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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武俠小說)/변황전설(邊荒傳說) - 黃易

卷四十一 第二章 심병심약(心病心藥)

by 少秋 2026. 9. 23.

 

第二章 心病心藥

 

 

"연랑!"

 

마음이 불타듯 걱정하던 풍랑과 소시는 소리를 듣고 침상 곁으로 달려갔다. 혼수상태로 잠들어 있던 기천천의 얼굴에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이 떠오른 것이었다.

 

풍랑과 소시는 모두 마음속으로 섬뜩함을 느꼈다. 소시는 더욱이 얼굴에 핏기조차 사라질 정도로 겁에 질려 버렸다. 왜냐하면 병이 깊어 헛소리를 하는 것은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었기에, 기천천의 이번 혼절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기천천의 옥 같은 얼굴에 또다시 변화가 일었다. 얼굴 전체에 슬픔과 원망이 가득하더니, 감긴 두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려,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소시가 달려들어 기천천을 껴안고 크게 슬퍼하며, 울면서 외쳤다:

"아가씨! 제발 아무 일 없으셔야 해요!"

 

풍랑은 죽고 싶을 만큼 후회스러웠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었다. 어쩌자고 기천천에게 탁발규가 수만 명의 병사들을 생매장한 일을 이야기했단 말인가? 분명히 기천천은 그 이야기를 견뎌내지 못한 것이었다.

 

기천천의 두 입술이 가늘게 떨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듯했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다.

 

풍랑은 반은 달래고 반은 억지로 소시를 끌어당겨 일으켜 세웠다.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쓰며 말했다:

"걱정 마라. 소저는 그저 꿈을 꾸고 계신 것뿐이니, 상황이 호전되는 것으로 보인다. 봐라! 눈꺼풀이 실룩이고 있잖느냐. 꿈은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이니, 아마 좋은 꿈일 것이다."

 

소시는 여전히 자신을 추스르지 못하고,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풍랑은 그녀가 너무 슬퍼할까 걱정되어, 수법을 시전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소시는 흐릿하게 울먹이다가 잠에 빠져들었다. 풍랑은 애처롭게 그녀를 안아, 구석에 있는 침상으로 옮겨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다시 기천천의 침상 곁으로 돌아왔을 때, 기천천은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고 있었다. 얼굴빛은 평온을 되찾았고, 숨결도 고르게 변해, 마치 평소에 깊이 잠들어 있는 모습 그대로였다.

 

풍랑은 걱정이 조금 가시자, 방 안의 등잔불을 껐다. 그리고 침상 가장자리에 앉자, 마음속에 온갖 감회가 교차했다.

 

  ※※※

 

기천천은 연비의 품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이전 꿈속에서 연비를 ‘만난’ 것과 달리, 이번에는 그 느낌이 실재적임을 분명히 느꼈다.

 

기천천은 믿기지 않는 듯 연비를 불렀다.

 

연비의 목소리가 그녀의 심령 속에 울리며 말했다:

"괜찮아요! 울지 마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오?"

 

기천천은 연비에게 꼭 안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뜨거운 사랑의 감정이 그녀에게 다시 투지와 생기를 불어넣었다. 연비의 사랑은 마치 온 세상을 휩쓰는 거대한 물결처럼 그녀의 마음을 가로질렀고, 어떤 말도 필요 없이, 외롭고 무력하며 상실감에 시달리던 마음을 몰아냈다. 그녀의 마음은 맑고 평온하게 돌아왔고, 다시금 모든 것을 이미 가진 듯한, 다른 무엇도 바라지 않는 만족감이 밀려왔다.

 

"연랑! 탁발규가 참합피에서 연나라 병사 수만 명을 생매장했다는 게 정말인가요?"

 

연비는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 한숨지으며 말했다:

"그것이 전쟁의 잔혹함이오. 최종적인 승리를 위해, 소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소. 내가 막을까 두려워, 일부러 나를 적군을 추격하도록 보내, 내가 막지 못하게 한 상태에서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이오. 천천, 당신은 반드시 기운을 차려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 함께 이 잔혹한 인간 세상을 떠나겠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이오. 상대방이 완전히 굴복할 때까지, 살육은 계속될 것이오. 이것은 탁발규나 모용수, 나 연비를 포함한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일이오. 전쟁은 원래 이런 것이고, 이제 다른 선택지는 없소."

 

연비가 그 끔찍한 행동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말에, 기천천은 온몸의 긴장이 풀리고 안도했다. 눈을 크게 뜨고, 눈썹을 펴자, 세상이 갑자기 밝아지는 듯했다. 다음 순간, 그녀는 연비의 품에서 고개를 들어, 깊은 정이 담긴 연비의 두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천천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

"이건 불가능해요. 연랑이 어떻게 해낸 거죠?"

 

연비의 얼굴은 그녀의 시선 아래에서 점차 선명해지기 시작했고, 주변은 어두워졌다. 그 광경은 너무나도 실제 같으면서도 환상적이어서,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연비가 부드럽게 말했다:

"이번에는 전적으로 안 아가씨의 큰 도움 덕분에, 나는 이전의 한계를 뛰어넘어, 만수천산(萬水千山)을 넘어 천천과 만날 수 있게 되었소. 삶이 이렇게 아름다웠던 적이 정말 없었던 것 같소. 천천도 안 아가씨를 느낄 수 있겠소?"

 

연비는 확실히 느낌이 있어서 하는 말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추측하든, 기천천과 안옥청의 첫 만남이 이런 상황에서 이루어지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세 영혼이 접촉하며, 사랑의 감각은 끝없이 넓고 섬세했으며, 세상의 모든 남녀가 아는 '사랑'을 초월했다. 그 깊이는 꼭대기도 바닥도 알 수 없었고, 사랑의 깊은 곳에는 끝없는 사랑이 또 존재했다. 기묘한 감각은, 영혼의 은밀한 천지 속에서, 강물처럼 흘러 넘쳐, 온 하늘에 불꽃을 일으켰다.

 

기천천이 기쁨에 차서 소리쳤다:

"옥청 언니! 당신인가요?"

 

안옥청의 목소리가 먼 곳에서 평온하게 전해져 오며 말했다:

"천천 언니! 우리 드디어 만났네요. 비록 처음 만나는 사이라 하지만, 나의 천천 언니에 대한 이해는 그 어떤 이해도 초월해요. 우리가 지금 함께 나누고 있는 이것은, 또한 우리가 가졌던 그 모든 것들을 초월하고 있어요. 나는 철이 든 이후로. 줄곧 어떤 것을, 혹은 어떤 방면의 사물, 어떤 진실, 또 혹은 진실에 가장 가까운 어떤 것을. 추구해 왔어요. 알게 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고, 간절히 알고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 순간, 나는 내가 줄곧 찾아 헤매던 것을 드디어 찾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삶이 참으로 신기하지 않나요?"

 

마지막 몇 마디에 이르러, 그녀의 목소리는 잦아들어, 메아리처럼 작아졌다.

 

기천천이 탄식하며 말했다:

"옥청 언니가 제 마음을 대신 말해 주셨네요. 우리가 함께만 있을 수 있다면, 다른 것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요. 옥청 언니의 말씀에 감동했어요."

 

연비는 안옥청이 이미 매우 힘겹게 버티고 있음을 알았다. 그녀가 더 이상 무리하게 힘을 소모하는 것을 원치 않아, 말했다:

"우리 이제 가야 하오. 천천도 몸조심하고, 인간 세상의 겁난은, 그 나름의 원인과 결과가 있는 법이니, 개인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오. 우리가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되는 것이오. 천천은 강해져야 하오. 예전보다 더 강해져야 하오. 명심하시오. 우리는 곧 함께하게 될 것이오."

 

기천천이 급히 말했다:

"풍랑이 나한테 말했어요, 얼마 안 있어 우리가 형양을 떠날 거라고. 목적지는 아마 중산일 것이지만, 단지 미끼일 수도 있어요. 연랑은 방심하지 마세요."

 

연비의 "알았소"라는 한마디와 함께, 그녀와의 심령적 연결이 갑자기 끊어졌다.

 

  ※※※

 

기천천이 "아!" 하고 작게 외치며 일어났다. 마음은 아쉬움 가득한 사랑으로 가득 찼지만, 더 이상은 조금도 외롭고 무력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두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풍랑의 걱정 가득한 시선이었다. 이내 침실의 현실로 돌아왔음을 깨닫고, 자신이 여전히 모용수의 포로로서, 형양성 안 모용수의 행궁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앞선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두 가지 광경, 그 극명한 대비와 차이가, 그녀에게 기이한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밤은 이토록 평화롭고 고요했다.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눈을 떼지 않고 그녀를 살피던 풍랑이 그녀의 맥을 짚고 있었다. 두 눈에 놀라운 기색이 스치며, 말했다:

"아가씨는 완전히 회복되었을 뿐만 아니라, 눈빛이 평소보다 더 맑고 깊어졌어요."

 

기천천은 살짝 놀라며, 그녀에게 무언가 들킨 것은 아닐까 염려되어, 얼른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말을 하면서, 몸을 일으키자, 풍랑은 어쩔 수 없이 손을 거두었다.

 

풍랑은 자상하게 그녀를 위해 이불을 끌어올려 교구를 덮어주며, 대답했다:

"아가씨께서 혼절하셨답니다. 태의가 와서 진맥하였는데, 맥박이 허약하고 산란하다고 했어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아가씨는 이미 괜찮으신 것 같아요! 정말 이상하네요."

 

어쩐 일인지, 기천천은 오늘따라 풍랑이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표정이 훨씬 친근해졌을 뿐만 아니라, 감회에 젖어, 슬픈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듯했다.

 

기천천이 시선을 구석의 소시에게로 돌리며, 걱정스레 말했다:

"시시가 많이 놀랐겠군요!"

 

풍랑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아이가 깨어나 아가씨의 건강하신 모습을 보면, 악몽을 꾸었다고 생각할 거예요."

 

이어 그녀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천천이 놀라 물었다:

"대랑께서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으신가요?"

 

풍랑은 한참 동안 그녀를 응시하다가, 얼굴에 상심한 기색을 띠며, 조용히 말했다:

"그것은 오래된 일이에요. 스무 해도 더 전의 바로 이맘때 밤, 한 가지 일이 일어나, 제 일생을 바꾸어 놓았지요. 그날 밤 일이 일어나지만 않았더라면 하고 얼마나 바랐는지 몰라요. 그러나 또한 알았지요. 만약 그 일이 다시 닥친다 해도, 저는 여전히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는 것을요. 아마도 그것이 운명으로 정해진 것이었나 봐요."

 

기천천이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그렇다면 대랑께서는 당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신다는 뜻이시군요."

 

풍랑은 기천천이 자신의 진정한 이해자라는 듯 감동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저가 정확히 보셨어요.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다만 조물주의 희롱을 한탄할 뿐이에요. 하늘은 어째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신 걸까요?"

 

기천천은 풍랑이 하는 이야기가 연비의 아버지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은연중에 느끼며,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풍랑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을 이야기하듯 무심하게, 담담히 말했다:

"저는 적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기천천은 "아!" 하는 짧은 탄성을 지르며, 어떻게 그녀를 위로해야 할지 당장은 알 수 없었다.

 

풍랑의 얼굴에는 슬픔과 몰입이 뒤섞인 듯한 표정이 나타났다. 분명 머릿속에서 지난 일을 계속 회상하고 있는 것이었다.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추억은 어째서 항상 사람을 괴롭게 할까요? 이미 지나간 세월은 되돌릴 수 없고, 우리는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며,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빚어진 고통을 만회할 길이 영원히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겠지요. 그때 그 순간을 돌이켜 보면, 마치 어떤 힘이 저를 지배하여, 완전히 제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이것이 운명이라는 것일까요?"

 

기천천은 당연히 그녀에게 확실한 답을 줄 수 없었다. 저도 모르게 건강의 진회루 우평대에서 처음 연비를 만났던 순간이 떠올랐다. 본래 그녀는 변황집으로 가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지만, 연비를 만난 후, 그 작은 망설임마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만약 운명이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연비가 바로 자신의 미래라고 느꼈다.

 

풍랑은 완전히 기억의 홍수 속에 잠겨, 마치 기천천이 보이지 않는 듯 유령처럼 중얼거리며 말했다:

"당시 왕맹의 지휘 아래, 황상을 포함한 수많은 고수들이 전력을 다해 그를 추격하고 있었고, 저도 그중 하나였어요. 하지만 아무도 그가 그렇게 강할 줄은 몰랐지요. 뜻밖에도 그는 여러 번 우리의 천라지망을 뚫고, 빠져나갔어요. 그때 저는 아직 알지 못했어요. 이미 그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었다는 것을. 그는 그토록 지혜롭고 대담하며 강인해서,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낼 수 있었어요."

 

기천천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 사람이 누구였나요?"

 

풍랑은 다시금 기천천의 존재를 알아차린 듯, 시선을 그녀에게로 향했다. 두 눈이 반짝이며 빛났지만, 그녀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그때 그는 이미 변강(邊疆)까지 도망친 상태였어요. 만약 그가 대초원으로 도망쳐 버린다면, 우리는 영원히 그를 찾을 수 없었을 거예요. 아! 나는 어째서 왕맹이 모든 수단을 다해서 그를 죽이려 했는지 알지 못했어요. 다만 상부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것만 알았을 뿐이지요. 우리가 전력을 다해 추격하는 가운데, 그는 다시 한 번 우리의 그물에 걸려들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개세지공으로, 포위를 뚫고 도망쳤지요. 다만 그는 부상이 겹쳐, 거의 기력이 다한 상태였어요. 저와 왕맹의 두 부하가 우연히 마주쳐 그를 막게 되었어요. 아!"

 

기천천은 호기심이 크게 일어, 추궁하듯 물었다:

"그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풍랑은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두 눈에 다정한 빛을 띠며, 조용히 말했다: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우리 셋이 합세해도 여전히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어요. 제 두 동료는 잇따라 그의 손에 목숨을 잃었고, 저도 그에게 쓰러졌을 때, 죽음을 각오했지요. 하지만 그는 저를 놓아 주었어요. 아! 저는 이제껏 그 사람처럼 삶과 죽음을 초월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그는 오히려 저에게 농담을 하더군요. 이제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음을 스스로 알겠고, 또 제가 예쁘게 생겼으니, 차라리 자신의 목을 베어 공을 세우라고 하면서요. 아! 만약 그가 이어서 의식을 잃지 않았다면, 어쩌면 저는 정말 그를 죽였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가 어떻게, 한 번 저를 놓아 주었고, 전혀 저항할 힘도 없는 사람에게 손을 댈 수 있었겠어요?"

 

기천천은 동정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녀가 느꼈을 마음속의 갈등과 고통이 상상되었다.

 

풍랑은 한껏 취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저는 이생에서 가장 대담한 결정, 모든 것을 불사한 결정을 내렸어요. 그가 새외(塞外)로 도망칠 수 있도록 돕기로 한 거예요. 그리고 영영 돌아오지 않기로 한 것이지요."

 

기천천은 그저 들을 수밖에 없었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풍랑의 그때 심정을 이해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무엇이든 불사하겠다는 그 결심을.

 

풍랑이 말했다:

"제가 왕맹의 배치와 계획을 잘 알고 있었고, 게다가 제가 탄 말이 부족 내에서 이름난 준마였기에, 비록 한 사람을 더 태우고 있었지만, 이틀이 지나서야 추격당하게 되었어요."

 

기천천이 놀라며 말했다:

"저는 대랑께서 그렇게 그를 데리고 무사히 새외로 도망쳤을 줄 알았어요. 뜻밖에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가로막히게 되었다면, 그럼 어떻게 하셨나요?"

 

풍랑이 그녀를 바라보며, 시선이 점점 또렷해지더니, 추억에서 현실로 돌아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를 막아선 사람은 황상이었어요. 당시 그는 그저 왕맹 수하의 한 장수에 불과했고, 왕맹과의 사이도 그다지 좋지 않았지요. 왕맹이 줄곧 그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기천천은 모용수와 풍랑 사이의 관계를 조금은 이해하기 시작했다. 왜 모용수가 풍랑을 믿고 중용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모용수가 묵이명과 연비의 관계를 알 리 없다는 것을, 그녀는 확신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결코 자신을 감시하는 중책을, 풍랑의 손에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풍랑은 마치 더 이상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을 이야기하듯, 담담하고 태연하게 말했다:

"황상께서 혼자 추격해 오셔서, 저에게 단 두 마디만 하셨어요. 그 말은 바로 '만약 묵이 형이 다시는 중원 땅을 밟지 않겠다고 맹세한다면, 내가 당신들 두 사람의 목숨을 살려주겠다'는 것이었어요."

 

기천천은 큰 감동과 감회를 느꼈다. 만약 당시 모용수가 묵이명을 살려주지 않았다면, 연비라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풍랑은 끝없는 회한이 서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비록 황상께서 왕맹을 견제하려는 사사로운 마음에서 그런 결정을 내리셨을지라도, 저는 여전히 그분께 매우 감사하게 생각해요."

 

기천천이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대랑께서는 그를 데리고 연랑의 어머니를 찾아가신 거군요. 왜냐하면 대랑께서는 변강의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왕맹의 천라지망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잘 알고 계셨으니까요. 맞지요?"

 

풍랑은 경계하는 기색을 보이다, 다시 평온한 표정을 되찾고 담담하게 말했다:

"노신이 오늘 너무 말이 많았어요. 소저께서는 잘 쉬세요. 노신은 물러가겠어요."

 

기천천은 물러가는 풍랑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전 처음으로 운명에 대한 깊은 체험을 느꼈다. '조물주의 희롱(造化弄人)'이라는 네 글자를 떠올리며.

 

풍랑과 연랑의 어머니, 그리고 묵이명 사이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째서 그들은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며, 아름다운 세월을 함께 보내지 못했을까?

 

기천천은 그것이 몹시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