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武俠小說)/변황전설(邊荒傳說) - 黃易

卷九 第十二章 서사북상(誓師北上)

少秋 2025. 5. 21. 00:00

 

第十二章 誓師北上

 

 

연비는 한방 총단을 떠나며, 마음속으로 막연한 것이 앞으로의 일에 대한 확신이 조금도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 칠 년 전 폭우가 쏟아지던 그날 밤이 갑자기 떠올랐다. 모용문(慕容文)이 무리를 이끌고 그들의 진영을 급습했던 순간 그는 천막 안에서 어머니가 해진 옷을 손질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천막 안의 등불은 비바람 속에서 유난히 따뜻하고 아늑했지만, 다음 순간 인간 지옥으로 변했다.

 

어머니와 그는 칼을 들고 천막 밖으로 뛰쳐나갔다. 매우 잔인하고 흉악한 적들이 말을 타고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웃 천막의 여인은 따뜻한 이불 속에서 안고 나온 막 태어난 지 한 달이 지난 아기를 안고 있었는데, 심보가 이리 같은 적들이 말 위에서 몸을 숙여 그 여자의 머리카락을 잡아채더니, 피가 뚝뚝 떨어지는 큰 칼로 그녀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는 어머니에게 이끌려 다른 쪽으로 도망치다가, 피 웅덩이에 쓰러져 있는 부족 사람의 몸을 밟고 말았다. 끔찍한 광경이 변황집에서 재현될지, 그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모용문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그가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그 대도살 이전엔, 그는 사람들에게 결코 풀 수 없는 원한을 품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탁발규가 아무리 무자비하고 잔인하게 변해도, 절대 그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도 탁발규가 겪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그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원한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비통하고 잊을 수 없는 밤부터, 탁발족은 모용문, 모용영 등 형제가 이끄는 모용 선비족과 철천지한을 맺게 되었다. 해결 방법은 단 하나, 바로 피와 죽음으로 원한과 치욕을 씻어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변황집의 독특한 상황에서, 그는 탁발의와 모용전을 설득하여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도록 해야 했다. 이것이 과연 현명한 결정인지, 그는 정말 알 수 없었다.

 

기천천의 이치에 밝은 태도는 지금 그에게 가장 위안이 되는 일이었다. 그녀는 상황을 파악한 후, 소시와 함께 그를 따라 송맹제를 만나러 왔고, 한방 총단에 남아 한 방이 보호책임을 지기로 했다. 만약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는 기천천과 시비, 방의, 고언 등과 함께 송맹제를 따라 수로로 철수할 수 있었다.

 

그는 직감적으로 송맹제가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해관계를 따져봐도, 변황집에 도봉삼이 나타나면서 환현과의 결별 직전에 놓인 대강방이, 절대로 사안의 수양딸을 소홀히 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안심하고 송맹제에게 기천천과 시비를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또 다른 생각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변황집은 위기가 사방에 도사리고 있고, 연비 자신은 모두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만약 자신에게 예측하지 못한 변고가 닥친다면, 송맹제만이 기천천과 시비를 무사히 남쪽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방의가 재건 현장에서 큰 소리로 외치며 달려 나와, 말의 고삐를 잡았다.

 

연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방의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음기가 막 찾아와 네가 한방에 간 것을 알고는, 나더러 네게 도형이 너를 만나고 싶어 하는데, 절대 악의가 없다고 전해 달랬어."

 

연비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당신은 도봉삼을 믿소?"

 

방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마 하늘만이 답을 알고 있을 거야."

 

연비는 멀리 야영지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녀석 아직 안 돌아왔소?"

 

방의가 화를 내며 말했다:

"고언은 여자가 있으면 안 돼. 여자가 생기면 엉망진창이 되어서, 정작 중요한 일은 돌보지 않아."

 

연비는 탄식하며 말했다:

"여자와 노는 건 문제가 없지만 그가 사고를 칠까 봐 걱정이요. 아이고! 지금 변황집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없소. 제가 이미 송맹제와 이야기를 마쳤소. 그가 사람을 보내 천천의 상자를 옮길 테니, 당신과 여러 형제들도 한방으로 피난하시오!"

 

방의가 말했다:

"나는 송맹제가 좀 의심스러워."

 

연비는 탄식하며 말했다:

"축 노대가 갔소!"

 

방의는 멍해졌다:

"어디로 갔다는 거야?"

 

연비는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서천으로 갔소."

 

방의는 얼굴빛이 변하며 말이 없었다.

 

연비가 말했다:

"축 노대가 암산으로 사망한 것은 변황집의 누구라도 같은 불운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오. 이번 변황집의 상황은 비수대전 때보다 더 흉험하고 복잡하오. 겉으로는 평소처럼 평온해 보여도, 속으로는 곳곳에서 어두운 기운이 용솟음치고,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어렵소. 선택권이 있다면, 나도 천천을 한방으로 가라고 설득하지 않을 거요. 축 노대가 없는 한방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뀔 거고, 실권은 대강방이 쥐고 있소."

 

방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다!"

 

연비는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 형님의 마음을 압니다. 제일루를 이제 막 재건하기 시작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또 이런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속담에 청산이 남아 있는 한, 땔감 걱정은 없다고 했소. 부견이 오기 전에 우리는 지금보다 더 절망적이지 않았던가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여기 있는 걸 봐요! 세상일의 진행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가장 중요한 것은 목숨을 부지해, 자신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는 겁니다."

 

방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어디로 갈 거야?"

 

연비는 행인이 점점 많아지는 동대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최선을 다해 형님의 제일루가 예정대로 재건될 수 있도록 바랄 거요."

 

방의는 멍해져 말했다:

"너는 도봉삼과의 약속에 가지 않을 거야?"

 

연비는 냉소하며 말했다:

"그는 저를 죽이려고 계략을 꾸미고 있소. 시간이 소중하니, 한가롭게 그와 장난칠 여유가 없소."

 

방의는 말고삐를 놓았고, 연비는 말의 배를 걷어차며 말을 타고 떠났다.

 

  ※※※

 

유유는 표정이 굳어져, 배를 세우라는 상대방의 외침을 완전히 무시하고, 다가오는 배와 스쳐 지나가려 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예닐곱 가닥의 삭구(索鉤)가 그의 작은 돛단배에 날아와 걸렸고, 그 중 세 개가 그의 돛을 단단하게 얽어맸다.

 

유유는 배의 조타에서 손을 떼고, 언제든지 적을 상대하기 위해 칼을 뽑을 준비를 했지만, 적을 향해 눈길을 던지는 충동적인 반응조차 잃어버렸고, 그저 피를 흘리길 바랄 뿐이었다. 적들의 피든 자신의 선혈이든, 피를 흘려야만 마음속의 고통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상대방은 그를 향해 화살을 쏘지 않았다.

 

배 위에서 웅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인은 대강방 강해류(江海流)요. 친구, 우리의 무례함을 용서해 주시오. 친구가 변황집에서 온 것인지 모르겠소?"

 

유유는 한눈에 알아보고, 반쯤 죽었던 마음에 갑자기 희망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

 

비마회주 역참(驛站)의 내당에서, 연비, 탁발의, 하후정 세 사람이 모여 상의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연비의 현재 형세에 대한 분석을 듣고, 하후정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혁련발발과 도봉삼이 우리가 철수할 때를 틈타 습격을 한다면, 분명 심각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야. 이처럼 상황이 매우 위태로운 시기에, 남는 것을 선택한 자들의 최우선 과제는 전력을 보전하는 것인데, 그들의 행동은 이치에 맞지 않아."

 

탁발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학장형을 믿을 수 있을까?"

 

연비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를 믿든 안 믿든 그건 순전히 선택의 문제야. 난 정말 그의 속내를 알 수가 없어."

 

하후정이 말했다:

"만약 그와 함께 싸우기로 선택했는데, 그가 다른 속셈을 품고 있다면, 무서운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지금 가장 현명하게 행동하는 방법은, 누구도 믿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는 너와 모용전의 관계가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우리의 적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큰 싸움이 벌어지면 우리의 뒷덜미를 잡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외적을 격퇴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 역시 막심한 사상자를 낼 것이고, 더 이상 변황집에서의 우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탁발의가 말했다:

"우리는 이미 모든 가능성을 논의해 봤지만, 마지막 결론은 여전히 떠날 수 있을 때 전면적으로 철수하는 것이다. 혁련발발이 없다면, 우리는 네 제안을 고려해 보겠지만, 지금은 전력을 보전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연비가 탄식하며 말했다:

"내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나?"

 

탁발의는 두 눈에 진심 어린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소비(小飛)! 떠나자! 모용보는 병법과 무공 모두 모용수로부터 직접 전수받았고,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전쟁에 나갔으니, 우리가 모두 뜻을 같이하여 그와 정면으로 부딪친다 해도, 승산이 조금도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모두들 딴마음을 품고 있어, 누구도 서로를 믿지 않는 상황이다. 너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너의 기천천을 위해서라도 떠나야 한다."

 

연비는 마음속으로 '나의 기천천'이라는 말을 두 번 곱씹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난 아주 불길한 예감이 들어. 변황집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사실은 이미 봉쇄되어 격리된 것 같아. 일반인들의 출입은 문제가 없겠지만, 너희들처럼 대규모로 철수하는 것은,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거야."

 

탁발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비 안심해라. 우리는 이미 선발대를 보내 정찰을 하고 있으니, 안전한 노선을 확보한 후에 출발할 것이고, 다른 방회도 우리의 엄밀한 감시 아래 있으니, 어떤 이상 동향도 우리를 속일 수 없을 것이다."

 

연비가 물었다:

"정찰병의 소식이 돌아왔나?"

 

하후정이 대답했다:

"곧 있을 거다! 선발대는 오늘 아침에 출발했으니, 한 시진 내에 보고가 있을 것이다."

 

연비가 일어나며 말했다:

"모두들 가는 길에 순풍이 불기를 축원합니다."

 

탁발의가 그의 손을 잡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솔직히 말해봐라, 어떻게 할 셈이냐?"

 

연비가 풀이 죽어 말했다:

"그렇게 멀리 도망가는 것 말고 다른 선택이 있을까?"

 

  ※※※

 

선실 안에서, 유유는 손에 들고 있던 뜨거운 차를 단숨에 들이마시고, 탁자 맞은편에 앉은 강해류에게 말했다:

"상황이 이렇습니다."

 

앉아 있는 강해류부터, 그의 뒤에 서 있는 석경(席敬)과 호규천(胡叫天)을 포함한 십여 명의 대강방 수뇌부 인물들까지, 모두들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임요가 손은에게 격살당한 사건은, 이미 남북 무림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손은은 남방에서 가장 두려운 인물로, 해남도를 점거한 지 여러 해가 지났고, 사마씨 황조는 속수무책이었으며, 사현 또한 부견에 맞서기 위해 대강의 북쪽에 군대를 주둔시켜야 했다. 이 틈을 타 손은은 연안의 성읍을 잠식해 갔다. 이번에 그가 변황에 나타난 것은, 바로 대규모 모반의 전조로, 누구도 이를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강해류가 깊이 생각하며 말했다:

"우리는 왕국보의 수군 선단을 만나지 못했소. 이것으로 봐서, 그들은 이미 전멸한 것 같소."

 

그의 뒤에 있던 석경이 말했다:

"우리의 정보에 따르면, 왕국보 쪽은 총 여덟 척의 전선에, 약 이천 명의 병사가 있었습니다. 만약 천사군이 그들을 전멸시켰다면, 그들의 전력은 결코 만 명 아래가 아니며 장비도 완벽하게 갖추고 있을 겁니다."

 

아홉 척의 대강방 전선은 계속해서 물길을 거슬러 북상했다. 매 순간마다, 유유는 변황집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며, 마음에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가 유유라는 것을 알고, 강해류는 그에게 정중하고 친절하게 대하며, 강해류는 사가(謝家)와 이미 갈라진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주었다.

 

지금 유유와 강해류의 목표는 일치했다. 바로 손은이 변황집에 펼친 봉쇄를 뚫고, 고립된 변황집에 지원을 베푸는 것이었다.

 

유유가 물었다:

"방주님께서 이번에 데리고 온 전사들은 몇 명입니까?"

 

강해류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배를 조종하는 자들을 제외하고 쓸 수 있는 전사가 이천칠백여 명입니다. 유대인께서는 좋은 제안이 있으십니까?"

 

유유가 말했다:

"손은의 포위군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제가 배를 탄 곳에서 배를 버리고 상륙한 후, 역량을 집중해 밤이 된 후, 천사군의 봉쇄선을 뚫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천사군의 진영이 크게 혼란스러워질 것이고, 어쩌면 전체적인 형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강해류 등은 모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유유는 당연히 그들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 수로로 북상하는 것이 가장 힘을 덜 들이고 빠른 방법이며, 게다가 전진해서 공격할 수도 있고, 후퇴해서 방비할 수도 있다. 필요할 때는 배를 타고 수로로 철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유의 제안은 모든 것을 걸고, 파부침주(破釜沉舟)해서 승부가 날 때까지 버티는 것이었다.

 

상황이 비수대전의 재연과 같았다. 북부병은 반드시 비수라는 최후의 방어선을 사수해야 했고, 지금 그들은 변황집과 함께 생사를 같이 해야 했다.

 

호규천이 말했다:

"현재 형세는 손은과 모용수의 양군이 변황집을 협공하고 있음이 분명한데, 변황집이 험준한 지형이 있어 방어할 수 있다면, 유대인의 계책이 실행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스스로 그물에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유유는 마음속으로 탄식하며, 사현이라면 반드시 그의 전략에 찬성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쟁에는 모험이 따르지 않는 법이 없고, 소수로 다수를 치는 전쟁에서는, 적이 예상치 못한 기병으로 출격하여 승리를 거두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마지막 노력을 다하며 말했다:

"만약 내가 손은이라면 변황으로 가는 물길을 봉쇄할 것입니다."

 

석경이 그의 말을 끊었다:

"손은은 우리가 대거 북상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왕국보의 수군 선단을 격파한 후에는 그의 주의력이 변황집에 집중될 것이므로, 영수에 중병을 배치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이미 이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필요시에는 천사군의 저지하는 지점에서 상륙하여, 수륙 양로로 적에게 반격하면, 만에 하나라도 실수가 없을 것입니다."

 

강해류의 뒤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시했다.

 

유유는 속으로 탄식하며 이것은 기습 전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강해류가 결론을 내리며 말했다:

"유대인의 전략을 잘 알겠지만, 우리는 수전에 가장 능한데, 장점을 버리고 단점을 취한다면,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수로를 따라 변황집으로 직접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손은의 봉쇄만 돌파하면, 물길은 우리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되므로, 나아가는 것이나 물러나는 것도 모두 우리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유유는 마음이 깊숙이 가라앉으며, 죽으러 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이미 대세가 정해졌기 때문이다.

 

  ※※※

 

연비는 멍한 상태로 역참을 떠나며, 낙양루로 가서 학장형을 만나야 할지 아니면 서대가로 가서 모용전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를 생각하고 있는데, 한 무리의 기병들이 정면에서 달려왔다. 알고 보니 호뢰방과 그의 수하 십여 명으로 역참 쪽으로 가는 듯 보였다.

 

호뢰방이 멀리서 소리쳤다:

"참으로 공교롭군요! 방금 야영지에서 당신을 찾았는데, 못 찾아서 운에 맡기기로 하고 여기로 왔소."

 

연비는 말머리를 돌린 호뢰방과 나란히 말을 몰았고, 그의 수하들이 뒤를 따랐다. 마음속으로는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가 아직 도망칠 결심을 하지 않았다면, 호뢰방과 즐거이 어울리며, 그의 허실을 떠보았을 것이다.

 

호뢰방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그의 냉담함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연형 무슨 걱정이라도 있소?"

 

연비는 퉁명스럽게 그를 한번 쳐다보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호뢰형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내부 간자는 누구요?"

 

호뢰방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잠시 침묵하더니, 탄식하며 말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연형을 찾아온 이유 중 하나요. 나는 희별(姬別)을 의심하고 있소."

 

연비는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설마 그가 고육계를 써서, 일부러 희별을 배신하고 자신의 신임을 얻으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호뢰방이 앞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줄곧 그를 주시하고 있었소. 왜냐하면 희별이 줄곧 황하방과 거래를 해왔기 때문이오. 그는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나를 속일 수는 없소."

 

연비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신의 말뜻은……"

 

호뢰방이 그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젯밤 역참에 도착한 후, 그는 방총의 코를 습격하기 전에 갑자기 종적을 감췄소. 게다가 그는 원래부터 독을 다루는데 능숙한 고수였소, 제가 어떻게 생각하겠소? 그가 어제 아침 천천 아가씨를 배알하는 시끌벅적한 자리에 불참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오. 유일한 설명은 그가 변황집에 없었다는 것이오."

 

연비의 마음속에는 하늘을 뒤덮을 듯한 큰 파도가 일었다. 설마 호뢰방이 희별과 한패가 아니란 말인가? 그가 희별에 대해 제기한 혐의 역시 꾸며낸 말이 아니라는 것인가?

 

호뢰방이 계속해서 말했다:

"가장 이상한 것은 화요를 제거한 후, 그가 혁련발발이 홀로 계엄을 해제하는 종을 울리는 영광을 독차지해야 한다고 제일 먼저 제안했다는 것이오. 하지만 진짜 공신은 당신 연비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소. 사후에 나와 모용전은 모두 당신을 위해 분개했소."

 

연비는 생각이 번개처럼 빠르게 돌아갔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호뢰방이 또 말했다:

"혁련발발이 주동적으로 종루 회의를 제안했고, 정오에 열기로 했소. 듣자 하니 비마회가 이미 철수 준비를 했다는 데, 그게 사실이오?"

 

연비는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

"축 노대가 돌아가신 거 알고 있소?"

 

호뢰방은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듯 탄식하며 말했다:

"방금 소식을 들었는데, 그가 살아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그가 횡사하거나 급사하기를 바랐지만, 그가 정말로 돌아가니, 또 무엇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오. 정말 모순적이오. 지금 변황집 사람들은 마음이 불안하고 두려운 것이, 하루가 일 년 같이 길게 느껴집니다. 누구도 다음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오."

 

연비가 물었다:

"당신은 계속 버틸 준비가 되어 있소?"

 

호뢰방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미 마음이 혼란스러워져서, 당신과 상의하러 온 것이오."

 

연비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당장 모용전을 찾아가 봅시다. 그는 아마 다른 의견이 있을 것이오."

말을 채찍질하며 앞장섰다.

 

호뢰방이 그의 뒤를 쫓으며 소리쳐 말했다:

"모용전은 탁광생을 만나러 갔소. 당신이 길을 잘못 들었소!"

 

연비는 재빨리 말고삐를 당겼고, 호뢰방 등도 잇따라 고삐를 당겨 말을 멈추었다. 이에 행인들이 곁눈질을 하였고, 변황집에 곧 폭우가 닥칠 듯한 긴장감을 더했다.

 

호뢰방이 말했다:

"방금 모용전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는 당신과 마찬가지로 혁련발발을 믿지 않기 때문에, 탁광생을 찾아가 분명히 물어보고, 그가 어떻게 탁광생을 설득해 의회를 소집하는 데 동의했는지 알아보겠다고 하였소."

 

연비의 마음이 활기를 띠었다. 호뢰방이 내부 간자가 아니라면, 그들은 먼저 내부를 안정시킬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났다. 학장형은 과연 충성스럽고 의리가 있는 호걸인가, 아니면 겉으로만 위선을 떠는 간악한 대악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