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十二章 誰是花妖
연비와 기천천은 격주향역점(格珠香驛店)에 들어섰다. 모용전과 차정 두 사람은 그들을 역점의 식당으로 맞이했고, 탁광생 등 제요단의 핵심 인물들은 모두 심각한 표정으로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다만 방홍생 한 사람만 앉아서 얼굴이 빨개진 채 끊임없이 코를 비비며 매우 불편해 보였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
연비는 보자마자 방홍생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지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탁광생이 말했다:
"화요가 여기 있소."
희별이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이미 객잔 전체를 물샐틈없이 포위했소. 방총이 언제 회복하느냐가 바로 화요의 운수가 다한 순간이 될 것이오."
연비는 모용전을 바라보았고, 모용전은 그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며 애매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기천천은 방홍생 옆으로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방총께 무슨 일이 생긴 거죠?"
방홍생은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제 코가 누군가에게 암산을 당했습니다."
후문을 지키고 있던 호뢰방이 말했다:
"일의 경위는 이렇습니다. 방총이 막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화요의 냄새를 포착했고, 화요가 이곳을 출입한 것이 확실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즉시 정신을 차리고 객잔 전체를 겹겹이 포위하고 투숙객들을 방 안으로 돌려보내며 아무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방마다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비정창이 한숨을 내쉬며 이어서 말했다:
"객잔은 동, 북, 서 세 개의 원(院)으로 나뉘어 있고, 식당을 중심으로 각 원에는 약 오십 개의 객실이 있습니다. 우리는 동쪽 원부터 시작했는데, 한 빈 객방에 들어서자마자 입에서 구역질이 날 정도로 강렬한 독기가 코를 찔렀고 방총이 가장 먼저 당했습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를 이곳으로 데려와야 했고, 방총의 상태는 많이 호전되었지만 아까 그의 모습은 더 무서웠습니다."
"쾅"!
혁련발발이 일장으로 옆에 있는 탁자를 내리치고 두 눈에 흉광을 번뜩이며 말했다:
"화요는 정말 교활하고 악랄하구나, 먼저 빈방에 독을 뿌려놓고 문과 창문을 닫아 독기가 새어나가지 않게 하여 우리가 문을 열 때 독기에 당하게 하다니."
탁광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의 임기응변은 경시할 수 없고, 게다가 몸놀림도 매우 고명하오. 하지만 행적을 누설했으니, 독을 뿌리는 행동은 우리가 객잔을 봉쇄한 후에 일어났어야 했소. 화요는 이제 그물에 걸린 물고기나 다름없소. 우리가 어떻게 이 큰 물고기를 잡을지 생각해봅시다."
기천천은 연비와 모용전을 차례대로 바라보며 맑은 눈동자에 이상한 표정을 띠었다.
연비는 상황을 파악하고 기천천과 마찬가지로 모용전이 왜 그렇게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았지만 뭐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화요가 방홍생을 가짜 강호 사기꾼으로만 생각할 뿐 그가 방총의 반쪽 화신으로 예민한 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선기를 꿰뚫어 보듯 모험을 감수하고 밀실에 먼저 독을 뿌릴 수 있었으며 그것도 수색이 시작된 몇 개의 방에다가 말이다.
제요단은 변황집에서 가장 정예한 무리로, 모두가 수많은 전투를 겪어 경험이 풍부하니 객잔을 포위한 후 즉시 객잔에 들어가 모든 출입 통로를 차단하고 모든 사람을 방으로 돌려보낸 뒤 방마다 수색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요단의 내부 간자만이 어느 방에 독을 뿌려야 할지 알고 쉽게 독을 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기천천이 연비를 바라보는 순간 그의 눈빛은 차정과 혁련발발을 스쳐지나가며 모용전에게 향했다. 모용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의 자세와 표정에서 작전이 순조롭지 못하다는 것에 대해 탄식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비는 그가 차정이나 혁련발발이 한 일이 아니라는 암시를 주고 있으며, 줄곧 두 사람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었다.
홍자춘은 힘없이 앉아 코를 문지르던 손은 내려져 있지만 여전히 눈을 감고 숨을 고르는 방홍생을 바라보며 말했다:
"방총! 아! 방총 당신은 지금 기분이 어떠시오?"
방홍생이 말했다:
"코가 너무 아파서 머리 전체가 아프지만 처음 독기를 마셨을 때보다는 아주 좋아졌어요!"
탁광생이 말했다:
"당시 저도 방총 옆에 있었고 독기를 들이마셨는데 다행히 즉시 숨을 참아서 잠깐 괴로웠을 뿐이오. 화요가 놓은 독기는 분명 방총을 노리고 준비한 것으로 독성은 일반적이지만 코를 찌르는 정도가 극에 달했고, 방총의 코는 우리보다 백 배나 예민하기 때문에 결과는 당연히 백 배나 심각합니다."
희별이 의자 하나를 당기며 말했다:
"천천 소저 앉으시죠."
기천천은 살포시 앉으며 아름다운 눈을 돌려 말했다:
"역점 안에는 현재 몇 명의 손님이 묵고 있나요?"
탁광생이 대답했다:
"이백 개의 객실에 삼백이십일 명의 여행객이 묵고 있으며, 여자 손님 오십이 명을 제외하면 여전히 이백육십구 명을 조사해야 합니다."
희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만약 수십 명뿐이라면 우리는 결코 여기 앉아서 방총이 회복되기를 기다리지 않을 것입니다. 계엄령은 규정에 따라 내일 동이 트면 해제되어야 하고, 우리도 여행객들의 자유를 더 이상 제한하기 어렵습니다. 며칠의 시간이 없다면 모든 사람을 일일이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기천천이 혀를 차며 말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묵고 있어요?"
그녀의 시선은 다시 연비에게 향했다.
연비는 문 옆에 기대어 있었고, 다른 한쪽은 모용전이었는데, 그 역시 연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정창이 말했다:
"만약 대충 물어봐서 화요의 신분을 밝혀낼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사로잡혀서 참수 당했을 것이오. 그러니 만약 방총의 코가 오늘 밤 회복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소."
하후정도 연비를 응시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의 안색이 다른 사람들보다 차분하고 안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참지 못하고 물었다:
"연비, 다른 생각이라도 있냐?"
갑자기 모든 사람의 시선이 연비에게 집중되었고, 그의 심상치 않은 태도를 알아차렸다.
연비는 갑자기 호랑이 눈을 뜨고 눈빛을 번쩍이며 희별을 바라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가 동원(東院)부터 수색하자고 제안했죠?"
희별은 약간 놀라며 약간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왜냐하면 연비가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자신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연히 방총이 명령을 내렸소."
방홍생이 힘겹게 말했다:
"나는 냄새를 따라 동원부터 시작했습니다."
홍자춘이 놀라며 물었다:
"연비, 너는 독을 푼 일이 우리 사람이 한 짓이라고 의심하는 건가? 화요를 감싸는 게 그에게 무슨 이득이 있지?"
연비가 두 손으로 팔짱을 끼고 조용히 말했다:
"저는 모든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화요가 동원의 여행객 중 한 명이라면 우리는 수색 범위를 삼분의 일로 좁힐 수 있고, 대상을 다시 독신 남성으로 국한한다면 수색 대상은 더욱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기천천이 기뻐하며 말했다:
"맞아요!"
호뢰방이 허벅지를 두드리며 말했다:
"맞소! 이렇게 간단한 추리를 왜 우리는 생각해 내지 못했을까요, 제가 파리(巴理)에게 가서 말할게요."
파리는 역점의 주인이다.
모용전이 황급히 말했다:
"모두 한 집안 사람이니 제가 가서 그에게 분명히 물어보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호뢰방의 동의 여부를 기다리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연비와 기천천은 그의 기지에 남몰래 칭찬했다. 모용전의 이유는 그럴듯했지만, 두 사람은 모용전이 연비가 희별을 내부의 적으로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호뢰방은 희별과 관계가 밀접했기 때문에 호뢰방이 떠날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후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연비, 네가 정말 우리 중에 누군가가 농간을 부렸다고 의심한다면 좀 더 솔직하게 말해보는 게 어때? 그렇지 않으면 오늘 밤은 고생만 하고 성과가 없을 것 같다."
연비는 천천히 사람들을 둘러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부에 간자가 있는지 여부는 지금 처리할 때가 아니며, 정말 내부 사람이 농간을 부렸다면 목적은 화요를 감싸는 것이 아니라 변황집이 계속해서 인심이 흉흉한 상황에 처하기를 바라는 것뿐입니다."
잠시 멈췄다가 이어서 말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화요를 잡아 세상의 해악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화요는 악행을 너무 많이 저질러 오늘 밤 죽음의 덫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어서 눈빛을 대들보에 던지며 두 눈에서 번개 같은 신광을 번쩍이며 말했다:
"화요는 지금 객잔 안에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비상수단을 써서 하나씩 시험해 보면 화요는 분명 여우 꼬리를 드러낼 것이고, 그의 종말은 이미 다가왔습니다!"
※※※
유유는 풀숲에 엎드려 적들과 또 다른 약 이백 명의 인마가 합류해 숲속에 숨겨두었던 전마에 올라 먼지를 일으키며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유유는 땅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으며 예민한 청각으로 적들이 떠난 방향을 판별하고, 적들이 곧바로 영수 서안으로 향하는 것을 감지하다가 갑자기 말발굽 소리가 사라지자 영수에 적어도 다섯 척 이상의 큰 배가 있는 선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사백 명이 넘는 인마를 수용할 수 있겠는가, 속으로 위험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원래의 경로를 따라 강가로 남하했다면 틀림없이 적들의 수륙 양쪽에서의 차단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설마 사마도자와 도봉삼이 결국 한패가 되었단 말인가? 비록 권력투쟁의 합종연횡 속에서 친구가 적이 될 수도 있고 적이 오히려 전우가 될 수도 있으니 불가능한 것은 없다. 하지만 사마도자와 환현은 물과 불처럼 서로 용납하지 못하는 관계로 절대 화해할 가능성이 없고, 사마도자 역시 사부(謝府)를 상대하기 위해 환현과 화해할 리 없다. 환현의 황위에 대한 야심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사현은 사씨 집안이 조정을 지지하는 전통을 이어받았으니, 사마도자로서는 이쪽 현(玄)으로 저쪽 현(玄)을 견제할 뿐, 스스로 만리장성을 허무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더더욱 도봉삼의 수하가 갑자기 사마도자의 사람으로 바뀐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눈앞의 형세를 보면 무사히 광릉으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하늘이 내린 큰 복이니, 적을 제압하고 죽이는 것은 논할 필요가 없다. 상대방은 그가 광릉으로 가는 길에 천라지망을 펼쳐놓고 그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는 서쪽으로 우회하여 크게 돌아 대강을 건넌 후 남쪽에서 광릉으로 돌아가야 할까? 변황은 이처럼 광활하고 그는 또한 길을 잘 알고 있으니, 설사 사마도자가 건강의 병마를 모두 동원한다 해도 바다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그를 막을 방법이 없을 것이다.
"쉿!"
유유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보고는 이내 찬 기운을 들이마시며 마음속으로 좋지 않다고 외쳤다.
※※※
연비는 뒷짐을 지고 걸어갔고, 뒤에는 기천천, 모용전, 혁련발발, 차정, 희별, 홍자춘, 탁광생, 하후정, 비정창 등 제요단의 고수들이 뒤따랐다. 동원의 긴 복도를 따라 걸어가는데, 양쪽에는 방들이 즐비했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문들이 전방에 펼쳐졌으며, 높은 곳에는 모두 아군 병사들이 활에 화살을 건 채 지키고 있었다.
방홍생만 여전히 식당에 남아 있었고 몇몇 고수들이 엄밀하게 보호하고 있었다.
모용전이 역점의 투숙객 명부를 손에 들고 말했다:
"정묘방(丁卯房)."
연비는 자연스럽게 '정묘(丁卯)' 번호가 걸린 객실 문 앞에서 멈추더니 주저하지 않고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모용전 등은 사방으로 흩어져 경계태세에 들어갔고, 그들이 연합한 실력으로 만약 정말로 한마음으로 협력한다면, 상대가 모용수나 손은처럼 고명하다 하더라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기천천은 모용전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람들 가운데 그녀가 강호 경험이 가장 얕았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조금 긴장했다.
모용전은 주위를 둘러보다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고 훔쳐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을 보고 소리 쳤다:
"우리는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니,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훔쳐보지 마시오. 그렇지 않으면 모두 도둑의 일당으로 간주하겠소."
구경하던 사람들은 금세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삐걱!"
유생 차림의 중년인이 방문을 열었다. 얼굴은 창백하고 입술은 하얗게 질린 채 부들부들 떨며 의례적인 인사말을 하려는 듯하다가 갑자기 칠팔 개의 날카로운 시선이 전부 자신에게 쏠려 있자 놀라 벌벌 떨며 말했다:
"나으리! 저는 아닙니다!"
모용전, 홍자춘, 탁광생 등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볼썽사나운 모습을 비웃었다.
연비만이 여전히 온화하고 예의 바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확실히 당신이 아닙니다!"
그리고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탁광생은 그의 옆에 바짝 붙어서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소비, 자네는 한 번 보고 바로 안 거야? 그래도 몇 마디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홍자춘이 말했다:
"나는 노형이 손을 써서 시험해 볼 줄 알았는데?"
연비는 갑자기 멈춰 섰고, 사람들은 모두 그의 뒤에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의 행동이 빠를수록 화요에게 가하는 압박이 커지고, 우리가 이미 계획을 세웠다고 느끼게 하며 거침없이 밀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필요가 있습니다. 안심하시오! 다른 건 몰라도 사람 보는 눈은 틀리지 않습니다."
하후정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를 믿지 않을 수도 없구나. 인시(寅時)가 이미 지났는데 동원에서 화요를 찾지 못하면 아직도 다른 두 원에 남아 있는 백여 개의 객실을 뒤져야 한다."
비정창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만약 화요가 우리 예상을 깨고 혼자가 아니라면,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오."
모용전은 명부를 받쳐들고 낭독했다:
"정묘에서 경오(庚午)방에 왔습니다. 역시 독신 남성이고 이틀 치 방세가 밀렸습니다."
"쾅!"하고 방문이 즉시 열렸고, 굵은 눈썹에 튀어나온 눈을 하고 있는 흉신악살 같은 장한이 지금은 얼굴 가득 당황한 불쌍한 꼴로 용서를 구하며 말했다:
"여러 나리들, 목숨만 살려주시면 즉시 방세를 내겠습니다."
이번에는 기천천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다른 사람들은 더 큰 소리로 웃어 긴장된 분위기를 많이 누그러뜨렸다.
모용전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하고 한 마디 더 하시오."
연비는 여전히 느긋한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씨는 방으로 돌아가시고 방세는 내일 지불하시면 됩니다!"
그 사람은 문 뒤에 멍하니 서 있었고, 사람들은 연비를 따라 계속 이동했다.
연비는 갑자기 걸음을 빨리하며 복도 동쪽 끝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모용전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연형! 신미, 갑술, 을해, 정축을 빠뜨렸소! 이런! 무인, 사묘도……"
연비는 갑자기 멈춰 서서 '임오(壬午)'라는 번호판이 걸린 객방 앞에 멈춰 서서 두 눈에서 광채를 발하며 방문을 꿰뚫어 보듯 내부 상황을 투시하려는 듯했다.
사람들의 안색은 제각각이었고 당연히 모두 경계심을 높이며 엄중히 대기했다.
모용전은 명부에서 눈을 떼고 연비를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무슨 생각이 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혁련발발은 연비를 응시하며 눈빛을 번득였다. 분명 연비의 예사롭지 않은 행동을 곰곰이 생각하며 어떻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순전히 감각에만 의지해 화요를 체포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기천천은 여러 사람 중에서 연비의 능력을 가장 잘 알고 있었고, 그가 그의 현묘한 능력을 발휘하여 화요가 숨을 곳이 없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명령하지 않았음에도 건물 지붕 위에서 보초를 서던 전사들은 모두 최고 경계태세에 들어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사태의 전개 상황을 기다리며 지켜보았다.
만약 방안의 사람이 정말 화요라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화요가 다년간 함부로 악행을 저질러 왔고, 북방에서는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며 분명 온몸에 법보를 지니고 있으며 포위를 뚫고, 숨고, 도망치는 술법에 정통할 것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바람 소리가 들리고 모용전은 손에 든 명부를 던져버리고 공중제비를 돌아 지붕 위로 뛰어올랐다. 이미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가라앉았던 긴장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겨졌다.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연비는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린 후 다시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누구세요!"
모두가 크게 놀랐지만 연비와 모용전은 예외였다. 왜냐하면 들려온 목소리는 여리고 귀여운 것이 분명 여자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기천천은 연비를 안타까워했다. 만약 연비가 이렇게 진지하게 행동했는데도 불구하고 잘못된 사람을 찾는다면 모든 사람들이 그를 믿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니, 이들 노강호(老江湖)들은 비웃는 기색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총명한 그녀는 즉시 깨달았다. 화요가 여자로 역용하는 것을 포함해 변신에 능하기 때문에 수시로 수색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 야!"
객방의 문고리가 열렸다.
연비와 비슷한 키에 빼어난 미모를 지닌 선비족 복장의 젊은 여인이 사람들 앞에 나타났는데, 약간 졸린 듯한 눈으로 한 손으로는 막 걸친 긴 겉옷을 정리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무심하게 추파를 던지듯 머리카락과 옷깃을 매만지고 있었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연비를 훑어보더니 사람들도 둘러보았고 기천천에게 눈길이 닿자 눈빛이 밝아졌다.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기천천의 미모에 사로잡힌 듯했다.
기천천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크게 놀랐다. 이 여인은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한 치의 의심할 여지없이 여인이었고 목에는 남성의 특징인 목젖이 전혀 없었고 얇은 속옷만 입고 있어 영롱하고 굴곡진 몸매가 은은하게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무기를 숨긴 것 같지도 않았고 나른하고 무기력한 모습에 수염이나 눈썹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으며 무예를 아는 것 같지도 않았다.
변황집에 돈을 벌러 온 독신 여성은 드물지 않았으며, 대부분 야와자의 청루에서 몸을 팔아 한몫 챙기려는 사람들이었다.
유일하게 명부에서 독신 여성이 묵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모용전도 크게 실망했고, 마음 속으로 어느 정도 계획을 세운 것 같았던 연비가 이렇게 큰 실수를 저지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며 심문할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여자는 시선을 연비에게 돌리며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밤이 늦었는데 저를 깨워서 뭘 하시는 거죠?"
기천천은 마음속으로 탄식하며 연비의 현묘한 능력에 대한 믿음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그가 어떻게 난국을 수습할지 알 수 없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연비는 태연하게 말했다:
"우리가 잘못 알았소! 아가씨는 문을 닫고 계속 주무시오. 우리가 방해한 죄를 용서해 주시오."
여인은 연비를 한번 힐끗 보더니 잠시 망설이다 천천히 문을 닫았다.
방문이 막 닫히는 순간, 더욱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연비는 소리 없이 검을 뽑아들고 접련화를 번개처럼 빠르게 휘둘러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강력한 경기(勁氣)에 나무문은 썩은 나무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기천천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막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참담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평소 온화하고 평화롭던 연비가 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아가씨에게 전력으로 손을 쓰고 냉혹하게 꽃을 꺾으려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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