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武俠小說
第九章 전진왕사(前塵往事) 본문
第九章 前塵往事
육검평이 큰소리로 외치며 황포노인을 따라 창문을 넘어 나가자, 뒤에서 '묘수시천(妙手時遷)'의 놀라 소리치는 소리가 울렸다:
"아! 용비구천(龍飛九天)!"
이어서 초조해 하는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나으리! 당신 요리! 아! 나으리! 도망가지 마세요! 당신 빚!"
그의 신형은 저도 모르게 약간 멈췄지만 황포노인이 이미 군중 속으로 빠르게 파고드는 것을 보고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더욱 힘을 내어 쫓아갔다.
때마침 그의 귀에 나화상의 득의양양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그의 신형은 이미 큰길의 중인들 머리 위를 넘어 긴 길의 교차로에 떨어져 내렸다.
그는 분명히 그 소규화가 군중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것과 황포노인이 뒤쫓아 가는 것을 보았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그는 빠르게 가는 방법을 취했고 대담하게 중인들의 머리 위를 뛰어넘어 먼저 전면에 서려했으나 그가 한동안 기다렸음에도 소규화와 황포노인의 출현을 보지 못했다.
막 떠오르는 태양은 이미 점점 솟아올랐고 거리의 붐비는 인파도 적잖이 흩어진 것처럼 보였는데 마침 그가 '장원루(狀元樓)'로 돌아가 좌중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려 할 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동시에 다급한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소리를 지르며 질주해 왔다. 그는 고개를 돌리자 길가에 사람들의 그림자가 뭉쳐있는 것이 보였는데 마치 공이 굴러가는 것 같았다. 세찬 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그는 검미를 올리며 양 손을 함께 쳐들었다――
질주해온 두 마리의 준마는 갑자기 길게 울부짖었고, 사람들이 일어섰다. 말 위에 탄 두 명의 녹의(綠衣) 사내들은 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생각하지 못한 듯, 만일 기마술이 뛰어나지 않았더라면 거의 넘어질 뻔 했다.
그렇지만 이미 적잖이 놀라 그들은 모두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자 말 앞에 백의의 서생이 서 있는 것이 보였으나 그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옷자락을 펄럭이고 있는 것이 마치 임풍옥수(臨風玉樹)처럼 낭랑한 것이 아주 멋스럽고 뛰어나 보였다.
왼쪽의 얼굴이 긴 사내는 표정이 굳으며 '쫙' 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말채찍을 휘두르며 성나 소리쳤다:
"뭐야! 이런 빌어먹을 놈이 눈깔도 없이 길을 가다니 뒤질라고 환장을 했나, 감히 어르신들 가는 길을 막고 있어!"
그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다시 허공에 긴 채찍을 휘둘렀으나, 말 앞에 있는 그 백의서생은 전혀 그를 신경 쓰지 않는 듯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그를 바라보았다.
"이런 제기랄, 어르신들 앞에서 감히 귀머거리 벙어리 행세를 하다니, 빌어먹을 서생놈! 사는 것이 귀찮더냐!"
얼굴 긴 대한의 얼굴이 더욱 길어지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수중의 긴 채찍을 휘둘러 '쫙' 하고 백의서생을 향해 맹렬하게 후려쳐 갔다――
그러나 '에고' 하는 단발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말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그 긴 얼굴의 대한의 호리호리한 몸이 허공에서 뒤집히며 길 한복판에 굴러 떨어져 그의 깨진 머리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그의 목에는 토막 난 가죽 채찍이 감겨 있었다.
오른쪽의 얼굴이 뽀얀 녹의의 대한은 갑작스런 변고를 예상치 못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를 응시하며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는 백의서생을 바라보고는 매우 분노하여 즉시 몸을 뒤집어 말에서 내려 육검평을 가리키며 말했다:
"미친놈, 간이 크구나. 빨리 이름을 대라 죽여주마!"
"너는 이제 목숨이 반밖에 남지 않았구나!"
'갈(喝)!' 그는 백의서생이 그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머금고 차갑게 말하자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분노한 소리를 지르고 오른손의 긴 채찍을 휘두르고 왼손으로는 일장을 쳐냈다――
하지만 그는 눈앞이 캄캄해지고 차가운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권고를 듣지 않았으니 일찌감치 머리를 남겨두고 돌아가라!"
순간, 그는 담력과 기백이 모두 깨져 급히 고개를 숙이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손을 뒤집어 채찍을 휘둘러 갔으나――
'아악――' 하는 비명이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오며, 그의 머리뼈는 반쪽이 부서져 선혈이 샘물처럼 솟아올라 그는 바람 빠진 공처럼 되었다. '평' 하고 말 앞에 쓰러졌다.
육검평은 입가에 냉소를 머금고 긴 소매를 털었고, 갑자기 또 길가에서 한바탕 비명소리가 들리자 그는 눈을 치켜떴다――
길 양쪽에 서 있는 많은 행인들이 저마다 얼굴에 공포를 머금고 있는 것을 보고 그는 살짝 어리둥절했으나 한바탕 질주하는 말발굽 소리가 그의 생각을 중단시켰다. 눈여겨보니 몇 마리의 준마가 질주해 오고 있었다.
'흥!' 하고 그는 코웃음 치며 입 꼬리를 삐죽거렸다.
이때 여러 마리의 준마가 갑자기 긴 울음소리를 내더니 사람들이 얼어서며 말발굽 소리가 뚝 그쳤다.
말 위의 동일한 옷을 입은 녹의의 대한들은 '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일제히 몸을 뒤집어 말에서 내렸다. 그 가운데 콧수염을 기른 사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포권을 하고 육검평을 향해 예를 표하며 말했다:
"각하는 누구시오? 어찌하여 폐방(敝幫)의 문하에게 손을 써서 상처를 입히시오?"
육검평은 눈을 치켜뜨고 눈앞의 사람들을 보니 모두 날쌔고 용맹스러웠다. 앞서의 두 사람과 같이 녹의 경장에 머리에는 녹건(綠巾)을 두른 짧은 수염의 대한은 아직도 머리에 죽엽을 꽂고 있었는데 여러 사람의 두목인 듯 했다. 마침내 냉소하며 말했다:
"각하는 누구신데, 어째서 문하에게 손을 써 다치도록 내버려두셨소?"
그의 이 말은 그 짧은 수염 대한의 말투를 완전히 모방한 것이었으나 목소리는 훨씬 냉혹했다.
그 짧은 콧수염의 대한은 육검평이 이같이 반문할 줄은 생각지도 못해 저도 모르게 멍해져서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한 노인이 피바다 가운데 쓰러져 있고 길 옆에는 아직도 많은 행인들이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도리를 알고 굽히는 듯 했으나 짙은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육검평을 향해 돌리고 포권을 하며 말했다:
"저는 '백보유혼(百步游魂) 왕뢰(王雷)'라 하오. 바로 산서 청죽방(青竹幫)의 정(程)노인장의 수하요. 이번에 명령을 받고 남쪽으로 왔소. 마침 속하가 무고하게 사람을 해쳤으니 폐방의 법규에 따라 처벌해야 합니다만 각하께서 벌써 사지로 보내셨으니 이점에 대해 제가 공정하게 처리하도록 부탁드립니다!"
육검평은 검미를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
"각하의 말은 매우 가볍소. 무고한 사람이 다치는 것을 보고도 모른 체했소. 본래는 벌써 죽어야 했소. 저의 권고를 듣지 않고 결국 또 사람을 다치게 하려 했으니 더욱 죽었어야 했소. 이 같은 죽음의 법칙은 이미 그들을 너무 존중한 것이오!"
'백보유혼(百步游魂)' 왕뢰(王雷)는 말을 듣고는 거의 기가 막혀 짙은 눈썹을 찌푸리고 수중의 긴 채찍을 흔들며 분노하며 말했다:
"좋소! 좋아! 자자자, 존가가 어느 방면의 고수가 이리도 광오(狂傲)한지 내 한 번 봅시다!"
말을 끝내고 그는 수중의 긴 채찍을 머리 위로 아주 재빠르게 한 바퀴 돌리고 출수하려 하였으나 갑자기 그는 다시 힘을 써 회수하며 소리쳤다:
"잠깐 기다리시오!"
이어서 그는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녹의의 사내에게 말했다:
"이연규(李延奎)! 당신이 형제들을 데리고 먼저 그 금령(金令)을 '천류장(千柳莊)'으로 보내 직접 유오야에게 건네주고, 주인의 분부대로 말을 전하라! 나는 곧 따라갈 테니까! 빨리!"
그 이연규라 불리운 사내는 공손히 인사하고 몸을 돌려 말 탄 동료들에게 알리고 떠나기 시작했다.
"잠깐 기다리시오!"
육검평은 그 왕뢰가 무슨 금령을 철장(鐵掌) 유오야(劉五爺)에게 건네주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여 멈추라고 말을 꺼냈다.
말에 탄 중인들은 모두 그 말을 듣고 일제히 고개를 돌렸고 말 앞에 있던 백보유혼(百步游魂)' 왕뢰(王雷)는 어리둥절한 듯 긴 채찍을 휘두르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왜?"
"내 당신들에게 묻겠소! 당신들은 무슨 물건을 '천류장(千柳莊)'에 보내려는 것이오?"
"흥! 각하는 아무래도 너무 심하게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 같소. 당신 일이나 신경 쓰지 남의 일까지 관여하시오. 결국 이곳까지 오셨구려!"
"당신은 이 일이 나와 무관하다는 것을 어찌 아시오?"
육검평은 입을 삐죽거리고 웃으며 반문했다.
"그건……"
왕뢰는 육검평이 이렇게 대답할 줄은 생각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얼굴빛이 변하며 말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야. 감히 이렇게 어르신을 놀리다니!"
"도대체 내가 누구야! 당신이 말하면 내가 당신한테 얘기해 주겠소!"
육검평은 여전히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너!……"
백보유혼이 끼어들며 한 맺힌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어르신이 알려줄게! 꼬마야! 잘 들어라!"
그는 기침을 하며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
"월초에 본방의 산서 총단은 관외에서 북해의 '현빙궁(玄冰宮)'의 '한심냉마(寒心冷魔)' 그 분의 '한옥령(寒玉令)'을 전해 받고 즉시 북육성 녹림에 명령을 전달하여 부상당한 그분의 제자 '청삼표객(青衫飄客)'과 '팔비금룡(八臂金龍)'을 찾고 북육성의 각 동도들은 준비를 갖추도록 하였다. 머지않아 그 분은 중원으로 이동하여 '구천신룡(九天神龍)'에 도전할 것이다. 본방은 즉시 명령에 따라 즉각 명령을 전달하고 이 지역의 '천류장(千柳莊)'의 유노야는 화운문 북로분당의 표파자(瓢把子)로서 교류가 폭넓기 때문에 현재 '한옥령(寒玉令)'을 전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내 말이 끝났으니 네가 답할 차례야!"
그 '백보유혼(百步遊魂)'은 벌컥 화를 내며 말을 끝내고 육검평을 노려보았다.
육검평은 살짝 미소를 띠며 말했다:
"나는 이미 당신에게 대답하지 않았소?"
"아!……"
'백보유혼(百步遊魂)'은 머리는 쓰다듬으며 영문을 몰라 하다 갑자기 얼굴색이 변하며 놀라 말했다:
"당신!…… 당신이 팔비금룡이오?"
"허허! 감히 감당하기 어렵소. 당신들이 저를 그렇게 부르려하니 그것도 겸양하지 않겠소!"
육검평은 양 소매를 털며 소탈하게 공수하였다.
"앗!" 하고 놀라 소리를 지르며 나머지 말에 탄 중인들의 입에서 외침이 나왔다.
'백보유혼(百步遊魂)' 왕뢰는 놀라 얼굴빛이 굳어지고 공수를 하며 말했다:
"각하의 명성이 강호에서 높은데 때마침 여러 차례 무례를 굴어서 죽을죄를 지었소. 그러나 제가 스스로 낙초한 지 십여 년이나 되었고 더욱이 눈살을 찌푸린 적이 아직 없어 삼가 말씀을 드리니 제가 각하께 가르침을 청하오."
그는 육검평이 스스로 팔비금룡임을 스스로 인정한 뒤, 자못 놀라서 상대방을 자세히 살펴보니 확실히 소문처럼 그런 풍모가 있고 풍겨 나오는 기도가 사람을 윽박지르는 기세였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일종의 타고난 오기가 그를 부추겼는데, 비록 그가 일찍이 '팔비금룡(八臂金龍)'의 무공이 기이하고 절륜하여 홀로 무당의 여러 고수들을 연패시키고 심지어 청삼표객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공력은 자신이 바라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뛰어났지만 그는 여전히 도전하겠다는 말을 내뱉었다.
육검평은 '백보유혼(百步遊魂)'이 여전히 가르침을 청하는 말을 하는 걸 보니 그 어조가 비굴하지도 않고 거만하지도 않아 저도 모르게 크게 칭찬하며 살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당신은 가시오! 나는 당신과 따지지 않겠소! 빨리 그들에게 천하에 영(令)을 전하라고 고하시오! '팔비금룡(八臂金龍)'은 언제 어디서나 그 북해 노괴물의 도전을 기다리겠다고 말하시오! 그리고 '청삼표객(青衫飄客)'을 만나거든 '팔비금룡(八臂金龍)'이 그가 예전에 훔쳐간 물건을 되찾기 위해 그를 찾으려 한다고 말해주시오."
청죽방 사람들은 약간 어리둥절해졌고, 그 '백보유혼(百步遊魂)'은 잠시 멍해 있다가 육검평을 바라보며 깨닳은 것이 있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공수를 하고 몸을 돌려 수하를 불러 두 구의 시체를 들어 올려 나는 듯이 달려 가버렸다.
저 멀리 나는 듯이 달리는 흑영을 바라보며 육검평은 살짝 미소를 짓고 긴 소래를 털며 속으로 생각했다:
"하! 뜻밖에 나도 외호가 생기는 날이 왔구나. 뜻밖에도 나의 외호를 듣고 놀라는 사람도 있다니, 흥! '한심냉마(寒心冷魔)'와 '청삼표객(青衫飄客)', 당신들이 찾아와라! 하!"
그의 마음속에서는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호기가 용솟음쳤다. 그는 팔을 휘두르며 길게 휘파람을 불고 싶었다――
"아!" 하고 그가 깨닳은 듯 고개를 돌리자 길 위의 행인들이 이미 천천히 질서를 회복하고 그 부상당한 노인도 이미 실려 간 것 같았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 몸을 돌려 떠났다.
그의 눈빛은 사람들 사이를 수색했고 그는 여전히 소규화 혹은 황포노인을 발견하려 했으나 그는 실망하고 말았다.
"무엇 때문에 내가 그 소규화에게 관심을 갖는 거지! 그는 누굴까? 그 '단수경천(單手擎天)'으로 불리운 황포노인은 또 누구야?"
그는 자기가 무엇 때문에 그 소규화에게 말 못할 호감을 느끼고 있는지 분명하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그는 자기도 일찍이 강호를 떠돌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괴롭힘을 많이 당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는 '영웅거(英雄居)'를 향하여 갔고 그는 마땅히 먼저 '철조금편(鐵爪金鞭)을 찾아가 그 철장(鐵掌) 유오야(劉五爺)의 사람됨을 물어본 후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머리에 옴이 가득한 나화상(癩和尚)은 누굴까? 그는 틀림없이 풍진이인(風塵異人)이다!"
그는 걸으면서 생각했다.
"그리고 그 '묘수시천(妙手時遷)'도 보아하니 강호에서 약간의 명성을 얻은 것 같았다. 그는 자칭 '풍뢰문(風雷門)'의 제자라고 했다. 하! 풍뢰문의 제자가 감히 풍뢰문 장문인의 옥령(玉令)을 훔치다니, 하!" 득의해 하던 것을 생각하며 그가 웃었다! 그는 '철조금편(鐵爪金鞭)'을 찾아 함께 '천류장(千柳莊)'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나는 그들에게 '팔비금룡(八臂金龍)'이 뜻밖에도 '풍뢰문(風雷門)'의 장문인임을 알려주겠다! 아!"
그가 고민하고 있을 때 거리에 세 마리의 노새가 끄는 수레가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 수레의 끌채에 앉아 있는 사람은 그의 맹백(盟伯)인 '철조금편(鐵爪金鞭)' 손명지(孫鳴志)였지만, 그 옆에는 수염을 기른 사내가 하나 더 있었다.
"워! 워! 워!"
손명지도 그를 본 듯 고삐를 잡아당기며 호통을 내질러 수레의 속도를 줄였다.
"빨리! 빨리 올라와!"
육검평이 공수를 하자 손명지는 그에게 수레에 오르라고 연신 재촉했다. 비록 어리둥절했지만 육검평은 그의 말에 따라 수레에 올랐다.
"워! 이럇!"
누런 얼굴의 노인 손명지는 수중의 긴 채찍을 휘두르자 '쫘악' 하는 소리와 함께 채찍 끝이 허공을 찢는 소리가 나며 노새가 끄는 수레는 바퀴를 굴리며 다시 질주하기 시작하였다.
수레의 바퀴가 매끄러운 노면을 굴러가며 '그르륵――그르륵――' 하는 규칙적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딱딱!' 하며 철굽이 지면을 때리며 맑은 소리가 울렸다!
길 위에 있는 행인들 중 일부는 소리를 듣고 분분히 길을 터주고 어떤 이들은 고개를 돌려 수레에 탄 세 명의 차림이 다른 남자들――등이 굽고 허리가 굽었으며 농부같은 차림의 누런 얼굴의 노인, 가슴을 펴고 있는 수염을 기른 사내, 웅자영발(雄姿英發)하고 풍도가 멋스러운 백의서생등을 쳐다보았다.
가는 길에 누런 얼굴의 노인은 계속 말을 하지 않았고 육검평은 몇 차례나 입을 열려고 하였으나 손명지의 표정을 보자 다시 말을 삼켜버렸다.
'딱딱!' 하며 철굽이 지면을 때리며 단조로운 소리가 울렸다!
길가의 집들이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길가의 아득히 넓은 벌판과 쓸쓸한 나무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성을 나가자, 낙양성은 이미 그들 뒤로 버려졌다.
"검평아! 너는 방금 내가 무엇 때문에 너와 얘기를 안 했는지 아느냐?"
'철조금편(鐵爪金鞭)' 손명지는 숨을 길게 내쉬며 육검평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육검평은 잠시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누런 얼굴의 노인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먼저 네게 알려줘야겠구나. 이 사람은 너의 무맹백(武盟伯)의 조카로 강호인들은 '역사추(力士錐)' 무유병(武維屏)이라 부른다. 너희들은 가깝게 지내도록 하고 훗날에도 잘 보살펴 주어라!"
말을 하며 그는 옆에 있는 그 수염을 기른 사내를 가리키며 이어서 또 말했다:
"무현질, 아침 일찍 내가 이미 네게 말했으니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는 것 같구나!"
그 수염 난 사내는 육검평을 향해 웃으며 열정적으로 말했다:
"육형은 젊은 나이에 강호에 이름을 떨쳤으니 소제가 매우 탄복하는 바이오!"
말을 하며 포권(抱拳)을 취했다.
"천만에요! 천만에요! 일절 무형에게 지도를 청하게 되어 다행입니다!"
육검평은 이 수염 난 사내 무유병의 말이 매우 쾌활한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매우 호감을 느꼈고, 이때도 포권을 하며 겸손하게 답례하였다.
'철조금편(鐵爪金鞭)' 손명지는 주위를 둘러보고 수레의 장막을 젖히며 말했다:
"남지(藍芝)야! 네 동생은 좀 어떠냐!"
육검평이 뒤를 따라 고개를 돌려 보니 수레 덮개 안에 그 도박을 하다 다친 젊은이가 누워 있었다. 이때, 그의 머리에는 하얀 천이 감겨있었고 얼굴에는 몇 군데에 상흔이 드러나 있었다. 지금은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의 옆에는 머리를 길게 땋은 누나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대답하였다:
"아버지! 동생은 이미 잠들었어요!"
그녀의 촉촉한 두 눈동자가 육검평의 몸으로 돌아갔고 육검평도 바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어, 네 개의 눈이 마주쳤고, 그녀의 얼굴에 붉은 노을이 피어오르며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남지, 손남지,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군!"
육검평은 나지막이 마음속으로 복창하고 있었다.
"손남지, 길게 머리를 땋은 아가씨!"
그의 머릿속에는 길게 머리를 땋은 아가씨, 바로 귀운장(歸雲莊)의 소봉(小鳳)이 떠올랐다.
"검평아!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
누런 얼굴의 노인은 육검평이 넋을 잃고 떠다니는 뜬구름을 보고 있는 것을 보며 물었다.
"앗!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맹백!"
육검평은 놀라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응!"
손명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수염 난 사내에게 말했다:
"유병현질! 이제 네가 숙부의 일에 대해 검평이에게 간단하게 얘기해 줘라."
말을 하며 그는 수염 난 사내 무유병에게 가운데 자리를 양보했다. 육검평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누런 얼굴의 노인과 '역사추(力士錐)' 무유병(武維屏)을 바라보았다.
무유병은 기침을 하고 웃으며 육검평에게 말했다:
"검평형, 아마도 당신은 방금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을 것이라 믿소. 지금 소제가 분명하게 말씀드리겠소."
그는 잠시 멈추고 다시 주위를 살피고난 뒤에 말했다:
"소제는 어려서 부모님이 안 계셔서 줄곧 나는 무이숙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었소. 무이숙은 또 자신이 개인적으로 불편했기 때문에 소제를 곤륜문하생이 되게 하셨소. "
육검평은 이 무유병이 뜻밖에 그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을 말하는지 알지 못했는데 또 무유병이 말하는 것이었다:
"소제는 곤륜에서 10년 동안 무예를 배우고 하산했을 때, 마침 무이숙은 새외(塞外)의 한 마두와 비무를 하여 패배하고 이곳에 은거하게 되었는데, 그때 소제는 이숙의 명을 받들어 경험을 늘리기 위해 강호 행도를 하여 겨우 사문의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았지요. 소제는 수중에 한 자루의 대철추(大鐵錐)를 들고 북육성의 녹림호한 금도(金刀) 풍무(馮茂)의 관문을 넘어서고 남칠성의 흑도호걸인 번천요자(翻天鷂子) 문무개(文懋凱)를 쳐부순 적도 있어서 '역사추(力士錐)'란 호를 얻게 되었지만, 검평형과는 비교가 안 되지요. 소제는 아직 멀었지요! 하하!"
그는 말을 하면서 육검평를 보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말에 거침이 없는 사내로구나."
육검평은 속으로 생각하며 무유병이 다시 말하는 것을 들었다:
"어느 해, 소제는 설을 쇠기 위해 이숙에게 갔는데, 이숙의 지시로 소제는 방법을 궁리해 '화운문(火雲門)'을 조사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영존이시 육노선배님 '선풍일검(旋風一劍)'을 찾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때 강호에는 '화운문(火雲門)'이 영존을 잡으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입니다!
육검평은 그가 자기의 부친을 언급하는 것을 듣고 저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수염 난 사내 무유병을 응시했다.
"와우! 이분 육노제의 눈빛이 어찌 이리도 무서운가!"
무유병은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이어서 말을 했다:
"소제는 당시 명을 받아 사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끝내 영존 육노선배님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었소. 이렇게 반년이 흐른 뒤, 소제는 영존이 이미 '화운문(火雲門)'의 장문인 '화운존자(火雲尊者)'에 의해 발견되어 그의 손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소. 저에게 알려준 그 사람은 자칭 '충소검객(沖霄劍客)' 사마양(司馬驤)이었소. 당시 그는 안색이 몹시 원기가 빠진 상태로 보였소. 동시에 엄한 중상을 입어 산중에 쓰러져 있던 것을 소제가 그곳을 지나다가 구했소……"
그는 말을 할 때 육검평의 눈에서 쏟아져 나오는 광망이 더욱 예리해진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입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육검평의 입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충소검객! 사마양! 사마양? 사마능공……"
"그를 아십니까?"
무유병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아니요! 전혀요……"
육검평은 대답을 했고 이어서 그는 수염 난 사내의 손을 당기며 말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말해주세요……"
"당시 소제는 이 일을 입증하기 위해 기북(冀北) 무령산(霧靈山)으로 직접 가봤지만 끝내 어떠한 단서도 찾지 못했소. 몇 년 전 소제는 한 친구의 연회에 갔을 때, 무의식중에 당시 '화운문(火雲門)'이 '선풍일검(旋風一劍)'을 찾는 일에 관련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당시 북도의 호걸 철장 유관이(劉冠爾), 즉 지금의 '천류장(千柳莊)' 철장 유오야(劉五爺)가 연루되었다는 것입니다!"
수염 난 사내 무유병은 육검평을 한 눈으로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유관이와 무이숙은 일찍이 몇 번 만난 사이였고 당시 그는 화운문 북로분당주(北路分堂主)였기 때문에 저는 무이숙에게 상황을 알려드렸고 당시 무이숙은 저에게 조용히 조사를 계속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팔이 절단된 한 부인이 화운존자를 찾기 위해 무령산에 뛰어들었지요……"
"나중에 팔이 절단된 부인은 행방을 알 수 없었고, 이어서 강호상에 그 팔이 절단된 부인이 홀로 무당에 올라 단약을 찾았으나 실패하고 무당파의 손에 상처를 입었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그러나 이때 한 젊은이가 무당에 뛰어들어 그 부인의 아들이라 밝히고 뜻밖에도 무당 장문인을 물리치고 떠날 때 강호를 놀라게 했던 '회룡신공(回龍神功)'을 사용했답니다……"
무유병은 육검평이 그의 이야기를 듣는데 몰두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기침을 하며 말했다:
"당시 상황은, 육노제가 직접 경험한 것이니 소제에 비해 훨씬 상세하겠지요! 그런데 육노제가 알지 못하는 한 가지는, 그 일이 있은 뒤 무당 장문인이 문하 제자들에게 팔비금룡을 잡으라고 명령을 내렸다는 소문이 강호에 퍼졌고 북해 현빙궁이 팔비금룡 육노제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한옥령을 전할 즈음, 그 철장 유오야는 바빠졌지요. 요 며칠 그는 오십회 생일을 축하하려고 많은 수첩(壽帖)을 보내 강호 동도들을 많이 초대했지요. 사실 내면에는 아마 이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시 무이숙도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그는 직접 호혈로 들어가기로 결정하였고, 그래서 이틀 전에 이미 '천류장(千柳莊)'에 들어가셨습니다. 왜냐하면 그분과 유관이는 요 몇 년 동안 친분이 있어 천류장에 아무런 제지 없이 통행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암중으로 조사한 결과 그분은 하나의 비밀을 찾아냈지요……"
무유병은 입을 멈추었다. 왜냐하면 그가 멀지 않은 길에 몇 명의 흑영이 나타나 이곳으로 질주해 오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줄곧 침묵을 지켜오던 철조금편은 긴 채찍을 허공으로 휘날리고 동시에 채찍과 밧줄이 휩쓸리며 수레의 장막을 내렸다.
잠깐 사이에 몇 필의 준마가 쏜살같이 지나가며 먼지가 날렸다. 육검평은 한 눈으로 그들 사내들이 산서 청죽방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상에 탄 사람들도 육검평을 본 것 같았지만, 가벼운 놀람소리에 이미 몸을 스쳐 지나갔고 단지 한 조각의 먼지만이 허공에 흩날릴 뿐이었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소제가 간단히 얘기하겠소."
무유병은 몇 마리의 준마들이 멀리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다가, 이어서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
"당시 소제도 일찍이 천류장에 들어갔는데, 천류장의 총관인 '오조응(五爪鷹)' 능공협(凌公俠)과 소제가 둘도 없는 친구였기 때문에, 무이숙은 왕년의 화운존자와 철장 유오(劉五) 사이에 주고받았던 서신을 발견했을 때,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고 소제에게 호남으로 달려가 손사백을 찾아 상황을 알리라고 명령하셨소……"
"당시 나는 이미 호남을 떠났기 때문에 유병이는 나를 보지 못했다."
오랜만에 입을 열지 않던 철조금편은 갑자기 입을 열고 말하였다:
"오늘 아침에 유병이가 '영웅거(英雄居)'에 도착해 상세한 상황을 내게 알려주었다. 이곳은 철장(鐵掌) 유관이(劉冠爾)의 세력범위이기 때문에 우리는 행동에 신중해야 한다. 지금 나는 천류장에 직접 들어가 무철과 접응할 계획이다. 검평현질, 내가 너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 눈앞의 상황은 불분명하고 적은 어두운 곳에 있고 우리는 밝은 곳에 있으니 함부로 행동하지 말거라.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다, 네가 나타나 그때 네 부친의 피맺힌 원한을 네가 직접 와서 갚아야 한다
말을 하며, 그는 지세(地勢)를 헤아려보고는 고개를 돌려 수염을 기른 사내 무유병에게 말하였다:"유병아! 아침에 내가 말한 대로 조심해서 검평과 남지 그리고 남경을 보호하고 서쪽으로 가서, 항곡(恒曲)에 도착하면 위원표국(威遠鏢局)의 총표두 '철시조(鐵翅雕)' 방천덕(方天德)을 찾도록 해라. 이 일을 마치면 나는 다시 달려가겠다. 일이 지체되면 안되니 너는 여기서 가도록 해라!"
그는 채찍을 들어 올려 길옆의 갈림길을 가리키며, 힘껏 고삐를 잡아당겨 수레를 세우고 다시 고개를 돌려 육검평에게 말했다:
"검평아! 객점에 있는 네 말과 짐은 나중에 내가 다시 가져다 줄 테니, 반드시 내 말을 들어라. 네 두 동생들을 잘 호송해주어야 한다. 산서에 도착하면 그 '철시조(鐵翅雕)'를 잘 찾아라. 왜냐하면 방천덕의 아들 방근위(方根偉)는 남지와 약혼한 사위다. 그들 둘은 지복위혼(指腹為婚:태중혼약)한 사이다. 좋아! 너희들은 가도록 해라!"
말을 하며 그는 수중의 긴 채직을 '역사추(力士錐)'에게 건네며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수레에서 뛰어내렸다.
"맹백(盟伯)!"
육검평이 손을 들며 외쳤다.
"무슨 일이냐?"
'철조금편(鐵爪金鞭)'은 옷소매를 휘저으며 떠나려던 참에 그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육검평은 눈시울을 붉히고 검미를 높이며 단호하게 말했다:
"맹백! 어르신과 소질이 함께 동행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를 소질이 간청합니다……"
그는 잠시 멈추고 이어서 말했다:
"부모님의 피맺힌 원한은 소질이 각골명심(刻骨銘心)하고 있으며 몰치난망(沒齒難忘)입니다. 자식된 도리로 부모님의 원수는 불공대천인데 어떻게 도둑을 무서워하며 눈앞의 안일만 쫓겠습니까. 두 분 백부님과 유병형은 소질의 일로 분주하게 고생하고 있으니 검평은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검평은 마땅히 원흉을 제 손으로 베어 죽여 피맺힌 원한을 갚아야 하는데 어찌 혼자 머리를 들고 맹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겠습니까."
그는 수염 난 사내 무유병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이미 온 몸에 피가 끓어올라 거의 억제할 수 없음을 느꼈으나 그는 줄곧 철장 유오의 비밀을 어떻게 알아낼 것인지 궁리하고 있었는데 지금 손명지가 그에게 가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을 듣고 저도 모르게 다급해져 말을 꺼내 간청한 것이었다.
철조금편은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어서 굳은 얼굴로 말했다:
"검평아, 너는 이 손백부가 죽음을 두려워하여 구차하게 살아남은 사람으로 봤구나. 다만 지금은 시기가 아직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화운존자(火雲尊者)'가 '철장(鐵掌)' 유관이(劉冠爾)에게 명령을 내려 네 부친 '선풍일검(旋風一劍)'의 행적을 찾아 보고하라는 서찰이 아직 완전히 증명되지 않았으니 경솔하게 행동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타초경사(打草驚蛇)하지 않아야 한다. 너는 강호초출이니 비록 몸에 희세의 '회룡신공(回龍神功)'을 지녔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강호의 간사한 무리들은 네가 방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너는 피맺힌 원한을 짊어지고 있어 책임이 막중하니 만약 가볍게 위험을 무릅쓴다면 너의 죽은 부모에게 볼 낯이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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