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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武俠小說)/변황전설(邊荒傳說) - 黃易

卷四十一 第十二章 심전지술(心戰之術)

by 少秋 2026. 9. 28.

 

第十二章 心戰之術

 

 

괴은과 유목지는 걸어서 태수부를 떠났으며, 호위하는 병사는 겨우 십여 명의 측근 친병들뿐이었다. 이들은 대강방 출신의 형제들이거나, 원래 진형회 소속 병력으로, 모두 충성심이 두터울 뿐만 아니라, 무공 또한 고강했다.

 

이 지역에서는, 어떤 군사 작전이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비밀 유지였다. 만약 소문이 새면, 예정된 계책은 효력을 잃게 된다. 게다가 이곳은 누구라도 천사도의 신자일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 보안 유지에는 더욱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됐다. 그래서 유목지의 제의로, 두 사람은 모두 보통 북부병의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순찰군처럼 보여, 두 군대의 승패를 결정지을 작전이 지금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가 없었다.

 

이 때는 밤이 깊고 사람들도 조용한 시각이라, 거리에는 사람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고, 다만 그들의 군화가 땅을 밟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며, 살벌하고 적막한 정적이 감돌았다.

 

찬바람이 휘몰아쳤다.

 

괴은은 유목지가 무언가 깊이 생각하는 표정인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선생께서는 혹시 이번 작전을 걱정하고 계신 것입니까?"

 

유목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괴 장군에 대해서 나는 확신하고 있소. 장군이 유수께서 떠나신 후, 즉각 삼천 정예 기병을, 부근 은밀한 곳에 재배치한 것을 보면, 장군께서 오늘의 상황을 일찍이 예견했음을 알 수 있소. 이 삼천 정예 기병은 평소에 잘 휴양하며 힘을 비축하고 있어, 그 기세를 막을 자가 없을 터인데, 어찌 지쳐 기력이 다하고 사기가 저하된 천사군이 감당해낼 수 있겠소?"

 

괴은이 놀라며 물었다:

"그렇다면 선생께서는 또 무슨 일로 그렇게 깊이 고심하고 계신 것입니까?"

 

유목지가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서도복을 격파한 후, 어떻게 이 난국을 수습할 것인가 하는 문제라오. 만약 손은이 연비의 손에 죽지 않았다면, 내가 골치 아파할 문제는 더 많았을 것입니다."

 

괴은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방면은 선생께 의지해야겠습니다. 저로서는 정말 방법을 생각해낼 수가 없습니다."

 

유목지가 기쁜 듯이 말했다:

"당신이 이것을 어려운 문제라고 인정한 것만으로도, 이미 매우 대단한 일이오. 천사도가 일어난 이후로, 진나라는 줄곧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소. 단지 천사군을 난적과 도적으로만 여기고, 그들을 다루는 방법은 오직 무력 진압뿐이라고 생각했으니, 이는 절대적으로 잘못된 대책이었소."

 

잠시 멈추었다가 계속해서 말했다:

"종교는 이성을 따지지 않고, 오직 신념을 따르는 것이오. 설령 그 신념이 사실과 대립되더라도, 사실을 버리고 신념을 선택할 것이며, 이로 인해 신도들은 맹목적인 추종자가 되는 것이오. 물론 신념의 깊고 얕음은 각자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두 이와 같소. 그렇지 않으면 신도라고 할 수 없소. 천사도와 같은 종교에서는, 그 지도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오. 축법경이 미륵교에게 그러했고, 손은이 천사도에게 그러했듯이, 지도자의 개인적 매력은 신도들의 신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오."

 

괴은이 고뇌에 찬 듯 말했다:

"저는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 축법경의 죽음이 미륵교의 붕괴를 초래했는데, 지금 손은이 분명히 죽었지만, 상황이 전혀 다르게 벌어지고 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른바 수해되어 신선이 되었다니, 모두가 마음속으로는 속임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많은 어리석은 남녀들이 깊이 믿고 의심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목지가 말했다:

"인심은 매우 이상한 법이오. 괴장군이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장군이 생각하고 바라는 바가 그들과 다르기 때문이니, 이것이 바로 인심의 갈림길이오. 누구도 자신이 선택한 신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소. 그렇지 않다면 애초에 그런 신념을 품지도 않았을 것이오. 현실의 충격에 부딪혀, 사실이 자신이 고집하는 신념과 상충되는 것처럼 보일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신념을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모순을 무시하려 애쓰고, 믿고 싶은 것만 골라 믿으려 하오. 하지만 의심은 여전히 마음속 깊이 숨겨져 있소. 이것 또한 인간의 본성이라오. 괴장군이 이 점만 잘 활용한다면, 이번 싸움에서 쉽게 이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훗날의 통치에도 크게 이로울 수 있을 것이오."

 

괴은이 겸허하게 물었다:

"이것이 바로 심리전의 전술이군요. 선생께서 지도 편달해 주십시오."

 

유목지가 여유롭게 말했다:

"지금 천사도 신도들이 가장 의심하는 것은, 손은이 정말로 수해하여 신선이 되어 떠난 것인지, 아니면 연비에게 죽임을 당했는지 하는 점일 것이오. 전장에서 장문의 연설을 늘어놓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구호를 외치는 것은, 이로울 뿐 해로울 것이 없소. 만약 우리 군이 천사군과 교전할 때, 일제히 '손은은 죽었다'라고 외친다면, 상대방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고, 틀림없이 기이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오."

 

이때 그들은 마침 성문 통로에 진입했고, 성문을 지키는 수비군이 서둘러 성문을 열어, 그들이 통과하게 했다.

 

괴은이 감탄하며 말했다:

"선생의 제의는 분명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제가 천사군이라 해도, 이 말을 들으면, 사기가 반드시 꺾일 테니까요."

 

일행이 성 밖에 도착하자, 해자 밖의 도개교 끝자락에서, 다른 부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곁에는 괴은 일행이 갈아탈 수 있도록, 십여 필의 빈 말이 준비되어 있었다.

 

유목지가 수염을 쓰다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괴장군을 전송하는 것은 여기까지요. 우리는 전장에서 '손은은 죽었다'는 구호를 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길목 교차로에 '손은은 죽었다'라고 쓴 현판을 높이 세울 수도 있소. 이 일은 내가 책임지겠소. 괴장군은 안심하고 출정하여, 이번 전투에서 반드시 대승하여 돌아오길 축원하오."

 

괴은은 공손히 유목지에게 군례를 올린 뒤, 부하들과 함께 도개교를 건너 말에 올라탔다.

 

  ※※※

 

형양성

 

눈이 마침내 멎었다.

 

눈이 멎은 지 채 반시진도 지나지 않아, 기천천과 소시는 풍랑의 동행 아래, 마차에 올라, 모용수의 행궁을 떠나, 성문으로 통하는 큰길로 향했다.

 

수레 창문에는 두꺼운 휘장이 드리워져 있었다. 아마도 추위를 막기 위함이었겠지만, 기천천은 마치 모든 것을 속은 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 놓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만 들릴 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또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풍랑은 눈을 감고 심신을 가다듬고 있었다. 냉담한 표정으로, 마치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소시는 벌써 몹시 지친 상태로, 이불을 끌어안고 자리에서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기천천은 전혀 졸음이 오지 않았고, 마음속에는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녀는 역사가 되풀이되는 듯한 강한 느낌이 들었고, 바로 이것이 그녀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마치 그때 모용영과 전쟁을 할 때처럼, 모용수가 그들 주비를 데리고 머물기를 반복하며,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이동하고, 밤에 숨었다가 낮에 나오기도 하다가, 갑자기 결전이 다가와, 모용영이라는 모용 선비족의 가장 강력한 상대를 완전히 무너뜨려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그녀는 같은 상황이 탁발족과 황인 연합군에게도 벌어질까 몹시 두려웠다.

 

원통하게도 그녀는 지금 자신의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형양성을 나간 후 동쪽으로 가는지 서쪽으로 가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으니, 어떻게 연비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걱정과 조바심으로 가슴이 타는 상황에서, 그녀는 도저히 잠들 수 없었고, 어떻게 꿈속에서 사랑하는 낭군을 불러, 그녀로 하여금 걱정을 나누게 할 수 있겠는가?

 

  ※※※

 

변황집.

 

소건강의 부두에는 불빛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고, 식량과 물자, 병기, 화살을 가득 실은 서른다섯 척의 화물선이 부두에 정박하여, 막 닻을 올리고 출항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는 아마도 평성(平城)으로 향하는 개전 전 마지막 군수 물자 수송 선단일 터였다. 새로 건조된 네 척의 쌍두선이 호위를 맡았고, 이 일을 책임진 이는 비이별과 정선이었다.

 

황인들이 강가에서 환송하며, 황인들이 기천천 주비를 구출하는 작전에서, 하나로 단결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의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환송하는 사람들 속에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황인들의 사기를 더욱 드높이고 분위기를 끓어오르게 했다.

 

탁발의는 틈을 타 정선을 한쪽으로 불러내어, 품속에서 봉랍으로 봉인된 대나무 통을 꺼내며 말했다:

"이 대통은 자네가 반드시 친히 족주께 전해야 하네. 그에게 이 속에 연비가 건강에서 보내온 지극히 중요한 정보가 들어 있다고 전하고, 소홀히 다루지 말고 잘 간수해야 하네, 절대 잃어버려선 안 되네."

 

정선이 의아해하며 대통을 품속 주머니에 감쌌다:

"당가의 말씀을 들으니, 이 안의 소식이 모용수와 관계된 것임이 분명한데, 연야가 어떻게 건강에서 북방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단 말입니까?"

 

탁발의는 마치 연비가 이런 종류의 질문에 직면했을 때처럼 설명해야 하는 어려움을 크게 느끼고, 어쩔 수 없이 둘러대며 말했다:

"이 일은 곡절이 복잡하고 기이해서, 참으로 한마디로 다 말하기 어렵네. 훗날 기회가 되면 자네에게 말해주겠네."

 

정선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족주께서 추궁하시면, 제가 어떻게 대답해야 합니까?"

 

탁발의가 담담하게 말했다:

"족주께서는 자네에게 한마디도 묻지 않을 것이네."

 

정선이 크게 당황하여 어안이 벙벙했다.

 

탁발의가 손을 뻗어 그의 양어깨를 붙잡으며, 말에 의미를 담아 간곡하게 말했다:

"평성에 도착하면, 자네는 족주 곁에 머물면서, 우리 두 군대 사이의 연락인 역할을 하게나. 마음을 다해 족주를 위해 일하면, 족주께서 반드시 중용할 걸세."

 

정선이 멍하니 말했다:

"그곳에 남으라고요? 이건……"

 

탁발의가 손을 놓고,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변황집은 결코 자네가 오래 머물 곳이 아니야. 모용수를 물리친 후, 자네의 재능을 크게 펼칠 기회는 북방에 있지 변황집에 있는 게 아닐세. 대통 속 서찰에는, 내가 연비의 이름을 빌려 족주께 자네를 천거했네. 천하에 만약 족주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단 한 명 있다면, 그 사람은 바로 연비일 걸세. 알겠나?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선 안 돼."

 

정선은 두 눈이 붉어지며 감격하여 말했다:

"당가!"

 

탁발의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게. 나와 변황집은 모두 미래가 없어. 자네를 추천한 사람이 연비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족주께서는 자네를 잘 대해줄 걸세. 자네가 직접 상황을 보고 판단하게. 만약 크게 활약하기 어렵겠다 싶으면, 산림에 은거하여 처자식을 얻고, 편안하고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게."

 

정선이 말했다:

"하지만 연야께서……"

 

탁발의가 그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

"연비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두가 분명히 알고 있네. 내가 나중에 따로 그에게 말할 테니. 가게나. 가는 길 조심하고."

 

이때 강 양안에서 환호성이 우레처럼 일어났다. 알고 보니 길을 살피며 선두를 인도하던 두 척의 쌍두선이 하류 쪽에서 올라오고 있었고, 비이설이 지휘대에 서서, 위풍당당하게 양안에서 환호하는 황인 형제자매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탁발의가 재촉했다:

"배에 오르게!"

 

정선이 품속의 대통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당가께서 부탁을 절대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배에 올랐다.

 

모용전이 탁발의 곁으로 다가와 의아해하며 말했다:

"정선의 표정이 왜 그렇게 이상한 거요? 이번 선단 운송에는 위험이 별로 없을 터인데, 지금 모용수의 수군 실력으로는 우리를 어찌할 수 없을 테니 말이오."

 

탁발의가 손을 뻗어 모용전의 어깨에 두르고, 웃으며 말했다:

"우리 술이나 한잔하러 가는 게 어떻겠소? 내가 사겠소."

 

모용전이 흔쾌히 말했다:

"사양하지 않고 따르겠소. 사람을 좀 더 부르면 좀 더 활기차고 흥겨워질 것이오. 그렇지 않소?"

 

웃음소리 속에서, 두 사람은 야와자 쪽으로 향했다.

 

  ※※※

 

유유가 침상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하루 종일 바쁘게 지낸 끝에, 그는 마침내 차분하게, 혼자 있는 시간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침실의 어둠 속에서, 그는 무거운 느낌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그는 이제 북부병의 독립된 대통령(大統領)이 되었고, 환현을 우두머리로 하는 반란 세력을 토벌할 중대한 임무를 짊어졌으며, 남방의 운명이 모두 그의 손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의 자신이 예전의 유유와 별반 차이가 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는 여전히 예전의 그 유유였다. 보통 사람들처럼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있고, 칠정육욕과 희로애락이 있으며, 조금도 더하거나, 덜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든, 모든 것은 여전히 예전의 자기 자신임을 깨달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무수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고, 고통도 담겨 있었고, 희망도 섞여 있었다. 그는 왕담진이나 강문청을 생각하는 것이 조금 두려웠다. 전자에게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을 찌르는 죄책감이 솟아올랐고, 후자에게서는 임청체를 받아들인 탓에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인생은 왜 이렇게 항상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가?

 

자신이 비록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 제왕의 자리에 오를지라도, 이미 일어난 일은 다시는 바꿀 수 없었고, 유감은 영원히 그와 함께할 것이었다. 선택할 수 있다면, 그는 환현을 제거한 후, 이렇게 사람을 지치게 하고 정신을 소모하게 하는 자리에서 물러나, 변황집으로 돌아가, 아무 할 일 없이 한가롭게 사는 황인이 될 것이다.

 

한가할 때는 연비와 함께 제일루의 평대에서 설간향을 몇 잔 마시며, 천천이 거문고를 타며 노래하는 것을 듣고, 심심해지면 탁광생의 설서관에 가서, 그의 과장하여 생생하게 꾸민 이야기를 들으며, '일전침은룡(一箭沉隱龍)'의 세월을 회상하는 것이다. 또는 야와자를 거닐며, 고종루 광장에서 묘기를 부리는 이들의 기기묘묘한 공연을 감상할 것이다. 그렇게 살아야만 인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자신은 더 이상 미래의 생활 방식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이 제왕의 길은,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이었다.

 

유유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장화를 신은 채로 침상에 누웠다.

 

끝났다!

 

그의 남방 패권 쟁탈전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지 모르나, 강호를 누비던 한가로운 나날은 완전히 끝난 것이다. 그는 자유를 잃었다.

 

그런 나날이 얼마나 그리운가! 미래는 전혀 짐작할 수 없고, 가장 확실해 보였던 희망도 언제든지 물거품이 될 수 있으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다시 살 길이 생길 수 있다. 바로 이렇게 운명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고, 부침이 일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살아가는 그 느낌이야말로, 그로 하여금 삶의 고통과 즐거움을 깊이 체감하게 만들었다.

 

지금의 그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깊이 숙고된 끝에 결정하며. 마치 바둑을 두는 것과 같았다. 눈앞의 상대는 환현이었고, 그는 오직 자신이 정한 노선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는 이미 자신의 생각이 만든 감옥에 갇힌 죄수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렇게 이어졌다 끊어졌다 하는 생각들이, 그를 멍하게 만들었다. 늦은 밤의 서늘한 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들었지만, 그는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덮고 싶지 않았다. 마음은 무겁게 두근거렸고, 숨이 조금 막히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또한 분명히 알고 있었다. 내일 아침 깨어나, 오직 자신만을 따르는 북부병 장병들을 대면하면, 그는 그들에게 가장 영명하고 뛰어난 모습만을 보여줄 것이며, 그들이 유유 자신의 지도 아래, 그들이 최후의 승리로 통하는 평탄한 길에 발을 디디고 있다고, 느끼게 할 것이라는 것을.

 

옛날 사현은, 비수대전 전날 밤, 홀로 있을 때에도 같은 느낌을 가졌을까?

 

환현을 격파한 후에도, 그의 사명은 결코 거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남은 것은 북벌을 통해 천하를 통일하는 것, 이것이 사현이 그에게 바란 바였고, 남방의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그는 참으로 자신을 위해 사는 자유를 잃은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자기 자신의 것이 아니다.

 

한바탕 피로감이 엄습해 왔고, 유유는 유일하게 현실을 잊게 해주는 꿈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

 

쾌속정이 작은 섬을 떠나,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치며 파릉으로 향했다. 노를 젓는 것은 네 명의 양호방 형제들이었고, 그들은 동정호(洞庭湖)를 손바닥을 들여다보듯 아주 잘 알고 있어, 파릉 수역으로 잠입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탁광생, 고언, 요맹 세 사람은 쾌속정 가운데에 앉아, 마음이 절로 긴장되었다.

 

요맹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기랄, 만약 적선과 마주친다면, 우리가 즉시 물속으로 뛰어들어야 할까, 아니면 상대 배에 올라타 한판 크게 싸워야 할까?"

 

탁광생이 비웃으며 말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상대가 불을 밝히고 있으니, 멀리서 보이기만 해도, 그냥 피하면 그만이다. 이런 젠장! 우리가 성을 공격하러 가는 줄 아느냐? 우린 지금 암살 작전을 수행하러 가는 거야. 주소나 마군 중 한 명만 제거해도, 적의 군심을 크게 혼란에 빠뜨려, 우리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게 할 수 있다."

 

요맹이 또 의심스러운 듯 말했다:

"고소자의 정보가 항상 정확한 건 아니잖소. 만약 마군이 내일 밤에 파릉에서 가장 유명한 선원루(仙源樓)에 가지 않는다면, 우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거요?"

 

고언이 욕하며 말했다:

"내가 네게 준 정보 중에 빗나간 게 언제 있었어? 이 겁쟁이 놈아! 지가 겁나니까 헛소리를 하면서, 내 탓으로 돌리는구나. 전부 내가 마군이 색귀라는 것을 간파하고, 파릉의 각종 기루에 광범위하게 첩자를 심어놓았기에, 마군이 사람을 시켜 선원루에 방을 예약하고, 가장 인기 있는 소화화(小花花)를 지정하여 술자리에 불렀다는 걸 알 수 있었던 거야. 제기랄, 나의 정명함을 칭찬하지 않고, 내 정보의 신뢰성을 의심하다니."

 

탁광생이 참다못해 말했다:

"그만 싸워라! 싸우니까 내 마음도 산란해지잖아."

 

그러고는 웃으며 말했다:

"사실 문제는 우리 셋 모두 자객 노릇을 해본 적이 없다는 거야. 연비가 있었다면, 우린 전혀 걱정할 필요 없었을 텐데."

 

요맹이 느낀 바 있어 말했다:

"소비 그 녀석, 정말 그립군."

 

고언이 웃으며 말했다:

"이걸 촉(蜀) 나라에 장수가 없으니, 요화(廖化)가 선봉을 선다고 하는 거야. 제기랄! 무슨 방법이 있나? 지금 무공으로 따지자면, 우리 셋이 가장 강하니,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빈 자리를 메우는 거지."

 

탁광생이 침을 뱉으며 말했다:

"단순히 무공만 논한다면, 소백안이 너보다 훨씬 뛰어나. 왜 소백안을 데리고 함께 자객으로 오지 못하게 했는지 정말 모르겠구나."

 

고언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가 한 번도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녀의 옥수에 피가 묻는 것을 내가 원치 않아서, 하는 수 없이 아깝지만 잠시 그녀와 헤어진 거야."

 

요맹이 몸을 떨며 말했다:

"큰일 났다! 앞에 불빛이 보인다."

 

배를 젓던 양호방 형제 중 한 명이 대답했다:

"요야(姚爺)께 아뢰옵니다, 그것은 그저 파릉의 등불일 뿐입니다."

 

탁광생과 고언이 참지 못하고 함께 크게 웃었다.

 

요맹은 마른기침으로 난처함을 감추고 난 후, 당당하게 말했다:

"이걸 경계심이 높다고 하는 거야, 뭐가 우스워? 조심하는 게 좋은 거지!"

 

고언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너처럼 그렇게 스스로를 겁먹게 하고, 뱀 그림자에 놀라 활로 의심하는 자객은 참으로 천하에 드물다. 정말 너를 데려온 게 후회된다!"

 

탁광생이 말했다:

"소요를 놀리지 마라! 내일 밤의 암살은 반드시 빠르고, 독하고, 정확해야 한다. 일격에 명중시키지 못하면, 즉시 물러나라. 우리 황인의 위명을 떨어뜨려선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천서(天書)에 오점이 남을 것이다."

 

고언이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나는 두 대형 곁에서 깃발 흔들며 응원만 할 테니, 그때가 되면 나 같은 하수는 도움이 못 되더라도 양해해 주시오. 나도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으니까. 하하!"

 

탁광생과 요맹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을 마주보며, 할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