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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武俠小說)/거검회룡(巨劍回龍) - 蕭瑟

第三章 위기일발(危機一髮)

by 少秋 2024. 7. 20.

 

第三章 危機一髮

 

 

경풍이 오기도 전에 한기가 먼저 다가와 매서운 한파가 경풍을 따라 빠르게 몰아쳤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알고 보니 이 마두가 이미 음독하기 짝이 없는 한빙장력을 발동한 것이 틀림없었다.

 

육검평은 진력을 많이 소모한 상태라 원래는 몸을 날려 피하고 나서 다시 공격을 해야 했지만 타고난 고집과 오만함 때문에 사문의 원수를 눈앞에 두고 어찌 위축될 수 있겠는가?

 

그는 이를 악물고 전신에 남아 있는 모든 내공을 모아 양팔에 운집 시킨 후 맹렬히 다가오는 기세를 향해 손을 떨쳐냈다.

 

두 줄기 거대한 경풍이 맞부딪치자 '콰르릉'하고 석파천경(石破天驚)의 굉음이 울린 후 두 사람 모두 장력에 밀려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육검평은 힘이 다한 상태에서도 노마두와 평수를 이룰 수 있었으니 이 또한 대단한 일이었다.

 

그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억지로 가슴에서 솟구치는 기혈을 억누르고 두 눈을 부릅뜬 채 정신을 집중하고 기다렸다.

 

한빙냉마는 속으로 더욱 놀라며 자신의 근 이 갑자에 달하는 내공으로도 이 어린 녀석을 이기지 못하자 상대방의 공력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만약 평소에 맞붙었다면 자신이 패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 유리한 형세를 이용해 그를 제거하지 않으면 한빙궁은 영원히 평안할 날이 없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그는 갑자기 나쁜 마음이 생겨 기를 일주천 한 후 최근 폐관 수련을 통해 익힌 '현빙음살(玄冰陰煞)'을 암암리에 운용했다. 그러자 쌍장에 옥처럼 투명한 결정이 맺히며 뿌연 백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이런 장력은 지극히 음습한 한기를 흡수하여 경맥 속에 모은 후 얼음 알갱이로 만들어 손바닥에서 직선으로 발사하는 것으로 어떤 장력 사이든 뚫고 지나갈 수 있으며 조금이라도 스치기만 하면 경맥이 얼어붙어 죽게 되고 어떤 약으로도 이를 풀 수 없으니 정말 지독하기 짝이 없는 장력이었다. 불문의 신강(神罡)만이 이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초보자나 내공이 조금 부족한 상대는 이 차디찬 한염(寒焰)을 막을 수 없었다.

 

한빙냉마는 육검평이 불문 절학인 금강부동신공을 익혀 자신의 이 극한의 강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처음에는 섣불리 공격하지 못하고 수하 고수들을 시켜 육검평을 에워싸고 번갈아 가며 싸우게 하여 육검평의 내공을 소모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육검평은 무예가 뛰어나고 담대해 그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을 뿐더러 고집이 워낙 세서 지금껏 물러설 뜻이 없었기에 쉽게 걸려들었다.

 

그는 한빙 냉마와 정면으로 장을 맞부딪친 후 마음속에 약간의 내상을 입었고 내공이 깊다 해도 얼굴이 창백해지고 호흡이 가빠졌다.

 

경험이 풍부한 한빙냉마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더욱더 힘을 가해 이 음독하기 그지없는 '현빙음살(玄冰陰煞)'을 펼쳤다.

 

목적은 일거에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두 줄기 뿌연 기체가 육검평의 몸을 향해 빠르게 쏘아져왔다.

 

예리한 경풍이 '쉭쉭' 하는 파공음을 내며 불어왔다.

 

육검평은 갑작스런 공세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는 총명이 절정에 달했기 때문에 노마두가 그렇게 신중하게 공력을 운용하는 것을 보고 또다시 흑살장(黑煞掌)과 같은 종류의 악독한 장공이라는 것을 짐작했고 어쩌면 흑살장보다 더 악독할 것이라 생각했다.

 

비록 자신이 약간의 내상을 입어 다시 신공을 전개하기 어려웠지만 살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과 그의 타고난 고집스러운 성격상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었다.

 

생각하는 사이 애써 '금강부동신공'을 일으켜 어떻게든 일단 막아보기로 했다.

 

뿌연 기체는 순식간에 몸 앞 이 척 거리까지 다가왔다.

 

갑자기 멈추었다.

 

한빙냉마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녀석의 신공이 정말 대단하구나. 힘이 다하고 내상을 입은 뒤에도 여전히 내 구성 공력의 일격을 막아낼 수 있다니 만약 평소에 맞붙었다면 십중팔구는 성공할 것이라 생각했던 '현빙음살'도 틀림없이 효과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후환이 무궁하리라!"

 

그는 마음속으로 번뜩이는 생각이 들어 손바닥에 다시 일성 공력을 더했다.

 

뿌연 기체가 '쉭'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또 앞으로 일 척 정도 뚫고 들어왔다.

 

육검평은 이를 악물고 전신의 내공을 있는 힘껏 짜내어 기를 운용하여 앞으로 쭉 내밀었다.

 

백기가 다시 반 척 정도 수축하며 되돌아갔다.

 

하지만 이렇게 되자 육검평은 이미 점점 힘이 다해 땀방울이 빗방울처럼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앞에서 곧 장력에 맞아 부상을 당할 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방주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목소리와 함께 도착하며 회색 그림자가 현장에 뛰어들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고수들은 백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이 신공을 건 승부에 빠져 주변의 모든 것을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호통소리에 정신을 차렸고 손을 써 제지하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나타난 사람의 신법은 매우 빨랐다. 발끝이 땅에 닿기도 전에 두 줄기 검은빛이 예리한 소리를 내며 한빙냉마의 쌍장을 향해 곧장 날아갔다.

 

육검평은 왜방삭 동초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어 체내에 남아 있는 모든 여력을 한곳에 모아 단숨에 떨쳐냈다.

 

그러자 신공이 갑자기 강해지며 뿌연 기체가 다시 이 척 넘게 짧아졌다.

 

한빙냉마는 재차 '현빙음살'을 강화하려고 했다.

 

갑자기––

 

그때 두 줄기 흑광이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번뜩이며 날아왔다.

 

그는 풍향과 병기를 식별할 수 있었는데 철환과 같은 암기임을 알았지만 소리가 보통 것보다 훨씬 강했다.

 

자신을 구하는 것이 요긴했기에 적을 공격할 여유가 없어 두 손을 빠르게 거두어들이고 왼쪽으로 한 걸음 뛰어 몸을 날려 피한 후 피하는 방향으로 '현빙음살'을 거두어들였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몸을 피하자마자 두 줄기 검은빛이 그가 피하는 방향을 따라 쫓아온 것이다.

 

그제야 그는 두 줄기 검은빛이 그 유명한 원앙탄(鴛鴦彈)임을 알았다. 대막일수가 예전에 이것에 당한 적이 있었다.

 

그는 냉소를 지으며 몸을 살짝 흔들더니 '휙' 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칠 장 정도 높이 솟궃 반공중에서 몸을 웅크린 채 두 다리를 튕겨내며 매우 우아하게 십 장 밖으로 날아갔다.

 

원앙탄은 비록 방향을 꺾거나 선회하는 것을 내공으로 조종할 수 있지만 높이 올라가 봐야 일장이 고작이었기에 한빙냉마가 몸을 공중으로 띄우자 원앙탄은 더 이상 쫓아올 힘이 없었다.

 

왜방삭은 쌍수를 한 번 휘둘러 두 개의 탄환을 이미 손안에 거두어들였다.

 

알고 보니 왜방삭 동초는 복영객잔(福榮客棧)에서 간단히 씻은 후 객잔을 나와 작은 밥집을 찾아 저녁을 먹고 육검평을 도우러 서둘러 온 것이었다.

 

그는 갑자기 길로 접어들어 모퉁이를 돌다가 벽 아래에서 본문의 긴급 암호를 발견했는데 비바람에 침식되어 흐릿했지만 상황을 보니 이미 시간이 꽤 지난 듯했다.

 

그는 급하게 암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가며 마음속으로 초조하게 생각했다:

"현재 방주께서 적의 자취를 추적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소식이 없고 본 문파에 또 긴급한 사건이 발생했으니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로구나! 강호는 정말이지 하루도 편할 날이 없구나!"

 

그는 마음이 무거워 암호의 방향을 따라 몇 굽이를 돌아 남쪽 교외에 이르렀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곳이었다.

 

이 일대는 온통 황량한 언덕과 드문드문한 숲, 가시나무와 덩굴풀이 우거져 있었고 해가 질 무렵이라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행인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어 적막하고 황량해 보였다.

 

까마귀들이 이따금씩 날아가고 저녁놀이 낮게 드리운 가운데 암호는 여기서 끝이 났다. 사방을 둘러봐도 길이 없어 무공이 뛰어나고 강호 경험이 풍부한 왜방삭 동초도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몸을 날려 나뭇가지 위로 올라가 날렵하고 빠르게 가지와 잎을 밟으며 큰 나무 꼭대기에 이르렀다.

 

그가 눈을 들어 밖을 살펴보니 왼쪽에 있는 작은 언덕 옆으로 반쯤 무너진 담이 어렴풋이 보였는데 황야의 작은 사당 같았다.

 

사방을 둘러봐도 몸을 숨길만 한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이 낡은 사당은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암호가 여기서 끝났으니 일단 가 보기로 했다.

 

결심을 굳힌 그는 경신술을 펼쳐 날아갔다.

 

잠시 후 그는 낡은 사당 앞에 도착했다.

 

보니 사당 문은 반쯤 쓰러져 있었고 편액은 온데간데없었으며 문지방 위의 붉은 칠은 아마도 오랜 세월이 흘러 대부분 비바람에 벗겨져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그런데 문미(門楣) 위에 본문의 암호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 발견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과 같아서 이번 행보가 헛되지 않았음을 알고 내심 기뻤다. 어쩌면 방주를 유인한 동기를 조금이나마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발에 힘을 주어 번개처럼 문 앞으로 뛰어갔다.

 

손을 들어 문에 대고 본문의 신호로 가볍게 두 번 두드렸다.

 

갑자기 안쪽에서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와 앞을 가로막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잠시만요"

오른손을 구부려 엄지와 검지를 펴고 가슴 앞으로 들어 올렸다.

 

왜방삭 동초는 그제야 온 사람이 나이가 서른쯤 되었고 호배웅요(虎背熊腰)에 영리하고 노련한 기색이 얼굴에 가득한 것을 알아보았다. 방금 취한 손짓은 분타의 부타주(副舵主)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왜방삭 동초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오른손을 펼쳐 다섯 손가락을 내보인 뒤 오른쪽 어깨 위로 올렸다가 이내 내렸다.

 

그 사람은 이를 보고 급히 두 손을 모아 주먹을 쥐고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채 왜방삭 동초를 향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제자 동관 분타의 부분타주 이영수(李榮修)가 장로님을 뵙습니다."

 

왜방삭 동초는 손을 내저으며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이 부타주는 예를 차릴 필요 없소. 이 본문의 분타에 무슨 사고가 생긴 것이오? 밖에 있는 긴급 암기는 그대들이 남긴 것이오?"

 

부타주 이영수는 그 말을 듣고 눈가가 빨개지며 처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자가 조사님의 자비를 입고 방주의 보살핌을 받아 동관 부타주로 임명되어 타주 솔비수(摔碑手) 유문찬(劉文燦)을 도와 관락(關洛) 일대의 방무를 감독하며 한창 성과를 내고 있던 차에 갑자기 총단의 전서구로부터 당분간 외부 활동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받고 즉시 명령에 따랐습니다.

 

"각지의 방우들에게 소식을 전하던 중 갑자기 막북 한빙궁에서 온 십여 명의 고수들이 야밤에 총단에 침입하여 마구 불을 지르고 약탈하고 살육하는 바람에 방중의 제자들은 거의 다 죽거나 다치고 유 타주님도 한빙장에 맞아 부상을 입었습니다!"

 

부타주 이영수는 여기까지 말하고 호랑이 눈에서 두 줄기 눈물을 흘리며 계속 목이 메며 말했다:

"제자가 당시 명령을 받고 순시를 나가 있어 화를 면하고 돌아왔을 때는 온 사방이 부상자와 시체로 가득하여 아무리 철석같은 사람이라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분단의 신물과 명부도 모두 약탈당했습니다."

 

왜방삭 동초는 자신도 모르게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잔해를 수습하고 총단에 구원을 요청하는 한편 옛 방우들을 모아 대책을 논의했는데 조사를 하면 할수록 애간장이 끊어지는 듯하여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모든 방우와 그 가족들이 참혹하게 독수를 당해 씨도 남지 않았고 연이어 총단으로 달려간 방우들도 모두 시체가 되어 산야에 버려졌습니다. 저는 적들의 진짜 본거지를 알아내기 위해 섣불리 떠나지 못하고 우선 이곳에 숨어 낮에는 숨어 있고 밤에는 나가 적들의 종적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한편 성내에 암호를 남겨 본문의 방우들이 암호를 따라 이곳까지 찾아오기를 바랐는데 다행히 하늘의 도움으로 장로님께서 발견하셨으니 제자는 목숨을 걸고 장로님을 따라다니며 방을 위해 도를 지키고 희생된 방우들을 위해 혈해와 같은 깊은 원한을 갚고자 합니다."

 

그의 표정은 매우 격앙되고 비장했다.

 

왜방삭 동초는 그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두 눈을 부릅뜨고 수염이 곤두섰다.

 

하지만 그는 노련하고 계략이 깊어 경솔하게 행동하는 것이 소용없음을 알고 즉시 평정심을 되찾고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부타주는 너무 슬퍼할 필요 없소. 지금 강적이 주변을 살피고 있으니 충동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되오. 신중하게 생각하고 은밀하게 정탐해야 하는데 이 부타주가 적들의 본거지와 주모자들에 대해 알아낸 것이 있소?"

 

부타주 이영수는 몸을 굽혀 대답했다:

"적들은 일정한 주거지가 없고 성내에 세 곳이 그들이 자주 모이는 장소라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였다 하면 흩어지는지라 평소에는 성 밖 서쪽 교외에 있을 것입니다."

 

왜방삭 동초는 육검평과 함께 서쪽 교외에서 유인 당했던 일이 이 일과 크게 연관이 있음을 문득 떠올리며 다급하게 물었다:

"서쪽 교외에 가 본 적이 있소? 그래서 방주가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것이로군!"

 

"방주님도 오셨다는데 지금 어디 계십니까? 그들은 서쪽 교외 일대에 매복하고 경계를 삼엄하게 하고 있어 제가 여러 차례 가서 탐색하다가 모두 붙잡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왜방삭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방주께서 오늘 오후에 서쪽 교외를 지나시다가 누군가의 유인에 빠져 아직까지 성으로 돌아오지 못하셨소. 그들의 본거지와 우리가 가는 방향이 같으니 모두 그들의 계획적인 행동에 당한 것 같소. 하지만 시간이 없으니 조금도 지체할 수 없소. 우리는 어서 방주를 구하러 가야 하오!"

 

부타주 이영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몸을 움직여 성을 돌아 서쪽 교외로 달려갔다.

 

두 사람은 마음이 불같이 급해 경공을 발휘하여 빠르게 달려갔다.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되지 않아 벌써 서쪽 교외에 도착했다.

 

삼리(三里)도 채 가지 않아 숲속에 이르렀다.

 

두 사람이 막 숲을 지나가려고 걸음을 옮기려는데 갑자기 허공을 가르는 가벼운 소리가 삼면에서 들리더니 바람 소리와 함께 세 종류 이상의 암기가 날아왔다.

 

왜방삭 동초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 호통을 쳤다:

"도둑놈들이 감히!"

 

몸을 날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소매를 휘두르자 '딱딱'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오던 암기가 모두 땅에 떨어졌다.

 

일순간 숲속은 다시 조용해졌다.

 

이는 평생을 떠돌아다니며 강호 경험이 풍부한 왜방삭 동초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이곳의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적은 어둠 속에 있고 자신은 밝은 곳에 있어 숲속에 이미 준비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깊이 들어갔다가는 위험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숲속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금기를 어기게 되고 시간을 끌게 되는 것이다. 육검평은 비록 무공이 심오막측하여 혼자서 위험을 무릅썼지만 두 주먹으로 한빙궁의 총동원된 사람들을 상대하기 어려우니 지원군 한 사람이라도 늦게 되면 평생 한을 품게 될 것이다.

 

마음속으로 잠시 망설이던 그는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정세를 자세히 살피니 숲속에 매복이 삼엄하고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이 자신은 무사히 지나갈 수 있다 해도 이영수는 따라오기 어려울 것 같았다. 지금은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니 유일한 방법은 나무 위를 날아 지나가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고 빠를 것이다.

 

두 사람은 귓속말을 나눈 뒤 발에 힘을 주었다.

 

'삭삭'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잎을 헤치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발끝으로 나무 꼭대기를 살짝 찍은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좌우로 갈라져 경신술을 펼치며 앞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두 사람이 움직이자 숲속에 매복해 있던 암장(暗樁)도 함께 진동하며 '쉭쉭' 하는 소리와 함께 소나기처럼 암기가 숲 속에서 공중으로 튀어나와 두 사람을 향해 날아왔다.

 

이때는 두 사람의 몸이 드러나며 고스란히 공격을 받는 상황이 되었다.

 

왜방삭 동초는 여유롭게 소매를 휘둘러 날아오는 암기를 사방으로 떨어뜨리며 거침없이 앞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이영수의 상황은 달랐다. 그는 손에 든 단도를 휘두르며 한바탕 부딪히고 떨쳐 적지 않은 암기를 떨어뜨렸음에도 워낙 암기가 빽빽하게 날아와 단도 하나로 감당하기 어려워 오히려 점점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자 왜방삭 동초도 혼자서 전진하기 어려워 속으로 생각했다:

"두 사람이 이미 방향을 찾았으니 한 사람이 더 있으면 오히려 손해일 것이다. 차라리 이영수에게 먼저 물러나 숲 가장자리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나 혼자서 적들을 상대하는 것이 좋겠다."

 

그는 몸을 돌려 이영수 옆으로 떨어져 내린 뒤 귓속말을 하고 두 사람은 곧 헤어졌다. 이영수는 몸을 돌려 숲 밖으로 물러났다.

 

왜방삭 동초는 다시 경공을 펼쳐 가지와 잎을 밟고 앞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발끝으로 나무 꼭대기를 차며 아주 작은 반발력을 이용해 다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소매를 끊임없이 휘두르자 '따닥' 하는 소리와 함께 암기가 사방으로 날아갔다.

 

몇 번 오르내리자 벌써 삼십 장 밖으로 벗어났다.

 

그는 육검평이 혼자서 위험을 무릅쓰고 싸우고 있을 것을 생각하며 발에 있는 힘을 다해 경공을 극한까지 펼쳤다. 그러자 회색 신영이 유성처럼 나무 위를 날아갔고 눈 깜짝할 사이에 오십 장 정도를 날아갔다.

 

그가 빠르게 날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한 줄기 섬광이 자신의 앞에 있는 빽빽한 나뭇잎 사이에서 튀어나와 급히 돌진하던 기세를 멈추고 몸을 날려 일장 밖으로 벗어났다.

 

'펑' 하는 굉음과 함께 섬광이 폭발하며 실처럼 남색 광염(光焰)으로 변해 나무 위를 뒤덮었다.

 

지름이 일장 정도 되는 나무 꼭대기는 일시에 콩 볶는 소리처럼 '타타닥' 소리를 내며 연기와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고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러 구토를 유발시켰다.

 

왜방삭 동초는 내공이 깊었지만 깜짝 놀라 참지 못하고 머리를 흔들며 탄식했다.

 

그는 이 찬화탄(燦火彈)에 극독이 함유되어 있어 조금이라도 스치면 피부가 타고 살이 문드러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강호상에서도 유명한 독물이었다.

 

주저하고 있는데 또다시 좌우에서 두 줄기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펑펑'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무더기의 거대한 파란 불꽃이 빗방울처럼 어지럽게 쏟아져 내렸다.

 

왜방삭 동초는 급히 앞으로 몸을 날려 일장 남짓 껑충 뛰었다.

 

몸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앞으로 삼 척 떨어진 곳에서 파란 불꽃이 번쩍였다.

 

이번에는 고려할 여지도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파란 불꽃 아래에서 목숨을 잃을 판이었다.

 

위기일발의 순간 다행히 그는 급한 중에 좋은 생각이 떠올라 떨어지는 기세를 이용하여 기오(奇奧)한 경공을 펼쳐 공중에서 곤두박질 자세를 취해 머리가 아래로 가고 발이 위로 가도록 자세를 바꾸고 두 팔을 재빨리 뻗어 두 손바닥을 맞부딪히며 '비연천림(飛燕穿林)' 일초를 펼치자 '착'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꼭대기에서 잎을 뚫고 아래로 내려갔다.

 

몸이 막 숲속으로 들어가자 나무 꼭대기에서 '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짙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순식간에 자욱하게 퍼져나가 연한 파란색의 연기 바다를 이루었고 강렬한 악취가 풍겨와 맡자마자 현기증이 일었다.

 

그는 땅에 내리자마자 지당권법(地堂拳法)을 펼치며 다리와 팔꿈치를 동시에 사용하여 날렵하게 사람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곳으로 굴러갔다.

 

그는 찬화탄의 폭발력이 매우 강하고 파급 범위도 넓기 때문에 탄을 든 사람 옆으로 가까이 다가가도 그들이 섣불리 손을 쓰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솜씨를 펼쳐 목숨을 걸고 그들에게 접근하여 공격을 가했다.

 

이 한 수는 그의 계산대로 맞아떨어져 오히려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다.

 

왜방삭 동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냉소를 지으며 그들을 향해 빠르게 쫓아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은 이미 숲 밖으로 뛰쳐나갔다.

 

눈앞에는 절벽과 갈림길이 있는 텅 빈 산이라 인기척이라곤 없었다. 모든 한빙궁의 제자들은 하나도 남지 않고 도망쳤다.

 

이때는 마침 신유년이 저물어 가는 때라 달빛이 물처럼 흐르고 산봉우리는 온통 안개에 싸여 있었다. 이따금씩 거대한 짐승의 포효 소리가 산바람에 섞여 들려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한순간 왜방삭 동초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두 사람은 이미 방향을 찾았고 적들의 소굴은 결코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몸을 돌려 오른쪽에 있는 높은 봉우리를 향해 날아갔다.

 

높은 봉우리는 구름을 뚫고 솟아 있어 마치 학이 닭 무리 속에 서 있는 것처럼 우뚝 솟아 있었고 주변은 모두 가파른 절벽과 위태로운 바위들이 서 있어 경공이 조금이라도 부족한 사람은 올라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왜방삭 동초는 방향을 확인하고 기오한 경공 기술을 펼쳐 암봉과 돌출된 바위를 이용하여 가볍게 뛰어오르며 올라갔다.

 

회색빛의 희미한 그림자가 옅은 연기처럼 절벽을 따라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고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되지 않아 이미 가볍게 산봉우리에 다다랐다.

 

그의 경공과 내공이 독보적이긴 했지만 연신 숨을 헐떡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