의 위험이 극에 달한 것을 보고 급히 '금강부동신공'을 운용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장내로 다가갔다.

 

신공이 펼쳐지자 그 위력이 남달라 흑살남린공의 흑무가 닿자마자 즉시 형체도 없이 사라졌고 마치 끓는 물이 눈을 녹이듯 거침없었다.

 

유령공자는 승리가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여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여겼는데 뜻밖에도 도중에 예상치 못한 인물이 나타날 줄을 어찌 알았겠는가.

 

그가 한눈에 육검평임을 알아보고 새로운 원한과 묵은 원한이 한꺼번에 마음속에 솟아올라 어떻게든 강존약망(強存弱亡)의 결판을 내거나 아니면 동귀어진(同歸於盡) 하겠다고 결심했다.

 

마음을 굳히고 맹렬히 내공을 운용하여 전신의 공력을 십성까지 끌어올려 순식간에 남린(藍磷)을 발사하자 흑무가 용솟음치며 위력이 갑절로 증가했다.

 

하지만 '금강부동신공'은 불문지보로 '흑살남린공'이 아무리 높아도 한 발자국도 더는 들어오지 못했다.

 

육검평은 여문 앞에 도착하여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유령공자의 '흑살남린공'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 함부로 말을 걸 수 없었다.

 

여문은 내공이 거의 다했을 때 갑자기 밖에서 압력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끼고 틀림없이 누군가 도와주러 온 것이라 생각하며 살짝 눈을 떴는데 육검평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놀라움과 기쁨이 한꺼번에 밀려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꼈지만 내공 소모가 너무 커서 갑자기 또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으며 앉아서 운기조식했다.

 

유령공자는 '흑살남린공'을 극한까지 펼쳤지만 조금도 우위를 점할 수 없었고 동시에 하룻밤을 사투를 벌였기 때문에 정력도 지칠 대로 지쳐 흑살남린이 점차 뒤로 물러나 수축되었다.

 

그는 승리할 가망이 없음을 알고 갑자기 두 눈을 크게 뜨더니 싸움에 패한 수탉처럼 자신의 위험을 아랑곳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육검평에게 다가갔다.

 

그는 원래 금강부동신공의 광권(光圈) 안으로 뚫고 들어가 체내의 진원으로 모든 인독(磷毒)을 밀어내어 육검평과 동귀어진(同歸於盡) 하려 했지만 금강부동신공의 광권(光圈) 가장자리에 다가갔을 때 몸이 갑자기 멈춰 섰다.

 

이때 여문은 마침 운공을 마치고 정신을 회복하여 급히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백옥소가 감리진기에 의해 쏘아져 나와 광권(光圈)을 뚫고 유령공자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갔다.

 

유령공자는 전력으로 공력을 운공하던 중이라 외부 상황에 신경 쓸 수 없었고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옥소가 다가와 눈앞에 하얀 빛이 번쩍이자 피할 틈도 없이 이미 때는 늦었다.

 

비명 소리가 한 번 울리더니 옥소가 가슴을 꿰뚫고 지나갔고 쿵 소리와 함께 사람이 쓰러졌다.

 

육검평은 신공을 거두고 살짝 눈을 떴다. 여문은 마치 어린 제비가 안기듯 그의 품에 안겼다.

 

두 사람은 서로 팔을 두르고 꼭 껴안았는데 아마도 일시적인 감격 때문인지 여문의 두 눈이 꼭 감기고 콩알만 한 눈물방울이 흘러나왔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 기대고 있다가 함께 신시봉(信始峰)을 내려와 급히 귀운장으로 날아갔다.

 

그들이 총단에 도착했을 때 귀운장은 이미 가친왕에 의해 깨끗이 정리되었고 포위를 풀라는 명이 내려졌다.

 

이때 소봉은 두 사람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세 발로 종종걸음을 치며 달려와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평 오빠, 문 언니, 안녕하세요!"

 

여문은 이 순진무구한 여동생에게 이미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어 두 손으로 소봉의 어깨를 감싸며 육검평을 향해 무한한 애정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

 

소봉이 고개를 들어 보자, 세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며칠도 안 돼, 귀운장에서는 등을 달고 오색실을 묶어 육 방주와 여문, 소봉의 혼례식을 올렸다.

 

그 후 귀운장에서는 그들이 샘가 숲속에서 한가롭게 거니는 아름다운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全文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