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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八章 천종기편(天從其便) 본문

무협소설(武俠小說)/거검회룡(巨劍回龍) - 蕭瑟

第八章 천종기편(天從其便)

少秋 2024. 8. 19. 12:00

 

第八章 天從其便

 

 

이때 마음이 조급해진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소봉 낭자였다.

 

그녀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육검평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평 오빠, 또 떠나시는 거예요?"

 

육검평은 마음이 이미 조급해져 있었다. 이번 임무는 방의 안위와 관련이 있으니 어찌 다시 남녀 간의 사사로운 정을 돌볼 수 있겠는가. 그는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여 보일 뿐이었다.

 

그의 이런 담담한 태도에 소봉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고 마음이 아파 두 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육검평은 그녀에게 정말 어찌할 방법이 없어 급히 한 손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소봉, 슬퍼하지 마라. 우리는 지금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고 이번 행보는 방의 안위와 관련이 있으니 상황은 곧 해결될 거야!"

 

소봉은 처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경성은 중지(重地)인데 당신 혼자서 어떻게 위험을 무릅쓰겠어요? 차라리 몇 명 더 가서 서로 도와주는 게 좋겠어요!"

육검평은 마음에 둔 사람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 이렇게 걱정해 주는 것을 보자 마음이 오히려 아파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경기(京畿)는 내가 예전에 놀던 곳이라 아는 사람이 몇 명 있으니 임무가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그동안 쌓아온 본방의 선량한 명성과 정의로운 기개로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을 거야! 사람이 많아지면 오히려 뜻밖의 사고를 당하기 쉬우니 넌 집에서 마음 놓고 기다려.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소봉은 그의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눈물을 거두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가시는 길에 몸조심하세요!"

 

육검평은 미소를 지으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사실 그는 지금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거웠다. 어떻게 해야 방의 명예를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을까? 경기는 중지로서 마치 바다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으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누가 알겠는가? 그가 한 말은 그저 위로에 불과했다.

 

그는 이 방법 외에는 잠시나마 더 좋은 대처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잠시 조식을 하고 나니 날이 이미 밝아오고 있었다. 육검평과 왜방삭 동초 두 사람은 간단히 짐을 꾸린 후 방의 사람들과 작별하고 뒷산에서 북쪽으로 급히 달려갔다.

 

뜻밖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두 사람은 방향을 따라 곧장 걸어가며 높은 산과 험한 고개를 넘었다.

 

다행히도 그들은 경공에 모두 특별한 조예가 있어서 펼치자마자 계곡을 건너고 절벽을 넘는 것이 평지를 걷는 것 같았고 나뭇가지와 잎을 밟으며 지나가는 것은 마치 한 줄기 흰 명주처럼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들은 사흘 밤낮을 급히 달려 넷째 날 새벽 무렵 임안성(臨安城) 밖에 도착했다.

 

임안은 남송의 옛 도읍지로 전당강(錢塘江) 어귀에 위치해 있으며 성벽이 높고 거리가 넓으며 사람이 많고 상인이 몰려드는 동남의 중요한 도시였다.

 

육검평 일행은 외단의 일부 책임자들이 성으로 압송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진상을 밝히기 위해 모험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그들은 무예가 높고 대담해서 일반적인 잡부들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지만 행여 타초경사(打草驚蛇) 하는 일이 생길까 봐 낮에는 그저 성 밖의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운기조식을 하였다.

 

대략 신시에서 유시로 넘어갈 무렵으로, 바야흐로 등불이 막 켜지기 시작할 때였다.

 

두 사람은 신형을 펼쳐 외진 곳으로 돌아가서 몸을 솟구쳐 성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려 매우 시끄러웠다.

 

육검평 등 두 사람은 큰길에서 잠시 배회하다가 장군의 관청을 향해 탐색을 시작했다.

 

장군관청의 위세는 대단하여 문 앞에는 쌍두 깃발이 구름을 찌를 듯 높이 솟아 있었고 대문 입구에는 기러기 날개처럼 두 줄로 선 젊고 건장한 병사들이 모두 푸른색 경장 질복을 입고 대감도(大砍刀)를 메고 있었으며 눈을 부릅뜨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따금 어두운 골목길에서 창을 메고 검을 찬 병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딱딱한 딱따기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육검평과 동초는 면사를 덮어쓰고 자세를 취한 뒤 방향을 조준하고 앞장서서 어둠 속에서 튀어나와 담을 돌아 곧장 걸어갔다.

 

담장은 높고 커서 안쪽의 상황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반원을 돌자 갑자기 담에서 짙은 녹색 가지가 뻗어 나왔다.

 

"쉭쉭"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함께 담을 넘어 들어갔다.

 

안쪽은 지대가 넓고 그늘이 짙어 내원(內園)이 있는 곳인 듯했다.

 

두 사람은 살펴볼 틈도 없이 나무 그늘과 어둠을 따라 높은 누각을 향해 급히 달려갔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사람 그림자가 때때로 흔들리며 희미하게나마 작은 발자국 소리와 옷자락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가 들려와 경계가 삼엄했다.

 

육검평과 동초 두 사람은 이곳이 그들이 미리 매복해 있던 암습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심후한 공력으로 이들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쓸데없는 소란을 피하기 위해 여전히 우회하여 그들을 피해 안쪽으로 전진했다.

 

두 사람은 모두 뛰어난 경공술을 가지고 있어서 펼치는 순간 마치 팽이처럼 듬성듬성한 나무 그늘 사이를 오가며 차 한 잔 마실 시간에 높은 누각이 눈앞에 나타났다.

 

높이는 약 오륙 장 정도로 우뚝 솟아 어둠 속에 웅크린 채 마치 사람을 삼키려는 것 같았다.

 

안쪽에서는 등불이 휘황찬란하게 빛나 마치 대낮처럼 밝았고 사람 그림자가 움직이는 사이로 이따금 크고 낭랑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을 날려 좌우에서 건물 처마 위로 올라가 대들보 아래쪽에 숨었다.

 

무공이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오륙 장의 거리가 이미 극한의 난이도였지만 육검평과 동초에게는 마치 강장대도(康莊大道)를 걷는 것처럼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육검평은 두 발로 살짝 딛고 몸을 화살처럼 공중으로 뛰어올랐고 두 손으로 대들보를 짚듬고 두 발로 한 번 차서 마치 원숭이처럼 재빠르게 처마 밑에 달라붙었다.

 

그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창문 너머로 안을 살짝 엿보았다.

 

이곳은 작은 사무실로 책상 위에는 문방사보(文房四寶)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지만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그리고 높고 낭랑한 대화 소리는 문 밖에서 들려왔는데 아마도 다른 방에 있는 듯했다.

 

육검평은 속으로 몰래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겠어."

남의 방을 몰래 들어가는 것은 그로서는 정말 하기 싫은 일이었지만 지금 이곳에서는 방 전체의 존망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험을 해 보기로 했다! 마음을 정하고 두 손을 놓고 두 발로 살짝 튕기자 몸이 마치 용처럼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어두운 밤에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라 마음이 조금 불안했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그는 발소리를 죽이며 문 앞으로 다가가 살며시 문고리를 열고 머리를 내밀어 밖을 살펴보았다. 꽤 넓은 복도가 보였는데 양쪽에는 모두 방들이 있었고 아마도 관아에서 문서를 처리하는 곳인 듯했다. 그리고 대화 소리는 중앙에서 흘러나왔는데 소리가 비교적 가까웠다.

 

육검평은 앞뒤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갑자기 몸을 날려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그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자칫 실수하거나 운이 없으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행히도 그의 신법은 기묘하여 펼치면 한 줄기 가벼운 연기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옆방의 작은 사무실로 숨어 들어가 격자창 너머로 중앙 대청방을 힐끗 쳐다보았다.

 

대청 가운데에는 거대한 탁자가 가로놓여 있었고 그 곳에는 나이가 지긋하고 군관 차림을 한 다섯 명의 인물이 앉아 있었으며 그 아래에는 하급장교 같은 군관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상석에 앉은 다섯 명 중 한 노군관이 말했다:

"온주부(溫州府)의 상문(詳文)에 따르면 귀운장(歸雲莊)을 오랫동안 공격해도 함락시키지 못하고 풍뢰방(風雷幫)의 여러 사람들이 깊은 산속으로 도망쳤다는데 산길이 험하고 지세가 넓어 부(府)의 병력으로는 부족하여 배치할 수 없다고 하오. 하지만 이렇게 시일을 끌다가는 정해진 기한을 넘길 것이 분명하니 본 장군도 몹시 걱정스럽소."

 

아랫자리에 앉은 군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풍뢰방은 최근에야 다시 강호에 두각을 나타냈지만 실력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토벌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들리는 바로는 평소에도 공무에 충실하고 법을 잘 지켰으니 대놓고 관군에 저항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번 일은 다른 내막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골치 아플 리가 없습니다."

 

상좌의 왼쪽에 앉은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도 같은 생각이지만 부에서 온 공문에는 그저 구원을 요청했을 뿐, 근본적으로 원인에 대한 설명이 없어 장군께서도 주저하고 계십니다."

 

상좌의 오른쪽에 앉은 장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은 시작부터 기괴했습니다. 경도에서는 단지 체포만 지시했을 뿐 정확한 죄명을 제시하지 않았으니 이는 아마도 강호의 은원(恩怨)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가운데 앉은 나이 든 군관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있소. 노부의 생각으로는 잠시 군사를 움직이지 말고 한편으로는 공문을 보내 부에 병력을 더 보내 포위를 강화하도록 지시하고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출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이렇게 하면 쓸데없는 시비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이고 또 이런 강호인들은 대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명예와 의리를 중시하니 조금이라도 잘못 대처하면 즉시 집안을 망치고 살신지화(殺身之禍)를 입을 것이니 정말 감당할 수 없소이다!"

 

아래쪽에 앉아 있던 두 줄의 교변 군관들은 이 말을 듣고 일제히 박수를 치며 좋다고 말했다.

 

대청에 있던 사람들이 막 떠나려고 할 때 가운데 있던 나이 든 군관이 또 말했다:

"조 장군, 오늘 밤 당직이니 조심해야 하오. 듣자 하니 얼마 전 밤에 부아(府衙)에 간세가 침입하여 부에서 초빙한 강호의 최고 고수가 적을 쫓다가 중상을 입었다고 하니 우리도 방비하지 않을 수 없소. 특히 옥에 갇힌 풍뢰방 비도들은 각별히 조심해서 감시해야 하며 절대 방심하여 벌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그러자 한 젊은 군관이 일어나 가볍게 주먹을 쥐어 보이며 말했다:

"네, 비직(卑職)이 지금 가서 한번 순찰하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걸음을 옮겨 바깥쪽 복도로 나갔다.

 

육검평은 그들이 풍뢰방을 비도(匪徒)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마음속에서 피가 끓어오르고 몹시 괴로웠지만 본방의 안위와 직결된 이번 행보를 떠올리며 천만 번도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때 젊은 군관의 말을 듣고 속으로 다행이라고 부르짖었다.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준 기회인데 어찌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 급히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고 발소리를 죽여 복도의 어둠 속에 숨어 기다렸다가 과연 잠시 후 대청 문 입구에서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점점 들려왔다.

 

하나의 신영(身影)이 급히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육검평은 전광석화처럼 몸을 날려 그의 뒤에 바짝 붙어서 미행했다.

 

  ※※※

 

한편 왜방삭 동초는 육검평과 헤어진 후 길을 돌아 관아 건물 뒤로 나아갔다.

 

강호 경험이 풍부한 그는 관아의 정세를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 있어서 우회하여 진입한 후 가볍고 날렵하게 움직이며 순식간에 내청으로 들어갔다. 그는 체구가 작고 뚱뚱해 보였지만 움직이기 시작하면 정말 화살처럼 빠르고 바람처럼 빨랐다.

 

이때는 인경(寅更)이 막 지났을 무렵이라 그는 어두운 격자창 아래에 몸을 숨기고 혀로 창호지를 핥아 구멍을 낸 후 오른쪽 눈을 가늘게 뜨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방안의 설비는 깔끔하고 우아했으며 창 옆에는 커다란 탁자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어린아이 팔뚝만 한 굵은 통소랍촉(通宵蠟燭: 밤새 켜놓는 초)이 놓여 있었으며 탁자 앞에는 두꺼운 융으로 된 방석이 받쳐진 커다란 의자가 있었다.

 

양쪽 벽에는 책장이 가득했고 책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어 사람들에게 마음이 맑아지고 눈이 즐거워지는 느낌을 주었다.

 

갑자기 문밖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열네댓 살쯤 되어 보이는 서동(書童)이 발을 걷고 한쪽으로 비켜섰다.

 

쉰 살쯤 되어 보이는 노인이 가벼운 옷차림에 간편한 신발을 신고 있었는데 얼굴은 둥근 달같았고 짙은 눈썹에 긴 눈, 높은 코에 풍성한 턱이 어우러져 매우 위엄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천천히 걸어서 밖에서 들어왔다.

 

노인은 안으로 들어와 탁자 앞에 있는 의자에 앉더니 입을 열었다:

"진흥아, 공문서를 가져오너라!"

 

아까 발을 걷었던 소동이 "네" 하고 대답하고는 급히 몸을 돌려 오른쪽 서궤에서 문서 한 묶음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노인은 손가는 대로 한 번 휙 넘기더니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붓을 들어 결재를 하였다.

 

갑자기 그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잠시 정신을 집중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사야(李師爺)를 모셔 오너라!"

소동은 몸을 돌려 문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예순 살이 넘어 보이는 장삼에 복록을 신은 노인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몸을 굽혀 인사하며 말했다:

"장군께서 무슨 일로 소생을 부르셨는지요?"

 

장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이 노부자(老夫子)께서는 예를 차리지 않으셔도 되니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시지요!"

 

이사야는 다시 한 번 몸을 굽혀 인사한 후 옆에 앉았다.

 

장군은 조금 전에 보았던 문서를 아무렇게나 이사야 앞으로 밀어주며 말했다:

"노부자께서 한번 읽어보시고 고견을 들려주시오."

 

이사야는 매우 공손하게 자세히 읽어본 후 두 눈을 살짝 감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만생(晚生)의 우견으로는 이번 일은 친왕께서 지시하시고 지명 소환하신 것이니 그 가운데 권귀(權貴)가 개입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잠시 정세를 조금 늦추고 경중(京中)의 동정을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한쪽에도 미움을 사지 않는 상책입니다."

 

장군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이렇게 시일을 끌다가 귀운장을 함락시키지 못하면 경도에서 죄를 물을 것이고 이는 군무를 그르칠 혐의가 있으니 신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사야는 몸을 굽혀 웃으며 대답했다:

"대인께서는 안심하십시오. 경도에서 만약 추궁해 오면 우리는 그저 부로 한번 떠넘기기만 하면 양쪽 모두 적당히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장군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 일은 노부자께 맡기겠습니다!"

 

말을 마치고는 아무렇게나 그 공문을 뽑아 건네주고 곧바로 몸을 일으켜 나갔다.

 

이사야는 공손하게 두 손으로 공문을 받아들고 앞에 펼쳐놓고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왜방삭 동초는 정신을 집중해 바라보며 속으로 깜짝 놀랐다. 공문을 보낸 사람은 구문제독(九門提督)이었고 내용은 거리가 멀어서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그는 비록 평생 강호를 주유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지만 이때만큼은 뜻밖의 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목적을 이미 달성했고 더 이상 탐색할 것이 없고 시간이 아직 이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뇌옥(牢獄) 쪽으로 급히 날아갔다.

 

감옥은 관아의 좌측에 있었는데 이때는 인경(寅更)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넓은 옥방은 귀성(鬼城)처럼 고요하고 칠흑같이 어두웠으며 이따금 단조로운 딱따기 소리만이 들려왔다.

 

옥문 입구에는 인영이 희미하게 흔들리며 이따금씩 작은 소리가 들려왔는데 아마도 야간 당직 경비병의 숙소인 듯했다.

 

그는 측면으로 돌아가 높고 큰 담장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옥방은 크게 두 동으로 나뉘었으며 각 동에는 적지 않은 방이 있었고 대문 입구에서 안쪽을 살펴보니 안쪽은 등불이 어둑하고 분위기가 침침했으며 때때로 가벼운 탄식 소리와 쇠사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와 마치 귀성(鬼城)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린아이 팔뚝만 한 굵은 기둥 두 줄이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왜방삭 동초는 담벽을 따라 창가로 다가가며 차례로 살펴보았다.

 

처음에는 별다른 것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중앙에 있는 한 칸짜리 큰 옥방에 이르자 절강성내 본방 소속 각 지역의 책임자들이 거의 다 모여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한가롭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총단에서 자주 활동했기 때문에 왜방삭 동초는 얼굴이 조금 익었지만 개개인의 성씨와 이름은 알지 못했다.

 

갑자기 눈썹이 굵고 눈이 부리부리한 서른 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가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 일도 없다고 분명히 말해 놓고서 왜 우리를 여기에 가둬 놓는 거야. 젠장, 설마 방회에 참가하는 것도 천조(天條)를 어기는 것인가?"

 

또 다른 얼굴이 청수한 청년이 이어서 말했다:

"아무튼 날이 밝으면 반드시 따져 봐야지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먼저 한 대 때려 줄 겁니다!"

 

검은 수염의 노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 분은 조금 진정하시고 조급하게 굴지 마시오. 이번 일은 이미 무림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으니 본방 총단에서는 반드시 상황을 수습하고 우리를 곤경에서 구해 줄 것이오. 지금은 절대로 조급해 해서는 안 되오. 사람이 사소한 일에 참지 못하면 큰 계획을 망친다고 했으니 조만간 총단에서 좋은 소식이 올 것이라 믿소."

 

왜소한 체구에 양쪽으로 뻗친 팔자수염을 기른 사내가 말했다: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이번 일은 갑작스럽게 생겨 우리가 총단의 명령을 받지 못해 당연히 관군에 공공연히 저항할 수 없어서 억지로 이곳에 갇히게 된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몇 사람만 해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검은 수염의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로 그것이오. 우리는 지금까지 잘 참아 왔으니 그들이 아무런 악의가 없는데 굳이 급하게 굴 필요가 있겠소. 만약 경솔하게 행동한다면 오히려 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총단의 번거로움만 가중시킬 것이오!"

 

왜방삭 동초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 암암리에 방의 제자들이 평소에 대부분 방규를 잘 지키고 공무를 받들고 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이번 사태를 벗어나는 것이 비교적 순조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내 손을 뻗어 숯 조각을 꺼내 종이 위에 '안심정후(安心靜候: 안심하고 조용히 기다려라)' 네 글자를 대충 적고 작은 통풍창구(通風窗口)를 통해 방 안으로 던졌다.

 

바로 몸을 돌려 물러나려고 할 때 갑자기 백색 신영이 측면에서 번개처럼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나타난 사람은 몸놀림이 매우 빨라서 왜방삭 동초가 초인적인 공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그가 육검평의 신영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그의 그림자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을 것이다.

 

잠시 멍해 있는 사이에 그 사람은 이미 옥방 근처까지 달려와 순식간에 멈추었다.

 

왜방삭 동초는 몸을 날려 가까이 다가간 후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여긴 별일 없으니 우린 갑시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경공 신법을 펼쳐 화살처럼 왔던 길로 달려갔다.

 

그들은 성의 교외에서 잠시 머물며 현재의 정세를 서로 논의한 후 그래도 속히 경중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고 두 사람은 가볍게 운기조식을 하자 날이 이미 밝아오고 있었다.

 

새벽 해가 막 떠오를 무렵 그들은 숭산준령(崇山峻嶺)을 넘어 북쪽을 향해 서둘러 길을 재촉했다.

 

다행히 두 사람은 모두 초인적인 경공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있는 힘을 다해 빠르게 달리자 번개처럼 빠르고 바람처럼 날쌨다. 게다가 내공이 심오하여 조금만 운기조식하면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그래서 닷새도 되지 않아 높고 웅장한 북경성이 눈앞에 펼쳐졌다.

 

두 사람은 신중하게 행동하기 위해 남문 교외에 있는 작은 객잔에 묵었다.

 

그날 저녁 어스름 무렵 두 사람은 비틀거리며 성안으로 섞여 들어갔다.

 

먼저 거리에서 한동안 서성거리다 천천히 담을 돌아 구문제독의 아문(衙門) 앞뒤를 탐색한 후에야 외진 곳으로 자리를 옮겨 잠시 쉬었다.

 

구문제독은 북경의 치안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있어 기세가 대단했고 아문 앞에 도열한 병사들은 모두 가는 허리와 넓은 어깨를 가진 청장년들로 도광을 번쩍이고 있어 눈이 부실 정도였다. 게다가 수시로 호통 소리가 들려와 확실히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보통 사람들은 아문을 지나갈 때는 모두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감히 정면으로 쳐다보지 못했다.

 

육검평 등 두 사람은 그들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오히려 아문의 부지가 광활하여 탐색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았다.

 

동시에 이 구문제독의 아문은 장군의 아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비가 삼엄하고 장애물이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매우 신중하게 담을 따라 노복학행(鷺伏鶴行)의 걸음으로 오른쪽으로 전진했다.

 

대략 삼십 장쯤 걸어갔을 때 짙은 그늘이 우거진 담 아래에 도착해서 왜방삭 동초가 앞뒤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육검평에게 손짓을 한 후 먼저 담을 넘었다. 육검평도 그 뒤를 따랐다.

 

왜방삭 동초가 기를 집중해 살펴보니 이렇게 큰 정원에 인기척이 전혀 없다는 것은 그의 강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내부에 꿍꿍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잠시 생각한 후 육검평에게 살짝 귓속말을 했다.

 

두 사람은 몸을 날려 담 꼭대기를 넘어 번개처럼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왜방삭 동초가 먼저 신법을 펼쳐서 어두운 벽을 따라 살금살금 앞으로 나아갔다.

 

육검평은 그 뒤를 따랐지만 왜방삭 동초의 원래 노선을 따르지 않아 두 사람의 거리는 대략 삼십 장 정도 떨어져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왜방삭 동초는 백 장쯤 기어 들어갔다.

 

갑자기 한 마리의 시커먼 물체가 어둠 속에서 튀어나왔다.

 

"멍멍" 대는 소리와 함께 곧장 왜방삭 동초를 향해 달려들었다.

 

왜방삭 동초는 몸을 돌려 피한 후 뒤로 돌아 주먹을 들어 내리치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좌우 양쪽에서 한차례 쇠붙이의 파공지성이 울리며 날카로운 소리가 났는데 출수한 사람의 경력(勁力)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바람 소리를 듣고 병기를 알아챌 수 있기에 속으로 가볍게 웃으며 허리를 곧게 펴고 두 손으로 내리누르는 자세를 취하며 공중으로 뛰어올라 팔 척 높이에서 양쪽의 암기를 발 아래로 교차시켰다.

 

그는 몸을 공중에 띄운 채 한 바퀴 돌고 두 다리를 굽혔다 펴며 공중에서 아름다운 호선을 그리며 마치 공을 던지듯 일 장 밖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두 발이 땅에 닿자마자 또 다른 강력한 경풍이 정면으로 덮쳐 왔다.

 

연이어 기습을 당하자 그는 속에서 분노가 끓어올랐고 자신도 모르게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몸을 왼쪽으로 돌려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강맹한 기운이 손에서 뿜어져 나왔다.

 

"앗" 하는 소리와 함께 한 개의 철질려(鐵蒺藜)가 땅에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시커먼 물체가 또다시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