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第九章 佳人有約
소시가 말했다:
"연공자님과 고공자님이 돌아오셨어요!"
기천천은 천진난만한 소녀처럼 기뻐하며 말했다:
"과연 그들이군요. 두 명의 개선장군이시네요."
방의는 고언의 성격을 잘 알기에 풀이 죽어 말했다:
"나는 오히려 지붕이 새는데 하필 밤새 비가 내릴까 두렵습니다. 고언이 천천 소저에게 공을 내세우며 떠들어대지 않는 것은 매우 나쁜 징조에요."
유유가 동의하며 말했다:
"이번에는 우리 모두 돈이 한 푼도 없으니 내일 세끼도 문제네요."
정웅 등도 풀이 죽어 말이 없었다. 변황집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당연히 공적(公敵)이 되는 것이고, 그 다음은 돈이 없는 것이다.
기천천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도 고공자님이 일부러 진 것을 가장하며 우리를 놀린 다음 다시 깜짝 선물을 주려는 걸지도 몰라요."
연비와 고언은 마침내 야영지에 들어섰고, 연비는 야영지에 가득 걸려 기이한 풍경을 이룬 주마등을 둘러보았고, 고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 꼭 못생긴 며느리가 결국 시아버지를 마주해야 하는 것 같은 기분이네요, 연비는 제 가장 좋은 형제이고, 저는 그와 영욕을 함께 해 왔는데 에휴! 우리는 몽땅 다 잃었어요! 어! 근데 왜 다들 표정이 안 좋죠?"
기천천은 그를 바라보며 드물게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천천에게 말 해봐요. 당신 지금 농담하는 거죠?"
방의는 비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농담하는 게 아니에요. 연비 이 쓸모없는 녀석이 실수를 했어요. 우리와 같은 운명이에요. 그들은 모든 것을 잃고, 우리는 모든 것을 도둑맞았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 젠장…… 내일은 어떻게 사람 구실을 할까?"
연비는 깜짝 놀라 유유를 바라보며, 그의 총명함과 노련함으로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유유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며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날이 밝기 전에 금자를 천천 소저의 상자에 다시 넣어 놓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당당하게 떠났다.
기천천은 다급하게 말했다:
"연비, 당신은 어떻게 그를 혼자 위험에 빠뜨릴 수 있어요?"
연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만약 그가 혼자서 이 일을 완수하도록 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의 지기가 아닙니다. 만약 유유가 내 보호를 받아야 변황집에서 생존할 수 있다면, 그는 현사의 계승자가 될 자격이 없어요."
기천천은 유유가 천막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흔쾌히 말했다:
"천천은 알겠어요!"
그리고 나서 연비를 향해 기쁜 모습으로 말했다:
"아직 당신의 주마등에 대해 감사를 드리지 않았네요! 천천은 정말 당신 같은 사람도 여자의 환심을 사는 법을 알 줄은 몰랐어요, 천천은 정말 놀랐어요!"
또 달콤하게 웃으며 그를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감동했어요."
방의와 고언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넋을 잃었다. 이때의 기천천은 매우 매력적이어서 만약 그녀가 연비에 대한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바보일 것이다.
하지만 연비는 미리 생각해 두었던 이 일의 전후 사정을 완곡하게 해명하려던 말을 모두 삼켜버리고 한 마디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가 어떻게 기천천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겠는가? 변황집에서의 첫 날 밤에 대한 그녀의 아름다운 인상을 깨뜨릴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는 기천천의 놀라운 매력을 도저히 거부할 수 없었다. 세상에 그녀보다 더 매력적인 여자가 또 있을까? 사랑의 파도가 하늘과 땅을 뒤덮으며 밀려오고 있었고, 그는 도망칠 길이 없어 그저 마주할 뿐이었다.
기천천이 말했다:
"원래 저는 당신에게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변황집에서의 밤을 즐기며 이 아름다운 밤을 함께 감상하고자 했어요. 당신에 대한 보답으로요. 하지만 유 노대가 이미 일을 보러 떠났으니 이곳은 당연히 당신이 자리를 지켜야겠죠."
고언이 점잖게 말했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미인과의 약속을 우리의 연 노대가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 천천 소저는 안심하고 가서 노세요. 누구도 감히 우리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고, 또 우리는 훔칠 것도 없으니 걱정할 것도 없습니다."
방의가 끼어들며 말했다:
"절대 동의합니다. 우리가 변황집에 처음 살아본 것도 아니잖소."
기천천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소시는 어떻게 하죠?"
연비는 말했다:
"그녀는 우리와 함께 가면 돼요."
소시의 뺨에 홍조가 돌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소시는 여기 있을게요, 방 대가와 고 공자가 계시니 소시는 무섭지 않아요."
그리고 연비를 힐끗 쳐다보며 배시시 웃었다:
"만약 그들이 연비 노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이런 쥐새끼 같은 도둑질을 왜 했겠어요."
고언이 말했다:
"말 한번 잘 했어요. 연비 노대의 명성을 믿고 있는 당신에게 누가 감히 인정을 베풀지 않겠소."
기천천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정말 가도 돼요?"
연비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그녀를 끝까지 속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유일하게 진상을 알고 있는 고언은 절대 자신의 무대를 망치지 않을 것이므로 손짓을 하며 말했다:
"천천 공자, 출발하시죠."
기천천은 아름답게 웃으며 소시 등에게 손을 흔들고 경쾌한 걸음으로 동쪽 대로를 향해 걸어갔다.
고언은 즉시 괴성을 지르며 연비에게 빨리 쫓아가라고 재촉했다.
연비는 비록 그의 엉덩이를 세게 걷어차고 싶었지만, 그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저 기천천의 매력적인 자취를 따라갈 뿐이었다.
※※※
유유는 빈말로 떠든 것이 아니라 금자를 찾아올 자신이 있었다. 그는 북부병 가운데 최고의 정찰병이었기 때문에 그가 할 수 없는 일은 다른 사람도 할 수 없었다.
금을 훔친 자들은 그들이 이렇게 단시간 내에 도난 사실을 발견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므로, 금자가 아직도 모처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 운반되지 않았거나 분산시켜 보관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오늘 밤 변황집의 크고 작은 조직들은 겉으로는 느슨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긴장하고 있어서, 변황집으로 들고 나는 수로와 육로가 모두 엄격하게 감시되고 있기 때문에, 금자를 거리낌 없이 운반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
천 냥이 넘는 금자는 한방 같은 조직이 최소 일 년은 족히 운영할 수 있는 막대한 재산이며, 무게가 팔십여 근에 달하기 때문에 금을 훔친 자가 맨손으로 들고 가든 도구를 이용해 운송하든 모두 거미줄과 말발굽 자국을 남기게 되며, 엄격한 추적과 미행 훈련을 받은 고수의 정찰을 속이기는 어렵다.
그는 먼저 도난당한 천막 밖에서 화섭자를 밝혀 자세히 수색했고, 잠시 후 금을 훔친 자의 흔적을 발견했다. 상대방은 매우 고명하여 발자국이 남지 않을 돌이나 풀이 무성한 곳에만 발을 디뎠지만, 무거운 물건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유유는 흔적을 따라 뒷마당 밖으로 나갔고, 이 지역은 황량하고 도로가 파손되어 있었으며, 집들은 방치되어 잡초가 우거져 있었다.
변황집의 전신인 항성(項城)은 중간 규모의 대성(大城)으로 원래 주민은 이십여 만 명에 달했으나 지금 성안의 여러 민족들로 구성된 주민의 총 숫자는 오만 명에 불과하고 유동 인구를 더해도 육칠만 명에 불과해 인구는 네 개의 큰 거리와 부두 근처 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다른 지역은 마치 귀역(鬼域)과 같이 고요하여 변황집의 또 다른 특색을 이루고 있었다.
마당 뒤쪽의 비탈길에 도착한 유유는 오른쪽으로 몇 백 걸음 떨어진 곳에서 새로운 바퀴 자국과 말발굽 자국을 발견했는데, 아직 모래바람에 덮여 있지 않아 분명히 얼마 전 마차가 이곳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유는 속으로 교활하구나 하고 소리쳤다. 금을 훔친 자의 노련하고 영악함으로 보아 이런 큰 실수를 저지를 리가 없으니, 이것은 분명히 사람들의 이목을 속이는 수법이다.
그는 즉시 그곳을 중심으로 사방 수백 보를 샅샅이 뒤졌고, 마침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폐가의 뜰에서 흔적을 발견했다. 이때부터 도둑은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뒷문으로 떠났다.
유유는 냉정을 유지하며 침착하게 뒤쫓았다. 속으로 만약 그 도둑을 찾는다면 실력자든 뭐든 간에 몇 동강이로 잘라내야 비로소 울분이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
※※※
거리는 칠흑같이 컴컴했고 쥐 죽은 듯이 조용했지만, 멀리 있는 야와자는 등불이 하늘을 밝혀 서로 어울려 아름다운 운치를 더하며 독특한 명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기천천은 경쾌한 걸음으로 연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으며, 때때로 일부러 연비의 어깨에 가볍게 부딪치기도 했는데, 그 따뜻하고 달콤한 느낌은 마음이 물처럼 고요한 연비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그녀의 매력적인 체취를 맡으니 변황집은 더 이상 예전의 변황집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곳이 되었고, 미래에 대한 동경, 희망 그리고 생기로 가득 찼다.
기천천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당신과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들어주실래요?"
연비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주마등을 보낸 진상을 설명하려는 마음이 그녀의 부드러운 말투에 녹아내리며 말했다:
"천천에게 무슨 고민이 있으신가요?"
기천천은 기쁜 듯 그를 힐끗 쳐다보며 가볍게 말했다:
"천천은 정말 운이 좋아요. 예전에 건강에서는 건 수양아버님이 지기가 되어 주셨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변황집에 와서는 또 연비 노대가 계시니, 하늘이 천천을 정말 잘 대해 주시는 것 같아요."
연비는 그녀에게 사랑에 빠지게 만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묻고 싶었지만, 그런 질문은 당연히 분위기를 깨는 멍청한 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여성과 이렇게 친밀한 접촉을 하지 않아서 솔직히 아직 완전히 익숙하거나 몰입되지 않았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기천천이 계속 말했다:
"천천은 늘 생각해요. 내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 후회할 일은 내가 했던 일이 아니라, 하고 싶었지만 실행하지 못한 일이라고요. 제 말뜻을 이해하시겠어요?"
연비는 마음이 설레었다. 기천천의 이 몇 마디 말에 그녀의 대담하고 용감한 성격이 모두 드러났다. 이번에 변황집에 온 것이 구체적인 예이다. 연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보아하니 전 죽을 때 후회깨나 하겠군요! 난 천하의 게으름뱅이라서 무슨 일이든 하기 싫고, 그저 최대한 간단하게 살고 싶을 뿐입니다. 크고 작은 부담을 짊어지지 않고 길지도 짧지도 않은 여생을 보내고 싶습니다."
기천천은 기뻐하며 말했다:
"천천은 정말 영광스러워요. 늘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던 연비가 천천에게 열여덟 개의 주마등을 보내 천천이 변황집에서의 첫날밤을 활력과 빛으로 가득 채워주다니!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까요?"
연비는 속으로 영원히 기천천에게 진실을 알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런 비천하고 자격 없는 바보와 공개적으로 만남을 가져주신 것만으로도 큰 보답입니다. 이쪽으로 가시죠!"
그녀를 데리고 옆 골목으로 들어섰다.
기천천은 얌전히 그를 따라 걸었고, 야와자의 조명에서 점점 멀어졌다.
연비는 의아한 듯 물었다:
"천천은 야와자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았나요? 왜 반대하지 않는 거죠?"
기천천은 어깨를 으쓱하며 즐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만남은 제가 제안한 거예요. 어디로 갈지는 당연히 당신이 결정해야죠. 연비가 저를 데려가는 곳이 바로 변황집에서 가장 매력적인 곳일 거예요."
연비는 자신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사람을 잘 이해하는 마음은 누구든지 그녀와 함께 있으면 봄바람을 쐬는 황홀한 느낌을 갖게 했다. 연비가 말했다:
"전 한 번도 야와자에 가본 적이 없어요. 북적거리고 시끌벅적한 게 싫어서요. 다른 큰 도시들은 모두 문인명사들이 무슨 십경(十景)이네 혹은 팔경(八景)이네 하며 아름다운 이름을 붙이기 좋아하는데 우리 변황집에도 '변황사경(邊荒四景)'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지금 당신과 함께 가는 '평교위립(萍橋危立)'이에요."
기천천이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이름이 정말 독특해요! 그 중에서도 '위(危)'자는 정말 잘 어울려요. 특히 변황집의 흉험한 상황과 딱 들어맞아요."
연비는 감회에 젖어 말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변황집은 정말 위험한 곳이고, 매일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살고 있지요. 하지만 기천천에게는 또 다른 이야기예요. 왜냐하면 아무도 당신을 해칠 마음을 먹지 않을 테니까요."
기천천은 갑자기 아름다운 눈빛을 흐리며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말했다:
"제가 방금 모든 재산을 도둑맞았는데도 아무도 천천을 해치지 않을 거라고요? 연비 당신은 어때요? 당신은 저를 해칠 수 있나요?"
가슴속에 쓰디쓴 홍수가 밀려오듯 기천천은 도둑맞은 일을 언급했는데, 이는 그녀가 잊지 못할 옛사랑의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지금 그녀의 눈 속에 서린 처량한 기색은 그날 선상의 갑판에서 본 것과 똑같았다.
기천천이 변황집에 온 것은 건강에서 일어났던 일을 잊고 그녀를 실의에 빠뜨린 상심의 땅을 떠나기 위해서였다. 지금 연비와 함께 변황집을 밤에 거니는 것도 연비를 이용해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그 사람을 잊기 위해서이지, 진심으로 연비에게 연정을 품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를 떠올렸을 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생각에 그는 모든 것이 덧없다는 느낌이 들었고, 삶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남녀 간의 일에 있어서 그는 이미 충분히 지쳤다! 더 이상 원하지도 않고 또 한 번의 상처를 견딜 수도 없다.
주위는 어두웠고 원래 양쪽에 높은 담벼락이 있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니 길게 늘어선 찬란한 별들만 남아 있어 속세에서 볼 수 있는 경치가 아닌 것 같은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기천천은 손을 연비의 팔에 두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왜 대답을 안 해주시는 거죠? 이 골목 정말 예뻐요!"
마치 온향연옥(溫香軟玉)과도 같은 그녀의 가녀린 손이 그의 팔을 잡았는데, 그 느낌은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연비는 기천천이 자신이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런 행동을 통해 그를 보상하고 위로하려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어떻게 그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겠는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행동으로 이미 대답했소."
기천천은 다시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좁은 골목을 지나니 눈앞이 탁 트이며 부평초가 떠다니는 작은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고 호숫가 주변은 버려진 장원이나 화재와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는 폐허뿐이었고 들풀이 우거져 있었다. 여러 곳이 무너진 잔교가 호수를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그 파손 정도가 사람들로 하여금 그 무게를 지탱할 수 있을지 의심하게 할 정도였다.
야와자의 불빛이 닿지 않는 황성(荒城) 동남쪽 모퉁이에 별들이 하늘을 수놓고 땅을 뒤덮고 있어 황폐한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이는 죽음과 멸망 후의 황량한 모습을 암시하는 기이한 아름다움으로, 호수 안에 핀 흰 연꽃은 푸른 부평초에 의해 더욱 두드러져 별빛 아래 작은 호수에서 반짝반짝 빛나며 생기로 가득 차 주변의 처량한 경치와 강렬한 대조를 이루며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졌다.
잔교(殘橋)는 죽음에서 생명으로 다시 죽음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흐릿하고 알 수 없는 피안(彼岸)으로 가는 유일한 길목과도 같았다.
기천천은 "아" 하고 소리를 지르며 연비의 팔을 놓고 예쁜 얼굴에 성스러운 광채를 내뿜으며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앞의 이색적인 광경을 바라보았다.
좁고 어두운 골목에서 나와 갑자기 이렇게 광활하게 펼쳐진 아름다운 별밤의 경치를 보니 더욱 감동적이었다.
기천천의 옥수(玉手)가 그의 팔을 떠나자 연비는 저도 모르게 상실감을 느꼈고, 할 수 없이 자신의 무기력함을 탓하며 자기 연민의 울적한 감정에 휩싸였다. 온갖 복잡한 감정이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쳤다!
그가 길을 안내하기도 전에 기천천은 이미 앞장서서 잔교로 걸어가며 조금 전에 일어났던 모든 일을 잊은 듯 깡충깡충 뛰며 말했다:
"우리 다리로 가서 앉을래요? 분명 좋은 느낌일 거예요."
※※※
유유는 변황집 서북쪽 모퉁이에 있는 폐가의 처마 밑에 엎드려 오른쪽에 있는 또 다른 버려진 집을 살펴보았다. 이 집은 세 칸으로 이루어져 있고 두 개의 큰 마당을 사이에 두고 있는데, 칠흑같이 캄캄하여 사람의 종적을 느낄 수 없었다.
유유는 도둑이 금을 그 안에 숨겼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상대가 집에 들어간 후 떠난 흔적이 이미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해졌기 때문이었다. 만약 먼지 위에 발끝으로 찍은 자국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그는 또 심증만 있었기에 전혀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유유의 침착함에 스스로 자부심을 크게 느꼈다. 그가 여기까지 추적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쉬워 보이지만 사실 수많은 단련 끝에 얻은 성과였다.
상대방은 혼자가 아니라 조직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다. 적어도 금을 훔친 도둑 외에도 마차를 탄 다른 사람이 있었고 성동격서(聲東擊西)의 방법으로 사람을 잘못된 길로 유인하기도 했다.
이곳은 그저 도둑질한 장물을 보관하는 용도로만 사용되었을 수도 있고, 상대방의 임시 소굴이었을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든 적들은 언제든지 돌아올 것이므로 그는 한 발 앞서 금을 되찾아야 했다. 그때는 싸우든 도망치든 상황에 맞춰 행동하면 된다.
유유는 몸을 일으켜 목표한 저택으로 뛰어들었다.
※※※
연비는 다리 아래의 부평초를 응시하며 마음속이 막막해졌다. 현실 세계가 허황되고 진실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 마치 깨어있는 꿈과 같은 느낌이 그의 생각 속에 퍼져나갔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뒤섞여 그의 지울 수 없는 과거가 되었다!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다가도 눈앞에 있는 것처럼 가깝고, 닿을 듯 말 듯한 것이 사람으로 하여금 애달프고 막막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기천천은 편안하게 부서진 다리 가장자리에 앉아 두 발을 공중에 띄우고 이 황량하지만 아름다워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이 특이한 환경에 온몸을 맡겼다. 그녀 역시 연비처럼 과거의 모든 것이 눈앞에 있지만 마치 천리 밖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했던 일을 후회하지 않아요. 다만 하고 싶었는데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일을 후회할 뿐이죠."
기천천의 이 말이 여전히 귓가에 맴돌았다. 지금 이 순간 그는 기천천에 대해 이미 마음이 식어버렸고, 활활 타오르는 별빛 같은 사랑의 불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훗날 언젠가 자신이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까?
기천천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보처럼 거기 서 있지 말고 제 옆에 앉지 그래요!"
그녀가 매력적일수록 연비는 더욱 마음이 아프고 상실감을 느꼈다. 그는 남녀 간의 정에 대해 일찍부터 배궁사영(杯弓蛇影)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사랑이 없는 세상이 얼마나 삭막하고 재미없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그에게 평범하고 얽매임이 없는 안전을 가져다주었다.
기천천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가녀린 손으로 그의 팔을 잡고 억지로 그를 끌어당겨 앉히며 짜증을 내며 말했다:
"밴댕이! 지금 저한테 화내는 거예요?"
연비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에게 손을 잡힌 매력적인 맛을 느끼며 아름답고 변화무쌍한 그녀의 눈동자를 마주보며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천천아! 당신은 이미 그에게 깊은 정이 들어서 헤어 나오기 어렵고 그를 잊지 않았소."
기천천은 그의 손을 놓고 고개를 숙인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전 그를 잊지 않았어요. 그저 그를 미워할 뿐이에요."
연비는 마음이 아팠다. 그는 이미 기천천이 고개를 숙이기 전에 눈물이 고인 것을 보았고, 그녀는 잘못된 사랑의 뿌리 때문에 사랑이 깊은 만큼 미움도 깊어 이토록 비참해 하는 것이었다.
기천천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비! 당신도 그 사람처럼 천천에게 상처를 줄 건가요?"
연비는 가슴이 크게 흔들렸다. 세상에! 이런 미인을 앞에 두고 어떻게 해야 할까? 단 한 마디의 단호한 말로 그녀와 막 시작한 남녀관계를 끝낼 수 있지만 그녀에게 그렇게 상처를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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