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第九章 勝券在握
가흥성.
괴은이 한바탕 바람처럼 서재로 뛰어 들어와,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서도복이 계략에 넘어갔습니다!"
책에 파묻혀 있던 유목지가 책을 내려놓고, 기쁜 듯이 말했다:
"모두 괴 장군의 계산 안에 있었던 일이지요, 그렇지 않소?"
괴은은 평온한 표정을 회복하고, 유목지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방금 소식을 접했습니다. 서도복이 해염 서쪽, 운하 동쪽 기슭에 대군을 집결시키고, 우리와 해염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우리의 반응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유목지가 웃으며 말했다:
"천사군은 새로 패한 데다, 손은마저 연비의 검에 한을 품은 채로 죽어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졌소. 이렇게 적극적으로 반격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인데, 서도복의 재지(才智)로, 뜻밖에도 이런 심각한 착오를 범하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했소."
괴은이 말했다:
"일찍이 노순이 옹주에서 하늘에 제를 지내고, 손은의 수해득도(水解得道)를 대대적으로 선전했을 때부터, 저는 천사군이 전면적으로 반격할 것을 짐작하고, 은밀히 배치하여, 서도복이 우리 병력 분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지금 서도복의 형세를 보면, 바로 우리의 배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유목지가 기뻐하며 말했다:
"서도복은 우리 유수가 광릉으로 돌아간 틈을 타, 혼란 속에서 이득을 보려 한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에게 괴 장군이 은밀히 대국을 주관하고 있음을 몰랐으니, 어찌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겠소?"
괴은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유 선생님께서는 칭찬하지 마십시오. 이 자리는 정말 편한 자리가 아닙니다. 제게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심정으로, 감히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유 선생님께서 저를 위해 계획을 세워주시고 책략을 내주셔서, 지금의 국면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유목지가 말했다:
"나는 오직 시정(施政)과 민심 안정에 작은 의견을 낼 뿐이오. 병법과 기책에 관해서는, 괴 장군께서 스스로 해내셔야 하오. 좋소. 이번에 괴 장군께서는 어떤 대책을 가지고 계시오?"
괴은의 두 눈을 번뜩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까지도, 천사군은 여전히 지리적 이점과 민심의 이점을 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투 이후, 천사군은 완전히 붕괴되어, 다시는 다른 반격을 감행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군대를 돌려 유수를 도와 건강을 공격하고, 환현이라는 도적의 머리를 베게 될 것입니다."
환현 이야기가 나오자, 괴은의 두 눈은 증오심으로 가득 찼다. 후량생의 죽음을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했다.
유목지가 담담하게 말했다:
"결코 승리에 급급해서는 안 되오. 서도복은 결코 쉽게 상대할 자가 아니오. 소위 ‘백족지충 사이불강(百足之蟲 死而不僵:지네는 잘려 죽어도 꿈틀대며 자빠지지 않는다)’이라 했소. 하물며 천사군의 병력은 여전히 우리의 몇 배나 됩니다."
괴은이 경계하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유 선생님의 가르침 명심하겠습니다. 저는 결코 적을 얕보지 않겠습니다."
또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서도복의 진정한 목표는, 아마 해염이 아닌 가흥일 것입니다. 가흥을 되찾기만 하면, 서도복은 다시 운하를 장악할 수 있고, 그때는 나아가 공격할 수 있고 물러나 지킬 수 있으니, 해염은 외로운 성으로 변할 것입니다. 서도복이 가흥을 첫 공격 목표로 삼은 것은, 어려운 곳을 버리고 쉬운 곳을 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흥을 수복하면, 군사들의 사기를 크게 진작시켜, 천사군의 침체된 기운을 단번에 씻을 수 있을 테니까요. 유 선생님께서는 제 추측이 옳다고 보십니까?"
유목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는 전적으로 동의하오. 하지만 서도복은 우리를 교란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쓸 것이므로, 우리는 이 신념을 반드시 고수해야 하오. 결코 우리의 결정을 의심하지 마시오. 그러면 이번 전투의 승리는 기대할 수 있소."
괴은이 기뻐하며 말했다:
"선생님께서 인정해 주시니, 저는 즉시 자신감이 크게 생겼습니다. 저는 선생님께 또 한 가지 문제를 여쭙고 싶습니다. 이번 전투에서 우리는 공격 위주로 해야 할까요? 아니면 수비 위주로 해야 할까요?"
유목지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좋은 질문이오. 이로써 괴 장군께서 이미 승산을 쥐고, 적의 가장 큰 약점을 꿰뚫어 보았음을 알겠소."
괴은이 진심으로 탄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과연 연야께서 변황에서 가흥으로 선생님을 모셔온 이유를 알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참으로 지혜가 바다처럼 깊으셔서, 저의 두 마디 말만으로도, 저의 전략을 맞추셨으니, 이는 제가 오랫동안 고심한 끝에, 비로소 얻은 작은 깨달음이었습니다."
유목지가 말했다:
"당신은 매우 겸손하고 끊임없이 발전하려 애쓰는 사람이오. 그렇기에 도봉삼도 극도로 추앙하던 후 선생이, 유독 당신을 높이 평가했던 것이오."
후량생!
아! 후량생을 생각하며, 괴은의 마음속에 격동이 일었다. 괴은이 일생 동안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분명히 그일 것이다. 만약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한 교묘한 배치가 없었다면, 자신에게 오늘날은 없었을 것이다.
유목지를 대할 때면, 그는 후량생을 대할 때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를 존경할 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하는 시간을 즐겼다. 마치 봄바람을 쐬는 듯한 느낌이었다.
괴은이 말했다:
"노순이 아무리 손은을 위해 허풍을 떨며, 소위 물에서 해탈해 신선이 되었다고 떠들어대도, 뒤집을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은, 손은이 천사군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에, 영원히 그들을 떠났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천사군의 사기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혔고, 이것이 바로 적의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유목지의 격려 어린 시선 아래, 괴은은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천사군의 기세가 아무리 흉맹하고, 그들이 아무리 병력이 많다 한들, 겉은 강하나 속은 약하고, 인심은 흉흉합니다. 우리가 어느 한 지점에서 천사군에 큰 타격을 줄 수만 있다면, 그 틈을 벌려 천사군의 군심을 동요시키고, 천사군의 전면적인 붕괴를 촉발할 수 있습니다."
유목지가 말했다:
"소유야가 떠난 후, 소은은 군사 훈련을 하지 않을 때면 지세도를 보며 골똘히 생각하거나, 성 밖으로 나가 주변의 지형을 시찰하곤 했소. 그래서 나는 괴 장군이 적극적인 기습 전술을 채택할 것이라고 짐작했소. 천사군의 단점은 사기 저하 외에도, 병력의 수준이 고르지 않다는 점이오. 대부분 훈련 부족, 장비 불량, 급조된 농민과 어민들이기 때문이오. 괴 장군께서 정확하게 파악하여, 강한 곳을 피하고 약한 곳을 공격한다면, 적은 노력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오."
괴은이 말했다:
"선생님의 지도 감사합니다."
유목지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천사군은 비록 병력이 많고 세력이 크지만, 훈련 부족이, 오히려 그들의 약점이 되며, 대규모 병력 이동 시, 이 약점이 완전히 드러날 것이오. 반면 우리의 강점은 수로 장악과 기병전에 있소. 괴 장군이 우리의 강점을 발휘하실 수 있다면, 그 기세를 타고 회계의 여러 성을 탈환할 수 있을 것이오. 그러면 천사군의 위협은 평정될 것이오."
괴은이 일어나, 공손히 예를 갖추며 말했다:
"모두 선생님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저는 즉시 비합전서로 해염의 주 대장군께 알리겠습니다. 문청 소저의 쌍두 전함대가 출동할 때가 되었습니다."
※※※
유유가 막 파촉으로 떠나는 선단을 전송하고, 돌아오는 길에 하무기에게 붙잡혀, 두 사람은 말 위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하무기가 말했다:
"사마상지의 아우 사마휴지가 지금 사령부에서 대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유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찍이 그가 나를 찾아올 것이라고 짐작했소."
사마휴지는 사마씨 황족 중 마지막으로 병권을 쥐고 있는 대장으로, 유유 부대가 서쪽으로 형주군을 막고, 남쪽으로 천사군을 압박하는 형세 덕분에, 무석(無錫)과 단도(丹徒) 두 성을 겨우 지키고 있었다. 최신 소식에 따르면, 사마휴지의 부대는 사기가 침체되고, 군량이 부족해져, 원래 삼천 명이던 전사는 천여 명만 남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도망쳐 버렸다.
하무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통령께서는 그를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
유유는 그의 눈에 살기가 스치는 것을 보고, 탄식하며 말했다:
"당신은 내가 그를 죽이길 바라는 것이오?"
하무기가 말했다:
"이것은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누구나 사마씨의 기운이 다했음을 압니다. 사마휴지를 제거하는 것은, 곧 사마씨를 뿌리째 뽑는 것과 같습니다."
유유가 침착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환현과 무슨 차이가 있겠소? 나와 환현의 다툼이 어찌 제위 다툼이 되지 않겠소?"
하무기는 즉시 할 말을 잃었다.
유유가 말했다:
"나는 무기의 심정을 이해하오. 당신 생각은 우리 북부병 형제들의 생각일 뿐만 아니라, 수많은 백성들의 염원이기도 하오. 조정에 대해서는 모두가 철저히 증오하고 싫증을 느끼고 있소. 모두 새로운 군주가 나타나 새로운 기풍을 가져오고, 사회의 온갖 불공평한 상황을 개혁하여, 모든 사람이 편안히 살아갈 날을 바라고 있소. 이것은 모두의 이상이며, 어쩌면 언젠가는 실현될지도 모르오. 하지만 지금의 형세는 아직 그것을 허락하지 않소."
하무기가 분개하여 말했다: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유유가 말했다: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오. 안공이 당년에 현수에게 사마씨를 대신해 제위를 차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 점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오. 좋든 나쁘든, 고문대족의 이익은, 이미 사마씨 황조와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소. 사마씨를 타도하는 것은, 곧 고문대족의 전체 이익에 도전하는 것이며, 적어도 그들의 심리적으로는 그렇소. 지금 환현이 건강의 대부분 세족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누군가가 나 같은 평범한 출신을 가지고 크게 문제 삼아, 나의 파괴성을 과장하고, 고문과 한문의 첨예한 대립과 분열을 이용하여, 건강의 고문들이 나에 대해 거부감을 갖게 만들었기 때문이오. 만약 내가 이러한 때에, 사마휴지를 참살하고, 스스로 제위에 오른다면, 나는 무슨 명분으로 환현을 토벌할 수 있겠소? 건강의 고문들은 또 어떤 반응을 보이겠소? 설령 우리가 건강을 함락시킬 수 있다 한들, 남방은 여전히 수습하기 어려운 난장판일 뿐이오. 하지만 만약 우리가 깃발을 바로 세워, '진실(晉室)을 보호하고, 역적을 토벌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면, 건강의 고문들에게 내가 단지 파괴자가 아님을 분명히 알릴 수 있을 것이오. 그리고 우리가 사마휴지를 어떻게 대우하는지가, 바로 관건이오."
하무기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통령께서는 매우 투철하게 보고 계십니다. 아! 하지만 우리가 죽을힘을 다해 싸우는 것이, 단지 그 백치 황제를 복위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생각만 해도 기운이 빠집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겪었기에, 또 다른 사마도자의 출현은 도저히 견딜 수 없습니다."
유유의 시선은 앞에 나타난 사령부를 향했고, 또 길 양쪽에서 그에게 환호하는 백성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하며 말했다:
"모든 것이 달라졌소. 당신은 더 이상 사마씨를 걱정할 필요가 없소. 그들의 영광된 시절은, 환현이 권력을 잡으면서 이미 돌아오지 않게 되었소. 많은 일들은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소. 반드시 순서를 밟아가며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려야 하오. 환현은 칭왕칭제(稱王稱帝)를 할 수 있지만, 나는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되오. 모두 출신이 다르기 때문이오. 당면한 가장 중요한 일은 환현을 상대하는 것이오. 이 일에 유리한 것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하지만, 해로운 것은 하나라도 용납할 수 없소. 알겠소?"
하무기가 개운하다는 듯 말했다:
"완전히 이해했습니다. 제 생각이 너무 단순해서, 일을 망칠 뻔했습니다. 다행히 대인께서 일깨워 주셨습니다."
유유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 번의 숙고 끝에, 그는 마침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내적 갈등의 고통을 겪었다. 모든 것은 환현을 죽이기 위함이었지만, 동시에 그 자신도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길을 걷고 있었다.
광릉으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모호했고, 전쟁이 계속 이어져,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광릉에 도착한 후, 그는 눈앞의 정세에 대해 가장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단 한 번의 실수로도 상상할 수 없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게다가 그것은 바로 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통령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칭왕칭제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그는 자신이 처한 현 위치와, 그 위치로 인해 오는 모든 감정을 깊이 체험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한 걸음씩 압박해 나갈수록, 환현은 패망의 나락에 더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더 이상 누구도 현재 형세의 발전을 바꿀 수 없다.
※※※
건강. 황혼 무렵.
왕홍이 암호로 작성된 부름에 응해, 성의 남쪽에 있는 한 주점으로 도봉삼을 만나러 갔다. 오래 기다린 도봉삼이 그에게 손짓하자, 왕홍은 겨우 그를 알아보고 자리에 앉으며, 탄복하여 말했다:
"도형의 얼굴을 바꾼 이는 분명 고수일 것이오. 저조차 도형인 줄 알아보지 못했소."
도봉삼이 설명하지 않고 물었다:
"건강의 지금 상황은 어떻소?"
왕홍이 씁쓸하게 말했다:
"형세가 매우 좋지 않소. 지금 건강에는 이런 말이 유행하고 있소. 바로 유유가 오늘날의 위세를 얻게 된 것은, 오로지 황인들의 뒷받침 덕분이며, 황인들이 유유를 밀어주는 것은, 그들의 방식을 건강으로 들여오려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남방의 기존 질서를 완전히 바뀌려는 것이오."
도봉삼이 물었다:
"당신은 믿소?"
왕홍이 말했다:
"저야 당연히 믿지 않지요. 하지만 유형이 황인들의 지지를 얻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다른 의도를 가진 자들이 과장하고 꾸며내, 점점 사실처럼 만들고 있소."
도봉삼은 마음속으로 임청제가 이숙장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본 것이, 참으로 독특한 혜안이라고 생각했다. 말만으로 퍼지는 이 독 같은 계략은, 풀기 쉽지 않아, 한동안 그도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건강을 함락시키려면, 내부에서 건강의 고문들과 환현(桓玄)의 관계를 동요시키고 분열시켜야 한다. 만약 건강의 고문들 전체가 환현을 지지한다면, 유유는 반드시 패배할 것이다.
도봉삼은 내심의 번뇌를 왕홍에게 드러내지 않고,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옳고 그름은, 결국 밝혀지기 마련이오. 환현 쪽은 어떻소?"
왕홍이 말했다:
"환현은 황제 자리에 오르기 위해, 준비를 은밀히 서두르고 있소. 제가 들은 확실한 소식에 따르면, 환현은 먼저 초왕(楚王)에 봉해지고, 구석(九錫)을 받은 후, 가장 유리한 형세를 만든 뒤에야, 선양(禪讓)을 받아들여 황제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하오."
도봉삼이 이해하지 못하며 물었다:
"어째서 왕에 봉해지려는 것이오? 쓸데없는 짓이 아니오?"
왕홍이 말했다:
"왕에 봉해져 좋은 것은, 명분상 정당하게 승상 이하의 문무백관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오. 그 다음 왕에서 황제가 되는 것은, 단지 한 걸음 차이일 뿐이오."
도봉삼이 이해했지만, 또 다른 의문이 생겨 물었다:
"지금 환현은 황제가 되던 태감이 되던, 단 한마디면 될 터인데, 어째서 굳이 적절한 형세를 만들어야 한단 말이오?"
왕홍이 말했다:
"이건 이른바 '천명(天命)'이라는 문제와 관련이 있소. 사마씨는 줄곧 대진의 정통으로, 천명을 받은 것이라 여겨졌소. 왕조를 바꾸려면, 반드시 하늘의 뜻이 부합해야,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소. 그러므로 환현은 갖가지 상서로운 조짐을 꾸며내려 할 것이고, 그렇게 하면 여러 신하들의 강력한 권유 아래, 선양(禪讓)이라는 이름을 빌려, 황제 자리를 찬탈할 수 있소."
도봉삼은, 건강의 정치는, 확실히 고문대족의 정치임을, 깊이 체감했다. 이 방면에 대해 그는 자신이 문외한임을 인정했지만, 왕홍은 마치 집안의 한가한 이야기하듯 유창하게 말을 이었다:
"이런 소식은 기밀에 속할 터인데, 당신은 어떻게 알았소?"
왕홍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의 사촌 형 왕밀이 환현의 핵심이자 심복 중신이 되어,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계략을 올리니, 제가 그에게서 들은 것이오."
또 말했다:
"형세를 조성하기 위해, 환현은 수단을 가리지 않소. 그중 가장 황당한 것은, 환현이 왕조가 바뀔 때마다, 은사(隱士)가 세상에 나온다고 여겨, 저의 사촌 형 왕밀에게 은사를 찾아 나서게 한 것이오. 아! 은사라면서, 당장 어디 가서 찾는단 말이오? 다행히 제가 방법을 하나 생각해냈소."
도봉삼이 놀라며 말했다:
"당신이 환현을 위해 계책을 냈단 말이오?"
왕홍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저는 좋은 의도가 있는 게 아니오. 제 사촌 형에게 사람을 구해 은사를 가장하게 하고, 산중에 은거하게 한 뒤, 그 백치 황제가 조서를 내려, 그를 궁으로 불러 저작랑(著作郞)이란 관직을 주려 했으나, 그 가짜에게 그 관직을 단호히 거절하게 하여, 은사의 담백하고 고상한 품성을 관철시키려 했소. 이렇게 하면 은사의 징조에 부응할 수 있소. 우리가 적절한 때에 이 일을 폭로하기만 하면, 환현을 크게 타격할 수 있을 것이오."
도봉삼이 어이가 없어 웃으며 말했다:
"당신 정말 대단하오!"
왕홍이 흥분하여 말을 이었다:
"환현은 정말 그릇이 아니오. 안공과 다름을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주장을 내놓고 있소. 오늘 아침 조회에서는 화폐를 폐지하고, 곡미와 비단, 베로 거래를 대신하자고 제안했으며, 더 나아가 육형(肉刑)을 부활시키려 해서, 논의가 분분하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게 만들었소. 이런 생각 없는 소위 새로운 정치는, 애초에 실행 불가능한 것인데, 그가 생각해 내다니 참 어이가 없소."
도봉삼이 말했다:
"당신이 제공하는 소식은, 모두 매우 유용해서, 우리가 환현의 상황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게 해주었소. 당신도 너무 오래 나와 있는 것은 좋지 않을 테니,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소."
왕홍은 도봉삼의 칭찬에, 매우 기뻐하며, 흔쾌히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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