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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武俠小說)/변황전설(邊荒傳說) - 黃易

卷九 第七章 적혈위맹(滴血為盟)

by 少秋 2025. 5. 11.

 

第七章 滴血為盟

 

 

임청제는 뱃머리에 서서 옷과 머리카락이 강바람을 맞으며 흩날리는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

 

유유처럼 그녀의 속내를 이해하는 사람은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며, 그녀를 방해하지도 않고, 그녀가 홀로 조용히 슬퍼하도록 둘 것이다.

 

유유는 선미에 앉아 방향타를 잡고 생각에 잠겼다. 아침의 부드러운 햇살 아래, 강둑 전체가 박무(薄霧)에 휩싸여 있어 악몽(噩夢) 같은 어젯밤과 오늘의 상황이 더욱 뚜렷이 대비되었고, 눈앞은 마치 완전히 다른 인간 세상에 속한 것 같았다.

 

고요한 장하(長河), 부드럽게 스치는 강바람, 유유히 흐르는 물, 어젯밤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난 후, 갑자기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어떤 특별한 의미가 더해졌다. 생명은 이렇게 감동적이고 소중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연약하기도 하다! 만약 어젯밤에 조금만 다른 변수가 있었다면, 황야에 쓰러져 있는 시체는 임요가 아니라 바로 유유였을 것이다.

 

돛은 순풍을 타고 천리를 내달리는 듯한 빠른 속도로 남하하고 있었다. 이런 속도라면 오후에는 장강(長江)에 진입할 수 있어, 그가 광릉에 이르는 여정을 이틀에서 사흘 정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유유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임 대저, 만약 우리가 왕국보의 선단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오? 그냥 돌파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당신이 나서서 그들과 소통을 해야 하오?"

 

임청제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교구(嬌軀)를 돌려 유령처럼 그에게 다가와 차가운 표정을 지으니 유유는 눈앞의 그녀를 어젯밤 자신을 뜨겁게 안고 입맞춤을 나누었던 여자와 더 이상 연관 지을 수 없었다.

 

다행히 그녀의 냉정함은 그에게 아무런 상처도 주지 못했다. 남자로서 당연히 아름다운 여자에게 흥취가 있지만, 그는 어젯밤 순전히 육체적인 즐거움만 누렸을 뿐 사랑은 없었다. 유유는 이미 소년 시절의 순진한 시기를 지났고, 특히 그녀를 믿지 않았다. 저 사갈 같은 여자와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 운명이 그에게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게 하는 것 같아 한스러울 뿐이었다.

 

임청제는 곧장 그의 옆으로 다가와 그의 옆에 바짝 붙어 앉으며 말했다:

"우선 왕국보가 손은에게 살해당했는지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해요. 만약 여전히 왕국보가 일을 주관하고 있다면, 목숨을 탐하고 두려워하는 그의 성격상 반드시 즉각 철수할 거예요. 왜냐하면 손은이 변황에 나타났으니, 천사도의 대군도 이미 변황에 잠입했을 것이기 때문이에요. 이런 위험한 곳에서 왕국보가 어찌 오래 머물러 있겠어요."

 

유유는 저도 모르게 변황집의 연비 등이 걱정되어 물었다:

"왕국보가 죽을 고비를 넘겼을 가능성은 얼마나 되겠소?"

 

임청제가 말했다:

"가능성은 매우 높아요. 당시 왕국보의 또 다른 부하들이 제때 도착했고, 저도 그 덕분에 탈출할 수 있었어요. 손은의 목표는 왕국보가 아니라 유유 당신이었으니까요."

 

유유는 앞을 바라보며, 그녀의 매혹적인 체취가 콧구멍을 가득 채우자, 어젯밤 공과 사가 반씩 뒤섞인 일을 떠올리며 마음속에 온갖 복잡한 감정이 일었다. 그는 억지로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손은에게 이렇게 인정받다니, 나 유유의 영광이로군."

 

임청제가 표정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가 중시하는 사람은 사안이나 사현이지, 결코 당신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지금까지 당신은 여전히 풋내기일 뿐이고, 기껏해야 뛰어난 심부름꾼에 불과하니까요. 손은이 당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신의 머리통을 광릉으로 보낸다면 사안과 사현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사안을 화병으로 죽게 하거나 사현의 내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흥! 난 그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을 거예요."

 

유유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서 왜 여전히 나와 합작해서 손은을 상대하려는 거죠?"

 

임청제는 그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드디어 합작하시려는 건가요?"

 

유유는 마음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져 주위를 둘러보고는 말했다:

"당신들이 어떻게 내가 어젯밤에 광릉으로 돌아가려 했다는 걸 알았죠?"

 

임청제는 두 눈에 분노한 표정을 드러내며 단호하게 말했다:

"소식은 손은에게서 온 거예요. 우리는 그가 우리 손을 이용해 당신을 죽이려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또 다른 음모를 꾸미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아!"

 

유유는 그녀를 힐끗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표정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비록 분노와 상심의 표정이라 할지라도 그게 그녀를 좀 더 인간적으로 보이게 했고, 자신이 그녀와 협력해야 하는 상황도 조금은 편안해질 것 같았다.

 

마음속으로는 도봉삼에게 이가 갈리도록 분했지만, 이 사람이 이렇게 고명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자신을 거의 죽일 뻔했으니 말이다.

 

유유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왕국보는 내가 만묘 부인의 일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나를 놓아줄 것 같소?"

 

임청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몰라요. 우리는 그에게 이와 관련된 어떤 일도 누설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는 손은보다 당신을 더 죽이고 싶어 할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그는 당신을 질투하고 있고 당신과 사현의 관계를 질투하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당신은 외인일 뿐만 아니라 그가 무시하는 한문서족(寒門庶族)이죠. 왕국보는 줄곧 사안이 자신을 중시해 주기를 바랐어요. 그가 사마도자에게 의탁한 것도 바로 사안에게 자신이 사람을 잘못 본 적이 없다는 그의 판단이 이번에는 틀렸음을 증명하기 위해서였죠."

 

유유는 듣고서 멍해졌다. 그는 왕국보의 심리상태를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자신이 왕국보의 눈엣가시가 되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임청제가 계속해서 말했다:

"사안은 죽을 날이 머지않았어요. 송비풍이 습격을 받아 중상을 입은 것을 애석해하다가 병이 난 이후로 줄곧 호전되지 않았거든요. 광릉에 도착한 후에는 매일 병상에 누워 있었죠. 사현은 비록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지만, 일상 업무 모두를 유뢰지와 하겸 두 사람에게 맡긴 것을 보면, 내상이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렇지 않다면 그의 재능과 기개로 보아 반드시 북벌에 나섰을 거예요. 사마요가 감히 막을 수 있겠어요? 제 말을 믿으세요! 지금 당신이 유일하게 살길은 나와 피로 맺는 동맹 뿐이에요. 그렇지 않고 사안과 사현이 죽으면, 사마도자가 제일 먼저 죽이려는 사람은 바로 당신같은 졸병일 거예요. 오로지 만묘의 입만이 당신을 위해 말을 해줄 수 있을 뿐이죠. 지금이 당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기회예요. 도망치지 않는 한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거예요."

 

유유의 호흡이 가빠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만묘가 가르침을 듣고 말을 들을까요? 연비의 말로는 당신과 그녀가 별로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하던데?"

 

임청제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당신은 나와 만묘의 관계를 알고 있나요?"

 

유유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무슨 관계죠?"

 

임청제는 그의 귓가에 다가와 향기로운 입김을 불어 넣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는 내 친언니예요."

 

유유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내며 물었다:

"뭐라고요?"

 

임청제는 그의 귀에서 멀어지며 평온하게 말했다:

"당신이 믿어도 좋고 믿지 않아도 어쩔 수 없어요. 난 이제 남을 속이는 재미도 잃어버렸으니까요. 임요는 우리 자매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고, 우리는 이번 생에는 그 은혜를 다 갚지 못할 거예요. 그래서 손은의 피맺힌 깊은 원한은 반드시 갚아야 해요! 그리고 나와 당신의 동맹은 세 사람만 알아야 해요. 당신은 연비에게도 숨겨야 해요."

 

유유가 말했다:

"당신 마음속에서 나는 그저 능력이 아직 부족한 졸병일 뿐인데, 당신은 왜 순리대로 사마도자와 계속 협력하지 않고 하필 나를 선택한 것이오?"

 

임청제는 경멸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사마도자와 왕국보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저 우리가 남쪽으로 확장하기 위한 디딤돌에 불과하죠. 그들은 근본적으로 손은의 적수가 될 수 없어요. 그들에게 의지하는 것은 손은을 돕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남쪽에서 손은과 맞설 수 있는 것은 형주와 북부의 두 군대뿐인데, 환현은 야심이 너무 커서 사마 황조의 미움을 받고 있으니 우리는 그와 협력할 수는 없어요. 사씨 집안에서 고르고 고른 계승자인 당신만이 우리와 하늘이 맺어준 짝이죠. 이것은 당신이 사현의 두터운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고요."

 

유유는 자신이 그녀의 제안을 거부하려는 의지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매우 위험한 길을 걷고 있다는 것도 더욱 분명히 깨달았다. 이 일이 일단 알려지면 사현과 연비는 결코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다른 선택이 있을까?

 

그는 누구보다도 사안과 사현 모두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큰 나무가 쓰러지면 북부병의 양대 세력은 원래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으니, 권력은 자연히 사마요의 손에 돌아갈 것이다. 누군가 사마요를 좌우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북부병의 인사 변동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임청제의 제안은 매우 유혹적이었다.

 

만약 그가 임청제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사현이 죽는 날, 그는 북부병을 떠나 변황집으로 도망가 황인(荒人)이 되어야 한다.

 

목전의 형세를 보면, 사현이 그를 북부병의 지도자로 키우려 한다 해도, 단번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십 년, 팔 년이 걸려도 이루기 어려울 것이고, 그전에 끊임없이 혁혁한 군공(軍功)을 세워야 한다.

 

사현의 목숨이 그렇게 길까?

 

임청제의 목소리가 다시 그의 귓가에 울렸다:

"독하지 않으면 장부가 아니라 했어요. 예로부터 대업을 이룬 자들은 모두 냉혹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었어요. 헤어질 때가 왔어요! 결정은 당신의 한마디에 달려 있어요. 임청제는 당신과 진심으로 협력할 것을 맹세할 수 있어요."

 

유유는 자신의 목소리가 나약하게 묻는 것을 들었다:

"손은을 죽인 후에 당신은 무슨 계획이 있소?"

 

임청제가 조용히 말했다:

"내 마음은 어젯밤에 이미 죽었어요. 유일하게 살아있는 이유는 손은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죠. 복수를 한 후에, 나는 이름을 숨기고 산수가 아름다운 곳을 찾아 임대가의 묘를 지키며 살 생각이에요."

 

유유는 마음이 흔들렸다. 왜냐하면 임청제가 임요에게 그렇게 한결같고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을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소! 우리 피를 나눠 동맹을 맺읍시다. 하지만 손은을 죽이고 나면, 우리는 더 이상 어떤 관계도 없을 거요.“

 

  ※※※

 

연비는 넓고 단단한 의자 등받이에 편안하게 기대어 두 다리는 장화를 신은 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술 단지는 의자 다리 옆에 놓았다. 미주(美酒)를 한 번에 다 마시고 ,빈 잔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옛날의 기분을 다시 느끼는 듯한 통쾌한 기분을 느꼈다.

 

방의는 평소처럼 그의 옆에 털썩 앉으며 투덜거렸다:

"오늘은 아무도 일하러 오지 않을 것 같으니, 나도 천천과 소시 아가씨처럼 잠깐 눈 좀 붙여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눈도 못 뜰 것 같아. 고언 그 녀석은 또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네."

 

연비는 담담하게 말했다:

"고언 그 녀석은 적의 상황을 염탐하러 갔습니다. 변황집은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이 가중되고 있으니 언제든지 큰 화가 닥칠 수 있소. 우리는 반드시 대응 계획을 세워놓아야 하오. 그래야 일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지 않을 거요."

 

방의는 깜짝 놀라 졸음이 싹 달아나며, 놀라서 말했다:

"그렇게 심각할 리가 없지 않나?"

 

연비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실제 상황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할지도 모르오. 변황집 전체가 단결하지 않는 한 말이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지. 화요를 상대하는 일에서도 우리 가운데 내부 첩자가 이미 흉계를 꾸미고 있소. 혁련발발과 도봉삼은 각각 두 개의 화근이오. 축 노대가 갑자기 주화입마에 걸렸소. 모두 좋은 징조는 아니지."

 

방의가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듯 목재 더미를 바라보며 풀이 죽어 말했다:

"또 무슨 건물을 짓겠다는 거야? 네 말은 소문대로 모용수가 보낸 정예병을 가리키는 거냐?"

 

연비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것도 포함되지만, 난 손은이 더 무섭소. 서도복 같은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변황집에 올 리가 없소. 만약 그가 말한 대로 순전히 천천 때문이라면, 나 연비가 제일 먼저 믿지 않을 거요."

 

방의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손은은 남방에서 가장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인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연비는 그를 못마땅한 듯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당연히 건드려선 안 될 사람을 건드리지 않는 거지만, 이미 건드려 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요."

 

이어서 발을 탁자 아래로 거두고 다시 앉으며 깊이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누구든 변황집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반드시 협력할 동반자를 찾아야 하오. 남방인은 북방인을 찾아야 하고, 북방인은 남방인을 찾아야 하는 거요. 그렇지 않으면 변황집은 반신불수가 될 거요. 만약 모용수가 찾으려는 사람이 손은이라면, 그건 변황집이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최악의 소식이 될 거요. 아! 그들이 남북 수륙 양로(兩路)를 각각 봉쇄한다면, 변인들은 대거 철수할 수도 없소. 그저 변황으로 도망치는 수밖에 없소. 철수와 도망의 차이를 아시겠소?"

 

방의가 안색이 변하며 말했다:

"철수는 재산을 정리하고 떠나는 것이고, 도망은 몸에 지닌 작은 물건만 가지고 가거나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는 거지. 말 그대로 허겁지겁 도망치는 거지. 만약 이 두 세력이 손을 잡는다면, 도망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불행 중 다행이지. 가장 두려운 건 그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아예 도망칠 수도 없게 되는 거야!"

 

연비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손을 뻗어 바닥에서 술 단지를 집어 마개를 뽑은 뒤 '꿀꺽꿀꺽' 크게 두 모금을 마시고는 술 단지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소매로 입가에 묻은 술을 닦으며 말했다:

"만약 우리가 적이 오기 전에 먼저 변황집을 통일하지 못한다면, 우린 끝장이오!"

 

방의가 막 말을 하려는데, 고언이 동대가에 나타나 재건 현장을 가로질러 그들에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

 

유유는 홀로 돛단배를 타고 안개를 헤치며 남쪽으로 향했다.

 

임청제는 이미 배에서 내려 육지에 올랐고, 그녀가 어디로 갈지는, 방금 남편을 잃는지 얼마 안 된 여인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유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이 예측하기 어려운 여인과 동맹을 맺은 것이 정말 화복(禍福)을 예측하기 어려워 마음도 편치 않았다. 그저 스스로를 위로할 뿐이었다. 사현이 그를 후계자로 선택한 이유는, 그가 고문 대족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행동이 더 편리하고 유연하며,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처하고 심지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문 대족이 하기 부끄러운 일도 서슴지 않고 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렴풋이 임청제도 자신처럼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사현이나 환현이 어떻게 그녀와 협력하겠는가? 그리고 그녀가 손은에게 복수하기 위해 찾을 수 있는 조력자는 그 한 사람뿐이었다. 만약 그가 임청제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그녀가 가장 먼저 죽이려는 사람은 유유일 것이다. 만묘의 일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물론 이것은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또 알고 있는 사람인 연비가 있기 때문이다.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아마 임청제는 현재 상황에서 자신을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를 붙잡아 두려고 이런 방법을 생각해 냈을 수도 있다. 피를 나누며 맺은 동맹이니 뭐니 하는 것은 모두 남을 속이는 속임수였다. 그에게 만묘의 비밀을 지키게 함으로써, 그녀는 소요교가 남방 정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면 이 행동이 그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내린 임시방편일 수도 있다.

 

여기까지 생각한 유유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가 지금 당장 남북통일이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길의 끝에 별유동천(別有洞天)이 있을지, 아니면 죽음의 길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

 

고언은 심각한 표정으로 두 사람 앞에 앉으며 말했다:

"형세가 매우 좋지 않아."

 

연비는 태연하게 물었다:

"뭐가 좋지 않다는 거야?"

 

방의는 정말 연비에게 탄복했다. 자신의 머리는 이미 혼란스러워져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데, 그는 여전히 하늘이 무너져 내려도 솜이불처럼 덮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점만으로도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언이 말했다:

"돌아온 지 반 시진이 지났는데, 먼저 변황집의 최신 상황을 파악한 후에, 연 노대에게 종합 보고를 하러 왔다."

 

연비가 방의에게 말했다:

"방 형님, 먼저 천막에 들어가서 한숨 자는 게 어때요?"

 

방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잠이 오면 이상한 거지. 고언 빨리 말해봐."

 

고언이 말했다:

"어젯밤 내가 변황집을 나설 때, 모용수가 동북쪽에서 변황집으로 잠입하려면 '무녀구원(巫女丘原)'을 걸어서 통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어. 그렇지 않으면 주복야행(晝伏夜行)을 해도, 결국에는 각 방의 첩자들의 눈을 피하기 어렵다. 변황의 사방에는 사람이 없어서 높은 곳에 올라가 어디서 새들이 놀라 날아오르는지 보면 사람의 흔적이나 적의 흔적을 알 수 있으니 어떻게 해도 속일 수가 없지."

 

무녀구원은 변황집 동북쪽, 영수 동쪽 기슭에 위치한 수십 리에 걸쳐 종횡으로 구릉이 펼쳐진 산과 들의 황량한 숲을 가리킨다. 그 안에는 늪이 널리 분포되어 있고, 도로가 적어, 평소에는 발을 들여놓으려는 사람이 없지만 전쟁이 나면 도망칠 수 있는 피난처다.

 

연비와 방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고언의 이 생각은 대담하면서도 탁월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 변황집의 군웅들이 서로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첩자들이 사방에서 출몰하는 상황에서 남의 이목을 속이려면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 무녀구원에서 행군하는 것은 비록 힘들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고언이 변황집의 수많은 풍매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힐 수 있는 것은 정말 실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고언이 계속해서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비록 척후의 기술에는 능하다고 자부하지만 밤에 무녀구원에 가서 정찰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변황집에 내부 간세가 모용수를 지원하고 있다면 반드시 치밀한 배치가 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했어. 그렇지 않다면 모용수의 사람들이 구원에서 맹목적으로 더듬거리며 십여 리에 가까운 먼 길을 걸어서 영수를 건너 변황집에 도착해야 하는데, 그야말로 웃기는 얘기지."

 

방의가 탁자를 치며 말했다:

"맞아! 병력을 신속하게 변황집으로 데려오는 방법은 무녀하(巫女河)를 통하는 것뿐이야."

 

무녀하는 무녀구원을 흐르는 가장 큰 강줄기이지만, 강바닥이 얕고 폭이 일정하지 않으며, 쓰러진 나무와 돌들이 길을 막고 있어 항행(航行)에 적합하지 않다. 영수와 연결된 구간의 강줄기만 상황이 조금 낫지만, 여전히 수심이 깊은 곳을 다니는 큰 배가 다니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작은 배만 겨우 지나갈 수 있다.

 

연비가 말했다:

"무슨 발견이 있었나?"

 

고언이 거만하게 말했다:

"그런 교묘한 배치가 없는 한, 나를 속일 생각은 하지 말아야지. 무녀하에서 구원 깊숙이 반 리쯤 들어간 곳에서, 그곳의 나무들이 대량으로 베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어. 비록 아직은 묶어놓은 뗏목을 찾지는 못했지만, 구원 가장자리의 어느 은밀한 곳에 대량의 뗏목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모용수의 사람들이 오기만 하면 세 시진도 안 돼서 우리 선착장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연비가 칭찬하며 말했다:

"가설이 좋구나. 모용수의 군마가 지금 구원을 통과하고 있다면, 아무리 빨라도 오늘 밤이 되어야 우리에게 접근이 가능하니, 우리에겐 아직 하루의 준비 시간이 있는 셈이군."

 

방의가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연비가 고언에게 말했다:

"네 안색을 보니, 다른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구나. 그렇지 않다면 중대한 정보를 입수해서 기뻐해야 마땅할 텐데."

 

고언이 힘없이 말했다:

"연 노대의 눈은 틀림이 없군. 내가 돌아오자마자 수하가 알려왔는데, 오늘 아침 누군가가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네. 말하기를 비마회의 진짜 두목은 하후정이 아니라 탁발의라고 하더라는 거야. 비마회가 이렇게 괴상한 짓을 하는 것은, 탁발규와 모용수의 밀접한 관계를 감추기 위해서라는 거지. 그리고 연 노대 너는…… 아! 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거야."

 

방의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그런 헛소문을 누가 믿겠어?"

 

연비가 탄식하며 말했다:

"사람들이 당황하고 혼란스러울 때는, 헛소문이 아무리 황당해도 수요가 있기 마련이오. 게다가 헛소문의 절반 이상이 사실이라면 더욱 의심을 불러일으키기 쉽소."

 

연비가 고언을 돌아보며 말했다:

"당장 학장형(郝長亨)을 찾아서 내게 오라고 해. 내가 그와 상의할 일이 있다."

 

고언이 명령을 받고 떠났다.

 

이때 화려한 마차 한 대가 동대가에서 오른쪽의 골목으로 방향을 틀고 들어와 야영지 옆에 천천히 멈춰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