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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一部 兇手 第壹回 從慘叫開始 본문

무협소설(武俠小說)/사대명포회경사(四大名捕會京師) - 溫瑞安

第一部 兇手 第壹回 從慘叫開始

少秋 2020. 7. 23. 21:56

작가 : 溫瑞安

 

四大名捕會京師

第一部 兇手 

第壹回 從慘叫開始 (비명소리로부터)

 

갑자기 외마디의 처참한 비명 소리가 동상東廂 누각에서 들려왔다!

 

여기 거대한 대청 안에서 신나게 술을 마시며 시권猜拳놀이를 하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이 외마디 처참한 비명소리에 놀라 순간 멍해지고 말았다.

 

이 대청 안의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이 무림인사 차림으로 개개인이 호배웅요虎背熊腰로 형형한 눈빛에 검과 칼을 차고 있어 그들의 기도를 보면 과연 그들의 신분을 알 수 있으니 결코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대청 중앙에는 거대한 「수壽」라는 글자가 있는데 사방이 휘황찬란輝煌燦爛하고 당황면려堂皇冕麗한 것이 분명 대부호의 저택이었다. 이 대청에 모여 있는 수백 명의 무림 인사들은 모두 한 방파의 주인 아닌 자가 없는 것을 봐서도 알 수 있듯 이 대부호의 저택은 당연하게도 무림의 태두였다.

 

가장 보기 드문 것은 대청의 상석 옆에 있는 네 개의 태사용조太師龍雕의 단목의자였다. 이 네 개의 의자에는 환갑이 가까운 네 명의 노인들이 앉아 있었다.

 

첫 번째는 은색 눈썹에 흰 수염의 용모가 매우 수척하고 키가 컸으며 온화한 모습을 보이는 그는 장검을 메고 있었다. 이 사람은 다름 아닌 현재 창주부滄州府에서 가장 명망이 높고 무공 또한 등봉조극登峰造極에 이른 무림의 명숙으로 제일조룡第一條龍 능옥상凌玉象이었다. 듣건대 그의 장공십자검長空十字劍 검법은 천하에 이어 받을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애석하게도 나이가 많아 강호에서 은거해 여러 해 동안 봉검封劍했다 전해진다.

 

두 번째는 백발이 섞여 있고 얼굴색이 붉은 노인으로 허리춤에는 한 자루의 얇고 예리한 면도緬刀가 종일 몸에서 떠나지 않았으며 좌우의 태양혈太陽穴이 높이 솟아올라 내공이 이미 화경에 들어섰음이 분명했다. 그는 바로 ‘제이조룡第二條龍’ 모용수운慕容水雲으로 수중의 면도로 펼치는 칠선참七旋斬으로 무수히 많은 적을 좌절시켰다. 위인이 강직하고 올바르며 흑도인들은 모용수운의 이름만 듣고도 정말 간담이 서늘해져 황급히 도망치곤 했다.

 

세 번째는 검은 머리와 긴 수염에 엉뚱한 복장을 한 노인으로 냉철한 태도로 수중엔 한 자루의 불진拂塵을 쥐고 있었다. 이 사람의 성은 심沈씨요 이름은 착골錯骨로 제사조룡第四條龍으로 불린다. 무공이 매우 높고 수중의 불진은 착골불錯骨拂이란 이름의 기문병기奇門兵器다. 성격이 아주 괴팍하고 냉혹하며 무정하다. 사람은 그래도 정의로운 편이다. 다만 수단이 너무 매서울 뿐이다. 말하자면 흑도인들이 만약 모용수운을 보고 황급히 피한다면 이 심착골을 보고는 일보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네 번째는 누더기 옷에 얼굴엔 검은 수염이 가득한 노인으로 눈은 동전처럼 크고 눈썹은 굵으며 키는 비교적 작지만 매우 건장하다. 마치 쇠로 덮은 것처럼 두꺼운 손은 보통 사람보다 한두 배는 크다. 이 사람은 몸에 병기를 지니고 있지 않지만 몸을 단련시키는 철포삼鐵布衫을 익혔으며 게다가 십삼태보十三太保와 동자공童子功을 익혔다는데 들리는 말로는 십일성의 화후火候로 도검불입刀劍不入일 뿐만 아니라 산이 무너져도 그를 제압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사람의 성격은 ‘오조룡五條龍’가운데 가장 강직하니 바로 제오조룡第五條龍 구경연龜敬淵이다.

 

소위 ‘무림오조룡武林五條龍’이란 사람들은 과거에 모두 매우 유명한 무림호걸들로 애석하게도 세월은 사람을 그냥 놔두지 않으니 나이가 들면서 점점 무림인사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무림오조룡’이란 명패를 떼어본 적이 없고 혹은 누군가의 이름으로 바꾼 적이 없었다.

 

「무림오조룡」이란 바로 「장공십자검長空十字劍」 검법의 주인공인 「제일조룡第一條龍 능옥상凌玉象」, 「칠선참七旋斬」 도법의 「제이조룡第二條龍 모용수운慕容水雲」, 「삼십육수구절오공편三十六手九節蜈蚣鞭」의 「제삼조룡第三條龍 김성황金盛煌」, 「착골불錯骨拂」의 「제사조룡第四條龍 심착골沈錯骨」, 「철갑공鐵甲功」의 구경연龜敬淵이 바로 「제오조룡第五條龍」으로 이들 다섯 사람은 창주부滄州府 무림에서 가히 중천에 뜬 해와 같이 덕망이 높으니 그들보다 명성이 더 높은 사람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은 바로 이 무림오조룡 가운데 제삼조룡인 김성황의 50번째 생일이다.

 

이 대청에 모인 무림호걸들은 제일의 부자이며 개세적인 무공 ‘삼십육수구절오공편’의 주인공인 김성황의 5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강호의 각지에서 몰려온 것이다.

 

그 외마디 처참한 비명은 다름 아닌 바로 수성공壽星公 김성황의 목소리로 누각에서 들려온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갑자기 처참한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또 갑자기 멈추었다.

 

이곳에 있던 군호 가운데 황급히 일어나 칼을 빼어든 자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지 못했지만 일시적으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매우 당황스러워 했다.

 

갑자기 웅후하고 온화한 노인의 말소리가 대청의 시끄러운 소리를 압도하여 이 느리고 힘찬 목소리에 모두가 잠잠해지자, 그가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였다.

 

"여러분, 방금 그 외마디 비명소리는 김삼제金三弟의 것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여러분이 협력하여 진정해주셔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가 제대로 듣고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퇴장하거나 도주하는 것을 발견하면, 여러분께서 붙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말소리에 따라 바라보니 능옥상이 여전히 태사의에 편히 앉아 소리 높여 말하는데 그의 옆에 있던 모용수운, 심착골, 구경연등은 어느 틈엔가 보이지 않았다.

 

중인들은 심지어 세 사람이 언제 대청을 빠져 나갔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능옥상이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모용이제, 심사제 그리고 구오제가 이미 무슨 일인지 알아보러 갔습니다. 김삼제의 무공에 이제, 사제 그리고 오제가 더해 졌으니 아무리 큰일이라 해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대청 안의 사람들이 분분히 앉자, 어떤 사람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무림오조룡武林五條龍』가운데 네 명의 용이 움직였으니 천하에 진정되지 않는 일이 없을 것이오!」

 

또 다른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바로 그 비명이 들릴 때 나는 이미 모용이협과 구오협등이 휙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지만 너무 빠른 신법이라 나는 분명하게 보지도 못했소.」

 

다시 또 다른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야 당연히 볼 수 없겠지. 그 분들이야 선배 고인들이라 얼마나 빠르고 여유롭게 대처하는데. 우리야 그런 고상한 지위에 오를 수가 없단 말이오.」

 

모두들 웃고 떠들었으며 능옥상도 웃고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눈살을 찌푸렸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도 그보다 더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삼십육수오공편三十六手蜈蚣鞭」은 함부로 소리를 지를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것은 외마디 처참한 비명이었다.

 

무슨 일이 발생했든지 간에, 달려간 세 형제도 이미 와서 보고하였을 것이기에 모두들 의아해 하였다.

 

※                          ※                          ※

 

갑자기 대청에 인영이 번득이더니 바람처럼 나타난 흑의를 입은 심착골의 얼굴은 흑의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고 능옥상은 눈살을 찌푸렸다. 심착골의 두 손이 온통 피투성이였다.

 

대청 안의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심착골은 능옥상 앞으로 바짝 다가서며 말했다.

「대형, 한번 가보셔야겠습니다.」

 

능옥상이 말했다.

「좋아.」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이미 한 송이 구름처럼 대청 밖으로 빠져나갔다. 신법이 여유롭고 신속하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대청 안은 다시 귓속말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듣기만 하던 시퍼런 안색의 심착골이 한마디씩 내뱉었다.

「사실이 분명하게 밝혀지기 전까지는 여러분께서 마음대로 자리를 뜨지 마시오. 위반한 자는 격살格殺될 것이오! 」

 

이 몇 마디 말은 무겁고 힘차며 도풍刀風같은 살기가 어려 있어 순간 대청 안은 모기 한 마리 날아가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도대체 김부金府에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                          ※                          ※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능옥상이 대청에서 나올 때도 마음속으로 부단히 떠올렸던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가 대청을 벗어나자 곧바로 신법을 벼락처럼 급박하게 전개하여 황의를 펄럭이며 이미「자운각紫雲閣」을 돌아「상심정湘心亭」을 지나「죽엽랑竹葉廊」을 스치며 바로 동상東廂의 누각으로 곧바로 뛰어들었다.

 

능옥상이 누각에 들어섰지만 김부의 하인 몇 명이 두려운 표정에 눈자위가 벌건 채 목상처럼 서 있었을 뿐이고 김성황의 친척 이모들이 몇 명이 위층으로 올라가 자초지정을 캐고 있었다. 그중 하인 하나가 능옥상을 보더니 울면서 말했다.

「나으리……」

 

흐느껴 우는 통에 말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능옥상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

 

모용수운이 갑자기 위층에서 머리를 내밀며 큰 소리로 말했다.

「대형, 얼른 위로 올라와보시지요.」

 

능옥상은 몸을 허공을 솟구쳐 창밖으로 뚫고 들어왔다. 능옥상이 안으로 막 들어와 방안의 풍경에 충격을 받았다!

 

이곳은 「제삼조룡第三條龍」김성황金盛煌의 방이었다.

 

이 방은 본래 김성황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온통 붉은 색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지금은 더욱 더 붉어졌다.

 

핏빛.

 

붉은 피가 방안 구석구석에 퍼져있다.

 

김성황이 피바다에 쓰러져있었다.

 

그는 금포錦袍을 입고 몸의 반을 침대에 기댄 채 방문을 등지고 죽을 때까지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피를 흘린 채 침대를 온통 빨갛게 물들였다.

 

치명상은 가슴에 있었다.

 

피 자국은 열린 문에서 시작되어 침대까지 곧바로 이어져 분명 사고가 난 곳이 방문 앞이고 김성황은 부상을 입은 채 침대 옆까지 어렵게 와서 한쪽 손을 베개 밑으로 뻗어 흑편黑鞭을 반쯤 꺼냈다.

 

그는 성명무기인 「삼십육수구절오공편三十六手九節蜈蚣鞭」을 50세의 생일잔치 때문에 몸에 휴대하고 있지 않았다.

 

능옥상은 어떤 전투였는지 보지 못했지만 김성황은 수십 년을 사귄 자신의 의형제로 격동을 금치 못하며 전신을 떨다가 끝내 눈물을 떨어뜨렸다.

 

김부인을 비롯해 김씨 집안의 자제들은 울음을 터뜨리며 방에 쓰러졌다.

 

능옥상은 슬픔을 참고 김 부인을 부축하며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제수씨, 너무 상심하지 마시오. 삼제의 일은 우리들 사형제가 그를 위해 반드시 복수할 것이오……」

 

김 부인은 결국 울다가 기절해버렸고 능옥상은 급하게 본신 진기를 김부인의 요혈로 주입시키자 김부인은 천천히 깨어나 대성통곡하며 말했다.

「대백, 그이가 죽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요. 대백이 말씀 좀 해주세요. 어떻게 살아야 돼요……」

 

「제오조룡第五條龍」구경연은 본래 철권을 움켜쥐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듣더니 얼굴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전신 골격이 결국 우두둑 소리를 내더니 성난 소리로 말했다.

「이런 개자식, 감히 우리 셋째 형을 죽이다니. 나 구경연이 그와 필사적으로 싸우겠다!」

 

말을 하며 튀어나갔다.

 

모용수운이 신형을 번득이며 그를 막고 물었다.

「오제, 누구와 싸우려고?」

 

구경연이 어리둥절하더니 즉시 크게 소리쳤다.

「난 누가됐던지 간에 오늘 찾아온 손님들을 하나하나 때리면 설사 그를 모르더라도 두렵지 않소!」

 

모용수운이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오제, 이러면 안 되네……」

 

구경연이 성을 내며 말했다.

「저를 막지 마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때리겠소.」

 

능옥상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질타했다.

「오제, 경솔하면 안 되네.」

 

구경연은 「제일조룡第一條龍」능옥상에게 마음속으로 경복敬服하고 말을 잘 들어 앞에서는 감히 소란을 피우지 못하고 다만 쭈그리고 앉아 울면서 말했다.

「셋째 형, 누가 당신을 해쳤는지 빨리 이 다섯째에게 알려주시오. 내가 그를 천도만과千刀萬剮을 내서 당신의 복수를 하겠소!」

 

능옥상이 눈살을 찌푸리며 탄식을 했다.

「제수씨, 이 일은 내가 보기에 아무래도 관청에 신고하여 처리하는 편이 좋을 것 같소.」

 

김 부인은 천천히 얼굴을 들더니 얼굴 가득 눈물이 흐르고 피가 흐르자 문득 무엇인가 생각나기 시작하자 말을 했다.

「좋아요. 그이의 두 친구가 모두 천하명포天下名捕인 냉혈冷血과 류격연柳激煙으로 모두 자리에 있는데 왜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습니까?」

 

능옥상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그들 두 사람이 있으니 삼제三弟의 사건 경위를 파악한다면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진범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오!」

 

※                          ※                          ※

 

류격연柳激煙이 누구인가?

 

류격연은 누구가 아니고 류격연은 오호구주五湖九州, 흑백양도黑白兩道, 십이대파十二大派 모두가 육선문六扇門 최고의 명수인 「신포神捕」로 존칭하는 존재이다.

 

「신포神捕」의 의미는 포쾌의 신神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귀신같이 범행을 저지르더라도 그는 끝까지 추적하여 진범을 재판에 회부할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류격연은 재지才智이 뛰어나고 무공도 높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젊어서 삼십여 세에 불과하며 그가 사용하는 무기는 단지 작은 담뱃대煙杆일 뿐이었다.

 

듣자하니, 그의 연간煙杆(담뱃대) 아래에서 이십초를 넘긴 자가 없었다고 한다.

 

「神捕」 류격연은 지혜와 용기를 겸비하였을 뿐만 아니라, 폭넓은 인맥을 맺어, 구류삼교, 삼산오악의 사람들 모두 그의 시선 아래 있었으며, 특히 관청에서 일하는 포쾌들은 모두 그를 청천대노야青天大老爺(결백하고 공정한 재판관)로 여기며 그의 명령에 따랐다.

 

류격연과 「무림오조룡」은 교류를 나눈 지 거의 칠년이 되었다.

 

지금 김성황이 피살되고 류격연은 정리情理가 있는 사람이니 반드시 전력을 다할 것이다.

 

냉혈冷血, 냉혈은 또 어떤 사람인가?

 

냉혈은 이십 세에 육선문六扇門 안에서는 아주 젊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천하사대명포天下四大名捕」중 한명이다.

 

「천하 4대 명포」는 무정無情, 철수鐵手, 추명追命, 냉혈冷血 네 명을 가리키며, 「신포神捕」 류격연마저 무명에 놓이게 하

였다.

 

이「천하사대명포天下四大名捕」는 모두 무림에서 손꼽히는 명수인데 각자 나름대로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냉혈도 그 중의 하나이다.

 

그는 십칠 세 때 이미 여러 차례 뛰어난 공을 세웠는데, 그는 주요 범인을 추적하여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십팔 세 때, 그는 초극고수超極高手인 혼세마왕混世魔王을 잡기 위해 그 마왕의 마교魔窖 속에 숨어 들어가 십일일 동안 불언부동不言不動하고, 불식불음不食不飲하며, 하나밖에 없는 기회를 잡아서, 혼세마왕이 방비하지 않는 틈을 타,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다! 십팔 세의 소년이 뜻밖에도 혼세마왕을 사로잡을 수 있었으니, 한동안 무림이 들썩였다.

 

십구 세 때 그는 단인필마單人匹馬로 삼림으로 틈입闖入하여 열세 명의 극도劇盜을 추살追殺하였고 심지어는 그 자신의 무공보다 두 배나 높은 적의 수뇌도 그의 검 아래에서 고혼이 되었다. 당시 그는 만신창이滿身瘡痍의 몸을 이끌고 현성縣城으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그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나 한 달도 되지 않아 그는 책마출동策馬出動하여 악도惡徒들을 추적하여 붙잡았다.

 

냉혈은 검법에 뛰어나다. 강인한 그의 검법은 이름이 없다. 그는 찌르는 검은 빠르고 정확하며 잔인하지만 모두 초식명칭이 없다.

 

초식은 단지 형식일 뿐 살인할 수 있는 검술이 좋은 검법이라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그래서 냉혈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육선문의 배분輩分이 상당히 높다.

 

하지만 그는 젊고 강직하여 많은 포쾌捕快들이 그에게 복종하지 않았다. 그들은 차라리 류격연을 따르고 싶어 했다. 그래서 류격연의 명성은 그에 비해 훨씬 컸다.

 

냉혈과 김성황은 서로 알고 지낸 지가 일 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일찍이 그와 능옥상은 창주대도滄州大盜을 추집追緝하는 과정에서 합작을 한 이래 이미 삼 년 간의 친분을 쌓았다.

 

김성황의 사건이 발생했으니 냉혈도 절대 좌시坐視하지 않을 것이다.

 

※                          ※                          ※

 

냉혈은 서 있었다.

 

그는 서 있을 수 있는 한은 절대 앉아 있지 않을 것이다.

 

앉아 있으면 정신이 해이해져서 만일 적과 조우했을 때 반응이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류격연은 앉아 있었다.

 

그는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 절대 서지 않을 것이다.

 

서 있으면 정신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일단 적과 조우했을 때 민첩함을 보일 수 없기 때문이다. 최대한 휴식을 취해야만 체력과 재능이 최대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모두 김성황의 방에 있었고 피바다에 쓰러진 김성황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류격연이 천천히 말했다.

「능형, 당신이 올라왔을 때 이곳의 상황이 이랬습니까?」

 

능옥상이 침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노부는 이미 어느 누구도 물품을 이동시키지 말고 어느 누구도 제멋대로 자리를 뜨지 말라고 했소.」

 

류격연은 지혜롭게 고개를 숙이고 다시 물었다.

「능형, 위층에 올라왔을 때 어떤 수상한 사람을 본 적이 있소?」

 

능옥상이 말했다.

「삼제의 비명소리가 나자, 이제와 사제 그리고 오제가 연이어 숨어들었고 노부는 대청에 남아 손님들을 안정시켰소.」

 

모용수운이 말했다.

「내가 위층에 뛰어들자마자 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았소. 심상치 않음을 알고 사제 그리고 오제와 함께 돌파해 들어가서 본 것이라곤…… 삼제가 침상 옆에 엎드려서 죽어가는 소리로……」

 

류격연은 호기심이 동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라고 그러던가요? 똑똑히 들었습니까?」

 

모용수운이 처연하게 말했다.

「삼제는 『너,루樓……』처럼 말하며 숨이 멎은 것 같았소…… 나는 극도로 넋을 잃어서 비교적 냉정한 넷째가 대형을 불러오겠다고 했소…… 나중엔 제수씨등도 소리를 듣고 올라왔는데……」

 

류격연은 한숨을 내쉬고 탄식하며 말했다.

「애석하게도 김삼협金三俠은 말할 방법이 없었군요.」

 

갑자기 냉혈이 말했다.

「있었습니다.」

 

류격연이 말했다.

「어?」

 

냉혈이 차갑게 말했다.

「여기 루樓씨 성을 가진 사람이 없습니까?」

 

김부인이 울음을 그치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털어놓았다.

「없어요, 여기는 루씨 성을 가진 사람이 없어요.」

 

모용수운이 이어 말했다.

「빈객賓客 중에도 없습니다.」

 

류격연이 갑자기 주의를 환기시키며 말했다.

「혹시 유劉씨 성이 아닐까요?」

 

능옥상이 탁자를 치며 말했다.

「그렇지! 있을 거요! 노부가 가서 조사해보겠소.」

 

류격연이 중얼거리며 말했다.

「김삼협金三俠은 죽기 전에 결국 중요한 말을 했군요.」

 

냉혈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한 말은 흉수兇手의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냉혈은 말수가 적지만 그의 말은 종종 매우 힘 있고 결단력이 있었다.

 

류격연은 비교적 말이 많지만 그의 말은 매우 지혜롭고 침착하며 듣기 좋았다.

 

※                          ※                          ※

 

능옥상은 손에 명단을 가지고 재빨리 위층으로 올라가서 탄식하며 말했다.

「손님 중에는 확실히 유劉씨 성을 가진 사람이 두 명 있고, 가복家僕 중에도 유劉씨 성을 가진 사람이 한 명 있소.」

 

류격연이 말했다.

「어? 그들은 의심할 여지가 있습니까?」

 

능옥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두 명의 유씨 손님 가운데 한 명은 유아부劉亞父라고 무공을 전혀 모르지만 평소 삼제에게 진귀한 물건을 판매한 상점 주인이라 삼제가 생일잔치에 그를 초청했소. 이 사람은 전혀 의심할 바가 없소.」

 

류격연이 말했다.

「그리고 한 명은?」

 

「이 사람은 무공을 좀 할 줄 알고, 명성도 그다지 좋지 않지만 삼제에 대해서는 줄곧 마음 속으로 경복敬服하고 있다오. 그의 무공으로는 설령 삼제가 방비를 하지 않는 틈을 타서 그가 느닷없이 출수를 한다 해도 성공하기는 절대 불가능하다오. 그는 유구여劉九如라고 하는데 외호는 『철척鐵尺』으로 강호상에서 별로 유명하지 않으니 아마 자네 두 사람도 들어본 적은 없겠지요?」

 

류격연이 웃으며 말했다.

「유구여는 현재 사십삼세로 병기는 이촌삼척짜리 철척이고 주색酒色을 좋아하며 공과功過은 없지만 사고를 일으키기 좋아하여 한 번 체포되어 류주柳州감옥에 들어간 적이 있으며 가족은 없고 남들 앞에서는 김형金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요.」

 

이 류격연은 「신포神捕」에 걸맞게 일개 무림소졸武林小卒까지도 그의 일생을 이렇게 정확히 기억하여 줄줄 외우고 있다.

 

능옥상은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과연 신포는 신포답군요. 정말 감탄했소.」

 

류격연이 웃으며 말했다.

「저야 거기서 밥 먹는 사람인데 강호상의 모든 것을 당연히 손바닥 보듯 해야지요.」

 

냉혈이 차갑게 말했다.

「나는 유구여는 잘 모르겠는데 또 유씨 성을 가진 하인은 어떻습니까? 」

 

능옥상이 웃으며 말했다.

「이건 더더욱 불가능하다오. 한 명이 있는데 일곱 살짜리 여자아이라오. 삼제가 막 사온 계집종으로 아직 경조사를 구분하지 못한다오.」

 

갑자기 모용수운이 말했다.

「대청에 있는 손님 중에 사고가 났을 때 떠난 사람이 있는 지 알아볼까?」

 

류격연이 말했다.

「대청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당신들 친구들입니까?」

 

능옥상이 말했다.

「이름을 도용해서 온 사람이 없다는 것을 노부가 모두 조사했소.」

 

류격연이 말했다.

「이중 김삼협金三俠과 숙원宿怨이나 혹은 집안의 원한世仇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요?」

 

김부인이 흐느껴 울며 말을 이었다.

「아니요. 절대 있을 수 없어요. 남편의 생일을 축하할 때 초청할 명단은 모두 저와 상의를 했던 것인데 우리는 연회 중에 무슨 불쾌한 일이 생길까 봐 말썽을 부릴 것 같은 혹은 원한이 있는 사람은 모두 초대하지 않았습니다만 누가 알겠어요. 아니면……」

 

김부인은 말하다가 또 울기 시작했다.

 

류격연이 말했다.

「차라리 능형이 사람을 보내서 심사협沈四俠에게 대청에 있는 사람들을 놓아주라고 이르시지요. 그것은 소용이 없는 일입니다. 아무도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죠. 그래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이 대청 안에 있지 않았을 겁니다. 예를 들어 말하면 그때 저는 화원에서 대나무를 감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조사하면 아마 저도 혐의가 있을 것입니다.」

 

능옥상이 웃으며 말했다.

「류형은 웃으며 말했지만 나의 삼제는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 저택에 있었는데 만일 대청에 있는 하객이 손을 쓰지 않았다면 어떤 적이 이 저택에 침입을 했겠는가? 또 삼제의 공력으로 봐서 천하에 그 어떠한 사람도 일초에 죽일 수는 없다네. 삼제는 분명 무방비 속에 피습을 당했을 것이기에 삼제의 지인에 의한 것이라 우려되네.」

 

류격연이 읊조리며 말했다.

「지인, 반드시 지인이어야 한다. 김삼협金三俠은 검끝과 같은 병기에 맞아 치명적이었으며 게다가 그의 가슴을 찔렀다는 것인데, 이것으로 봐서 김형의 무방비를 제외하고 단칼에 성공했다는 것은 김형의 지인으로 무공이 지극히 높다는 것 말고는 성공하기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지요.」

 

모용수운도 이어 말했다.

「그렇지 않은가요? 내가 삼제의 성격을 아는데 그는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채찍을 몸에서 풀지를 않는다오. 지금 그는 몸을 돌려 채찍을 빼낸 후에 엎드려 있소. 봐서 알 수 있소……아……삼제, 자네는 너무 억울하게 죽었어……」

 

류격연이 탄식하며 말했다.

「능형, 모용이협, 당신들은 최근에 김삼협이 어떤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었었는지 알고 있습니까?」

 

능옥상이 길게 탄식을 하며 말했다.

「무림인들은 원한 맺는 것을 피하기 어렵소. 다만 누가 김삼제와 이런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기어코 그의 생일날 와서 저격하리라곤 알지 못했소.」

 

갑자기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더니 청의를 입은 하인 한 명이 소처럼 숨을 헐떡이며 허둥지둥 뛰어 들어와서

김부인을 보더니 무릎을 꿇고 말을 잇지 못했다.

 

능옥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무슨 일이 있으면 먼저 숨을 돌리고 말 하여라. 다시는 네 주인을 놀라게 하지 마라.」

 

그 하인은 몹시 허둥대며 말했다.

「방금……방금, 소인이 대청에 계신 손님들께 차 따를 물을 갈아주려고 화원을 지나가는데 뜻밖에도, 뜻밖에도 그 홰나무 뒤에서 한 손이 내밀어지며 소인의 목을 쥐여서 정말 소인은 놀라 죽는 줄……」

 

「너는 어떻게 도망 왔느냐?」

 

그 하인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아닙니다요. 소인이 도망온 게 아닙니다요. 그가 소인을 놔주고 갔습니다요……”

 

능옥상이 말했다.

「너는 그의 모습을 똑똑히 보았느냐?」

 

그 하인은 멍청하게 말했다.

「소인이 감히 어떻게 뒤를 돌아볼 수 있나요. 놀라 죽지 않았으니 이미 충분하다고…… 목숨이 아까웠습니다요.」

 

류격연이 말했다.

「너는 그가 왜 널 보내줬는지 아느냐?」

 

그 하인은 더듬더듬 말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은 소인에게 은 한 냥을 줬습니다요……손이 컸습니다요…… 은 한냥과 어르신께 전달하라고 소인에게 편지 한 통을 줬습니다. 소인이 은자를 원한 게 아니라 그가 말했습니다. 소... 소... 소인이 전달하지 않으면 그가 한번 힘을 쓰면…… 힘을 쓰면 소인을 죽일 수 있기에……」

 

냉혈이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편지는?」

 

그 하인이 덜덜 떨면서 편지를 꺼내고 김부인金夫人이 받으려고 하자, 류격연이 손을 약간 흔들어 자신이 편지를 받겠다는 뜻을 표시했다. 손에 균형을 잡고 다시 바람이 부는 창문 옆에서 두 개의 연을 집어넣고 마침내 편지를 찢었는데 이는 확실히 편지에 어떤 함정이 없었기 때문에 류격연은 김부인에게 편지를 건네주어, 김부인이 읽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 능옥상을 시비를 불러 김부인을 부축하게 하고 큰 소리로 편지를 읽었다.

 

제일조룡 능옥상凌玉象, 제이조룡 모용수운慕容水雲, 제사조룡 심착골沈錯骨, 제오조룡 구경연龜敬淵, 대감大鑒 :

 

십년 전 「비혈검마飛血劍魔」파촉인巴蜀人의 혈채血債을 기억하는가? 오늘 그의 후인은 너희들이 목숨으로 갚을 것을 요구한다. 첫 번째는 김성황金盛煌이다. 삼일내로 「무림오조룡武林五條龍」은 깨끗하게 죽여주마. 십년전의 피맺힌 원한을 마칠 때까지 너희들은 죽음을 기다려라.

 

검마전인劍魔傳人 근배謹拜

 

※                          ※                          ※

 

「비혈검마飛血劍魔」?

 

이 이름은 김부인을 어지럽게 했을 뿐만 아니라 능옥상, 모용수운 그리고 구경연도 얼굴색이 창백해졌고 류격연과 냉혈도 얼굴에 격동의 빛을 띄웠다.

 

파촉인巴蜀人 냉혈비마는 십 년 전 흑백양도黑白兩道으로부 악귀로 여겨지던 대요마大妖魔으 수도 없이 사람을 죽이고 사악邪惡한 일을 저질렀다. 단지 청풍산清風山을 독점獨佔 하기獨佔 위해 청풍채清風寨을 피로 씻었는데 청풍채의 칠십팔 명의 흑도고수가 그의 손에 전원 사망하였고 또한 자하거紫河車을 위해 낙양성洛陽城에 있는 백 명에 가까운 임산부를 죽여 낙양의 군호群豪들이 그를 포위 공격하자 그도 그들을 거의 다 추살 했고 그 일로 백도 고수 팔십삼 인이 죽었다.

 

비혈검마의 무공도 정점에 이르렀는데, 특히 「비혈검飛血劍」일식은 번개처럼 빠르게 적의 가슴을 찔러 지금까지 그의 이 일격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비혈검마에게는 세 명의 전인傳人이 있는데 온갖 악한 짓은 다 했다. 당연히 무공은 비혈검마에 비해 훨씬 못하지만 비혈검마의 체면 때문에 어느 누구도 감히 이 젊은 살성煞星들을 건드리지 못했다.

 

비혈검마는 실로 죽을 운명에 처한 것 같았다. 그는 낙양성을 피로 씻은 뒤 창주부에 이르자 무림오조룡의 사부인 「대맹룡大猛龍」 관경산關更山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비혈검마와 일전을 치르기로 했다.

 

무림오조룡의 무공은 이미 이와 같이 훌륭하였는데 그들의 사부 관경산의 무공은 더욱 대단하였음에도 화산華山 꼭대기에서 비혈검마와 사주야四晝夜을 싸워 여전히 고하를 가리지 못했다.

 

당시 비혈검마의 제자는 여전히 낙양성에서 주색잡기에 몰두하고 있었고 창주에 있던 무림오조룡은 사부가 삼일 동안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되어 화산에 올라 관전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이 화산에 올랐을 때 비혈검마가 결국 한 수 위로 비혈검飛血劍으로 관경산關更山의 심장에 번개같이 찔러 넣었고 관경산도 죽으면서 비혈검마에게 일장을 명중시켜 중상을 입혔다.

 

무림오조룡은 사부가 참살당하는 것을 보고 자연 물불을 가리지 않고 앞으로 필사적으로 나섰다. 사주야의 고전으로 이미 매우 피로했고 설상가상으로 몸에 중상을 입고 혈검을 회수하지 못한 채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일주야一晝夜의 악전고투를 펼친 비혈검마에게 무림오조룡은 많은 부상을 입었으나 끝내 힘을 합친 한 줄기 예기로 비혈검마의 목을 잘라 죽였다.

 

이 일전一戰이 바로 무림에서 유명한 「오룡투광마五龍鬥狂魔」다.

 

이 일전은 또한 무림오조룡을 아직도 공포에 떨게 만들었고 매번 비혈검마와의 일전을 언급할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관경산의 제자들은 엄격한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무공이 높았기에 비혈검마라는 광마狂魔을 죽일 수 있었지만, 비혈검마의 제자들은 비록 비혈검마의 진전真傳을 얻었지만 열심히 배우려 하지 않고 사부의 위명에 기대어 강호를 횡행하다 사부가 피살되자 흔적도 없이 도망쳐 이름을 숨기고 다시는 강호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비혈검마의 무공은 이미 그들에게 전수되었고 일단 그들이 연성을 한다면 또 한 차례 무림의 재앙이 될까 걱정되었다. 이는 무림오조룡이 줄곧 마음속에 품고 있던 어두운 그림자였다.

 

그리고 비혈검마의 후인이 마침내 복수를 하러 왔다..

 

비혈검마 후인의 성세로 냉혈과 류격연등도 곤란하게 되었다.

 

김씨 집안사람들은 능옥상, 모용수운 구경연등을 바라보며 얼굴에 온통 불길한 공포감을 나타냈다.

 

※                          ※                          ※

 

건물 안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갑자기 구경연이 한 마리의 호랑이가 달려들 듯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오려면 오라하지, 비혈검마 그 노마도 우리 손에서 고꾸라졌는데 그 잡종 놈이 나올 용기가 있다니 나 구오야가 그의 목을 따는지 못 따는지 보자!」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침음성을 흘리며 아무도 호응하지 않았고 단지 그의 홍종洪鐘같은 큰 목소리만 남아 건물 안을 맴돌았다.

 

능옥상이 손에 편지를 쥐고 그저 몇 번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좋다, 비혈검마 전인, 우리 무림오조룡이 칼을 못 뽑을 정도로 늙지는 않았으니 아직도 생사를 걸고 싸울 수 있다!」

 

류격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분의 무공으로야 파촉전인巴蜀傳人이 두렵지 않겠지만 문제는 적은 어둠 속에 있고 우리는 밝은 곳에 있다는 것입니다. 파촉의 후인이 도대체 누구인지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니 조금 손해 볼까 두렵소.」

 

냉혈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파촉인巴蜀人의 『비혈검飛血劍』일격인데 무공으로 논한다면야 흉수는 네 분의 적수가 아닐 수도 있지만 집중해서 경계를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도 비혈검은 피할 수가 없을 것이오.」

 

류격연이 말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파촉의 전인인지 찾아내는 것으로 저는 심사협沈四俠이 먼저 대청에 있는 사람들을 풀어주어 타초경사를 벌이지 않도록 하여 상대방이 행적을 감추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능옥상凌玉象이 고개를 끄덕이며 모용수운慕容水雲에게 말했다.

「이제二弟, 번거롭겠지만 한번 가서 심사제沈四弟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그를 돌아오도록 하게. 대청의 일도 자네가 가서 좀 진정시키게!」

 

慕容水雲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사람은 벌써 표연飄然히 건물 밖으로 나갔다.

 

류격연柳激煙이 긴 한숨을 내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사건을 일으킨 사람의 몸놀림이 워낙 빨라 김삼협金三俠의 외마디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당신들이 달려왔음에도 그를 놓치고 말았구려. 」

 

龜敬淵은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쥔 채 소리쳤다.

「제기랄, 만약에 내가 그를 마주쳤더라면……」

 

편지를 가져온 하인이 갑자기 쭈뼛쭈뼛하며 말했다.

「아룁니다. 어르신께 아룁니다……」

 

凌玉象은 귀찮은 듯 가볍게 꾸짖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냐. 빨리 말해라.」

 

하인이 벌벌 떨며 말했다.

「소인이 대청에 가기 전에 아복阿福이 창백한 얼굴로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소인이 주제넘게 무슨 일이냐고 그에게 물었지요. 그, 그가 말하기를, 누가 주인어른을 죽이는 것을 보았다고 했지만 그는 감히 또 말을 꺼내지 못했습지요……」

 

능옥상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그가 누구라고 말했느냐?」

 

하인은 더욱 당황스러워하며 말했다.

「아……아니……아니요……안 했습니다. 그 후 소인은 화원을 지나 대청으로 갔습지요……」

 

능옥상이 중얼거리며 말했다.

「어쩐지 내가 위로 뛰어올라 갈 때 아복이 할 말이 있는 것 같더라니…… 그때 나는 너무나 급해서 멈추지 못했는데……」

 

류격연 역시 안색이 크게 변하며 말했다.

「그래, 이게 단서야. 지금 아복은 어디 있지?」

 

그 하인이 말했다.

「그는, 그는 아주 무서워하는 것 같습니다. 시방柴房(땔나무를 보관하는 창고)으로 갔습니다.」

 

류격연이 말했다.

「자, 능형, 저는 구오협龜五俠과 함께 아복阿福이 누구를 봤는지 물어보러 가겠습니다. 구오협이 김부金府에 대해 잘 아니 그가 그 자리에 있으면 아복이 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또한 냉혈형은 천리를 추적하고도 실수가 없었으니 이번에 손님들이 흩어진 후 유구여劉九如를 추적해 주시오. 그가 옛날에 류주柳州에서 살인을 저질러 체포된 적이 있으나 후에 증거 부족으로 석방되었으니 이 많은 사람 가운데 그가 가장 의심스럽습니다. 만약 그가 살인을 저지른다면 그를 추적하다 돌아가시오. 만약 의심이 가는 곳이 있거나 혹은 그가 범행을 저지른 흉기를 찾을 수만 있다면…… 이 일은 냉형이 한 번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능형은 여기 김부인과 현장을 정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능옥상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리 형제 일로 두 분을 바쁘게 하니 노부가 맘이 편치 않구려.」

 

류격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김삼협의 일에 관해서는 냉혈형과 나는 김삼협의 벗이고 우리들 또한 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니 자연히 자신의 임무이고 도리에 맞는 일이니 어찌 감사할 일이겠습니까? 만약 이 사건이 너무 어렵다면 제가 장지동莊之洞과 고산청高山青에게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그들은 지금 창주滄州에 있습니다. 이러한 일에는 전문가라고 말 할 수 있는 그들이 있으니 사건의 경위는 분명 조속히 밝혀질 것입니다. 이렇게만 얘기할 테니 우리는 따로따로 진행합시다.」

 

능옥상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만일 장莊, 고高 두 분이 손을 쓴다면 파촉인이 다시 살아난다 해도 우리를 어찌할 수 없을 것이오.」

 

※                          ※                          ※

 

이곳은 다사다난한 무림이고 고수가 배출되는 무림이니 살육 사건도 필시 많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육선문六扇門아문衙門의 별칭에는 반드시 뛰어난 고수가 있어야만 강호상의 흉악범들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아문衙門관아官衙에는 확실히 뛰어난 고수들이 몇몇 나왔는데, 「무림사대명포武林四大名捕」와 「신포神捕」가 그중의 출중한 인물들이다.

 

창주滄州지역에서 왕양대도汪洋大盜들의 골치를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바로 명포두名捕頭인 「철추鐵椎」장지동莊之洞이다. 장지동은 삼십여 세에 불과하지만 무공과 기지機智를 막론하고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문관현衙門官顯과도 좋은 친분을 가지고 있어서 창주 포두들 가운데서는 그가 포중지왕捕中之王이라 할 수 있다.

 

그에게는 고산청高山青이라는 막역莫逆한 친구가 있다.

 

창주부滄州府에는 십만의 금군禁軍이 있는데 십만 금군의 교두教頭이니 무공은 자연 대단하다. 이 교두는 삼 년마다 한 번씩 교체되는데 이「거 신장巨神杖」 고산청高山青은「거신장巨神杖」고산청高山青 총교두總教頭를 세 번이나 연임했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창주부의 관방무림官方武林의 고수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대인물大人物이다.

 

광대한 무림에서 그들의 명성은 당연하게도 여전히 냉혈冷血과 류격연柳激煙에 비할 수 없지만 창주부내에서 그들의 명성은 냉혈과 류격연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다.

 

냉혈과 류격연 게다가 장지동과 고산청까지 더하면 능옥상이 말한 바와 같이 「비혈검마飛血劍魔」파촉인巴蜀人이 다시 살아난다 해도 「무림오조룡武林五條龍」의 네 명을 더하면 파촉인은 아마 겁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일이 그렇게 간단할까?

 

※                          ※                          ※

 

일이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다.

 

류격연柳激煙과 구경연龜敬淵은 시방柴房을 향해 걷는데 구경연이 앞에 가고 류격연은 뒤에서 신중하고 침착하게 따랐다. 구경연은 줄곧 앞에서 으르렁 거리며 말했다.

「……당초當初 우리가 파촉인을 죽인 후, 제기랄 나는 참초제근斬草除根을 위해 그 파촉인 마두의 세 제자를 제거하겠다고 굳게 결심했음에도 대형과 둘째형이 바른 사람이 될 여지餘地를 남겨야 한다면서 제거하지 않았지! 여지餘地! 여지餘地! 지금 셋째형이 남에게 해침을 당했는데 여지는 무슨!」

 

류격연은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해가 저물고 주위엔 아무도 없자 김부金府의 이런 변란에 내빈들은 실망하여 돌아갔고 김부의 사람들도 매우 슬퍼하며 대청 앞에 모였다. 구경연은 걸어가면서 전면의 낡은 집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아복阿福,아복阿福,얼른 나와 봐라. 네게 물어볼 말이 있느니라!」

 

집 안에 있는 사람이 한 마디 대답하고는 시방柴房의 문을 닫자 구경연이 화를 내며 말했다.

「담도 없는 녀석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있으니 그를 죽인 사람이 무섭더냐! 누가 감히 김부에서 소란을 피우겠느냐 이번엔 이 구로오龜老五가 그를 용서치 않을 것이야……」

 

류격연이 홀연 몸을 웅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군가 담을 넘어 들어왔소!」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하늘 높이 치솟아 마치 무슨 암기暗器를 피하는 듯하더니 일장一掌을 반격하였다!

 

이 일장이 돌담을 가격하자 꽝하는 굉음이 나며 돌담의 일각이 무너지고 먼지가 하늘에 가득한데 담장 밖에 인영이 번쩍이며 사라지는 것만 보였다.

 

구경연은 노하여 밖으로 뛰쳐나가며 소리쳐 말했다.

「류형,,당신은 그쪽으로 쫓으시오. 이쪽은 내가 쫓겠소. 그가 그쪽으로 도주하는지 보시오!」

 

세 번의 오르내림으로 정원까지 쫓아왔지만 앞선 사람을 보니 신법이 경쾌하여 구경연은 자기가 따라갈 수가 없음을 알고 소리쳤다.

「도둑놈아, 도망가지 마라. 내가 네놈 할배와 네놈을 베러 쫓아가겠다!」

 

말을 하며 일장을 날려 한 그루의 나무줄기에 쾅하고 격중되어 나무가 쓰러지고 우르릉 소리 속에 나뭇잎이 하늘 가득 날아올랐다.

 

능옥상凌玉象, 모용수운慕容水雲, 심착골沈錯骨등 삼인이 황의, 백의 흑의를 펄럭이며 벌써 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凌玉象이 소리치며 말했다.

「다섯째, 어떤 사람이냐?」

 

구경연이 헐떡이며 말했다.

「누가 우리를 암살하려 했소!」

 

慕容水雲이 급히 물었다.

「어디 있어?」

 

구경연은 다시금 분명히 보았지만 나무가 꺾이고 가지가 부러졌는데 거기에 무슨 사람이 있단 말인가? 구경연이 화를 내며 말했다.

「이 도둑놈은 감히 나와 손을 섞지 못하고 저쪽으로 도망쳤소!」

 

능옥상이 말했다.

「다섯째, 자네는 아복阿福을 찾았는가?」

 

구경연이 말했다.

「아니오. 그가 막 집에서 나오려는데 우리는 이 사람을 만났습니다.」

 

능옥상이 놀라 물었다.

「류형은?」

 

구경연이 말했다.

「그도 역시 뒤쫓아 갔습니다.」

 

능옥상이 급히 물었다.

「이런, 빨리 가서 도와주게!」

 

황黃, 백白, 흑黑 세 명의 인영이 마치 하늘에서 매가 원숭이를 채는 것처럼 한 번의 오르내림으로 이미 십여 장밖에 있어 구경연은 영문도 모르는 바보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                          ※                          ※

 

능옥상, 모용수운, 심착골등 삼인은 일제히 시방柴房 문 앞에 와서는 동시에 멈추고 멍하니 서 있었다.

 

시방柴房 문 앞에 하인 차림의 한 사람이 서 있는데 그는 바로 아복阿福이었다.

 

그러나 아복은 그들을 보고 읍揖을 하지도 웃지도 않고 다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그들을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었다.

 

아복은 그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그가 주인을 보고도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복이 그들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배제할 수는 없다.

 

눈을 부릅뜨고 사람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몇 명뿐이고 눈이 먼 사람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사람이다.

 

아복阿福은 눈이 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죽은 사람일 수밖에 없었다.

 

심착골沈錯骨이 새파란 얼굴로 다가서고 손가락이 아복에 닿자 아복이 쓰러졌다.

 

아복의 앞모습엔 반 가닥의 상처도 없었지만 그의 등 뒤에는 청삼이 피에 물들었는데 예리한 병기에 심장을 찔린 것 같았으나 가슴을 뚫고 나오지는 않았다!

 

아복은 눈을 감지 못하고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그의 눈은 공포로 가득했으며 입을 크게 벌리고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았다.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을 만났기에 이렇게 두려워했을까?

 

심착골이 차갑게 말했다.

「다섯째가 실수했군. 그는 절대 아복을 떼어놓지 말았어야 했어.」

 

모용수운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복은 이미 영원히 말할 기회가 없게 되었는데 그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 했을까?」

 

능옥상이 갑자기 말했다.

「류포두柳捕頭가 무사했으면 좋겠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사람이 벌써 시방柴房의 지붕에 뛰어올랐다가 하마터면 비틀거리며 밑으로 떨어질 뻔했다. 모용수운이 놀라며 말했다.

「류형柳兄!」

 

류격연은 겨우 대답하며 뛰어내렸는데 얼굴색은 창백했고 가슴을 누르며 몹시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능옥상은 급히 다가가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

「류형, 무슨 일이오?」

 

류격연은 눈을 뒤집고 뒷가슴을 가리며 탁한 기침을 몇 번 하다가 겨우 말했다.

「제가 이곳에 오니 누군가 나타나자 구오협이 쫓았습니다. 저도 곧바로 쫓으려는데 갑자기 돌담 모퉁이에 복면인이 숨어있다 덮치는데 굉장했습니다. 출수도 빨라서 저를 꼼짝 못 하게 했지요. 힘겨운 싸움이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일장을 허용하고, 음(신음소리).., 그, 그도 저에게 가볍지 않은 일장을 맞았습니다!」

 

능옥상이 길게 탄식하며 말했다.

「이 사건 때문에 류형이 거의 목숨을 잃을 뻔 하다니, 참....」

 

류격연이 탄식하며 말했다.

「이건 당신들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상대가 너무 강했기 때문입니다.」

 

심착골이 차갑게 말했다.

「류형은 상대가 어떤 장법을 사용했는지 알 수 있습니까?」

 

류격연이 말했다.

「그의 출수가 너무 빨라 저도 그가 무슨 장력을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이 장법은 제 목숨을 빼앗지는 못했습니다! 만약 제가 억지로 그와 일격을 교환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잘못되었을 것이오. 우리는 피차간에 모두 일격을 상대방에게 얻어맞았기 때문에 손을 쓸 때 오히려 전력을 다하지 못했소.」

 

모용수운이 말했다.

「류형은 먼저 가서 좀 쉬시오.」

 

류격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냉혈은 아직 있습니까?」

 

능옥상이 대답했다.

「그는 이미 유구여劉九如을 미행해 갔소.」

 

류격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무엇이 생각난 듯 비명을 지르며 말했다.

「구오협龜五俠은 저 안에 있습니까?」

 

모용수운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가 그를 만났었소...」

 

갑자기 웃음이 사라지고 곧 능옥상의 가라앉은 목소리만 들렸다.

「그는 혼자 떨어졌으니 어서 가보자.....」

 

※                          ※                          ※

 

정원에는 부러진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나뭇잎이 사방에 널려있었다.

 

생장력이 풍부한 나무가 딱딱하게 잘려나가는 것은 매우 잔인한 일이다.

 

이 나무는 구경연이 적을 추격할 당시 일장에 쪼개어 부러졌던 것이다.

 

지금 나무 옆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근처의 낙엽은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로 붉게 물들었다.

 

건장하고 생명력이 강한 사람이 비참하게 살해당하는 것은 더욱 잔혹한 일이다.

 

이 쓰러진 사람은 바로 무림오조룡의 다섯째인 구경연이었다.

 

그가 이 나무를 쪼개서 넘어뜨린 것인데 또 누가 그를 갈라서 넘어뜨렸는가?

 

그는 본래 갈라져 쓰러지지 않아야 한다. 그는 도창불입刀槍不入의 「금강불괴신공金剛不壞神功」을 연마했고 이어 「십삼태보十三太保」도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으며 또한 그는 「철포삼鐵布杉」도 겸하였고 어릴 때부터 익힌 「동자공童子功」을 지금까지 중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쓰러졌다.

 

능옥상, 모용수운 심착골이 시방에 가는 순간에 그는 쓰러졌다. 심지어 싸우는 소리도 없었다. 설마 일신에 이렇게 높은 무공을 가진 사람이 발버둥을 치지도 못했다는 말인가?

 

류격연은 아무 말 없이 담뱃대에 불을 붙여 황혼 속에서 새빨간 연기만이 밝게 반짝였다.

 

능옥상은 갑자기 비쩍 마른 노인으로 변했다. 지금까지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 위세 등등했던 「장공십자검長空十字劍」능옥상이 이렇게 늙었고 이렇게 말랐다.

 

모용수운은 전신을 미미하게 떨며 어둠이 내리는 가운데 눈물을 흘렸다.

 

심착골의 흑포가 흔들리고 얼굴색이 새파래졌다.

 

아직 해질 무렵이지만 이날 하루는 이제 막 지나가려 한다. 아직은 안 지났지만.

 

심착골의 목소리는 유달리 침착했다.

「다섯째의 치명상은 좌우의 태양혈太陽穴이 누군가의 손가락에 찔려 죽은 것이오.」

 

류격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즉, 구오협을 살해한 자는 이미 그가 익힌 무공을 잘 알고 있었으며 또한 좌우의 태양혈이 구오협의 유일한 급소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오.」

 

능옥상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쨌든 구오제가 무방비 상태로 있지 않았음에도 일격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류격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양혈은 사혈이긴 하지만 남에게 격중되기도 쉽지 않은데, 하물며 구오협의 무공으로!」

 

심착골이 냉랭하게 말했다.

「다섯째가 결코 방비하지 않는 지인을 배제한다면 말입니다.」

 

모용수운이 말했다.

「그래, 흉수는 분명 아는 사람이야!」

 

심착골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가 누구인지 모르고 벌써 두 명의 형제를 잃었습니다.」

 

능옥상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부터 우리는 어느 누구도 적에게 손쓸 기회를 주지 않도록 적어도 두 사람이 함께 있어야만 행동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적어도 그런 억울한 죽음을 당할 수는 없다!」

 

류격연이 갑자기 말했다.

「좋지 않군요.」

 

능옥상이 급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오?」

 

류격연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상대방은 절대 한 사람이 아닙니다. 냉혈형이 유구여를 미행하는데 만약 구오협과 아복의 죽음이 유구여와 관련이 있다면 지금 냉혈형이 걱정됩니다. 지금이면 이미..... 」

 

모용수운이 발을 한번 동동 구르며 말했다.

「우리 즉시 따라가 봅시다.」

 

류격연이 차분하게 말했다.

「모용삼협慕容三俠 흥분하지 마시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당신들 세 분의 목숨이오.... 내가 보기에 장지동莊之洞, 고산청高山青 두 분이 와서 도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말을 하며 자신의 품에서 두 마리의 작은 전서구를 꺼내어 두 통의 편지를 써서 전서구의 발톱에 묶어서 하늘을 향해 날리자 두 마리의 전서구가 황혼 속에서 하늘로 선을 그으며 파닥파닥 저녁 안개 속의 하늘로 날아가 잠시 후 보이지 않았다.

 

류격연은 점점 멀어져 가는 전서구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며 말했다.

「장, 고 두 분은 저와의 친분으로 내일 아침 이곳으로 올 수 있을 겁니다.」

 

※                          ※                          ※

 

사십여 세의 유구여는 매우 건장해 보였으며 마치 무궁한 정력을 가진 것 같았다. 김부에서 나온 이후엔 슬픈 기색도 없었다. 냉혈이 그를 미행했는데 몇몇 거리를 지나가며 그가 단지 술을 한 주전자 사는 걸 봤을 뿐인데 걸어가며 술을 마셔선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잔뜩 취해있었다.

 

냉혈은 눈살을 찌푸리고 더 이상 미행하기 싫었지만 냉혈은 줄곧 참아가며 생각을 바꿔 그가 집에 돌아가서 무엇을 할지 알기 위해 계속 그를 미행하기로 했다.

 

이번 미행에서 유구여劉九如는 끝도 없이 술을 마시고 또 술귀신酒鬼의 집을 두드렸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말다툼을 벌인 뒤 유구여는 기분이 언짢다며 일어서서는 한 주먹에 그놈을 때려눕히고 비틀거리며 돌아갔다.

 

황혼이 짙게 깔리고 밤의 어둠이 이미 커다란 그물망을 만들어 사방에 널리 퍼졌다.

 

유구여는 길을 돌고 건너고 또 골목을 돌고 건너더니 몇 개의 작은 골목을 지나니 대부분의 집들이 다 황폐하여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었다. 유구여는 방 한 칸을 찾아 기어들어갔다.

 

이곳은 본래 도자기를 굽는 가마로 낮에는 인부들이 이곳에서 도자기를 굽고 저녁때가 되면 떠나던 곳으로 유구여는 집이 없어 돈이 안 드는 이런 곳에서 살았다.

 

이미 어둠이 내려앉고 가마의 벽돌이 드문드문 떨어져 처량함을 배가 시켰다.

 

밝은 달이 하늘에 떠 있어 자기도 모르게 온유해졌지만 오히려 처량함을 느꼈다. 먼 곳에서 모든 들개들이 짖어대는 소리가 오랫동안 귀를 거슬리게 했다.

 

조용히 유구여의 집문 앞에 다가선 냉혈은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유구여를 직접 찾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문을 두드리려고 하는데 갑자기 근처의 개 짖는 소리가 멈췄음을 알아챘다.

 

순간 그는 무의식적으로 경각심을 높였다.

 

그가 잠깐 어리둥절한 찰나에 열일곱 여덟 개의 암기가 각각의 다른 집에서 그를 향해 쏘아져 왔다!

 

암기는 정확하고 빨랐지만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이 암기들은 밝은 달빛 아래 기이한 청량색青亮色을 띠었는데 분명히 모두 독에 담금질을 한 것이었다!

 

냉혈은 홀연 앞쪽을 향해 손을 움켜쥐었다. 문을 두드리려던 손이 문을 움켜쥐는 것으로 바뀌자 쾅하는 소리가 나며 그 집의 문짝이 냉혈에 의해 억지로 잡혀 나왔고 냉혈은 문짝으로 몸을 막는 순간 ‘탁탁탁탁’ 하는 소리만 들리며 암기는 모두 나무 문짝에 박혔다.

 

단지 들리는 것은 방안의 유구여만이 비명을 지르며 말하는 것이었다.

「누구? 누구요?」

 

하지만 그때 이들 집 안에 있는 방마다 서너 명씩 뛰어나와 장도長刀를 손에 쥐고 검은 옷에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장도는 달빛을 받아 섭인懾人의 광망光芒을 내뿜으며 냉혈을 곧장 베어왔다!

 

냉혈은 이미 대답할 겨를도 없었다. 나무 문짝에 바로 수장手掌을 몰아넣어 강력한 힘을 운용하자 일시에 ‘툭툭툭툭’ 소리와 함께 문짝에 박혀있던 모든 암기들이 거꾸로 튀어나와 흑의인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흑의인들은 모두 당혹해하며 재빨리 피하고 칼을 휘둘렀다.

 

세 명의 흑의인이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과연 이 암기들은 견혈봉후見血封喉였다.

 

다른 흑의인들의 기세가 줄지 않고 곧바로 냉혈에게 덮쳐들었다.

 

냉혈은 말도 없고 후퇴도 없이 홀연 발검하여 가장 사람이 많은 곳으로 돌진했다!

 

기왕에 이미 함정에 빠졌으니 죽이고 가야 한다!

 

이것은 냉혈의 원칙이다! 감히 냉혈이 하지 못할 일이란 없다.

 

그의 발검하는 손동작은 매우 기괴하였다; 그는 손을 뒤집어 발검을 했는데 허리에 검이 있었고 검집은 없었다.

 

검집이 없는 검이 가장 빨리 뽑혔다.

 

검은 사람을 죽이려고 쓰는 것이지 보려고 가져온 것이 아니다.

 

이것도 냉혈의 원칙이다.

 

검신은 가늘고 얇으며 길고 날카로우며 공격하기 쉽고 수비하기 어렵다.

 

하지만 냉혈은 공격만 하고 수비를 하지 않았다.

 

그는 가장 좋은 수비는 반대로 공격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것 또한 냉혈의 원칙이다.

 

강호상에는 그가 사십구 초의 검법을 가지고 있으며 검초는 모두 이름이 없으나 그 기세를 막을 수 없는 것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냉혈이 역습을 가하자 복면인들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집어 포위 공격을 가했다!

 

달빛 아래 혈광이 난무했다.

 

냉혈과 가까이 있던 한 무리가 냉혈의 검에 쓰러지자 두 번째 무리가 몰려와 장도를 날카롭게 휘두르며 급소를 공격했다.

 

두 번째 무리도 쓰러지자 세 번째 무리가 또 몰려들었다.

 

이 세 번째 무리들은 싸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싸우는 도중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이놈은 무서운 놈이다. 우리가 그를 당해낼 수가 없어!」

 

「도망쳐! 빨리 도망쳐!」

 

「안돼, 수뇌부에서 꼭 죽여야 한다고 했어!」

 

「우리는 그의 적수가 아니야!」

 

「그의 적수가 되지 않아도 죽여야 해!」

 

「안 되겠다... 빨리 도망가자!」

 

비명 소리가 나는 가운데 또 세 명이 쓰러졌고 누군가 소리쳤다.

「그가 상처를 입었다!」

 

「봐라, 그가 내 칼을 맞았다.」

 

「아니야, 그는 아까보다 더 사나워졌어!」

 

「도망가자! 그가 다친 것 같다.」

 

「그가 아직도 피를 흘리고 있어!」

 

세 번째 무리도 모두 쓰러졌다. 네 번째 무리가 몰려왔지만 얼마 싸우지도 않고 반 이상이 도망쳤다. 나머지는 싸울 마음이 없어 싸우면서 도망쳐 또 반은 죽고 나머지는 모두 도망쳤다.

 

다섯 번째 무리는 없었다.

 

밝은 달이 하늘에 떠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인가 아니면 사악邪惡한 것인가?

 

달빛이 머리 위로 비추는 것은 죄악을 비추는 것인가 아니면 죄를 씻어주는 것인가?

 

밝은 달 아래 가늘고 긴 검을 쥐고 서 있는 냉혈의 어깨에는 한 가닥의 도상이 있고 피가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그는 이제껏 부상으로 쓰러진 적이 없었다.

 

출도出道이래 이만한 상처는 아주 가벼운 편이었다.

 

달 아래는 피바다요 그 피바다 속에 사십삼 인이 어지럽게 쓰러져 있었다.

 

사십삼 인이 죽은 것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했다.

 

그는 검을 출수하면 상대가 목숨이 붙어 있는지 아닌지 그 자신조차도 통제할 수가 없었다.

 

이 사람들을 죽이고 나니 그는 너무 공허해져 검을 버리고 땅에 무릎을 꿇고 달빛 아래에서 통곡하고 싶었다.

 

그는 심지어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냉혈은 갑자기 생각이 나서 유구여의 집을 확인하고 문을 밀고 들어갔다.

 

방안의 탁자와 의자가 어지러워진 것을 보니 분명히 한바탕 격전을 겪은 것이었다.

 

그리고 유구여는 몇 개의 탁자와 의자에 깔려 있었다.

 

냉혈은 급히 탁자와 의자를 밀어내고 유구여를 일으켰다. 유구여는 손에 한 자루의 철척鐵尺을 여전히 쥐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떤 사람과 악투惡鬥를 벌인 것은 분명했다. 그의 가슴에는 피가 나온 구멍이 있는데 어떤 물체에 빠르게 맞고 회수된 것이다. 아마도 유구여의 내장을 뚫은 것 같았다.

 

이러한 수법은 분명 또 「비혈검飛血劍」의 소행이다.

 

그러나 유구여는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냉혈은 급히 한 줄기 진기를 유구여의 체내로 투입하였다. 유구여의 두 눈은 뒤집혔고 많은 피를 흘려 냉혈은 그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을 알고는 물었다.

「당신이 김성황金盛煌을 죽였소?」

 

유구여는 무력한 두 눈을 미미하게 뜨고는 목구멍에서 꺽꺽 소리를 내며 말을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냉혈은 눈썹을 찡그리며 또 물었다.

「누가 당신을 죽였는지 아시오?」

 

유구여는 힘들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피가 목구멍에서 계속 흘러나와 냉혈은 암암리에 한숨을 내쉬었다. 유구여가 남보다 건장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벌써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의 가슴에 남긴 상처는 실제로 이미 그의 내맥內脈을 부숴놓았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유구여가 간신히 소리를 내어 말했다.

「나를 죽인 자는 두, 두 명, 두 명의 공公........」

 

더 말하고 싶어 했지만 피가 대량으로 뿜어내며 바로 숨이 멎었다.

 

냉혈은 천천히 유구여를 바닥에 내려놓으니 마음이 혼란스럽고 서글펐다.

 

도대체 누군데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보내 자신을 습격하려 했는가?

 

과연 유구여를 살해한 사람은 누구일까?

 

만약 유구여가 김성황을 살해한 흉수였다면 이 사건은 종결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러나 사건은 분명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상대방은 유구여를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죽이려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자신을 포위 공격한 자들이 사용한 도법과 무공은 모두 한 명의 사부로부터 배운 동문同門 사형제師兄弟들임이 분명했다.

 

어느 문파門派인데 이렇게 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보아하니 유구여를 죽인 사람은 수법이 김성황을 죽인 것과 대체로 비슷하니 이 사람이 바로 「비혈검마飛血劍魔」 파촉인의 전인일까 두렵다.

 

그러나 파촉인의 전인이라면 이 사람들의 사부는 도대체 누구일까?

 

이것들은 모두 하나하나 풀지 못하는 매듭과 같다.

 

유구여는 죽기 전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던 걸까?

 

그 두 사람은 「공인工人」인가 아니면 「공인公人」인가. 「공자公子」가 혹시 공손公孫인가. 한 사람의 이름인가 아니면 한 집단의 이름인가?

 

냉혈은 한 동안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유구여의 옷자락을 찢어 무엇인가를 찾으려는 듯 한참을 찾다가 다시 나갔다. 복면한 사람들의 얼굴가린 천을 벗겼는데 모두 낯선 사내들이었다. 냉혈은 그들의 의복을 찢고 마치 무엇인가를 자세히 보는 것 같았다.

 

달빛 아래에서 냉혈은 무언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장지동莊之洞은 비교적 작고 다부지게 보였다. 류격연에 비해 젊고 허리에 추연자椎鍊子를 감고 있었으며 똑똑하고 유능한 모습이었다.

 

고산청高山青의 모습은 장지동과 매우 비슷하지만 고산청은 장지동에 비해 훨씬 신색이 우람하게 보였다. 그래서 장지동은 보기에 왜소하고 다부지게 보였지만 고산청은 반대로 몸집이 아주 크게 보였다. 고산청은 옥과 같은 복숭아나무로 만든 곤봉棍棒을 가지고 있었다. 곤봉은 가늘고 반질반질 했으며 끝은 칼처럼 날카로웠으며 칠척 육촌의 길이였다.

 

이날은 두 번째 날의 정오였다. 즉 「검마전인劍魔傳人」이 소위 「삼일 이내에 『무림오조룡武林五條龍』을 깨끗이 죽여 없애겠다.」고 천명한 두 번째 날이었다.

 

당堂 앞에 놓인 두 구의 관. 영구靈柩 앞에 김부金府 가족들과 능옥상, 모용수운, 심착골, 류격연과 냉혈이 앉아 있었다.

 

능옥상의 아내, 아들도 당堂 안에 있었는데 그들은 어제 소식을 듣고 오늘 김가金家로 와서 능옥상을 만나본 후에야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능옥상은 자연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림오조룡武林五條龍」 가운데 진정 아들과 며느리를 본 이는 능옥상, 모용수운과 김성황 세 사람 밖에 없다. 심착골로 말하면 도인 같은 생활과 괴팍한 성격 때문에 가족도 없으며 구경연은 더욱 악을 미워하고 성격이 포악하여 몇몇 친구를 제외하고는 아내도 없었다.

 

능옥상은 처자의 안전을 위해 그들을 빨리 능가로 돌아가도록 재촉하여 지어지재池魚之災의 화가 미치는 것을 면하고자 했다.

 

장지동과 고산청 두 사람이 도착하자 류격연이 일어났다. 냉혈과 이 두 사람은 일찍이 한 가지 사건을 처리하며 만난 적이 있어 아는 사이라 할 수 있다. 류격연은 그들을 대신해 능옥상, 모용수운, 심착골에게 소개를 한 후 다시 인사치레를 하지 않고 장, 고 두 사람에게 사실을 낱낱이 알려주었다.

 

장, 고 두 사람은 장례식을 보고 곧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말을 듣고 장지동은 바로 침울하게 말했다.

「가증스런 마두가 결국 김, 구 두 분 영웅을 살해했다니 정말 통한스럽습니다.」

 

고산청이 홍종洪鐘같은 목소리로 성내며 말했다.

「능 노영웅께서는 두려워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당신을 위해 흉수를 잡아낼 것입니다.」

 

심착골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자 류격연은 상대하지 않고 고산청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고노제, 그만 됐네. 자네가 와서 우리에게 한 팔이라도 도와주는 것이 최선이네. 혼자 흉수를 잡겠다니 말도 말게나. 『천하사대명포天下四大名捕』 인 냉혈형도 여기 계시지만 여전히 속수무책 아니신가?」

 

장지동도 웃으며 말했다.

「고노제는 입심이 너무 세지요. 게다가 능, 모용, 심 세분 대협도 만만한 분들이 아닙니다.」

 

모용수운이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두 분은 너무 과찬이십니다. 고이형의 말씀은 틀린 적이 없습니다. 흉수를 잡는 것은 분명 고형등께 기대하고 있습니다. 두 분 잘 오셨습니다. 두 분이 오시기 전엔 저도 떠나는데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냉혈이 차갑게 말했다.

「모용이협은 어디로 가십니까?」

 

모용수운의 얼굴엔 우울한 신색을 띠며 말했다.

「내 처자가 교외에 살고 있는데 정보를 주고받기가 불편해서 형제와 내가 살든 죽든 간에 아무래도 돌아가서 급히 안배를 해야겠소. 나는 가능한 한 오늘 밤 이전에 여기로 돌아올 것이오. 우리 형제들은 동년동일에 태어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동년동일에 죽을 수 있기를 바라오.」

 

류격연이 말했다.

「모용이협 당신 혼자 집에 가니 너무 불안하지 않겠소?」

 

모용수운은 아주 소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대장부가 생사를 두려워할 것이 무엇이오, 다만 구질구질하게 죽지 않았으면 좋겠소.」

 

능옥상은 모용수운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둘째야, 우리는 셋째와 다섯째의 복수를 위해 살아야지 죽으면 안 된다.」

 

류격연이 느릿느릿 말했다.

「이협은 집으로 돌아가더라도 사람을 데리고 가시오.」

 

장지동은 의리상 거절할 수 없어 말했다.

「제가 모용이협을 모시고 다녀오겠습니다.」

 

능옥상이 말했다.

「둘째야, 우리에게는 류형, 냉형, 고형 그리고 넷째가 있으니 자네는 장형과 함께 가는 것이 좋겠네.」

 

냉혈이 갑자기 말했다.

모용이형, 장포두 두 분 뿐인데 손이 부족할 듯하니 모용이협께서 이번에 꼭 가셔야 한다면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그러나 능대협과 심사협은 절대 떨어지지 마십시오.」

 

류격연이 웃으며 말했다.

「냉형 당신은 안심하시오. 하물며 나와 고형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지 않소.」

 

냉혈이 어떠한 타격도 견뎌낼 수 있도록 천천히 몸을 일으켜 똑바로 세우며 담담하게 말했다.

「자 그럼 이곳은 류형柳兄과 고이형高二兄이 수고 좀 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