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第九章 邊荒作用
"쨍!"
세 개의 술잔이 부딪혔다.
공정은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술을 마시고 나면. 이제 우리는 모두 한 가족, 형제가 되는 것이오."
세 사람은 잔을 들어 한 번에 마셨다.
공정은 키가 크지 않고, 몸이 약간 뚱뚱하지만, 쾌활하고 호탕한 기질이 있으며, 활기차고 목소리가 큰 종소리처럼 우렁찬 데다, 솔직하고 시원시원하게 말해, 호한의 느낌을 주었다. 나이는 서른 남짓하며, 말할 때 표정과 동작이 약간 과장되어 있지만, 불쾌감을 주지는 않았다.
저녁 장소는 추월루 이 층의 호화로운 별실로, 수십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은 공간에 큰 원형 탁자 하나만 놓여 있었고, 근처 청루에서 기생을 부르지 않아, 강좌호사(江左豪士)들의 평소 행동과는 어울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강호 모임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공정은 시중드는 사람들을 물리치고, 직접 술을 권하고, 다양한 음식을 두루 맛본 후, 유유에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유대인이 얼굴을 내밀지 않을까 걱정되어, 직접 찾아가려 했는데, 영지(泳之)가 가슴을 치며 공모에게 유대인의 풍채를 직접 볼 수 있다고 장담을 했습니다."
유유는 이때까지도 여전히 공정이 자신의 어떤 점을 마음에 들어 하는지 몰라, 겸손하게 말했다:
"공대가께서는 저 유유를 과찬하지 마십시오. 저 유유는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고요.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달려올 것입니다."
위영지는 그를 힐끗 바라보며 조롱하듯 말했다:
"자네는 공대가 앞에서만 착한 척하는 건 잘하는군. 내가 세 번이나 재촉하고 네 번이나 청하지 않았다면, 자네는 지금도 군막사에서 곰팡이를 피우고 있었을 거야."
공정은 마음을 터놓고 웃으며 말했다:
"모두 한 가족인데, 예의 차릴 필요 없소."
또 유유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나이든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 군대의 젊은이들 가운데 누가 당신을 따르지 않겠소. 모두들 유대형이라고 부르지 않소. 당신과 변황 제일의 호한인 연비는 생사를 같이한 사이라고 들었소. 연비는 확실히 영웅이라 할 만하오. 손은과 모용수와 싸워 승패를 가리지 못했고, 또 북방에 이름을 떨친 철사심을 적진에서 참살하였으니, 누군들 그에게 마음속으로 복종하지 않겠소."
유유는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고, 변황집의 성취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공정이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변황집에 관심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
공정 같이 지방에서 세력을 가진 인사들은, 자신에게 가늠하기 어려운 도움을 줄 수 있다. 자신이 권력을 차지하려면, 당연히 그의 마음을 사야 한다.
유유가 흔쾌히 말했다:
"저와 연비는 확실히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운 적이 있습니다. 그는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 황인의 존경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위영지가 웃으며 말했다:
"겸손할 필요 없네! 누가 자네와 연비가 생사를 함께하는 사이라는 것을 모르겠나?"
유유가 못마땅한 듯 말했다:
"자네는 내가 허풍 떨기를 바라는 건가? 공대가는 안목이 있는 분이니, 그분 앞에서는 솔직하게 말해야 하네."
공정이 웃으며 말했다:
"두 분은 진실하고 솔직한 분들이오. 나는 영지가 말 앞에서 뛰던 졸병에서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것을 지켜봤고, 그를 위해 좋은 말도 해줬소. 자! 한 잔 더 합시다."
세 사람은 또 한 잔을 비웠다.
유유는 공정을 꽤 마음에 들어 했다. 그가 우두머리 행세를 하지 않아서일 뿐만 아니라, 그의 성격이 부드러워서였다.
유유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공대가께서 이번에 저를 불러주신 것은, 제가 필요한 곳이 있어서가 아닙니까? 분부만 내리시면, 힘닿는 데까지, 유유가 반드시 공대가를 위해 잘 처리하겠습니다."
공정은 기쁜 듯 말했다:
"저는 진작부터 황인이 유형을 받아들인 일에서, 유형이 도의를 알고 친구를 사귈 줄 아는 사람임을 알았소. 우리는 형제인데, 누가 누구를 필요로 하고 말고 할 게 뭐가 있겠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돈을 벌고, 복을 함께 누리고, 화를 함께 당하는 것이오."
위영지가 말했다:
"공대가께서는 내 형제에게 정말 격식을 차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그의 사람됨을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약속한 일은 이제껏 말로 끝낸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손 어르신께서 발탁하지 않으셨을 것이고, 현수께서도 그를 눈여겨보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공정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나도 둘려 말할 필요가 없겠구려. 이전에 나는 변황집과 장사를 하고 싶었는데, 먼저 수양(壽陽)의 방회를 거쳐야 했고, 그다음에 수양 사람이 대강방을 접촉해야, 배분을 받을 수 있었소. 이제 유형과 형제가 되었으니, 당연히 그렇게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서, 남에게 여러 번 착취당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렇지 않소?"
유유는 마음속에 번쩍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공정을 도와 변황집과 직접 거래를 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는 말 한마디로 성사될 일이었지만, 변황집에서의 자신의 영향력을 낭비하는 것이기도 했다. 공정이 그를 이용한다면, 그 역시 공정을 이용할 수 있고,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공정이 물이 불어나면 배가 뜨듯이, 유유가 북부병 내에서 지위가 높아질수록, 자신에게 더욱 유리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자연히 전력을 다해 유유를 지지할 것이다.
순간, 이러한 생각들이 전광석화처럼 번쩍하고 뇌리를 스쳤고, 그는 이미 결심을 했다.
유유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공대가께서 변황집과 직접 거래를 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반드시 공대가를 위해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제게 더 좋은 생각이 있는데, 공대가께서는 거래를 더 크게 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공정과 위영지는 모두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때의 유유는 마치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 같았다. 온몸에서 광채가 나고,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며, 강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공정이 말했다:
"어떻게 하면 더 크게 할 수 있소?"
위영지가 주의를 주었다:
"자네는 확신이 있어야해. 공대가 앞에서 잘난 체하지 마라."
유유가 탁자 아래로 위영지의 발을 차며, 여유롭게 말했다:
"내가 언제 확신이 없는 일을 한 적이 있나? 내 제안은 확실히 실행 가능하오. 바로 공대가께서 변황집의 양주(揚州) 대리인이 되시는 것이오. 예전에 대강방이 한방의 남방 대리인이었던 것처럼 말이오. 공대가께서는 줄곧 우리 북부군의 지지를 받아오셨으니, 분명히 잘 해낼 수 있을 것이오."
위영지가 눈을 크게 뜨고 유유를 쳐다보았는데, 이때서야 비로소 그를 제대로 알아본 것 같았다.
공정의 눈빛이 유유와 마주치더니, 한참 후 탁자를 치고 탄식하며 말했다:
"내가 유유 당신에게 졌소! 만약 당신이 나를 도와 이 장사를 성사시켜 준다면, 매년 총 이윤의 오 푼을 당신에게 사례금으로 주겠소."
유유가 기쁜 듯 말했다:
"저는 어떤 보수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공대가와 친구가 되고 싶을 뿐입니다. 제가 대강방의 신임 방주 강문청을, 열흘 내에 공대가와 만나게 하여, 합작 조건을 타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모두들 한잔합시다."
※※※
안문성, 장성객잔(長城客棧).
객방 안, 방의는 침상에 누워, 녹초가 된 모습이었다.
연비가 창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마치 지치지 않는 정력이 있는 것 같았다. 천하에 이름을 떨친 접련화가 옆에 있는 작은 탁자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방의가 중얼거렸다:
"북쪽 변방의 도시가 우리 한인들의 땅과 이렇게 닮았을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구나. 야! 연비! 듣고 있는 거냐?"
연비가 말했다:
"당신이 하는 말은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듣고 있소."
방의가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탁발규가 모용수에게 도전할 능력이 있을까?"
연비가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은 아직 조금 부족한 것 같소."
방의는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우리가 마냥 기다려야 하는 건가? 소시 그녀는……"
연비가 말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는, 부견이 언제 완전히 무너지는지에 달려 있소. 그때가 되면 관중과 관동의 세력은 더 이상 완충지대가 없게 되고, 그들이 정면충돌할 때, 우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오."
방의가 급하게 숨을 두 번 들이마시고 탄식하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탁발규에 대한 믿음이 전혀 없어. 네가 왜 그렇게 그를 중시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연비는 여유롭게 말했다:
"고류(高柳) 전투 이후, 모용수의 지원을 받아, 탁발규는 굴돌(窟咄)을 격퇴하고, 탁발 선비의 새로운 주인이 되면서, 탁발규는 모든 형세를 완전히 뒤집었소. 탁발의에 따르면, 탁발규는 먼저 마읍(馬邑)을 점령한 독고부(獨孤部)를 격퇴하고, 황하 하투(河套)의 곡창 지대를 차지했으며, 음산(陰山)의 하란부(賀蘭部)도 정복했고, 최근에는 혁련발발이 변황에서 패주한 틈을 타, 하투(河套) 이서의 철불부(鐵弗部) 일부 영토를 점령하고, 고막해(庫莫奚), 고차(高車), 흘돌령(紇突嶺) 등 약소 부락을 합병하여, 많은 토지와 함께, 대규모의 인구와 수백만 마리의 가축을 얻었소. 삭방(朔方)의 패권을 장악하게 되었고, 이로써 북방 초원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도약했소. 이런 사람이 나를 돕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도울 수 있겠소?"
방의가 말했다:
"모용수는 탁발규가 계속해서 세력을 키우는 것을 용인한단 말인가?"
연비가 말했다:
"그들은 서로 이용하고 있소. 탁발규는 모용수의 지원을 받아, 끊임없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이는 전략과 단계적인 발전이오. 그 대가로 끊임없이 모용수에게 좋은 말을 바치고, 또 모용연국(慕容燕國)의 후방을 지키는 방어군 역할을 하여, 연나라가 뒤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하였소. 그러나 모용수가 혁련발발을 지지하여 탁발규를 압박하면서, 그들의 상호 이익 관계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워졌고, 지금 혁련발발이 패하면서, 균형을 이루던 힘이 사라졌소. 정면충돌은 조만간 일어날 것이오."
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좀 믿음이 가시오?"
방의가 말했다:
"지금 내가 걱정하는 것은 성락에서 탁발규를 찾지 못할 경우야."
연비가 말했다:
"적어도 십 중 칠팔의 가능성은 있소. 탁발규는 어려서부터 큰 뜻을 품고 있었고, 멀리까지 내다보는 안목을 가지고 있었으며, 일시적인 의기를 다투지 않았소. 예전 변황집에서, 그는 내가 매일 제일루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알면서도, 꾹 참고 나를 만나러 오지 않다가, 내가 위험에 빠져 죽을 고비에 이르러서야 나타나 나를 구해주었으니, 당신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오."
방의가 이해하지 못하고 말했다:
"그것이 그가 성락에 있는지와 무슨 상관이 있나?"
연비가 말했다: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내가 그의 행방을 추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소. 나의 이 형제는 기다림의 전문가로, 기회를 끊임없이 기다리고, 또 기회를 포착하는 데 가장 능하오. 성락은 처음부터 그가 근거지로 선택한 곳이오. 왜냐하면 성락은 장성에 가장 가까운 전략적 거점이기 때문에, 장성 안의 두 대도시인 평성과 안문을 호시탐탐 노릴 좋은 위치요. 만약 그가 새내(塞內)에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이 두 성 말고는 없소. 성락, 안문, 평성 세 성은 지리적으로 정족지세(鼎足之勢)를 이루어, 장성 안팎을 넘나들며, 공격도 가능하고 퇴각도 가능하오. 게다가 즉시 동남쪽으로 백여 리 떨어진 연나라의 도읍인 중산(中山)을 위협할 수 있소. 탁발규의 사람됨을 놓고 볼 때, 모용수가 관동의 여러 성을 원정하는 동안, 평성과 안문을 공격할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소. 만약 모용수가 개선하여 돌아오면, 창끝을 돌려 성락을 공격할 것이고, 그러면 그는 영원히 패권을 차지할 기회를 잃게 될 것이오."
방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리가 있네!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친구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렇게 보면 탁발규는 성락에 있을 뿐만 아니라, 힘을 기른 주력대군도 가지고 있어서, 언제든지 장성을 공격해 들어올 수 있겠군."
이때 고언이 의기양양하게 문을 박차고 들어와, 연비 옆에 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하하 웃으며 말했다:
"내가 무슨 소식을 알아냈는지 맞춰 봐?"
방의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우리가 이런 망할 놈에게 소식을 살 돈 따위는 없으니 빨리, 말해라!"
고언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경비병을 매수해 쉽게 성안으로 들어온 걸 가볍게 보지 마세요. 알고 보니 요 며칠간 안문과 평성의 정세가 얼마나 긴장되어 있는지 몰라요. 이 두 성은 명목상으로는 노적(老賊) 모용수에게 속해 있지만, 사실 두 성을 지키는 연나라 병사들의 군사력이 약해져서, 방회가 횡행하고 있어요. 가장 큰 두 개의 방회는 삭방방(朔方幫)과 후연맹(後燕盟)인데, 삭방방은 친 탁발 선비이고 후연맹은 연나라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
천하가 혼란스럽고, 전란이 끊이지 않는 시대에, 이러한 상황은 예외가 아닌 일상적인 것이다. 관방 세력이 약해질 때마다, 지방 세력이 고개를 들어, 성을 점령하고 땅을 차지하며, 정치적 세력을 가진 호족이 된다.
모용수는 북방을 통일하기 위해, 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었고, 주력 대군이 관동을 원정하는 동안, 남아 있는 군대는 연나라 도읍인 중산과 그 인근의 전략적 요충지를 지키는 데만 집중해야 했기 때문에, 다른 지역은 소홀히 했다.
연비가 탁발 선비의 상황을 방의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면, 방의는 고언이 누설한 미묘한 부분을 절대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때 방의는 발을 구르며 말했다:
"연비의 추측이 맞아, 탁발규가 꿈틀거리고 있어!"
고언이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시오?"
연비가 끼어들며 말했다:
"고가야 계속 말해라!"
고언이 방의를 몇 번 훑어본 후, 연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십여 일 전, 후연맹이 각지에서 인력을 비밀리에 차출해, 평성의 삭방방 총단을 기습해, 삭방방이 거의 전멸할 뻔했어. 오늘까지도 후연맹은 곳곳에서 삭방방 사람들을 추적해 죽이고 있어. 삭방방은 완전히 끝장났어."
연비는 마음이 불편해졌다. 삭방방은 장성 내에 정착한 탁발족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신의 종족이 약탈을 당했으니, 당연히 공동의 적에 대한 적개심이 끓어올랐다.
방의가 탄식하며 말했다:
"이는 모용수가 선수를 친 것으로, 지방 방회를 이용해 장성 내 탁발 선비족의 무장 세력을 뿌리째 뽑아버리고, 탁발규의 장성 진출 계획을 크게 좌절시키려는 계획이다."
연비가 물었다:
"후연맹의 노대가 누구야?"
고언이 대답했다:
"그들의 노대는 모용용(慕容勇)이라고 하는데, 쌍도끼를 잘 다루는 유명한 용사야. 후연맹의 총단은 바로 이 성안에 있는데, 북문으로 가면, 가장 큰 집이 바로 그곳이야. 문 앞에는 두 마리의 돌사자가 놓여 있어."
방의가 흔쾌히 말했다:
"소언(小彥)이 소식을 캐내는 데는 확실히 한 수가 있군."
고언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소식은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거예요!"
연비가 담담하게 말했다:
"모두 일찍 잠자리에 드시오. 내일 당신들은 북문 밖의 밀림에서 나를 기다리시오. 내가 모용용을 해치우고 여러분과 합류하겠소."
방의와 고언은 그 말을 듣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연비는 원래 이렇게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용수가 기천천을 납치해 간 데다, 지금 모용족이 또 장성 내에 정착한 탁발족 사람들을 대량으로 학살한 것에 대해, 그의 절반의 혈통을 차지하는 호인의 독한 성질을 자극해, 살계를 크게 열기로 결심하고, 모용족과 양립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
유유는 대강방의 광릉 주재 연락원에게 알려, 강문청에게 공정에 관한 일을 알리도록 한 후, 군영으로 돌아왔다.
그는 강문청이 자신에게 이 정도의 체면은 세워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강문청도 공정과 같은 지역 대리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강방이 남방에서 세력이 붕괴된 후, 양호방이 광풍이 낙엽을 쓸어버리는 듯한 기세로 대강방이 남방에서 하던 사업을 접수하고, 강을 따라 형성된 도시의 크고 작은 방회에 양호방에 복종할 것을 강요했으니, 대강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것은 당연했다.
다행히 장강의 하류인 양주는 여전히 환현과 양호방의 세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었고, 양주는 북부병의 본거지였다. 북부병의 지지를 받는 지방 세력이라면, 대강방과 기분 좋게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든 변황집과 큰 거래를 하고 싶다면, 반드시 공정을 통해 변황집의 대강방과 거래를 성사시켜야 하므로, 대강방과 공정 모두에게 이익이 될 뿐 해가 없을 것이다.
서문 군영은 북부병 중급 군관들의 숙소였는데, 이곳에서 유유의 군계는 최고급에 속하여, 할당된 숙소에는 침실 외에도 이어진 작은 거실이 있어, 환경이 나쁘지 않았다.
위영지와 팽중은 그의 좌우 이웃이었다.
북부병의 대본영은 경구(京口)에 있었는데, 경구의 별명이 바로 북부였고, 양주 자사부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사현이 이곳에서 북부군을 창설했다. 그러나 사현이 보다 전략적인 광릉으로 진영을 옮기면서, 북부병의 총본부도 광릉으로 이전했다.
위영지 때문에 마음속 깊은 곳의 시름을 불러일으켰는지, 술을 좀 마신 탓인지는 모르지만, 유유는 왕담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여전히 자신에 대한 미련을 남아 있을까, 아니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그를 원망하고 있을까? 그저 자신이 그 어떤 때보다도 명문가의 귀한 아가씨와의 사적인 감정을 들켜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한스러울 뿐이었다. 만약 왕공이 자신과 딸 사이의 애정을 눈치 채기라도 한다면, 하늘조차 유유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다.
그는 감히 왕담진의 소식을 물어볼 수도 없었다. 만약 그녀가 아직 광릉에 있다면, 분명 자신이 자제력을 잃고 그녀를 찾아게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왕공이 사마도자를 도모할 생각이 있다면, 딸을 건강에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유유가 넋이 나간 채 숙소로 돌아와, 작은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공기 중에 그윽한 향기가 남아있었다.
설마 왕담진일까? 이내 이런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왕담진이 기마술과 궁술에 다소 능하다 해도, 경비가 삼엄한 군영에 쥐도 새도 모르게 잠입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누굴까? 유유의 가슴이 두근거리고, 경계심이 높아져, 작은 거실을 지나, 침실로 들어갔다.
침상의 휘장이 낮게 드리워져 있고, 침대 위에서 그윽한 향기가 풍겨왔다.
설마 요후 임청제일까? 그녀는 이제껏 향분(香粉)을 뿌리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왜 예외일까?
유유는 암암리에 내공을 운용하여, 침상으로 다가갔다.
휘장 안에 누군가 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 것이 보였는데, 유유가 한 걸음 더 다가가 임청제라는 미인임을 확신했을 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은은한 향이 더해져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휘장 안에서 나지막한 한숨 소리가 흘러나오더니, 임청제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웬수 같으니라고! 빨리 들어와요! 나 기다리다 잠들 뻔 했잖아요!"
유유는 한숨을 내쉬며, 패도를 풀어, 침대 머리맡에 있는 작은 탁자 위에 올려놓고, 휘장을 걷었다.
그의 한 쌍의 밤눈아래, 임청제가 이불을 끌어안고 누워있는 있는 모습이 들어왔는데, 별처럼 반짝이는 눈이 반쯤 감겨 있어, 요염함이 극에 달했다.
그녀의 윤기 나는 머리카락이 베개 위에 흩어져 있고, 새하얀 팔뚝과 풍만한 가슴이 반쯤 드러나 있었다. 유유는 그녀가 얇은 속옷만 입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대체 잠을 자러 온 것이오, 아니면 중요한 일을 상의하러 온 것이오?"
임청제가 손을 뻗어 그의 허리띠를 잡아당기며, 그를 억지로 침상 위로 끌어당기고는, 교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둘 다 하는 게 더 재미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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