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협소설(武俠小說)/변황전설(邊荒傳說) - 黃易

卷十四 第十二章 교우고인(巧遇故人)

by 少秋 2025. 9. 28.

 

第十二章 巧遇故人

 

 

연비가 베고 내리치며, 횡으로 휘두르고 곧게 찌르는 동작을 펼치자, 검초는 심지어 평범하기 그지없어 쉽게 막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쫓아 들어온 칠팔 명의 호인(胡人) 전사들은, 그의 일초 반식도 막을 수 없어, 모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고언과 방의는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도망쳐 온 선비족 사람을 좌우에서 부축하며, 동시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이전에 여러 차례 연비가 출수하는 것를 보았지만, 이번처럼 충격을 받은 적은 없었다. 연비는 이미 보잘것없는 것을 신기로 바꾸는 경지에 이르러,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마음 가는 대로 움직였고, 더 이상 억지로 꾸민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초식과 초식 사이의 변화가 끊어질 듯 이어지며, 마치 천마행공(天馬行空)과 같았다.

 

연비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겁에 질려 안으로 쳐들어와야 할지 물러서야 할지 몰라 문 앞을 가로막고 있는 또 다른 네 명의 적을 향해 달려들며, 소리쳤다:

"소표(小瓢)를 부축해 말에 태워라."

 

고언과 방의는 그제야 쫓기던 사람이 연비의 옛 친구라는 것을 알았다. 그를 부축해 나가려는 순간, 소표라 불리는 사람이 갑자기 뿌리치며 소리쳤다:

"난 아직 말을 탈 수 있어!“

그는 연비의 뒤로 달려갔다.

 

고언과 방의는 비록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사내답다며 속으로 감탄했다. 방금 그를 부축했을 때 상대방은 이미 온몸이 허약해져 쓰러질 것 같았지만, 숨을 두 번 들이쉬자 곧바로 기운을 차렸다.

 

비명 속에서, 연비는 큰길로 달려 나갔고, 가로막는 자들은 모두 쓰러져 버렸다.

 

거리 한복판에 십여 명의 무장한 사내들이 서 있었는데, 전부 흉악한 체형에, 살기가 등등했다. 우두머리는 작고 건장하며 횡포한 모습으로, 손에 짧은 도끼를 들고, 멀리서 창을 겨누며 소리쳤다:

"온 사람은 누구냐? 감히 우리 후연맹의 일에 간섭하다니!"

 

연비는 몸을 날려, 말 위를 가로질러, 적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알고 보니 모용용이 죽으러 왔구나."

 

적의 세력권 안에서 있는 만큼, 속전속결만이 길이었다. 만약 적들이 원군을 보내오면, 그는 혼자서 도망칠 수는 있지만, 고언 등 세 사람은 틀림없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을 것이다.

 

소표라고 불리는 자가 먼저 몸을 날려 말에 올랐고, 그 뒤를 눈치 빠른 고언과 방의가 따르며, 차례로 무기를 뽑아 밧줄을 끊고, 말을 몰아 북문을 향해 달려갔다.

 

그들은 모두 내년 오늘 이 시간이 모용용의 제삿날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모용용이 상대해야 하는 자는 변황제일고수일 뿐만 아니라, 천하제일고수가 될 수도 있는 연비였기 때문이다.

 

  ※※※

 

"대왕마마 납시오!"

 

기천천을 시중들던 소시는 황급히 한쪽에 무릎을 꿇고, 조용히 모용수의 행차를 기다렸다.

 

기천천은 이불을 끌어안고 일어나 앉아, 수려한 얼굴을 살짝 찡그렸는데, 꽃같은 얼굴이 수척해진 그녀는 확실히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애처로움을 느끼게 했다.

 

모용수의 위맹하고 웅위한 신영이 문 입구에 나타나자, 유복을 입은 모습이, 그의 위풍당당한 풍채에 우아한 풍류까지 더해져, 뒷짐을 지고 문턱을 넘어서며, 반짝이는 두 눈으로 기천천을 응시했다. 마치 세상에 이 아름다운 여인 외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소시는 그 모습을 보고 조용히 물러났다.

 

모용수는 곧장 기천천의 침상 머리맡으로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천천이 마침내 병마를 이겨내고, 나 모용수의 즉위 대전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내 마음속의 기쁨을 어떻게 천천에게 표현해야 할까?"

 

모용수의 애정 어린 말을 들은, 기천천의 마음에도 조금 감동이 있었지만, 애정 어린 말이, 본래 냉혹하고 무정한 마군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 유난히 희한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마음이 이미 다른 이에게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상대방의 모든 노력이 결국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어, 차마 모진 말로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의 이글거리는 뜨거운 시선을 피하며, 기천천은 담담하게 말했다:

"전 이미 당신께서 벌써 즉위하신 줄 알았습니다!"

 

모용수는 침상 가에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아랫사람들이 풍문을 퍼뜨려, 위세를 더한 것뿐이고, 사실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아, 그저 나라를 세우고 왕을 칭했을 뿐이오."

 

천하를 종횡무진하는 이 탁월한 패주는, 양측의 숨결이 들리는 가까운 곳에 앉아 있었고, 그의 재능과 무공으로, 천하의 미녀를 마음대로 취할 수 있었다.

 

기천천은 마음속으로 느끼는 바가 있어 말했다:

"이제 때가 무르익은 건가요?"

 

모용수가 가볍게 말했다:

"부견은 이미 닷새 전에 반란을 일으킨 장수에게 살해되었소."

 

기천천은 "아" 하고 소리치며, 맑은 눈동자를 모용수에게 향했다.

 

모용수는 손을 뻗어 기천천의 얼굴을 쓰다듬었고, 그의 거구는 한차례 떨렸다. 기천천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자, 그는 또 어쩔 수 없이 놓고 싶지 않은 듯 손을 거두어 들였다. 그리고 말했다:

"천왕의 사망 소식을 들은 후 나는 그를 위해 삼 일 상을 지켰소. 그에 대한 나 모용수의 마음은 오늘까지도 여전히 감사함을 간직하고 있소. 내가 지난날 부족 사람들의 질투와 배척을 받아 갈 곳이 없었을 때, 만약 그가 왕맹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를 거두어 주지 않았다면, 어찌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었겠소. 다만 국가를 중시하고 개인을 경시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오. 그에 대한 감사함을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영원히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어야 하오."

 

기천천은 그의 무거운 심정을 느끼며, 그의 굳건한 겉모습 아래에, 뜻밖에도 이렇게 깊은 갈등이 숨겨져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잠시 그를 비아냥거리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모용수는 마치 유일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라도 만난 것처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아픈 이야기가 있소. 누가 예외일 수가 있겠소? 부견은 이번에 최후를 맞이한 건, 모용충 때문이오. 천천은 부견과 모용충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알고 싶소?"

 

기천천은 평소에 시국과 시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이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여 말했다:

"듣고 있어요!"

 

모용수는 기천천이 자신의 말에 흥미를 보이자, 정신을 가다듬으며, 농담을 했다:

"모용충은 전연 모용준(慕容雋)의 아들이오. 당시 나는 부견을 도와 전연을 멸망시켰고, 모용충과 그의 누나 청하공주(清河公主)는 대진의 수도인 장안(長安)으로 압송되었소. 청하공주는 전연의 유명한 미녀로, 나이가 열네 살에 불과했지만 이미 아름답게 성장하여, 부견에게 후궁으로 들어갔소. 모용충은 당시 열두 살이었는데, 용모가 수려하여, 부견도 용양지벽(龍陽之癖)을 참지 못하고 그를 범했소. 이 일은 장안에 널리 퍼졌고, 시정(市井)에서는 부견과 그 두 남매를 '한 마리의 암컷과 한 마리의 수컷이 함께 자궁으로 날아들었다'라고 묘사한 유행어가 떠돌았소. 당시 얼마나 떠들썩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오."

 

기천천은 차마 듣기 어려운 기색을 드러냈다.

 

모용수는 계속해서 말했다:

"왕맹이 이 풍문을 듣고, 부견에게 강력히 충고하자, 부견은 어쩔 수 없이 모용충을 궁에서 내쫓아, 평양 태수로 보냈소. 모용충은 이를 평생의 치욕과 큰 모욕으로 여기고, 잊지 않았지만, 부견을 어찌할 수는 없었소. 지금 앞장서서 장안을 맹렬히 공격하고 있는 것이 바로 모용충이오. 이는 나라의 원한 과 가정의 원한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원한까지 얽혀, 인과응보가, 조금도 틀림이 없소."

 

기천천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부견을 죽인 자가 모용충인가요?"

 

모용수가 말했다:

"부견을 죽인 자는 모용충이 아니지만, 크게 다르지 않소. 그가 직접 군사를 이끌고 부견의 마지막 근거지인 장안 도성을 함락 시켰기 때문이오. 부견은 근처의 오장산(五將山)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소. 요장이 기회를 틈타, 오장산을 포위하고, 부견을 잡아 옥새를 요구한 뒤, 그에게 양위를 강요했으나, 거절당하자, 사람을 보내 부견이 갇혀 있던 절 안에서 그를 목 졸라 죽였소. 대진은 이로써 끝이 났고, 그저 얼마간의 풍류와 얼마간의 상심만을 남겼을 뿐이오.

 

기천천은 그의 말 속에 가득한 감개와, 말로 다할 수 없는 슬픔을 듣고, 그처럼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도, 겉으로 아무리 훌륭해 보여도, 내면에는 그가 말한 것처럼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사연이 있음을 깊이 느꼈다.

 

저도 모르게 그에 대한 악감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모용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요장은 내가 존경하는 전우요. 앞으로 어쩌면 그와 전장에서 결전을 벌여야 한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기 어렵소."

 

기천천이 담담하게 말했다:

"대왕께서는 곧 관중으로 진군하실 건가요?"

 

모용수는 허리를 펴자, 태도가 즉시 위맹하고 무서워졌다. 상심하던 마음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두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뿜어져 나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오. 내가 지금 서쪽으로 나아가면, 요장과 모용충이 연합하여 저항할 것이오. 나는 모용충의 숙부이니, 그 사람을 잘 아오. 그는 줄곧 대진에 대한 원한을 억눌러왔지만, 지금 그 원한이 터진 봇물처럼 쏟아져 나와, 반드시 진나라 사람들을 마음껏 도륙하고, 장안은 피비린내 나는 인간 지옥으로 변할 것이오. 이렇게 해서야 어찌 장안을 지킬 수 있겠소? 한 성시의 존망은, 통치자와 백성의 관계에 달려 있소. 변황집이 바로 그 좋은 예라오. 나는 이미 수년을 기다려 왔는데, 어찌 한순간에 조급해 할 필요가 있겠소."

 

기천천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변황집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모용수는 이 총명하고 영리한 미녀가, 이미 그의 어조에서 단서를 알아챘다는 것을 알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철사심을 당신의 친구 연비가 성공적으로 암살했고, 황인이 이미 변황집을 되찾았소."

 

기천천은 "아" 하고 소리를 내며 몸을 바로 세우고, 맑은 눈동자에 숨기기 어려운 기쁨을 드러냈다.

 

모용수는 마음속에 한바탕 통증이 일며, 벌떡 일어나 말했다:

"천천은 몸을 소중히 해야 하니, 푹 쉬시오. 나는 처리해야 할 급한 일이 많소."

 

말을 마치고는 힘없이 떠났다.

 

  ※※※

 

유뢰지를 만난 후, 손무종은 또 사적으로 유유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며, 아침을 먹었다.

 

면 가게 안에서, 두 사람은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손무종이 말했다:

"현수가 없으니, 모든 것이 달라졌네. 자네는 앞으로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말게. 현수께서는 자네를 용납하시고, 심지어 그런 태도를 칭찬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네. 지금 유야께서 새로 부임해, 권위를 세우려 하니, 자네는 절대 그를 화나게 해서는 안 되네."

 

유유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손무종이 말했다:

"유야께서 분부하시길, 당분간 군에서의 일상적인 직무를 면제하여, 변황집의 일을 처리하는 데 전념하라는 것이지. 새로운 임무가 있을 때까지 말이네."

 

유유는 이것이 어쩌면 유일한 희소식일지도 모른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이미 일을 할 마음이 없었다.

 

북부병은 상급자를 부를 때 '야(爺)'라고 부르는 것이 습관이었기 때문에, 유유 등의 군관들 사이에서는 손무종을 손야라고 불렀고, 유뢰지는 손무종의 입에서 유야로 불리게 되었다.

 

손무종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공 노대는 우리 북부병의 반쪽이라고 할 수 있네. 그가 돈을 버는 것은 우리가 돈을 버는 것과 같으니, 유야께서 자네의 제안을 매우 중시하고 계시네. 이 일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네. 자네가 공 노대를 만나러 가기 전에, 내가 이미 유야 앞에서 자네를 위해 미리 언질을 주었네. 변황집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군비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네. 사마도자 그 간악한 자에게 구걸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야."

 

유유가 확신에 차서 말했다:

"손야께서는 안심하십시오. 이 일은 제가 완벽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손무종이 탄식하며 말했다:

"사마도자 부자의 세력이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으니, 유야께서 그들을 버텨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네. 하지만 기껏해야 자네의 직위를 지켜주는 게 고작일 거야. 현수가 떠난 이상, 군 내부의 승진은 모두 조정에 보고해야 하고, 결재권도 사마도자에게 있으니, 자네가 가장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공을 세우려 하지 말고, 실수만 하지 않도록 하게."

 

유유는 속으로 '그럼 내가 북부병에 남아 있을 이유가 뭐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입 밖에 내지 못했다.

 

손무종은 그가 말을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며 불만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웃으며 말했다:

"젊은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는 것이네. 지금의 북부병은 자네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네. 자네의 실력이라면 당연히 변황집으로 도망칠 수도 있겠지만, 경구에 있는 자네의 가족은 어떻게 되겠나? 그들은 연루될 것이네. 내 말을 믿게. 세상사의 일은 종종 예측을 벗어나 전개되는 법이네. 현수께서 자네를 눈여겨본 것은 일종의 인연이었네. 자네는 그때 그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겠나? 지금 장강 하류에는 건강군, 왕공의 경구군, 우리 북부병 이렇게 세 개의 세력이 있고, 상류에도 환현의 형주군, 은중감의 강릉군, 양전기가 주둔하고 있는 양양의 군대 이렇게 세 개의 큰 세력이 있고. 나머지 세력은 모두 보잘것없네."

 

유유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양전기는 환현의 사람이 아닙니까? 게다가 환현을 도와 파촉을 함락시키고, 관중으로 진군하는 길을 열었잖습니까."

 

손무종이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분명히 그렇다네. 하지만 환충이 살아 있다면, 양전기는 틀림없이 딴마음을 품지 않았을 것이네. 하지만 환현은 결코 환충이 아니야. 환현은 평소에 모든 것을 하찮게 여기고, 자신의 집안이 고귀하다고 생각하며, 성격이 교만하고 난폭하네. 양전기는 동한의 이름난 신하인 양진(楊震)의 후예이지만, 환현은 양전기가 늦게 강을 건너왔다는 이유로 그를 업신여기고, 그저 사냥개나 도구로 취급을 했네. 그래서 양전기는 줄곧 이 때문에 분노와 불평을 품고, 은중감과 비밀리에 왕래했네. 은중감은 당연히 양전기와 눈빛을 주고받았지만, 그 역시 양전기의 병법이 뛰어나고, 용맹하고 대담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에게 전혀 거리낌이 없는 것은 아니네."

 

유유는 이야기를 듣고 머리가 아파오는 듯 말했다:

"알고 보니 그렇군요."

 

손무종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대진은 본래 사분오열되어 있고, 사람마다 각자 꿍꿍이를 품고 있으며, 북방의 여러 호인들 역시 혼란스러워져, 남쪽을 돌볼 겨를이 없네.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의 변화를 누가 예측할 수 있겠나? 게다가 손은의 세력이 날로 커지고 있으니, 곧 난리가 닥칠 것이네. 유유, 자네가 침착하게 기다릴 수만 있다면, 장차 반드시 두각을 나타낼 날이 있을 것이네."

 

유유는 마음속으로 감동했다. 손무종은 빙빙 돌려 말했지만, 여전히 자신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앞으로 형세가 어떻게 펼쳐지든, 자신은 손무종을 지켜내어, 그의 은혜에 보답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유유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유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손야께 감사드립니다."

 

손무종은 그의 투지가 떨쳐 일어난 것을 보고,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흔쾌히 말했다:

"내가 먼저 가봐야겠네. 자네는 공 노대와 무슨 새로운 진전이 있다면, 먼저 나에게 알려주게. 내가 유야 앞에서 자네를 위해 좋은 말을 해 주겠네. 심혈을 기울여 열심히 하게."

 

말을 마치고 떠났다.

 

유유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다가, 막 계산을 하고 떠나려 하는데, 손무종이 앉았던 자리에 어느새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유유가 놀라서 쳐다보니, 밤하늘의 별처럼 밝고, 밤별처럼 신비하고 아름다운 커다란 두 눈은,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두건과 얇은 망사 아래 숨어 있었다.

 

유유는 연비가 언급했던 한 여인이 생각났고, 가슴이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네 사람이 세 마리의 말을 타고, 두 시간 가까이 미친 듯이 달려, 안문성을 멀리 벗어났다.

 

그들은 한 밀림에서 말을 세우고 휴식을 취했다. 연비는 그제야 고언과 방의에게 소표라고 불리는 호한(胡漢)을 소개했는데, 알고 보니 탁발표(拓跋瓢)로 탁발규의 친동생이었다.

 

고언이 말했다:

"제 행낭에 도상약(刀傷藥)이 있는데……"

 

탁발표가 웃으며 말했다:

"그저 피부에 상처가 난 것뿐이니, 시냇물을 찾아 씻어내면 됩니다."

 

연비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대형이 허풍을 떤 것이 아니었군요. 연비 당신의 검법은 과연 대단합니다. 몇 번의 교전만으로 모용용을 해치우다니요."

 

연비가 운공을 하여 주위를 자세히 살피고는 흔쾌하게 말했다:

"전방 멀지 않은 곳에 작은 강이 하나 있는데, 마침 네가 상처를 씻는 데 쓸 수 있을 것 같구나. 무리하지 말고, 도상약을 좀 바르는 것이 좋겠다."

 

탁발표는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고, 네 사람은 말을 끌고 숲을 지나고 들을 건너니 전방에 과연 맑은 시내가 하나 있었다. 사람과 말 모두 흥분했다. 말들은 물을 마시러 달려갔으며, 탁발표는 아예 옷을 벗고, 반바지만 남긴 채, 허리까지 오는 깊은 시냇물 속에 들어가 통쾌하게 몸에 난 크고 작은 상처를 씻었다.

 

연비는 시냇가의 바위에 앉아, 두 발을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 담그고, 한가롭게 즐겼다.

 

고언과 방의는 시냇가에 엎드려, 머리를 처박고 물을 마셨는데, 매우 즐거워 보였다.

 

탁발표가 말했다:

"우리의 소비가 초원에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대형은 틀림없이 매우 기뻐하실 것입니다. 대형은 늘 당신을 언급하며, 연비가 옆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워준다면, 무엇이 두려워 대업을 이루지 못하겠느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연비가 대답하지 않고 반문했다:

"너는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었느냐?"

 

탁발표는 분노와 한이 서린 얼굴로 매섭게 말했다:

"나는 대형의 명을 받들어, 연국 중산으로 사신을 나갔습니다. 본래는 모용수와 깨진 관계를 수복할 생각이었는데, 뜻밖에도 모용수는 만나지 못하고, 그의 아들 모용상에게 잡혀 인질이 되었습니다. 대형에게 오천 필의 전마를 제공하라고 위협하며, 그렇지 않으면 저를 죽이겠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기회를 엿보다, 삭방방의 도움으로 도망칠 수 있었지만, 모용상이 보낸 사람들에게 쫓기게 되었고, 더욱 운이 좋게도 당신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고언이 머리를 물에서 빼내며, 강물이 얼굴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도록 내버려 둔 채, 웃으며 말했다:

"당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나처럼 정보에 능한 고수요. 변황집에서 일어난 일도 전혀 모르고 있더군요. 당신들은 이미 오래전에 모용수와 결렬되었는데도, 무작정 중산으로 죽으러 가다니."

 

탁발표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변황집에 대한 소문을 우리가 듣지 못한 것은 아니오. 하지만 대형은 힘을 집중하여 혁련발발을 상대하기 위해, 먼저 모용수를 진정시키고자 했소. 이제 이 길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니, 대형은 이 일로 매우 골치 아파하실 것이오."

 

방의가 시냇가에 앉아 말했다:

"우리가 이번에 천리를 멀다 하지 않고 온 것은, 바로 당신들이 모용수를 상대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요."

 

탁발표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방의를 한번 쏘아보고는, 연비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우리의 현재 전력으로, 모용수를 공격하는 것은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입니다. 일단 그의 대군이 회군하면, 우리는 성락조차 지키지 못할 것입니다."

 

연비가 담담하게 말했다:

"소규를 만나본 후에 다시 이야기하자!"

 

갑자기 귀를 기울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세 사람은 어리둥절해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연비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추격병이 왔소!"

 

탁발표는 급히 시냇물에서 뛰어나와, 기슭으로 몸을 던졌다.

 

이때 고언 등도 급하게 말 발굽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다.

 

탁발표는 빠르게 옷을 입으며 소리쳤다:

"적의 기병이 천 명이 넘습니다. 모용상의 사람들이 분명합니다."

 

모용 선비족의 정예 기병이라는 말을 듣고, 고언과 방의는 모두 안색이 변했다. 그들의 말은 모두 지쳐서, 적과 말의 속도 대결을 벌이기는 어려웠다.

 

연비가 말했다:

"나를 따라오시오!"

 

먼저 말을 끌고 시냇물을 따라 빠르게 달려갔다. 그러면서 말했다:

"해질 때까지만 버틸 수 있다면, 우리는 장성을 빠져나갈 기회가 있을 것이오."

 

세 사람은 급히 그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