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武俠小說)/변황전설(邊荒傳說) - 黃易

卷十 第十章 기개득승(旗開得勝)

少秋 2025. 6. 12. 00:00

 

第十章 旗開得勝

 

 

변황집 대군은 서문 밖에 집결하여, 총 병력이 사천여 명에 달했고, 사기가 드높았다. 한차례 혈전을 거치면서, 그들 사이에는 더 이상 어떤 방회나 파벌의 구분도 없이, 오직 변황집을 수호하기 위해 어깨를 나란히 하여 싸우는, 생사를 초월한 전우들이 있을 뿐이었다.

 

혁련발발은 군을 재정비하여, 육천 명의 병사 중 사천여 명만이 남아, 변황집 연합군과 전력이 비슷해졌다.

 

야와족이 기천천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함성은, 변황집의 중심부에서 멀리멀리 전해져, 그 무엇보다도 효과적으로 연합군의 전의와 사기를 북돋았다.

 

연비, 모용전, 호뢰방, 정창고는 말을 타고 서문 밖의 전선에 서 있었고, 후방의 전사들은 여덟 조로 나뉘어, 변황집의 비마회, 북기련, 강방, 형주군, 한방, 비정창, 홍자춘, 희별등이 여덟 개의 세력을 대표했다.

 

모용전이 적진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대방의 사기는 이미 떨어졌고, 우리 쪽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승세를 몰아 추격하여, 혁련발발과 정면으로 맞붙어, 이 큰 재난을 제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연비가 말했다:

"싸워야죠, 당연히 싸워야 합니다. 하지만 급한 것은 상대방이지 우리가 아닙니다. 혁련발발도 우리처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도봉삼의 이천 정병이 언제든 그들의 배후에서 공격해 올 것이라는 것을요. 우리가 진형을 굳건히 지키기만 하면, 우리의 흉노 친구들을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처지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호뢰방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연비의 말이 맞습니다. 모두 지친 상태이니, 편안하게 기다리는 쪽이 당연히 유리합니다."

 

정창고가 말했다:

"평지에서 정면으로 맞붙으면, 손해를 보는 쪽은 분명 우리입니다. 왜냐하면 흉노인들은 오랜 전쟁 경험이 있고, 한 사람에게만 충성하기 때문에, 우리처럼 처음으로 협력하는 것이 아니어서, 협력하는 과정에서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패배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모용전이 흔쾌히 말했다:

"제가 승리에 눈이 멀었군요! 맞습니다! 가장 고명한 전략은, 변황집을 등지고 굳게 지키는 것입니다. 성벽은 비록 파손되어 쓸 수 없지만, 궁수들을 엄폐하며 쓰기에는 충분합니다."

 

연비가 말했다:

"우리는 또한 전선을 길게 늘려서, 무너진 성벽 안으로 피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을 진퇴양난의 어려운 전투에 빠뜨릴 수 있고, 야와족이 지원하러 올 때, 전면적으로 반격하면, 우리 쪽의 큰 손실 없이 적을 격퇴할 수 있을 겁니다."

 

"둥! 둥! 둥!"

 

적진에서 북소리가 울리며, 전방의 삼군이 진격을 시작했다.

 

네 사람은 갑자기 서로를 바라보며,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모용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는 부대를 지휘할 방법이 아예 없으니, 상대방처럼 북소리와 호각으로 전군의 공수 진퇴를 지휘할 수 없군요."

 

정창고가 말을 이었다:

"우린 또 누구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통수(統帥)가 없습니다."

 

호뢰방이 말했다:

"가장 원시적인 통신 방법을 쓸 수밖에 없군요. 각자 흩어져 사람들에게 알리도록 합시다."

 

말을 마치고 말머리를 돌려 떠났다.

 

모용전이 말했다:

"다행히 교전하러 나가지 않았군요. 그렇지 않았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모를 겁니다."

 

그도 말을 타고 떠났다.

 

연비와 정창고는 각자 흩어져 일을 처리했다.

 

비마회와 북기련이 한 조, 한방과 홍자춘, 비정창, 희별의 사람들이 한 조가 되어, 서쪽 전선의 남북 양단으로 나아가, 언제든 서문을 지원할 수 있고, 또 적진의 양 날개를 기습할 수 있는 형세를 갖추었다.

 

음기의 형주군과 호뢰방의 강방 전사들은, 북문의 무너진 성벽 뒤로 물러나, 뿔 모양으로 굳건히 지키는 전열을 펼쳤다.

 

적진에서 호각 소리가 울리며, 후방의 삼군이 진격을 시작했고, 양 날개의 선봉군은 양쪽으로 나아가, 연합군의 강력한 측면 부대를 견제했다.

 

대전이 일촉즉발의 순간에 이르렀다.

 

연비는 서문 쪽으로 물러났고, 호뢰방과 음기는 말을 타고 그의 좌우로 다가와, 끊임없이 다가오는 적을 지켜보았다.

 

호뢰방이 음기에게 말했다:

"귀하의 부대가 지금 도착할 수 있다면, 우리의 승산이 크게 늘어날 것이오."

 

음기는 적의 상황을 관찰하고 있었다. 혁련발발이 직접 이끄는 후방의 중앙 부대가 변황집에서 천오백 보 떨어진 곳에 말을 세우고, 나머지 두 개의 후방 측면 부대가 계속 진격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음기는 호뢰방의 말에 자신 있게 대답했다:

"호뢰 노대 안심하십시오. 도 노대는 병법에 정통하셔서, 제때에 도착하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적절한 시기에 출격하여, 우리를 도와 적이 미처 손쓸 틈도 없이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섬멸할 것입니다."

 

연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겉으로는 모두들 홀가분하고 침착해 보였지만, 사실 마음이 무겁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혁련발발 측의 병력은, 변황집의 존망을 위협하기에 충분했고, 그를 격퇴하는 것조차, 매우 힘든 일이며, 정신적, 체력적으로 큰 손실을 입게 될 텐데, 혁련발발보다 훨씬 횡포하고 다루기 어려운 적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막막했다.

 

변황집은 성벽이 높고 두터웠지만, 여전히 적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을 것 같았고, 더구나 변황집은 의지할 만한 험한 지형이 없는데다, 모용수는 천하에 위엄과 명망이 지극히 높은 무적의 통수였다.

 

변황집 연합군은 완전한 작전 체계가 부족하고, 지휘하는 통수가 없으며, 지원하는 병종(兵種)이 없으니, 듣기 거북한 말로 하자면 오합지졸이었다. 다행히 모든 사람이 무공이 높고 강했으며, 백전노장이어서, 강호의 전투 경험으로 전장 경험의 부족함을 메우고 있다.

 

방회의 수령은 군대의 통수가 될 수 없고, 현재 변황집에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탁발규나 사현처럼 전체를 총괄할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유유는 여전히 군대를 통솔한 경험이 부족했다.

 

혁련발발은 초전에서 패하고, 소건강의 내응과 북변 부대의 호응을 잃었음에도, 여전히 도봉삼의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고 강공을 펼쳤는데, 이는 변황집 연합군의 약점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었다.

 

도봉삼은 아마도 총지휘관에 적합한 인물이었지만, 그가 변황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사람들은 또 그의 마음이 불량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위엄과 명성으로 사람들을 복종시키기 어려웠다.

 

그들은 지금 시간을 벌면서, 어느 순간까지 버틸 수 있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하던 중, 갑자기 뭔가 떠올라 말했다:

"우리가 그들과 항전(巷戰: 시가전)을 벌입시다."

 

호뢰방과 음기가 깜짝 놀라며 동시에 소리쳤다:

"항전?"

 

연비가 말했다:

"정확히는 거리에서 벌이는 전투(街戰: 시가전)입니다. 우리가 서문을 열고, 적을 유인하여 깊숙이 들어오게 한 다음, 다시 모여서 섬멸하는 것이, 서문과 서쪽의 부서진 성벽을 사수하는 방어선보다 낫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적들이 병력을 집중하여 파도와 조수처럼 몰아치는 식으로 공격하면, 우린 완전히 얻어맞는 처지에 빠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적들을 서대가로 진입시키면, 우린 무공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고, 게다가 상대방은 우리의 양쪽 측면 부대에게 견제를 받아, 감히 서문에 전력을 집중하여 공격하지 못할 것이니, 우리는 한 명씩, 두 명씩 베는 식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음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계책입니다! 우리의 전력으로는 확실히 적의 공세를 정면으로 막아내기에 부족하니, 이렇게 하면 오히려 상대방을 진퇴양난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호뢰방이 좌우에 명령을 내렸다:

"즉시 양쪽 측면의 형제들에게 알리도록 하라."

 

수하들은 명령에 따라 떠났다.

 

이때 갑자기 변황집 밖에서 함성이 하늘을 찌르며, 팔백 보쯤 떨어진 곳에서 수백 명의 적 기병이 있는 힘을 다해 돌진해 왔고, 적의 전사들은 말 등에서 뛰어난 기량을 드러내 보였으며, 앞쪽 두 줄의 전사들은 높은 방패로 사람과 말을 보호했고, 뒤쪽 세 줄의 기병들은 활을 당겨 화살을 겨누고, 뇌정만균雷霆萬鈞)의 기세로 서문을 향해 전력을 집중했다.

 

적의 양쪽 측면 선봉군도, 남북 양쪽 측면의 연합군을 공격하며, 서문 방어선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했다.

 

혁련발발의 후방 중앙 부대는 다시 전진했고, 두 개의 후방 측면 부대도 동시에 출발했다. 그 기세가 대단했으며, 초전에서 패한 후유증은 조금도 없어 보였다.

 

연비는 속으로 도봉삼의 부대가 아직 지원하러 오지 않았고, 야와족 전사들이 아직 전쟁에 투입되지 않은 틈을 이용해, 변황집 연합군의 방어선을 일거에 분쇄하기 위해 혁련발발이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걸었다고 생각했다. 그의 항전지계(巷戰之計)는 혁련발발의 대담하면서도 실행 가능한 전략을 겨냥한 것이었다.

 

"화살을 쏴라!"

서문 방어선을 지키는 연합군 전사들은, 일제히 화살을 적군에게 발사했다.

 

호뢰방은 등에 메고 있던 큰 활을 꺼내, 말 옆에 매달려 있는 화살통에서 익숙한 솜씨로 화살을 뽑아 연속으로 발사했다.

 

북소리가 굉음을 내며 울려 퍼지고, 함성이 변황집 서문 안팎을 뒤흔들었다. 비록 적병과 적기 중 화살에 맞아 말에서 떨어지고 쓰러진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긴 방패로 화살을 막아냈다.

 

"악!" 아군 전사 한 명이 성벽에서 화살에 맞아 쓰러졌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세 필의 말발굽 옆에 엎어진 시체가 되었다.

 

호뢰방은 연비의 계책이 일리가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적들은 기병전에 능하여, 이런 기세로 방어선에 부딪힌다면, 아군은 틀림없이 산산조각이 날 것이고, 이번 공격을 막아낸다 해도, 다음 공격은 또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호뢰방과 음기는 각각 명령을 전달하여, 수하 전사들이 분명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전략 용어를 큰 소리로 외쳤다.

 

서문을 지키던 전사들은 갑자기 양쪽으로 물러나, 양쪽에 있는 건물과 점포 쪽으로 기대거나, 지붕 위로 올라가거나, 혹은 건물 안으로 물러났다.

 

적 기병들은 이 모습을 보고 황급히 먼 거리를 신속하게 돌진했다.

 

연비와 세 사람, 그리고 이십여 명의 전사들은 말고삐를 당겨 서문 옆으로 물러나, 적병 삼백 명이 긴 거리로 돌진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연비가 큰 소리로 외쳤다:

"형제들이여, 적들을 하나도 남기지 말고 섬멸하자."

 

말을 채찍질하여 앞으로 질주하며, 접련화를 전력으로 휘둘렀다. 뜻밖에도 일 합(合)도 버티는 적이 없었다. 한 사람의 힘만으로 참외를 자르고 채소를 썰듯 적을 베어내며 적의 부대 속으로 들어갔다.

 

호뢰방 등도 감히 태만하지 않고, 그의 말 뒤를 따라 돌격하여, 강경하게 적의 대형을 흐트러뜨렸다.

 

무너진 성벽 뒤에 숨어 있던 전사들도 동시에 뛰쳐나와, 성 밖으로 나가 적과 교전했다.

 

서쪽 전선의 전쟁이 전면전으로 전개되었고, 혁련발발의 군대만이 아직 전투에 투입되지 않았다.

 

혁련발발은 서문을 지키던 사람들이 고수하지 못하고 자신의 병력에 의해 돌파당했다고 생각해 내심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자신의 군대가 두 동강이 나고, 성안으로 들어간 부대가 고립된 것을 알고는,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황급히 군대를 이끌고 서문으로 달려갔다.

 

이때 서문 안쪽의 전투는 이미 승패가 분명해졌다.

 

서문 밖에서 저지당한 흉노병은 전력이 약하여, 삼백 명도 되지 않았는데, 무너진 성벽에서 쏟아져 나온 연합군에게 압도당하여 공격을 받았고, 연비, 호뢰방, 음기 등 고수들은 몸을 빼내 변황집 안쪽으로 되돌아가, 변황집 안쪽으로 들어온 적을 포위하여 섬멸하는 형국이 되었으며, 누각 높은 곳의 궁수들만으로도 그들의 사상자는 참혹했다.

 

전선의 남북 양쪽 끝에 있는 연합군은 연비의 전략을 알고 있었기에, 공격하지 않고 수비만 하여, 사상자를 줄일 수 있었고, 언제든지 서문 방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승패의 관건은, 혁련발발이 직접 이끄는 부대를 막아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갑자기 서대가 동쪽 끝에서 말발굽 소리가 크게 울리며, 천 명 정도의 야와족 전사들이 수은을 쏟듯 큰길과 골목길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의 기세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워, 이미 궤멸하여 군대라고 할 수 없는 흉노 전사들을 순식간에 죽여, 아무 대항할 힘도 없게 만들었다.

 

연비가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서문으로 나가 적을 칩시다."

 

야와족 이천여 명의 전사들이 다른 쪽 끝에서 곧장 그들 옆으로 달려와서는, 그 말을 듣고 더욱 용맹한 기세를 더하여,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연비 등의 말 뒤를 따라 변황집 밖으로 나와, 혁련발발이 이끌며 돌진해 오는 천인(千人) 부대를 정면으로 맞서 싸웠다.

 

동시에 호각 소리가 변황집 밖 북쪽 산림에서 울려 퍼졌고, 도봉삼의 형주군이 숲속에서 땅을 뒤덮으며 나타나 적들의 퇴로를 차단했다.

 

혁련발발은 상황이 불리함을 깨닫고, 말머리를 돌려, 북쪽으로 도망쳤지만, 가련하게도 그를 따르지 못한 수하들은, 연합군에게 마치 조수에 휩쓸리듯 매몰되고 학살당했다.

 

변황집의 첫 번째 격전은, 혁련발발이 거의 전군이 전멸에 가까운 참패로 끝이 났는데, 이는 사전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눈부신 전과였지만, 변황집의 위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

 

유유는 두 차례 몸서리를 치며,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계속해서 숨을 헐떡였다.

 

이곳은 영수에서 삼십여 리 떨어져 있었는데, 한 시진 동안 급히 달려온 후, 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그는 내상이 아직 치유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얼마 전 영수에서 반 리 가까이 잠수를 한 데다, 마음이 우울하고 답답하여, 이렇게 달리다가, 내상이 더욱 심해졌고, 풍한(風寒)에 감염되기까지 했다.

 

현명한 방법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상처를 잘 치료하는 것이었지만, 그의 마음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은 안정을 찾을 수 없었고, 자신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고통을 줄이고 해탈하는 느낌을 주었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아! 연비는 틀림없이 죽을 것이고, 기천천과 소시는 또 어떤 무서운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유유는 억지로 일어나, 광릉으로 가는 여정을 계속했다.

 

  ※※※

 

대강방의 선대(船隊)들은 영수를 따라 북상하고 있었는데, 현재의 속도대로라면, 황혼이 지기 전에 변황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해류는 뒷짐을 지고 망루 위에 서 있었고, 오직 유능한 부하인 호규천만이 곁에 있었다. 다른 두령급 수하들은 각각 배로 흩어져, 갑작스러운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호규천이 말했다:

"이제 두 시진의 항해만 남았습니다. 손은이 매복하려면, 응당 이 구간에 있을 것입니다."

 

강해류가 탄식하며 말했다:

"내가 한 수를 잘못 둔 것일까?"

 

호규천이 애매모호하게 물었다:

"노대, 어떤 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강해류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더니, 계속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하다가, 갑자기 또 말했다:

"나는 이제껏 내 결정을 후회한 적이 없지만, 왠지 안공(安公)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네."

 

호규천은 이제껏 강해류가 이렇게 감상에 젖어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크게 불안해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시 누가 사현이 비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둘 줄 알았겠습니까? 건강이 함락되었다면, 남군공(南郡公)은 남쪽의 유일한 희망이 되었을 것이고, 제가 그 상황이었어도, 안공을 버리고 남군공을 선택했을 겁니다."

 

강해류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남군공에게 충성을 맹세했는데, 그는 어째서 나를 버리고 도봉삼을 선택했을까?"

 

호규천이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아마도 그는 도봉삼만 신임하는 것이겠지요."

 

강해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이유가 되지 않아. 우리 대강방의 세력은 장강에 뿌리가 깊어, 도봉삼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나를 대신할 수 없고, 그가 도봉삼을 내세워 나를 배척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아."

 

호규천이 잠시 생각하다가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이제야 알겠습니다! 남군공은 노대께서 사씨 집안과 교분이 있어서, 일단 일이 생기면 자신의 발목을 잡을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요."

 

강해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교분으로 따지자면, 나와 사씨 집안과의 교분이 어찌 환씨 집안과의 깊고 오래된 연원에 미치겠는가. 나는 남군공의 아버지 환온(桓溫)이 손수 발탁해 준 사람이고, 환충(桓沖)과는 형제처럼 친했다네."

 

호규천이 어리둥절해져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정말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강해류가 탄식하며 말했다:

"원래는 내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방금 갑자기 분명하고 명확하게 깨달았네. 아! 나 강해류는 정말 뒤늦게 깨달았구나."

 

호규천이 놀라며 물었다:

"큰형님은 무엇을 깨달으셨습니까?"

 

강해류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

"환현은 켕기는 게 있어."

 

호규천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켕기는 게 있다고요?"

 

강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며, 두 사람의 옷자락을 펄럭이게 했다. 긴 강은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였지만, 영수의 교통이 끊긴 것을 보면, 앞길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강해류가 말했다:

"나는 본래 대사마(大司馬)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았는데, 이는 환현이 늘 형님을 신처럼 공경했기 때문에, 나는 안공 앞에서 그를 변호하기까지 했네. 하지만 환현이 모든 사람의 예상을 뒤엎고 조정에 대사마의 자리를 거절하고, 오히려 형주 병권을 접수한 이후로 끊임없이 나를 멀리하고, 심지어 변황집에서의 내 영향력을 빼앗으려 했으니, 내가 의심하지 않는다면, 진짜 바보겠지."

 

호규천이 안색이 변하며 말했다:

"노대께서는 대사마가 병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고 의심하시는군요."

 

강해류가 천천히 말했다:

"자네는 대사마의 죽음이 너무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당시 조정은 형주의 일에 관여할 힘도 없었고 감히 그러지도 못했으니, 환현은 혼자서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를 속일 수는 없다. 대사마는 생전에 나에게 환현을 통제하기 어려울까 봐 두렵다고 직접 말한 적이 있네."

 

호규천이 말했다:

"설령 대사마가 환현에게 살해당했다 하더라도, 환현 자신만 알고 있을 텐데, 그가 우리를 멀리하는 것이, 그에게 무슨 이득이 되겠습니까?"

 

강해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속담에 종이로 불을 감쌀 수 없다고 했네. 나와 대사마의 관계는 매우 밀접한데, 환현이 대사마를 죽이는 방법은 독을 쓰는 것뿐이고, 대사마의 집에는 비복(婢僕)이 백 명이 넘으니, 어떻게든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네. 환현도 대사마 집안의 사람들을 모두 죽여 자신의 추악함을 드러낼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군가 의심을 품게 되면, 제일 먼저 찾아와 상의할 사람은 바로 나 강해류일테니, 환현이 나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나?"

 

호규천은 한숨을 내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노대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강해류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이 맺힌 눈으로 처연하게 말했다:

"내가 어떻게 한 번 잘못하고 또 잘못할 수 있겠나. 나는 대사마의 돌연사에 대한 수수께끼를 꼭 밝혀낼 것이고, 만약 내 생각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환현에게 피로써 빚을 갚게 할 것이네. 환현이 이미 도봉삼을 변황집으로 보냈으니, 그와 나의 은혜와 의리는 이미 끝난 것이다. 나는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그를 공격하는 사람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네."

 

호규천이 말했습니다:

"남쪽에서는 아마도 사현만이 그를 누를 수 있을 것입니다."

 

강해류가 말했다:

"맞네. 사마도자와 왕국보 같은 자들은 근본적으로 그의 적수가 될 수 없지. 손은은 사악하고 예측하기 어려우니, 그를 돕는 것은 호랑이를 키워 화를 자초하는 것일 뿐이네. 그래서 나는 유유에게 나를 대신해 안공에게 말을 전해 달라고 부탁하여, 내가 충성을 다할 뜻을 전했네. 만약 사현이 사마요를 대신할 뜻이 있다면, 나는 충심으로 따를 것이네."

 

호규천은 마음속에 큰 파도가 일었다. 대강방은 수년간 장강 수운을 통제해 왔기에, 남방의 각 세력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고, 강해류가 사씨 집안에 의탁하고, 사현의 북부병까지 가세한다면, 세력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환현은 열세에 몰릴 것이다.

 

돛대 꼭대기의 망루에 있던 초병이 큰 소리로 경보를 울려, 전방에 적이 있음을 알렸다.

 

강해류는 마음을 추스르고, 명령을 내려, 아홉 척의 쌍두전선이 동시에 전투태세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