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武俠小說
第一部 兇手 第貳回 自懷疑尋索 본문
第貳回 自懷疑尋索 (스스로 의심하고 탐색하다)
이미 교외에 가까워졌다.
모용수운이 가운데서 냉혈은 좌측, 장지동은 우측에서 걷고 있다.
근교의 녹야춘색綠野春色은 확실히 사람을 매혹시킨다.
모용수운은 서향세가書香世家(선비집안) 출신으로 본래 풍아음영風雅吟詠(우아하게 시를 읊조림)을 좋아하니 만약 김성황金盛煌, 구경연龜敬淵의 죽음이 아니었다면 그는 이렇게 수심이 무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남들을 뛰어넘는 여유로 마침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이 모용이 이렇게 죽음을 두려워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소. 무림에서 저보다 더욱 유명한 무림고수 두 분이 저 대신 보표保鏢가 되어주시니 정말 죽어도 상관이 없소!」
장지동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관의 녹을 먹는데 어찌 고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냉형은 『천하사대명포天下四大名捕』인데 제가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
라고 말하며 하하 하고 웃기 시작했다.
멀리서 마차 한 대가 오고 있었다. 몇 마리의 늙은 말이 낡고 무거운 마차를 끌고 있었다. 마차를 모는 사람은 두 젊은이였다. 마차에는 무엇인지 모를 무거운 물건이 마대자루로 바리바리 실려 있었다.
한편 그 청년들은 소리를 지르며 말을 몰았는데 벌써 세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냉혈 등은 길이 좁아 한쪽으로 비켜섰고 또 그 청연이 옆 동료를 향해 웃으며 떠드는 것을 들었는데 그 중 한 마디가 「개시開始!」였다.
이 두 글자의 성조가 갑자기 높아져서 냉혈이 듣고 깜짝 놀랐다. 그 소리는 어젯밤에 싸우던 것과 똑 같았다. 그 중 한 사람이 「그에게 적수가 되지 않더라도 죽여야 해」라고 말하던 목소리와 똑 같았다.
냉혈이 「天下四大名捕」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가 뛰어난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 번 보면 절대 잊지 않고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지 않는다!
이런 특징들은 종종 냉혈을 구사일생으로 살아날 수 있게 한다.
이 마차가 냉혈에게 가까워지는 순간 모용수운이 바로 앞에 있고 더 앞에는 장지동이 있었다. 길이 좁고 옆에는 논이 있어서 한 사람씩 걷고 있었다. 갑자기 냉혈이 소리쳤다.
「조심하시오!」
바로 이 순간, 그 마차가 갑자기 뒤집히며 냉혈을 향해 돌진해왔다!
이번에는 냉혈이 전진할 수 없으니 후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냉혈불퇴冷血不退!
그는 하늘 높이 솟구쳤지만 마차에 있는 청년이 냉혈에게 직접 채찍을 휘둘러왔다.
다른 한 동료는 칼을 뽑아 휘둘렀는데 냉혈을 향해서가 아니라 마차 뒤에 감기 밧줄을 향해 휘두르는 것이었다.
밧줄이 끊어지자 마대자루가 모두 열리며 이십여 명의 사내들이 모두 마대에서 뛰어나와 손에 장도長刀를 들고 냉혈을 향해 돌진했다!
냉혈은 응전을 하였지만 그의 시선은 그 마차에 가려져서 모용수운 쪽의 상황이 어떠한지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 사람들이 바로 어젯밤 그의 손에서 도망쳐 살아난 잔당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그들이 암수를 쓰지 않는다면 냉혈은 그들을 없애버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문제는 이들 우두머리를 없애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모용수운과 장지동의 교전 소리를 들어보니 분명 마차의 저편에서도 매우 현란하게 타격하는 것이었다.
바로 이때 그는 한 마디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이 비명소리는 모용수운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냉혈이 급해지며 공세가 더욱 맹렬해지자 십여 명의 장도를 든 대한들이 겨우 네 명만 남았다.
냉혈도 급해서 한눈을 팔다가 등이 차가워지며 그어대는 칼에 맞았다.
하지만 이 일도一刀에 크게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니어서 한 수를 성공시켰다 여긴 그 대한은 냉혈의 쾌검快劍에 목을 찔리고 말았다.
남은 세 사람은 상황이 정세가 불리한 것을 보고 각자 세 방향으로 도주했다.
냉혈도 쫓아가지 않고 마차 지붕을 뛰어넘으니 그쪽의 전황만이 보였는데 그쪽도 매우 격렬하여 바닥에 쓰러진 팔구 명의 장도를 든 대한들은 이미 모두 죽었다. 장지동과 모용수운에 의해 죽었을 것이다.
지금은 장도를 든 대한이 두 명만 남아 장지동의 연자추鍊子椎와 매우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모용수운은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냉혈은 한 발로 달려가 모용수운을 일으키자 모용수운의 얼굴색은 자금색이고 기력은 거미줄 같아 냉혈이 자신의 공력을 모용수운에 쏟아 넣자 모용수운이 겨우 두 눈을 뜨며 말했다.
「냉형, 당신... 당신이 내 대신 말해주... 말해주... 살인자는 나의 칼에 찔렸소. 그는......」
갑자기 두 눈을 부릅뜨고 냉혈의 뒤를 바라보니, 냉혈은 마음속에 한기가 일어 아직 몸을 돌리지 않았지만 검은 이미 찔렀고 장도를 든 대한 한 명이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냉혈이 갑자기 뒤돌아보니 도망간 세 명의 대한이 다시 돌아와 그의 뒤에서 기습을 하다니! 냉혈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연속해서 십팔 검을 쳐냈다!
그 장도를 가진 대한, 검영劍影이 산처럼 보이는데 어찌 당해낸단 말인가. 가슴이 마비되어 바로 쓰러졌다.
마지막 남은 대한이 다시 몸을 돌려 뛰어가니 냉혈은 ‘흥‘ 소리를 내며 검이 손을 벗어나 날아가더니 이 사람의 등판을 관통하고 여세를 몰아 이 사람을 칠팔 보 떠밀고 가더니 장지동과 격렬하게 싸우는 대한의 등에 부딪쳤고 그 대한은 비명을 지르며 두 사람은 함께 쓰러졌다.
남은 한 대한은 눈이 빨개지고 몇 번 허초를 날리더니 몸을 돌려 도망가려 해 냉혈이 호랑이처럼 덮치자 그 사람은 칼을 휘두르고 냉혈은 한 발로 걷어차 손에서 벗어난 칼이 그 대한의 자기 머리를 바로 꿰뚫게 되어 그 대한은 비명을 지르며 갑자기 쓰러졌다.
장지동은 철추를 회수하고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빨리 가서 모용이협을 봅시다!」
냉혈과 장지동은 다시 모용수운 곁으로 돌아왔으나 모용수운은 이미 사망했다.
냉혈은 말을 하지 않았다.
장지동도 말이 없었다.
그들은 패배의 치욕과 침통을 느꼈다.
그들은 본래 강호에서 어느 누구도 감히 건들이지 못하는 명포들인데 지금 상대방은 그들의 엄밀한 보호 하에 있는 사람을 살해했다.
비록 간부는 이미 다 죽였지만 그들의 수뇌는 심지어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냉혈이 자세히 보니 모용수운의 배후에 하나의 상처가 있는데 마치 예리한 무기에 신속하게 찔리고 뽑힌 것 같은 것이 치명상이었다.
가슴 앞쪽에도 상처가 하나 있는데 무언인가에 맞은 것 같고 또 맹렬하게 빼낸 것 같아서 상처는 비로 작지만 가슴은 온통 피범벅이었다.
이 두 상처로 보아 모두 칼에 찔린 상처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즉, 이 장도를 가진 대한들이 모용수운을 치명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병기를 사용한 두 사람에 의해 그가 피습을 받았지만 수법은 상당히 유사하였으며 동시에 앞 뒤 가슴을 격중해 절명하였다는 것이다.
모용수운은 심지어 피할 수 없었거나 혹은 피하지 않아서 가슴에 정확히 격중된 것이었다.
이것은 분명히 또 「검마전인劍魔傳人」의 걸작이다.
냉혈은 주먹을 쥐고 이를 갈며 물었다.
「당신은 누가 독수毒手를 썼는지 보지 못했소?」
장지동은 길게 탄식하며 말했다.
「갑자기 변화가 생겨서 나도 자세히 보지 못했소. 자객들이 내게로 몰려와 몇 사람을 죽였는데 마치 마차에서 누군가가 장창을 사용해 모용이협의 뒤를 찌르는 것을 본 것 같기는 한데....아, 그러다가 당신이 오기 바로 직전에 그가 또 비명을 질렀소. 내가 그때 두 사람과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자세히 보지는 못했소. 다만 인영이 번쩍하는 것을 보고 모용형쪽....아.」
냉혈은 땅 위의 시체를 자세히 보더니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마침내 말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모용이협의 시신을 보내러 돌아가야겠군요.」
※ ※ ※
대청은 매우 조용했다.
여자, 아이들과 가족은 모두 방으로 보내졌다.
남은 이는 여섯 명은 냉혈, 장지동, 류격연, 능옥상, 심착골, 쓰러진 사람-모용수운이 있었다.
관 속의 두 사람 「삼십육수구절오공편三十六手九節蜈蚣鞭」김성황金盛煌 과 「금강불괴金剛不壞」구경연龜敬淵까지 합치면 모두 여덟 명이다.
김성황과 구경연, 여기에 「칠선참七旋斬」모용수운까지 벌써 세 번째 죽은 사람입니다.
「무림오조룡武林五條龍」, 단지 두 명만 남았다.
누구나 다 지금의 능옥상과 심착골의 심정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대청의 분위기는 마치 응결된 얼음덩어리 같았다.
※ ※ ※
능옥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다. 검마전인 네가 오너라! 나 능옥상도 이 나이까지 살았으니 어차피 올 거면 통쾌하게 나를 보내라!」
요 며칠 동안 그의 두 볼은 이미 움푹 들어가 살이 많이 빠졌다.
심착골은 여전히 굳은 얼굴이지만 무정한 말에도 슬픔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첫째 형님, 우리가 반드시 죽는 것은 아닙니다. 둘째 형은 충후하고, 셋째 형은 성실하며 다섯째는 정직하여 쉽게 속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제 나 심착골 앞에서 손발을 쓰려면 정말 나를 제압할 수 있는 능력 없이는 안 될 겁니다!」
능옥상은 심착골을 주시하며 말했다.
「넷째, 너의 성격이 괴팍하고 행동이 강직한 것도 약점이니 자네는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심착골이 침착하게 말했다.
「대형, 당신은 너무 자상하니 방어도 좀 하셔야죠!」
「무림오조룡武林五條龍」 가운데 단 번에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으니 자연히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말할 수 없는 친밀감이 있었다.
냉혈이 갑자기 말했다.
「능대협, 모용이협이 사용하는 『칠선참七旋斬』의 초로招路가 어떤 건지 알려주시겠습니까?」
능옥상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의 『칠선참七旋斬』은 그의 허리에 있는 면도緬刀로 모두 일곱 가지의 식이 있는데 매 초식마다 일곱 가지의 변화가 있어서 그의 사십구 식을 받아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소.」
냉혈은 깊이 생각하며 말했다.
「『칠선참七旋斬』을 받은 사람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능옥상이 말했다.
「칼에 휩쓸려 살점을 날리고 배가 갈라지며 내장이 끊어지니 당연히 당하는 사람은 쓰러지지요. 냉형,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냉혈이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그냥 물어본 것입니다. 참, 왜 고교두高教頭가 안 보이죠?」
능옥상이 말했다.
「아, 당신과 장형이 떠난 후에 류형이 한 가지를 제안했습니다. 기왕에 『검마전인劍魔傳人』이 우리를 찾았으니 우리가 먼저 역용을 해서 상대방이 손을 쓸 수 없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소. 그래서 고형이 밖에 나가 역용약을 구매하기로 했지요. 듣기로는 고형이 역용에 솜씨가 좋다고 합니다. 」
냉혈은 어리둥절해 하며 말했다.
「네?」
류격연이 웃으며 말했다.
「냉형은 이 건의가 어떻다고 생각합니까?」
냉혈이 말했다.
「물론 아주 절묘합니다. 하지만 흉수가 우리의 사람이라면 역용을 해도 소용이 없을까 두렵습니다.」
갑자기 대청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고 류격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틀림없이 고교두高教頭가 돌아왔을 것이오.」
※ ※ ※
대청 밖에서는 한바탕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덩치가 큰 거지 한 명이 나타났다. 얼굴이 특이하고 무서워 한 번 보고 더 보고 싶지 않았다. 옷이 남루하지만 한 자루의 백옥첨장白玉尖杖을 손에 쥐고 다리를 절뚝거리며 모두를 웃으며 바라보았다.
이 사람은 다리를 저는 늙은 거지였다.
심착골이 벌떡 일어서며 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이 뭐 하러 왔어?」
능옥상이 말했다.
「사제는 흥분하지 말게. 그는 고산청일세.」
심착골이 멍하니 있자 그 거지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능형의 눈썰미 좋습니다. 어떻습니까? 저의 역용술이 괜찮죠? 다른 사람들은 한 번 보고는 틀림없이 두 번 보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저의 역용술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거지로 위장하면 당신네 문밖에서 웅크리고 앉아있을 수 있으니 사람들로 하여금 허물어진 절에도 없는 거지로 착각하게 만들 수 있으니 어쩌면, 어쩌면 흉수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능옥상이 웃으며 말했다.
「고형高兄의 역용술易容術은 과연 고명하오.」
류격연도 웃으며 말했다.
「고형을 알고 지낸 지 오래 되었지만 고형이 이런 데에 정통한 줄은 몰랐소.」
장지동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당신은 나를 뭐로 분장시키려고 하오?」
고산청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말이지, 보아하니 한 열흘은 잠을 자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 야경꾼 행세를 하면 딱 좋겠소.」
※ ※ ※
장지동은 야경꾼으로 변장해 나무 방망이를 들고 등롱燈籠을 매달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충분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자신을 당연하게 야경꾼으로 여겼다.
류격연은 담뱃대가 있기 때문에 집을 관리하는 노인 모양으로 분장해 청포를 입고 뻐끔뻐끔 담배를 피워댔다.
능옥상은 늙은 하인으로 변장했고 그의 「장공십자검長空十字劍」은 그가 손에 쥐고 있는 빗자루 손잡이 속에 숨겨져 있었다.
지금 고산청은 심착골로 바꿔 역용했으며 심착골은 마치 강호를 돌며 점을 봐주는 늙은 잡모雜毛(道士)처럼 보였다.
능옥상이 웃으며 말했다.
「고형, 당신은 정말 뛰어난 안목을 가지고 있군요. 쉽사리 사람을 선택해 우리를 신분에 맞게 변장을 시켰네요.」
이 말은 자조의 뜻이 없지 않았다.
고산청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능형, 천만의 말씀입니다. 저의 뛰어난 안목이 아니라 눈에 뵈는 게 없다 할까 걱정입니다! 여러분의 당당한 외모를 판부주졸販夫走卒(행상인과 심부름꾼)으로 변장시켜 죄송할 따름입니다. 자, 냉형 이제 분장을 해야 합니다.」
냉혈은 젊고 준수하다. 그는 차갑고 무정한 얼굴에 갑자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이 웃음은 춘풍春風에 한빙寒冰이 녹는 것처럼 아주 보기 좋았다.
냉혈이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현부에 들려서 노지부魯知府를 만나야 합니다. 제가 그와 먼저 약속이 있어서 오늘 밤이 되기 전에 보고를 하려고 합니다. 원래 저는 내일 떠나겠다고 제갈선생께 약속했습니다. 물론 저는 지금 가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보고를 하러 가야겠습니다. 제가 오늘 밤 삼경에는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지금은 류형, 장포교, 고교두가 돌봐드리니 잘 의지하시기 바랍니다.」
냉혈이 웃을 때는 그가 맡은 사건이 점차 밝혀질 때라는 말도 있다.
※ ※ ※
냉혈은 갔다.
날이 또 어두워졌다.
저녁이 되자 김부의 사람들은 모두 잇달아 다른 곳으로 피신하였다; 김부의 문 앞에서 청당까지 양옆에 등롱을 두 줄로 켜서 대청에 들어가는 것을 비추었다. 대청 안에는 다섯 사람이 앉아 있었다. : 능옥상, 심착골, 류격연, 장지동, 고산청.
이 다섯 사람의 뒤에는 세 개의 관이 있고 촛불이 흔들리며 대청 안의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촛불에 의해 흐리고 밝게 비치는 얼굴이 모두 매우 이상하고 신비스러웠다.
능옥상이 창로蒼老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마치 『검마전인劍魔傳人』과 대적하는 사람이 우리들 다섯 사람뿐만 아니라 이제, 삼제 그리고 오제도 있다고 느껴지오.」
류격연은 그 관을 한참 바라보더니 갑자기 이상한 표정이 떠올리고 약간 흥분하며 말했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모두 죽은 사람들이오.」
심착골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죽은 사람도 넋을 잃겠군.」
장지동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심사협도 믿으시오?」
류격연은 갑자기 능옥상을 향해 가느다란 소리로 말했다.
「능형, 제 심중에 여기서 얘기하기엔 불편한 의혹이 있습니다. 제가 의심하는 흉수는……」
능옥상의 얼굴 빛이 굳어지며 말했다.
「그럼 우리 내당에 들어가서 이야기합시다.」
류격연이 말했다.
「좋습니다. 우리 두 사람이 있으니 『검마전인劍魔傳人』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오.」
※ ※ ※
내당內堂.
능옥상은 복숭아나무 의자에 앉은 후 류격연을 향해 물었다.
「류형, 당신이 의심하는 흉수가 누구입니까?」
류격연이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마도 내기 지금 얘기하는 것을 당신도 믿지 못할 것이오.」
능옥상이 표정을 바꾸며 물었다.
「누구요?」
류격연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냉혈.」
능옥상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온 몸의 옷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보니 마음이 얼마나 격동되었는지 한참 후에야 말했다.
「그럴 리가 없소.」
류격연은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확실히 그럴 리가 없지요.」
능옥상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말했다.
「지금까지 나는 여전히 믿을 수 없소. 나는 냉혈을 신임하오. 그는 정직한 청년이오.」
류격연이 한 없이 안타까운 듯 말했다.
저도 믿을 수가 없지만 당신이 보고도 믿기지 않는 것이 있소!」
말을 하면서 손수건을 꺼내며 말하였다.
「이것은 김삼협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나와 냉혈이 침실에 오기 전에 그의 품에서 가져온 것이오.」
능옥상은 혈흔이 얼룩진 그 손수건을 보고 매우 격동하며 말했다.
「피요?」
류격연이 침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피요. 김삼협의 피. 냄새를 맡아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능옥상은 손수건을 코앞에 두고 냄새를 맡았다가 갑자기 얼굴빛이 크게 변하며 손수건을 그에게 날려버리니 마치 칼날처럼 안채의 기둥에 박혔다.
「유민향有悶香!」
일어나려고 하였지만 하늘이 빙빙 도는 것을 느껴 서 있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빗자루를 잡고 칼을 뽑으려고 했지만 검을 뽑을 힘조차 없어져 의자에 주저앉자 류격연이 껄껄대며 크게 웃고 있었다.
능옥상이 겨우 눈을 떴지만 인영이 흐릿하게만 보였을 뿐이라 화를 내며 말했다.
「류격연,당신이……」
※ ※ ※
대청 밖.
능옥상과 류격연이 내당에 들어간 후 심착골은 갑자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장형, 고형 한 가지 말씀 드릴 게 있는데, 두 분께서 들어보시겠습니까?」
장지동이 웃으며 말했다.
「심사협의 말씀인데 저희들이 어찌 듣기 싫어하겠습니까!」
심착골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제 얘기를 들으신 후 동의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는 마시오.」
장지동이 엄숙하게 말했다.
「심사협은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얼마든지 말 하시오. 장모는 입을 나불거리는 사람이 아니오.」
고산청이 의아해 하며 말했다.
「심사협이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모르겠군요.」
심착골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한 사람을 흉수로 의심하고 있소!」
장지동이 안색을 바꾸며 말했다.
「어?」
심착골이 말했다.
「잘 아는 사람.」
고산청이 표정을 바꾸며 물었다.
「잘 아는 사람?」
심착골이 차갑게 말했다.
「냉혈이오.」
장지동과 고산청은 서로 한 번 바라보더니 장지동이 갑자기 크게 깨달은 듯 말했다.
「냉혈이라....냉혈....음, 일리가 있소. 오늘 교외에서 마차를 사이에 두고 싸우는 데 저는 그가 출수를 했는지 모르지만 모용이협이 죽을 때 그가 옆에 있었습니다.」
심착골이 격동되어 도포를 펄럭이며 말했다.
「대형과 삼형은 그와 친분이 가장 약하지만 그를 십분 신임합니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 그가 또 제멋대로 혼자 떠나니 어떻게 친구를 위해 생사를 잊었다고 할 수 있겠소!」
고산청이 말했다.
「심사협, 그럼 당신은 능대협과 류형에게 왜 말하지 않았습니까? 왜 우리에게 말하지 말라고 합니까?」
심착골이 탄식을 하며 말했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유구여는 그가 미행하면서 살해되었소. 그때부터 나는 그를 의심했소. 오제가 죽었을 때 그는 마침 없었소. 오제는 잘 아는 사람의 손에 죽은 것이오. 나는 그가 분명하다는 것을 알았소. 하지만 대형은 그를 가장 신임했소. 류형도 그와 친한 친구라서 그들에게 말하면 타초경사打草驚蛇 할까 두려웠소......」
장지동이 말했다.
「심형은 정말 예리하오.」
고산청이 말했다.
「심형이 이런 사람을 어떻게 다룰지 알 수 없군요.」
심착골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대형과 류형이 찬성하지 않을 바에는 우리가 냉혈이 돌아올 때를 기다렸다 일거에 붙잡아 강제로 자백하게 하는 편이 낫소. 그때는 그가 부인을 해도 두렵지 않소.」
고산청이 손뼉을 치며 탄식했다.
「이 계책은 아주 절묘합니다.」
장지동은 고개를 돌려 관을 향해 장배長拜를 하고 말했다.
「이것으로 진범을 찾아낼 수 있다면 하늘에 계신 세 분 대협의 영령께서 반드시 기뻐하실 겁니다.」
관 옆의 깃발이 바람도 없는데 저절로 움직이고 촛불이 어두워지고 흔들리는 것이 확실히 귀기가 삼삼森森하고 한풍이 부니 마치 원귀가 부르는 것과 같았다.
장지동이 갑자기 깊이 생각하고 말했다.
「발소리가 나는 것 같소!」
고산청이 말했다.
「설마 냉혈이 온 것은 아니겠지!」
심착골이 차갑게 말했다.
「만약 그가 돌아온다면 가장 좋을 것이오. 지금 대형과 류형이 없으니 무방비 상태의 그를 공격해 우리가 먼저 붙잡아서 강제로 진실을 자백하게 합시다.」
고산청이 말했다.
「좋소!」
장지동이 말했다.
「그가 왔으니 우리가 먼저 문 옆에 엎드려 있다가 제가 손뼉을 치면 우리 세 사람이 일제히 손을 씁시다!」
심착골이 신형을 움직여 대문 옆으로 곧장 달려들며 급히 말했다.
「좋소!」
장지동, 고산청이 각자 날아들며 대문 옆에 이미 이르렀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두 줄의 등롱이 세 사람의 옷소매가 급하게 스칠 때 일어난 바람에 깜빡거렸다!
심착골이 조용히 어둠 속에 엎드려 있다 갑자기 말을 했다.
「어떻게 나는 발자국 소리를 듣지 못했을까?」
고산청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장포두의 귀는 특히 영민靈敏합니다. 현재 경공이 가장 높은 사람이니 십장 이내만 있어도 그를 속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오.」
이때 옆에 있던 장지동이 갑자기 말을 했다.
「쉿! 그가 이미 문 앞에 다가왔소.」
심착골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불진拂塵을 손에 쥐고 마치 표범처럼 대문을 응시했다.
깜깜한 밤의 공기가 마치 응결된 폭약 같았다.
이 폭약은 이미 폭발할 때가 되었다.
※ ※ ※
문이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은 처량하게 불고 있었다.
갑자기 장지동이 박수를 쳤다.
심착골이 화살처럼 뛰쳐나갔다!
하지만 대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혹시 장지동이 잘못 들었나?
심착골은 장지동과 고산청도 공중으로 뛰어드는 것을 느꼈다.
별안간, 이들 두 사람은 자기의 앞뒤로 다가왔다.
심착골은 갑자기 밤하늘에서 「콱」하는 소리를 듣고 멍해졌다. 한 자루의 밝은 백옥장白玉杖이 자신의 심장을 찌르는데 찌르는 기세가 어찌나 빠른지 형용할 수가 없었다!
심착골의 심장은 푹 꺼졌다. 확실히 사람이 허공에 떠 있음에도 날듯이 기세를 빼내며 여전히 맹렬하게 숨을 들이 마시며 뒤로 후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같은 시간에 뒤에 있던 장지동이 소리를 질렀다.
「추椎!」
쇠사슬 소리가 허공을 가르며 들어왔다. 심착골이 이 소리를 들었을 때는 이미 「퍽」소리를 내며 하나의 무기가 등판을 뚫고 들어왔다 급하게 빠지면서 선혈이 사방에 튀고 통증이 극에 달했다.
이 통증으로 그의 신법은 자연히 느려졌고 그 밝은 지팡이 끝은 「퍽」소리를 내며 그의 가슴에 박혔다가 「쭉」하고 빠져나오며 피가 샘처럼 솟아나왔다.
밤하늘에 피가 공중으로 뿜어져 나왔다!
심착골의 몸이 밤하늘에 피를 뿌리며 장외로 날아 떨어졌다.
심착골은 땅에 떨어진 후에도 버틸 수 있었다. 비틀거리며 몇 걸음 걸어 오동나무에 기대 달빛이 쏟아진 심착골의 흑포黑袍엔 피가 묻어 있고 얼굴엔 불신과 분노가 가득하여 모습이 매우 무서웠다.
심착골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한 줄기 피가 입가에서 흘러나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작고 다부진 장지동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우리야.」
손에 피 묻은 추를 들고 있어 쇠사슬이 달달 흔들리고 있었다.
고산청은 파묻은 지팡이의 끝을 보며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검마전인劍魔傳人』, 너는 편히 눈을 감고 죽을 수 있겠지?」
심착골은 갑자기 야수 같은 울부짖음을 내며 수중에 든 불진拂塵이 돌연 천백 개의 긴 바늘이 되어 손잡이에서 사출되었다.
장지동도 깜짝 놀라 연자추를 흔들어 불진 모두를 쓸어버렸다.
고산청도 옥장을 정신없이 휘둘러 비바람도 뚫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그의 왼쪽 다리는 움직이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하나의 불진사拂塵絲에 맞아 고통의 소리를 지르며 그것을 뽑자 피를 흘렸다.
장지동이 근심스럽게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삼사제, 자네는 어떤가?」
고산청이 통증을 참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요혈을 맞지 않아 다행입니다. 이 늙은 잡모雜毛(가짜도사)도 이런 중후한 내력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저쪽의 심착골을 다시 보니 오동나무에 기대어 바닥에 쓰러져 있었는데 죽을 때는 정말 눈을 부릅떠 눈초리가 다 찢어져 있었다.
장지동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아직 죽지 않은 거야!」
고산청이 상처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대사형께서 순조롭게 처리를 하셨을까요?」
장지동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대사형께서 하시는 일인데 어찌 실수가 있겠느냐?」
고산청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우리는 이 노잡모老雜毛의 시체를 내당으로 돌려보내서 그 늙은이에게 사랑하는 아우의 모습을 보여줍시다.」
장지동이 갑자기 말했다.
「냉혈이 갑자기 돌아올까 두렵지 않아?」
고산청이 웃으며 말했다.
「사형, 당신은 너무 걱정하고 있소. 그 어린놈은 삼경에 돌아온다고 말하지 않았소!」
장지동이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
「진짜 그의 경험이 부족한테 무슨 명포라고 하겠는가. 이른바 『염라대왕이 삼경에 죽으라고 결정했는데, 누가 감히 오경까지 남겨 두겠는가 (閻王注定三更死,誰敢留人到五更)』라는 속담이 있듯이 그는 삼경에 죽었으니 일찍 죽었다고 할 수도 없는 거지.」
고산청이 말했다.
「그가 지금 돌아와서 우리 두 사람의 일을 그에게 들킨다 한들 무슨 상관이요. 그는 내 적수가 되려면 멀었소!」
장지동이 갑자기 정신을 집중시키고 귀를 기울여 듣다가 갑자기 얼굴색이 확 바뀌며 말했다.
「좋지 않군. 확실히 그가 돌아왔어!」
고산청이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뭐 이따위 일이 있습니까?」
장지동이 말했다.
「이 어린놈의 무공이 낮지 않으니 우리는 계략을 쓰는 것이 비교적 타당하겠다.」
고산청이 말했다.
「좋소!」
재빨리 심착골 시체의 머리 쪽으로 달려들어 심착골의 시체를 풀로 덮고 또 땅바닥의 피를 발로 밟아 흩트려 놨다.
장지동이 조급하게 외치며 말했다.
「빨리, 그가 곧 도착할 거야!」
고산청은 급하게 옷자락을 정리하고 문을 열자 달빛 아래에 냉혈이 백의경장을 입고 들어왔다.
장지동은 신형을 움직이며 공격을 하려는 듯하다가 갑자기 멈추며 웃으며 말했다.
「난 또 누군가 했더니 냉형이었구료. 하마터면 손을 잘못 놀려 냉형의 손아래서 매우 고생스러울 뻔했습니다.」
고산청이 웃음을 머금고 인사하며 말했다.
「냉형, 삼경에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소? 지금은 아직 일경이 되지 않았는데 일은 다 끝냈습니까?」
냉혈이 두 사람을 한 눈으로 바라보고 담담하게 말했다.
「다 끝났는데 걱정이 돼서 일찍 돌아와 보고 싶었습니다.」
먹구름이 몰려와 밝은 달을 가리고 별도 어두워 빛도 없고 두 줄기의 가물거리는 촛불만이 켜져 있었다.
장지동이 갑자기 말했다.
「방금 누군가 침범했소.」
냉혈이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어, 누구요?」
장지동이 말했다.
「복면을 썼소!」
냉혈이 다그치며 물었다.
「능대협, 심사협은 어떻습니까?」
장지동이 말했다.
「그들 모두 다치지는 않았으나 모두 내당으로 물러났소. 거기는 비교적 대적하기 쉬울 거요.」
냉혈이 말했다.
「그럼 우리도 내당으로 갑시다.」
장지동이 말 못할 기색이라도 있는 듯 입속말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냉혈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런데 뭐요?」
장지동이 말했다.
「우리는 호의로 알려드리는 것이니 냉형께서는 절대 화를 내지 마시오.」
냉혈이 말했다.
「좋소. 당신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절대 화를 내지 않겠소.」
장지동이 말했다.
「능대협 등은 당신이 흉수라고 의심하고 있소.」
냉혈은 멍하니 있다가 기가 막혀서 말했다.
「당신들은? 당신들은 믿소, 안 믿소?」
장지동이 말했다.
「만일 형제를 믿는다면 당신한테 알려주려고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오. 그런데 ……」
냉혈이 말했다.
「그런데 뭐요?」
장지동이 말했다.
「그들은 확실히 증거를 가지고 있어서 나는 믿지 않을 수 없었소.」
냉혈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무슨 증거요?」
장지동은 허리춤에서 물건을 살피며 말했다.
「내가 보여주겠소……」
냉혈은 장지동이 꺼내는 물건을 주시하고 있었다.
장지동은 무슨 물건을 꺼내는 것이 아니라 허리 사이의 매듭을 당기자 연자추鍊子椎가 손에 쥐어졌다.
냉혈이 어리둥절한 사이 뒤쪽에서 휙 소리와 함께 하늘을 가르며 습격해왔다.
고산청의 백옥장白玉杖!
냉혈은 본래 이미 신경이 분산되어 피할 수 없는 것이 마땅했다!
※ ※ ※
류격연은 의자를 하나 들고 어두운 내당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빨간 빛이 깜빡거리며 류격연의 얼굴을 밝고 어둡게 비추고 있었다.
능옥상은 류격연을 노려보고 있었다.
다만 그는 서지 못하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류격연은 담배를 몇 모금 피우고 의기양양하게 능옥상을 바라보더니 홀연 웃으며 말했다.
「내가 당신한테 뭘 물어보려 하는지 알고 있소?」
능옥상은 대답도 하지 않고 여전히 류격연을 노려보고 있었다.
류격연은 마치 못 본 것처럼 혼자 말하였다.
「당신이 중독된 것은 제왕들이 말을 듣지 않는 비妃들을 전문적으로 다루기 위해 사용했던 『연옥향軟玉香』이오. 천자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지. 이런 최면향에 중독이 되면 제아무리 높은 공력이 있더라도 한 시진 이내에는 일어설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오. 또 고함을 지를 생각도 하지 마시오.」
능옥상이 류격연을 노려보자, 류격연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당신이 무엇 때문에 내게 화를 내는지 알고 있소. 맞소. 구경연, 김성황은 모두 내가 죽였소. 모용수운은 이사제와 삼사제가 죽였소. 우리가 바로 검마전인이오.」
능옥상이 류격연을 노려보며 눈에서 불이 뿜어 나올 듯하자 류격연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심착골이 당신을 구하러 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마시오. 지금 그는 이미 모용수운, 김성황 그리고 구경연등과 동행하고 있을 거요!」
류격연은 천천히 의자에 앉아 다시 담배를 바꾸어 한 모금 깊이 빨아들였고 담배는 금홍金紅색의 빛을 발했다.
※ ※ ※
고산청은 냉혈이 장지동의 수중에 있는 물건을 지켜보는 순간 백옥장을 번득이며 ‘쉭’ 소리와 함께 냉혈의 등판을 빠르게 찔렀다.
「비혈검마飛血劍魔」의 「비혈검식飛血劍式」을 그가 장법杖法에 운용하는 것은 확실히 보통 일이 아니다!
허공을 찢으며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에 백옥장의 끝이 흔들렸다.
바로 이때, 냉혈이 갑자기 뒤로 돌진해 왔다.
냉혈은 이때 전진하지 않고 후퇴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백옥장 끝을 향해 부딪쳐 가는 것이었다.
고산청이 잠시 어리둥절하면서도 백옥장의 기세를 바꾸지 않고 여전히 찔러댔다!
다만 냉혈은 고산청이 백옥장으로 찌를 것이라고 예상한 듯 했다. 냉혈의 이번 후퇴는 몸을 조금 움직이는 것이었다. ‘쿡’하고 백옥장이 냉혈의 몸속을 찔렀다.
냉혈이 후퇴하는 기세는 여전히 줄지 않았고 동시에 ‘쨍’ 하는 소리가 나며 냉혈은 이미 검을 뽑았다.
고산청은 그의 백옥장이 냉혈의 왼쪽 옆구리에 끼여 있어 냉혈을 찌른 적이 없음을 갑자기 알아차렸다!
그리고 냉혈은 백옥장에 몸을 실어 부딪쳐 왔다!
냉혈이 검을 전개하자 검은 앞쪽에서 오른쪽 옆구리 옆을 뚫고 나왔다.
고산청은 물러나려 했지만 백옥장이 끼인 것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고산청이 즉시 백옥장을 버리고 물러난다면 도망갈 수도 있었지만 고산청의 백옥장은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지금 갑자기 자기도 모르게 포기하고 멍하니 있었다.
이렇게 멍하니 있자 냉혈의 몸은 이미 그의 몸과 바짝 붙어 있었고 냉혈의 얇은 검도 ‘푹’하는 소리와 함께 고산청의 복부를 관통했다.
피가 고산청의 등줄기에서 나왔다!
고산청은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비명을 지르며 백옥장을 버리고 냉혈을 두 팔로 끌어안으며 압사시키고자 했다.
같은 시간, 장지동은 이미 손에 추를 뽑아 들고 발출하려 했으나 냉혈이 전진 하지 않고 반대로 후퇴를 하자 자신도 모르게 멍하게 있었다.
바로 그때, 그는 냉혈의 왼쪽 옆구리를 찌르고 나온 고산청의 백옥장을 보았다. 다시 말해 고산청의 백옥장이 허탕을 쳤다는 것이다.
이 백옥장이 허탕을 쳤다는 것은 고산청이 위험에 빠졌다는 것이었다.
장지동은 즉시 큰 소리를 지르며 추椎을 발출했다.
이 추는 맹렬한 기세로 냉혈의 앞가슴을 향해 바로 쏘아졌다.
이 순간 직전에 냉혈의 검은 이미 성공을 거뒀다.
냉혈은 일검이 성공하자 곧바로 옆으로 굴러 검도 뽑지 못했다.
냉혈이 옆으로 굴러 장지동의 추는 허탕을 쳤지만 장지동의 그 추는 오히려 고산청의 가슴을 때리는 것으로 바뀌고 말았다!
고산청은 극심한 고통을 참기 힘든데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퍽’ 하고 추는 고산청의 가슴을 타격하고 들어갔다.
고산청은 비명을 지르고 장지동은 또 놀라서 추를 서둘러 회수하였다.
이번 회수는 추에 붙은 살을 빼내는 것과 같은 것이어서 그가 추를 회수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좋았다.
추는 회수되어 피가 낭자하게 흩날렸다.
고산청이 소리를 지르더니 쓰러져서 다시는 소리를 내지 못했다.
장지동 또한 멍해 있었다.
이렇게 멍한 사이에 냉혈이 다시 굴러와 갑자기 고산청의 복부에 꽂힌 검을 뽑아냈다.
장지동은 역시 오랜 경험이 있어 냉혈이 이미 검을 손에 든 걸 보고 연자추를 ‘휙휙‘ 돌리자 그곳의 등롱은 모두 꺼졌다!
장지동은 이미 신속하게 자리를 바꿔 문 뒤에 숨어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냉혈이 어떻게 그들에 대해 방비하고 있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는 지금도 냉혈이 어디에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천지가 온통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달을 가린 커다란 먹구름이 아직 걷히지 않았다.
다만 긍정적인 것은 그의 청각이 천하의 포쾌捕快 중에서 가장 좋아 불을 끄면 그가 적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적이 움직이기만 하면 그는 바로 출수해 철추로 적의 가슴을 분쇄할 수 있지만 적이 어디 있는지 아직 알지 못했다!
그는 그의 무기가 냉혈의 검보다 훨씬 길며 이것이 암흑 속에서 적을 상대하는데 가장 유리한 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는 냉혈이 그의 뛰어난 청각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는 냉혈이 뛰어난 청각을 갖고 있지 않지만 뛰어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후각이 정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듯 어둠 속에서 피 냄새가 매우 진했다.
그리고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 수 있듯이 어둠 속에서는 살기가 더욱 짙어져 무섭다는 것이다.
※ ※ ※
류격연은 여전히 어두운 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이는 바로 능옥상이었다.
능옥상은 여전히 그를 노려보았다. 류격연은 보고도 못 본 체하며 담배를 피우면서 중얼거렸다.
「십년이 지났소. 가사家師 파촉인巴蜀人은 당신들에게 화산華山 정상에서 살해된 뒤 우리는 수천 명의 원수에게 추격되었었소. 우리는 그때 무공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적들은 대다수가 무공이 뛰어났소. 우리의 향락생활이 결국 끝이 난 것이지…… 우리는 피해야 했소. 어디로 피했겠소? 세상은 넓고 강한 원수는 더욱 많았지만 우리가 숨을 곳이 없었소! 나중에 우리는 관아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은 은신처라고 생각하여 우리들은 각각 다른 관부에 들어갔소. 가사의 『비혈검법飛血劍法』을 열심히 익히고 다른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검법을 장법杖法, 추법椎法으로 바꿔 익힐 수밖에 없었소. 그리고……」
류격연은 담뱃대의 끝을 올렸다. 이 강철로 만든 담뱃대의 끝은 뾰족하고 가늘었다.
「그리고 나는 이 담뱃대로 바꿔 익혔소.」
「마침내 우리가 관청 밥을 먹으며 유명해졌소. 아무도 더 이상 우리를 의심하지 않았소. 우리의 무공도 이미 완성되었으니 복수할 때인 것이오. 우리 모두는 당신들이 참지 못하고 하늘로 돌아갈까 두려웠소. 만약 우리가 이 원한을 갚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 세 사형제들에겐 유감이니 말이오……」
류격연은 말을 할수록 흥분하였다.
「그날 내가 갑자기 출수해 당신의 셋째 동생을 죽였을 때, 그는 중상을 입은 몸을 끌며 오공편蜈蚣鞭을 잡으러 갔는데 나는 그가 살 수 없다는 걸 알고서 가지 않고 연회 석상에 머물렀소. 왜냐하면 나는 당신들이 반드시 나에게 이 사건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오. 때마침 나는 명분이 정당하니 이치에 맞게 이사제와 삼사제를 불러와 당신들을 하나씩 격파하게 되었소……」
류격연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는 냉혈도 여기에 참석했을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그도 오래 살지는 못하고 삼경에 틀림없이 죽을 것이오. 당신들을 위해 순장되는 셈이지……」
※ ※ ※
‘똑, 똑, 똑, 똑’ 야경夜警꾼이 방금 한 줄기 희미한 빛이 나는 등롱을 들고 문밖을 지나갔다. 밤이 얼마나 깊고 어두운지 사람들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일경一更이 되었다.
야경꾼은 분명히 집안의 살기를 눈치 채지 못하고 피비린내도 맡지 못해서 바로 멀어져 갔다.
정원은 다시 고요해졌다.
냉혈은 문 뒤에 숨어 있었다.
문은 열려 있었고 문은 두 짝이 있었다.
장지동은 바로 다른 문 뒤에 있었다.
냉혈이 움직이지 않자 장지동은 냉혈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장지동도 움직이지 않으니 냉혈도 그를 볼 수 없었다.
사실 그들은 불과 몇 자밖에 안 떨어져 있어서 일단 누가 먼저 발견하면 갑자기 일어나 상대를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고 누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들은 누가 더 감정을 잘 누르는지 시합하는 것 같았다.
결국 냉혈이 먼저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장지동의 초인적으로 민감한 청각에 냉혈이 화살처럼 문 뒤에서 튀어나와 곧장 대청을 향하는 소리가 들렸다. 기세가 얼마나 빠른지 형용할 수 없었다.
장지동의 추椎만큼 빠른 것은 없다!
장지동은 어둠 속에서 크게 소리를 질렀다.
「추椎!」
소리가 나자 그의 쇠사슬이 「콱」하며 길고 곧게 날아가 추는 이미 하나의 물체에 격중하였다.
「퍽!」
장지동은 그 물건이 그를 격파했다고 갑자기 느꼈지만 분명 한 개의 화분에 불과했다.
장지동은 곧바로 심상치 않음을 발견했고 그의 행적은 이미 노출되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않았고 그의 입에서 「추椎」라고 말할 때 이와 이의 상하 배열 사이의 실오라기 틈으로 가늘고 얇은 장검 한 자루가 갑자기 들어갔다.
그는 놀랄 틈도 없이 단지 목구멍이 달다고만 느끼고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무협소설(武俠小說) > 사대명포회경사(四大名捕會京師) - 溫瑞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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