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五章 突圍成功
왜방삭 동초는 원앙쌍탄을 거두어들이고 세 사람이 사라진 방향으로 몸을 날려 절벽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어디에도 세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이 일대의 절벽 속에 분명히 비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 명의 한빙궁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실종될 리 없었다.
절벽 벽을 따라 한 걸음씩 걸으며 수색하기 시작했다.
과연 채 삼 장도 가지 않아 거대한 바위 하나가 땅에 비스듬히 쓰러져 절벽에 기대 있었고 바위 뒤에는 거무튀튀한 작은 구멍이 반쯤 드러나 있었다.
왜방삭 동초는 미소를 지으며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놈들아,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고 주도면밀하게 준비했다 해도 실수로 인한 허점은 있기 마련이니 이번에는 너희들이 어디로 도망치는지 두고 보겠다!'
갑자기 두 손으로 바위를 밀자 바위가 손에 밀려 쓰러지며 사람 키만 한 검은 동굴이 나타났고 집중해 살펴보니 동굴 안에서 은은하게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왔다.
왜방삭 동초는 화섭자(火摺子)을 켜서 동굴 안을 비추었다.
동굴은 높이가 일장이 넘고 벽은 거울처럼 매끄러웠으며 파인 자국이 새로워서 최근에 인공적으로 뚫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동굴이 깊어 끝이 보이지 않았으며 상황을 보아하니 먼 곳으로 통하는 것 같았다.
강호 경험이 풍부한 그는 동굴이 너무 깊고 멀어서 화섭자가 소용없을 것을 염려하여 즉시 몸을 돌려 숲속 깊은 곳에서 소나무 가지와 마른 대나무를 주워 임시로 횃불을 만들어 천천히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두 번 굽이를 돌자 지형이 탁 트였다.
그제야 그는 눈앞에 가로놓인 굴이 무려 다섯 개나 되고 중간에 갈라지는 곳은 지름이 삼장이나 되며 중간에는 어른 팔뚝보다 굵은 쇠기둥이 바위 꼭대기를 막고 있는 것을 보았다.
쇠기둥 위에는 하얀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는데 '함부로 들어오는 자는 죽는다(擅入者死)'라는 네 글자가 쓰여 있었다.
그는 이 굴이 아마도 한빙궁의 금지이거나 아니면 사통팔달의 지름길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는 한빙궁의 속임수에 치를 떨었다. 종이가 높게 붙어 있어서 자신의 키가 너무 작았기 때문에 무심코 아직 불을 붙이지 않은 마른 나뭇가지를 사용해 위로 들어 올렸다.
'쉭' 하는 소리와 함께 종이가 당겨져 찢어졌고 기둥 위에는 술잔 크기만 한 작은 구멍 세 개가 드러났다.
갑자기 '찰칵' 하는 소리가 들리자 왜방삭 동초는 낌새를 알아차리고 재빨리 바닥에 엎드린 채 쇠기둥 위의 작은 구멍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슉슉슉' 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구멍에서 세 가닥의 탄환이 발사되었다.
이 총알들은 기세가 매우 빠르고 분명 기관총으로 제어되는 것 같았다.
동시에 이 탄환들은 마치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상, 중, 하, 좌, 우로 교차하여 발사되었다.
왜방삭 동초는 급히 지당권(地堂拳)이라는 독특한 무공을 펼쳐 팔꿈치와 무릎에 힘을 주고 공처럼 굴러가며 쇠기둥 앞을 지나갔다.
방금 전 철기둥 경계선을 지났다.
지상에 있던 바위덩이가 갑자기 아래로 살짝 가라앉더니 삐걱거리는 기계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한 무더기의 검은 빗방울이 암벽 꼭대기 틈새에서 흩날리며 떨어졌다.
그는 이 검은 비가 틀림없이 기이한 독을 품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먼저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시 철 기둥 뒤로 물러났다.
예상대로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검은 비가 땅에 닿자마자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순식간에 짙은 연기가 사방에 가득 차 구역질나게 했다.
이런 막을래야 막을 수 없는 독수 앞에서는 그의 공력이 깊고 경험이 풍부하다 해도 한 순간도 감히 다시 시도할 수 없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손을 뻗어 원앙탄 한 알을 꺼내더니 오른손에 힘을 실어 철 기둥에서 이 척 떨어진 곳을 향해 발사했다.
원앙탄이 땅에 떨어지자 '펑' 하는 굉음과 함께 한바탕 삐걱거리는 소리가 지나가더니 또다시 검은 비 한 무더기가 꼭대기에서 쏟아졌다.
그는 거리를 점점 더 멀리 잡아 삼 척, 사 척, 팔 척 밖까지 나가자 독수가 비로소 멈추었다.
그는 재빨리 몸을 날려 팔 척 밖으로 나가 원앙탄을 던졌던 곳에 발을 디뎠다.
그는 동굴 안에 위기가 겹겹이 쌓여 있고 걸음마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더 무서운 독이 뒤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절대 방심하지 않고 다시 원앙탄을 꺼내 '투탄문로(投彈問路)' 방법을 응용하여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하게 걸어 들어갔다.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계속 시간을 소모하는 것도 당연히 방법이 아니니 모험을 한번 해보는 것이 더 나았다. 어쩌면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마음을 정하고 걸음을 오른쪽에 있는 한 굴로 향했다.
이 굴은 비교적 구불구불하여 몇 장 가지도 않았는데 모두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는 길을 따라 한동안 걸어갔으나 여전히 원래의 갈림길로 돌아왔다.
하지만 나온 것은 중간에 있던 그 굴이었다.
그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왼쪽에 있는 그 굴로 걸음을 옮겼다.
이 굴은 유달리 음침하고 약간 축축한 냄새가 났는데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어느 쪽 암벽을 타고 흐르는지 알 수 없어 자연히 수원의 위치도 추측할 수 없었다.
그는 이때 상황이 급박하여 자세히 탐색하고 수색할 겨를이 없어 발끝으로 살짝 찍으며 안쪽으로 급히 달려갔다.
앞으로 10장도 채 가기 전에 갑자기 뒤쪽에서 '펑' 하는 굉음이 들려왔다.
갈림길 입구에서 철판 하나가 갑자기 떨어져 입구를 완전히 막아버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았다.
퇴로가 이미 끊겼으니 재차 전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발에 힘을 더해 온 힘을 다해 앞으로 급히 내달렸다. 다행히 이 굴은 깎은 듯이 곧아서 달려가는데 그다지 힘이 들지 않았다.
대략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났을 때, 앞쪽에서 미풍이 간간이 불어오는 것이 느껴져 지하도의 출구가 머지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또다시 '펑' 하는 굉음과 함께 터널 앞이 철판으로 꽉 막혔다.
전방의 통로가 모두 막혀버려 그의 공력이 아무리 높다 해도 마음속으로 초조함을 금할 수 없어 걸음을 떼지 못하고 결국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잠시 후 발바닥이 약간 차가워지는 것을 느끼고서야 그는 머뭇거리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개를 숙여 바닥을 살펴보니 얕은 물줄기가 어디선가 동굴로 흘러들고 있었다.
물줄기는 점점 발끝에서 발목까지 차오르더니 순식간에 동굴 가득히 물빛이 반짝였고 콸콸 흐르는 물줄기는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이렇게 들어오기는 해도 빠져나갈 수는 없는 물이 끊임없이 밀려들어 시간이 지나면 동굴에서 익사하지 않겠는가.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 내야 했다. 일단 곤경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이니 앉아서 죽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마음을 정한 그는 즉시 출구 쪽으로 가서 살펴보았다.
철판 하나가 위에서 땅속으로 박혀 있었고 양쪽은 더욱 촘촘하게 산벽 사이에 끼워져 있어 힘주어 눌러보니 약간 움직이기는 했지만 장력으로 깨뜨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몸을 돌려 오던 길로 돌아갔다.
그가 철판이 떨어졌던 곳으로 돌아가 살펴보니 그쪽 상황도 완전히 똑같아 맥없이 돌아왔다.
이때 수위는 이미 허벅지까지 차올라 걸음을 옮길 때마다 약간 무겁게 느껴졌다.
그는 갑자기 놀라 이를 악물고 발을 구르며 쌍장에 공력을 모아 철판을 힘껏 때렸다.
그는 공력이 심후해 견줄 자가 없었는데 이번에 축적한 힘으로 치자 그 힘이 어찌 천균(千鈞)에 그치겠는가. 장력이 철판에 닿자 '콰르릉' 하는 천둥소리가 나며 철판이 약간 바깥쪽으로 들어갔다가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는 속으로 도검(刀劍) 같은 것이 있다면 대략 그것으로 찔러 뚫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귀를 잡고 수염을 쥐어뜯으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갑자기 품속에 있던 원앙탄이 만져져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했다:
"어떻게든 한번 해봐야겠다.'
그는 손을 더듬어 두 발을 꺼내더니 어깨를 낮추고 기마자세로 단전에 기를 모으고 두 팔에 공력을 운행하더니 오른손을 갑자기 떨치자 한 줄기 검은빛이 손을 떠났다.
'콰르릉' 하는 굉음과 함께 철판이 소리와 함께 반 척 넘게 움푹 들어갔다.
왜방삭 동초가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곧바로 왼손을 번쩍 들자 검은빛이 번쩍이더니 '펑' 하는 굉음과 함께 철판이 함몰된 곳이 원앙탄에 의해 부서져 나갔다.
왜방삭은 힘을 한번 써 철탄을 다시 수중으로 회수했다.
그는 탄을 손에 넣고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두 손을 앞뒤로 떨치자 두 줄기 검은빛이 또다시 손을 떠났다.
두 번의 하늘을 진동시키는 '콰르릉', '펑' 하는 굉음이 들렸다.
철판에 또다시 밥그릇만 한 구멍이 생겼다.
왜방삭 동초는 두 손으로 각각 구멍 하나씩을 누르고 힘을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빡' 하는 소리와 함께 철판 한가운데에 이 척 크기의 둥근 구멍이 뚫렸다.
그는 몸을 날려 구멍을 뚫고 철판 밖으로 나갔다.
이때 달빛이 동쪽으로 옮겨가면서 마침 동굴 입구로 비쳐 들어와 상쾌한 찬바람이 동굴 입구에서 서서히 불어와 마음과 정신을 상쾌하게 해주었다.
왜방삭 동초는 기오한 경공을 전개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동굴 밖으로 뛰쳐나갔다.
눈앞의 지세를 살펴보니 산봉우리 뒤쪽 골짜기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신을 집중해 멀리 살펴보니 서남쪽 짙은 그늘 가장자리에 어렴풋이 불빛이 보였다.
때가 이미 늦었으니 어찌 더 지체할 수 있겠는가. 몸을 일으켜 한 덩어리의 솜털처럼 불빛이 있는 곳으로 급히 달려갔다.
신형이 가까이 다가가니 그것이 커다란 장원임을 알 수 있었다.
담벼락 뒤에서 크지 않은 호통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그는 마음이 불같이 급해 감히 태만할 수 없어 몸을 날려 담 꼭대기로 올라가 바람처럼 번개처럼 뒤쪽으로 날아갔다.
그의 경공은 초인적인 경지에 이르러 몇 번의 오르내림 만에 이미 현장에 도착하니 육검평이 남은 진력을 다해 마지막으로 버티고 있을 때였다.
왜방삭 동초는 눈알이 찢어질 것 같아 손을 털며 두 발의 탄환을 동시에 발사하여 한빙냉마의 악독한 음모를 분쇄했다.
앞서 육검평이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억지로 한빙냉마의 '현빙음살玄(冰陰煞)'을 막아내고는 남은 힘이 다했다고 느낄 때, 때마침 왜방삭 동초가 제때 현장에 도착하여 큰 소리로 호통을 치며 오른손을 한 번 휘두르자 두 줄기 검은빛이 한빙냉마를 향해 곧장 날아갔다.
'현빙음살'은 극도로 악독하지만 진력을 극도로 소모하기 때문에 오래 지속할 수 없다.
한빙냉마는 육검평과 사투를 벌이면서 이미 전력을 다한 상태였기에 육검평이 조금 지탱하지 못하고 몸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지만 이때 그도 진력이 거의 소진되었는데 여세를 몰아 공력을 거두지 않으면 자기 본신의 행공 역혈로 인해 내부가 손상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왜방삭 동초는 쌍탄을 발사하자마자 한빙냉마는 원앙탄의 위력이 비할 데 없다는 것을 알고 즉시 '현빙음살' 공력을 거두고 두 발로 살짝 뛰어오르더니 몸을 허공으로 삼장이나 뽑아 올려 쌍탄이 발바닥 아래로 허공을 가르며 지나가게 했다.
육검평은 원래 한 가닥 남은 힘으로 억지로 지탱하고 있었는데 이때 왜방삭 동초의 호통 소리를 듣고 마음이 저절로 놓이면서 진기도 함께 흩어졌다.
그는 진기가 흩어지며 쓰러졌지만, 마음속으로는 지금 대적이 눈앞에 있으니 절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정신력을 조금이나마 발휘하여 몸을 돌려 앉아 운기조식을 하며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현빙음살'의 악독함이 비할 데 없었기에 육검평은 이미 기력이 다한 상태에서 받은 독상이 이미 내부로 침투했지만, 다행히도 그의 공력이 심오하여 아직 심맥을 보호할 수 있었고, 혼미한 가운데서도 약간의 감각이 남아 있었다. 만약 공력이 조금 떨어지는 사람이었다면 진작 쓰러졌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일시에 망아지경에 들어갈 수는 없었고, 속으로는 음한한 기운이 얼음송곳처럼 체내에서 역류하며 미친 듯이 돌아다니는 것만 느껴졌다.
왜방삭 동초는 원앙탄을 위로 쏘아 올리는 데 한계가 있었고, 노마두가 몸을 날려 피했으니 계속 공격해 봐야 소용이 없었다. 그는 즉시 손을 흔들어 쌍탄을 손바닥 안으로 거두어들였다.
그는 바로 몸을 돌려 육검평의 상처를 살펴보려 했다.
갑자기 현장에 있던 나머지 다섯 명의 한빙궁 고수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일제히 덮쳐들었다.
다섯 개의 신영과 열 줄기의 장력이 마치 보이지 않는 강철 장벽처럼 왜방삭 동초의 앞으로 몰려들었다.
왜방삭 동초는 이미 노강호로, 다섯 사람이 모두 일시에 고수임을 알아보고 본능적으로 밖으로 피하고 싶었지만, 그가 몸을 피해 버리면 육검평이 반드시 그 타격을 받게 될 것이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오른쪽으로 두 걸음을 내디디며 육검평의 앞을 가로막고 두 팔에 힘을 실어 비스듬히 다가오는 장력의 가장자리를 후려쳤다.
그의 이 한 수는 제법 절묘했다.
원래 다섯 사람의 장력은 모두 가운데를 향해 후려쳐 오고 있었는데, 그 기세가 실로 무시무시했다. 왜방삭 동초가 두 걸음을 내디뎌 이미 정중앙을 피한 상태에서 전력을 다해 비스듬히 한 번 후려치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상대방의 장력은 파도처럼 옆으로 밀려나가 사라졌다.
그리고 왜방삭 동초의 몸은 휘청거리며 오른쪽으로 한 걸음 물러난 후에야 가까스로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그는 암암리에 장내의 상황을 살피다가 한빙냉마의 운공이 끝나가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속으로 좋지 않다고 탄식했다.
현재 상황은 적이 많고 아군이 적은데, 노마두는 방금 전에 상처를 입지 않았고 그저 기력만 많이 소모했을 뿐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나면 지금쯤 공력이 회복되었을 터이니 우리 두 사람을 놓아줄 리가 없다!
게다가 육검평은 아직 공력이 회복되지 않았으니 어떻게 해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억지로 맞서 싸우는 것은 정말이지 수지가 맞지 않는 것이다. 삼십육계 줄행랑이 상책이니 일단 외진 곳을 찾아 잠시 숨어 있는 게 낫겠다.
왜방삭 동초는 생각을 결정하고 즉시 손을 떨치자 두 줄기 검은빛이 번개처럼 가운데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들의 몸에서 한 자 정도 떨어진 곳에서 갑자기 좌우로 갈라졌다.
다섯 명의 한빙궁 고수들은 그 무서움을 알고 약속이나 한 듯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왜방삭 동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들이 몸을 돌려 급히 물러나는 틈을 타 민첩하게 땅에 쓰러진 육검평을 낚아채고 오른손을 휘둘러 쌍탄을 거두어들인 후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는 조용히 육검평의 귓가에 대고 소리쳤다:
"우리 도망갑시다!"
육검평은 원래 아직 혼미한 상태였지만 마음속에는 희미한 감각이 남아 있었는데, 왜방삭 동초의 외침을 듣자 자신도 모르게 왜방삭의 몸이 솟구치는 기세를 따라 발밑을 살짝 들며 함께 날아올랐다.
불과 두 번의 도약만으로 두 사람은 이미 담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현장에 있던 한빙궁 고수들은 깜짝 놀라 두 사람이 담장 위에 올라갔을 때에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뒤따라가려 했다.
한빙냉마는 흐흐 하고 웃으며 말했다:
"어린놈은 이미 노부의 현빙음살공에 맞았으니 특제 해약이 없다면 두 시진 안에 경맥이 반드시 얼어붙어 죽을 것이다. 지금부터 두 사람씩 조를 짜서 이 일대의 낭떠러지와 험한 지형을 수색해라. 그들이 쉽게 도망칠 수 없을 테니 발견하면 먼저 신호를 보내 알려라. 이 늙은이가 즉시 달려가겠다. 명심해라, 그 늙은이의 원앙탄은 위력이 만만치 않으니 조심해야 한다."
한빙궁 고수들은 연속으로 네네 하며 여섯 개의 그림자가 남쪽, 동쪽, 서쪽 세 방향으로 나뉘어 수색하러 갔다.
왜방삭 동초는 한 손으로 육검평의 허리를 잡고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다행히 육검평은 마음속에 희미한 감각이 남아 있어 힘을 빌리고 쓸 수 있었기 때문에 날아가는 속도가 놀라웠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단애(斷崖) 앞에 도착했고 왜방삭 동초는 마음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이 일대는 온통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산의 바위는 깎은 듯하여 숨을 곳이 전혀 없었다. 평소 같으면 뛰어 넘어가도 문제가 없겠지만 말이다.
지금 육검평은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한빙궁의 고수들이 틀림없이 뒤따라 쫓아올 것이다.
문득 앞쪽에 우거진 거목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는 것이 보였고 잠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숲 속에서 습격을 당했던 일이 떠오르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이것 외에는 더 좋은 은신처가 없었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니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모험을 감수하고 기회를 봐서 행동하는 수밖에 없었다.
마음을 정한 그는 즉시 바위에서 뛰어내려 육검평을 부축하고 천천히 숲속으로 들어갔다.
이때 음한한 독기가 이미 육검평의 내부로 침투하여 그의 온몸은 끊임없이 떨리기 시작했고 왜방삭 동초는 더욱 초조해졌다. 황급히 숲속을 헤집고 다녔다.
이 숲이 여러 사람이 함께 안아야 할 만큼 큰 고목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마도 오랜 세월이 흘러서인지 많은 나무들이 속이 빈 고목으로 변해 있었다.
왜방삭 동초는 영민하게 움직여 재빨리 육검평을 안고 두 척 크기의 고목 속으로 몸을 날려 들어간 후 품속에서 설련 한 알을 꺼내 육검평의 입에 넣었다.
육검평은 이때 이미 혼미한 상태에 빠져 있었고 설련은 상처를 치료하는 성약이었지만 그는 이미 스스로 약력을 움직일 힘이 없어 멍하니 나무줄기에 기대어 있었다.
왜방삭 동초는 양손을 육검평의 등 뒤에 있는 '명문혈(命門穴)'에 올려놓고 자신의 진원지기를 육검평의 체내로 주입하여 그의 약력을 움직일 수 있게 하였다.
잠시 후 설련의 약력이 이미 상체의 각대맥혈(各大脈穴)을 통과하여 단전을 통해 내부로 주입되었다.
육검평의 안색은 하얗게 변했다가 붉게 변했고 정신도 맑아졌다.
그는 왜방삭 동초가 자신을 위해 기를 불어넣어 약력을 이끌도록 돕는 것을 알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여 스스로 운공하여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왜방삭 동초가 막 손을 풀려고 하는데 갑자기 숲 밖에서 뚜벅뚜벅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밤이 깊어 고요한 이때 그 소리는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 두 사람의 공력으로는 십 장 이내의 꽃잎이나 낙엽 떨어지는 소리도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는데 왜방삭 동초는 소리를 듣고 방향을 분간할 수 있었고 모두 두 사람이며 대략 아직 숲 밖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나의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하의 시선 보고에 따르면 우두머리 두 사람이 방금 전까지 이곳에 있었는데 지금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으니 혹시 근처 동굴에 숨어 있는 것 아닐까요?"
또 다른 쉰 목소리가 말했다:
"이곳의 모든 낭떠러지와 굴러 떨어진 돌들을 샅샅이 수색했으니 그 녀석의 상처로 보아 절대로 멀리 도망칠 수 없소. 그 두 사람이 숲속에 숨어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알 수 없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우두머리가 숲속에 숨어 있다면 숲속에 매복해 있던 수하들이 어째서 신호를 보내지 않았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이 일에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으니 먼저 신호를 보내 알리고 모두 도착한 후에 함께 수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들도 도망칠 수 없을 테니까요."
"요즘 들어 당신은 점점 겁이 많아지는 것 같군! 우리의 금지 구역 안에서 설마 한 번 수색하는 것도 겁난단 말이오?"
"그런 뜻이 아니라 사실 상대의 공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금강지 정걸, 대막일수, 동령신군 등이 모두 잠시 방심한 틈에 큰 손해를 입었습니다. 이 일은 신중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들의 큰 목소리가 서로 이야기하는 것을 왜방삭 동초는 이미 똑똑히 들었다.
하지만 이때 육검평은 운공하여 상처를 치료하는 중요한 순간이었기 때문에 그들과 마주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먼저 그들을 이곳에서 유인해야 했다.
생각을 마친 그는 몸을 날려 나무 밖으로 나왔다.
그는 숲을 벗어나 낭떠러지 절벽을 향해 날아갔다.
그가 절벽을 오르는 순간 일부러 발걸음에 힘을 가하여 약간의 소리를 냈고 막 숲속을 수색하러 들어가려던 한빙궁의 두 고수는 갑자기 이 경미한 소리에 이끌려 몸을 돌렸다.
눈을 들어 힐끗 보니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가볍게 탄성을 질렀다.
회색 그림자 하나가 산기슭에서 천천히 올라오는 것이 보였는데 신법이 매우 빨랐고 그들의 기억에 따르면 한눈에 왜방삭 동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쉰 목소리가 말했다:"우리 빨리 쫓아갑시다!"
두 사람은 나란히 왜방삭 동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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