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十章 형제정심(兄弟情深)
第十章 兄弟情深
아침 햇살이 막 비치고 북풍이 불면서 비록 날씨는 이미 개었지만 차가운 바람은 여전히 얼굴을 찔러 사람을 움츠러들게 하였다.
이때 대리성의 서문에서 흑백의 두 마리의 말이 나란히 달려 나와 점창산의 기슭을 향해 달려갔다.
그들은 바로 육검평과 사마능공 두 사람이었다.
운귀 지역은 산이 많고 봉우리가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그들은 한 끼 식사를 하는 시간 동안 달리자 산길은 점점 험해졌고 게다가 대리는 좋은 돌이 많이 나는 곳이라 바위는 칼처럼 날카로워 말이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아 말에서 내려 걸어갔다.
두 사람의 걸음걸이가 씩씩하고 힘차 산길을 따라 경공을 전개하여 몹시 민첩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산속으로 진입하니 바람 소리가 크고 인적이 드물고 괴수의 포효소리만이 멀리서 들려와 속으로 떨게 했다.
연달아 두 개의 산령을 넘어서자 산길은 더욱더 울퉁불퉁하고 험준해졌다. 난석이 우뚝 솟아 있어 거의 의심할 여지 없이 길이 없었다.
육검평은 걸음을 멈추고 생각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곳은 성에서 십 리 가량 떨어져 있고 은시대붕이 말한 방향과 일치하는데 왜 이렇게 황량하지?"
묵묵히 주변의 지세를 한번 살펴보니 우측 준령들 사이에 산세가 비교적 평탄하고 넓은 곳을 발견했다. 마치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두 사람은 경쾌하게 도약하며 곧장 오른쪽으로 진입하였다.
산이 눈앞에 있었지만 사마능공은 달려오면서 이미 힘들어했기 때문에 마치 '망산포사마(望山跑死馬 : 산이 보인다고 채찍질만 해대면 말이 죽는 줄 모른다. 눈앞에 보여도 실제로는 멀다는 얘기)' 느낌이 들었다.
향 한 자루 태울 시간이 지난 뒤 그들은 산허리의 평지에 도착했는데 알고 보니 천연의 깊은 골짜기로 지세가 무척이나 넓었다.
두 산은 하늘을 찌를 듯 대치하고 있는 것이 마치 천연 장벽 같았다. 계곡 입구는 좁았고 희미하게 산길 하나가 계곡 안으로 곧장 이어져 있어 한 사람이 계곡 입구를 가로막으면 천군만마라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험난한 형세였다!
육검평은 결심을 굳히고 손짓해 불렀다:
"가자!"
하고 먼저 들어가자 사마능공이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약 백 장 가까이 달려가자 계곡은 점점 좁아졌고 때로는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나 시야가 다소 모호해졌다.
끝까지 걸어가니 땅에는 부서진 벽돌과 기와 조각들이 조금 남아 있어 일찍이 사람들이 살았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하지만 산벽이 높이 솟아 있고 연기가 하늘을 가득 메워 근본적으로 어떠한 동부(洞府)도 찾을 수 없었다.
문득 맞은편에 튀어나온 거대한 백석에 햇빛이 반짝이며 머무르는 것을 보고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금치 못해 즉시 몸을 날려 뛰어올랐다.
알고 보니 석상에는 생동감이 넘치는 한 마리의 묵룡(墨龍)이 새겨져 있었는데 자신의 몸에 있는 보옥의 혈룡과 똑 같았다.
마음속으로 한바탕 놀라고도 기뻐하고 있는데 마침 이때 햇볕이 용의 발톱 위로 비추었다.
육검평이 용의 발통을 당기자 갑자기 한바탕 삐걱삐걱 소리가 나더니 석판이 자동으로 밑으로 내려가고 눈앞에 하나의 천연 석동이 나타났다.
동굴 입구 상단에 ‘천독별부(天毒別府)’라고 전자(篆字)로 새겨져 있었다.
육검평은 기뻐하며 추호도 망설이지 않고 곧자 안으로 들어가고 사마능공이 그의 뒤를 따랐다.
돌길은 구불구불하고 바닥이 깊어서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막 오른쪽으로 돌자 다시 삐걱삐걱 소리가 나서 뒤돌아보니 석판이 다시 올라가며 동굴 입구를 막아버렸다.
출구가 이미 막혔으니 대담하게 앞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굴은 음산하고 차가워 한기가 피부를 에는 듯 했다. 양쪽 벽은 거울처럼 매끄러운 것이 인공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진 것이었다.
몇 번의 방향 전환을 한 뒤 동굴은 점점 좁아지며 아래로 내려갔고 마주보는 곳에 삼 척 높이의 석정(石鼎)이 세워져 있어 길을 막고 있었다. 육검평은 잠시 호기심이 일어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석정의 상단 귀 부분을 잡고 힘을 써서 좌우로 돌렸다.
‘툭’ 하는 소리가 났다.
석정은 자동으로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벽에 멈추었다.
바닥의 네모난 돌에 ‘좌삼우사중횡칠(左三右四中橫七)’라고 큰 글자가 나타났다.
당시에는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해 여전히 앞으로 걸어갔다.
순간.
갈림길이 여러 갈래로 뻗쳐 더욱 복잡해졌다.
두 사람은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며 좌로 돌고 우로 꺾여 약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고도 여전히 석정이 있는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사마능공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히고 호흡이 조금 급해졌다.
육검평은 속으로 이상함을 느꼈다. 그는 총명이 절정에 이른 사람이라 기지를 발휘해 돌 위에 새겨져 있는 글자에 눈길이 닿자 문득 깨달았다.
그는 사마능공을 손으로 잡고 왼쪽으로 세 걸음, 오른쪽으로 네 걸음을 돌고 다시 가운데를 일곱 걸음 가로지르며 연속으로 세 번 나아가자 과연 석도(石道)를 다 걷고 끝에 다다랐다.
그러자 눈앞의 지세가 확 트이며 밝아졌다!
방원이 다섯 장 너비의 거대한 석실로 네 벽에는 거위 알만한 커다란 야명주가 박혀 있어 빛이 찬란하게 비춰 마치 대낮과도 같이 밝게 했다. 커다란 한 칸의 석실이었지만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어 사람으로 하여금 공허함을 금치 못하게 했다. 갑자기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나며 귀를 자극하였지만 물길이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석실을 한 바퀴 빙 도는데 갑자기 지상의 돌 밟는 소리가 삐걱삐걱 울렸다.
‘호’ 하는 소리와 함께——
천근이나 하는 무거운 돌이 천장에서 머리 위로 떨어졌다.
육검평이 대갈일성 했다:
"얼른 피해!"
사마능공을 끌어안고 번개처럼 뛰어올랐고 발끝이 땅에 닿자마자 뒤에서 ‘펑’ 하고 산이 무너지는 소리가 울리며 귀청이 떨어질 것 같았다.
땅 위의 백석(白石)이 산산이 부서져 돌덩이가 비산하였고 몇 갈래의 물줄기가 깨진 돌 틈에서 솟구쳐 올라 천장까지 이르렀다.
두 사람의 놀란 가슴이 진정되니 발밑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알고 보니 물이 이미 석실 전체에 퍼져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육검평은 저도 모르게 어리둥절해 하며 급히 말했다:
"우리는 빨리 출구를 찾아야 하니 먼저 이곳을 벗어나고 다시 이야기하자."
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바닥에 떨어진 거대한 바위 위로 뛰어올랐다.
이때 석실에는 전체가 물빛으로 가득 찼고 수위는 한 척 정도 높아졌으며 지하의 틈새는 물의 압력으로 인해 덮였고 물줄기는 여전히 솟구쳤지만 물기둥은 사라졌다.
육검평은 물이 밀려오고 동굴 입구가 이미 막히고 석실의 사면이 바람 하나 통하지 않는 것을 보고 한 시진이 되기도 전에 두 사람이 물에 빠져 죽을 것임을 알았다.
사람은 급하면 지혜가 생기는 법이니 갑자기 천정에서 돌이 떨어진 곳에서 한바탕 경풍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고 반드시 탈출할 곳이 있음을 알았다.
급히 손으로 사마능공의 허리를 감싸며 외쳤다:
"일어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멍을 뚫고 나왔고 공중에서 허리를 비틀며 힘을 실어 한 번 몸을 돌리자 두 발이 이미 땅에 닿았다.
알고 보니 또 다른 세상 이었다!
찬 바람이 얼굴을 찌르고 뼛속까지 스며들자 정신이 맑아졌다. 두 사람은 긴 한숨을 쉬고서야 비로소 눈앞의 풍경이 선명해졌다.
보니——
사방에 준봉이 솟아 있고 경사가 가파르며 구름에 닿을 듯 높았다. 바닥은 전부 대리석으로 깔려 있었고 더욱이 인공으로 다듬어져 매끄럽고 평평하였는데 분명 죽음의 계곡이었다.
십 장 떨어진 곳에 웅장한 전각이 우뚝 솟아 있었다. 절벽에 기대어 세워졌으며 모두 거대한 돌을 쌓아 올렸는데 특별히 장엄하고 웅장하게 보였다.
이때 석양이 산을 에워싸고 저녁 안개가 사방에 깔리며 계곡에 연기와 운무가 자욱하여 도처에 꽃이 날리고 버들가지가 바람에 날리는 것이 매우 기이한 광경이었다.
두 사람은 반나절 동안 헤매어서 배가 고파 품속에서 건량을 꺼내 그 자리에서 먹었다.
육검평은 가볍게 탄식하며 말했다:
"이 동굴의 구조가 이처럼 정교하고 공사가 엄청나게 클 줄은 생각도 못했구나. 방금 진력을 다해 간신히 탈출했지만 지금은 또 사곡(死谷)에 갇혀 나는 새도 건너기 어렵겠구나——"
잠시 생각하고 계속했다.
"아마도 전각 안에 암문(暗門)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의 주인은 어디로 드나들은 것일까?"
오랫동안 말이 없던 사마능공이 이어서 말했다:
"우리가 이미 이곳에 갇혔으니 차라리 재차 앞으로 나아가 탐색해보죠!"
두 사람은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좌우로 나뉘어 돌아서 지나갔다.
석전은 산을 끼고 바위에 이어 있어 어떤 틈새도 찾을 수 없었고 두 문은 굳게 닫혀 있어 아무런 소리도 없이 고요하여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갑자기 사마능공이 놀라 소리치며 말했다:
"평형님, 와서 보세요. 이게 뭐죠!"
육검평은 이상함을 느끼고 앞으로 다가가 보았다——
오른쪽 벽에 한마리의 창룡(蒼龍)이 조각되어 있는데 크고 작은 자태가 동굴 입구의 부석(浮石)에 조각된 것과 똑 같았다.
육검평은 조금 더 생각하고 검의 손잡이로 용의 몸을 두드리니 텅 빈 소리가 들려왔고 실체가 아님을 알았다.
그가 바로 용의 발톱을 두드릴 때 갑자기 석벽이 주저앉으며 삐걱거리는 소리가 지나가고 석문이 천천히 안쪽으로 열렸다.
두 사람의 신형이 번쩍하고 이미 대청 안으로 들어가 앞으로 걸음을 옮기려 할 때 뒤에서 한바탕 바람소리가 들렸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석문이 다시 닫혔다.
이때 대청 안은 구슬 빛으로 환히 빛났고 빛은 사방 벽의 끝에서 나와 눈부시게 했다.
정중앙의 벽에 기대어 있는 돌 침상 위에 황삼을 입은 수척한 노인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서리처럼 하얀 소나무 같은 눈썹은 앞가슴까지 흩날리고 있었으며 두 눈은 감겨 있어 마치 노승이 입정(入定)한 것 같았다.
육검평은 마른 기침을 한 번 하고 두 손을 위를 향해 공수하며 말했다:
"말학후진 육검평이 동생 사마능공과 함께 노인장의 안녕을 삼가 문안드립니다!"
말을 마치고 옆에 서서 답변을 기다렸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노인은 꼼짝도 하지 않아 마치 듣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는 연거푸 세 번 소리쳤다.
여전히 대답이 없자 마음속으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설마——
앞으로 다가가 누르자 황삼에 손을 대자 먼지처럼 부서져 떨어지고 마른 시체가 드러났다. 알고 보니 노인은 이미 우화귀진(羽化歸真)했고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의삼은 이미 풍화되어 있었다.
앞에 있는 석안(石案) 위에는 하나의 철함과 옥병이 단정히 놓여 있었고 철함은 단단하게 밀봉되어 추호의 틈새도 없었다. 육검평은 쉬려거검을 뽑아 한번 휘둘렀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안에는 남색의 양피지 책이 나타났고 책의 표지에는 ‘천외진경(天外真經)’ 이라는 예서체의 네 글자가 힘찬 필력으로 쓰여 있었다.
아래에는 접힌 얇은 비단이 깔려 있었고 그 위에는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글이 쓰여 있었다. 그 위에 적혀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나는 장검금령의 사제인 ‘운룡구현(雲龍九現)’ 조천호(趙天豪)라고 한다. 옛날 사문에서 가르침을 받고 장문 자리를 놓고 경쟁하다가 명을 받고 기량을 겨루다가 좌절하여 사문의 신물을 훔쳐 도주하여 각 문파의 탐욕을 불러일으켰다. 비록 나중에 신물을 본문에 돌려주었지만 장문사형인 장검금령이 포위공격을 받고 대파산에서 상처를 입고 참사를 당하였다. ‘회룡비급(回龍秘笈)’과 ‘혈룡옥령(血龍玉令)’이 모두 강호에서 사라져 버렸다. 재앙은 나의 일시적인 분노로 인해 사문이 좌절하고는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결과가 되어 양심의 가책을 심하게 느끼고 여기에 머물며 영원히 강호와 관계를 끊겠다고 맹세하였다.
"그리고 만년에 얻은 ‘구엽지란(九葉芝蘭)’과 ‘천외진경(天外真經)’을 사문과 인연이 있는 사람에게 남겨 속죄를 하고자 한다.
"진경은 이백 년 전 ‘천외신마(天外神魔)’가 정사 각파의 기공을 융합하여 만든 것으로 모두 고금을 뛰어넘는 절학이다. 거사유정(去邪留正) 하기를 바라며 적자(適者)를 골라 전수하기 바란다.
"벽에 있는 도형은 ‘능허보법(凌虛步法)’ 계열로 공중에 솟아올라 기를 바꿀 수 있는 경공기초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다시 ‘구엽지란(九葉芝蘭)’을 복용해야 적은 노력으로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두 달이면 완전히 익힐 수 있다.
"석문은 이미 닫혔으니 길이 없으니 두 달 후에 전각 뒤쪽의 거석을 옮기고 석판을 열어 비도(秘道)를 따라 계곡을 나가라.
"석안(石案) 위에 있는 병 속에 환약과 골짜기에서 나오는 석유(石乳)로 배고픔을 달랠 수 있다.
"작은 옥병에는 해독 및 상처를 치료하는 좋은 약이 있으니 사용하라고 남긴다.
본문을 위해 남은 힘을 다하기 바라며 발전시켜 나가기 바라고 싸움을 일삼아 원한을 맺지 말고 다시는 나이 전철을 밟지 않기 바란다.
"나의 유체는 돌 침상 아래에 묻어다오."
"풍뢰문의 죄인 조천호가 쓰다."
육검평은 본문의 선배가 남긴 것이라는 것을 알고 급히 법체를 향해 절을 하며 말했다:
"선배님께서는 앞서 저지른 과오를 이미 깨달으셨으니 본문은 더 이상 책망할 도리가 없습니다. 마음 놓으시고 영면에 드시기 바랍니다. 검평이 유훈을 감사히 받아 본문을 위해 힘쓸 것을 맹세합니다. 반드시 더욱 발전시켜 하늘에 계신 선배님의 영혼을 절대로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설령 뼈가 부서져 재가 되더라도 개의치 않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두 사람은 힘을 합쳐 석상(石床)을 움직여 바닥의 석판(石板)을 들어내니 아래에 깊이 오 척 정도의 석혈(石穴)이 나타났다. 그들은 '운룡구현(雲龍九現)'의 유체를 천천히 석혈로 집어넣었다.
두 사람은 허리를 굽혀 일배를 하고 조용히 묵도를 하고 석판을 덮었다.
일대의 괴걸은 이로부터 석혈에 묻혔고 두 사람은 눈물을 글썽였다.
잠시 말이 없던 육검평은 '천외진경(天外真經)'을 펼쳤다.
제일장 검법을 보니 십이초로 나뉘며 매초마다 삼식이 있다.
제이장 경공편은 상, 하 두 편이 있다.
제삼장은 백골음공으로 시체의 골수를 흡수하여 체내의 진원을 배양하는 것으로 장력이 몸에 닿으면 내장을 산산조각을 내는 지극히 음독한 것으로 극한까지 익히면 금강부동신공(金剛不動神功)과 호신강기(護身罡氣)를 파괴할 수 있다. 다만 뒷부분은 남아 있지 않았는데 지나치게 악독하여 누군가 찢어버린 것 같았다.
제사장 용독(用毒)편.
제오장 기황(岐黃:의술)편.
육검평은 앞으로의 강호행도에 도움이 되도록 기황일장을 선택했다. 검법과 경공은 사마능공이 배우도록 남겨두었다.
육검평은 사마능공이 진경을 집중해서 보는 것을 보고 일어나서 전각 뒤로 돌아갔다.
그러자 천인봉(千仞峰)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폭포가 쏟아져 내려 수담(水潭)을 거쳐 정교하게 만들어진 수로를 따라 석실 아래로 유입되기 때문에 압력이 매우 높았다. 그러기에 물기둥이 하늘로 치솟은 것이었다.
담수 옆에는 난(蘭)과 비슷하지만 난이 아닌 작은 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색은 짙은 자색이고 잎이 아홉 개로 나뉘어져 있어 천 년 동안 찾기 어렵다는 '구엽지란(九葉芝蘭)'이란 것을 알았다.
이때 진한 향기가 서서히 퍼져 나와 코를 맑게 했다.
나무줄기는 푸른색의 연기로 덮여 있어 바라보니 마치 벽옥(碧玉) 같았다.
이때 향기가 자욱하였고 이미 열매가 익어 떨어질 때가 다가왔다.
육검평은 감히 태만하지 못하고 급히 손을 뻗어 따서는 입에 넣었다.
한편으로 자리에 앉아 행공을 하자 한줄기 열기가 단전에서 솟아나와 전신 경맥을 향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단시간에 머리에서 열기가 피어오르고 얼굴은 불처럼 빨개지고 체내에서는 기이한 열기가 흘러 거의 백맥(百脈)을 뚫을 듯이 솟구쳐 급히 심신을 가다듬고 이를 악물고 참았다.
몇 시진이 지난 뒤 열류가 서서히 사라지고 다시 단전으로 돌아와 본신 체내의 열기와 융합하여 순차적으로 움직이며 십이중루(十二重樓)를 거치고 이미 망아지경(忘我之境)에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고 그는 깨어나니 전신이 비할 데 없이 편해 공중으로 뛰어오르니 가볍게 십장을 수직으로 솟구쳤다. 예전과 비교해 거의 두 배는 정진하였다.
사실 그는 자신이 이번 운공에 이미 칠주야(七晝夜)가 경과하였음을 알지 못했다. '구엽지란(九葉芝蘭)'을 복용하고 모두 흡수하여 공력이 또 일 갑자가 급증하였음을 알지 못했다.
그가 경악하고 있을 때 뒤에서 사마능공 놀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평형님, 앉은 지 일주일이나 되었습니다. 하마터면 소제는 놀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현제(賢弟) 정말 고생이 많았네. 너의 기초가 잘 다져지면 형이 너의 임독이맥을 통하게 해줄게!"
사마능공은 육검평의 구두 지도를 통해 겨우 일식만을 배울 수 있어서 마음속으로 다소 초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타고난 자질과 초인적인 끈기로 악착같이 연습하여 초식의 기이하고 심오한 요점을 깨닫고 일초삼식을 완전히 배울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저녁에는 육검평이 전수해준 좌공구결(坐功口訣)에 따라 토납지공(吐納之功)을 수련했다.
육검평은 벽에 새겨진 능허보법(凌虛步法)에 비범한 신묘함을 느꼈지만 그의 총명한 지혜와 정심한 공력으로는 배워도 부족함을 알았다.
의도는 더 더욱 초학이라 먼저 기경백맥(奇經百脈)부터 배우기로 했다.
금강부동신공은 본래 불문최고의 신법으로 수련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가 '구엽지란(九葉芝蘭)'을 복용한 이후 내공은 이미 백년이상으로 늘었고 게다가 고요함 가운데 깨달음을 얻으며 빠르게 진전되었다.
※※※
한 달이 지나갔다.
사마능공은 검법을 이미 구초까지 익혔지만 십초부터는 심력이 이어지지 못하는 것을 느끼고 검을 버리고 자주 한숨을 쉬었다!
육검평은 그의 내공화후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설련 하나를 꺼내 건네주며 사마능공에게 말했다:
"빨리 복용하고 심법에 따라 운공해라."
설련은 무림인들에겐 기사회생의 공능이 있다고 여겨지는 진품으로 무학을 배우는 초보자가 복용하면 공력을 빠르게 향상시키는데 가장 적합하다.
이때 사마능공은 설련을 입에 넣자 즉시 맑은 즙으로 변해 침을 따라 뱃속으로 흘러 들어갔고 차갑고 상쾌한 향기가 비장에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육검평은 두 손으로 사마능공의 '명문혈(命門穴)'을 누르며 소리쳤다
"현제 조심해라. 운공에 집중해."
오래지 않아 한줄기 열류가 장심을 통해 체내로 전해져 설련의 약력을 촉진하여 전신 경맥을 주행했다.
사마능공은 문득 전신의 경맥이 터질 듯 팽창하고 기혈이 솟구쳐 머리에서는 노란 콩만 한 땀방울이 굴러 내리고 전신이 경련을 일으키고 사람도 점점 기울어졌다.
위기일발의 순간 육검평이 가볍게 소리를 질렀다:
"현재 조심해서 참아라!"
사마능공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늠름해지고 비할 데 없는 항력(抗力)으로 속에서 끓어오르는 기혈을 억지로 참아내었다. 그는 천부적인 자질과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오래지 않아 점차 평온해졌고 열류가 단전에서 끊임없이 솟아나와 전신을 순행하며 뇌를 관통하고 생사현관을 돌파하는 것을 느꼈다.
육검평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행공하던 손을 거두었고 얼굴은 살짝 창백해졌다.
사마능공은 형이 자신을 위해 자신의 본신 진원을 아끼지 않고 임독이맥을 타통시켜 준 것을 알고 속으로 미안한 마음을 품었다.
그는 육검평이 두 눈을 뜬 것을 보고 급히 앞으로 나아가 소리쳤다:
"형님, 당신은——"
"별거 아니다. 현제 얼른 연공해라!"
그래서 두 사람은 더욱 힘써 수련했고 공력은 급격히 향상되었다.
아침 햇살이 막 비치고 북풍이 불면서 비록 날씨는 이미 개었지만 차가운 바람은 여전히 얼굴을 찔러 사람을 움츠러들게 하였다.
이때 대리성의 서문에서 흑백의 두 마리의 말이 나란히 달려 나와 점창산의 기슭을 향해 달려갔다.
그들은 바로 육검평과 사마능공 두 사람이었다.
운귀 지역은 산이 많고 봉우리가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그들은 한 끼 식사를 하는 시간 동안 달리자 산길은 점점 험해졌고 게다가 대리는 좋은 돌이 많이 나는 곳이라 바위는 칼처럼 날카로워 말이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아 말에서 내려 걸어갔다.
두 사람의 걸음걸이가 씩씩하고 힘차 산길을 따라 경공을 전개하여 몹시 민첩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산속으로 진입하니 바람 소리가 크고 인적이 드물고 괴수의 포효소리만이 멀리서 들려와 속으로 떨게 했다.
연달아 두 개의 산령을 넘어서자 산길은 더욱더 울퉁불퉁하고 험준해졌다. 난석이 우뚝 솟아 있어 거의 의심할 여지 없이 길이 없었다.
육검평은 걸음을 멈추고 생각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곳은 성에서 십 리 가량 떨어져 있고 은시대붕이 말한 방향과 일치하는데 왜 이렇게 황량하지?"
묵묵히 주변의 지세를 한번 살펴보니 우측 준령들 사이에 산세가 비교적 평탄하고 넓은 곳을 발견했다. 마치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두 사람은 경쾌하게 도약하며 곧장 오른쪽으로 진입하였다.
산이 눈앞에 있었지만 사마능공은 달려오면서 이미 힘들어했기 때문에 마치 '망산포사마(望山跑死馬 : 산이 보인다고 채찍질만 해대면 말이 죽는 줄 모른다. 눈앞에 보여도 실제로는 멀다는 얘기)' 느낌이 들었다.
향 한 자루 태울 시간이 지난 뒤 그들은 산허리의 평지에 도착했는데 알고 보니 천연의 깊은 골짜기로 지세가 무척이나 넓었다.
두 산은 하늘을 찌를 듯 대치하고 있는 것이 마치 천연 장벽 같았다. 계곡 입구는 좁았고 희미하게 산길 하나가 계곡 안으로 곧장 이어져 있어 한 사람이 계곡 입구를 가로막으면 천군만마라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험난한 형세였다!
육검평은 결심을 굳히고 손짓해 불렀다:
"가자!"
하고 먼저 들어가자 사마능공이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약 백 장 가까이 달려가자 계곡은 점점 좁아졌고 때로는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나 시야가 다소 모호해졌다.
끝까지 걸어가니 땅에는 부서진 벽돌과 기와 조각들이 조금 남아 있어 일찍이 사람들이 살았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하지만 산벽이 높이 솟아 있고 연기가 하늘을 가득 메워 근본적으로 어떠한 동부(洞府)도 찾을 수 없었다.
문득 맞은편에 튀어나온 거대한 백석에 햇빛이 반짝이며 머무르는 것을 보고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금치 못해 즉시 몸을 날려 뛰어올랐다.
알고 보니 석상에는 생동감이 넘치는 한 마리의 묵룡(墨龍)이 새겨져 있었는데 자신의 몸에 있는 보옥의 혈룡과 똑 같았다.
마음속으로 한바탕 놀라고도 기뻐하고 있는데 마침 이때 햇볕이 용의 발톱 위로 비추었다.
육검평이 용의 발통을 당기자 갑자기 한바탕 삐걱삐걱 소리가 나더니 석판이 자동으로 밑으로 내려가고 눈앞에 하나의 천연 석동이 나타났다.
동굴 입구 상단에 ‘천독별부(天毒別府)’라고 전자(篆字)로 새겨져 있었다.
육검평은 기뻐하며 추호도 망설이지 않고 곧자 안으로 들어가고 사마능공이 그의 뒤를 따랐다.
돌길은 구불구불하고 바닥이 깊어서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막 오른쪽으로 돌자 다시 삐걱삐걱 소리가 나서 뒤돌아보니 석판이 다시 올라가며 동굴 입구를 막아버렸다.
출구가 이미 막혔으니 대담하게 앞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굴은 음산하고 차가워 한기가 피부를 에는 듯 했다. 양쪽 벽은 거울처럼 매끄러운 것이 인공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진 것이었다.
몇 번의 방향 전환을 한 뒤 동굴은 점점 좁아지며 아래로 내려갔고 마주보는 곳에 삼 척 높이의 석정(石鼎)이 세워져 있어 길을 막고 있었다. 육검평은 잠시 호기심이 일어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석정의 상단 귀 부분을 잡고 힘을 써서 좌우로 돌렸다.
‘툭’ 하는 소리가 났다.
석정은 자동으로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벽에 멈추었다.
바닥의 네모난 돌에 ‘좌삼우사중횡칠(左三右四中橫七)’라고 큰 글자가 나타났다.
당시에는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해 여전히 앞으로 걸어갔다.
순간.
갈림길이 여러 갈래로 뻗쳐 더욱 복잡해졌다.
두 사람은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며 좌로 돌고 우로 꺾여 약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고도 여전히 석정이 있는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사마능공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히고 호흡이 조금 급해졌다.
육검평은 속으로 이상함을 느꼈다. 그는 총명이 절정에 이른 사람이라 기지를 발휘해 돌 위에 새겨져 있는 글자에 눈길이 닿자 문득 깨달았다.
그는 사마능공을 손으로 잡고 왼쪽으로 세 걸음, 오른쪽으로 네 걸음을 돌고 다시 가운데를 일곱 걸음 가로지르며 연속으로 세 번 나아가자 과연 석도(石道)를 다 걷고 끝에 다다랐다.
그러자 눈앞의 지세가 확 트이며 밝아졌다!
방원이 다섯 장 너비의 거대한 석실로 네 벽에는 거위 알만한 커다란 야명주가 박혀 있어 빛이 찬란하게 비춰 마치 대낮과도 같이 밝게 했다. 커다란 한 칸의 석실이었지만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어 사람으로 하여금 공허함을 금치 못하게 했다. 갑자기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나며 귀를 자극하였지만 물길이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석실을 한 바퀴 빙 도는데 갑자기 지상의 돌 밟는 소리가 삐걱삐걱 울렸다.
‘호’ 하는 소리와 함께——
천근이나 하는 무거운 돌이 천장에서 머리 위로 떨어졌다.
육검평이 대갈일성 했다:
"얼른 피해!"
사마능공을 끌어안고 번개처럼 뛰어올랐고 발끝이 땅에 닿자마자 뒤에서 ‘펑’ 하고 산이 무너지는 소리가 울리며 귀청이 떨어질 것 같았다.
땅 위의 백석(白石)이 산산이 부서져 돌덩이가 비산하였고 몇 갈래의 물줄기가 깨진 돌 틈에서 솟구쳐 올라 천장까지 이르렀다.
두 사람의 놀란 가슴이 진정되니 발밑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알고 보니 물이 이미 석실 전체에 퍼져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육검평은 저도 모르게 어리둥절해 하며 급히 말했다:
"우리는 빨리 출구를 찾아야 하니 먼저 이곳을 벗어나고 다시 이야기하자."
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바닥에 떨어진 거대한 바위 위로 뛰어올랐다.
이때 석실에는 전체가 물빛으로 가득 찼고 수위는 한 척 정도 높아졌으며 지하의 틈새는 물의 압력으로 인해 덮였고 물줄기는 여전히 솟구쳤지만 물기둥은 사라졌다.
육검평은 물이 밀려오고 동굴 입구가 이미 막히고 석실의 사면이 바람 하나 통하지 않는 것을 보고 한 시진이 되기도 전에 두 사람이 물에 빠져 죽을 것임을 알았다.
사람은 급하면 지혜가 생기는 법이니 갑자기 천정에서 돌이 떨어진 곳에서 한바탕 경풍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고 반드시 탈출할 곳이 있음을 알았다.
급히 손으로 사마능공의 허리를 감싸며 외쳤다:
"일어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멍을 뚫고 나왔고 공중에서 허리를 비틀며 힘을 실어 한 번 몸을 돌리자 두 발이 이미 땅에 닿았다.
알고 보니 또 다른 세상 이었다!
찬 바람이 얼굴을 찌르고 뼛속까지 스며들자 정신이 맑아졌다. 두 사람은 긴 한숨을 쉬고서야 비로소 눈앞의 풍경이 선명해졌다.
보니——
사방에 준봉이 솟아 있고 경사가 가파르며 구름에 닿을 듯 높았다. 바닥은 전부 대리석으로 깔려 있었고 더욱이 인공으로 다듬어져 매끄럽고 평평하였는데 분명 죽음의 계곡이었다.
십 장 떨어진 곳에 웅장한 전각이 우뚝 솟아 있었다. 절벽에 기대어 세워졌으며 모두 거대한 돌을 쌓아 올렸는데 특별히 장엄하고 웅장하게 보였다.
이때 석양이 산을 에워싸고 저녁 안개가 사방에 깔리며 계곡에 연기와 운무가 자욱하여 도처에 꽃이 날리고 버들가지가 바람에 날리는 것이 매우 기이한 광경이었다.
두 사람은 반나절 동안 헤매어서 배가 고파 품속에서 건량을 꺼내 그 자리에서 먹었다.
육검평은 가볍게 탄식하며 말했다:
"이 동굴의 구조가 이처럼 정교하고 공사가 엄청나게 클 줄은 생각도 못했구나. 방금 진력을 다해 간신히 탈출했지만 지금은 또 사곡(死谷)에 갇혀 나는 새도 건너기 어렵겠구나——"
잠시 생각하고 계속했다.
"아마도 전각 안에 암문(暗門)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의 주인은 어디로 드나들은 것일까?"
오랫동안 말이 없던 사마능공이 이어서 말했다:
"우리가 이미 이곳에 갇혔으니 차라리 재차 앞으로 나아가 탐색해보죠!"
두 사람은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좌우로 나뉘어 돌아서 지나갔다.
석전은 산을 끼고 바위에 이어 있어 어떤 틈새도 찾을 수 없었고 두 문은 굳게 닫혀 있어 아무런 소리도 없이 고요하여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갑자기 사마능공이 놀라 소리치며 말했다:
"평형님, 와서 보세요. 이게 뭐죠!"
육검평은 이상함을 느끼고 앞으로 다가가 보았다——
오른쪽 벽에 한마리의 창룡(蒼龍)이 조각되어 있는데 크고 작은 자태가 동굴 입구의 부석(浮石)에 조각된 것과 똑 같았다.
육검평은 조금 더 생각하고 검의 손잡이로 용의 몸을 두드리니 텅 빈 소리가 들려왔고 실체가 아님을 알았다.
그가 바로 용의 발톱을 두드릴 때 갑자기 석벽이 주저앉으며 삐걱거리는 소리가 지나가고 석문이 천천히 안쪽으로 열렸다.
두 사람의 신형이 번쩍하고 이미 대청 안으로 들어가 앞으로 걸음을 옮기려 할 때 뒤에서 한바탕 바람소리가 들렸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석문이 다시 닫혔다.
이때 대청 안은 구슬 빛으로 환히 빛났고 빛은 사방 벽의 끝에서 나와 눈부시게 했다.
정중앙의 벽에 기대어 있는 돌 침상 위에 황삼을 입은 수척한 노인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서리처럼 하얀 소나무 같은 눈썹은 앞가슴까지 흩날리고 있었으며 두 눈은 감겨 있어 마치 노승이 입정(入定)한 것 같았다.
육검평은 마른 기침을 한 번 하고 두 손을 위를 향해 공수하며 말했다:
"말학후진 육검평이 동생 사마능공과 함께 노인장의 안녕을 삼가 문안드립니다!"
말을 마치고 옆에 서서 답변을 기다렸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노인은 꼼짝도 하지 않아 마치 듣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는 연거푸 세 번 소리쳤다.
여전히 대답이 없자 마음속으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설마——
앞으로 다가가 누르자 황삼에 손을 대자 먼지처럼 부서져 떨어지고 마른 시체가 드러났다. 알고 보니 노인은 이미 우화귀진(羽化歸真)했고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의삼은 이미 풍화되어 있었다.
앞에 있는 돌 탁자 위에는 하나의 철함과 옥병이 단정히 놓여 있었고 철함은 단단하게 밀봉되어 추호의 틈새도 없었다. 육검평은 쉬려거검을 뽑아 한번 휘둘렀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안에는 남색의 양피지 책이 나타났고 책의 표지에는 ‘천외진경(天外真經)’ 이라는 예서체의 네 글자가 힘찬 필력으로 쓰여 있었다.
아래에는 접힌 얇은 비단이 깔려 있었고 그 위에는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글이 쓰여 있었다. 그 위에 적혀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나는 장검금령의 사제인 ‘운룡구현(雲龍九現)’ 조천호(趙天豪)라고 한다. 옛날 사문에서 가르침을 받고 장문 자리를 놓고 경쟁하다가 명을 받고 기량을 겨루다가 좌절하여 사문의 신물을 훔쳐 도주하여 각 문파의 탐욕을 불러일으켰다. 비록 나중에 신물을 본문에 돌려주었지만 장문사형인 장검금령이 포위공격을 받고 대파산에서 상처를 입고 참사를 당하였다. ‘회룡비급(回龍秘笈)’과 ‘혈룡옥령(血龍玉令)’이 모두 강호에서 사라져 버렸다. 재앙은 나의 일시적인 분노로 인해 사문이 좌절하고는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결과가 되어 양심의 가책을 심하게 느끼고 여기에 머물며 영원히 강호와 관계를 끊겠다고 맹세하였다.
"그리고 만년에 얻은 ‘구엽지란(九葉芝蘭)’과 ‘천외진경(天外真經)’을 사문과 인연이 있는 사람에게 남겨 속죄를 하고자 한다.
"진경은 이백 년 전 ‘천외신마(天外神魔)’가 정사 각파의 기공을 융합하여 만든 것으로 모두 고금을 뛰어넘는 절학이다. 거사유정(去邪留正) 하기를 바라며 적자(適者)를 골라 전수하기 바란다.
"벽에 있는 도형은 ‘능허보법(凌虛步法)’ 계열로 공중에 솟아올라 기를 바꿀 수 있는 경공기초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다시 ‘구엽지란(九葉芝蘭)’을 복용해야 적은 노력으로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두 달이면 완전히 익힐 수 있다.
"석문은 이미 닫혔으니 길이 없으니 두 달 후에 전각 뒤쪽의 거석을 옮기고 석판을 열어 비도(秘道)를 따라 계곡을 나가라.
"탁자 위에 있는 병 속에 환약과 골짜기에서 나오는 석유(石乳)로 배고픔을 달랠 수 있다.
"작은 옥병에는 해독 및 상처를 치료하는 좋은 약이 있으니 사용하라고 남긴다.
본문을 위해 남은 힘을 다하기 바라며 발전시켜 나가기 바라고 싸움을 일삼아 원한을 맺지 말고 다시는 나이 전철을 밟지 않기 바란다.
"나의 유체는 돌 침상 아래에 묻어다오."
"풍뢰문의 죄인 조천호가 쓰다."
육검평은 본문의 선배가 남긴 것이라는 것을 알고 급히 법체를 향해 절을 하며 말했다:
"선배님께서는 앞서 저지른 과오를 이미 깨달으셨으니 본문은 더 이상 책망할 도리가 없습니다. 마음 놓으시고 영면에 드시기 바랍니다. 검평이 유훈을 감사히 받아 본문을 위해 힘쓸 것을 맹세합니다. 반드시 더욱 발전시켜 하늘에 계신 선배님의 영혼을 절대로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설령 뼈가 부서져 재가 되더라도 개의치 않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두 사람은 힘을 합쳐 석상(石床)을 움직여 바닥의 석판(石板)을 들어내니 아래에 깊이 오 척 정도의 석혈(石穴)이 나타났다. 그들은 '운룡구현(雲龍九現)'의 유체를 천천히 석혈로 집어넣었다.
두 사람은 허리를 굽혀 일배를 하고 조용히 묵도를 하고 석판을 덮었다.
일대의 괴걸은 이로부터 석혈에 묻혔고 두 사람은 눈물을 글썽였다.
잠시 말이 없던 육검평은 '천외진경(天外真經)'을 펼쳤다.
제일장 검법을 보니 십이초로 나뉘며 매초마다 삼식이 있다.
제이장 경공편은 상, 하 두 편이 있다.
제삼장은 백골음공으로 시체의 골수를 흡수하여 체내의 진원을 배양하는 것으로 장력이 몸에 닿으면 내장을 산산조각을 내는 지극히 음독한 것으로 극한까지 익히면 금강부동신공(金剛不動神功)과 호신강기(護身罡氣)를 파괴할 수 있다. 다만 뒷부분은 남아 있지 않았는데 지나치게 악독하여 누군가 찢어버린 것 같았다.
제사장 용독(用毒)편.
제오장 기황(岐黃:의술)편.
육검평은 앞으로의 강호행도에 도움이 되도록 기황일장을 선택했다. 검법과 경공은 사마능공이 배우도록 남겨두었다.
육검평은 사마능공이 진경을 집중해서 보는 것을 보고 일어나서 전각 뒤로 돌아갔다.
그러자 천인봉(千仞峰)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폭포가 쏟아져 내려 수담(水潭)을 거쳐 정교하게 만들어진 수로를 따라 석실 아래로 유입되기 때문에 압력이 매우 높았다. 그러기에 물기둥이 하늘로 치솟은 것이었다.
담수 옆에는 난(蘭)과 비슷하지만 난이 아닌 작은 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색은 짙은 자색이고 잎이 아홉 개로 나뉘어져 있어 천 년 동안 찾기 어렵다는 '구엽지란(九葉芝蘭)'이란 것을 알았다.
이때 진한 향기가 서서히 퍼져 나와 코를 맑게 했다.
나무줄기는 푸른색의 연기로 덮여 있어 바라보니 마치 벽옥(碧玉) 같았다.
이때 향기가 자욱하였고 이미 열매가 익어 떨어질 때가 다가왔다.
육검평은 감히 태만하지 못하고 급히 손을 뻗어 따서는 입에 넣었다.
한편으로 자리에 앉아 행공을 하자 한줄기 열기가 단전에서 솟아나와 전신 경맥을 향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단시간에 머리에서 열기가 피어오르고 얼굴은 불처럼 빨개지고 체내에서는 기이한 열기가 흘러 거의 백맥(百脈)을 뚫을 듯이 솟구쳐 급히 심신을 가다듬고 이를 악물고 참았다.
몇 시진이 지난 뒤 열류가 서서히 사라지고 다시 단전으로 돌아와 본신 체내의 열기와 융합하여 순차적으로 움직이며 십이중루(十二重樓)를 거치고 이미 망아지경(忘我之境)에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고 그는 깨어나니 전신이 비할 데 없이 편해 공중으로 뛰어오르니 가볍게 십장을 수직으로 솟구쳤다. 예전과 비교해 거의 두 배는 정진하였다.
사실 그는 자신이 이번 운공에 이미 칠주야(七晝夜)가 경과하였음을 알지 못했다. '구엽지란(九葉芝蘭)'을 복용하고 모두 흡수하여 공력이 또 일 갑자가 급증하였음을 알지 못했다.
그가 경악하고 있을 때 뒤에서 사마능공 놀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평형님, 앉은 지 일주일이나 되었습니다. 하마터면 소제는 놀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현제(賢弟) 정말 고생이 많았네. 너의 기초가 잘 다져지면 형이 너의 임독이맥을 통하게 해줄게!"
사마능공은 육검평의 구두 지도를 통해 겨우 일식만을 배울 수 있어서 마음속으로 다소 초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타고난 자질과 초인적인 끈기로 악착같이 연습하여 초식의 기이하고 심오한 요점을 깨닫고 일초삼식을 완전히 배울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저녁에는 육검평이 전수해준 좌공구결(坐功口訣)에 따라 토납지공(吐納之功)을 수련했다.
육검평은 벽에 새겨진 능허보법(凌虛步法)에 비범한 신묘함을 느꼈지만 그의 총명한 지혜와 정심한 공력으로는 배워도 부족함을 알았다.
의도는 더 더욱 초학이라 먼저 기경백맥(奇經百脈)부터 배우기로 했다.
금강부동신공은 본래 불문최고의 신법으로 수련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가 '구엽지란(九葉芝蘭)'을 복용한 이후 내공은 이미 백년이상으로 늘었고 게다가 고요함 가운데 깨달음을 얻으며 빠르게 진전되었다.
※※※
한 달이 지나갔다.
사마능공은 검법을 이미 구초까지 익혔지만 십초부터는 심력이 이어지지 못하는 것을 느끼고 검을 버리고 자주 한숨을 쉬었다!
육검평은 그의 내공화후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설련 하나를 꺼내 건네주며 사마능공에게 말했다:
"빨리 복용하고 심법에 따라 운공해라."
설련은 무림인들에겐 기사회생의 공능이 있다고 여겨지는 진품으로 무학을 배우는 초보자가 복용하면 공력을 빠르게 향상시키는데 가장 적합하다.
이때 사마능공은 설련을 입에 넣자 즉시 맑은 즙으로 변해 침을 따라 뱃속으로 흘러 들어갔고 차갑고 상쾌한 향기가 비장에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육검평은 두 손으로 사마능공의 '명문혈(命門穴)'을 누르며 소리쳤다
"현제 조심해라. 운공에 집중해."
오래지 않아 한줄기 열류가 장심을 통해 체내로 전해져 설련의 약력을 촉진하여 전신 경맥을 주행했다.
사마능공은 문득 전신의 경맥이 터질 듯 팽창하고 기혈이 솟구쳐 머리에서는 노란 콩만 한 땀방울이 굴러 내리고 전신이 경련을 일으키고 사람도 점점 기울어졌다.
위기일발의 순간 육검평이 가볍게 소리를 질렀다:
"현재 조심해서 참아라!"
사마능공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늠름해지고 비할 데 없는 항력(抗力)으로 속에서 끓어오르는 기혈을 억지로 참아내었다. 그는 천부적인 자질과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오래지 않아 점차 평온해졌고 열류가 단전에서 끊임없이 솟아나와 전신을 순행하며 뇌를 관통하고 생사현관을 돌파하는 것을 느꼈다.
육검평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행공하던 손을 거두었고 얼굴은 살짝 창백해졌다.
사마능공은 형이 자신을 위해 자신의 본신 진원을 아끼지 않고 임독이맥을 타통시켜 준 것을 알고 속으로 미안한 마음을 품었다.
그는 육검평이 두 눈을 뜬 것을 보고 급히 앞으로 나아가 소리쳤다:
"형님, 당신은——"
"별거 아니다. 현제 얼른 연공해라!"
그래서 두 사람은 더욱 힘써 수련했고 공력은 급격히 향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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