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第八章 烈火乾柴
'기병호'가 호수의 섬에 있는 양호방의 기지 부두에 정박하자, 수백 명의 양호방 방도들이, 부두로 달려와 마중했고, 환호와 함성이 밤하늘을 찔렀다.
지휘대에 선 정창고, 노수, 배 위의 모든 형제들은 그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양호방 방도들의 이토록 열정적으로 환영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파릉에서 이십 리 떨어진 지점에서, 그들은 양호방의 적룡주를 만났고, 형세가 매우 좋다는 것을 알고, 안내를 받아 호수에 있는 섬의 기지로 왔다.
정창고는 마음속으로 유유에게 탄복했다. 그는 수함(帥艦)을 양호방으로 보냈는데, 이는 천 마디 말보다도 더 설득력이 있었다. 유유의 양호방에 대한 성의와 중시를 충분히 표현했기에, 지금처럼 모두가 기쁨에 들떠 열광하는 광경이 나타난 것이다. 노수는 원래 양호방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몰라 속으로 몹시 불안해하고 있었지만, 이 순간 완전히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
맨 먼저 배에 뛰어오른 사람은 윤청아였고, 위품량을 비롯한, 십여 명의 양호방 두령들이 뒤따랐다. 호숫가에 있던 양호방 방도들은 더욱 격렬한 환호성을 터뜨렸고,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열광하고 있었다. 윤청아가 고운 목소리로 외쳤다:
"정공!"
정창고는 그녀의 부름에 마음이 녹는 듯했다. 그녀가 곁으로 내려오는 것을 바라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
"두 녀석과 미친놈 하나는 어디로 갔나?"
윤청아가 즐거운 듯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두 녀석과 미친놈 하나! 히히! 정공의 표현이 참 적절합니다. 그들 모두 파릉성에서 파괴 활동을 하고 있어요. 어젯밤에야 마군이라는 그 반역자를 죽였어요. 이제 파릉의 물길 교통은 우리가 끊었으니, 주소가 얼마나 더 버틸지 두고 봐야죠."
그리고 나서 그녀의 시선은 노수에게로 향했다. 그 말하는 듯한 눈빛이 마치 묻는 듯했다:
"당신은 누구지?"
정창고는 바로 두 사람을 소개하지 않고 말했다:
"청아는 먼저 그들을 조용히 시키게. 내가 유수(劉帥)를 대신해 몇 마디 할 말이 있으니."
윤청아는 무심한 듯이 부두의 양호방 형제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정창고와 노수의 예상과는 달리, 함성이 즉시 사라지고, 오직 횃불이 타오르는 소리와 호수를 가르는 바람 소리만이 들렸다. 정창고는 노수의 팔을 끌어당겨 두 걸음 앞으로 나섰다. 윤청아의 좌우에 서서, 모든 사람이 그들을 뚜렷이 볼 수 있게 했다.
위품량 등 두령들은 눈치 있게 그들 세 사람 뒤에 나란히 섰다. 정창고는 도박 고수다운 풍모를 드러내며, 편안하게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우리가 타고 있는 이 배의 이름은 '기병호'라 부릅니다. 이는 북부병 대통령이자 사현의 후계자인 유유 유통령의 전용선이오. 윤방주 곁에 서 있는 이 호한을, 우리는 노수라 부르는데, 북부병에서 인정받는 수전 최고의 고수이자, 유유의 심복 대장이오. '기병호'는 바로 그가 직접 만든 것으로, 배 위에는 어떠한 물건도, 심지어는 나무 한 조각이라도, 그의 허락 없이는 올릴 수 없소."
노수는 수천 개의 눈동자가 집중되는 가운데, 난생 처음으로 얼굴이 붉어졌다. 다행히 피부가 검게 그을려 있었기에, 그렇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사실 그 자신도, 정창고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자신을 칭찬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늘 실속만 챙기고 허명을 바라지 않던 그로 하여금 크게 부끄럽게 만들었다.
정창고가 보여준 것이 바로 황인(荒人)의 작풍이었다. 과장하되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고, 행동은 황당하고 상식에 벗어나 있지만 성의가 가득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귀 기울여 듣는 분위기 속에서, 정창고가 계속 말했다:
"유유가 이번에 사령선을 양보한 것은, 바로 '기병호'를 윤방주의 기함으로 삼고자 함이며, 노수는 윤방주를 보좌하는 중책을 맡게 될 것이오. 경구는 이미 우리 손에 들어왔고, 광릉은 우리가 손에 넣을 것이오. 윤방주가 '기병호'에 올라, 파릉을 수복하고, 다시 강릉을 친 다음, 우리는 강을 따라 내려가, 건강을 직격하여 환현의 그 냄새나는 머리를 베어, 섭방주와 학부방주의 하늘에 있는 영혼에 제사를 지냅시다."
환호성과 함성이 다시 터져 나와, 다른 모든 소리를 삼켰다. 순간 호수의 물마저 끓어오르는 들끓었고, 마치 양호방 방도들의 몸속에 흐르는 뜨거운 피와도 같았다.
※※※
건강. 때는 초경. 연비는 누각 높은 곳에 몸을 숨긴 채, 도봉삼이 이숙장의 회월루 옆에 있는 화려한 저택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마음속은 괴로움과 즐거움이이 뒤섞여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이번에 건강에 와서 일을 처리하는, '도장대계'는 도봉삼이 이숙장에게 미묘한 애정과 연민을 품게 되면서, 예상과는 다른 놀라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나쁜 일이 오히려 좋은 일로 바뀔 수도 있게 되었다.
마문의 사람들에게, 그는 악감정이 없었다. 마문이 성립된 과정을 명확히 알게 된 후로는, 오히려 큰 동정심이 생겼다. 결국 이것은 성공한 자는 왕이 되고 패한 자는 도적이 되는 문제로, 서로 다른 신념과 노선의 투쟁이었으니,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말하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그의 생부인 묵이명도 마문 출신이었고, 그는 마문의 탁월한 인물 두 명, 즉 상우전과 모청류를 만났는데, 그들 역시 인성을 완전히 저버린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에 비하면, 환현과 사마도자 등이 오히려 더 사악한 인물처럼 보였다.
할 일이 없어 한가하게 있던 그는, 기천천을 떠올렸다. 비록 기천천이 멀리 떨어져 있어 감응을 할 수 없는 가능성을 떠올리긴 했지만, 걱정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또 사종수를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바로 그때, 마음에 경고의 징조가 나타났다.
날씬하고 아름다운 한 줄기 흑영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강 건너 반 리쯤 떨어진 곳의 누각에서 잠깐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졌다. 연비는 한눈에 초눈옥 임을 알아보았다. 마음속으로, 설마 이숙장을 찾아오는 건가, 생각했다. 연비는 망설임 없이 높은 곳에서 내려와, 진회하 방향으로 날아가, 반드시 초눈옥을 진회하 북쪽 기슭에서 막아내어, 강을 건너지 못하게 하려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는 절대로 초눈옥이 이숙장과 도봉삼의 '거래'를 망치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
※※※
도봉삼은 창문을 통해 들어와, 이숙장의 앞에 와서 자리에 앉았다. 이숙장은 아담하고 우아하게 꾸며진 서재에서 명상에 잠겨 있었는데, 이 서재는 이숙장의 화려한 저택 동쪽 정원에 있어, 시종도 보이지 않았다.
이숙장이 아름다운 눈을 떴고, 그 안에는 감출 수 없는 피로가 깃들어 있었다. 그녀가 담담히 말했다:
"도형이 마침내 오셨군요."
도봉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부인께서 오늘 밤 내가 올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셨소?"
이숙장이 대답했다:
"도형의 소식이 이렇게 빠르니, 당연히 광릉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들으셨겠지요. 환현의 시대는 이미 얼마 남지 않았으니, 도형이 일찍 와서 나와 거래하려는 것이겠지요."
이어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얼굴을 가리셨어요? 저는 당신의 이 수상쩍게 몰래 행동하는 모습이 싫어요. 어서 그 귀신같은 두건을 벗으세요."
줄곧 얼굴을 두건 속에 감추고, 눈만 내놓고 있던 도봉삼이 아무 말 없이 두건을 벗으며, 자신의 원래 얼굴을 드러냈다.
이숙장의 교구가 가볍게 떨렸고, 두 눈에는 살기가 가득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은 누구세요?"
도봉삼은 마음속으로 칭찬했다. 이숙장은 정말 풍파를 겪어본 사람이었다. 이미 완전히 망한 상황임을 알면서도,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었다. 도봉삼이 말했다:
"부인께서 화내지 마시오. 내가 진짜 얼굴로 부인과 만나는 것은, 거래에 대한 성의를 보여주기 위함이오. 나는 도봉삼이오. 부인께 인사드리오."
이숙장은 한동안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씁쓸하고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또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며, 중얼거렸다:
"도봉삼! 아! 도봉삼. 가시오! 전 더 이상 당신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요."
도봉삼이 품에서 소가죽 주머니를 꺼내, 그녀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안에는 서른여섯 가지 단방이 전부 들어 있소. 부인이 알고 있는 열두 가지 단방도 포함되어 있지만, 부인이 가진 단방과는 다른, 개량된 것이오. 부인께서 한번 보시지요."
이숙장의 시선이 가죽 주머니에 머물렀지만, 손을 뻗어 펼쳐 보지는 않았다. 다만 도봉삼을 자세히 살피며 놀라고 의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말했다:
"이게 무슨 뜻이에요?"
도봉삼이 말했다:
"이는 부인에 대한 나의 진심을 나타내는 것이오."
이숙장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동안 도봉삼을 응시한 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이해가 안 가요. 진짜 관장춘은 어디 있어요?"
도봉삼이 말했다:
"관장춘은 단지 임후(任后)가 지어낸 인물에 불과할 뿐, 실제로 존재하지 않소. 주머니 안의 서른여섯 가지 단방은 임후가 쓴 것이며, 그녀가 '단왕' 안세청에게 배운 비법을 응용하여, 단독을 최소화한 것이오."
이숙장의 예쁜 눈에 혼란스러움이 덮였다.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저는 여전히 이해가 안 가요."
도봉삼이 말했다:
"내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다 사실입니다. 원래 우리는 당신에게 악의를 품고 있었소. 당신이 끊임없이 새 단방으로 만든 단산을 복용하게 되면, 부인 자신의 체내에 쌓인 단독이 발발하여, 그때는 대라금선도 살릴 수 없소. 이것이 우리가 당신을 겨냥한 작전이오. 부인이 건강 고문들에게 미치는 영향력 때문에, 당신은 우리와 환현 간의 전쟁의 성패를 결정짓는 열쇠가 되었소."
이숙장은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깊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당신들은 저를 너무 높게 평가하는군요. 환현 그 자식은 일을 이루지 못하고, 실패만 하는 놈이에요. 광릉 함락 소식을 듣고도, 여전히 모두의 만류를 무시하고, 지금은 이미 건강을 떠나 구정산으로 갔어요. 내일 해 뜰 때에 맞춰 천제를 지내고 즉위할 거라고 하더군. 그런데 내가 무슨 수를 쓰겠어요?"
도봉삼은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인이 몸에 쌓인 단독을 제거하고, 서른여섯 가지 새 단방을 가지고 가서, 인생을 즐기기만 한다면, 눈앞의 득실이 무슨 대수겠습니까?"
이숙장의 교구가 살짝 떨렸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며, 부드럽게 말했다:
"도당은 무슨 이유로 처음의 결심을 바꾸어, 마치 이숙장을 위해 모든 것을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시죠?"
도봉삼의 가슴 속에 뜨거운 피가 치밀어 올랐고, 눈앞의 아름답고 요염한 모습에, 한동안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
연비가 홀연히 나타나, 초눈옥의 앞길을 정확히 막아섰다. 시간을 완벽하게 맞춘 것이었다. 상대방이 막 높은 곳에서 내려와 좁은 골목으로 뛰어들자, 그녀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온몸을 흑의로 감싸고, 눈만 내놓은 초눈옥의 반응 또한 최고 수준으로 빠르고 정확했다. 조금의 당황함도 없이, 허리 뒤로 손을 뻗어, 양손을 번쩍이며, 만천화우(滿天花雨)의 수법으로, 일곱 여덟 개의 철질려(鐵蒺藜)를 던져, 연비의 머리, 얼굴, 가슴, 하체의 급소를 각각 공격했다. 그 수법은 매우 능숙하여, 역시 마문의 고수다웠다.
연비가 하하 웃으며, 몸을 좌우로 재빨리 흔들자, 흉흉하게 날아오던 암기가 모두 빗나갔다. 초눈옥이 교질을 질러대며, 양손에 각각 단봉(短棒)을 쥐었는데, 머리와 끝부분을 철로 감싼 것이었다. 그녀는 곧장 달려들어, 연비에게 수은이 땅을 적시듯 빈틈없는 공격을 퍼부었다. 근접 격투와 단봉의 타격 성능을 극한까지 발휘하며, 그 기량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 초식 또한 천변만화하여, 막기가 어려웠다.
안타깝게도 그녀가 만난 상대는 연비였다. 연비는 자신의 접련화도 꺼내지 않은 채, 봉 그림자 속에서 쉽게 자유자래로 움직이며, 손바닥으로 베거나, 손으로 쳐내거나, 손가락으로 튕기거나, 손바닥으로 두들기며, 상대의 맹렬한 공격을 하나하나 막아냈다.
초눈옥의 내공 심법은 독특한 길을 걸었다. 단봉의 힘은 물론 충만하여 기세를 연이어 보내왔지만, 그 기세 하나하나마다 또 다른 날카로운 진기가 숨겨져 있었다. 비록 단봉의 기세가 막히더라도, 이 날카로운 진기는 마치 솜 속에 숨은 바늘처럼 공격받은 자의 경맥 속으로 파고들어, 막강한 살상력을 지녔다. 평범한 고수라면 버티지 못했겠지만, 이는 당연히 연비를 난처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그의 몸속 지극히 양(陽)하고 지극히 음(陰)한 기운이 돌아가며, 침입한 음손(陰損)한 진기를 가볍게 소멸시켰다.
연비는 막기만 하고 공격하지는 않았다. 잠시 동안 초눈옥이 그에게 예순두 번의 공격을 퍼부었고, 그 또한 예순두 번을 모두 막아냈다. 초눈옥은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했고, 힘이 뒤따르지 못해, 날카로운 기세도 이미 꺾여, 놀라고 당황해서 뒤로 물러났다. 연비는 꼼짝 않고 서서, 초눈옥이 이 장 밖으로 물러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두 눈에서 놀라운 표정을 드러내고, 연비를 노려보았다.
연비는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초눈옥이 얼마든지 멀리 도망치게 하고 싶었겠지만, 자신의 정기신(精氣神) 기운이 그녀를 단단히 잠겨두고 있었기에, 그녀가 한 걸음만 더 물러서도 연비는 그 기의 인력에 따라 그림자처럼 따라가며, 뇌정만균의 기세로 그녀에게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상태였다.
연비가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초눈옥 낭자, 안녕하시오? 이렇게 밤이 깊었는데, 왜 궁 안에 머물지 않고, 지붕 위를 넘나들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것이오?"
초눈옥은 그가 자신의 정체를 알아맞히자 교구를 살짝 떨며, 말했다:
"당신은 누구요?"
연비가 말했다:
"나는 초눈옥 낭자처럼 감히 진면목을 드러내지 못하는 신세가 아닌데, 그래도 내가 누군지 짐작하지 못하겠소?"
초눈옥이 크게 놀라며 말했다:
"연비!"
연비는 초눈옥이 여전히 자신이 모청류와 만나, 내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른다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다면 일찌감치 자신이 연비일 거라고 짐작했을 것이다. 연비가 흡족하게 말했다:
"바로 나요."
초눈옥이 얼굴을 가린 검은 천을 벗으며, 꽃과 같은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냈다.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은 머리를 틀어 올려 묶어, 그 예쁘고 단정한 얼굴 윤곽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용모로 따지자면, 그녀는 왕담진이나 사종수 등 여러 미녀들에 뒤처지지 않았다. 초눈옥이 말했다:
"나를 죽일 셈인가요?"
연비가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게 말했다:
"당신이 정말 고소자를 독살했다면, 오늘밤 틀림없이 이 골목을 살아서 나가지 못했을 것이오.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떠나가는 걸 그냥 둘 수는 없소. 왜냐하면 내가 당신을 데려가 한 사람을 만나게 해야 하오."
초눈옥의 얼굴빛이 약간 변했지만, 여전히 겉으로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나는 지금 시간이 없어요. 시간과 장소를 다시 정하는 게 어떤가요? 약속을 어기지 않겠다고 보증할게요."
연비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누구를 만나러 가게 될지도 모르면서, 약속을 어기지 않겠다고 보증하다니, 성의가 전혀 없구려. 나를 믿으시오. 나는 단지 당신을 위해서, 그 사람을 만나러 가도록 하는 것뿐이오."
초눈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람을 너무 몰아붙이지 말아 주세요. 내가 당신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인정해요. 당신은 이렇게 나를 노골적으로 괴롭히는 거예요."
연비는 그녀가 강경책이 안 통하자 유화책으로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는 이렇게 연약하고 예쁜 아가씨에게 냉혹하게 대하지 못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매우 특별한 상황이라, 그녀가 도봉삼의 일을 망치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초눈옥 낭자는 내가 누구를 만나러 가자고 하는지 묻지 않겠소?"
초눈옥이 화난 듯이 말했다:
"좋은 일이겠어요? 알고 싶지도 않아요."
연비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 아직도 당신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도대체 내가 강제로 끌고 가야하오? 아니면 옥 아가씨가 순순히 나를 따라오겠소?"
초눈옥이 슬프게 말했다:
"눈옥이 한 가지 일을 처리하게 해 주세요. 옆에서 감시해도 좋아요. 몇 마디만 하고 오면, 연비 당신이 시키는 대로 내가 순순히 따르겠어요."
연비는 그녀의 말 속에 담긴 의미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말했다:
"낭자는 이부인을 만나러 가는 것이오?"
초눈옥이 마침내 안색이 변하며, 뒤로 급히 물러났다.
※※※
이숙장이 말했다:
"말을 해 봐요! 벙어리가 된 건가요?"
도봉삼이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부인, 나를 비웃지 마시오. 나는 부인에게 더 이상 아무런 적의도 없고, 부인이 제때 몸을 빼내어, 아무런 속박 없이 자유롭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길 바랄 뿐이오."
이숙장이 고개를 숙이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저에게 다른 요구는 없는 건가요?"
도봉삼은 노강호였다. 그녀의 이 말 한마디 때문에 이숙장이 자신에게 이미 정을 품었다고 단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도봉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부인이 환현과 유유의 투쟁에서 벗어나는 것뿐이며, 그 외에 다른 조건은 없소. 하지만 이 서른여섯 가지 단방은 내가 임후에게 간청해서 얻은 것이오. 그녀는 당연히 부인이 자신만을 위해 쓰길 바랄 것이오. 임후가 지적하기를, 부인 몸속에 쌓인 단독(丹毒)은 언제든 도져 부인을 해칠 수 있는데, 부인의 몸속 단독을 해소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오직 단 한 사람, 바로 연비라고 했소."
이숙장은 그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한 듯, 조용히 말했다:
"도봉삼, 당신은 어째서 이숙장에게 이렇게 잘해 주시는 건가요? 당신은 냉혹무정한 사람이 아니었나요?"
도봉삼이 두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진실을 듣고 싶소? 내가 말해 주겠소. 나 도봉삼은 확실히 당신에게 진심으로 감정이 생겼다는 것이오. 바로 이처럼 간단한 것이오."
이숙장의 교구가 급격히 떨리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요."
도봉삼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나도 부인에게 마음이 움직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소. 문제는 아마 그 술과 함께 마신 단산(丹散) 때문일 것이오. 나는 그걸 처음 먹어본 것이오."
이숙장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복잡한 기색이 서려 있었고, 처연하게 말했다:
"우리는 결코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없어요."
도봉삼이 평온하게 말했다:
"그것은 내가 신경 쓰는 일이 아니오. 내가 신경 쓰는 것은 부인의 내 마음에 대한 태도요. 부인은 절대 나를 속이지 마시오. 부인의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 있든, 나는 받아들일 것이오. 설령 우리가 훗날 각자 멀리 떨어져, 영원히 다시 만나지 못한다 해도, 나는 결코 부인이 무정하다고 원망하지 않겠소."
이숙장은 냉정을 되찾고, 두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그와 마주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에 당신을 보고, 저는 당신이 관장춘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제가 어째서 이런 느낌을 가졌는지, 정말 설명할 수는 없어요. 저는 꽤 많은 남자와 관계를 가져 보았지만, 누구에게도 마음을 빼앗긴 적은 없어요. 하지만 당신을 만난 후로, 자꾸 당신이 떠올라, 마음속으로는 분하고 화도 나지만, 당신을 어찌할 방법이 없었어요. 정말 당신에게 진심을 품은 건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 나는 당신 품에 안겨, 한바탕 크게 울고 싶어요."
도봉삼이 기뻐하며 말했다:
"그 말 한 마디로 충분하오. 부인은 여기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시오. 시간이 있을 때 주머니 속의 단방들을 한번 살펴보시고…… 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숙장이 달려들어 그의 품에 안겼다. 그로 하여금 부드럽고 향기로운 미인을 품에 가득 않게 하였다.
도봉삼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마른 장작에 불이 붙은 듯, 적과 나의 관계라든지, 마땅히 가져야 할 경계심 따위는, 모두 머릿속에서 완전히 잊혀졌다. 모든 것이 통제 불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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