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第十二章 以武會友
평성(平城). 탁발규(拓跋珪)는 홀로 내당에서 아침을 먹으며, 연비(燕飛)가 자신에게 보낸 밀서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황인들이 먼 길에서 보내온 군량과 물자는, 그에게 매우 중요했고, 이는 그로 하여금 모용수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더욱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모용수의 수단을 알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연비는 밀서에서 기천천이 더 이상 자신과 심령으로 소식을 전할 수 없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이를 통해 미루어 보아, 기천천이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 처해 있어 정신을 집중할 수 없거나, 아니면 상황이 그녀에게 그런 일을 허용하지 않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눈보라 속에서 행군하는 고통을 잘 알고 있었다. 땅이 얼고 날이 추우면, 사람들은 연약해지고 낙담하게 되며, 체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육체적 고통은, 기천천의 정신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그녀가 연비에게 소식을 보내기 어렵게 만든다. 모용수가 어떻게 감히 이런 모험을 감행했을까?
그때 최굉이 들어와 말했다:
"상우전이 왔습니다."
탁발규가 정신을 차리며 물었다:
"그가 어디 있소?"
최굉이 말했다:
"바로 문밖에 있습니다."
탁발규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어서 들어오라고 하시오!"
※※※
고언과 요맹은 풀이 죽은 채 태수부 정문 앞에 도착했다.
요맹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 빌어먹을! 어찌 된 일이지? 분명히 그녀가 거기 있는 걸 봤는데, 그쪽으로 비집고 갔더니 그녀가 홀연 사라진 것처럼,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네. 내 운이 왜 이 모양이냐?"
문을 지키던 형제들이 두 사람이 오는 걸 보고, '고야', '요야'하고 부르며, 친근하고 존경스런 태도를 보였다. 고언은 한편으론 그들과 바쁘게 인사를 나누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요맹의 어깨에 손을 얹고, 여전히 미련이 남아있는 그를 밀어 태수부 안으로 들어가며 위로했다:
"걱정 마라! 네 미래의 아내가 아직 성 안에만 있다면, 내가 그녀를 찾아낼 방법이 있으니까. 우리는 먼저 아아를 만나러 가자. 그녀가 명령을 내려, 방의 모든 형제들이 온 성 안을 수색하게 하면 돼. 그녀의 옷차림은 쉽게 알아볼 수 있고, 그런 미녀는 만 명 중에 하나도 없으니, 그녀가 어디 숨을 수나 있겠냐?"
요맹이 조바심을 내며 말했다:
"찾으면 또 어쩔 건데? 그녀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지도 모르잖아."
고언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그렇게 자신이 없어? 하하! 내가 지도해 주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보장한다. 그녀가 어느 집안의 규수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미인이라면 파릉에서는 소문이 자자할 테니, 찾기는 쉬울 거야. 보아하니 그녀도 무공을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것 같더군. 그렇지 않았다면, 그런 여협 같은 차림으로 입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하하! 꽃 같은 미모에, 무공까지 뛰어나다니, 너 이 자식 운이 좋구나!"
요맹이 힘없이 말했다:
"그녀를 찾은 다음에 얘기하자! 난 정말 자신이 없다."
고언이 못마땅해 하며 말했다:
"내가 도와준다는데, 왜 그렇게 자신이 없어?"
요맹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가 바로 널 못 믿겠다는 거다."
두 사람이 대청에 들어서니, 정창고, 탁광생, 노수 그리고 칠팔 명의 양호방 두령들이 한데 둘러앉아, 술을 마시며 축하하고 있었다. 큰 소리로 웃고 떠들며 승리의 뜨거운 분위기로 가득했다.
탁광생이 두 사람이 오는 걸 보고, 꾸짖으며 말했다:
"너희 두 녀석 어디를 갔다 오는 거냐? 빨리 와서 술이나 마셔라."
고언이 잘난 척하며 말했다:
"우리는 지극히 중요하고 긴급한 일이 있소. 당신을 상대할 시간이 없소. 내 소백안은 어디로 날아갔소?"
누군가 대답했다:
"윤방주는 내원당(內院堂)에 계십니다……"
고언은 그 사람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요맹을 끌고 대청 뒷문으로 나가려 했다.
탁광생이 큰 소리로 말했다:
"너는 내원당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 태수부가 얼마나 넓은데……"
고언이 짜증스럽게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당신 강호에 나온 지 첫날이오? 투석문로(投石問路)라는 수법도 모르오? 지금 상황에서는, 물론 돌을 던질 필요 없지, 그냥 묻기만 하면 되오. 내가 하는 걸 보시오!"
마침 두 명의 양호방 형제들이 마주 오기에, 고언이 재빨리 그들을 가로막으며 물었다:
"두 분 형님들께 묻겠는데, 내원당이 어디 있소?"
그중 한 명이 공손히 대답했다:
"내원당은 세 곳이 있습니다. 중내원당과 동서 내원당인데, 고야께서는 어느 내원당을 찾으십니까?"
요맹이 고언을 사납게 한 번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는 윤방주를 찾으려 하오."
그 사람도 눈치가 빨라, 먼저 동료를 보내 볼일을 보게 한 후, 두 사람을 안내하여, 후원 입구까지 데려다 주며, 말했다:
"방주님은 정원 안의 취향거(聚香居)에 계십니다. 그녀는……"
고언은 그가 말을 마치기를 기다리지 않고, 말했다:
"고맙소! 더 이상 수고하지 않으셔도 되오."
그 사람은 할 말이 있는 듯했지만, 그가 급한 태도를 보이자, 하는 수 없이 가버렸다.
고언은 기분이 고조되어, 요맹을 끌고 작은 정원 안으로 들어갔다. 눈앞에는 서재 같은 건물이 보였고, 그 안에서 소백안의 다정한 목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고언이 소리 높여 말했다:
"나의 아아! 고언이 왔소!"
윤청아의 목소리가 건물 안에서 들려왔다:
"너 이 녀석, 어디를 갔다 온 거야? 감히 중간에 딴 짓을 하다니, 죄를 알겠느냐?"
고언이 점점 난처해지기 시작한 요맹을 밀어 입구 쪽으로 데려가면서, 말했다:
"아아는 아직 모르는구나. 나 고언은 의리가 하늘을 닿을 만큼 큰 사람이라, 친구를 위해서라면 양쪽 옆구리에 칼이 꽂혀도 마다하지 않고, 불길 속이나 끓는 물속에도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이다. 하하! 아까 요맹 그 녀석이 길에서 마침 노란 옷을 입은 여인을 봤는데, 아아와 비슷한 나이로, 그 순간 천상 사람을 본 듯이 놀라서, 정신이 홀리고, 밤새 잠도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을 지경이 됐지. 애석하게도 그 미녀가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려, 아아가 명령을 내려, 형제들이 온 성 안을 수색해, 이 요맹을 반하게 만든 미녀를 꼭 찾아야 해."
윤청아가 낄낄거리며 웃다가, 웃음을 참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너 이 녀석 참 과장이 심하구나. 요맹은 아직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 잘 기회가 없었을 텐데, 네가 어떻게 그 녀석의 짝사랑이 불면불식(不眠不食) 지경인 줄 아는 거야? 이 멍청아, 어서 들어와서 좀 보아라."
고언과 요맹은 그 말을 듣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윤청아가 그들에게 들어가서 무엇을 보라는 것일까? 즉시 크게 일이 수상하다고 느꼈다.
마침 두 사람이 돌계단에 올라, 서재 입구에 다다랐을 때, 안을 들여다보고는, 즉시 둘 다 동시에 혼비백산했다. 고언처럼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도, 버티기 힘들 정도였고, 요맹은 말할 것도 없이, 민망해서 땅에 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을 지경이었다.
문 안은 작은 객실로, 둥근 탁자가 놓여 있었고, 윤청아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바로 그들이 온 동네를 뒤져도 찾지 못했던 황의 미녀였다. 지금 황의를 입은 여인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부끄럽고 화나면서도 우스운 표정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윤청아가 허리를 굽히며 웃다가, 황의를 입은 여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그녀가 맞아?"
황의를 입은 여인이 크게 발끈하며 말했다:
"청아 너까지 나를 놀리는 거야!"
고언은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상황을 수습하려고 말했다:
"이런 걸 두고 '철혜(鐵鞋)가 닳도록 찾아도 못 찾던 것을, 뜻밖에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얻었다'는 거지. 하늘이 도우셨네! 하하! 요맹 너 아직도 이분께 인사하러 오지 않고…… 흐흐! 이 아가씨께, 빨리 우리의 무례함에 대해 사죄드려야지."
요맹은 '네가 잘못해 놓고 왜 내게 떠맡기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몸을 굽혀 말했다:
"아가씨, 저희의 불경함을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윤청아는 여전히 웃음을 멈추지 못하며, 힘들게 말했다:
"너희들이 한 말은 전부 그녀를 칭찬하는 말뿐이었는데, 무슨 죄가 있겠어? 어서 들어와서 앉아. 이분은 내가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낸 금란자매(金蘭姊妹)인 좌천아(左倩兒)야. 그녀는 파양호(鄱陽湖)의 거부 좌공정(左公亭)의 외동딸인데, 그녀는 내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나를 찾아왔고, 무엇을 도와줄까 했는데, 마침 우리의 성대한 입성 행렬에 맞추게 된 거야."
두 사람은 그제야 비로소, 왜 좌천아가 거리에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소리쳤는지 깨달았다. 알고 보니 자신의 친한 자매를 위해 응원하고 격려했던 것이다. 자리를 잡고 앉자, 윤청아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좌천아에게 웃으며 말했다:
"너 요맹 이 녀석 어때? 꽤 잘생기지 않았어? 그는 변황집의 야와족 우두머리야.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기는 것에는 못하는 게 없어. 재미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보장할게."
고언과 요맹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 이런 식의 소개도 참 독특하다고 할 만했다. 좌천아는 마침내 고개를 들어, 요맹에게 시선을 던져, 그를 한참 동안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데 무공은 어떤가?"
윤청아가 기쁘게 말했다:
"넌 변황집이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니? 실력도 없이 어떻게 그런 약육강식(弱肉強食)의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겠니?"
좌천아의 큰 눈이 즉시 반짝이며, 흥미진진하게 말했다:
"먼저 몇 수 겨뤄보자. 자격이 되는지 볼까?"
고언과 요맹은 서로 마주 보며, 동시에 떠들썩하게 소리를 질렀다.
※※※
탁발규와 상우전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잠시 서로를 살펴보았다. 탁발규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상형이 나의 적이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잠을 이루기 더욱 어려웠을 것이오."
상우전이 놀라며 물었다:
"탁발족주께서도 불면의 문제를 겪고 계시오?"
탁발규가 대답을 피하며, 말했다:
"상형은 정말 빠르게 오셨소. 어젯밤에야 내가 비로소 평성 성벽의 북서쪽 모퉁이에, 세 개의 푸른 등을 걸게 했는데, 오늘 상형이 바로 오시다니, 역시 신의를 지키는 분이시오."
상우전이 말했다:
"저는 줄곧 이 근처에 머물며, 낮에는 숨고 밤에 활동하면서, 평성 일대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소."
탁발규가 흡족해하며 말했다:
"눈보라가 상형에게는 영향이 없소?"
상우전이 말했다:
"물론 영향이 있지만, 좋은 영향이지요. 저는 악천후와 험악한 환경에서 수행하는 데 익숙해 있어, 오히려 배가 되는 효과를 보지요."
탁발규가 감동하며 말했다:
"상형은 정말 기인이시군요. 그래서 소비가 당신을 그토록 높이 평가하는 모양이오."
상우전이 솔직하게 말했다:
"저는 칭찬받는 데 익숙하지 않소. 탁발족주께서는 부디 겸손한 말씀은 하지 말아 주시오. 이번에 저를 부르신 것은, 제가 무슨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어서요?"
탁발규가 문득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만기명요는 정말로 사해(沙海)로 돌아갔소?"
상우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그렇소. 탁발족주께서는 안심하셔도 되오."
탁발규의 두 눈에서 서글픔과 어쩔 수 없음의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내가 본족(本族)의 흥망성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지 않았다면, 그녀를 쫓아갈 방법을 찾았을 것이오. 지금은 이렇게 만날 인연조차 없게 되었구려. 소비는 이 일에 있어 나에게 형제의 의리를 다하지 않았소."
상우전이 눈빛을 번뜩이며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만나는 것이 만나지 못하는 것만 못할 때도 있소. 어느 정도 아쉬움이 남아 있어야, 오히려 가장 아름다운 법이오. 연형은 단지 당신을 위해서 그렇게 한 것뿐이오."
탁발규가 크게 의아해하며 말했다:
"당신과 연비는 분명히 짜 맞춘 적이 없을 텐데, 어찌하여 말투가 그렇게 똑같습니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혹시 만기명요가 못생겨진 것이오?"
상우전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못생겨지지 않았을 뿐더러, 그 아름다움은 여전히 어떤 남자라도 홀리기에 충분하오. 하지만 연형이 정말로 당신을 위한 일을 한 것은 맞소. 명요의 마음은 이미 그녀가 깊이 사랑했던 남자와 함께 죽었소. 우리가 가장 현명하게 할 일은, 그녀를 사막에서 조용히 살게 내버려 두는 것이오. 절대 그녀를 건드리지 마십시오."
탁발규의 두 눈에서 질투 어린 빛이 번뜩이며, 냉랭하게 말했다:
"그녀의 남자는 누구요?"
상우전이 잠시 멍하니 있다가, 비로소 말했다:
"탁발족주께서는 영원히 모르시는 것이 좋을 듯하오. 그리고 죽은 자는 이미 지나간 일이오. 이 일은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시지요."
탁발규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실태를 부렸소! 상형께서 비웃지 마시길."
상우전이 말했다:
"괜찮소. 전 당신을 비웃지 않을 것이오."
탁발규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이번에 상형을 모신 것은, 큰 부탁 하나를 드리고자 함이오."
상우전이 문득 말했다:
"탁발족주께서는 저를 완전히 신뢰하시오?"
탁발규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는 상형을 절대적으로 신뢰하오. 왜냐하면 연비 또한 당신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니까. 비록 나는 당신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이어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이런 질문을 하시오?"
상우전이 말했다:
"제가 전심전력으로 당신들이 모용수를 물리치고, 기천천을 구해내길 바라기 때문이오. 그래서 저는, 탁발족주께서 저를 어느 정도까지 신뢰하는지, 분명히 알고 싶었소. 그래야 훗날 일을 그르치는 일이 없을 테니까요. 탁발족주의 눈을 보면 알 수 있소. 족주께서는 함부로 사람을 믿는 성격이 아니시라는 것을."
탁발규가 흡족해하며 말했다:
"그럼 나는 직설적으로 말하겠소. 열흘 남짓 전에, 모용수가 갑자기 눈보라를 무릅쓰고 형양을 떠나 행방이 묘연해졌소. 나는 그의 행적을 반드시 알아내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이 전쟁에서 우리는 참패할 것이오."
상우전이 말했다:
"중산 쪽에는 어떤 움직임이 있소?"
탁발규가 감탄하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중산의 연군이 대규모로 움직이고 있소. 모용륭이 지휘하는 용성병단(龍城兵團)이, 중산에 집결하고 있소."
상우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용수가 또다시 그의 기습 전법을 구사하려는 모양이군요."
탁발규가 탄식하며 말했다:
"나는 정말 모르겠소. 이처럼 눈보라가 치는 때에, 모용수가 어떻게 감히 위험하게 행군할 수 있단 말이오?"
상우전이 말했다:
"미리 지점을 선택하고, 눈보라를 막을 대비책을 잘 갖춘다면, 구간별로 행군하여, 인마(人馬)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소."
탁발규가 흡족해하며 말했다:
"상형과 이야기하니, 확실히 시원하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소. 우리의 문제는 모용수 군대의 진로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오. 만약 눈보라가 갑자기 멈추고, 모용수의 대군이 갑자기 성 아래 닥친다면, 이 전쟁에서 우리는 의심할 바 없이 패배할 것이오. 내가 상형을 모신 것은, 바로 상형께서 먼저 모용수 주력 대군의 위치를 찾아내어, 우리가 다른 수단으로 모용수에 대처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오."
상우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소. 연비는 언제 돌아옵니까?"
탁발규가 말했다:
"그가 남방의 제왕 쟁탈전에서 빠져나올 수만 있다면, 즉시 돌아올 것이오. 지금 황군(荒軍) 역시 준비를 마쳐, 언제든지 수로를 따라 북상할 수 있소."
상우전이 말했다:
"이 일은 제게 맡기시오. 저는 모용수가 어느 방향에서 올지 대략 짐작하고 있소. 다만 확인만 하면 되오. 제가 적의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는 대로, 즉시 탁발족주께 보고하러 오겠소."
탁발규가 말했다:
"당신은 모용수가 어느 방향에서 올 것 같소?"
상우전이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오겠지요. 가능성이 없을수록 오히려 가능성이 높은 법이오. 그래야 우리의 진영을 크게 혼란시킬 수 있으니까요. 탁발족주께서는 평성을 지킬 자신이 없으시오?"
탁발규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의 병력으로는 안문과 평성 두 성을 동시에 지키기는 어렵소. 그래서 안문은 포기해야 하오. 만약 봄날처럼 따뜻한 시기에, 모용수의 대군이 갑자기 닥치고, 우리가 성문을 닫고 사수한다면, 평성은 겹겹이 포위될 것이오. 게다가 연나라 병사들이 중산에서 끊임없이 증원되어 온다면, 우리는 반드시 패배할 수밖에 없소."
상우전이 말했다:
"잘 알겠소."
탁발규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상형은 아직 나에게 당신의 추측을 말해주지 않았소."
상우전이 말했다:
"단지 추측일 뿐이니, 말하고 싶지 않소. 지난 며칠간 저는 가만히 있지 않았소. 평성을 중심으로 수백 리의 범위를 두루 다니며, 연군이 어디서 공격해 올지 생각해 보았소. 지금 머리를 굴려 보니, 당시 현장에서 관찰하며 연군이 가장 공격해 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바로 제가 가장 의심하는 곳이더군요."
탁발규가 말했다:
"어찌 말을 꺼내어 함께 헤아려 보지 않소?"
상우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어떻게 탁발족주께 숨기겠소? 연비의 형제는, 곧 저 상우전의 형제요. 제 생각에 모용수가 우리의 예상을 가장 벗어날 수 있는 진군 노선은, 청령(青嶺)을 넘고 천문(天門)을 지나, 운중(雲中)으로 직행하는 길이오. 그렇게 되면 모용수가 성 아래 이르러서야, 우리가 비로소 꿈에서 깨듯 정신을 차리게 될 것이오."
탁발규가 소리쳐 말했다:
"그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오."
상우전이 웃으며 말했다:
"모용수는 북방을 뒤흔든 무적의 지휘관이오. 그 누구보다도 이 전쟁의 승패가 달린 관건이, 기습병력으로 평성과 안문을 급습하고, 탁발족주를 겹겹이 포위하는 데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소. 그래야만 탁발족주를 죽일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탁발족주께서 형세가 불리함을 보고, 성락으로 철수해 버릴 것이니, 그로 하여금 큰 수고를 들이게 하는 것이오. 평성은 또한, 낙양, 장안 같은 급의 대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격하기 어려운 견고한 성이 아니오. 모용수는 정말 대단하오. 눈보라가 행군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탁발족주를 이곳에 가둘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소. 탁발족주께서 성 안의 군민들을 버리고, 홀로 도망치지 않는 한, 모용수의 계책이 성공한다면, 말씀하신 대로 이 전쟁은 패배할 수밖에 없소."
탁발규가 말했다:
"그러나 오회산(五回山)의 청령과 천문은, 수많은 봉우리가 하늘을 찌르고, 곳곳이 낭떠러지와 절벽이며, 산길은 가파르게 솟아 있소. 큰 눈이 길을 막은 때에는, 걷기조차 어려운데, 어떻게 거대한 군대가 그곳을 넘을 수 있단 말이오?"
상우전이 말했다:
"불가능해 보이지요?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소. 그러나 이 노선의 또 다른 장점은, 천문을 넘은 후로는, 가는 길 내내 산야의 엄호를 받아, 아무도 모르게 청령까지 곧장 도달하여, 우리에게 감지될 걱정 없이 은밀히 군대를 숨길 수 있다는 점이오. 이렇게 되면 모용수가 갑자기 공격을 개시할 때, 우리는 전혀 대비하지 못한 상태로 당하게 되어, 자칫하면 평성이 모용수에게 일거에 함락될 수도 있소."
탁발규의 두 눈이 반짝이며 말했다:
"이 일은 오직 상형께서 수고해 주셔야 하며, 또한 그것을 해낼 능력은 오직 당신밖에 없소. 나는 모용수의 동향뿐만 아니라, 용성군단의 움직임까지도 파악해야 하오. 상형께서 나를 위해 해주시는 일, 나 탁발규는 결코 잊지 않겠소."
상우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단지 거들 뿐이오. 우리 모두 형제이니, 서로 예의를 차리는 말씀은 하지 맙시다."
이어서 말했다:
"탁발족주께서는 오늘밤은 푹 주무실 수 있을 것이오. 만약 제가 모용수의 대군이 성 아래 이르러서야, 족주께서 알게 된다면, 저 상우전 세 글자는 앞으로 거꾸로 쓰겠소. 가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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