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第八章 邊荒之戰
연비는 창문을 뚫고 나온 순간, 상황을 한눈에 파악했다. 적과 아군 모두 승산과 실책이 있었고, 이때까지도 쌍방은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있었다.
관건은 차정과 그의 흉노 전사들이 소건강(小建康)을 얼마나 잘 지켜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혁련발발의 계획은 빈틈이 없었다. 그의 목표는 모용수와 손은의 대군이 도착하기 전에 먼저 변황집을 점령하는 것이었다. 겉으로는 모용수를 위해 큰 공을 세우는 것이었지만, 이후에는 상황이 급박했기 때문에 먼저 선수를 쓸 부밖에 없었다고 변명할 수 있었다. 사실은 이 싸움을 통해 천하에 명성을 떨치고, 흉노 철불부의 위엄을 세우며, 이를 협상 주마(籌碼)로 삼아, 변황집에서 더 많은 이익을 쟁취하려는 것이었다.
모용수는 혁련발발을 이용해 탁발규를 견제하는 상황이라, 당연히 이 일로 혁련발발과 반목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인정을 베풀어 손은 측의 이익을 줄여 혁련발발을 만족시키는 일거양득을 노릴 것이다. 손은에 대해서는, 모용수가 경계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혁련발발은 먼저 유언비어를 퍼뜨려 비마회가 모용수의 앞잡이라고 지목했다. 이는 시선을 분산시키고, 변황집의 분열을 조장하며, 인심을 휴흉하게 만들어, 수많은 변민들이 변황으로 망명하게 만들었다. 도봉삼이 그에게 동맹을 제안했을 때, 그는 변황집을 먼저 탈취하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히고, 종루회의를 소집하여, 도봉삼과 회의가 열리는 동안, 도봉삼이 비마회를 섬멸하기로 약속했다.
그가 도봉삼과 동맹을 맺은 것은 좋은 뜻이 아니라, 도봉삼을 이용해 변황집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서였다. 다른 방회가 어떻게 반응하든 상관없이 그의 부하들은 소건강만 지키면 되었다. 이는 마치 변황집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것과 같아, 변황집의 저항력을 마비시키게 되는 것이었다.
혁련발발은 또 변황집 북쪽의 수륙 교통을 의도적으로 봉쇄하여, 자신의 부대가 북쪽에서 변황집을 공격할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이로써 비마회의 주력을 북문대로에 묶어두어, 도봉삼의 기습을 용이하게 하는 한편, 비마회가 북문대로 입구에서 소건강을 공격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혁련발발이 변황집을 공격하는 주력 대군은 이미 변황집 서쪽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도봉삼이 기습을 감행했을 때, 그들은 뇌정만균의 기세로 일거에 북기련의 방어를 뚫고 변황집 내부로 진입해, 도봉삼이라는 '동맹자'까지 포함하여 그를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제거할 계획이었다.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된다면, 혁련발발은 전공을 세울 수 있는 큰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변황집은 다른 대도시와 달리 내성을 방어하는 관문이 없고, 주변에도 견고한 성벽이 없으며, 평야에 위치해 있어, 유일한 방어 수단은 영수의 험난함뿐이었다. 이처럼 지킬 만한 험준한 곳이 없는 곳에서, 혁련발발의 계략이 성공하여, 도봉삼과 비마회가 시가전을 벌이고 있을 때, 군사를 몰아 서쪽에서 기습한다면, 다른 방회의 전사들은 고종장에 묶여 있을 것이고, 소건강에서 안팎으로 호응하는 가운데, 변황집의 저항력은 철저하게 와해될 것이고, 혁련발발은 변황집을 지배자가 되어 변황집 전체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하늘은 그의 소원대로 되지 않았고, 그는 상대를 과소평가했다.
그에게 문제가 있음을 가장 먼저 눈치 챈 사람은 도봉삼이었다. 그의 진짜 신분을 의심하기 시작한 도봉삼은, 결국 동맹을 배신하고 연비의 편에 서게 된다.
두 번째는 학장형이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고, 그는 이 기회에 연비에게 도봉삼이 혁련발발과 밀회한 사실을 폭로했다. 원래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을 노렸지만, 고안의 일로 인해 속셈이 들통 나자, 곧바로 몸을 숨겼다. 이 일로 홍자춘은 그가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연비는 도봉삼의 부하 중에 그가 심어놓은 간세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챘으니, 그야말로 닭을 훔치려다 쌀독을 깬 꼴이었다.
하지만 혁련발발이 가장 예상치 못한 것은 탁광생의 '기암투명(棄暗投明: 어둠을 버리고 밝음을 택하다)'을 선택한 것으로, 이는 변황집 전체의 단결을 이끌어냈다. 이제 소건강의 심복지환만 제거하면, 변황집의 연합군은 전력을 집중하여, 혁련발발의 침략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생각들이 번개처럼 연비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발끝으로 땅을 차며,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광장 동북쪽 모퉁이에 진을 친 흉노 전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하늘을 가득 메운 화살들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
연비가 검집에서 접련화를 뽑아 들고, 정신을 전례 없이 맑고 투명한 경지로 끌어올려, 금단 대법을 전력으로 펼쳤다.
만약 흉노 방의 진세를 크게 어지럽히지 못하면, 북기련과 강방의 연합군이 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삼엄한 방어망을 갖춘 소건강을 공격할 수 없을 것이다.
연비가 창문을 뚫고 나가는 순간, 의당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어섰다.
기천천은 가슴이 한바탕 격탕되었다. 연비의 결단력과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는 영웅적인 행동에, 그녀는 깊이 감동했다.
모용전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을 울리며 말했다:
"호뢰 노대, 소건강은 당신에게 맡기겠소. 나는 당장 음기를 찾아가겠소."
기천천이 그를 바라보았을 때, 그의 뒷모습은 창밖으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홍자춘, 비정창, 희별, 정창고 등이 잇따라 창문을 빠져나갔다. 사람들 모두가 노강호들로 생사가 걸린 긴박한 순간에, 누구의 지시도 없이 각자 해야 할 일을 수행했다.
마지막으로 의당에는 탁광생, 기천천, 그리고 소가만이 남았다. 소가는 정신을 차리고는 한 마디 사죄의 말을 남기고 돌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탁광생은 놀랍도록 냉정을 유지하며 기천천에게 미소를 지며 말했다:
"망원대는 관전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니, 천천 소저께서는 자리를 옮기시지요!"
기천천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탁광생은 만족스럽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 평생 이 순간처럼 마음이 홀가분 했던 적이 없었소.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한다 해도, 이미 여한이 없소. 변황집은 마땅히 지금 모습이어야 하오. 각자의 사리사욕을 초월하여, 변황집의 자유를 가장 신성한 목표로 삼고, 모두가 단결하여, 변황집의 공동 이익을 위해 싸워야 하오. 그리하여 변황집을 천하에 둘도 없는 낙토로 만들어야 할 것이오. 천천 소저, 가시지요."
기천천은 걸음을 옮겨 돌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종루 밖의 세상은 이미 함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
말발굽 소리가 영수 쪽에서 천지를 진동하며 전해져 왔고, 전투 신호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탁발의가 크게 소리쳤다:
"반마삭(絆馬索: 옛날 전쟁할 때, 적의 말이 걸려 넘어지도록 둘러친 굵은 새끼나 밧줄)을 설치하라"
준비를 마친 비마회 전사들은, 즉시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각각 열 가닥의 반마삭을 짊어지고, 그루터기만 남은 작은 나무줄기를 묶어 반마삭의 기둥으로 삼아 백여 조가 변황집 외곽 서북쪽 평야에 넓게 반마삭을 설치했다.
사실 탁발의는 혁련발발의 주력군이 서쪽에서 공격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북쪽의 적들이 석거진을 돌아 서쪽에서 공격해 올 것을 우려하여 반마삭진이 가장 저렴하고 편리하면서도 빠르게 완성할 수 있는 적의 기병 공격을 저지하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변황집의 서북 외곽을 반마삭진으로 둘러쌌다. 만약 적이 이 방향에서 공격해 온다면, 모두 마삭에 걸려 중상을 입을 것이다.
건물 꼭대기 높은 곳에 있는 궁수들은 활을 당겨 화살을 장전하고 있었고, 지상에서 힘을 비축하고 있던 많은 사수들은 북문에서 나와 적의 대군을 기다렸다. 적의 병력이 아무리 강해도 빠른 기병으로 공격하려 한다면 원거리 사격과 반마삭의 조합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탁발의의 뛰어난 점은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적이 전면 공격을 개시하여 물러설 수 없는 결정적인 순간에, 진세를 펼쳐 적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적이 미리 알아차리고, 먼저 보병으로 진을 깨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같은 시간, 북쪽에서는 숲속에서 전투 신호가 크게 울리며, 두 개의 적 부대가 약 삼백 명씩 튀어나왔다. 한 부대는 소건강에서 나와 영수를 따라 이동해 온 흉노방과 합류하려 했고, 다른 부대는 석거진을 돌아 서북쪽에서 공격해 들어오려 했다.
탁발의는 마음을 크게 놓였다. 적이 이미 자신의 계략에 빠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적이 소건강에서 북문대로로 공격해 오는 것을 걱정하지 않았다. 하후정이 이미 석거를 이용하여 소건강과 북문대로 사이의 통로를 막아놓았기 때문이었다. 흉노방의 실력으로는 소건강을 지켜내는 것만으로도 아주 좋은 성과이므로, 그들의 방어선을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음기의 오백 형주군이 북문대로 다른 한쪽에 집결해 있어 언제든지 지원할 수 있었다.
적의 기병이 동북쪽 모퉁이에 나타났지만, 여전히 반마삭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듯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탁발의의 명령이 떨어지자, 화살은 소나기처럼 적의 기병에게 날아갔다.
고종장에서는 함성이 하늘을 진동시켰고 조수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며, 잔혹한 전쟁이 변황집을 휩쓸었다. 이제 어떤 방회도 더 이상 이 전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모용전은 말을 몰아 전속력으로 야와자에서 달려 나오며 소리쳤다:
"음기 어디 있소?"
음기와 그의 오백 수하들은 북문대로와 야와자의 교차로에서 진을 치고 집결해 있다가, 이 말을 듣고 심상치 않음을 알고, 달려와 그의 말머리를 잡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오? 알고 보니 모용 당가셨군요."
모용전은 이번이 그와 처음 대면하는 것이었지만, 다행히도 그의 특이한 외모를 알고 있었다. 모용전이 말했다:
"혁련발발의 주력 대군이 북쪽이 아니라 서쪽에서 공격해 오고 있소. 우리는 반드시 군대를 이동시켜 적을 맞이해야 하오. 늦으면 큰일이오."
음기가 즉시 결단을 내렸다:
"모용 당가께서 먼저 움직이시오. 우리는 뒤따라가겠소."
모용전은 마음이 타들어가는 듯했지만, 그는 음기의 병력이 모두 보병인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좋소"하고 외치며 말을 달렸다.
음기의 명령이 떨어지자, 오백 정예병이 모두 동원되어 모용전의 말 뒤를 쫓아갔다.
"팅! 팅! 팅!"
화살이 연비를 향해 날아왔지만, 연비의 몸을 빠르게 휘감는 검망(劍芒)에 부딪혀 곧바로 튕겨 나가 적진으로 되돌아갔다. 화살이 반사되어 적진으로 날아들자, 순식간에 사람과 말이 뒤엉켜 넘어지며, 흉노 전사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이처럼 대단한 검술을 흉노 전사들은 본 적은 없지만,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이제야 연비가 한방을 제압했던 위세가 결코 과장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쉬-익"하는 소리와 함께, 연비는 흉노 방진 앞 두 장 남짓 떨어진 곳에서, 허공으로 뛰어올라, 비스듬히 위로 올라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선두에 선 적의 머리 위에 이르렀다.
긴 창과 칼이 일제히 연비를 향해 찔러왔다.
하지만 연비는 이미 적들의 진이 크게 혼란스러운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비록 위험을 무릅쓰고 돌진하는 것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최선의 전술이었다. 왜냐하면 적들의 주의력은 줄곧 광장 서쪽의 연합군 부대에 집중되어 있었고 연비가 종루에서 뛰어내릴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활을 당기고 화살을 메우느라 바쁜 틈을 타, 연비는 이미 그들의 오 장 이내까지 다가왔고, 첫 번째 화살 세례를 막아내기만 하면, 곧바로 적과 백병전을 벌일 수 있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연합군이 달려와 지원해 줄 것이고 우세한 병력으로, 적을 소건강으로 퇴각시킨 후, 적의 뒤를 쫓아가며 공격할 수 있었다.
병사들이 산이 무너지듯 패하는, 이런 상황에서 적들은 소건강을 지켜낼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 점을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연비가 매우 잔인하고 흉악한 흉노 전사들 속에서, 그 순간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아!" 광장 서쪽에서는 함성이 하늘을 찌르며, 천 마리의 말이 일제히 발굽을 울리며 연합군이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눈앞이 번쩍였다.
적진에서 한 사람이 뛰어올라, 왼손에는 방패를,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공중에서 연비를 맞이하며, 연비가 아래쪽의 적을 상대할 것이라 여기고, 정면으로 부딪히는 수법을 취했다. 설령 연비를 그 자리에서 격살시키지는 못하더라도, 그를 진 밖으로 밀어내야 했다. 그때 기병들이 돌격하면, 마치 조수처럼 연비를 휩쓸어 버릴 수 있었다.
연비가 발끝으로 빠르게 찔러오는 긴 창의 끝을 정확히 찍고, 즉시 새로운 힘을 내어, 방향을 바꾸며, 상대방과 허공에서 스치고 지나갔다.
"펑!" 상대방의 칼은 허공을 갈랐고, 왼손에 들고 있던 방패가 연비의 접련화에 세차게 부딪혔다.
그 사람은 처참한 소리를 내며, 온몸에 벼락을 맞은 듯, 그대로 떨어졌고, 아래에 있던 기사와 함께 구르는 호리병 신세가 되어, 이미 혼란스러운 적진에 더욱 혼란을 가중시켰으며, 말들이 날뛰었다.
연비는 일단의 검광 속으로 뛰어들며, 적진으로 돌진했고, 땅에 닿기도 전에, 또 두 명의 적이 검에 맞아 말에서 떨어졌다.
땅에 굴러 떨어진 연비는, 찔러오는 두 자루의 긴 창을 피하며, 동시에 검세를 펼쳐 말을 찌르고 사람은 찌르지 않았다. 대여섯 마리의 말이 고통에 뛰어오르고 우왕좌왕했다. 이는 다른 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적지 않은 적들이 말에서 내동댕이쳐졌다. 난공불락 같았던 기병진이 마침내 크게 혼란에 빠졌다.
"탕!"
연비가 땅에서 튀어 올라, 공격해 오는 두 자루의 마도(馬刀)를 막아내고, 주인을 잃은 한 마리의 전마를 골라, 두 번 몸을 날린 후 말 등에 올라타, 접련화를 전력으로 펼치며 먼저 좌우로 적을 공격해 두 명의 적을 말에서 떨어뜨린 후, 그대로 적진 깊숙이 들어가, 가로막는 자들을 모두 쓰러뜨렸다.
대열의 선두에 선 호뢰방이 크게 소리쳤다:
"나를 막는 자는 죽는다!"
강방(羌幫)과 북기련의 천 명의 전사들이 해일처럼 밀려들자, 흉노방의 전사들은 버텨내지 못하고, 곧바로 소건강 방향으로 패주했다.
※※※
안틈이 크게 외쳤다:
"멈춰라!"
삼백 명의 전사들이 일제히 말고삐를 당겨 멈춰 섰다. 그들은 세 줄로 나누어, 영수 서안에 가로로 포진하니, 소건강의 출구와는 불과 천 보 떨어진 곳이었다.
부하 전사들이 모두 어리둥절해 하며, 조금 전 소건강에서 나와 변황집 동북쪽의 무너진 성벽 뒤로 사라진 약 백여 명의 흉노방 전사들을 지켜보고 있을 때, 방패와 화살을 든 또 다른 병사들이 소건강에서 튀어나와, 진을 치고 적을 맞이했다. 대형은 질서정연한 것이, 분명히 미리 준비를 해둔 것이었다.
안틈은 속으로 '위험할 뻔했다'고 중얼거렸다. 만약 적의 연속적인 유인책이라는 것을 제때에 생각해 내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돌진했더라면, 절반만 살아남아도 다행이었을 것이다.
영수 위의 전선들은 모두 전투 준비 상태로 들어가, 서쪽 기슭으로 접근하였고, 배 위의 궁수와 투석기는, 힘을 비축하며 발사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적의 호각 소리가 다시 울리자, 흉노방의 방패와 화살을 든 병사들은 소건강 안으로 물러났고, 안틈은 적을 추격해 공격할 기회를 놓쳤다.
안틈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유일한 희망은 북문을 지키는 비마회가 적의 안팎 협공을 막아내는 것뿐이다.
그는 크게 소리쳐 말했다:
"형제들아! 말을 버려라!"
이제 남은 유일한 선택은, 걸어서 소건강을 강행 돌파하는 것뿐이었다. 이는 매우 힘들고 처절한 전투가 될 것이었다.
모용전은 서쪽 대로로 달려가며 크게 소리쳐 말했다:
"나를 따르라!"
각지의 높은 지점에 있던 선비족 전사들이 잇따라 뛰어내려, 도로를 지키던 동료들과 함께 전부 모용전의 말 뒤를 쫓아, 북문으로 맹렬히 달려갔다.
서쪽 대로를 지키는 전사는 이백 명도 되지 않았고, 그들의 주요 임무는 다른 각 지구의 전투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각 지구에서 이곳으로 도망쳐 온 부녀자와 노약자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서북쪽에서는 함성이 하늘을 찌르고, 모용전이 예상했던 대로 혁련발발은 일부 병력을 소건강의 흉노방과 연합하여, 변황집의 연합군을 견제 한 후, 상대의 빈틈을 노리고 들어와, 일거에 서문을 공격하여 돌파하려고 하였다. 그러면 강력하게 집중된 전력으로 변황집을 공격해 함락시킬 수 있었다. 다만 도봉삼이 동맹을 배신하고 그의 적대적인 세력에 가담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고, 그들이 소가(小軻)로부터 정보를 얻어 그의 주 공격 노선을 파악할 줄은 더더욱 생각지도 못했다.
서문 밖의 오십여 명의 전사들은 독목간(禿木幹) 구역에 나타난 적들을 보며 모두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놀랐다. 적의 강력한 기세와 완벽한 군세에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모용전은 말고삐를 당기며, 저도 모르게 질겁했다.
그는 전쟁 속에서 자란 사람으로, 전장의 풍랑에 익숙해, 한눈에 상대방의 수가 최소 육천 명은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여섯 부대로 나뉘어 있었고, 모두 기병이었으며, 깃발이 나부끼고 있어, 혁련발발의 지위와 신분에 걸맞은, 엄격한 훈련을 받은 정예 부대임을 알 수 있었다.
모용전은 다시 변황집 서북쪽 모퉁이를 바라보며 마음이 조금 놓였다. 왜냐하면 탁발의의 사람들이 방금 북쪽에서 공격해 온 적의 첫 번째 공세를 분쇄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적군은 수많은 넘어진 말과 상처 입고 죽은 전사들을 남겨두고, 북쪽으로 철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게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는 못했다. 음기의 오백 전사를 더한다 해도, 다른 사람들이 제때에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칠백 명으로 혁련발발의 육천 정예병에 대항하는 것은 사마귀가 수레를 막는 것과 같은 행동이었다.
말발굽 소리가 굉음을 내며 울렸다.
서문에서 불과 삼천 보 떨어진 적들은 그에게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공격을 시작했다.
먼저 좌우 양쪽 날개의 선봉 기병들이 각각 남문과 북문 방향으로 달려갔다. 이는 우세한 병력으로 전선을 넓히고, 이미 분산되어 있던 그들의 병력을 더욱 약화시키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선봉 중군(中軍)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아무런 장애물과 방어선도 없는 서문 정면으로 다가왔다.
후방 삼군은 천천히 진격했다.
음기는 이때 수하들을 이끌고, 모용전 옆으로 와서,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서문은 지킬 수 있다 해도, 남문을 지키는 수백 명의 강방(羌幫) 전사들이 어떻게 적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적군이 병력을 분산시켜, 허물어진 성벽을 통해 변황집으로 쳐들어온다면, 서문에서의 공방전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모용전의 시선은 멀리 있는 적들에게서 아군에게로 돌아왔고, 서문 밖 독목간 구역에 깔려 있는 수백 개의 반마삭(絆馬索)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희망이 생겼다.
그는 음기에게 말했다:
"이곳은 당신에게 맡기겠소."
또다시 크게 소리쳤다:
"북기련의 용사들이여, 나를 따르라!"
말 한 마리가 앞장서서, 무너진 담을 따라 남쪽으로 달려갔고, 이백 명의 전사들이, 말을 타고 그 뒤를 바짝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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