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武俠小說)/변황전설(邊荒傳說) - 黃易

卷六 第四章 최가무기(最佳武器)

少秋 2025. 1. 2. 10:01

 

第四章 最佳武器

 

 

연비는 홀가분하게 거리를 거닐며 전전긍긍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고언에게 물었다:

"너 돈 얼마나 가지고 있어?"

 

고언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금덩이 네 개만 남았어. 주마(籌碼) 백 개 정도는 바꿀 수 있을 거야."

 

연비가 놀라서 소리치며 말했다:

"겨우 그것밖에 없어? 정말 가산을 탕진했구나."

 

고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강랑(江郎)의 재산이 바닥나지 않았거나 천천이 없었더라면 내가 어찌 너를 따라 돌아왔겠느냐. 에잇! 빌어먹을! 남은 것도 얼마 없는데 너는 또 그 돈을 도박장에 바칠 작정이냐? 도대체 너는 왜 꼭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연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냐하면 나는 적어도 반은 신선이니까. 간단히 말해서 내가 어디에 걸라고 하면 네 모든 재산을 걸면 돼, 알겠지?"

 

고언은 길을 건너 그를 데리고 오가는 사람이 많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비록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쳐다보았지만 아무도 감히 그들을 괴롭히려 들지 않았다.

 

연비의 마음은 평온했고, 감각이 점점 더 예민해졌으며, 거리의 상황은 한 올도 놓치지 않고 파악할 수 있었다.

 

고언이 또 흥분하며 다가와 말했다:

"널 기천천에게 잘못 데려간 건 아니지? 아! 난 질투가 나서 죽을 지경이야. 비록 그녀가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지만 유독 너에게만 특별하게 대한다는 생각이 들어."

 

연비가 담담하게 말했다:

"넌 이미 목표를 소시에게 돌린 거 아니었어?"

 

고언이 갑자기 난처해하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난 그저 소소가 귀엽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에잇! 그녀는 너무 예의 바르고 보수적이어서 내 구미에는 맞지 않아. 신선함이 사라지니 그녀가 어떻게 귀여운지 모르겠어."

 

연비가 비웃으며 말했다:

"날 속일 생각 마. 소소가 널 멀리하려 해서 화가 나 심한 말을 한 거 아니야?"

 

고언은 얼른 화제를 돌려 불빛이 휘황찬란한 앞쪽 먼 곳을 가리키고는 기뻐하며 말했다:

"집에 왔구나!“

 

  ※※※

 

사람을 압박하는 살기가 곧장 덮쳐오자 유유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오른손을 칼자루에 얹었다. 그는 모용전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모용전이 일류 고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 한 사람만 상대하기도 매우 힘들었고 게다가 이길 자신도 없었다. 그리고 자기편에서는 기천천만 조금 할 줄 알 뿐 나머지는 모두 일격도 견디지 못할 것이니 싸움이 벌어지면 분명 손해를 볼 것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말로 모용전을 옭아매어 혼자 싸워 승부를 결정짓도록 하는 것이었다.

 

모용전의 두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번쩍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묻겠는데, 유형이 연비의 일을 모두 떠맡은 것이오?"

 

유유는 시원스레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오! 연비는 나의 형제고 그의 일은 나의 일이오."

 

비록 기천천이 강호의 규칙이나 변황집의 규칙을 잘 모른다 하더라도 유유가 이 말을 꺼내자 양측이 더 이상 좋게 끝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알았다.

 

"아!"

 

모용전의 살기가 갑자기 절반으로 줄어들더니 겁에 질려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입술이 하얘지며 견디지 못하고 소리를 지른 소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작은 아가씨는……"

 

기천천은 약간 불쾌감을 느끼며 탄식했다:

"그녀는 천천의 친한 여동생 소시예요. 모용 당가의 험악한 기세에 놀랐군요!"

 

평소 모용전의 성격과 위인 됨을 잘 알고 있던 모용 선비족의 모든 전사들은 물론이고 유유, 방의 등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용맹하고 잔혹한 것으로 변황집을 떨게 했던 모용전은 오른손을 즉시 칼자루에서 떼고 두 손을 벌리며 싸울 의사가 없음을 표시하며 약간 쑥스러워하며 어색하게 말했다:

"소시 낭자를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허! 오늘 밤 저는 천천 소저와 소시 낭자께 안부 인사를 드리기 위해 특별히 왔습니다. 천천 소저께서는 변황집에 얼마나 머무르실 예정이신지요?"

 

그의 뒤에 있는 수하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경국경성(傾國傾城)의 미인인 기천천에게 자신들이 잘못 보이기라도 할까 봐 걱정할 뿐 어찌 감히 함부로 대할 생각을 하겠는가.

 

이때 유유는 방관자로 바뀌여 칼을 든 손을 늘어뜨렸고, 기천천을 보호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녀를 위해 여색에 미친놈들을 상대하는 것은 더욱 골치 아플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기천천은 맑은 눈동자에 분명한 칭찬의 표정을 띠고 기뻐하며 말했다:

"모용 당가는 과연 이치에 맞는 분이시군요. 천천은 아직 변황집을 떠날 생각이 없어요. 제일루가 화마에서 벗어나 예전의 풍광을 되찾는 것을 보는 것이 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이에요!"

 

모용전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천천 소저가 이곳에 한동안 머물러 주신다면 변황집의 영광일 것입니다. 저 모용전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얼마든지 분부를 내리십시오. 변황집에서는 제 말이 아직은 통합니다."

 

이번에는 모용전 자신도 헷갈리기 시작하여 자신이 연비에게 재수 없게 굴려고 찾아온 사실을 잊어버렸지만, 그는 더 이상 따질 여유가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인을 당돌(唐突)하게 대하지 않는 것이었고, 무엇보다도 눈앞에 있는 옥인(玉人)의 환심을 얻는 것이었다.

 

기천천은 끊임없이 변화하였고, 그 변화 하나하나가 매혹적인 그녀의 두 눈동자에서 나왔다. 그녀는 장엄한 변황집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동경과 기대에 찬 눈빛으로 중얼거리며 말했다:

"천천은 변황집에 대한 큰 욕심이 없어요. 그저 제일루의 재건과 함께 모든 것이 옛 모습을 되찾기를 바랄 뿐이죠. 가혹한 정치와 무거운 세금의 압박과 착취를 받지 않고, 사람들이 열심히 돈을 벌고 일하며 남북의 어떤 세력의 영향도 받지 않고 오직 강호의 도의와 규칙만을 따르는 곳이 되기를 바라는 거죠."

 

모용전은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고, 유유는 당연히 그가 몇 마디 말 때문에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임을 알았지만 기천천의 달콤한 입술에서 나온 말이었기에 모용전은 공손히 듣고 음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천천의 매력은 그의 칼과 연비의 검을 합친 것보다 변황집을 정복할 수 있는 더 큰 위력과 능력을 지닌 것 같았다.

 

방의 등도 눈앞의 상황이 괴상하고 매우 황당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사실이 그러했다. 모용전 쪽은 위에서 아래까지 선량한 남자나 여자가 한 명도 없었고, 평소 변황을 횡행하던 그들이 지금은 너무 고분고분해진 것이다.

 

기천천은 모용전에게로 눈길을 돌리며 긴 속눈썹을 깜빡였고, 그 모습은 더욱 아름다웠다. 그녀가 약간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천천은 연비 공자와는 얼마 전에 알게 되었지만, 그가 다른 사람의 일에 간섭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모용 당가의 영웅께서는 천천이 정말로 두 분 사이에 양립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유유는 기천천이 이 위무가 비범한 선비족 고수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을 직감했고, 그녀가 오르지 못할 나무가 아니며 천리 밖에서 사람을 거절하고 고고한 척하는 여자가 아니라 오히려 매우 다정한 여자이며, 단지 건강의 공자들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을 더욱 분명히 깨달았다.

 

모용전은 진심으로 씁쓸한 표정을 짓고 탄식하며 말했다:

"나와 연비 사이의 원한은 오늘 시작된 것이 아니라 본족의 영예와 관련된 것이지만, 나와 연비는 별개의 일이고 천천 소저와의 교제도 별개의 일이니 천천 소저께서는 이것이 변황집의 규칙이라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모용전이 천천 소저의 천하에 둘도 없는 금음곡예(琴音曲藝)를 감상할 수 있는 복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천천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는데 며칠 뒤에 다시 와서 시도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모용전은 무거운 표정을 싹 거두고 크게 기뻐하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유유, 방의 등에게도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나서야 자리를 떴다.

  ※※※

 

야와자(夜窩子)는 변황집의 심장부에 위치해 있으며, 변황집처럼 성곽은 있지만 성벽은 없는, 종루를 중심으로 가로세로 각각 세 개의 큰 거리가 있는 구역을 가리킨다. 이 구역의 건물들은 변황집에서 가장 웅장하며, 열여덟 개의 청루와 일곱 개의 도박장이 포함되어 있다.

 

야와자는 변황집 안의 또 다른 변황으로, 변황집 내에 있는 여러 세력들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며, 각 방파들은 매년 한 번씩 타종의식을 거행하여 외부의 피바람을 야와자 안으로 들여오지 않을 것을 맹세하여 야와자를 변황집 내에서 가장 안전한 낙토성지(樂土聖地)로 만들었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 황인은 타락한 무리로, 인성의 추악함을 모두 드러내는 존재들이다. 황인의 심리는 더욱 이상해서 오히려 이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본성에 따라 제멋대로 해야만 삶을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변황집도 지금 세상에서 가장 타락한 장소가 되었고, 변황집보다 더 타락했다는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는 곳은 야와자가 분명했다. 그곳은 변황집의 진회하(秦淮河)이자 진회하보다 더 구속받지 않는 곳으로, 가장 흉악한 곳 중에 속세를 피해 은둔하는 도화원이자 폭풍우가 몰아칠 때의 피난처이며, 변황집이 변황집인 것을 상징하는 변황의 성지다.

 

휘황찬란한 불빛이 야와자가 있는 구역을 대낮처럼 오색찬란하게 비추고, 종루를 중심으로 가로세로 교차하는 몇 개의 큰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으며, 마치 하루가 막 시작된 것 같았다.

 

고언은 야와자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온몸이 변한 듯 의기양양해졌다. 왜냐하면 그가 이곳을 떠나기 전까지는 그에게 함부로 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사실 야와자에 들어오는 사람은 모두 다른 사람으로 변신을 한다. 어쩌면 진짜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

 

밖에선 거센 풍파 속에 살아가며 울분을 참아야 할 때가 많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걱정을 털어버릴 수 있다. 게다가 황인들은 이곳 완충지대 안에서 일어난 일을 구역 밖으로 퍼뜨리지 않는 좋은 습관도 가지고 있었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번뇌가 아니라 즐거움을 찾으려는 것이다.

 

크게 외치는 소리가 차마도에서 전해져 오더니 곧 말발굽 소리가 굉음을 내며 십여 명의 기수들이 길을 따라 괴성을 지르며 빠르게 달려왔다.

 

고언이 웃으며 말했다:

"또 야와족 새끼들이군!"

 

야와족을 얘기하자면 그 창시자인 '변황명사(邊荒名士)' 탁광생(卓狂生)을 빼놓을 수 없다. 본명을 아버지가 바꿔준 것인지 아니면 변황집에 온 후 스스로 지은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를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사실 외모부터 말투까지 모두 품위있고 비범했다. 다만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들은 모두 상상을 초월하면서도 실현 가능한 것들이었다. 야와자의 출현은 그가 각각의 대세력들을 돌아다니며 설득을 한 덕분에 탄생한 것으로, 각 방회의 대치와 긴장을 크게 완화시켰다.

 

변황집 사람들은 그를 '관장(館長)'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가 성지 내 유일한 설서관(說書館)의 주인 겸 운영자이기 때문이다. 파는 것은 변황집 밖의 이야기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물론 비수대전에 관한 모든 것으로, 탁광생은 큰돈을 벌었다.

 

야와족은 탁광생의 또 다른 구상으로, 변황집의 다른 종족들을 융합시키기 위한 미친 방법이자 시도이며, 야와족은 스스로를 '와우(窩友)'라고 칭한다.

 

야와족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다른 방회, 다른 종족의 사람들도 가입 후 성지를 밟을 때마다 외부의 모든 원한을 버리고 모두가 한데 뭉쳐 흥청거리는 형제로 변해 풍월만 논하고 그 외의 것은 언급하지 않는다.

 

야와족의 존재는 야와자를 지키는 평화의 기틀이 되었다. 누가 감히 규칙을 어기면 야와족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공격할 것이다.

 

연비가 놀라며 말했다:

"너도 야와족에 속해 있지 않나? 그들을 욕하는 것은 자신을 욕하는 것과 같은데."

 

십여 명의 기수는 멀리서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즉시 괴성을 연달아 지르며 흥분된 표정으로 말을 몰아 가까스로 두 사람 옆에서 말을 멈추었지만 말들은 여전히 하얀 입김을 내뿜고 있었다.

 

앞장선 강족(羌族) 청년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고언아! 너 또 돌아왔구나!"

 

그러더니 연비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며 소리쳤다:

"이런, 내 눈이 잘못됐나? 성지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는 연비가 이곳에 나타나다니, 오늘 저녁에 무슨 바람이 분 게냐?"

 

그의 옆에 있던 한족 청년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요맹(姚猛), 너 어디로 새려고 하는 거야? 빨리 우리 삼천 명이 넘는 와우들의 소원이나 말해봐라."

 

고언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빌어먹을 소원이야?"

 

요맹이 기뻐하며 말했다:

"밖에 소문이 났던데, 진회 제일의 미녀 기천천이 너희와 함께 변황집에 왔다고 하더군. 축 노대가 그녀에게 제일루를 만남의 선물로 줬다는 게 사실인가?"

 

연비도 갑자기 유유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변황집을 진정으로 정복할 수 있는 것은 그의 검이나 유유의 칼이 아니라 기천천의 아름다움이며, 그와 유유는 그저 옆에서 보조하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고언이 놀라며 말했다:

"너희들 소식이 이렇게 빠르다니!"

 

사람들이 일제히 괴성을 지르며 소리를 지르자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요맹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정말 사실이었군. 믿기지가 않아. 와주가 와회(窩會)에서 가장 성대한 타종의식으로 천천 소저를 변황집에 맞이하기로 결정하고, 그녀에게 종루 위에서 금기곡예를 공연해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기로 하셨네. 자네들은 변황집의 쟁쟁한 형님들이니 당연히 우리 입장에서 천천 소저를 설득해 줘야한다."

 

야회는 매월 야와자에서 열리는 정례 회의로, 총 여덟 개의 좌석이 있으며, '와주(窩主)'라고 불리는 탁광생이 주재하며, 참석자는 모두 가장 세력 있는 방회 두목이거나 경제적 명맥을 장악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다. 변황집의 여러 세력이 끊임없이 알력이 있고 변화가 거듭되기 때문에 매번 정례 회의에서는 다음 번 회의에 누가 참석할 자격이 있는지 결정해야 한다.

 

야회는 변황집의 균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많은 분쟁이 회의에서 해결된다.

 

연비는 이 변황집 젊은이들의 들뜬 표정을 보고 난감해졌다. 모두가 미인을 차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도 와 밖으로 나가면 그들은 정상적인 황인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기천천이 정말 이 평등한 구역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고언은 즉시 의기양양해져서 뽐내며 말했다:

"난 또 무슨 일이라고, 이까짓 사소한 일을 가지고. 나 고언에게 맡겨라."

 

요맹 등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말을 몰고 떠났다.

 

  ※※※

 

변황집 서쪽 이십 리 떨어진 언덕에 대규모 인마가 야영을 하며 쉬고 있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갑자기 야영지를 빠져나와 근처 언덕 꼭대기로 말을 달려 올라가더니 말을 세우고 멀리 변황집을 바라보았다.

 

변황집은 어두운 대지에 박힌 눈부신 명주(明珠)처럼 등불이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가운데 있는 사람은 흰 옷을 입고 옅은 남색의 넓은 소매가 달린 장포를 걸치고 있었으며, 허리에는 고풍스러운 대형 장검을 차고 있었는데, 그가 바로 도봉삼(屠奉三)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이 검이 자만에 빠진 수많은 불가일세의 고수들에게 원한을 샀을 뿐만 아니라 천군만마 속에서 적장의 수급을 취하는 것도 마치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처럼 쉽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형주(荊州) 양호(兩湖)일대에서 그의 이름은 아이들의 밤 울음을 그치게 할 수 있었다. 그는 환현의 가장 유능한 수하였으며, 환현이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절친한 친구로 환현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체격은 특별히 우람하지는 않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강좌명사(江左名士)의 위풍당당한 풍채를 지니고 있었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에 얼굴은 갸름하며 입가에는 언제나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자부심과 다른 사람에 대한 약간의 경멸감이 담긴 미소가 어려 있었다. 곧게 뻗은 코 위의 두 눈동자는 반짝이는 빛을 담고 있어 마치 써도 마르지 않는 지혜를 감추고 있는 것 같았고 피부색은 밝고 노랬으며 이마는 높고 넓었으며 말을 하지 않을 때는 사람을 오싹하게 하는 냉랭한 살기를 띠고 있었다.

 

그의 왼쪽에 있는 대한은 두 자루의 도끼를 등에 메고 있었으며 얼굴은 쇠로 빚은 것 같았고 눈은 구리방울 같았으며 온몸에서 음산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굵은 목에 드러나는 넓은 얼굴에는 왼쪽 눈가에서 귀까지 이어지는 흉터가 있어 더욱 사납고 무섭게 보였다. 이 사람은 그를 '연환부(連環斧)' 박경뢰(博驚雷)라고 불렸는데 본래 형주에서 유명한 마적 두목이었으나 후에 양호방의 섭천환을 노하게 하여 도봉삼에게 의탁하여 그의 가장 유능한 수하가 되었다.

 

오른쪽에 있는 '악호(惡狐)' 음기(陰奇)는 그의 생김새가 여우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도봉삼이 창립한 '진형회(振荊會)'의 수석 군사(軍師)였다. 여우와 같이 교활할 뿐만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을 처리하였으며 철석같은 심장과 지력(智力)을 바탕으로 속임수, 매수, 폭력 등의 온갖 방법을 사용하여 환현의 비호 아래 도봉삼의 세력을 확장하였다. 그의 무공도 박경뢰에 버금갔으며 진형회의 제삼인자였다.

 

이때 음기가 변황집을 가리키며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일 우리가 변황집에 들어가면 축천운(祝天雲)은 큰 화를 입게 될 것입니다."

 

박경뢰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강해류가 감히 남군공을 속이고 변황집에서 축천운을 통해 세력을 확장하려 하다니, 그가 살기가 귀찮아진 모양입니다!"

 

음기가 사납게 말했다:

"만약 남군공이 그에게 아직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를 죽이는 것은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쉬웠을 것이오."

 

도봉삼이 담담하게 말했다:

"강해류를 무시하지 마라. 이 사람은 실로 긴 안목을 가진 사람으로 현재 남방의 형세 속에서 물이 흐르는 곳에 있어야만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사안, 사현과 승부를 내지 않는 한 강해류의 사람됨으로 보아 어느 한쪽에도 기대지 않을 것이다. 그가 변황집에서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은 호가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어느 한쪽도 감히 그를 함부로 건들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박경래는 깊은 원한을 담은 눈빛을 쏘아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전해지는 바로는 섭천환도 변황집을 눈독을 들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장형(郝長亨)을 변황집으로 한사코 보냈다더군요. 저도 그와 계산을 확실히 해야겠습니다."

 

도봉삼은 무심하게 박경래를 힐끗 쳐다보았고, 박경래의 얼굴에 난 상처는 양호에 이름을 떨친 학장형의 보검 '천병(天兵)'에 의해 생긴 것이었다. 그날 박경래는 양호방의 매복에 걸렸기 때문에 승복하지 않았다. 그리고 박경래가 혼자서 겹겹의 포위를 뚫고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은 학장형이 아직 그를 붙잡아둘 만한 실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도봉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작은 것을 참지 못하면 큰 계획을 망친다. 이번에 우리가 변황집에 가는 것은 몇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변황집을 절대적으로 장악하여 남군공이 훗날 일을 도모하기 편하게 하기 위함이다. 알겠나!"

 

두 사람은 일제히 대답하며 도봉삼처럼 흉악하고 교활한 그들조차도 입으로 복종하고 마음으로도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보다 도봉삼의 수단을 더 잘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봉삼의 두 눈이 날카로운 빛을 띠며 변황집이 이미 그의 수중에 들어온 것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부터 변황집은 우리의 계획에 따라 점차 변화할 것이며, 영원히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