卷五 第三章 자연지도(自然之道)
第三章 自然之道
연비는 사현과 유유를 따라 성의 동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마음속에 생각이 오락가락했다. 사현의 말이 옳았다. 그는 지금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은 가문을 위해서였고, 사안의 생각은 사현에게는 지고무상의 권위였다. 설사 그 사현이 다른 완전히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 그는 사안의 지시를 따를 것이다.
하지만 사현은 어쨌든 사현이었다. 그는 패하더라도 멋지고 빛나게 패할 것이다. 사실상 가문의 얽힘을 제외하면 남방에서는 환현을 포함해 그의 적수가 될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비수대전의 전과로 인해 사현은 백성들의 마음속에 거의 천신에 가까운 위치로 올라섰고, 민심이 향하는 곳이 바로 누가 이기고 지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사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연 형제는 왜 자꾸 나를 쳐다보나?"
연비가 탄식하며 말했다:
"저는 이제야 알겠습니다! 현수께서 어찌하여 팔만의 군사로 부견의 백만 대군을 비수의 물가에서 궤멸시킬 수 있었는지를 요."
사현은 아연실소하며 말했다:
"나도 이제야 둘째 숙부가 왜 그렇게 자네를 높이 평가했는지 알겠네."
유유는 마음속에 한차례 격동이 일었다. 사현과 연비는 겉으로는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두 사람은 적어도 재지(才智) 면에서는 바둑에서 호적수를 만난 것처럼 서로를 잘 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유유는 연비가 사현의 이번 행동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음을 알았다. 사현은 이번 행동을 통해 사씨 가문은 다른 사람이 침범하고 모욕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사현 자신의 실력으로 건강에서 누구든 죽이려 들면 누구든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심지어 사마도자와 왕국보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그를 어찌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황제 사마요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런 형세에서 사현이 하루라도 살아있다면 누가 감히 사씨 가문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겠는가? 유유는 만약 자신이 사마요나 사마도자였다면 사씨 가문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충돌과 오해를 피해야 했을 것이라고 자문했다. 그렇지 않으면 북부병이 남하하여 건강을 공격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현은 무적의 통수(統帥)였다. 그는 사마요 형제의 약점을 꿰뚫어 보고 적절한 처방을 내려 뇌정만균(雷霆萬鈞)의 기세로 건강을 진압하고 사씨 가문이 받은 도전에 보복을 가했다.
연비는 상황 속에 깊이 빠져 있는 유유보다 더 멀리 내다보았다. 사현은 사안의 지시를 받아들이면서 진나라를 배반하고 모반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북부병 장수 중에서 뛰어난 인재를 골라 후계자로 삼으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사씨 가문에서는 구할 수 없으니 외부인을 구할 수밖에 없었고, 유유는 바로 사현이 점찍어 놓은 사람이었다.
유유는 사현의 매우 강력한 바둑돌이 될 것이다. 그의 재주와 무공은 모두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가장 절묘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사현의 심복 장수인 유뢰지와 하겸에게만 주목하고 있을 때 유유가 조용히 떠올라 북부병의 새로운 별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멀리 앞을 내다보는 전략적 수단은 연비로 하여금 진심으로 탄복하게 만들었다.
세 사람은 골목길을 나와 큰길로 접어들었고 길 맞은편에는 웅장한 사찰이 있었는데 사찰 앞 광장은 매우 붐볐다. 수십 명의 노점상들이 땅바닥에 물건을 늘어놓고 소리치며 팔고 있었고, 구경하거나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로 노천시장처럼 북적였다. 하지만 사찰의 문은 굳게 닫혀 있어 누구도 들어갈 수 없었다.
유유의 시선이 광장 입구의 돌로 된 현판에 떨어졌고 그 현판에 새겨진 세 개의 큰 글자를 읽었다:
"명일사(明日寺)"
연비의 시선은 한 사람에게 끌렸다. 묘 앞 광장에는 이백 명은 아니더라도 백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유독 이 한 사람만 보였다.
이 사람은 체구는 건장하고 손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때때로 흥미로운 듯 발걸음을 멈추고 파는 물건을 구경했는데 그가 머무는 시간은 매우 짧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무리의 사람들 속에 나타났다. 연비는 그의 용모를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수염이 가슴까지 내려온 것은 알 수 있었고 그의 이동하는 기세가 갑자기 느려졌다 빨라지는 것이 어떤 절묘한 이치와 맞아떨어졌다. 이렇게 걸음걸이와 풍채만으로도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고수의 느낌을 주는 사람을 연비는 난생처음 보았다.
그 사람은 광장의 다른 쪽으로 옮겨가 이내 보이지 않았다.
사현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렸다:
"그를 보았나!"
연비가 사현을 바라보자 그 역시 자신처럼 사라진 사람의 위치를 바라보고 있었고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입니까?"
사현이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말했다:
"만약 내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천사(天師)' 손은(孫恩) 일걸세. 그가 일부러 우리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것은 나 사현의 깊이를 탐색하려는 것인데, 뜻밖에도 연 형제의 안목이 이렇게 고명하여 그의 미묘한 행동에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줄은 몰랐네."
유유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손은이라고요?"
사현이 여유롭게 말했다:
"손은이 건강에 없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그는 반드시 직접 건강을 살펴보며 장차 반란을 일으킬 준비를 해야 하네. 왜냐하면 만약 사마 황조가 우리 사씨 가문을 배척한다면 그의 기회가 올 것이기 때문이지. 나는 그가 원하는 대로 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걸세."
유유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는 여전히 좀 어리둥절합니다. 손은이 감히 고의로 현수의 주의를 끌다니 분명히 음모가 있을 텐데 현수께서는 어찌하여 그에게 조금도 개의치 않으십니까?"
사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유, 네가 지금 당장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지금 너는 내 명령을 가지고 즉시 유 참군과 합류하도록 하라. 나는 네가 나를 위해 피를 흘리지 않고 석두성에 입성하기를 바란다."
유유는 그가 건네준 영부(令符)를 받아 들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휘는 참군 대인이 하시는 것인데 제가 말씀드리는 것을 그가 반드시 듣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현은 잠시 그를 응시하다가 담담하게 말했다:
"너는 가짜 성지를 만드는 법을 모르는 게냐? 빨리 가서 준비해 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군법으로 다스리겠다."
유유는 연비에게 인사를 하고 명령을 받고 떠났다.
연비는 자신이 전장에 몸담고 있다는 위험한 느낌이 들었다. 사현은 지금 전장에서의 대치와는 다른 또 다른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누가 건강을 지배할 것인가?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게다가 각 세력 간의 관계가 미묘하여 함부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용력과 지모의 힘겨루기라고 할 수 있었다.
병력 손실 없이 석두성을 점령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아무도 피를 흘리지 않는다면 전쟁은 당연히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이다.
사현은 연비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제 방문할 때가 되었으니 주인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자!"
연비도 그를 따라 마찻길을 건너가 사찰 앞 광장 입구를 향해 걸어가며 물었다:
"현수께서는 상대방의 사찰 문이 굳게 닫혀 있어 한바탕 격전을 벌이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이전의 전략을 조정하여 즉시 석두성을 점령해서 건강을 압박하려 하시는 것입니까?"
사현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평화는 무력으로 유지해야 한다. 내가 이번에 전선에서 급히 달려온 것은 사마 황조에 꼬리를 흔들며 애걸하려는 것이 아니라 건강의 안위가 내 마음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솔직히 말해 사마도자가 감히 공공연히 손을 썼으니 우리도 더 이상 여지를 남겨둘 필요가 없다. 이 일이 국가 분열로까지 이어질지는 그들의 선택에 달려 있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편액을 지나 광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연비는 손은이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기회를 노리며 사현을 암살하려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즉각 이환이 약동하고 단전이 따뜻해지며 몸속에서 한기와 열기가 뒤섞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이 느껴졌다. 동시에 이목의 영민함이 몇 배나 증가하여 광장에 사람들이 북적거렸지만 그는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처럼 빠뜨리는 것이 없었다. 이처럼 신통하고 놀라운 감각은 그가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었다.
연비가 갑자기 멈춰 섰다.
사현이 그를 바라보고 그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놀라움을 나타내며 말했다:
"무슨 일인가? 두 눈의 신광이 집중되어 있는데, 이는 네 체내의 진기가 운행하며 힘을 모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연비는 사현의 눈빛을 맞으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이상합니다! 광장에 위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눈과 귀가 밝아져 어떤 움직임도 저를 속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현은 기쁜 듯 웃으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한번 힐끗 보더니 기뻐하며 말했다:
"연 형제의 공력이 완전히 회복된 것을 축하하네. 게다가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군."
연비는 풀이 죽어 말했다:
"현수님 말씀은 아직 이릅니다. 제 능력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전의 무공으로만 사람들과 싸울 줄 알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제 목숨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사현은 계속해서 사당 문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태연하게 말했다:
"일찌기 연 형제가 송 대숙을 구해 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연 형제에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특별히 연 형제를 동행하도록 한 것이지. 바로 연 형제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하여 검도에서 보기 드문 경지, 즉 자연의 도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
연비는 크게 놀라며 말했다:
"자연의 도라고요?"
사현은 사당 문에서 일 장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담담하게 말했다:
"노자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자연의 도는 모든 도법(道法)의 궁극으로 천지인이 모두 그 안에 있다. 지난번에 너를 추격하던 사람 중 하나는 '소활미륵' 축불귀였고, 또 다른 복면 검객은 사마도자가 아니면 왕국보일 것이다. 이 두 사람의 심계와 무공으로 볼 때, 네가 조금이라도 실력이 없었다면 어떻게 한 사람을 안고서도 무사히 포위망을 뚫고 오의항으로 도망쳐 적들의 좋은 꿈을 허사로 만들고 오히려 그들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때 너를 구해준 것이 바로 자연의 법이었다. 온 마음을 다해 도망치는 동안 네 체내의 진기는 마음 가는 대로 움직였고, 적들은 네 옷자락조차 건드릴 수 없었지. 만약 네가 같은 심법으로 적을 상대할 때도 똑같이 자연의 도를 극한까지 발전시킨다면 천하에 너와 맞설 만한 적수가 어디 있겠는가?"
연비는 재차 크게 놀라며 사찰 문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쌍장을 앞으로 내밀어 허공을 누르자 두 줄기의 있는 듯 없는 듯한 진기가 장심에서 빠져나와 가볍게 절문을 때렸다. 그 느낌은 직접 문을 누르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고, 문이 빗장이 걸려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으며, 목문(木門)의 무게와 재질까지도 하나하나 분명히 느껴졌다. 그 신기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현이 기뻐하며 말했다:
"상황을 내게 말해 보게."
연비는 마음속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광희가 끓어오르면서 다시 태어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비록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사현의 일깨움을 통해 체내 진기를 활용하는 요령을 파악했으니, 마치 일월려천대법보다 더 뛰어나고 헤아리기 어려운 또 다른 기공을 익힌 것과 같았다. 변황집에서 임요의 공격에 부상을 당한 후의 좌절감과 실의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신기합니다. 마음속으로 공간을 두고 나무문을 열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체내의 진기가 자연스럽게 운행되면서 진기가 곧장 장심으로 향하더니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손바닥을 들어 사찰의 문을 향해 밀었고, 문에 빗장이 걸려 있어 밀 수 없다는 것을 느끼자 진기도 자연스럽게 거두어졌습니다."
사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연 형제의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진정한 고수를 만나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목숨을 걸고 도망치는 것은 여유가 있을 걸세."
연비는 굳게 닫힌 사찰 문을 바라보며 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하며 조용히 말했다:
"현수께서는 어떤 지시가 있으십니까?"
사현은 한숨을 내쉬며 다소 감회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조정과 맞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게 됐네. 송 대숙이 중상을 입은 모습을 보고 마음속에는 복수심뿐이었지만 건강을 전장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지. 하지만 둘째 숙부가 송 대숙의 상처에 견디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았네.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대로 진행된다면 내일 아침 나와 둘째 숙부는 건강을 떠날 걸세! 이렇게 해야만 우리 사씨 가문이 안전을 지킬 수 있다네."
연비는 사현이 매우 위험한 유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남진의 형세가 사분오열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자신이 사현이라 해도 아무런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저 사현이 그의 불세병법을 믿고 거의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사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승리를 쟁취하려는 것도 패배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네! 다만 실패와 승리 사이에서 균형점과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뿐이지. 그렇지 않고 우리가 그렇게 조용히 물러난다면 세력이 쇠퇴하면서 우리 사씨 가문은 건강에서 발붙일 곳이 없게 될 걸세."
연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사현은 다시 태연함을 되찾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적들은 지금 진세를 펼치고 있으니 내가 찾아가 싸움을 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손은이 갑자기 근처에 나타난 것도 좋은 조짐이 아니니 절에 들어가면 구사일생의 위험한 국면이 될 걸세."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만약 내가 국면을 진정시키지 못하면 연 형제는 나를 신경 쓰지 말고 즉시 돌아가 둘째 숙부께 알리도록 하게. 그가 알아서 나를 위해 복수해 줄 걸세. 나 사현을 격노하게 만들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고, 둘째 숙부를 건드리는 것은 더더욱 장난이 아닐세."
연비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적들은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함정인 줄 알면서도 들어가야 합니까?"
사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렇게 해야만 사마요 형제를 겁먹게 하고 양보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지. 내가 패하더라도 멋지게 져야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말을 마치고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연비는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사현이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공력이 조금씩 증가하는 것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문 앞에 도달했을 때는 공력이 정점까지 끌어올려진 상태였다. 그는 자신에게 왜 이런 '신통력'이 생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현묘한 경지는 이미 일반적인 무술의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챙"!
구소정음검이 칼집에서 빠져나와 사현의 손에 쥐어졌다. 육안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의 놀라운 속도로 문틈을 향해 검 끝으로 빠르게 내리쳤다.
검 끝은 얇은 종이를 찢듯 문틈으로 파고들었고, 곧이어 문의 빗장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구소정음검이 칼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문빗장이 바닥에 떨어졌다.
사현은 두 손으로 가볍지만 강하게 두 쪽의 사찰 문을 눌렀고, 사찰 문은 즉시 열리며 사찰 문 안의 세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의 군중들은 이곳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일제히 멀리 물러나며 일대 혼란이 일었다.
사찰 문 앞에는 수많은 사람의 그림자가 있어 한눈에 몇 명인지 알 수 없었다.
사현은 고개를 돌려 다가오는 연비에게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연 형제, 나를 따라오게. 우리 사씨 가문을 위해 증인이 되어 주게."
말을 마치고 하하 웃으며 느긋한 모습으로 절 안으로 들어갔다.
주전(主殿)인 미륵대전의 돌계단 위에는 백여 명이나 빽빽하게 서 있었다. 절반은 빡빡머리 승복을 입은 미륵교도들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무사복을 입은 대한들이었다. 그들을 이끄는 다섯 사람은 독특한 외모를 하고 있었는데 연비가 아는 사람은 축뢰음과 축불귀뿐이었다. 축뢰음은 선장을 들고 있었는데 미륵불상처럼 뚱뚱한 체형이 눈에 띄었지만 축불귀 옆에 서 있는 젊은 여승에 미치지 못했다.
이 여인은 머리를 모두 깎고 여승복을 입고 있었지만 출가한 사람의 느낌은 전혀 나지 않았다. 그녀는 요염한 얼굴에 사람을 유혹하는 자태를 지니고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그녀는 불진(拂麈)을 들고 있었는데 축뢰음의 백 근짜리 선장과 함께 대조되어 재미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축불귀는 정중앙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마치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보는 듯했다.
그의 왼쪽에는 키가 크고 영준한 남자가 허리에 장검을 차고 황족의 복식을 입고 있었는데, 화려하고 고귀해 보였다!
거만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사현이 연비에게 알려주지 않아도 그가 낭야왕(琅琊王) 사마도자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이곳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일이 좋게 끝나지 않을 것이며, 사씨 가문과 조정의 관계는 공공연히 결렬될 위기에 처했음을 알 수 있었다.
사마도자의 다른 한쪽에는 나이가 약 스물일곱 여덟쯤 되어 보이는 무사가 있었는데, 음흉하고 냉정한 모습에 역시 장검을 쓰고 있었다.
연비가 그의 체형을 보고 축불귀와 함께 송비풍을 습격했던 복면인임을 알아보고, 그가 사안의 사위 왕국보이며 건강에서 가장 권세 있는 흡혈귀라는 것을 추측해 냈다.
연비는 사현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겨 돌계단에서 스무 걸음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계단 꼭대기의 사마도자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창으로 사현을 가리키며 호통을 쳤다:
"사현 대담하구나, 감히 멋대로 건강으로 돌아와 직분을 소홀히 하였구나. 어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결박당해 황상의 처분을 기다려라."
사현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번에 돌아온 것은 나 사현 한 사람만이 아니오. 유참군과 오천의 정예 기병도 함께 지금 석두성 안에 주둔하고 있소. 감히 묻건대, 낭야왕, 그들도 당신 뜻대로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오?"
사마도자와 왕국보는 순식간에 안색이 변했고, 사현의 이 기묘한 병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현은 앙천대소를 터뜨리고는 소리쳤다:
"사마도자,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일대일로 싸우든지 다 같이 포위 공격을 하든지 네놈이 한 마디만 해 보거라."
사마도자는 두 눈을 부릅뜨고 사현을 노려보며 손을 검자루에 올려놓았다.
※※※
유유는 날랜 말을 타고 주작항으로 달려갔고, 명령을 받은 즉시 오의항으로 되돌아와 사씨 집안에 전면 경계를 하도록 알리고는 말을 타고 성을 나섰다.
그는 마음속으로 여전히 '가전성지(假傳聖旨)'라는 네 글자를 떠올리며 탄복하고 있었다.
사현의 '가전성지'는 그가 사현의 명령을 사칭하여 유뢰지의 부대를 지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수법으로 석두성의 수장을 속이고 들어가 칼에 피를 묻히지 않고 석두성을 점령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석두성의 수비군은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고, 유뢰지는 당대의 명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현의 위세까지 등에 업고 있어 황명을 받고 건강으로 돌아간다고 보고하기만 하면 신속하게 석두성의 수장을 제압하고 여유롭게 석두성을 절대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반란 행위는 자칫 조금만 잘못되면 건강이 순식간에 참혹한 전장으로 변할 것이다.
유유는 마음속에 격렬한 감정이 가득했고, 그의 마음속에 있는 사현은 더 이상 어떤 결함도 는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그가 마침내 사현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현은 남진의 반역자가 되기를 자청한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없는 고충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사현에 대한 감사함으로 가슴이 벅찼다! 사현이 그를 달리 보게 된 것은 자신이 불행히도 사안의 말대로 요절하게 되더라도 유유가 여전히 그의 유지(遺志)를 이어받아 남북을 통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사현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