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武俠小說
第九章 사불승정(邪不勝正) 본문
第九章 邪不勝正
한편 소봉은 쉬려검을 손에 들고 현녀검법을 펼쳤다. 가냘픈 몸으로 두 명의 경장사내가 펼치는 도광장영 사이를 누볐고, 처음에는 공격도 하고 방어도 하며 진퇴가 자유로웠다. 그러나 현녀검법의 모든 초식이 끝나자 몸놀림이 느려지기 시작했고 게다가 내력이 이어지지 않아 점점 열세에 처하게 되었다.
칠십 초식이 지나자 더욱 가쁜 숨을 몰아쉬며 향긋한 땀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고, 두 명의 장한은 기회를 틈타 공세가 더욱 맹렬해졌다.
이때 소봉은 몸을 옆으로 비켜 뒤에서 내리치는 도풍을 막 피했는데 장력이 또 옆구리를 때려왔다.
급히 연보를 밟으며 다시 몸을 날렸지만 힘이 다한 상태에서 급하게 두 번 연속 뛰어오르는 바람에 몸놀림이 다소 느려졌다.
'빡' 하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오른쪽 견갑골이 장력의 여력에 쓸려 올라갔고, 가냘픈 몸은 충격으로 연달아 몇 걸음을 비틀거린 후에야 가까스로 버티고 서서 온몸을 떨었다.
칼을 든 장한은 더욱 마음이 검고 손이 매운 자로 뒤에서 쫓아와 기회를 틈타 한칼에 머리를 내리쳤다.
소봉은 막 아파서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는데 갑자기 뒤쪽에서 또다시 기운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고 '안 돼' 하고 속으로 외쳤으나 더 이상 피할 수 없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칼에 맞아 죽을 지경이 되었다.
뜻밖에도 천리독행은 여섯 명의 고수와 사투를 벌이면서도 극도로 힘이 들었지만 그는 풍부한 실전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보법이 가볍고 영민하여 아직은 간신히 버틸 수 있었다.
그는 오늘밤 호랑이 굴에 들어섰음을 깊이 자각하고 나 아니면 적이므로 싸우는 틈틈이 몰래 철련자 한 자루를 꺼내 필요할 때 출수할 준비를 했다.
그는 소봉의 공력이 한계가 있고 전투 경험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만약 실수라도 하면 모든 공이 물거품이 될 뿐만 아니라 풍뢰방의 명예도 이제부터는 일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수시로 소봉 쪽의 정세를 살폈다.
이때 소봉이 위험에 처한 것을 보고 위기일발의 순간 그는 큰 소리로 외치며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몸을 공중으로 날려 오른손을 떨치자 한 무더기의 흑우(黑雨)가 튀어나와 칼을 든 사내를 향해 날아갔다.
칼을 든 사내는 막 승리를 눈앞에 두고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저도 모르게 잠시 방심하였으며 동시에 어떻게 해도 천리독행이 분신술로 구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놀라움을 느꼈을 때는 이미 때가 늦었고 '빠닥'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 팔과 상체에 다섯 알의 철련자를 정통으로 맞았다.
아파서 그는 연달아 끔찍한 신음 소리를 내며 손힘이 풀리며,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강도(鋼刀)가 바닥에 떨어졌고 사람도 쓰러졌다.
소봉은 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겪으며 정신을 차렸다.
천리독행은 공중에서 몸을 돌려 화살처럼 소봉의 앞에 떨어져 내리며 나지막이 소리쳤다:
"소봉 낭자, 왜 그러시오!"
소봉은 얼굴을 펴고 웃으며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그냥 잠시 놀랐을 뿐이에요!"
두 사람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활염라 구찬 등이 쫓아와 포위했다. 그들은 여전히 서로 얽혀 싸우고 있었다.
이번에는 소봉 한 명이 더해지긴 했지만 공력이 한계가 있어서 곳곳에서 천리독행이 정신을 분산시켜 호위해야 했기 때문에 이렇게 싸우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더 힘들어졌다.
왜방삭 동초는 파금대불과 필사적으로 싸웠지만 진력만으로 버티기는 이미 버거웠다.
갑자기 마음속으로 놀라며 '안 되겠다' 하고 속으로 외치며 자신이 이렇게 하다가는 장상(掌傷)을 입지 않더라도 지쳐서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급히 정신을 수습하고 경쾌한 신법을 펼쳐 공수를 바꾸어 검광과 장력 사이를 표홀하게 피해다녔다.
한편으로는 틈을 노려 출수를 하여 반격하기도 했지만 스치기만 할 뿐 진력을 전혀 쓰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정세는 과연 많이 호전되었고 마음이 안정되자 묵묵히 적을 제압할 계책을 모색했다.
파금대불 등은 한바탕 미친 듯이 공격하고 맹렬히 때렸지만 그의 이런 기괴한 신법에는 한 순간도 어쩌지 못했다.
왜방삭 동초는 묵묵히 정세를 살피다가 이제 새벽이 가까워진 것을 알고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속히 몸을 빼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었다.
하지만 강적들이 에워싸고 있는 상황에서 손을 쓰기도 이미 어려워졌는데 어떻게 무사히 탈출할 수 있겠는가.
시간이 조금씩 흘러 멀리서 닭 울음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자 마음이 조급해지는 정도가 결코 보통일이 아니었다.
이때 파금대불이 두 손에 산과 같은 힘과 기운을 모아 머리를 내리찍자 왜방삭 동초는 마음이 다급하던 차에 살짝 정신을 놓았는데, 경풍이 이미 몸을 덮쳤고 좌우로 피하려 했지만 이미 때가 늦어 자연스레 몇 걸음 비틀거리며 물러난 후에야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그가 이렇게 비틀거리는 순간 품속에서 갑자기 매우 경미한 소리가 들려오며 저도 모르게 영감이 떠올라 다시 장내의 상황을 살펴보더니 갑자기 기쁨이 눈썹 끝까지 솟았다.
그는 회전하며 초식을 피하는 틈을 타 갑자기 손을 뻗어 원앙탄을 꺼내 손에 쥐고 경장 사내의 뒤를 겨냥한 채 한 걸음 위로 뛰어올라 몸이 가까이 다가가기를 기다렸다가 손을 떨치자 철탄이 기세 좋게 발사되었다.
쌍방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고 그 장한은 또 급박한 공격을 퍼붓느라 상대방이 갑자기 손을 쓸 줄은 상상도 못했고, 동시에 이것이 무림을 진동시키는 원앙탄일 줄은 더더욱 생각지도 못했다.
광호성(狂嚎聲)이 들리더니 사내가 기와 위에 쓰러졌고 입에서 선혈이 콸콸 흘러나왔다.
왜방삭은 한 번 성공하자 자신감이 생겨 두 번 돌며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손을 떨치며 또 한 발을 날렸다.
'퍽' 하는 소리가 났다.
또 한 명의 장한이 머리 위로 붉은 빛이 번쩍이더니 두개골이 이미 갈라졌고, 신음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몸이 기와 위에 쓰러졌고, 백색의 뇌수가 기와 위에 흩어졌다.
이때 남은 세 명의 장한은 겁에 질려 조마조마하며 진퇴와 출수가 매우 신중해졌다. 파금대불은 더욱 화가 나 눈을 부릅뜨자 수염과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그는 오늘 밤 내내 상대방의 손에 놀아났고 자신의 든든한 조력자로 여겼던 십대호법도 거의 다 죽었으며, 평소 무림에 소문난 독견도 그 역시 맥을 추지 못하고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이때 왜방삭 동초가 크게 신위를 떨치며 원앙탄으로 자신과 연합하여 포위 공격하던 사람들을 연달아 살상하는 것을 보니, 만약 강호에 이 소식이 전해진다면 륜포사(倫布寺)의 위세는 어디로 가겠는가?
그는 분노와 수치심에 저절로 살기가 치솟았고 몸을 돌리는 틈을 타 손을 품속에 넣고 더듬고 뭔가를 꺼내더니 손을 흔들자 한 줄기 섬광이 왜방삭이 서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그는 이미 자신의 명성을 얻게 한 혈적자(血滴子)라는 절기를 펼쳤다.
왜방삭 동초는 처음 손을 쓸 때부터 이미 이 점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는 혈적자가 사람을 놀라게 하는 패도적인 절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펼치면 일장여의 범위 내에서는 모두 그 위력에 휩싸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혼전 중에 펼치면 동귀어진(同歸於盡) 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경쾌한 신법을 펼쳐 그들의 도광장영(刀光掌影) 사이를 오가며 파금대불이 일시에 혈적자 절기를 펼치지 못하게 했다.
이번에 그는 위급한 순간에 원앙탄을 갑자기 꺼내 출수하였지만 한 발만 발사하고 바로 거두었으며 감히 전력을 다해 회선 운용하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정신을 분산시키면 갑자기 습격을 받아 피하기 어려울까봐 여전히 수시로 경계했다.
이때 장내의 나머지 세 명의 장한은 그의 원앙탄을 피하기 위해 멀리 물러났다.
파금대불은 이 찰나의 기회를 틈타 갑자기 손을 썼다.
왜방삭은 이미 대비하고 있었고 그가 몸을 돌리는 순간 오른쪽 어깨가 약간 들썩이며 팔을 들어 올리며 하얀 빛이 번쩍이자 재빨리 쓰러졌고 이미 일장 밖으로 굴러갔다.
"우르릉" 하는 굉음이 들렸다.
일장 안의 기와 위에서는 불꽃이 튀고 초석 가루가 흩날려 그 기세가 정말 대단했다.
왜방삭이 비록 이미 대비하고 한 발 먼저 굴러 피해를 면했지만,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위력에 놀라 식은땀을 흘렸다.
육검평은 체내의 진력을 다해 묘산사살의 비도진과 필사적으로 싸웠지만 사람은 결국 혈육의 몸이었고 그는 이미 밤새도록 싸웠고 부딪힌 상대는 모두 무림의 일류 고수였으니 하물며 이때는 일대 사로 싸웠으니 시간이 길어질수록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타고난 총명함으로 자연히 이 진법에 오래 갇혀 있을 수 없었고, 머릿속에서 번개가 번쩍이듯 갑자기 장과 검을 함께 사용해 펼치는 신법이 떠올랐고, 이때 포위공격을 받고 있던 차에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그는 날아오는 비도를 막은 후 몸을 비스듬히 찔러 들어가며 검 끝을 양풍에게 겨누었고, 동시에 왼손으로는 한 줄기 강풍을 일으켜 양운의 뒷덜미를 쓸어버렸다.
이 두 초식이 동시에 갑자기 나오자 묘산사살은 잠시 멍해졌고, 특히 양풍과 양운은 초식을 피하고 스스로 구해야 했기 때문에 비도조차 거둘 틈이 없어 몸을 날려 진 밖으로 뛰어나갔다.
바로 이때 양호와 양용, 두 곳에서 비도가 번쩍이며 날아왔다.
육검평은 적에게 상처 입히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급히 몸을 날려 공세를 피했고, 검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긴 무지개처럼 양용을 향해 내리꽂혔다.
하지만 양풍과 양운은 육검평이 몸을 날릴 때 다시 뒤따라와 육검평을 다시 진 안에 가두었다.
육검평은 폭갈을 터뜨리며 두 발로 땅을 찍고 다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는 분노가 극에 달해 손을 쓸 때 사정을 봐주지 않기로 결심하고 이 패도적인 도진(刀陣)에 목숨을 걸기로 했다.
그는 몸을 회전시키며 오른손 검을 휘둘러 양풍을 향해 내리쳤고 왼손으로는 만균지력(萬鈞之力)으로 맹렬히 양호의 뒷덜미를 때렸다. 마치 전섬풍선(電閃風旋)과도 같은 공격은 정말 무시무시했다.
양풍은 앞으로 막 나아가려던 참에 갑자기 경풍이 정면으로 덮치는 것을 느꼈고, 강렬한 광망(光芒)이 두 눈을 비추자 좋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는 급한 김에 위로 칼을 던지고 몸을 날려 오른쪽으로 피했다.
육검평의 칼끝이 떨리며 맹렬한 경풍이 공중으로 날아오는 것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살짝 몸을 틀어 피했다.
그가 살짝 몸을 튼 순간 양풍은 이미 진 밖으로 빠져나갔다.
왼손의 강풍이 비로소 뻗어나왔지만 양호는 이미 소리를 듣고 경계하며 발에 신형을 주어 몸을 앞으로 힘차게 내질렀고, 이 장풍의 누르는 힘을 이용해 앞으로 일장여를 날아갔다.
이때 양용과 양운, 양쪽에서 쾌도가 번쩍이며 날아왔다. 육검평은 왼손 장풍의 반탄지력을 이용해 몸을 다시 공중으로 띄웠다.
묘산사살은 여전히 사방을 에워싸고 빠르게 움직이며 날뛰었다.
서로 연속적으로 칼을 사용하여 육검평의 장과 검을 동시에 펼치는 위맹한 공세를 막아냈다.
쌍방 모두 빠르게 공격하였고, 금빛이 번쩍이고 장영(掌影)이 겹겹이 쌓였으며 사방에는 도광이 비처럼 흩날렸고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피를 흘리며 다칠 위험이 있어 상황이 매우 격렬했다.
육검평 일행이 있는 힘을 다해 싸우고 있는데 갑자기 부드러운 종소리가 집 안에서 들려왔다.
이것은 왕부에서 긴급 소집할 때 울리는 신호로 심야에 종이 울리자 구찬 등은 깜짝 놀라 속으로 생각했다:
"집안에 누가 침입한 것이 아닐까?"
급히 소리를 질렀다:
"모두 잠시 손을 멈추시오!"
풍뢰방 사람들은 싸움으로 거의 힘이 다 떨어질 때 쯤 소리를 듣고 마음이 맞아 부내의 모든 교두들과 함께 손을 멈추고 마주보고 섰다.
구찬이 막 입을 열어 말을 하려는데 두 개의 검은 그림자가 내전에서 별똥별처럼 빠르게 달려왔고 몸놀림이 빠르고 경쾌하여 모두 일류 고수임을 알 수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그림자가 눈앞에 다가오자 사람들은 그제야 달려온 사람이 왕부의 칼을 든 호위병임을 알아보았다.
흑영이 가까이 다가오자 구찬은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서 두 사람에게 포권을 하며 인사를 건넸다:
"두 분 대인께서는 무슨 일로 이렇게 급하게 내전의 종소리로 경보를 알리고, 이 늙은이가 함부로 왕부를 침범한 도적을 막고 있으니 사로잡은 후 왕야께 아뢰려고——"
아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두 명의 칼을 든 호위병이 동시에 냉랭한 소리를 내며 말했다:
"왕야께서 이 일로 곤혹스러워하시며 구 당가와 파금 대사에게 경과를 물으시길 원하시니 특별히 즉시 내실로 들어와 상세히 아뢰라 명하셨소. 또한 들어온 사람들이 만약 고의로 소란을 피운 것이 아니라면 즉시 사람을 부외(府外)로 내보내 그들을 난처하게 하지 말라 하셨소."
육검평 등은 일이 이미 효과를 냈음을 알고 저도 모르게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구찬은 그 말을 듣고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고 이번 일이 이미 드러났음을 알고 오늘 밤 풍뢰방 사람들을 더 이상 잡아두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다시 한 번 강제로 손을 쓰려고 했지만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찌 감히 명령에 거역할 수 있겠는가?
그는 비록 속으로 매우 놀랐지만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그 말을 듣고 여전히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 늙은이도 이 일을 왕야께 직접 아뢸 생각이었으니 대인께서는 먼저 가십시오. 이 늙은이가 이곳 일을 마치는 대로 즉시 왕야를 찾아뵙겠소."
말을 마치고 육검평 등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오늘 밤 너희들은 마침내 천운으로 성한 몸으로 물러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너희들의 죄악은 심중하여 이미 무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으니 사흘 후 달이 중천에 뜨면 만수산(萬壽山)에서 다시 결판을 내자. 그때 만약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는다면 귀운장 총단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육검평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간계가 이미 실패했는데 아직도 자신의 처지를 깨닫지 못하는구나. 후일의 약속은 내가 제때에 참석하마."
말을 마치고 손으로 소봉의 교구(嬌軀)를 받치고 앞장서서 급히 달려갔다.
왜방삭 등도 차례로 왕부 밖으로 달려갔다.
구찬은 급히 묘산사살에게 웃으며 말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네 분 형제분들께서는 저들을 부원(府院) 문 앞까지 바래다주시오!"
말을 마치고 네 사람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번개처럼 빠른 몇 개의 그림자가 부외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알고 보니 조금 전의 경보 종소리는 가친왕(嘉親王)이 아침 조회를 준비하기 위해 일어나 옷을 갈아입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탈의실 창문 옆 긴 책상 위에 천리독행이 미리 놓아둔 종이쪽지를 발견하였고 쪽지에는 구찬과 파금대불 등이 한패가 되어 못된 짓을 하며 왕야를 속이고 백성의 딸을 납치하여 음란하고 패덕한 짓을 저질렀으며, 오늘 밤 납치된 백성의 딸을 구하기 위해 잠시 왕야께 아뢰지 못하고 먼저 구해냈다는 등의 대략적인 정황이 적혀 있었다.
가친왕은 평소 강직하고 아첨하지 않으며 평생 음란한 것을 가장 싫어하였다. 만약 사람들을 잡아두고 소문이 퍼지면 본 부의 명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종소리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명령을 내려 풀어준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육검평 등이 어찌 이렇게 순조롭게 떠날 수 있었겠는가. 이것이 바로 사불승정(邪不勝正)이라는 것이다.
※※※
한편 육검평 등은 묘산사살의 뒤를 따라가며 경공술을 발휘하여 화원 공터를 따라 왕부의 대문 쪽으로 날아갔다. 묘산사살은 내심 육검평 등의 경공술 실력을 가늠해 보고 싶어 암중에 신호를 보내며 발바닥에 힘을 주어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묘산사살은 어려서부터 숭산(崇山)의 깊은 동굴에서 자라 평소 다리 힘이 일반 무술을 익힌 사람들보다 튼튼하고 힘이 셌는데, 다시 한 번 고된 수련을 거친 덕분에 자연히 그들만의 독특한 무공을 갖게 되었다.
그들은 이번에 중원에 초대받아 온 기회에 이름을 떨쳐보려 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오늘 밤 처음으로 손을 썼지만 자신들의 명성을 떨치게 해 준 비도진도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마음속의 분노가 커졌다. 그래서 길을 안내하는 척하며 사실 감시하기 편한 기회를 틈타 독특한 다리 힘을 발휘하여 상대방에게 위세를 부려 마음속의 분노를 조금이나마 가라앉히려 했다.
그들이 온 힘을 다해 질주하자 속도는 매우 놀라우리만치 빨랐다. 네 가닥의 검은 실이 섬전처럼 빠르게 날아가는 것이 보였는데, 안력이 조금 평범한 사람들은 신형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묘산사살이 한바탕 날듯이 질주하여 이미 대문 근처의 담장 옆에 도착했을 때 정신을 집중하여 들어보니 뒤쪽에서 바람소리가 들리지 않아 육검평 등을 이미 상당히 멀리 따돌렸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은근히 득의양양했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그들이 몸을 멈추자마자 옆에서 가벼운 바람이 살짝 일더니 육검평이 이미 머리 위로 뛰어넘어 담장 꼭대기로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육검평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더 이상 멀리 바래다주지 않아도 되니 구 총당가에게 전해 주시오. 후일 자정 만수산의 약속에 때가 되면 내가 반드시 갈 것이오. 다시 만납시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풍뢰방 사람들은 몸을 일으켜 날아올랐고 '만납시다'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자마자 몸은 이미 몇 장 밖으로 떨어져 있었다. 이처럼 경쾌하고 빠른 모습에 묘산사살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첫째 양용은 그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손을 내젓고는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육검평 등이 몸을 날려 왕부를 떠난 지 백 장도 채 되지 않았을 때 갑자기 뒤쪽에서 호통과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매우 익숙하게 들리는 것이 아마도 초상비 여조웅이 뒤쫓아 온 사람들을 막아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초상비 여조웅의 무공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의 기지와 경공으로 뒤쫓아 온 적을 유인하면 별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여전히 앞을 향해 급히 달려갔다.
이때는 이미 새벽이 가까워지자 경성 안의 사람들은 비교적 일찍 일어났고, 특히 조례 시간이 다가와 거리에는 불빛이 반짝이고 마차가 줄을 이었으며, 큰길에는 경비가 삼엄했다. 이런 일은 육검평 등이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길을 가면서 자연히 조금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그들은 즉시 성 밖으로 달려가야겠다는 마음에 더욱 속도를 높였다.
네 사람은 급히 달려 눈 깜짝할 사이에 성 밖으로 나와 성 주변의 약속 장소에 도착하여 사마능공을 불러 함께 대불사(大佛寺)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뒤쪽 약 오십 장 정도 되는 성 꼭대기에서 인영 하나가 성벽 쪽으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육검평은 사마능공이 혼자서 고군분투하다가 적에게 발각되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적들의 포위 공격을 받을까 봐 두려웠다. 자신들은 물론 상관없었지만 성안으로 들어간 수하 형제들은 매우 위험했기 때문에 특별히 천리독행을 남겨 사마능공을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 뒤쫓아 오는 시선을 물리치도록 했다.
자신은 여전히 왜방삭 동초와 함께 소봉을 지키며 대불사로 돌아가 대책을 강구했다.
이때 절 안의 승려들은 이미 대전에서 아침 예불을 드리고 있었고 범음(梵音)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으며 옥경(玉罄)이 잇달아 들려왔다. 이른 아침에 들으니 마음이 맑아지고 속세의 생각이 완전히 사라지는 듯했다.
육검평 등은 정문으로 들어가기가 불편하여 후문 왼쪽으로 돌아 몸을 날려 안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간 그들은 잠시 휴식을 취했고 소봉은 납치된 과정을 이야기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납치되어 입경(入京)한 후 줄곧 음봉각 위층에 갇혀 있었는데, 장승(藏僧)이 여러 차례 손을 대려고 위협하고 유혹했지만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 거절했다. 동시에 맹수(盲叟)와 활염라(活閻羅) 구찬(仇燦)도 이를 옳지 않다고 여겼다. 그들은 소봉을 미끼로 삼아 육검평 등을 입경시킨 후 다시 공격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장승은 마음이 타들어가듯 조급해져 매번 맹수와 구찬 두 사람과 소리를 지르며 다투었고 나중에는 그들 두 사람도 더 이상 고집하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만약 이 이틀 동안 육검평 등이 제때 오지 않으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말을 마친 그녀는 슬픔이 북받쳐 의자에 쓰러져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육검평의 마음도 매우 안타까웠지만 절 안의 승려들이 물어볼까 봐 염려되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달래보았다.
갑자기—
창살에서 탁 하는 소리가 나더니 초상비 여조웅이 술집 심부름꾼 옷을 입고 바람처럼 몸을 날려 들어왔다.
알고 보니 그는 육검평과 헤어진 후 곧바로 대장간 방향으로 우회하여 전진했는데 자신들의 행동이 이미 왕부 안의 의심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때 성안의 큰길에는 매복이 깔려 있어 시선이 촘촘히 배치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때는 삼경이 막 지난 시각으로 성안의 많은 거리는 여전히 인파가 넘쳐나고 불빛이 휘황찬란한데다 밝고 시끄러웠으며, 사람들의 그림자가 가득하니 경공을 펼치며 날아다닐 수 없었다.
그는 강호 경험이 풍부하고 기지가 뛰어나 조금만 정신을 집중해 살펴보면 수많은 어두운 모퉁이에 넓은 등과 곰 같은 허리를 가진 의심스러운 인물들이 숨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작은 골목과 외진 길만 골라서 다니며, 노복학행(鷺伏鶴行)하며 이리저리 피하고 옮겨 다녀 이미 대장간 근처까지 왔다.
이곳 일대의 상황은 더욱 긴장되어 있었는데 번화한 거리 곳곳에는 무기를 지닌 사람들이 배회하고 있었고 겉으로는 한가로운 척했지만 사실 약간의 강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눈에 이 사람들이 겉으로는 느슨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초상비 여조웅은 한눈에 상황을 파악하고 이 사람들의 십중팔구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사해춘객잔(四海春客棧)은 이 거리의 서쪽 끝에 있었다.
이때는 절대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고 몸을 숨기는 것도 방법은 아니었다. 뒤로 물러나 작은 골목으로 돌아가려 하던 참이었다.
갑자기—
자신의 뒤쪽에서 경풍(勁風)이 불어왔다.
초상비 여조웅은 바람 소리를 듣고 재빨리 걸음을 옮겨 몸을 날려 공격을 피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지팡이 하나가 땅에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
알고 보니 암습한 사람은 솜씨가 서툴러 지팡이를 헛되이 날렸고 힘이 너무 세서 몸을 추스르지 못하고 맹렬히 달려들었다.
초상비는 냉소를 지으며 오른발을 한 바퀴 돌려 몸을 회전시키고 오른손을 나란히 하고 중지 두 개를 빠르게 움직여 상대방의 명치 아래 '복결혈(腹結穴)'을 찔렀다.
희미한 신음 소리가 들리더니 몸이 쓰러졌다.
그는 쓰러진 사람의 품을 뒤져 한 주루의 뒷문으로 들어갔다.
두 발로 땅을 찍고 몸을 날려 담 꼭대기로 올라간 뒤 뒷마당 공터에 내려앉았다.
그는 시체를 어두운 구석에 처박아 두고 속으로 주저하다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고개를 들어 옷걸이에 걸린 옷을 보고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재빨리 술집 심부름꾼 옷으로 갈아입고 얼굴을 가렸던 검은 천을 걷은 뒤 광주리를 들고 마당을 나가 작은 골목에서 나왔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걸음을 늦추며 인파 속을 헤집고 다니며 입으로는 계속해서 흥얼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해춘객잔 문 앞에 도착한 그는 하마터면 깜짝 놀라 멍해질 뻔했다.
알고 보니 객잔 대문 양쪽에는 여덟 명의 경장 사내가 앉아 있었고 주변 어두운 모퉁이에는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머리가 흔들리는 등 눈에 보이는 곳에만 삼사십 명 정도가 있었다.
대청과 장방(賬房)에도 덩치 큰 경장 인물들이 있었다.
초상비 여조웅은 대담하면서도 세심하게 못 본 척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동시에 광주리를 든 오른쪽 팔을 높이 들어 마치 힘이 드는 것처럼 행동했다.
문가에 앉아 있던 경장 사내 여덟 명이 약속이나 한 듯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아주 경멸스럽다는 듯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초상비는 행랑채 방 문 앞에 날아와 짐짓 큰 소리로 외쳤다:
"상공, 술과 안주가 왔습니다!"
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방 안에서 대답하기도 전에 발을 걷고 방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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