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第二章 懷璧其罪
임청제는 순진하고 무지한 얼굴에 짜증 나는 표정으로, 유유를 불과 세 치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보았다. 갑자기 두 사람은 할 말을 잃은 듯, 서로를 바라보았고, 육체는 친밀한 접촉을 하고 있었다.
유유의 머릿속은 텅 비었고, 마음속으로는 회벽기죄(懷璧其罪:옥을 품으면 죄를 지게 된다)고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홍안화수(紅顏禍水:미인으로 인해 화를 입는다) 네 글자도 떠올렸다. 이 요녀와 비밀리에 동맹을 맺은 순간부터, 유유는 그녀로 인해 온갖 번뇌가 생길 것이고, 그녀 때문에 앞길이 막힐 것이며, 심지어는 배신과 이별이라는, 최대의 위험을 겪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번뇌가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는 이제 군관 숙소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것일까? 임청제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후훗' 하고 교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당신은 얼굴에 표정이 없으니 진짜 이상해요."
유유가 힘없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당신 이건 날 해치려는 게 아니오?"
임청제는 먼저 향긋한 입맞춤을 해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히려 그 반대예요. 제가 당신에게 항복하는 거죠. 심패가 당신 몸에 있는 한, 당신은 저를 통제할 수 있어요. 응! 어젯밤 당신이 저에게 한 짓은 정말 자극적이면서도 좋았어요. 어두워지기 전에 시간이 조금 있으니, 먼저 제 몸을 차지해 보지 않겠어요?"
유유는 이때 색욕이 완전히 사라져,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당신을 위해 심패를 보관해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마시오. 총명한 사람이라면 빨리 심패를 가지고 돌아가시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심패를 회수(淮水)에 던져 버릴 것이오."
임청제가 가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유야! 당신은 어떻게 그런 사람일 수가 있어요? 게다가 당신이 심패를 가지고 광릉성을 떠나는 순간, 안세청 부녀는 감응할 거예요. 일단 그들에게 쫓기는 순간, 당신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고, 심패마저 빼앗기게 될 텐데, 이게 똑똑한 사람이 할 짓인가요?"
유유가 머리를 굴리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아무 데나 찾아서 심패를 깊이 묻어버리겠소. 그들이 찾을 수 있다면 그들 능력이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오."
임청제는 기쁜 듯 말했다:
"제가 심패의 비밀을 알려드릴게요. 사람이 많은 곳일수록, 심패의 신호가 약해져요. 광릉 같은 대도시에서는, 거의 사라진 것처럼 느껴질 거예요. 그들 부녀와 직접 마주치지만 않는다면, 당신 몸에 심패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절대 알아채지 못할 거예요."
유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절대 몸에 지니고 다니지 않을 테니, 안심하시오. 이해가 안 가는군. 왜 사람이 북적이는 곳에 몰래 숨겨두지 않고, 나를 귀찮게 하는 거요?"
임청제가 말했다:
"문제는 '동극선패(洞極仙佩)'가 오랜 세월 동안 전해 내려오는 이물(異物)이라는 거예요. 구전되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 영이(靈異)함이 나타나기 전에는, 반드시 인체에 밀착해, 사람의 기를 흡수해야, 어느 순간 비밀을 드러낸다고 해요. 만약 당신이 심패를 깊이 묻어버린다면, 심패는 이보(異寶)에서 평범한 돌로 돌아갈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모든 게 끝장이에요. 지금 당신은 제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요! 당신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겠어요?"
유유는 그녀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더 이상 분간할 수 없었다. 이건 정말 큰 일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안옥청이 언제 다시 자신을 찾아올지 모르는데, 그때 그녀에게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큰일이 아닌가. 하지만 이내 마음속에서 생각이 번뜩이며, 그녀의 말에서 허점을 하나 발견했다.
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날 속일 생각 마시오. 심패를 반드시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면, 당신이 어떻게 심패를 훔칠 수 있었겠소?"
임청제는 태연하게 말했다:
"아직 당신에게 한 가지 말하지 않은 게 있어요! 선패는 위로는 일월천성(日月天星)에 반응하고 아래로는 인걸지령(人傑地靈)에 반응해요. 그렇지 않으면 도문에 있는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미치광이처럼 열광하지 않을 거예요. 매월 보름날 밤이면, 선패는 작열하여 견딜 수 없게 되니, 반드시 멀리 떼어놓아야 하고, 해가 뜨면 다시 몸에 지닐 수 있어요. 이게 전부예요! 제가 아는 것은 당신에게 전부 알려드렸어요!"
유유는 비웃으며 말했다:
"당신들에게는 이보일지 몰라도, 내게는 화근일 뿐이오. 경고하는데, 나는 이런 물건을 몸에 지니고 다니지 않을 테니, 똑똑하다면 당장 가져가서 스스로 방법을 생각해 보든가, 아니면 만묘에게 맡기든가 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가고 난 뒤에 나는 이걸 버려버릴 테니까."
임청제가 나지막이 말했다:
"만약 내가 만묘에게 맡길 수 있었다면, 진작에 맡겼을 거예요! 황궁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에요. 아침에 저녁 일을 보장할 수 없는데, 하물며 만묘가 자기 것으로 여기고, 다시 내놓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오직 당신과 저만이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사이예요."
유유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내가 가로챌까 봐 두렵지 않소?"
임청제는 요염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저에게 그럴 리가 없어요. 그렇게 하면 당신에게도 좋을 게 없죠. 만약 제가 당신이 저를 전혀 아끼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면, 전 어쩔 수 없이 동귀어진(同歸於盡)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모두에게 좋지 않아요."
유유가 얼굴색이 변하며 말했다:
"또 날 협박하는 거요?"
임청제는 그를 꽉 끌어안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어찌 감히 그러겠어요. 하지만 당신이 저에게 모질게 대한다면, 저도 어쩔 수 없어요! 그렇죠? 나의 유대인."
유유는 갑자기 냉정을 되찾았고, 이 일에 있어서 임청제가 자신을 이 혼탁한 물에 빠뜨리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자신의 운명도 그녀와 엮여 있었기에, 그녀가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폭로한다면, 그는 광릉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고, 천하가 아무리 넓다 해도, 몸을 숨길 곳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요녀에게 코가 꿰어 끌려 다니는 것도, 방법이 아니었다. 마음속에서 저도 모르게 반항할 생각이 생겨났다.
여기까지 생각한 유유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손을 그녀의 옷 속으로 넣고 이리저리 손을 놀리며 말했다:
"당신을 위해 석 달 동안 심패를 대신 보관해 주겠소. 석 달 내에 당신이 찾아가지 않는다면, 내가 알아서 처리해도 원망하지 마시오."
임청제는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그의 품 안에서 몸을 떨며, 얼굴이 불처럼 빨개져서 말했다:
"원수 같으니! 당신……"
유유는 그녀를 통째로 안아 올려 장막 안 침상에 던져버리고 하하 웃으며 말했다:
"오늘 밤 내가 돌아왔을 때 여전히 당신이 이곳에 있다면, 난 심패를 다시 당신 목에 걸어버릴 테니, 내가 미리 알리지 않았다고 원망하지 마시오."
다시 한번 하하 웃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
거의 두 시진 동안 질주한 후, 탁발규는 마침내 전진을 멈추라는 명령을 내렸고, 전사들은 즉시 사방으로 흩어져, 전략적 요충지인 언덕을 점령하고, 방어 진세를 구축했다.
방의와 고언은 탁발족 전사들의 효율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믿음이 더욱 커졌다. 삼백 명 남짓한 탁발규의 정예 친위대는, 개개인이 용맹하고 기마술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고도의 집단정신을 가지고 있어 호흡이 잘 맞았다.
연비는 이에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렇지 않았다면, 탁발규는 벌써 부견의 대군에게 쫓기고 포위되어, 열 번도 넘게 죽었을 것이다.
탁발규와 연비는 말을 타고 산꼭대기로 향했고, 방의, 고언, 탁발표는 그 뒤를 따랐다.
전방 삼 리 남짓 떨어진 구릉 위에 성지(城池) 하나가 보였다. 성벽은 산세를 따라 지어졌고, 형세가 험준하여 강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석양이 비추는 가운데, 그 웅대한 기상이 더욱 돋보였다.
방의와 고언은 이를 보고 한숨을 내쉬며, 삼백 명으로 이런 산성을 공격하는 것은, 탁발족 전사들이 아무리 용감하고 강해도,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탁발규와 연비는 말에서 내렸고 다른 사람들도 그 뒤를 따랐다.
탁발규는 저녁노을 속의 산성을 바라보고, 탄식하며 말했다:
"평성아! 너의 진정한 주인이 마침내 왔도다!"
모두들 그의 말에서 깊은 갈망과 기대감이 묻어나는 것을 느꼈다. 마치 사막을 여행하는 자가 샘을 찾거나 황무지를 개간하는 자가 수많은 물과 산을 건너 비옥한 땅을 찾은 것과 같았다.
평성은 탁발 선비족이 중원에 진출하는 발판이었을 뿐만 아니라, 천하쟁패의 기점이기도 했다. 이 성을 점령하는 순간,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게 되는 것이고, 탁발족은 공식적으로 모용수와 결별하고, 더 이상 모용 연국의 속국이나 마노(馬奴)가 아닌, 중원을 다투는 경쟁자가 되는 것이다.
탁발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 고조 칠년, 고조 유방이 친히 대군을 이끌고 흉노를 정벌하러 갔다가, 흉노 왕의 복병에게 평성에서 포위되어, 칠 일 동안이나 갇혀 있었다. 후에 흉노 왕 묵돈의 아내에게 많은 뇌물을 바치고서야, 비로소 탈출할 수 있었다. 이 전투로 평성은 천하에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한 무제가 등장하고 나서야, 흉노를 격퇴하고, 한나라의 위엄을 다시 떨칠 수 있었다."
방의와 고언은, 탁발규가 자신들의 나라 역사에 대해 자신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연비는 말없이 침묵을 지켰다.
탁발규는 뭔가 느끼는 바가 있는 듯 말을 이었다:
"장성 안은 농업 민족의 세력 범위이고, 장성 밖은 초원 유목 민족의 땅이다. 누구의 힘이 조금이라도 더 세면, 장성을 넘어 상대방의 땅을 침범한다. 장성은 농업 민족과 초원 민족의 경계선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양측의 힘과 전략의 상징이자, 대외 정책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지점이다."
방, 고 두 사람은 탁발규에 대해 한층 더 이해하게 되었고, 이 사람은 확실히 비범한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멀리 내다볼 줄 알뿐만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볼 줄 아는, 이러한 인재는, 중원의 문화가 꽃피는 남방에서도, 찾아보기 드물었다.
지금은 바로 장성 안의 한족이 중심이 된 농업사회가 쇠퇴하는 시기로, 전쟁이 끊이지 않고, 정치가 불안한 가운데, 장성 밖의 민족들이 앞 다투어 장성을 넘어 중원으로 들어와, 정권을 수립하고 있었다. 탁발규가 이런 말을 한 것은, 바로 자신의 민족을 이끌고 장성을 넘어, 눈앞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패권 다툼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연비가 담담하게 말했다:
"중원의 역사상, 초원 민족이 장성을 넘는 것은 멈추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기껏해야 한바탕 소란을 피웠을 뿐, 천하를 통일하려는 시도는 해본 적이 없다."
탁발규는 여전히 평성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을 꿰뚫어 보려는 듯 말했다:
"초원 민족이 장성에 들어가면, 대량의 가축과 수많은 인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과 풀을 따라 이동하는 유목 경제로는, 더 이상 통치하는 백성들의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 초원 민족의 경제에서, 농업 생산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점차 초원 민족의 전투 능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침입한 통치자가 사상과 습관에 있어서 여전히 초원 민족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해, 중원의 한족과 민족 간에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을 겪게 되니, 민족의 증오와 대립 속에서, 결국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방의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탁발 당가의 말씀은 지당하지만, 이 문제들은 한두 마디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게다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필연적인 발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당가의 말씀을 들으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탁발규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좋은 질문이오! 왜냐하면 나는 누구보다 준비가 충분했고, 일찍이 유목민족에서 반유목 반농업 경제로 전환하여, 두 가지 장점을 모두 얻었기 때문이오."
이어 가슴속에 쌓인 답답함을 한꺼번에 풀어내듯, 천천히 말했다:
"평성과 안문은, 장차 장성 안에서 나의 가장 중요한 근거지가 될 것이며, 장성 안팎을 모두 내 것으로 만들어, 초원 민족과 중원 농업 민족을 잇는 통로와 교량을 건설할 것이오. 다른 초원 민족들이 장성 밖 우리 땅을 차지하지 못하게 하여, 우리가 뒤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할 것이오. 그리고 이 두 성 지역 내에 거주하는 오환잡인(烏桓雜人)과 안문인은 농업 생산에 종사하여, 우리의 끊임없는 확장 전략을 지원할 것이며, 우리 부족은 전투의 주력이 되어, 장성 밖 각 부락의 장정을 징집할 필요가 있을 때, 다시 징집할 것이오. 이렇게 하면 중원의 천하는, 언젠가는 결국 우리 탁발 선비의 천하가 될 것이오."
방의와 고언은 모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국적이 없는 황인이었지만, 결국 한족의 신분을 바꿀 수는 없었는데, 한 호인(胡人)이 천하를 통일하겠다는 큰 계획을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들으며, 또 그렇게 주도면밀한 국책과 뛰어난 식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들으니, 무슨 맛인지 정말 알 수 없었다.
탁발규는 감정이 고조된 듯, 연비를 향해 말했다:
"평성을 함락시킨 후, 연비 너는 중산(中山)이 어떻게 반응할 것 같으냐?"
연비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평성을 함락시킨 후에 다시 이야기하자."
탁발표가 끼어들며 말했다:
"평성은 이미 우리의 낭중지물(囊中之物)입니다. 모용수의 수비병은 천 명도 되지 않고, 성 안에 있는 대부분의 주민은, 우리 탁발족이 부견에게 쫓겨 이곳으로 이주한 민족이니, 우리가 공격하지 않으면 몰라도, 출병하면 전투 없이 무너질 것입니다."
연비가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모용상은 이미 수하들을 이끌고 성 안으로 도망쳐, 평성의 방어력을 크게 강화했을 것이니, 기습 공격을 하기가 더 어려워졌을 것이다."
탁발규는 오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천하에 모용수만이 나의 적수가 될 수 있을 뿐, 그의 아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피를 흘리지 않고 평성을 굴복시켜, 나의 수완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다."
이어 말했다:
"우리 모두 장막을 치고 푹 쉬도록 하자. 내일 해가 뜨면, 평성은 포위될 것이고, 만약 모용상이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다면, 그는 영원히 살아서 중산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말발굽 소리가 서북쪽에서 들려오자, 다섯 사람은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먼지가 크게 일어나며, 수천 명의 기병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탁발규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전사들의 선봉대가 도착했구나!"
※※※
유유는 술집 한쪽 구석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근 한 시진동안 혼자 술을 마셨지만, 예상했던 안옥청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의 마음은 매우 우울했다. 첫째는 사현의 죽음이 여전히 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둘째는 임청제의 끈질긴 집착으로 인해, 억지로 휘말려들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왕담진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는 그녀의 현재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가 알고 있는 것은 그녀의 오만함과 한문(寒門)을 무시하는 아버지 왕공(王恭)이, 이미 기묘한 정치적 투쟁에 깊이 휘말려 있어, 어떤 실수라도, 그에게 살신대화(殺身大禍)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
다만 그의 현재 상황에서는, 그녀의 아버지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었다.
왕공은 비록 사마요의 총애를 받는 대신이었지만, 그의 실력이 강한지 약한지 여부는, 북부병이 그의 편에 서느냐에 달려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사마도자의 건강군이나 환현의 형주군 앞에서는 아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왕공처럼 명문망족 출신으로, 가세명사(家世名士)의 신분으로 입조하여 정치를 하는 사람은, 민정을 살피지 못하고 시무(時務)도 알지 못하며, 가슴 가득 비현실적인 이상만 품고 있을 뿐, 실행할 능력이 없다. 게다가 스스로를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여, 고집스럽게 자신의 큰 계획을 서둘러 추진하다 보면, 일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게 되어, 화를 자초할 뿐이다.
그의 최대 정적인 사마도자는 오랫동안 권좌에 앉아 ,정치 투쟁에 능했으며, 사안과 사현이 살아 있을 때도 그를 어찌할 수 없었는데, 왕공은 더더욱 상대가 되지 않아, 야심가인 환현 같은 자에게 기회를 줄 뿐이었다.
그는 심지어 손은의 위협에 대해서도 고려하지 않았고, 손은이 난을 일으켰을 때, 상황이 더 많은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유유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여기까지 생각하니, 더욱 근심이 풀리지 않아, 또다시 다른 잔에 술을 가득 따랐다.
임청제가 선패에 관해 말한 이상한 이야기에 대해, 그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가 자신을 속여 심패를 보관시키려고 꾸며낸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아!
하지만 그녀가 한 말이 터무니없는 소리라면, 또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보물을 자신에게 맡길 수 있을까? 그는 심패를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가운데 작은 원형 구멍이 하나 뚫려 있는 것 외에는, 거울처럼 매끄러워, 어떤 무늬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천지패와 같은 옥질이 아니라면, 임청제가 가짜 옥을 가져와 자신을 속인 것이라고 의심했을 것이다. 심패가 가짜일 거라는 또 다른 의심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패연(佩緣)이 확실히 톱니 모양으로 되어 있어, 크기가 천지패 사이의 공간과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가슴이 서늘했다. 심패는 그의 체온을 흡수했다고 해서 따뜻해지지는 않았다.
이것이 심패의 또 다른 이상한 점이었다.
정말 사람이 많고 기가 혼잡한 곳에서는, 안옥청이 심패의 소재를 감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왜 그녀는 지금까지도 보물을 찾으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일까? 여기까지 생각하니, 자신도 우습고 가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잔을 들어 입술로 가져갔다.
막 술을 마시려고 하는데, 한 사람이 곧장 앞으로 다가와, 그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종형(宗兄)께서는 별고 없으십니까?"
유유는 고개를 들어 보더니, 반갑게 말했다:
"알고 보니 당신이었군요."
온 사람은 중간 정도의 키에, 얼굴이 네모나고 귀가 크며, 생김새가 당당하고, 표정이 온화했다.
이 사람은 유의(劉毅)라고 하며, 유유와 함께 경구 출신으로, 따지고 보면 종친 관계이지만, 유유의 집안 가세가 기울고, 유의의 집안은 경구에서 승승장구했기 때문에, 두 집안은 왕래가 없었다. 후에 듣기로 유의도 북부병에 가담하여, 공을 세워 편장(偏將)이 되었고, 비수대전 때 두 사람은 군에서 마주쳐, 인사 몇 마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유의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저는 종형께서 지금쯤 전호후옹(前呼後擁: 귀인이나 고관이 행차할 때 앞에서는 소리쳐 길을 열면서 뒤를 옹위(擁衛)하는 것)를 이루고 계실 줄 알았는데, 여기서 혼자 술을 마시고 계실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유유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일은 말로 다 할 수 없소. 당신은 요즘 어디서 잘 나가고 계시오?"
유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종형께서 이끌어 주시지 않는다면, 군에서 잘 나갈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저는 지금 하야(何爺) 밑에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는데, 종형의 빛나는 모습에 어찌 미치겠습니까?"
유유는 그제야 그가 하겸의 계통에 속한다는 것을 떠올리며, 의아해하며 말했다:
"내가 무슨 영광이 있다고 그러시오?"
유의는 앞으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소문을 들었는데 종형께서는 공정과 변황집의 강문청을 위해 다리를 놔주고 있다더군요. 설마 이 일이 거짓은 아니겠지요?"
유유는 속으로 깜짝 놀라며, 술잔을 내려놓고, 이 일이 이렇게 빨리 하겸의 측근 귀에 들어갔다는 것은, 정말 심상치 않은 일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유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야께서 종형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유유는 속으로 살려달라고 외치며, 변황집과의 관계 때문에, 자신이 갑자기 유뢰지와 하겸 두 파벌이 서로 끌어들이려고 다투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일을 어떻게 좋게 수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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